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
한씨 사자 명자 설(韓氏四子名字說)
한첨서(韓簽書) 공이 그 네 아들의 이름을 짓고 또 자(字)를 지었다. 옛사람은 아들을 서로 바꾸어서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친구인 한산(韓山)의 이색(李穡)으로 하여금 그 의의를 설명하라 하였다. 색(穡)은 감히 사양하지 못하였다. 상환(尙桓)에 대하여 서경에 이르기를, “씩씩함〔桓桓〕을 숭상한다.” 하였으니, 용기를 내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한 것이다. 사람이 학문을 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용기가 앞서는 것이다. 《중용(中庸)》에서는 지(知)ㆍ인(仁)ㆍ용(勇)을 세 가지의 통용할 수 있는 덕이라하여 용기를 그 끝에 두었으나, 지혜와 인을 극치에 도달하게 하며,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유지하며 모든 물건을 육성시키게 하는 힘은 용기이다. 지혜는 용기가 아니고서는 선택하지 못할 것이고, 인도 용기가 아니면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굳세도다, 씩씩함이여.” 라는 말로 이를 찬미하였다. 상환(尙桓)에게 백환(伯桓)이라고 자를 지은 것에 대하여 그 의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상질(尙質)에 대하여는 그 근본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논어》에 이르기를, “문채가 바탕을 이기면 너무 화려하고, 바탕이 문채를 이기면 너무 속되다.” 하였다. 바탕은 꾸밈새의 근본이다. 그런데 꾸밈새가 너무 지나친 지가 오래되었다. 온화한 미와 충신한 독실함이 없어지고 드러나지 않아, 비록 좋은 바탕이 있을지라도 다같이 타락하여 유행하는 세속에서 헤어나는 사람이 없으니, 꾸밈새의 폐해가 극단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오직 꾸밈새만을 숭상하여 혹은 그 근본은 잃어버리고 그 지엽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비록 한쪽으로 치운친 듯 하더라도 바탕을 중히 여기는 것이 낫다. 상질의 자를 중질(仲質)이라 하였으니 그 의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상경(尙敬)에 대하여는 그 마음속에 주장하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여, 3백 가지의 예의(禮儀)와 3천 가지의 예모(禮貌)에 대하여 공경이라는 말을 첫머리에 두었으니, 곧 요전(堯典)에서 ‘공경한다’는 말을 먼저 쓴 것과 같은 뜻이다.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공경함에서 출발하여 뜻을 진실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데에 이르며, 정치하는 사람은 공경함에서 출발하여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것이다. 부부간에 서로 공경한 사실을 역사에서 또 이를 기록하였으니, 농사를 짓는 들판에서도 공경이 없어서는 안될 터인데, 하물며 조정과 향당에서이겠으며 하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이겠는가. 하늘을 섬기며 천제께 제사를 지내 사방의 신을 감동하게 하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상경의 자를 중경(仲敬)이라 하였으니, 그 의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상덕(尙德)에 대하여는 마음으로 힘써 잃지 않기를 강조하였다. 《서경》에 이르기를, “능히 덕(德)을 밝힌다.” 하였다.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나서 모든 이치를 갖추고 모든 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본래부터 타고난 선(善)이다. 기질이 이를 구속하기도 하며 물욕이 이를 가리우기도 하니, 여기에서 그것을 잃게 된다. 이것을 하늘에서 타고나서 이것을 자기에게서 잃어버리니, 그러므로 이를 허위(虛位)라 한다. 그러나 그 본연의 자체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순간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굳게 지키며 이것을 확충시키는 것은 곧 나에게 있는 것이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낳을 때부터 갖추어있는 것이 덕이고, 잃었다가도 다시 찾는 것이 덕이다. 상덕(尙德)의 자를 계덕(季德)이라 하였으니 그 의의를 생각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용(勇)으로 그 본뜻을 전일하게하며, 질(質)로 근본을 삼으며, 경(敬)으로 주장을 삼으며, 덕(德)으로 그 하늘에서 타고난 것을 지키면, 한씨(韓氏)의 형제는 곧 그 선조에 대하여 욕됨이 없을 것이다. 부디 노력할지어다. 부디 노력할지어다.
[주D-001]한첨서(韓簽書) : 첨서는 벼슬 이름. 곧 한 수(韓脩)임. 자는 맹운(孟雲), 호는 유항(柳巷)이며 벼슬이 판후덕부사(判厚德府事)에 이르렀고, 수충찬화공신(輸忠贊化功臣)으로 상당군(相當君)에 봉하였고 특히 글씨에 뛰어 났음.
[주D-002]공경한 사실 : 춘추시대 희공(僖公) 33년에 진(晋)의 각결(?缺)이 들에서 밭을 매는데 그 아내가 점심을 가져왔다. 각결은 그 아내를 대하기를 손님처럼 공경하였으므로 지나다가 이것을 본 구계(臼季)라는 사람이 그를 진문공(晋文公)에 추천하여 대부(大夫)를 삼았다.《좌전》
[주D-003]허위(虛位) : 한유(韓愈)의 〈원도(原道)〉에 “도와 덕은 빈 자리이다〔道與德爲虛位〕.”라 한 것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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