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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序) 도은 이선생 숭인 문집 서(陶隱李先生崇仁文集序) -권근-

장안봉(微山) 2013. 5. 28. 23:11

서(序) 
 
 
도은 이선생 숭인 문집 서(陶隱李先生崇仁文集序)
 

문장은 세도(世道)를 따라 오르고 내리니, 이것은 대개 기운의 성(盛)하고 쇠(衰)한 데 관계되는 것이어서 서로 더불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왕왕 특이하게 뛰어난 재주가 세상을 따라 휩쓸려 넘어가지 않고 예전 사람의 문장을 압도하고 독보적인 사람이 있다. 옛적에 초(楚) 나라의 굴원(屈原)과 진(晉) 나라의 도연명(陶淵明) 같은 이는 비록 그 나라의 운수가 쇠퇴해 가는 때에 났어도 그 문장은 더욱더 떨치고 일어서서 활짝 피어난 광채가 있었고, 또 그 절의(節義)의 늠름함은 곧장 가을 하늘과 높은 것을 다투어서 넉넉히 만세토록 신하된 사람의 공경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킬 만하고 인륜과 세교(世敎)에 대한 공이 몹시 크니, 단지 문장만을 숭배할 것이 아니다.
성산(星山) 도은(陶隱) 이선생은 고려 말년에 태어났다. 타고난 자질이 영특하고 학문이 정하고 풍부하였으니, 염락(廉洛)의 성리(性理)의 학설을 바탕으로 하여 경(經)ㆍ사(史)ㆍ자(子)ㆍ집(集)과 백가(百家)의 글을 철저히 연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조예가 아주 깊고 식견이 몹시 높아 뚜렷이 정대(正大)한 위치에 섰으며, 부처의 학설과 노장(老莊)의 학문까지도 연구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그 옳고 그른 것을 연구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문장을 다룸에는 고고하고 아담하며 탁월하고 치밀하였으며, 고율(古律)과 병려(倂儷)까지도 모두 절묘한 지경에 이르러 정연한 법도가 있었다.
한산(韓山) 목은(牧隱) 이 문정공(李文靖公)이 매양 경탄하기를, “이분의 문장은 중국에서 찾아보아도 어느 세대고 쉽사리 볼 수 없으며, 우리 동방에서는 글하는 선비가 있은 뒤로 그와 비교할 사람이 거의 없다.” 하였다. 일찍이 사명을 받들고 두 차례나 중국에 갔었는데, 중국 선비들이 글을 보고 만나 이야기한 사람이면 탄복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래서 예장(豫章) 사람 주탁(周倬)과 오흥(吳興) 사람 장부(張溥)와 가흥(嘉興) 사람 고손지(高巽志) 같은 이가 서(序)와 발(跋)을 지어 그 문장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단지 한 나라에서만 중하게 여기고, 한때에만 울리고 말 뿐이겠는가. 참으로 예전 사람의 문장을 압도하고 독보적인 사람이라 할 만하다.
고려가 생긴 지 5백 년에 백성을 잘 기르고 잘 가르쳤으므로 많은 인재와 아름다운 문헌(文獻)이 거의 중화(中華)와 비교할 만하기는 하지만, 세상에 이름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목은의 풍부한 것과 도은의 아담한 것이 있을 뿐이다. 운수가 쇠해 가는 말엽에 와서 그 문장이 더욱 떨치고 나타났으니, 이것은 반드시 수백 년 동안 잘 길러온 은택이 결국 여기서 뭉쳐 끝을 맺은 것인가 보다.
우리 조선에 와서 왕업(王業)이 한창 잘 되어 나가는데 선생이 시골로 내려가 있으니, 우리 태상왕(太上王)이 천명(天命)을 받은 뒤에 그 재주를 사랑하여 장차 불러 쓰려 하는데, 선생이 졸(卒)하였으니, 기막히고 아까운 노릇이다. 선생이 일찍이 성균관(成均館)의 시관(試官)이 되었는데, 지금 우리 주상전하가 그때 잠저에 있으며 그 과거에 뽑혔다. 임금이 된 뒤에 매양 경연에 나오기만 하면 감반(甘盤) 의 예전 의(誼)를 생각하여 다시 벼슬을 높여 주었다. 그 두 아들이 좋은 벼슬에 있으므로 또 명령으로 그 유고(遺稿)를 발간하여 그 이름이 없어지지 않게 하였으니, 그 선생님을 높이 대우하고 문헌을 존중히 여기며 절의를 포장하는 것이 더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한 가지 일을 가지고 몇 가지 훌륭한 일이 한꺼번에 생겼으니, 우리 전하가 이런 일에 생각을 둔 것이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신(臣) 근(近)이 명령을 받고 감히 사양할 수 없어 대강 이 말을 써서 서(序)로 한다.


[주D-001]감반(甘盤) : 은 고종(殷高宗)의 스승이었는데, 고종이 천위(踐位)한 후 정승을 삼았다. 그리하여 후에는 즉위하기 전의 임금의 스승을 감반이라 한다

출처 : ▒ 한 산 草 堂 ▒
글쓴이 : 천하한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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