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스크랩] 채근담(萬曆本) 後集完譯 ( 51~ 100 )

장안봉(微山) 2013. 4. 13. 10:19

 

051.  髮落齒疎,任幻形之彫謝。
     발락치소,  임환형지조사.

      鳥吟花笑,識自性之眞如。
     조음화소, 식자성지진여.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듬성듬성해지는 것은 헛된 육신의 시들어짐에 맡겨 두라.
새의 노래와 꽃의 웃음에서 본성의 변함 없는 진리를 배우도록 하라.
 
 
 


052.  欲其中者,波沸寒潭,山林不見其寂。
     욕기중자, 파비한담,  산림불견기적.

      虛其中者,凉生酷暑,朝市不知其喧。
     허기중자, 양생혹서,  조시부지기원.

     마음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도 물결이 끓어오르니 산 속에서도 그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빈 사람은 혹심한 더위에서도 서늘함이 일어나니 시장에 있어서도
그 시끄러움을 알지 못하느니라.
 
 
 

053.  多藏者厚亡,故知富不如貧之無慮。
     다장자후망, 고지부불여빈지무려.

      高步者疾顚,故知貴不如賤之常安。
     고보자질전, 고지귀불여천지상안.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잃는다. 그러므로 부유한 것이 가난하면서도 걱정 없음만
못한 것을 알 수 있도다. 높은 곳을 걷는 사람은 빨리 넘어진다. 그러므로 고귀한 것이
천하면서도 언제나 편안한 것만 못함을 알 수 있도다.
 
 
 


054.  讀易曉窓,丹砂硏松間之露。
     독역효창, 단사연송간지로.

      談經午案,寶磬宣竹下之風。
     담경오안, 보경선죽하지풍.

     새벽 창가에서 w역을 읽다가 소나무 이슬로 붉은 먹을 갈며, 한낮 책상 앞에서
 불경을 담론하다가 대숲 바람결에 경쇠를 울리노라.
 
 
 

055.  花居盆內,終乏生機。鳥入籠中,便滅天趣。
     화거분내,  종핍생기. 조입롱중, 변감천취.

      不若山間花鳥,錯集成文,翶翔自若,自是悠然會心。
     불약산간화조,  착집성문, 고상자약,  자시유연회심.

     꽃이 화분 속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를 잃고 새가 조롱 속에 들면 곧 자연스런 멋이 줄어드니,
산 속의 꽃과 새가 한데 모여 문채를 이루고 마음껏 날아올라 스스로 한가롭게 즐거워함만
못하도다.
 
 
 


056.  世人只緣認得我字太眞,故多種種嗜好, 種種煩惱。
     세인지연인득아자태진, 고다종종기호, 종종번뇌

      前人云,󰡔��不復知有我,何知物爲貴?󰡕��
     전인운,  부부지유아,  하지물위귀

      又云,󰡔��知身不是我,煩惱更何侵?󰡕�� 眞破的之言也。
     우운,  지신불시아,  번뇌갱하침,  진파적지언야.

     세상 사람들은 오직 ‘나’라는 글자를 지나치게 참된 것으로 아는 까닭에 온갖 기호와
온갖 번뇌가 허다히 일어난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있음도 또한 알지 못하는데 어찌 물건 귀한 것을 알겠는가’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 몸이 내가 아님을 안다면 번뇌가 어찌 다시 침입하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진리를 간파한 말이로다.
 
 
 


057.  自老視少,可以消奔馳角逐之心。
     자로시소, 가이소분치각축지심.

      自瘁視榮,可以絶紛華靡麗之念。
     자췌시영, 가이절분화마려지념.

     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바라본다면 바쁘게 달리고 서로 다투는 마음을 없앨 수 있을 것이요,
 영락한 눈으로 화려함을 바라본다면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각을 끊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니라.
 
 
 


058.  人情世態,倏忽萬端,不宜認得太眞。
     인정세태, 숙홀만단,  불의인득태진.

      堯夫云,
     요부운,

      󰡔��昔日所云我,而今却是伊,不知今日我,又屬後來誰󰡕��。
      석일소운아,  이금각시이, 부지금일아, 우속후래수.

      人常作是觀,便可解却胸中罥矣。
     인상작시관, 변가해각흉중매의.

     인정과 세태는 삽시간에 만 가지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진리라고
여기지 말라. 소옹이 이르기를 ‘어제 내 것이라고 하던 것도 오늘 도리어 저의 것이 되었으니,
 알지 못하겠구나, 오늘 내 것이 또 내일 뉘 것이 될지!’라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관점을 지닌다면 문득 가슴속의 얽매임을 풀 수 있게되리라.
 
 
 


059.  鬧中,著一冷眼,便省許多苦心事。
      열뇨중,   착일랭안,  변성허다고심사.

      冷落處,存一熱心,便得許多眞趣味。
     냉낙처, 존일열심,  변득허다진취미.

     바쁘고 시끄러운 속에서도 한 번 냉정한 눈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괴로운 심사를 줄일 수
있으리라. 어렵고 쓸쓸한 처지에서도 하나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참다운
취미를 얻게 되리라.
 
 


060.  有一樂境界,就有一不樂的相對待。
     유일락경계, 취유일불락적상대대.

      有一好光景,就有一不好的相乘除。
     유일호광경, 취유일불호적상승제.

      只是尋常家飯, 素位風光,纔是個安樂的窩巢。
     지시심상가반, 소위풍광, 재시개안락적와소.

    한편에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다른 한편에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서 서로 상대를 이루고,
한편에 좋은 광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한편에 좋지 못한 광경이 있어서 서로 엇비기느니라.
오직 언제나 집에서 먹는 평범한 식사와 벼슬 없는 생활이 하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로다.
 
 
 


061.  簾櫳高敞,看靑山綠水呑吐雲煙,識乾坤之自在。
     염롱고창,  간청산록수탄토운연, 신건곤지자재.

      竹樹扶疎,任乳燕鳴鳩送迎時序,知物我之兩忘。
     죽수부소, 임유연명구송영시서, 지물아지량망.

     발을 높이 걸고 창문에 기대어 청산 녹수가 구름과 안개를 머금고 토하는 것을 보노라면
천지의 자재(自在)함을 알 수 있고, 대나무와 수풀 우거진 곳에 새끼 친 제비와 우는
산비둘기가 시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것을 보노라면 외물과 내가 모두 잊혀짐을 알게 되리라.
 
 
 


062.  知成之必敗,則求成之心,不必太堅。
     지성지필패, 즉구성지심,  불필태견.

      知生之必死,則保生之道,不必過勞。
     지생지필사, 즉보생지도,  불필과로.

     이루어진 것은 반드시 무너지게 됨을 알면 이루려 하는 마음이 반드시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곧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
 
 
 


063.  古德云,󰡔��竹影掃階塵不動,月輪穿沼水無痕󰡕��。
     고덕운,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水流任急,境常靜,花落雖頻,意自閒󰡕��。
     오유운,  수류임급,  경상정,  화락수빈, 의자한. 

      人常持此意,以應事接物,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고 했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흐르는 물이 급하여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하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뜻을 가지고서 사물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자유롭지 않으리.
 
 
 
 

064.  林間松韻, 石上泉聲,靜裡聽來,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際烟光, 水心雲影,閒中觀去,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숲 사이 솔바람 소리, 바윗돌 위 샘물 소리를 고요한 속에서 듣노라면
천지의 자연스러운 움악임을 알 수 있고, 초원의 안개 빛, 물 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한 가운데 바라보노라면 천지의 제일가는 문장임을 알 수 있도다.
 
 
 
  

065.  眼看西晉之荊榛,猶矜白刃。身屬北邙之狐兎,尙惜黃金。
     안간서진지형진, 유긍백인.  신속북망지호토, 상석황금.

      語云,󰡔��猛獸易伏,人心難降。谿壑易滿,人心難滿󰡕�� 信哉!
     어운,  맹수이복,  인심난항, 계학이만,  인심난만, 신재.

     눈으로 서진의 가시밭을 보면서도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 차지인데도 오히려 황금을 아낀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쉽게 굴복시킬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가 어렵고,
산골짜기는 쉽게 메울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고 하였으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066.  心地上,無風濤,隨在皆靑山綠水。
     심지상,  무풍도, 수재개청산록수.

      性天中,有化育,觸處見魚躍鳶飛。
     성천중, 유화육,  촉처견어탁연비.

     마음에 풍파가 없으면 어디에 있으나 다 청산 녹수이고, 천성 속에 화육(化育)함이 있으면
가는 곳마다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솔개가 날아다님을 볼 수 있으리라.
 
 
 
 

067.  峨冠大帶之士,
     아관대대지사,

      一旦睹輕簑小笠,飄飄然逸也,未必不動其咨嗟。
     일단도경사고립, 표표연일야,  미필부동기자차.

      長筵廣席之豪,
     장연광석지호,

      一旦遇疏簾淨几,悠悠焉靜也,未必不增其綣戀。
     일단우소렴쟁궤,  유유언정야, 미필부증기권련.

      人奈何驅以火牛,誘以風馬,而不思自適其性哉?
     인내하구이화우, 유이풍마, 이불사자적기성재.

     높은 관에 넓은 띠를 두른 선비라도, 한 번 가벼운 도롱이와 작은 삿갓을 쓰고
은일(隱逸)한 이를 보면 반드시 탄식을 발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자리에 넓은 방석의
부호라도, 한 번 성긴 발 깨끗한 책상에 유연하고 고요한 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람들은 어찌하여 화우(火牛)로써 몰아치고
풍마(風馬)로써 꼬일 줄은 알면서도 그 본성에 자적함은 생각하지 않는가.
 
 
 
 


068.  魚得水逝,而相忘乎水。鳥乘風飛,而不知有風。
     어득수서, 이상망호수,  조승풍비, 이부지유풍.

      識此,可以超物累,可以樂天機。
     식차,  가이초물루, 가이락천기.

     고기는 물을 얻어 헤엄치지만 물을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안다면 가히 외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하늘의 작용을 즐길 수 있으리라.
 
 
 
 


069.  狐眠敗砌, 兎走荒臺,盡是當年歌舞之地。
     호면패체, 토주황대, 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烟迷衰草,悉屬舊時爭戰之場。
     노랭황화, 연미쇠초, 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强弱安在? 念此,令人心灰。
     성쇠하상, 강약안재,  염차, 영인심회.

     여우는 무너진 돌계단에서 잠자고 토끼는 황폐한 누대에서 달리니, 이 모두 지난날의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로다. 이슬은 국화에 떨어져 차갑고 안개는 시든 풀 속에 어지러우니
다 옛날의 전쟁하던 마당이로다. 성하고 쇠함이 어찌 늘 같으며 강하고 약함은 어디에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싸늘한 재와 같이 되는도다.
 
 
 


070.  寵辱不警,閒看庭前花開花落。
     총욕불경, 한간정전화개화락.

      去留無意,漫隨天外雲卷雲舒。
     거류무의, 만수천외운권운서.

      晴空朗月,何天不可翶翔而飛蛾獨投夜燭?
     청공랑월, 하천불가고상이비아독투야촉.

      淸泉綠卉,何物不可飮啄而鴟鶚偏嗜腐鼠?
     청천록훼, 하물불가음탁이치효편기부서.

      噫! 世之不爲飛蛾鴟鶚者幾何人哉?
     희! 세지불위비아치효자기하인재.

     영욕에 놀라지 않으며 한가로이 뜰 앞에 꽃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무심히 하늘 밖에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맑은 하늘 밝은 달에 어느 하늘엔들 날아오르지 못하겠는가마는 부나비는 홀로
밤 촛불에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에 어느 물건인들 먹지 못하겠는가마는
올빼미는 오로지 석은 쥐고기만을 탐내는구나.
아! 이 세상에 부나비나 올빼미 같지 않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되리오.
 
 
 
 
 

071.  纔就筏,便思舍筏,方是無事道人。
     재취벌, 변사사벌,  방시무사도인.

      若騎驢,又復覓驢,終爲不了禪師。
     약기려,  우부멱려, 종위불료선사.

 겨우 뗏목에 오르자마자 곧 뗏목 버릴 생각만 한다면 바야흐로 그는 무사도인일지나,
만약 나귀를 타고도 또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한 선사가 되리라.
 
 
 
 

072.  權貴龍驤, 英雄虎戰,以冷眼視之,如蟻聚羶,如蠅競血。
     권귀룡양, 영웅호전, 이랭만시지,  여의취전, 여승경혈.

      是非蜂起, 得失蝟興,以冷情當之,如冶化金,如湯消雪。
     시비봉기, 득실위흥, 이랭정당지,  여야화금, 여탕소설.

     권세가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범처럼 싸우나, 냉정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서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맞는다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으리라.
 
 
 


073.  覇銷於物欲,覺吾生之可哀。夷猶於性眞,覺吾生之可樂。
     기쇄어물욕,  각오생지가애. 이유어성진, 각오생지가락.

      知其可哀,則塵情立破。知其可樂,則聖境自臻。
     지기가애, 즉진정립파.  지기가락, 즉성경자진.

     물욕에 얽매이면 우리 인생이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에 자적하면 우리 인생이
즐거운 것임을 깨닫게 되리니, 그 애달픔을 알면 곧 속세의 욕심이 당장 깨어지고,
그 즐거움을 알면 곧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도달하리로다.
 
 
 
 


074.  胸中,旣無半點物欲,已如雪消爐焰, 氷消日。
     흉중,  기무반점물욕, 여기설소려염, 빙소일.

      眼前,自有一段空明,始見月在靑天, 影在波。
     안전,  자유일단공명, 시견월재청천, 영재파.

     가슴속에 반 점의 물욕도 없으면 이미 집착은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 햇빛에
녹는 것과 같으리라. 눈앞에 스스로 한 조각 밝은 빛이 잇으면 언제나 달이 푸른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가 물 속에 있음을 보게 되리라.
 
 
 
 
     

075.  詩思在灞陵橋上,微吟就,林岫便已浩然。
     시사재패릉교상, 미음취,  임수변이호연.

      野興在鏡湖曲邊,獨往時,山川自相映發。
     야흥재경호곡변, 독왕시,  산천자상영발.

     시상은 패릉교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매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해 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 기슭에 있으니 홀로 걷노라면 산천이 서로 비추네.
 
 
 


076.  伏久者,飛必高。開先者,謝獨早。
     복구자,  비필고. 개선자, 사독조.

      知此,可以免蹭蹬之憂,可以消躁急之念。
     지차, 가이면층등지우,  가이소조급지념.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이것을 안다면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그로써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으리라.

 

 

 

 



077.  樹木至歸根,而後知花萼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 이후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而後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 이후지자녀옥백지무익.

     나무는 뿌리로 돌아가기에 이른 뒤에야 꽃과 가지와 잎이 헛된 영화임을 알게 되고,
사람은 관뚜껑을 덮을 때가 이른 뒤에야 자손과 재물이 무익한 것임을 알게 되리라.
 
 
 


078.  眞空,不空。執相非眞,破相亦非眞。
     진공, 불공,  집상비진, 파상역비진.

      問世尊,如何發付?
     문세존, 여하발부.

      󰡔��在世,出世。徇欲是苦,絶欲亦是苦󰡕��。聽吾儕善自修持。
      재세, 출세.  순욕시고, 절욕역시고.   청오제선자수지.

     진공은 공이 아니니, 형상에 집착함도 진실이 아니고 형상을 깨뜨림도
또한 진실이 아니니라. 묻노니, 석가는 무어라 하셨는가. ‘속세에 있되 속세를 벗어나라’
하셨으니,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음도 역시 괴로움이다.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수양을 잘하는가에 달린 것이니라.
 
 
 


079.  烈士讓千乘,貪夫爭一文。人品星淵也,而好名不殊好利。
     열사양천승, 탐부쟁일문.  인품성연야, 이호명불수호리.

      天子營家國,乞人號饔飱。位分霄壤也,而焦思何異焦聲?
     천자영가국,  걸인호찬식. 위분척양야,  이초사하이초성.

     열사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한 사나이는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이름을 좋아하는 것 역시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도다. 천자는 국가를
경영하고 거지는 조석밥을 부르짖으니, 그 직위는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마음을 애태움이 목소리를 애태우는 것과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080.  飽諳世味,一任覆雨翻雲,總慵開眼。
     포암세미,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人情,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회진인정,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의 맛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비가 되든 구름이 되든 완전히 맡겨 둘 뿐 도무지 눈뜨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사람의 정을 다 깨닫게 되면 소라고 부르든 말이라고 부르든 부르는 대로
따르고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니라.
 
 
 
 
 

081.  今人專求無念,而終不可無。
     금인전구무념, 이종불가무.

      只是前念不滯,後念不迎,
     지시전념불체, 후념불영,

      但將現在的隨緣,打發得去,自然漸漸入無。
     단장현재적수연, 타발득거,  자연점점입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로지 무념을 구하기에 힘쓰지만 끝내 무념을 이루지는 못한다.
다만 지나간 생각에 구애받지 말고 앞으로의 생각을 맞아들이지 말며, 오로지 현재의 인연을
따름으로써 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자연히 차츰차츰 무념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게 되리라.
 
 
 


082.  意所偶會,便成佳境。物出天然,纔見眞機。
     의소우회, 변성가경.  물출천연, 재견진기.

      若加一分調停布置,趣味便減矣。
     약가일분조정포치, 취미변감의.

      白氏云,󰡔��意隨無事適,風逐自然淸󰡕��,有味哉! 其言之也!
     백씨운,  의수무사적,  풍축자연청,  유미재!  기언지야

     우연히 뜻에 맞아들어야 문득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야
비로소 참다운 기틀을 보게 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손길을 가하여 새로 늘어놓으면
그 멋은 문득 줄어들리라. 백낙천이 말하기를 ‘뜻은 일이 없을 때 가장 즐겁고,
바람은 자연스럽게 볼 때 가장 맑다’고 하였으니 진시로 의미 있도다. 그 말이여!
 
 
 
  

083.  性天澄徹,卽饑喰渴飮,無非康濟身心。
     성천징철,  즉기식갈음, 무비강제신심.

      心地沈迷,縱談禪演偈,總是播弄精魂。
     심지침미, 종담선연게,  총시파롱정혼.

     천성이 맑으면 곧 배고플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면서도 심신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물욕에 잠겨 어지러우면 비록 선을 이야기하고 게송을 풀이하더라도
모두 정신을 희롱할 뿐이니라.
 
 
 
 

084.  人心有個眞景,非絲非竹而自恬愉,不烟不茗而自淸芬。
     인심유개진경,  비사비죽이자념유, 불연불명이자청분.

      須念淨境空,慮忘形釋,纔得以游衍其中。
     수념정경공, 여망형석,  재득이유연기중.

     사람의 마음에 하나의 진실한 경지가 있으니, 거문고와 피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편안하고 즐거우며 향과 차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맑고 향기롭구나. 모름지기 생각을
깨끗하게 하고 환경에 얽매이지 않으며 잡념을 잊고 형체조차 잊어버려야 곧 그 가운데에서
노닐 수 있으리라.
 
 
 


085.  金自鑛出,玉從石生。非幻,無以求眞。
     금자광출, 옥종석생.  비환, 무이구진.

      道得酒中,仙遇花裡。雖雅,不能離俗。
     도득주중, 선우화리.  수아, 불능이곡.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에서 나오니, 환상이 아니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
도를 술 가운데서 열고 신선을 꽃 속에서 만남은 비록 운치는 있으되 속됨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086.  天地中萬物,人倫中萬情,世界中萬事,
     천지중만물,  인륜중만정, 세계중만사.

      以俗眼觀,紛紛各異。以道眼觀,種種是常。
     이속안관, 분분각이.  이도안관, 종종시상.

      何煩分別? 何用取捨?
     하번분별  하용취사

     천지 가운데의  만물과 인륜 가운데의 온갖 정과 세계 가운데의 모든 일은,
속된 눈으로 보면 어지러이 각각 다르지만 깨달은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구별하며, 어찌 취하고 버릴 것이 있겠는가.
 
 
 
 


087.  神酣,布被窩中,得天地冲和之氣。
     신감, 포피와중,  득천지충화지기.

      味足,藜羹飯後,識人生澹泊之眞。
     미족, 여갱반후,  식인생담박지진.

     정신이 왕성하면 베 이불을 덮고 좁은 방 가운데에 있어도 천지의 온화한 기운을 얻으며,
입맛이 넉넉하면 명아주국에 밥을 먹은 후에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알지니라.
 
 
 


088.  纏脫只在自心。心了則屠肆糟店,居然淨土。
     재탈지재자심. 심료즉도사조점,  거연정토.

      不然,縱一琴一鶴, 一花一卉,嗜好雖淸,魔障終在。
     불연, 종일금일학, 일화일훼,  기호수청,  마장종재.

      語云,󰡔��能休,塵境爲眞境。未了,僧家是俗家󰡕��。信夫!
     어운,  능휴, 진경위진경.  미료, 승가시속가    신부

     속박과 해탈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으니, 마음에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그대로 극락이 되리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그 좋아함이 비록 맑다 하더라도 악마의 방해는 언제나 있으리라. 옛말에 이르기를
‘능히 그만둘 수 있으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진실한 말이로다.
 
 
 


089.  斗室中,萬慮都捐,說甚畵棟飛雲, 珠簾捲雨。
     두실중, 만려도연,  설심화동비운, 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唯知素琴橫月, 短笛吟風。
     삼불후, 일진자득,  유지소금횡월, 단적음풍.

     좋은 방 가운데서도 모든 걱정을 다 버리면, 어찌 ‘단청기둥에 구름이 날고 주렴을 걷고
비를 본다’는 이야기를 말할 게 있으랴, 석 잔 술을 마신 후에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다면
오직 거문고를 달 아래 비껴 타고 단적을 바람에 읊조리는 것을 알겠도다.
 
 
 
 

090.  萬籟寂廖中,忽聞一鳥弄聲,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료중, 홀문일조롱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忽見一枝擢秀,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만물의 소리  고요한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소리를 들으면 문득 온갖 그윽한 멋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홀연히 한 줄기 빼어난 꽃을 보면 문득
무한한 생기가 움직인다. 가히 천성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으며 정신은 사물에 닿아서
발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다.
 
 
 
 


091.  白氏云,󰡔��不如放身心,冥然任天造󰡕��,
     백씨운,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

      晁氏云,󰡔��不如收身心,凝然歸寂定󰡕��。
     조씨운   불여수신심, 으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收者,入於枯寂。
     방자, 류위창왕. 수자,  입어고적.

      唯善操身心的,杷柄在手,收放自如。
     유선조신심적, 파병재수, 수방자여.

    백낙천은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버린 다음 눈감고 되는 대로 맡기는 것만 못하다’
고 하였고, 조보지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서 움직이지 않고 정적으로 돌아감만
못하다’고 하였으되, 놓아 버리면 흘러넘어져서 미치광이처럼 되고, 거두어 두면 메마른
적막함에 들어갈 뿐이로다. 오직 몸과 마음을 잘 가누자면 그 자루를 손에 쥐고서 거두고
놓음을 마음대로 해야 할 것이니라.
 
 
 
 


092.  當雪夜月天,心境便爾澄徹。遇春風和氣,意界亦自冲融。
     당설야월천,  심경변이징철. 우춘풍화기, 의개역자충융.

      造化人心,混合無間。
     조화인심, 혼합무간.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마음이 문득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뜻이 또한 저절로 부드러워지니,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한데 어울려 간격이 없도다.
 
 
 
 


093.  文以拙進,道以拙成。一拙字,有無限意味。
     문이졸진,  도이졸성. 일졸자, 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 桑間鷄鳴,何等淳龐?
     여조원견폐, 상간계명, 하등순룡.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  공교중, 변각유쇠삽기상의.

     글은 졸함으로써 나아지고 도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지니, 이 졸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약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데에 이르면, 비록 교묘하기는 하지만
문득 쓸쓸한 기상이 있음을 느끼게 될 뿐이니라.
 
 
 
 


094.  以我轉物者,得固不喜,失亦不憂,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 득고불희. 실역불우,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逆固生憎,順亦生愛,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  역고생증, 순역생애,  일모변생전박.

     내가 사물을 부리는 사람은 얻어도 분래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또한 근심하지 않으니
대지가 모두 그의 노니는 곳이니라. 물건으로써 나를 부리는 사람은 역경을 미워하고
순경에 애착을 가지니 털끝만한 일에도 얽매이느니라.
 
 
 
 


095.  理寂則事寂。遺事執理者,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견사집리자,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去境存心者,如聚羶却蚋。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원리가 없으면 현상도 없으니, 현상을 버리고 원리만 잡는 것은 그림자를 없애고 형체만
머무르려 함과 같고, 마음이 없으면 외물도 없으니, 외물을 없애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것은
비린 것을 모아 놓고 쉬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으니라.
 
 
 
 


096.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 재재자적.

      故酒以不勸爲歡,棋以不爭爲勝,
     고주이불권위환,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琴以無絃爲高,
     적이무강위적,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客以不迎送爲坦夷。
     회의불기약위진솔,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跡,便落塵世苦海矣。
     약일견문니적,  변락진세고해의.

     은자의 맑은 흥취는  모두가 자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으로 이김을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함을 삼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함을 삼고,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됨을 삼고, 손님은 마중하거나 전송하지 않는 것으로 편안함을 삼는 도다.
만약 일단 겉치레에 사로잡히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득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말리라.
 
 
 
 


097.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 유하상모,  우사기사지후,  작하경색.

      則萬念灰冷,一性寂然,自可超物外遊象先。
     즉만념회랭, 일성적연,  자가초물외유상선.

     시험삼아 태어나기 이전 내 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고, 또한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싸늘해지고 본성은
고요해져서, 가히 스스로 물외에 초연하며 절대경에 놀 수 있으리라.
 
 
 
 


098.  遇病而後思强之爲寶,處亂而後思平之爲福,非蚤智也。
     우병이후사강지위보, 처란이후사평지위복,  비조지야.

      倖福而先知其爲禍之本,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其卓見乎!
     행복이선지기위화지본,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기탁견호

     병이 든 뒤에야 건강의 보배로움을 생각하고 어지러움에 처한 뒤에야 평화의 복됨을
생각함은 빠른 지혜가 아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됨을 알고, 탐욕이 생겨남이
사망의 원인이 됨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식견일지니라.
 
 
 
 


099.  優人傳粉調咮,效姸醜於豪端,俄而歌殘場罷,姸醜何存?
     우인부분조주,  효연추어호단, 아이가잔장파, 연추하존

      奕者爭先競後,較雌雄於著子,俄而局盡子收,雌雄安在?
     혁자쟁선경후, 교자웅어착자,  아이국진자수,  자웅안재

     배우는 분 바르고 연지 찍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려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고 나면 그 아름다움과 추함이 어디에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은 앞과 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비교하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그 승패는 어디에 있는가.
 
 
 


100.  風花之瀟洒, 雪月之空淸,唯靜者爲之主。
     풍화지소쇄, 설월지공청,  유정자위지주.

      水木之榮枯, 竹石之消長,獨閒者操其權。
     수목지영고, 죽석지소장, 독한자조기권.

     바람과 꽃의 산뜻함, 눈과 달의 밝고 깨끗함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이들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번성함과 메마름, 바위 사이 대나무의 자람과 사라짐은 홀로 한가한
사람만이 그 권리를 쥘 수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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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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