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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일의 영남신풍수기행 . 7] 대구 파계분지 | ||||
사람들이 풍수를 과학이라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필자는 언제나 "풍수 는 과학인 동시에 미신(迷信)이며, 미신인 동시에 과학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풍수에는 현대적으로 전승 계발할 가치가 있는 합리적인 내용도 많 지만, 그에 못지않게 마땅히 폐기처분돼야 할 신비주의적이면서도 비합리 적인 요소도 많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사실 도읍(都邑)이나 마을터, 아니면 집이나 묘터를 정하는 일에 자연의 기운을 십분 활용하는 순수한 터잡기 기술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 고 풍수를 따라잡을 만한 것이 없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지리 발복론(發福論)이다. 이를테면 어느 곳에 터를 쓸 것 같으면 자손이 출세 하여 고위관직에 오르고, 또 어느 곳에 터를 쓸 것 같으면 당대에 거부(巨 富)가 될 수 있다는 식이 마뜩찮다는 것이다. 술사(術士)들은 대개 그 부분을 가지고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지 만, 제도권 내의 학계(學界)에서는 바로 그점 때문에 아예 풍수를 미신으 로 간주해 버린다. 물론 이 과학의 시대에 술사들이 전래의 풍수내용을 아 무런 여과없이 맹신하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러나 학계가 그런 결점만을 꼬 집으면서 풍수를 미신으로 매도하는 것도 알고 보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그같은 섣부른 흑백논리식 판단이 풍수를 보다 과학적인 자생(自生)문화전통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풍수를 맹신하는 사람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람 모두에게 그 어떤 풍 수교훈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적당한 곳이 있다. 바로 대구의 팔공산 파계 분지(把溪盆地)안에 있는 전통마을들과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生家)다. 불로동을 지나 파군재 삼거리에서 파계사 가는 왼쪽길로 꺾어, 약 4km의 호리병 목과도 같은 골짜기를 따라들어가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파계 분지가 나온다. 크게 봤을 때 분지이지, 엄격히 말하자면 일종의 산록완사 면이다. 이 분지에는 팔공산 주 능선에서 내리뻗은 여러 갈래의 나지막한 지맥(支脈)들이 얕은 골짜기들을 이루고 있는데, 골짜기마다 용진(龍津), 고정(古亭), 한걸(大걸) 같은 수백년 된 전통마을들이 들어앉아 있다. 먼저 눈여겨볼 만한것은 주변지세와 관련된 이들 전통마을의 입지(立地) 적 합리성과 최근에 분지입구 계곡 가까이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새 주택 들의 입지적 불합리성이다. 파계분지는 뒤로는 팔공산 주능선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앞으로는 응 해산(鷹蟹山)과 아랫도덕산(道德山), 윗도덕산 등이 높이 솟아있다. 분지 내의 대여섯 계간수(溪澗水)들은 아래쪽에서 합류하여 지묘천(智妙川)을 이룬 후응해산과 아랫도덕산 사이를 빠져나가는 데, 그 두 산이 바로 전통 마을들의 안산(案山)인 동시에 수구(水口)의 양쪽에 대치하여 문호를 지키 는, 이른바 화표한문(華表한門)이다. 안산은 낮아야 길격(吉格)이지만, 사 실상 이 두 산은 분지내 거리로 비춰볼 때 너무 높은 편이다. 자고로 풍수에서는 조안증혈(朝案證穴)이라고 하여, 앞쪽으로 보이는 안 산이나 조산이 가까이에 높이 솟아 있을 경우에는 그 높이에 맞춰 혈(穴)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높은산이 가까이에서 집이나 산소(山所) 를 누르듯이 내려다보고 있을 것 같으면 능압(凌壓)이라고 하여 그런 터 는 절대로 피해야 하는 장소로 여겼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파계분지 내 의 오래된 전통마을들은 하나같이 팔공산 주능선 쪽으로 적당한 높이까지 거슬러 올라와 입지해 있다. 그렇게 되니 자연 양택(陽宅)의 일조량도 하 등 문제될 것이 없거니와 마을에서 안산을 바라보노라면 환경심리적으로도전혀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분지 내에서도 좌우로 나지막한 지맥들이 감싸고 있 는 여러 작은 골짜기 안에 마을들을 앉히다 보니 흔히 산간계곡에서 강하 게 부는 바람문제마저 쉽게 해결한 듯한 인상이다. 당시에 풍수를 고려했 든 안했든 간에 분지 안에서도 가장 적합한 장소에 마을터를 잡은 것이 분 명하니 그 지혜로운 택지(擇地)방법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파계분지 아래쪽 입구 계곡 가까이에 많은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아무리 작금의 주택문화가 자연력(自然力)이 아닌 사회.경 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응해산 때문에 겨울철 위쪽 전통마을보다 두시간 정도 해가 늦게 뜨고, 또 능압처로서 지묘천 깊은 골 짝의 바람길목까지 겸하고 있는 곳에 함부로 집을 짓는 것을 보면, 바로 그런 잘못된 주택문화 때문에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나 댐을 자꾸 만들어야 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용진마을 역시 좌우로 나지막한 지맥들이 감싸고 있는 우물속과 같은 아 늑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노 전 대통령 생가는 마을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터잡고 있다. 집 뒤쪽으로는 팔공산 지맥이 솟구쳐 놓은 작은 봉우리 와 밭으로 된 둔덕이 있으며, 앞쪽으로는 응해산과 아랫도덕산, 윗도덕산 이 아름다운 안산을 이루고 있다. 특히 마을 오른쪽의 우백호(右白虎) 줄 기는 그 끝자락에다 마치 옥인(玉印)과 같은 작고 둥그런 동산을 일궈놓아 마을터에 한결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지세상으로는 누구라도 생 가가 훌륭한 집터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문제되는 것은 바로 양택삼요(三要)로 일컬어지는 안채, 대 문, 부엌간의 상생(相生).상극(相剋)관계를 따지는 방위론(方位論)이다. 노 전 대통령 생가는 동쪽에 앉은 안채가 아랫도덕산을 바라보며 서향(西 向)하고 있는데, 대문마저 서쪽에 나 있다. 서향집의 서향대문은 방위이론 상 분명히 좋지 못하다. 안채는 동쪽에 위치하여 동사택(東四宅)에 속하고, 대문은 서사택(西四宅)방위인 서쪽에 있으니 서로상극이 되는 까닭이다.서 향집인 경우에는 대부분 직각축을 써서 같은 동사택 방위에 속하는 남쪽으 로 대문을 내는 것이 상례로 돼있다. 하지만 방위법상 별로 좋지 않은 바로 그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후일 대 통령까지 되었으니, 방위론도 어디까지나 경험에 따른 일종의 주택공간배 치 권고사항일 따름이지, 길흉해석 중심의 발복론이 위주가 되는 것은 아 닌 것임이 틀림없다. 풍수란 그저 땅만 보고 좋은 지세를 살피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삶의 거처로서의 방위의 좋고 나쁨을 논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 발복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헛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우리는 파계분지내 전통마을들의 지혜로운 입지를 통하여 올바른 풍수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참된 풍수는 곧 터가 지닌 자연의 기운을 제대 로 읽어 그것을 적극적으로 우리네 생활에 응용하는 것이다. 많은 류(類) 의 풍수 전적(典籍)에 기록돼 있는 풍수금언(金言)들은 알고보면 조상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읽는 지혜를 농축시켜 놓은 값진 유산(遺産)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발복론을 위주로 하는 잘못된 풍수사고방식에서 벗 어나야 한다. 사람이 좋은 땅을 따르는 것이지, 어찌 천지자연이 부여해준 땅이 사람을 잘 만난다고 해서 명당이 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주 로 유명 정치가나 재벌들의 생가터나 주택, 선영(先塋) 등을 답사하면서 그곳을 명당으로 극구 합리화시키려 드는 것이 너무나 언짢아서 한번 해보 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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