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문법

[스크랩] 한문에서 도치되는 경우

장안봉(微山) 2014. 11. 6. 09:27
 

도치문(倒置文)


 어순이 평소와는 다르게 바뀌어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도치(倒置)라고 한다. 한문에서 도치가 어떠한 경우에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의문사(疑問詞)가 쓰일 때

1) 咎, 萬事由我.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 .

1-a) 怨誰咎誰, 萬事由我.

2) 何所行乎. -너는 어디로 가느냐.

3) 誰與圖此事. -누구와 이 일을 도모할까.

4) 誰知烏之雌雄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시경)

何, 誰 같은 의문을 나타내는 의문사나 이를 포함하는 어구가 쓰일 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르게 도치되어 쓰인다. 의문사가 주어가 아니고 예1, 예2에서 밑줄 친 것처럼 목적어, 보어, 부사어 등으로 쓰일 때는 결합하는 서술어 앞에 위치하여 도치되고, 이런 경우엔 의문사가 반어적으로 쓰여도 상관없이 도치된다. 그런데 예1처럼 주어가 생략되고 의문사가 쓰일 때엔 의문사가 주어로 쓰이는 경우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대개 도치는 선택적이어서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해도 된다. 그런데 의문사가 도치될 때는 선택적이 아니라 거의 절대적인 듯하여, 1-a 같이 정상적인 어순으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예3처럼 개사구(개사+ 명사)도 명사가 의문사가 쓰이면, 명사가 먼저 오고 개사(어조사)가 뒤에 ‘명사+ 개사’ 형태로 도치된다. 예4처럼 의문사가 주어일 경우는 어차피 의문사인 주어가 서술어 앞에 위치하므로 도치될 일이 없다. 정리하면 영어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영어의 도치와는 차이가 있다. 영어에서는 의문사가 주어 앞으로 나오지만, 한문에서는 술어 앞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부정사(否定詞)가 쓰일 때

1) 不患人之不知.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마라.(논어)

1-a) 不患人之不知己.  =

2) 忘讐. -원수를 잊은 적이 없다.

2-a) 嘗未忘讐.

3) 以小利失大利. -작은 이익 때문에 이익을 잃지 마라.

3-a) 以小利 勿失大利.  


不, 未 같은 부정(否定. 금지 포함)을 나타내는 부정사가 동사, 형용사 앞에서 쓰이는 부정사+동사(형용사 포함) 형태에서 도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위 예1에서 己자가 본래는 1-a처럼 知자 뒤에 쓰일 텐데, 부정사 不과 이와 결합하는 동사 知 사이에 삽입되어 도치되어 쓰였다. 이런 도치는 선택적이어서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1 같은 형태에서 부정사+ 동사 사이에 낄 수 있는 단어는 명사나 대명사인데, 대명사일 경우에 명사일 때보다 더 자주 도치되어 쓰이는 듯하다. 예2는 부정사+ 동사 사이에 부사어 ‘嘗’이 삽입되어 쓰였다. 이것이 도치인지 애매한데, 우리말 해석으로 비춰 생각하면 마치 도치된 것처럼 보인다. 2-a 같은 부사어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정상 어순 같은 형태도 가능한데, 예2 같은 형태가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부정사가 어디까지 거치는지 부정사의 범위를 2-a 같은 형태보다는 더 명확하게 해주는 듯하다. 예3도 부정사+ 동사 형태에서 동사 앞에 쓰이는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부정사와 동사 사이에 삽입되어, 예2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리고 우리말 해석대로 하면 3-a 문장이 될 것 같은데, 3-a 같은 以 개사구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모양은 쓰이지 않는 듯하다.


1) 爾所知. -네가 알 바가 아니다.

1-a) 爾非所知.  =

2) 無日不忘. -잊지 않은 날이 없다.

2-a) 無不忘之日.  =

2-b) 無日和暢. -화창한 날이 없다.


非자가 간혹 예1처럼 주어를 제치고 문장 맨 앞에 놓여 도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非가 도치되는 것은 선택적인 듯하여,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가 예1 같은 도치 형태보다는 훨씬 흔하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예2처럼 無~不 형태에서 그 사이에 쓰이는 단어(日)가 그 뒷구절의 수식을 받아 도치될 때가 있다. 이처럼 뒤에서 꾸며주는 후치(後置) 수식(修飾)을 받는 所, 攸 같은 어조사가 있기는 하지만, 어조사가 아닌 일반 한자가 통상적으로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는 없다. 예2가 정상 어순인 2-a를 도치한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그렇다고 간주한다면, 예2 같은 도치 형태가 절대적은 아니어도, 2-a 같은 형태보다는 흔하게 쓰이는 듯하다. 2-a 같은 형태는 無가 不忘에 걸리는지 日에 걸리는지 모호한데, 예2 같은 형태는 어순은 특이하나 이런 측면에서 모호함은 덜해 보인다. 이것이 이런 후치 수식을 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된 한 가지 이유가 된 것으로도 여겨진다. 2-b처럼 ‘無+ 명사’ 형태에서 不자 같은 부정사가 없이도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예2 같은 ‘無~不’ 표현처럼 흔하게 쓰이지는 않는 듯하다.


화제(話題)가 쓰일 때

예1) 富貴, 人皆好之也. -부귀는 사람이 모두 좋아한다.

비고1) 人皆好富貴也. -사람은 모두 부귀를 좋아한다.

예2) 可失, 不可失. -여자는 잃어도 친구는 잃어서는 안 된다.


위 예1에서 ‘富貴’처럼 어떤 단어가 그 문장에서 주로 주어가 아닌데, 문장의 주제가 되어 문두에 위치하여 조사는 ‘은(는)’을 취하고, 뒤에 오는 구절은 이를 설명할 때, 이런 단어를 국어에서 화제(話題)라고 한다. 한문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예1 같은 화제어가 쓰인 경우가 꼭 비고1 같은 통상적인 어순을 도치해 놓은 것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므로 여기에서 다룬다. 이것은 영어에서 특정 단어를 It is 다음에 두고, that 이하에 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 It ~ that 강조 구문과 기능이 비슷하여 보인다. 예1처럼 화제어 뒤에는 구절이 아니지만 구두점을 표기하기도 한다. 예2처럼 화제어만 있고 주어가 없는 경우엔 女, 友 같은 단어가 화제어로 쓰였는지, 단순히 도치된 것인지, 아니면 주어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모호한데, 다행히도 화제어로 쓰이든지 도치되든지 양자간에 의미상에 별로 의미에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女, 友가 주어로 쓰였다면, 예2의 의미가 ‘여자가 잃을 수는 있으나, 친구가 잃을 수는 없다.’로 되어, 의미가 사뭇 달라지므로 화제어로 쓰였는지 주어로 쓰였는지 유념하여 구분해야 한다.


술어 + 목적어일 경우

1) 君子義之求, 凡夫利之貪也. (군자는 의를 구하고, ~ .)

1-a) 君子求義, 凡夫貪利也. ( = )

1-b) 渴者唯水是欲, 飢者唯食是願. (목마른 자는 오직 물을 원하고, ~ .)

2) 李浣用之謂賣國奴. (사람들은 이완용을 매국노라고 한다.)

2-a) 人謂李浣用賣國奴. ( = )


한문에서 목적어가 평소 어순인 [서술어+ 목적어] 구조와는 다르게, 목적어+ 서술어 형태로 위치가 바뀌어 쓰이는 경우(도치)가 생기기도 한다. 도치된 목적어에는 밑줄을 쳤다. 예1 문장은 평소 어순 형태인 1-a 문장을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하여간 1-a 문장을 도치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목적어가 우리말 어순과 비슷하게 서술어 앞에 위치하는 도치가 일어난다. 이때 단어(한자)가 도치됐음을 극명하게 표시하게 위함인지, 도치된 목적어 뒤에 之자나 1-b 문장처럼 是자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한자가 붙지 않을 때도 있다. 예2는 정상 어순 2-a를 도치한 것이다. 정상 어순 형태의 2-a는 영어의 5형식 문형과 비슷한데, 예2는 목적어(李浣用)를 술어(謂) 앞에 위치시켜 도치되어 있다. 역시나 도치된 목적어 뒤에는 之가 붙어 있다. 그리고 2-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는 서술어 뒤에 명사가 두개 연달아 오는 모양이라서 다른 문형과 헷갈릴 여지도 많아서인지, 형태상 비교적 더 간명해 보이는 예2 같은 도치된 형태가 2-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보다 더 자주 쓰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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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문을 알자
글쓴이 : 한문궁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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