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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일의 영남 신풍수기행 . 8] 팔공산 | ||||
팔공산(八公山)은 달구벌을 보살피고 보호해주는 대구의 진산(鎭山)인 동시에 주산(主山)이다. 그 옛날 왕조시대에는 읍기(邑基)로부터 남쪽 3리 에 위치한 지금의 제일여중 터 일대의 연귀산(連龜山)이 대구의 진산이었 지만, 도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레 팔공산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 었다. 이 땅에 원래부터 산이 많아 어느 지방, 어느 고을이든 대개 명산 (名山)하나쯤은 끼고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팔공산은 여느 산과는 남다 른구석이 있다. 산의 덩치나 높이로 봐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지세(地勢) 상의 생김새 하나하나도 비범할 뿐더러, 그 무한한 역량에 의지하여 많은 사람들이 질곡의 세월을 무던히 인내할 수 있었을 것 같기에 남다르다는 말이다.
풍수명산으로서의 팔공산이 지닌 품격은 그 어떤 산에도 견줄 바 아니다. 그만큼 갖추어야 할 지리적인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탁 옥부(琢玉斧)'라는 풍수서에 이르기를, '사람은 그 근본이 없으면 악인이 나오기 쉽고, 산은 그 근원이 없으면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였다. 팔 공산이 진정한 명산이라면 그 뿌리되는 산이 무슨 산인가를 묻는 대목인 셈이다. 알다시피 이 땅의 등골뼈를 이루는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 에서 출발하여 비록 군데군데에 곁가지 지맥들을 가지쳐 놓기는 하였지만, 그 본줄기는 줄곧 남쪽으로 내리치달아 태백산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우측으로 소백산을 지나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잔여줄 기이고, 또다른 하나는 곧장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 부산의 다대포 앞바다 에서 멎는 낙동정맥(洛東正脈)이다. 이 낙동정맥의 보현산(普賢山) 부근에 서 한가닥 큰 힘이 솟아나와 서남쪽으로 달리면서 화산(華山)에 잇따라 장 엄수려한 명산을 하나 솟구쳐 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팔공산이다. 그러고 보면 팔공산은 이 땅 안 만산(萬山)의 조종(祖宗)이 되는 백두산의 기운을 연면히 이어받은 적자(嫡子)의 뼈대있는 명산임이 분명하다. 그뿐이 아니다. 대동여지전도(大東輿地全圖)에 나타나는 팔공산의 위치 를 살펴보면 자못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의 태백산 과 소백산 등이, 동쪽으로는 낙동정맥의 주왕산과 가지산 등이, 서쪽으로 는 백두대간의 속리산과 덕유산 등이, 남쪽으로는 낙남정맥(洛南正脈)의 여항산과 신어산 등이 각각 팔공산을 위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신라가 나라의 수호산인 오악(五岳)을 설정할 때도 그 가운데 산(中岳)으로 팔공산을 앉힌 적이 있다. 상고(上古)적 삼신오제(三神五帝) 사상으로 보자면, 황제(黃帝)인 팔공산이 사방으로 흑제(黑帝) 태백산, 청제(靑帝) 토함산, 백제(白帝) 계룡산, 적제(赤帝) 지리산을 거느렸던 셈 이다. 신라는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비는 천신제를 바로 이 팔공산 정상 비로봉에 있었던 제천단(祭天壇)에서 올린 바 있다. 비록 고려.조선 조를 거치면서 강역(疆域)이 변하여 오악이 다른 명산들로 대체되기는 했 지만, 치성드릴 목적이든 어떻든 간에 지금도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악을 찾는 것을 보면 팔공산은 여전히 민족적 영산(靈山)으로서의 역할 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팔공산은 그 규모 또한 엄청나게 크다. 능선의 길이가 20km에 이르며, 앉은 전체 면적만도 122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행정지명상으로도 팔공산 은 대구, 경산, 영천, 구미, 칠곡 등에 넓게 걸쳐 있다. 팔공산 지맥은 금 호강과 낙동강을 만나면서 산흐름을 완전히 끝맺는다. 예로부터 "모든 산이 그치는 곳에 진혈(眞穴)이 맺히고, 모든 물이 모이 는 곳에 명당이 있다"고 하였으니, 팔공산은 풍수의 기본정설에 한치의 어 긋남도 없다. 더구나 팔공산은 그 용맥(龍脈) 자체가 살아 숨쉬고 있는 풍수명산이다. 동봉(東峰)이나 능성재에 올라 동서로 뻗쳐 있는 팔공산 주릉을 한번 유심 히 살펴보라. 석골(石骨)이 좌우로 굴곡있게 굽이치는 가운데 빼어난 산 봉우리들이 곳곳에 우뚝 솟아 있다. 산세의생동감과 웅장함만 보더라도 팔공산은 가히 뭇산의 조종이 되고 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팔공산의 풍수 백미(白眉)는 단연 정감 넘 치는 그 지세이다. 팔공산은 하양 방면으로 왼팔을, 칠곡 방면으로 오른팔 을 활짝 벌리고 있다. 대구를 향해 등(背)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수려하 고 보기도 좋은 얼굴(面)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대구를 통째로 한번 보듬어 안아 보겠다는 심사(心思)인 것 같다. 그런 산을 풍수에서는 유정 (有情)한 산이라고 한다. 대구가 주변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팔공산으로 부터 많은 복록을 받고 있는 것도 알고보면 모두 그 유정함 덕분이다. 팔공산이 명산중에서도 명산이라는 사실은 그 산이 보여주는 갖가지 형 상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이지만, 산 밑에 가까이 가서 쳐다보면 꼭 병풍 을 둘러쳐 놓은 것 같다. 하기야 산골짝마다 들어앉아 있는 수많은 마을과 절집들이 제각기 제비집형(연소형.燕巢形), 봉황포란형(鳳凰抱卵形), 장군 대좌형(將軍大座形), 두루미병(甁) 형국 등과 같은 그럴듯한 이름이 붙은 곳에 이미 터잡고 있으니, 산 전체의 형국이 그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팔공산이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는 그 높은 덕에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면 족한 것이다. 팔공산 명당터의 명기(明氣)는 훌륭한 인물을 배출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명승(名僧)만 하더라도 신라시대의 원효(元曉)와 의상(義湘), 고려시대 의 지눌(知訥)과 원진(圓眞),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성철(性徹) 스님 같은 분이 모두 팔공산을 거쳐갔다. 신라때 이미 경주의 남산(南山)과 더불어 불교 성지(聖地)나 다름없었던 팔공산은 오늘날도 계속해서 구도(求道)터 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많이 퇴보했지만, 70년 대에 팔공산 일대의 조용한 절집과 마을이 온통 고시(考試)준비생들로 초 만원을 이룬 적도 있다. 그중에는 팔공산 정기에 대한 정신적인 믿음과 본 인의 노력이 하나로 어우러져 청운의 꿈을 실현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명 산 정기와 사람의 마음이 서로 교감(交感)하고 합일(合一)하는 것이 얼마 나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렇던 팔공산이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현재의 팔공산은 산자 락, 산허리, 산정상 할 것 없이 성한 데가 거의 없다. 일반인과 공공기관, 심지어는 절집까지도 공간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까닭이다. 팔공 산이 그같은 자본투자의 각축장으로 전락돼 버린 데는 지방자치제라는 제 도도 한 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자치단체들이 마구 개발허가를 내줌으로써 사면팔방으로 산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몇 해 전에 서울의 어떤 풍수연구가가 '팔공산 정기는 향후 50년간은 끝났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팔공산 정기를 큰 인물의 배 출가능성과 연관시켜 얘기한 듯 한데, 곧이곧대로 믿을 것은 못된다. 그러나 적어도 대구사람이라면 지금까지 훼손된 팔공산을 어느 정도 괜 찮은 수준까지 회복시키는데 과연 몇 년이 걸릴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 는 있지 않겠는가. 산의 미관과 충청인의 정기를 해친다는 비난여론 때문 에 계룡산 정상 천왕봉 꼭대기에 있던 통신용 철탑마저 철거되는 마당이고 보니, 더욱 그런 판단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명산론(明山論)'이라는 풍수서에 이르기를, "산이 맑고 깨끗하면 사람 은 고귀해지고(山淸人貴), 산이 깨어져 허물어지면 사람에게 슬픈 일이 생 기며(山破人悲), 산이 밝으면 사람은 슬기로워지고(山明人智), 산이 어두 우면 사람은 무엇엔가 홀린 듯 제정신을 못 차린다(山暗人迷)'라고 하였다. 대구인이 지닌 끈기와 뚝심이 정녕 팔공산에서 배태되었다면, 그런 팔공 정신을 살리거나 죽이는 것도 모두 대구사람들이 얼마만큼 팔공산을 건강 하게 지켜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풍수학자.지리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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