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화령의 태봉(胎封: 343m)-
연산군 원자의 태(胎). 연륜(年輪) 500년의 금표비(禁標碑).
상주 화령(화서) 태봉산(胎封山)에 태실(胎室)이 있으니 바로 조선조 연산군(燕山君,재위1494~1506) 원자의 태(연산군과 신씨의 적2男으로 추정)를 봉안한 곳이라 한다.
이 태실은 화령의 중심(中心) 지역으로, 백두대간이 속리산 천왕봉을 지나고 형제봉으로 이어져,
비재에서 크게 숨고르기를 한 후, 다시 솟아 오른 봉황산(鳳凰山)에서 정좌(正坐)하여, 왼쪽으로는 백두대간을 이어 달리고 오른쪽으로 화령지맥을 내 보낸다. 이 화령지맥이 천택산으로 내 달리기 전에 한들(화령들판)을 보면서 가운데로 한 줄기를 낮게 이어 가다가 갑자기 불쑥 솟아 오르니
바로 명당길지(明堂吉地)의 태봉산이다.
이 산정(山頂)에 태실과 상주 최고(最古)의 비인 금표비가 세워져 있는데 자그마치 그 연륜이 500년이 넘고도 남는다.
한양에서 상주까지의 거리가 결코 짧지 않은 그 옛날에 477리(里)의 먼 곳까지 온 깊은 연유가
있지 않았을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일본인들에 의하여
태 항아리(백자)는 파헤쳐 없어지고, 나딩굴던 석함은 1994년에 복원되어 남아 있다.
이곳 남쪽사면 9부 능선에 태실을 보호 하기위하여 금표비가 서 있는데 희미하게나마 비신(碑身)의 전면은 판독이 가능하다.
해서체(楷書体) 종서로 “弘治十四年七月初二日立石” 이고 후면은 판독이 거의 불가능하나, 왕자태실(王子胎室)이라고 한다.
이 석비(石碑: 총 높이 177cm)는 홍치14년이 서기1501년이니 발견된 비 중, 상주에서 가장 오래된 비가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의 항아리는 상주박물관내에 관람 마지막 부분 벽면에 사진으로만 볼 수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조 『태봉등록』에 “태실은 산 정상에 내맥이 없는 곳이며, 용호(龍虎)를 마주 보는 곳을 써야 한다” 라고 하였고, 『세종실록』에는 “좋은 땅이라는 것은 반듯하고 우뚝 솟아 위로 공중을 바치는 듯해야 길지가 된다” 라고 하였다. 따라서 태봉은 세 급지로 나누었다고 하는데 1등급은 세자,세손의, 2등급은 대군,공주의, 3등급은 군,옹주의 태를 봉안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화령의 태봉은 백두대간에, 1급지로서 우뚝 솟아 공중을 바치는 듯한데, 저 멀리 넓은 한들을 바라보면서 오른쪽으로 천택산이, 왼쪽으로 백화산이, 가운데로는 팔음산이 한 눈에 들어
오는 참으로 좋은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할 것이다. 조선조 역사에 연산군이 폐위만 되지 않았어도 아마 많이 달라졌으리라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척에 천년기념물 제293호인 상주 상현리 반송(盤松)의 나이가 500년이 넘었으니, 이 반송은 그간의 내력을 알고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상주에 500여년의 역사가 숨 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태봉정 앞의 석함)
(남쪽 9부 능선 사면에 선 500년이 넘은 금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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