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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일의 영남신풍수기행.1] 영남의 산하와 풍수 | ||||
'반 풍수 집안 망친다'는 속담이 있다. 서투른 풍수쟁이가 명당이라고 잡아 준 땅 때문에 오히려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땅속의 어떤 기운이 인 생의 길흉화복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풍수사상. 학문적으로는 산과 물과 방위를 지표로 해 기(氣)분포의 장소적 차이를 판단하는 동양의 전통적 지 리과학으로 정의되기도 하는 풍수에도 미신적 요소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사회적 병폐를 낳기도 하는 풍수사상에는 너무도 소중한 국토사랑과 환경보전의 정신이 담겨 있다. 풍수학자이며,지 리학 박사인 이몽일씨(경북대 강사)가 '거짓 풍수를 걷어 내고, 참된 풍수 를 세우기위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영남지방 곳곳의 풍수현장을 답사 하면서,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하는 동시에 전승가치가 있는 풍수 내용 은 발굴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경상도에는 경기도나 전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넓은 평야가 드물다. 그렇다고 관동팔경으로 이름난 강원도처럼 푸른 바다와 빼어난 경치의 계 곡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경승지(景勝地)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 이중환은 그의 불후의 명저 '택리지'에서 이 나라안에서 지리가 가장 아름다운 고장으로 경상도를 꼽았다. 무릇 경치 좋은 산과 계곡으로만 이 루어진 삶터라면 일시적인 즐거움은 있을지언정 생활무대로서는 답답함과 옹색함을 면할 수 없고, 끝없이 넓은 들판과 강으로만 되어 있는 삶터라면 어딘지 모르게 지루함과 공허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경상도 땅은 예외다. 태초에 영남분지 좌우 어깨 위로 거대한 두 산줄기가 생겨나 수많은 강줄기를 만들고, 또 그 강물은 오랜 세월을 인내 하면서 군데군데에 들판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명산의 남쪽자락에 마을을 앉히고 그 앞으로 펼쳐지는 강과 들판을 생산의 터전으로 삼아 풍요로운 삶을 누려 왔다. 산과 강과 들판이 조화롭게 짜여져 있는 땅, 그 곳이 지 리가 아름다운 고장이며, 그런 곳이 바로 영남 땅이다. 영남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 많은 고장이다. 명당은 건강한 명산과 굽 이굽이 감돌아 흐르는 강물에서 비롯된다. 상대적으로 방위풍수가 발달한 평야지역과는 달리 영남지방에는 산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좌청룡 우백 호라는 식의 지리 형세설(形勢說)이 우세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땅기운 (地氣)은 물줄기를 만나야만 멈추는 즉 물을 얻는(得水) 것이 바람을 가두 는(藏風) 것보다 우선이라는 것은 만고불변의 지리법칙이 아니던가. 흔히들 영남분지는 태백산에서 곧장 남쪽으로 내리뻗은 낙동정맥과 그 반대편 서남쪽으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거대한 울타리를 이루 고 있어서 위도에 비해 연교차가 크고 강수량도 적다고 한다. 물론 큰 산 줄기가 있느냐 없느냐 혹은 산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그 곳을 통과하는 바람의 성질도 바뀌고 물의 흐르는 방향도 달라진다. 그러나 물이 없는 명 당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영남의 명산들은 이미 깨닫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영남분지 안을 흐르는 하천이나 강물이 그 밑바닥을 드러낼 정 도로 메마른 적은 극히 드물다.여기에서 우리는 영남의 지경(地境)을 이루 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라는 2대 간룡(幹龍), 그리고 거기에서 가지쳐 나간 수많은 지룡(枝龍)들의 무한한 풍수역량을 충분히 헤아리게 된다. 영남 뭇산들의 조종산(祖宗山)은 단연 태백산과 소백산이다. 산의 크기 나 위치로 봐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역할상 영남에서 가장 중요한 산이 라는 말이다. 풍수에서는 산의 내맥(來脈)과 그 역할론이 크게 강조될 때 가 있다. 명산은 위로는 어버이 산을 도우고 아래로는 자식되는 산을 만들 때 비로소 그 용맥 계보를 제대로 갖추었다고 본다. 때문에 기를 단지 소 모하는 산보다는 기를 한껏 모아 돋우어 주는 산을 진정한 명산으로 친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바로 그같이 기를 북돋워주는 풍수 명산이다. 이 양백(兩白) 명산은 백두대간의 허리부분에 위치하여, 이리저리 뻗어 나가 소진된 기를 다시 크게 모으고 돋운 후 백두대간의 허벅다리에다 속 리산, 황악산, 덕유산 등을 일으키고 동쪽의 낙동정맥상에는 백암산, 주왕 산, 가지산 등을 일으킨다. 그렇다고 용맥의흐름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산 또한 어버이 산을 닮아 제각기 자기 지역의 조종산 역할 을 하면서 사방으로 지맥을 뻗어 여기저기에 직계 혈통의 서기어린 명산들 을 솟구쳐 놓는다. 개화기때 이 땅을 다녀간 서구의 어떤 선교사가 그런 지세에 대해, 가도 가도 산과 골짜기 뿐이니 마치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하였다지만,어디 우리네 정서야 그렇던가. 산마다 풍수지리 계보를 정 해놓고, 그런 산의 위호를 받으며, 그런 산과 동고동락해 온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산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산은 아니다. 속리나 가야같이 아름다운 돌 로 치장한 산이 있는가 하면, 태백이나 소백같이 그저 뭉글뭉글한 육산(肉 山)으로서 웅건한 기상을 물씬 풍기는 산도 있다. 특히 양백 명산은 산허 리 위로 바위가 없는 까닭에 그 웅장함에 비해 전혀 살기(殺氣)를 띠지 않 는다. 오히려 중후하면서도 한없이 인자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조선 명종조의 명풍수 격암 남사고는 소백산을 보고서는 갑자기 말에서 내려 넙죽 절을 하면서 "이 산은 정녕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나중에 임진.병자의 양란을 겪게 되면서 이른바 백성들의 피란 보신 (保身)을 위한 십승지(十勝地) 풍수설이 맹위를 떨친 적이 있는데, 공교롭 게도 '정감록'에 제시된 십승지의 과반수 이상이 바로 영남을 경계짓는 백 두대간 산줄기 안에 집중돼 있다. 일제 식민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런 삶을 피해 십승지로 끊임없 이 이동한 사실까지 감안하면, 영남의 울타리를 이루는 용맥은 그야말로 우리 역사상 어려웠던 시기마다 민초들을 감싸안고 숨기면서 후일을 기약 케 하는 별외의 세계 역할을 해주었던 셈이다. 손바닥만한 밭뙈기와 산골짝의 세찬 바람만 있는 십승지를 어찌 사람이 살만한 터전이라 할 수 있으랴마는, 산외(山外)의 길지들이 모두 그같은 산내(山內)로부터 비롯된다고 여겨지는 까닭은 오로지 산기(山氣)의 증좌 물인 물줄기 때문이다. 산은 계류를 낳고, 계류는 여럿 모여 하천과 강을 만들고, 또 그 하천과 강은 삶터 명당을 낳는다. 영남의 크고 작은 도회지 와 마을들은 동해안 쪽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낙동강이나 그 지류를 끼 고 발달해 있다. 낙동강 본류상의 안동과 구미, 남원천의 영주, 내성천의 봉화와 예천, 영강의 점촌, 감천의 김천, 대가천과 회천의 성주와 고령, 황강의 합천, 남강의 진주, 반변천의 영양, 용전천의 청송, 위천의 군위와 의성, 금호강 의 영천과 대구, 청도천의 청도, 밀양강의 밀양 등과 각 강줄기의 적소(適 所)마다 고즈넉이 들어앉아 있는 고만고만한 마을들을 생각해 보라. 이들 은 하나같이 산을 등지고 하천에 면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산줄기와 강줄기가 서로 얼싸안고 빙 둘러싼 산수환포(山水環抱)의 명당, 이 하천과 저 하천이 서로 만나 한껏 더 기를 북돋우는 합수(合水) 명당,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와 물 흐르는 형세가 마치 옷깃과 허리띠 같은 산하 금대(山河襟帶)의 명당, 뿌리 뫼로부터 상당히 먼거리를 달려온 산줄기가 그 맥을 끝맺는 지점에 넓은 들판이 열려 있고, 또 그 위로 강물이 유유히 굽이쳐 흐르는 산진수회(山盡水回)의 명당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낙동강은 예나 지금이나 영남땅의 대동맥이자 영남인의 젖줄이다. '대동 맥'이란 인체의 피와 같은 강물이 쉼없이 흘러야 땅 전체가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고, '젖줄'이란 기가 살아있는 깨끗한 강물이 흘러야 사람을 위시한 만물이 생명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산이 푸르면 강물도 넉넉하고, 강물이 깨끗하면 사람의 기도 맑아진다. 산은 곧 물이요, 물은 곧 사람이다. 이제 우리 영남인은 영남의 뭇산과 낙동강의 건강상태가 바로 우리 자신 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변화하고 사람들의 가 치관이 달라졌으니 영남의 산하도 그 본래의 모습이 바뀌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람이 살기좋은 풍수 명당은 어디까지나 건강 한 산과 강, 그리고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 한 핏줄, 한 몸체로 어우러지 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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