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05월 23일에 작성한 답산기입니다.
격암선생이 부친의 묘를 구천십장(九遷十葬)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사실은 이천삼장(二遷三葬)이란다. 여하튼 지극한 효심으로 보다 편안한 자리에 모시고져 노력한 것에 그 의미를 두고자 한다. 선생의 부친인 남희백(南希伯) 묘소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 수곡리에 있다. 다리 건너 성황당 아래 버스에서 내려 꽤 먼 길이었는데도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피곤한 줄 도 모르고 현장에 도달하였다. 웅장한 국세에 마음이 끌렸으나 한편으로 이곳이 과연 격암(格菴) 선생의 소점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눈에 보아 이곳은 이 큰 국세를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한점이 아쉬웠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 본다.
첫째: 혈형(穴形)이 유혈(乳穴)인데 고산(高山)의 심혈법(尋穴法)은 대체로 와혈(窩穴)로 맺혀야 장풍(藏風)에 유리하다. 옛글에 높은 산의 꼭대기부터 중턱까지는 모두 유(乳)와 돌(突)의 혈을 짓지 못하며 바람이 타기 때문에 이룰 수 없다(~自頂至腹皆不作乳突之穴以露風不成也~).고 하였다. 따라서 고산 심혈법에 어긋난다.
둘째: 이미 유혈이면 그 조건에 합당해야 하는데 이곳 같으면 좌우에서 감싸는 보사(補砂)가 더 크고 더 많아야하며 혈장(穴場)이 입수룡(入首龍) 보다 넓어야 하고 그 가운데가 우묵해야 할 것이다. 옛글에 유(乳)와 돌(突)의 혈은 고단(孤單)하면 안된다(~乳突不可孤單用~)하였고 또 유돌(乳突)의 혈은 양쪽에서 감싸는것이 약간 멀리 있으면 유돌의 가운데가 우묵해야 한다.(~乳突兩抱若稍遠乳突之中仍要黶~)고 했다. 따라서 이곳은 유혈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셋째: 입혈맥(入穴脈)이 편맥(偏脈)으로 힘이 약하며 언듯 보면 개구(開口)의 한쪽 현릉(弦陵)이 부풀어 오른곳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혈장(穴場)의 왼편이(靑龍쪽) 허공이다. 참고로 남희백 선생의 묘를 중심으로 상하에 다른 묘가 있는데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편의상 그림과 같이 ㉮, ㉯, ㉰로 칭 한다면 ㉮의 자리는 입혈맥이 속기(束 氣)가 안되고 뇌두(腦頭)도 형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운이 흩어져 모이지 못하였으니 혈증(穴證)부족으로 가혈(假穴)이다. ㉯의 자리는 입혈맥이 편맥으로 힘이 부족하고 혈장의 기운도 풍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니 부족하다. ㉰의 자리는 ㉯와 같은 편맥이지만 혈장이 ㉯보다는 다소 풍만하므로 세 곳 중 제일 낫다. 하지만 진혈(眞穴)은 못된다. 그리고 재혈법(裁穴法)으로 보자면 혈심(穴心)이 그림의 점선부분으로 내려와야 한다.
넷째: 혈장(穴場) 왼쪽(靑龍쪽)이 가파른 낭떠러지로 이런 지세는 살기(殺氣)로 볼 수 있다. 혈장에서 청룡쪽 아래를 바라보면 마음이 심히 불안 하다. 자손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다섯째: 조안산(朝案山) 너머로 바다가 보이니 혈에서 외명당(外明堂)이 보이는 격으로 장풍(藏風)이 완전하지 못하다. 혈이 너무 높은 곳에 있어 풍취(風吹)를 못 면하니 풍수의 기본인 장풍(藏風)이 안되었다.
이상으로 볼 때 후룡(後龍) 전체의 기운을 모아서 혈(穴)로 끌어당겨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곳은 그 큰 국세를 다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가까운 주변의 극히 일부분만 끌어 모으는 형상으로 마치 진수성찬 앞에 앉은 소화불량환자의 모습으로 바라만 보고 먹지 못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이 큰 국세를 전부 내것으로 만들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무엇 보다도 입수룡(入首龍)과 입혈맥(入穴脈)의 형(形)에 달려 있다. 이곳처럼 입수룡의 기복(起伏)과 굴곡(屈曲)이 대룡(大龍)에 비하여 동작이 너무 작으니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오대산의 적멸보궁처럼 크게 기복하고, 또 산뱀이 요동을 치듯 굴곡의 좌우 이동폭도 더 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혈장 주변이 입수룡 보다 숟가락 처럼 넓고 개구개수(開口開手)가 있는 와형(窩形)으로 지금 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
위와 같이 그림으로 비교하여 본다.
용세와 혈장은 보는 안목과 시간, 환경에 따라 달리 보일 수 도 있으니 혹여 잘못 본 부분이 있으면 여러 강호 학인들의 아낌 없는 질책을 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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