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스크랩] 채근담(萬曆本) 後集完譯 ( 101~ )

장안봉(微山) 2013. 4. 13. 10:19
101.  田夫野叟,語以黃鷄白酒,則欣然喜。問以鼎食,則不知。
     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  즉흔연희. 문이정식,  즉부지.  

      語以縕袍短褐,則油然樂。問以袞服,則不識。
     어이온포단갈, 즉유연락.  문이곤복, 즉불식.

      其天全,故其欲淡。此是人生第一個境界。
     기천전, 고기욕담.  차시인생제일개경계.

     시골 노인들은 닭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이야기하면 곧 흔연히 기뻐하지만
고급요리를 물으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를 이야기하면 곧 유연히
즐거워하지만 비단옷을 물으면 이를 모른다.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담백한 것이니, 이야말로 인생의 첫째가는 경계니라.
 
 
 


102.  心無其心,何有於觀? 釋氏曰󰡔��觀心󰡕��者,重增其障。
     심무기심, 하유어관  석씨왈 관심자,   중증기장.

      物本一物,何待於齊? 莊生曰󰡔��齊物󰡕��者,自剖其同。
     물본일물, 하대어제  장생왈 제물자,   자부기동.

     다음에 망심이 없으니, 무슨 관심이 필요하랴. 석가가 말한 ‘관심’이란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사물은 본래 한 물건이니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어디 있으랴.
장자가 말한 ‘제물’이란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놓는 것이니라.
 
 
 


103.  笙歌正濃處,便自拂衣長往,羨達人撤手懸崖。
     생가정농처, 변자불의장왕,  선달인살수현애.

      更漏已殘時,猶然夜行不休,咲俗士沈身苦海。
     경루이잔시, 유연야행불휴,  소속사침신고해.

     피리와 노래 소리 한창 무르익을 때에 문득 스스로 옷자락을 떨치고 멀리 가 버림은
마치 달인이 손을 놓고 벼랑을 올라가는 것과 같아서 부러우나, 이미 시간이 다한 때에
오히려 쉬지 않고 발길을 가는 것은 마치 속인이 고해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아서
우스울 뿐이로다.
 
 
 
 


104.  把握未定,宜絶迹塵囂,
     파악미정, 의절역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以澄吾靜體。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이징오정체.

      操持旣堅,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 우당흔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以養吾圓機。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이양오원기.

     마음을 아직 붙들지 못했다면 마땅히 속세에서 발길을 끊으라.
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게 않게 하라.
그로써 내 조용한 마음의 본체를 맑게 하여야 하느니라.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다시 마땅히 속세에 발길을 섞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나는
것을 보아도 또한 어지럽지 않게 하라. 그로써 내 마음의 원만한 작용을 길러야 할지니라.
 
 
 
 

105.  喜寂厭喧者,往往避人以求靜。
     희적염훤자.  왕왕피인이구정.

      不知意在無人,便成我相,心着於靜,便是動根,
     부지의재무인,  변성아상, 심착어정, 변시동근,

      如何到得人我一視, 動靜兩忘的境界?
     여하도득인아일시, 동정량망적경계.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함으로써 조용함을 구하나, 뜻이 사람 없음에 있다면 이는 곧 자아에 집착함이 되고,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임을 모르고 있음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랴.
 
 
 
 


106.  山居,胸次淸洒,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遇石澗流泉,而動澡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상,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麋鹿,而機心頓忘。
     무로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마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寰,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역속췌류의.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107.  興逐時來,芳草中,撤履閑行,野鳥,忘機時作伴。
     흥축시래, 방초중,  철리한행, 야조, 망기시작반.

      景與心會,落花下,披襟兀坐,白雲,無語漫相留。
     경여심회, 낙화하,  피금올좌,  백운,  무어만상류.

     흥이 때를 따라 일어나 아름다운 풀밭 사이를 맨발로 한가로이 거니로라면 들새도
마음놓고 때때로 벗이 되고, 경치가 마음에 들어 떨어지는 꽃 아래 옷깃을 헤치고 우두커니
낮으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한가롭게 머무네.
 
 
 
 


108.  人生福境禍區,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  개념상조성.

      故釋氏云,󰡔��利欲熾然,卽是火坑。貪愛沈溺,便爲苦海。
     고석씨운   이욕치연, 즉시화갱,  탐애침닉, 변위고해.

      一念淸淨,熱焰成池。一念警覺,船登彼岸󰡕��。
     일념청정, 열염성지,  일념경각, 선등피안.

      念頭稍異,境界頓殊,可不愼哉?
     염두초이, 경계돈수,  가불신재

     인생의 화복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석가가 말하기를 ‘욕심이 불길같이
타오르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 이고, 탐욕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로되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세찬 불길이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는 법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109.  繩鋸木斷,水滴石穿。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瓜熟蒂落。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열체락. 득도자, 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더욱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작용에 내맡겨야 하느니라.
 
 
 


110.  機息時,便有月到風來,不必苦海人世。
     기식시, 변유월도풍래,  불필고해인세.

      心遠處,自無車塵馬迹,何須痼疾丘山?
     심원처,  자무차진마적, 하수고질구산.

     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야 있으랴!
 
 
 
 

111.  草木纔零落,便露萌穎於根柢。
     초목재영락, 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 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生生之意常爲之主,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 생생지의상위지주,  즉시가이견천지지심.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 밑에 새싹이 트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라
해도 마침내 날아오는 재 속에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가 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
 
 
 
 

112.  雨餘,觀山色,景象便覺新姸。
     우여,  관산색, 경상변각신연.

      夜靜,聽鐘聲,音響尤爲淸越。
     야정, 청종성,  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 산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이 고움을 깨닫고,
밤이 고요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은 더욱 맑고도 높구나.
 
 
 
 


113.  登高,使人心曠。臨流,使人意遠。
     등고, 사인심광, 임류,  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使人神淸。舒嘯於丘阜之巓,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 사인신청.  서수어구부지전. 사인흥매.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흐르는 물에 다다르면 사람의 뜻이
유원해지느니라. 눈비 오는 밤에 책을 읽으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위에서 천천히
휘파람을 불면 사람의 흥취가 구매해지느니라.
 
 
 
 
 


114.  心曠,則萬鍾如瓦缶。
     심광,  즉만종여와부.

      心隘,則一髮似車輪。
     심애, 즉일발사거륜.

     마음이 넓으면 만 종의 녹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터럭 하나도 수레바퀴와
같으니라.
 
 
 


115.  無風月花柳,不成造化。無情欲嗜好,不成心體。
     무풍월화류, 불성조화,  무정욕기호, 불성심체.

      只以我轉物,不以物役我,則嗜欲莫非天機,塵情 卽是理境矣。
     지이아전물, 불이물역아,  즉기욕막비천기,  진정 즉시리경의.

     버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천지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체가 되어외물을 부리고 외물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곧 정욕과 기호도 하늘의 기미 아님이 없고, 세속적인 정도 곧 진리의 경계가
되느니라.
 
 
 
 


116.  就一身了一身者,方能以萬物付萬物。
     취일신료일신자,  방능이만물부만물.

      還天下於天下者,方能出世間於世間。
     환천하어천하자, 방능출세간어세간.

     자기 한 몸에 대하여 그 한 몸을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만물에게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능히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날 수 있으니라.
 
 
 
 


117.  人生太閒,則別念竊生。太忙,則眞性不現。
     인생태한, 즉별념절생.  태망, 즉진성불현.

      故士君子不可不抱身心之憂,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불가불포신심지우, 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다른 생각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과 마음에 근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고, 풍월의 멋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느니라.
 
 
 
 


118.  人心多從動處失眞。
     인심다종동처실진.

      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  우적이랭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花落而瀟然自得。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
     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사람의 마음은 흔히 동요함으로써 진심을 잃어버린다. 만약 한 가지 생각도 일어나지 않아
잔잔하게 정좌하게 된다면, 구름이 일어나면 유장하게 함께 가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서늘하게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즐거이 마음에 맞이하고, 꽃이 지면
소연히 깨달을 것이니 어디인들 진경이 아니며, 무엇엔들 진기가 없겠는가.
 
 
 
 

119.  子生而母危,鏹積而盜窺,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 강적이도규,  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病可以保身,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  병가이보신, 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 이흔척량망.

     자식이 태어날 때는 그 어머니가 위험하고 돈자루가 쌓이게 되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회인들 슬픔이 아니랴, 가난하면 비용을 절약해 쓰고 병이 들면 몸을 보양하니
어느 슬픔인들 기쁨이 아니랴, 그러므로 달인은 당연히 순경과 역경을 하나로 보며
기쁨과 슬픔을 모두 잊어버리느니라.
 
 
 
 


120.  耳根似颷谷投響。過而不留,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空而不著,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 공이불착,  즉물아량망.

     귀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리는 것 같아서 지나간 뒤 메아리가 머물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물러가리라. 마음은 마치 밝은 달이 연못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아서,
텅 비어 집착하지 않으면 곧 물아를 모두 잊으리라.
 
 
 
 


121.  世人爲榮利纏縛,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  동왈 진세고해   

      不知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海亦不苦。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 해역불고.  피자진고기심이.

     세상 사람들은 영화와 명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티끌세상이니, 고생바다니 하고 말한다,
그들은 구름 피고 산은 푸르며, 냇물 흐르고 바위 우뚝하며, 꽃 피고 새가 지저귀며 골짜기가
화답하고 나무꾼이 노래하는 것을 모르나니, 세상은 또한 티끌이 아니며 고해도 아니로다.
디민 저들이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과 고해로 만들 따름이니라.
 
 
 


122.  花看半開,酒飮微醉,此中大有佳趣。
     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酕醄,便成惡境矣。履盈滿者,宜思之。
     약지난만모도, 변성안경의,  이영만자, 의사지.
 
 
     꽃은 밤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무한히 아름다운 멋이
 잇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는 데까지 이르면 추악한 경지가 되니,
가득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하리라.
 
 
 


123.  山肴不受世間灌漑,野禽不受世間豢養,其味皆香而且冽。
     산효불수세간관개, 야금불수세간환양,  기미개향이차렬.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其臭味不逈然別乎?
     오인능불위세법소점염,  기취미불형연별호

     산나물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결코 절로 자라고, 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나니, 그 맛은 다 향기롭고도 맑다. 우리도 능히 세상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품격이 속세와 멀리 떨어져 각별하지 않겠는가.
 
 
 
 

124.  栽花種竹, 玩鶴觀魚,又要有段自得處。
     재화종죽, 완학관어, 우요유단자득처.

      若徒留連光景, 玩弄物華,亦吾儒之口耳, 釋氏之頑空而已,
     약도류련광경, 완롱물화,  역오유지구이, 석씨지완공이이.

      有何佳趣?
     유하가취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즐기고 물고기를 바라보더라도, 모름지기 일단의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만약 헛되이 그 광경에 빠져서 물건의 화려함만을 즐긴다면, 또한 우리 유가의
 구이지학이요, 불가의 완공일 뿐이니, 어찌 아름다운 벗이 있겠는가.
     
  * 구이지학;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귀로 들은 것을 그저 입으로만 주워 섬기는 학문
  * 완공; 세상만물을 일체 공으로 보는 소승불교의 입장
 
 
 
 
 
125.  山林之士,淸苦而逸趣自饒。農野之夫,鄙略而天眞渾具。
     산림지사,  청고이일취자요. 농야지부, 비략이천진흔구.

      若一失身市井,不若轉死溝壑, 神骨猶淸。
     약일실신시정조괴,  불약전사구학, 신골유청.

     산림의 신비는 청빈하게 살지만 높은 멋이 스스로 넉넉하고, 들의 농부는 거칠고
소박하지만 천진 스러움이 다 갖추어져 있도다.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저자거리의
거간꾼이 된다면, 차라리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 죽을지언정 심신이 오히려 깨끗함만
같지 못하리라.
 
 
 
 


126.  非分之福, 無故之獲,非造物之釣餌,卽人世之機阱。
     비분지복, 무고지획, 비조물지조이, 즉인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鮮不墮彼術中矣。
     차처, 착안불고,  선불타피술중의.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는 얼음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이런 곳에서 눈을 높이 두지 않으면 그 술책에 빠지지 않기가 어려우니라.
 
 
 
 


127.  人生原是一傀儡,只要根蒂在手。
     인생원시일괴뢰  지요근체재수.

      一線不亂,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선불란,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掇,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원래 한갓 꼭두각시 놀음이니, 모름지기 그 밑뿌리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아서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로와야 가고 멈추는 것이 나에게 있게
되나니, 털끝만큼도 남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문득 이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128.  一事起,則一害生。故天下常以無事爲福。
     일사기, 즉일해생.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勸君莫話封侯事,一將功成萬骨枯󰡕��。
     독전인시운   건군막화봉후사, 일장공성만골고

      又云,󰡔��天下常令萬事平,匣中不惜千年死󰡕��。
     우운  천하상령만사평   갑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不覺化爲氷霰矣。
     수유웅심맹기, 불각화위빙선의

     한 가지 이로운 일이 일어나면 곧 한 가지 해로운 일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언제나
무사한 것으로 복을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어보니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제후에
봉해지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을 이룸에는 만 사람의 뼈가 마른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하가 항상 태평하기만 한다면 칼은 천 년을 갑 속에서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비록 웅장한 마음과 용맹한 기상이 있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눈이 되어
사라지리라.
 
 
 


129.  淫奔之婦,矯而爲尼。熱中之人,激而入道。
     음분지부, 교이위니.  열중지인, 격이입도.

      淸淨之門,常爲婬邪淵藪也如此。
     청정지문, 상위음사연수야여차.

     음탕한 아낙이 극단에 이르면 여승이 되기도 하고, 일에 열중하던 사람도 격해지면
불도에 들어가니, 깨끗한 불문이 언제나 음사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도다.
 
 
 


130.  波浪兼天,舟中不知懼,而舟外者寒心。
     파랑겸천,  주중부지구, 이주외자한심.

      猖狂罵坐,席上不知警,而席外者咋舌。
     창왕매좌, 석상부지경, 이석외자색설

      故君子,身雖在事中,心要超事外也。
     고군자, 신수재사중,  심요초사외야.

     물결이 하늘까지 치솟을 때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가슴이 서늘하고, 미치광이가 좌중을 꾸짖을 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경계할 줄
모르지만 자리 밖의 사람들은 혀를 차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이 비록 일 가운데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모름지기 일 밖에 초월해 있어야 하느니라.
 
 
 
 


131.  人生減省一分,便超脫一分。
     인생감생일분, 변초탈일분.

      如交遊減,便免紛擾。言語減,便寡愆尤。
     여교유감,  변면분요. 언어감,  변과건우.

      思慮減,則精神不耗。聰明減,則混沌可完。
     사려감,  즉정신불모. 총명감, 즉혼돈가완.

      彼不求日減而求日增者,眞桎梏此生哉!
     피불구일감이구일증자,  진질곡차생재.

     인생은 일 분을 덜면 곧 일 분을 초월한다. 만약 사귐을 덜면 곧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곧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곧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곧 본성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132.  天運之寒暑易避,人生之炎凉難除。
     천운지한서이피, 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凉易除,吾心之氷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 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氷炭,則萬腔皆和氣,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  즉만강개화기, 자수지유춘풍의.

     천지 운행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어렵고,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쉬워도 내 마음의 얼음과 숯불은 버리기 어렵구나,
이 마음 속의 숯불과 얼음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은 화기가 가득하여 가는 곳마다
 저절로 봅바람이 일어나리라.
 
 
 
  

133.  茶不求精,而壺亦不燥。酒不求冽,而樽亦不空。
     차불구정, 이호역부조.  주불구렬, 이준역불공.

      素琴無絃,而常調。短笛無腔,而自適。
     소금무현,  이상조. 단적무강, 이자적.

      終難超越羲皇,亦可匹儔稽阮。
     종난초월희황, 역가필주혜완.

     차는 좋은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찻주전자 또한 마르는 일이 없고, 술은 향기로운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술동이 또한 비어 있는 일이 없구나. 장식 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항상 고르고,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우니, 비록 복희씨는 초월하기
어렵지만 가히 죽립칠현과는 벗 할 수 있으리라.
 
 
 


134.  釋氏隨緣, 吾儒素位四字,是渡海的浮囊。
     석씨수연, 오유소위사자, 시도해적부낭.

      蓋世路茫茫,
     개세로망망,

      一念求全,則萬緖紛起。隨寓而安,則無入不得矣。
     일념구전, 죽만서분기,  수우이안, 즉무입부득의.

     불가의 ‘수연(隨緣)’과 유가의 ‘소위(素位)’, 이 네 글자는 곧 바다를 건너가는 부낭(浮囊)이다
. 대개 세상길은 아득하여, 일념으로 완전함을 구하면 곧 만 갈래 마음의 실마리가 어지러이
일어나고, 처지에 따라서 편하게 살면 곧 이른 곳마다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지 못함이
없으리라.
 
 
 
 

                                                           <<終>>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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