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의 한철학과 사상
- 원효와 의상의 한철학 이은 유학자-
<백운화상어록>의 서문을 쓴 목은선생 이색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드믄 것 같아서 “고승들의 선시”라는 이름의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목은선생의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목은 이색( 牧隱李穡: 1328~1396)은, 일반적으로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더불어 고려말기 사회에서 고려삼은(高麗三隱)으로 불렸던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한국철학에 있어서 목은선생이야 말로 종산(宗山)이라고 할 만한 어른이십니다.
신라의 원효성사와 의상조사가 외래종교인 불교의 경전을 우리 겨레 조상 전래의 한철학을 바탕으로 해석하여,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대승불교로 승화시킨 것 처럼, 목은선생은 외래의 학문인 주자의 성리학을 우리의 한철학을 바탕으로 다시 해석하여 제자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조선사회 오백년의 사상계를 이끌어 간 많은 학자들의 종조(宗祖)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목은 철학의 바탕은 천인무간설(天人無間說)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천인무간 天人無間이란, 하늘과 사람이 다른 둘이 아니라 하나 라는 뜻으로, 이는 태고로부터 우리 겨레가 하늘로부터 받아 간직해 온 <천부경>에 나타나고 있는 <한사상>의 요체입니다.
우리의 고유한 한사상에 정통했던 목은선생은 그 사상의 전개를 천부경 첫머리에 나오는 “하나가 셋으로 나뉘어 나툰다 一析三”는 가르침을 따라 다음의 세 갈래로 구현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나, 하늘과 사람이 원래 하나였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 세계에서 본디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지극한 수양철학(修養哲學)을 내세웠습니다.
둘, 그 수양철학으로부터 본디의 모습인 한님의 나라, 즉 현실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려는 열망을 갖는 정치실천철학(政治實踐哲學)을 내보였습니다.
셋, 목은선생이 살고 있던 시대의 사상적 배경을 이룬 불교와 도교 등의 제 종교를 하나로 융합하는 초탈원융철학(超脫圓融哲學)을 역설했습니다.
이러한 목은철학의 세 가지 모습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실은 우리 한철학의 전통적인 사유체계에 의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방법론에 충실한 논리에 의한 것으로서, 천인무간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을 뿐입니다.
이 목은철학의 세 가지 모습으로 말미암아 뒷날 조선의 성리학은 세 가지의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며 전개되었습니다. 수양철학의 흐름은 양촌 권근, 회재 이언적을 거쳐 퇴계 이황에 이르러 꽃을 피웠고, 정치실천철학은 정암 조광조를 거쳐 율곡 이이에 이르러 꽃을 피웠으며, 초탈원융철학은 매월당 김시습, 화담 서경덕을 거쳐 남명 조식에 이르러 꽃을 피웠습니다.
좀 더 쉽게 목은선생의 천인무간설을 설명하자면, 하늘과 내가 간격이 없는 하나라면, 남들도 하늘과 하나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고로 나와 남은 하나인 존재가 됩니다. 이것이 목은선생의 만물일체사상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삶에서는 투쟁이나 전쟁이 상시 벌어지게 마련이고, 인간은 그 속에서 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설사 공생의 방법을 찾아 공생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긴장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긴장과 투쟁이 없는 완전한 평화는 남과 내가 하나가 될 때 가능합니다. 그런 상태가 진정한 평화이고 상생입니다.
목은선생은 그런 사회를 꿈꾸며 우리 겨레의 선험의식 가운데 흐르고 있는 한사상으로 주자의 치세론이며 정치윤리인 성리학을 재해석하여 제자들을 길러냈던 것입니다.
실로 목은선생이 없었더라면, 퇴계, 율곡, 화담, 남명의 높은 학문의 성취도 없었을 것이라고 글쓴이는 생각합니다.
목은선생의 스승은 우리가 국사교과서에서 배운 바 있는 성리학자 익제 이제현이었으며, 선생의 직계제자 가운데 삼봉 정도전, 남은, 조준 등은 목은선생이 정립한 성리학의 정치실천철학을 구현할 새로운 왕조의 개창을 꿈꾸며, 이성계의 유혈혁명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선생은 이들 제자들의 역성혁명 가담에 반대하여 고려왕조의 개혁을 역설했고, 그때문에 제자들은 혁명가담파와 절의파로 나뉘었습니다.
조선 개국 후 태조 이성계는 선생의 학문을 높이 여겨, 예를 다하여 출사(出仕)를 요청하였으나, 선생은 끝내 고사하고 망국의 사대부는 오로지 해골을 고산(故山)에 파묻을 뿐이라 하며 은거했습니다.
선생의 저서로 〈목은유고〉·〈목은시고〉 등이 있고, 시호는 문정공(文靖公)입니다.
선생이 이성계 일파의 전횡으로 말미암은 고려왕조의 멸망을 눈앞에 두고 애통해 하며 하며 부른 시조와 대동강 부벽루를 유람하며 읊은 한시(漢詩)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온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엿는고
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뜻풀이>
고려왕조(백설)가 점점 쇠퇴하는 골짜기에 이성계 일파(구름)의 기세가 험악하구나(머흐레라)
고려왕조의 충신들(매화)은 어디에 있는가
나라가 기울어질 무렵(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해매노라.
浮碧樓 부벽루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오래된 바위 위로 천 년의 구름 흐르네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인마는 떠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르고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하늘자손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長嘯倚風嶝 장소의풍등 바람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긴 휘파람 부니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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