전통적인 한문 학습법은 수백, 수천번을 반복해서 읽고 외우다 보면 저절로 체득(體得)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서 문장을 해독할 수 있게 되면 '文理(문리)가 났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하도 '文理' 때문에 많이 고심을 하다 보니 이 말이 여러 가지로 변하여 '물리', '멀리' 등 다양한 음으로 이야기되었으며, 심지어는 '멀미가 났다'고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를 중시하는 시대라 세월이 가라 하고 그렇게 붙들고 있지 못하는 체질이 되다 보니 '文法'이란 것을 개발해서 좀더 빠르게 독해력을 익히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이것이 전통적인 방법과 다르다 보니 아직까지도 무조건 외우는 방법과 문법을 통해 접근하려는 방법론 사이에 의견이 대립된 상태다.
필자가 보기에는, 초학자가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데는 일단 문법이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법만으로 고급의 정도에까지 가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한문은 일정한 법칙성이 다른 언어에 비해 상당히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용례를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결론적으로, 문법으로 일단 접근을 하면서 외우는 방법으로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2) 原典 讀解의 順序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 원전을 읽어 나가는 순서나 내용은 시대마다, 지역마다 달랐다. 중국, 우리나라, 일본이 동일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교육기관에 따라, 선생에 따라 달랐다. 그리고 신라, 고려, 조선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성리학이 자리잡은 이후에 많이 달라졌다.** 초학자가 원전을 읽어나가는 것은 단순히 독해력만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잇는 내용을 익히는 일도 중요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서당의 교육은 대개 [千字文(천자문)]으로부터 시작하여 [童蒙先習(동몽선습)] [擊蒙要訣(격몽요결)] [明心寶鑑(명심보감)] 등을 처음에 공부하였다. 이 책들은 대개 윤리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 다음에는 [小學(소학)] [通鑑節要(통감절요)] [大學(대학)] [論語(논어)] [孟子(맹자)] [中庸(중용)] 과 [古文眞寶(고문진보)] [唐詩(당시)] 등을 배운다. 그 다음에는 [詩經(시경)] [書經(서경)] [易經(역경)] 등과 [春秋(춘추)] [禮記(예기)] [史記(사기)], 그 외 諸子百家書(제자백가서) 등을 폭넓게 공부한다. 이런 책들은 배우는 순서가 엄격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계절에 맞추어 교대로 배우기도 한다. 특히 시는 酷暑期(혹서기)에 많이 공부하였다.
오늘날의 실정으로 볼 때는 유교 윤리를 강조하였던 조선시대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밟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시대의 초학 교재는 문장에 인용이 되거나 문체가 많이 응용되었으므로 독해력을 익히는 데는 소홀히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다만, [천자문] 같은 것은 한문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매우 난삽한 글자와 내용을 갖고 있으므로, 초학 교재용으로는 부적합한 점이 많다. 그리고 순전히 독해력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옛 책을 그대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문장을 여기저기서 뽑아 단계적으로, 그리고 유형별로 익혀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요즘 시중에는 한문 문법서가 많이 나와 있다. 이런 문법서에서는 문법을 설명하면서, 흔히 쓰이는 名句(명구)들을 예로 많이 들고 있으므로 예문까지 빠짐없이 잘 보아 나가면 독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잇다. 그리고 이들 문법서 끝에는 대게 쉽고 다양한 原典選(원전선)을 싣고 있으므로 이것도 잘 이용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한문 독해력은 머리로만 해서는 안된다. 주요 원전을 외울 만큼 반복해서 읽어야 하며, 특히 입으로 크게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눈으로만 반복하는 것은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 한문 원전 중에 반복해서 읽을 만한 가장 좋은 책은 [孟子]이다. [孟子]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으며, [孟子]를 만 번 읽으면 모든 원문을 다 알 수 잇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 예컨대, 散文(산문)을 익히는 기본 교재로 우리나라에서는 [古文眞寶(고문진보)]를, 중국에서는 [古文觀止(고문관지)]를, 일본에서는 [文章軌範(문장궤범)]을 많이 이용하였다. ** 성리학 도입 이후 기존의 [논어] 외에 [대학], [중용], [맹자] 등이 중시되었다. *** [맹자]를 만 번 읽으면 뚝딱 소리가 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