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목은 선생 문집 서문[牧隱先生文集序]
문사(文辭)는 덕(德)이 밖으로 나타난 것이다. 화순(化順) 한 기운이 쌓여 영화로움이 드러나는 것은 가릴 수가 없다. 대체로 문사는 정치와 교화로 더불어 서로 유통되는 것이어서 치란의 시대에 따라 인하여 그 소리가 슬프고 즐거움의 다름이 있으니, 모두 그 성정(性情)에 있는 것을 시로 읊어서 그 속에 쌓인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체제가 세도(世道)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그 음절이 풍토를 따라 변천하는 것이다. 진실로 삼광 오악(三光五嶽)의 신령한 기운을 타고나서 음양이 합했다 떨어졌다 하는 이치를 통찰하고 사물의 무궁한 변화를 환하게 아는 자가 있으면, 그 문장의 웅장하고 전아하며 오묘하고 정화(精華)한 것이 천지의 원기(元氣)를 짝하고 우주의 조화와 같을 수 있으니, 세대의 강쇄(降殺)하는 것과 풍속의 변천되는 것이 무슨 근심할 것이 있겠는가. 한산(韓山) 목은 선생이 이 세상에 나오면서 학문을 좋아하여 널리 듣고 기억력이 뛰어나 중국에 들어가서 벽옹(?雍 국학)에 편입되어 3년 만에 졸업하였으니, 그 학문이 넓고 깊고 높고 커서 완전히 자득하였다. 중국의 높은 과거에 뽑혀서 좋은 벼슬에 있다가 영광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와서 곧 본국에서 벼슬하여 40여 년 간 여러 벼슬을 지냈고 벼슬이 시중(侍中)에 이르렀다. 사문(斯文)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국가의 모든 사명(辭命)과 제(制) ㆍ 교(敎) ㆍ 명(銘) ㆍ 송(頌)의 글은 반드시 공이 맡았고, 또 사문을 흥기시키는 것을 자기 책임으로 생각하며 후진을 교육해서 조금도 게으른 빛이 없었고, 대의(大義)를 설명하고 은미한 말을 분석하며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하게 알아듣게 하였으니, 우리 동방의 성리(性理)의 학문이 이때부터 밝게 되었다. 공이 다섯 차례나 지공거(知貢擧)로 있어서 당대 명사(名士)들이 모두 그의 문하에서 나왔고, 또 여러 해 동안 병으로 벼슬에서 쉬고 있을 때에 여러 손님들을 만나 보는데 아무리 이단자라 하여도 찾아오면 쫓지 않았고, 사대부의 산소 앞에 세우는 비문과 잔치하고 전송하는 글에서부터 중이나 기타 이단에 대한 글까지도 지어 달라면 곧 승낙하고, 붓을 대면 물이 흘러가듯 하니 처음에 생각하지 않고도 지극히 오묘한 지경에 이르고 겸하여 사실을 조리있게 총괄하여 뚜렷이 대가(大家)가 되었으니, 시(詩)와 문(文) 70권이 있다. 그 문장의 왕성하고 풍부한 것은 이른바 참으로 천지의 원기를 짝하고 우주의 조화와 같다는 것이다. 하루는 그 막내아들 사헌 집의(執義) 종선(種善)이 와서 내게 말하기를, “선군(先君)의 유고를 목판에 새기는 것이 거의 끝나게 되었으니, 자네가 서문을 지어 달라.”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나는 공의 문하에 다니던 객이다. 공이 알아주셨지만 원래 나의 학술이 너무 소략하여 보답할 길이 없는데, 더군다나 감히 함부로 그분 문집에 서문을 지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공이 중국 예부(禮部)에서 과거 볼 때에 대사도(大司徒) 구양문공(歐陽文公)이 크게 칭찬하고 장원으로 뽑았으니, 그것은 반드시 뜻이 같고 기운이 합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글을 평론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뜻이 웅장하고 문사(文辭)의 섬세한 것이 마치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천둥과 번개가 번쩍번쩍하며 비와 우박이 한꺼번에 쏟아지다가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그치면 파란 하늘이 깨끗이 씻어 놓은 것 같아서 그 기이하고 위대하여 평범하지 않다’ 하였으니, 만약 이 사람으로 하여금 공의 문집을 보게 하였으면, 응당 똑같은 평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의리(義理)는 위로 장자(張子) ㆍ 정자(程子)의 계통을 이었고, 문사는 아래로 소동파 ㆍ 황정견을 내려다 본다고 한 것은 호정(浩亭) 서문에서 모두 말하였고, 넓고 넓어 강하(江河)가 바다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한 것은 양촌(陽村) 서문에 모두 나왔으니, 내가 무엇을 덧붙일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주D-001]삼장(三長) : 역사가가 되는데 필요한 세 가지 장점. 재지, 학문, 식견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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