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중에서 오래된 것, 즉 옛무덤을 고분이라 부른다. 여기에서 옛날이란 개념이 모호하지만 고분이란 용어는 오래전이란 시간을 기점으로 역사성이 부여된 분묘를 말하는 것이다.
무덤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 만드는 것으로 시신을 처리하는 시설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무덤은 여기에 묻힌 자가 누구냐, 즉 신분 혹은 지위에 따라 형태나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시기에 만든 것인가에 따라 존재형태에도 차이가 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무덤이라 부르지만 무덤 자체도 어떻게 생겼는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에 따라 그 내용이 다양하게 구분된다.
무덤을 만드는 방법도 문화권에 따라, 혹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석촌동 고분군은 송파구 석촌동 일대에 분포하는 백제의 무덤떼로, 사적 제24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근의 가락동 고분군과 함께 한성시기 백제의 중심고분군으로서, 시기적으로는 3~5세기에 걸친 여러 종류의 무덤들이 분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약 90기에 달하는 많은 수의 무덤들이 존재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1974년부터 서울대학교 박물관을 중심으로 몇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지금은 고분공원으로 정비되었다.
유적의 대표적인 묘제로는 우선 기단식 돌무지무덤[基壇式 積石塚]을 들 수 있다. 1·2·3·4호분과 A호 돌무지무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구조적으로는 순수하게 돌로만 쌓은 경우(1호분 남분, 3호분)와 외부는 돌로 쌓았으나 내부는 점토로 다져쌓기[版築]한 경우(1호분 북분, 2·4호분)로 나뉜다.
1987년도에 조사한 A호 돌무지무덤의 상부는 이미 파괴되어 자세한 형태는 알 수 없으나 바닥부분의 경우 내부의 평면은 원형이고 외곽은 방형인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1호분은 남분과 북분이 연접된 쌍무덤으로서 남분에서는 돌덧널[石槨]의 형태를 띤 4기의 매장주체가 발견되었으며 그중 1기의 매장주체는 무덤의 중앙에, 나머지 3기는 그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다. 2호분에서는 다져쌓기한 부분의 아래에서 1기의 널[木棺]이 발견되었는데, 그 내부에는 단지[壺]·쇠손칼[鐵製刀子]·철검(鐵劍) 등이 부장되어 있었다. 3호분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무덤으로서 바닥의 지름이 50m에 달한다. 내부의 매장주체는 확인되지 않았고 다만 딸린돌덧널[副槨]로 생각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출토유물은 그리 많지 않으나 돌무지 사이에서 4세기 때의 중국 청자편, 백제토기와 옥연석(玉碾石), 석추(石錘), 금제달개[金製瓔珞] 등이 발견되었다. 이 무덤은 4세기 후반경 백제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에는 지상에 점토로 다져쌓기하여 분구를 만든 후 그 내부에 다수의 널과 독[甕棺]을 매장주체로 삼는 즙석봉토분(葺石封土墳)이라고 불리는 무덤들도 존재한다. 5호분과 파괴분이라고 불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되며 1986년에 3호분 동쪽에서 조사된 예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묘제는 인근의 가락동에도 분포하고 있으며 돌무지무덤들과는 계통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서, 백제의 최고 지배층을 형성한 유이민계통이 아닌 선주민들의 무덤으로 볼 수 있다.
다수의 매장주체가 하나의 분구 속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가족묘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석촌동 일대에는 널무덤[木棺墓]·독무덤[甕棺墓], 돌덧널무덤[石槨墓]·토광적석묘(土壙積石墓)·대형토광묘·화장유구(火葬遺構) 등의 다양한 묘제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3호분 동쪽지구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이러한 묘제들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서 백제묘제, 유물에 대한 연구, 백제 지배층의 존재양태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무덤들은 가락동·방이동 무덤과 함께 초기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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