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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韓國 傳統住居에 나타난 陰陽觀

장안봉(微山) 2016. 6.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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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 傳統住居에 나타난 陰陽觀


강 영 환
(울산대 건축학과 교수)



목 차

1. 집의 음양론적 의미
2. 주거입지와 음양사상
3. 주거배치와 음양사상
4. 주거공간과 음양사상
5. 주거형태와 음양사상
6. 결론



1. 집의 음양론적 의미


陰陽思想은 자연계의 변화와 순환의 이치를 陰氣와 陽氣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려는 일종의 自然觀이며 宇宙觀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우주 일체의 현상은 太極으로부터 분리된 陰陽元氣의 움직임에 의해 生長消滅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만물은 陰氣와 陽氣를 받고 沖和로 조화를 이루어 生成化育한다”1)고 하였으니 음양의 배합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음양의 유전으로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음양의 원리는 종종 자연계의 현상으로 가시화 된다. 하늘과 땅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원동력으로서 陰陽의 元氣에 해당한다. 즉, 음양의 元氣는 天地에 있으니 하늘과 땅이 있으므로 천지 사이의 삼라만상이 나타난다.

≪주역≫에서 “乾은 해를 주 요소로 하고, 天의 陽氣로서 만물에 빛과 열을 주며, 坤은 흙을 주 요소로 하고, 땅의 덕이 만물을 양육 신장시킴을 표시하고 있다”2).


인간도 천지간의 온갖 현상 속의 한 존재로서 천지 자연의 원리와 법칙에 지배될 것은 당연하다.

陰陽二元論에서 陽은 하늘이며, 남자(아버지)이고, 陰은 땅이며, 여자(어머니)에 해당한다. 때문에 자연계의 원리를 인간계의 현상에 빗대어 만물의 생장 변화를 의인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周易은 천지의 원기가 왕성히 활동하고 남녀의 정이 얽히고 화합할 때 비로소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3).


이러한 음양사상은 이미 오랜 시기로부터 우리 민족의 우주관으로서, 자연관으로서, 더 나아가 인생관으로서 정착되어 왔다. 우주관이나 자연관은 주택을 형상화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집이란 단지 생활을 위한 기계가 아니라, 자아와 가족 집단의 확장이며, 그들의 거룩한 삶이 이루어지는 유일하고 고유한 세계로서 그들의 理想鄕을 지향하게 마련이다. 이상향의 모상은 그 민족 집단의 우주관에서 비롯된 우주적 질서로 표상 된다.이에 집은 종종 그 민족 집단의 우주관을 담은 小宇宙라고 설명되기도 한다4).


대자연의 질서가 갖추어진 소우주의 인공적 창조,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이상향이었을 것이며 이상적인 집이 표상해야 할 모형이었을 것이다. 음양론이 우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는 논리라고 볼 때 소우주인 집을 창조하는 행위도 이 논리에서 벗어남이 없다. 이러한 사고는 전통 민간사회에서 보편화되었던 성주신앙에서 잘 보여진다.


‘성주풀이류’나 ‘지신밟기류’의 노래는 성주신앙과 집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내용으로 불려진 이 노래는 일반적으로 성주 탄생의 기원과 집을 건설하는 과정이 복합되어 있다.

안동땅 제비원에 솔씨가 뿌려져 땅에서 자라고, 재목이 되어 집을 형성한다. 이는 곧 성주 탄생의 신화적 체계로 은유 된다. 하늘로부터 씨가 내려와 땅에 배태하고 집이라는 형상을 갖추어 성주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5).


집과 성주를 동일시하는 태도는 성주 생일제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일부 지방에서는 성주 생일제라는 의례가 상량 1주년 되는 날 치러진다. 상량은 종도리를 올려 건물의 뼈대가 완성되는 단계를 말하며, 대목들은 상량으로써 집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집의 완성과 더불어 성주신이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집의 건설 과정이 성주신의 탄생 과정으로 의인화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성주 탄생의 신화적 체계는 음양사상의 논리적 체계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하늘과 땅을 생명력의 원천으로 설정하고, 음양의 활동이 부모의 역할로 은유 되면서 성주라는 생명체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입택시 집들이 고사의 축문이나 상량문은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天地의 陰陽神과 해와 달과 별님의 두루살피심이여 상서로운 기운이 집안에 깃들이기를 바라옵니다.”

“천지의 음양이며 일월성광이여 잡귀를 물리치고 궂은 일이 좋을일이 되도록 도와주시며···6)."


천지는 곧 음양이며 성주는 천지의 결합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므로, 즉 음양의 결합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다. 집을 성주신의 신체로 본다면 이 역시 음양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은 집을 擬人化하여 ‘살아 있는 인격체’로 간주하는데서 출발한다. 음양론에서는 사람도 천지, 즉 음양의 화합에 의하여 탄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니, 의인화된 집도 음양의 화합에 의한 생장 소멸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 인식
한 것이다. 천지의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생명력이 충만한 소우주의 건설, 그것이 한국인인 생각한 이상적인 집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집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음양사상에 근거한 설계 원리가 적용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주택의 계획과 설계에 적용된 음양사상의 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대 건축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주택 입지의 선정으로부터 배치․평면․형태에 이르기까지 음양사상의 영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1)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老子 ≪道德經≫, 제 42장.
2) 田崎仁義, ≪支那古代經濟思想及制度≫에서 인용. 村山智順(최길성 역), ≪朝鮮의 風水≫,민음사, 140쪽.

3) 天地絪縕 萬物化醇 男女構精 萬物化生, ≪周易≫ <繫辭傳>.
4) ‘宇宙’의 글자 뜻은 모두 큰집을 의미한다.
5) 강영환, ≪집의 사회사≫, 웅진출판, 1992, 38~47쪽.

6) 天地陰陽二氣化神三光普照吉曜臨門···.



2. 주거입지와 음양사상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風水思想은 전통적인 지리관으로서 묘지의 선택으로부터, 도읍지의 선정,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특히 주택 건설에 있어서 풍수의 적용은 멀리 신라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脫解가 계교로서 집을 빼앗고 그 집터의 기운을 받아 왕이 되었다는 고사는 陽基風水의 원전이다7).

고려 시대 귀족 계층을 중심으로 발전한 풍수는 조선 시대에 들어 민간에까지 확산되면서 실학자들이 풍수의 폐해를 비판할 정도로 민간신앙으로 정착되었다. 민간 주택의 계획과 건설에까지 풍수사가 참여하는 일도 보편화되었다. 특히 주거 입지 선정에 있어서 풍수상의 길지를 선택하는 일은 가족과 가문의 길흉화복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일로 인식되었다.


풍수에서는 죽은 자의 주거를 陰宅이라 하여 산자의 주거인 陽宅과 구별한다. 그러나 ‘陰宅陽基’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있듯이 주택은 건물 자체보다 택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풍수는 地氣에 의해 행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고 주로 토지에 의해 천지의 生氣를 향수 하려는 것이다. 무덤은 토지 그 자체가 주거이기 때문에 그대로 생기의 향수를 누릴 수 있지만 주거는 가옥이 아니라 오히려 택지, 즉 基地에 의해서 비로소 완전히 地氣와의 교섭을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8).


理想的인 택지인 풍수상의 길지를 찾기 위해 많은 방법론들이 개발되어 왔다. 看龍法으로부터 藏風法, 得水法, 占穴法, 坐向論, 形局論 등 지형․지세를 판별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거 입지에 관한 한 지형․지세의 풍수적 해석에 치중해 왔다.
풍수의 목적이 땅속을 흘러 다니는 생기의 감응을 받아 인생의 복락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방법론상으로 지형․지세의 풍수적 해석이 그 요체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풍수적 방법이 음양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풍수상의 吉地가 단순히 땅의 생기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음양의 원기는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합할 때 생명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풍수서의 고전인 ≪靑烏經≫에 의하면 풍수의 원리는 陰陽符合, 天地交通, 內氣崩生, 外氣成形, 그리하여 內外가 서로 상응하는 것으로 설명된다9). 즉, 풍수상의 길지란 천지의 양기가 음양으로 화합하는 땅을 일컫는다.


이상해는 “風水에서 穴이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天氣와 땅에서 올라오는 地氣가 만나는 장소”라고 해석하고 이를 도식화한 바 있다10). ≪周禮≫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곳은 천지가 만나는 곳이며, 사계가 발생하는 곳이며, 풍우가 만들어지는 곳이며, 음양이 화합하는 곳이다”11).


≪택보요전≫의 저자인 銑溪도 살림채 앞 처마 빗물선의 중심은 ≪주역≫에서 말하는 천장에 해당하며, 우주 만물의 기둥 자리이며, 兩儀인 陰陽이 접하는 곳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12).


실상 풍수상의 모든 지형적 요소들도 음양의 상대성과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 풍수에서는 陽變陰合, 陽來陰受, 陰來陽水를 최상의 길지로 인식한다. 이는 음양의 상보적 조화에 근거한 것이다.

明山論은 山水融結의 이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음양 2기가 융결하여 山이 되고 水가 된다. 그러므로 이 산수가 서로 어울리면 음양이 화합하고 氣가 풍화된다. 음양이 만나면 생기를 이루기 때문에 산수가 서로 만나는 곳을 길지라 한다.

산이 크고 물이 작은 것을 獨陽이라 하며, 산이 작고 물이 큰 것을 獨陰이라 한다. 기복이 없는 산을 孤陰이라 하며 조용하지 않은 물을 孤陽이라 한다. 이것들은 음양이 서로 화합하지 않는 까닭에 흉지이다”13).


음양의 조화 개념은 방위론으로 확장된다. 李重煥은 ≪擇里志≫에서 “오는 물은 산맥의 방향과 그 음양의 두 기운이 합치면서 꾸불꾸불하게 유유히 흘러들어 오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14).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도 “무릇 물을 방류함에 있어서 陽局으로 생긴 터에는 陽方으로 내보내고, 陰局으로 생긴 터에는 陰方으로 내보내야지 음․양이 섞이게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음래양수, 양래음수의 원리를 설명하였다15).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풍수상의 吉地란 天地의 陰陽이 화합하는 장소임을 의미한다. 수직적으로는 하늘의 원기인 태양의 열과 빛이 땅에서 상승하는 생기와 만나는 곳이며, 평면적으로는 산맥을 타고 흐르는 陰氣와 물에 고인 陽氣가 조화롭게 만나는 곳이다.
이러한 곳에서 생명력이 충만하여 생산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입지관은 한국이라는 독특한 자연 환경에 생태학적으로 적응한 결과로서, 오랜 동안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이루어 왔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현대 건축에서도 범문화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8) 村山智順, 앞의 책, 526쪽.
9) 陰陽符合 天地交通 內氣崩生 外氣成形 內外相乘 風水自成, ≪靑烏經≫.
10) Lee, Sang Hae, “Fengshui : Its Context and Meaning”, Ph.D. Thesis, Cornell University, 1986, P.190.
11) 天地之所交會 四季之所由生 風雨之所互成 陰陽之所相合, ≪周禮≫.
12) 살림채 앞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선을 지시랑청이라고 하는데, 좌향보기에서 방위를 보는 기준 점으로 사용된다.

13) 村山智順, 앞의 책에서 재인용, 80쪽.
14) 이중환(노도양 역), ≪택리지≫, 대양서적, 1975, 136쪽.
15) 홍만선(민족문화추진회 역), 국역≪산림경제≫, 민족문화문고, 1985, 31쪽.
    지형의 국세가 乾․坎․艮․震坐는 陽局, 坤․兌․離․巽坐는 陰局이라 한다.



3. 주거배치와 음양사상


풍수적으로 좋은 吉地를 찾았다고 해도 그 안에서 건물이 세워질 眞穴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穴이란 地氣가 응결된 곳으로서 풍수에서 요체가 되는 장소를 말한다.
陰宅의 경우 시신이 직접 땅에 접하여 그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며, 陽氣의 경우 사람이 거처하는 주 건물 자리가 된다. 이에 풍수상의 모든 술법은 바로 진혈을 찾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양택론에서는 穴보다 明堂을 더 중시한다. 풍수상의 길지를 ‘명당자리’라 하고, 그 자리를 찾는 방법이 ‘明堂歌’로 불려진다. 즉, 민중들은 풍수상의 길지를 명당이라는 용어로 대치하고 있다.

실제로 地氣에 접하여 건물을 세울 자리인 혈자리를 제쳐 두고 명당을 더 우선시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명당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풍수적 설명에 의하면 명당은 穴 바로 앞의 평탄한 땅을 지칭한다. 주거지의 경우 주건물의 앞뜰을 內明堂이라 하고 이 보다 더 앞쪽으로 내명당에 비해 비교적 더 넓은 평지를 外明堂이라고 한다. 이 명당이라고 하는 명칭은 天子가 君臣의 배하를 받는 곳이라 하는 데서 왔다고 한다16).

이러한 설명은 명당의 위치에 대한 설명일 뿐 그 상징적 의미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Eliade의 聖과 俗에 대한 개념에 따라 이곳을 俗의 중심이라고 해석하는 학자가 있을 뿐이다17).

풍수상의 모든 지형 요소들은 기의 흐름과 관련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穴을 地中의 生氣가 응결되어 있는 곳이라고 설정하는 반면 明堂은 이와 관련한 설명이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풍수상의 吉地는 天地의 陰陽이 沖和하는 곳이다. 혈자리가 地氣를 받는 장소라면 天氣를 받는 장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곳은 바로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음양의 교합은 분리될 수 없듯이 혈과 명당도 굳이 구분될 필요가 없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혈과 명당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짝으로 인식된 것은 이러한 相補的 全一性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양택론에서 혈은 주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이며, 명당은 그 앞의 평탄한 땅 즉, 마당을 일컫는다. 건물이 地氣에 접하는 부분이라면 마당은 天氣에 접하는 부분이다. 음양의 충화는 풍수의 요체임에도 불구하고 천기, 즉 양기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혈과 명당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단위이듯이 건물과 마당도 분리될 수 없는 단위로서 당연시 되어 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주거 입지에 있어서 陽氣, 즉 天氣의 중요성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언급된다.

 “무릇 사람은 陽氣를 받고 사는데, 하늘은 곧 양명한 빛이므로 하늘이 작게 보이는 곳은 결코 살 곳이 못된다”고 하였다18).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사는 집의 房室은 반드시 남향하여 양기를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음양론적 관념은 마당의 형상을 갖추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한국 주택에서 안마당은 조원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일본이나 서구의 경우처럼 수목으로 조영된 안마당을 거의 볼 수 가 없는 것이다.

외부 공간의 조경은 사랑채의 한편이나 별당, 즉 측원이나 후원에서 보여질 뿐 안마당은 빈곳으로 남겨 두는 것이다. 양택론에서는 오히려 마당을 수목으로 채우는 일을 금기시 한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뜰 가운데 나무를 심는 것은 좋지 않다. 집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한 달에 천금의 재물이 흩어진다. 뜰 가운데 있는 나무를 閑困이라 하는데, 오래 심어 놓으면 재앙이 생긴다”19).

이러한 설명은 마당이 양기를 받는 곳으로서 그 기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고려로 해석된다.


주택에 있어서 수목은 그 외곽을 둘러 식목된다. 수목을 심는 일도 음양의 결합과 조화를 고려하였다.

≪산림경제≫에 의하면 “주택에 나무를 심을 때 다만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으면 사방이 울창하여 절로 生旺하고 俗氣가 없을 뿐 아니라 陽居는 陰을 좋아하고 陰居는 陽을 좋아하여 음양이 조화하는 이치이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식목도 실제의 사례에서는 집 뒤에서 나타날 뿐 집 안마당에서 나타나는 예는 거의 없다.


음양적 속성으로 볼 때 건물은 陽이요, 마당은 陰이다. 음양의 상보적 결합은 건물과 마당을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케 한다. 이로써 행랑채는 행랑 마당과 함께 존재하고, 사랑채는 사랑 마당과 하나의 단위이며, 안채는 안마당과 짝을 이룬다. 모든 건물은 마당과 관련을 갖도록 계획된다. 마당이 없는 건물은 생각할 수가 없고 마당에 대한 건물의 크기도 음양적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된 것이다.


16) 村山智順, 앞의 책, 16~17쪽.
17) 유재현, <혈과 명당의 관계를 통해 본 한국전통 건축공간의 중심개념에 관한 연구>,
≪울산공대연구논문집≫ 제10권 2호, 1979, 103~121쪽.

18) 이중환, 앞의 책, 135쪽.
19) 홍만선, 앞의 책, 택목조.


마당과 건물의 관계는 그 사용자의 음양적 속성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 일반적으로 사랑채가 마당을 향해 돌출되는 형상을 갖는다면, 안채는 마당을 포용하여 후퇴하는 형상을 갖는다. 이에 따라 안채는 凹의 형상을, 사랑채는 凸의 형상을 갖게 마련이다. 凹凸의 형상은 그대로 음양의 상징적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형상은 안채의 각 공간들이 마당을 향해 구심적으로 수렴하는 속성을 갖게 하고, 사랑채의 각 공간들이 마당을 향해 원심적으로 확산하는 속성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음양의 방위론적 성격은 주거 배치에서 남녀의 구분과 관련하여 적용된다. 생활 영역의 內外구분은 성리학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방위는 음양론에 따른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니, 남쪽과 동쪽은 남성의 기거 공간이 되고, 북쪽과 서쪽은 여성의 기거 공간이 된다. 이에 안채와 사랑채는 전후로 배치되면서 안채는 서측에 치우치고 사랑채는 동쪽에 배치되는 것이다.


실상 택지 안에서 건물의 배치는 조선 후기에서 유행된 양택론 중 東․西四宅法에 근거하여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동․서사택론은 모두 풍수상의 방위론에 근거한 것이며 그 본질은 陰陽調和․五行相生에서 비롯된다. 즉, 모든 방위에는 이미 음양오행이 주어져 있으므로 그 방위에 따른 음양과 오행의 기가 흘러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五行의 相生相剋 또한 완전히 음양의 변화 법칙에 귀결되는 것이기에 결국 음양의 원리에 근거하여
배치가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4. 주거공간과 음양사상


주택의 건물과 마당의 관계가 혈과 명당의 관계로서 음양의 상보적 결합으로 상징화되었다면, 이러한 논리는 건물 내의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도 적용되었을 것이다. 陰陽의 多義性에서 가득 찬 곳(폐쇄적․정적인 곳)은 음이요, 빈곳(개방적․동적인 곳)은 양이니 주거 공간에서 빈 곳과 찬 곳의 설정과 상보적 결합이 요구된다. 방과 마루는 공간의 음양적 상대성과 상보성을 보여주는 한국 건축 공간의 독특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본래 방과 마루는 기후적 적응을 위해 겨울과 여름철의 기거 공간으로 출발했다고 알려진다.

≪동문선≫에 실린 <공주동정기>에는 “겨울에 쓸 시원한 마루와 여름에 쓸 따뜻한 방을 마련했다”20)는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툇마루나 고방류의 마루 공간에서 보여지듯이 그 기능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고정된 기능을 갖지 않고 단지 비워 두는 공간으로서의 마루도 흔히 보여진다. 여기에는 분명 공간 인식과 관련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음양의 다의성으로 볼 때 정적․폐쇄적․내향적․어두운 곳은 음이며, 동적․개방적․ 외향적․밝은 곳은 양이니, 방은 마루에 대하여 음이며, 마루는 방에 대하여 양으로 설정될 수 있다.

음양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적 관계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니, 마루는 마당에 대하여 음이 될 수도 있다. 건물과 마당이 음양의 상보적 관계로서 하나의 단위가 되는 것처럼 방과 마루도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단위로 인식된다. 이에 서유구는 “廳만 있고 堂이 없으면 고아와 과부가 많이 나온다”고 하였고21),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집에 마루만 있고 방이 없음은 가난함을 초래한다”고 하였다.

조선 시대 주택의 공간 계획에서 방과 마루의 교차 반복이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음양론적 사고 체계가 밑바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마루의 음양론적 가변성은 기능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것같다. 공간 경험의 순서로 보면 마당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방이라는 폐쇄된 공간 사이에 마루라는 반 개방적 공간을 둠으로써 이동에 따른 위계적 질서를 갖는다. 마루는 현대건축 어휘에서 소위 ‘전이공간’, ‘매개공간’, 또는 ‘완충공간’이라고 부르는 공간에 해당한다.
침실에서 마루를 통하여 마당으로 연결되는 공간의 위계는 양-음/양-음의 질서를 이룬다.
마루는 마당에 대하여 음으로 방에 대하여 양으로 작용하는 가변성을 갖기 때문이다. 방앞에 툇마루를 두어 마당과 연결시키는 방법도 단지 출입의 편리성만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공간의 질서를 구현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두 침실 사이의 마루는 두 개의 침실이 공유할 수 있는 陽性의 공간인 동시에 공간의 구분이라는 기능적 목적을 달성한다. 內外의 구분이나 長幼의 구분 등 사회적 질서를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의 공간 구분도 배치법에서와 같이 방위와 관련한 음양적 의미에 따라 배치되곤 한다.

임금의 침전인 대조전에는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큰방이 하나씩 달렸는데, 임금의 방을 동쪽에 배치, 이를 동온돌이라 불렀으며, 서쪽의 왕비방을 서온돌이라 하였던 것이다22).


각 방들은 음양론적 방위와 관련되어 위치하면서 동시에 그 성격에 따라 음양적 속성을 갖도록 계획된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음의 속성을 갖는 공간들이 있는 반면에 양의 속성을 갖는 공간도 있다.

예를 들어 “안방은 사랑방에 비하여 보다 사적․동적․폐쇄적․수렴적․수축적․구심적․내향적 및 하강하려는 음의 속성을 갖는다. 반면에 사랑방은 안방에 비하여 보다 공적․동적․개방적․발산적․확장적․원심적․외향적 및 상승하려는 양의 속성을 갖는다” 23).


이러한 배치법은 단지 공간의 기능적 요구만으로 귀결될 수 없다. 오히려 상징화된 우주적 질서의 재현을 그 근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늘날의 서구 건축가들도 공간구성의 역동성이나 질서를 갖추기 위해 이러한 원리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Louis Khan의 경우 건축의 질서를 ‘침묵의 공간(silence)’과 ‘빛의 공간(light)’의 정신적 질서와, ‘부공간(servant space)’과 ‘주공간(served space)’의 물리적 질서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이는 한국 건축의 공간구성에 있어서 음양의 원리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건축에서는 단위 공간의 높이도 음양의 질서에 의해 결정된 것을 볼 수 있다.

공간의 높낮이는 공간의 명암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너무 어둡거나 너무 밝은 공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음양론으로 해석한 것이다.

홍만선은 “집을 지을 때 지붕을 너무높거나 낮게 하지 말아야 한다. 높으면 陽氣가 성하여 너무 밝다. 낮으면 陰氣가 성하여 너무 어둡다. 너무 밝으면 魄이 손상되고, 너무 어두우면 魂이 손상된다”고 설명하였다.
빛의 조절은 창호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창호지는 직사광선을 걸러 공간의 조도를 조절케 하는 일차적 장치가 된다. 창호지뿐만 아니라 빛을 조절하기 위한 시설도 사용된다.

“거실 사면에 모두 창호를 설치하여 바람이 불 때는 닫고 바람이 멎으면 열어 놓으며, 앞에는 발을 드리우고 뒤에는 병풍을 쳐서 너무 밝으면 발을 늘어뜨려 실내의 빛을 조화시키고 너무 어두우면 발을 걷어 외부의 빛을 통하게 하여, 음기가 양기가 적중해야하고 밝음과 어두움이 상반되어야 한다”24).

 이러한 시설들도 결국 공간의 음양 조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 것이다.


마루는 빛의 조절을 위해서도 대단히 유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마루는 마당에 떨어지는 직사광선을 걸러 주는 완충 공간으로서 마루에 면한 방의 창호에 반사광을 드리운다. 툇마루 역시 깊은 처마를 두어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마루판에 반사광을 받아 창호에 투사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렇게 공간의 음양 조화를 이루려는 여러 장치들은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이루는 또 하나의 단면으로 보인다.


20) 夏以涼廳 冬以燠室 ≪東文選≫.
21) 서유구, ≪임원경제지≫ <섬용지>에서 <거가필용> 인용.
22) 김광언, ≪주거민속지≫, 민음사, 1988, 103쪽.

23) 이강훈, ≪한국건축에 있어서 음양공간의 질서≫, 서울대 박사논문, 1989, 86쪽.
24)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 <거가필용> 인용.



5. 주거형태와 음양사상


집과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서 음양적 조화의 원리는 한국 건축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였다. 한국의 지형과 관련하여 음양적 조화를 이루도록 건축 형태를 제한하려는 노력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高麗史≫의 다음 기록은 이의 구체적 논거로서 흔히 사용된다.

“도선일기에 이르기를 땅은 산이 많은 것[多山]을 陽이라 하고, 산이 적은 것[希山]을 陰이라 하며, 집은 높은 집[高樓]을 양이라 하고, 낮은 집[平屋]을 음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원래 산이 많은 지형이기에 높은 집을 지으면 국운이 쇠퇴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太祖이래 궁궐로부터 민가에 이르기까지 높은 집을 못 짓게 하였다”25). 多山 지형에 高樓를 지으면 陽과 陽이 不和를 이루니, 多山의 陽과 平屋의 陰을 조화시키려 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집은 소우주로서 우주적 형상을 표방한다. 음양론에서는 천지의 음양에 의하여 인간을 비롯한 만물이 만들어진다고 인식하였다. 周熹의 ≪太極圖說≫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天․地․人은 만물의 근본이다 하늘은 만물을 탄생시키고 땅은 기르며 사람은 완성시킨다”26).

이에 따라 天․地․人은 우주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로서 三才, 혹은 三極이라고 불려져 왔다. 이는 자연계의 형상처럼 땅과 사람과 하늘의 수직 구조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우주의 수직적 구조는 집의 건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성주 탄생의 신화적 체계에서도 보여지듯이 집은 하늘과 땅의 교접에 의하여 탄생하는 것으로서 의인화되었다.

음양론에서는 사람의 모습도 하늘과 땅의 음양적 조화에 의해 형상화 된것으로서 하늘과 땅의 모습을 닮는다고 인식하였다. 정지운의 ≪天命圖說≫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과 금수, 초목의 형(形)이 圓․方․橫․逆의 다름이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인물의 形이 다른 까닭도 역시 陰陽二氣 때문이다. 그러므로 머리는 반드시 하늘과 같고 발은 반드시 땅과 같아서 平正直立한다”27).


집이 성주로서 의인화되었다면 집의 형상 역시 사람의 형상과 같이 우주적 수직 구조를 표현했을 것이라고 믿어진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는 유호(喩皓)의 ≪목경(木經)≫을 인용하여 가옥의 건물이 수직적으로 삼분되어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무릇 가옥에는 삼분(三分)이 있다.

들보[梁]이상은 상분(上分)이요, 땅[地]이상은 중분(中分)이요, 기단[階]은 하분(下分)이다.

무릇 들보[梁], 서까래[椽], 기둥[楹], 네모 서까래[桷], 기단[階級]은 모두 척도가 서로 대응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통 건축의 입면이 기단 부분의 하분과 기둥 부분의 중분, 그리고 지붕 부분의 상분으로서, 셋으로 나누어진 수직 체계로 분류되어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또한 삼분의 수직 체계는 각기 그에 해당하는 건축 요소를 가질 뿐 아니라, 척도로서 조화로운 비례를 가져야 한다는 입면 구성의 원칙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건축물의 수직적 입면 요소를 세 부분으로 나뉘어 인식하였다면 각 부분들은 땅․인간․하늘의
의미와 형태를 가질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만일 건물의 上․中․下分이 각기 天․人․地의 의미를 갖는다면 각기 그에 해당하는 형태적 요소로서 표현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조형예술에 있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을 象이라 하고, 표현된 대상의 외형을 形이라고 한다면 건축 입면을 인식하는 전통 사회의 체계는 지․인․천의 우주적 질서를 象으로 하고 이에 대응하는 삼분적 건축 요소의 形을 통하여 표현되었을 것이다.

이로써 건물의 영역은 인간의 聖化를 이루는 성역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三分法的 인식 체계는 건물 입면의 비례와 균제를 만들거나 각 부분의 재료를 선택하고 형상화하는 데 규범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28).


먼저 기단 부분을 살펴보면 그 재료나 형상이 땅, 즉 음의 속성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집의 기단은 평면적으로나 입면적으로 方形의 모습을 취한다. 이는 天壇이나 천궁처럼 하늘을 표상하는 건물의 기단이 원형의 모습을 취하는 것과 대비된다. 天圓地方의 원리에 따른 것이니 땅의 도상은 方形이기 때문이다. 고급 건축에서는 바닥에 방전을 깔고 기단은 장대석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방형의 모습이다.

기단의 재료로 사용되는 석재 또한 땅을 상징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음양론에서 돌은 五行의 金性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행에 있어서 金은 陰象에 해당하며, 따라서 땅의 속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中分은 인간을 형상화 한다. 기둥은 중분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인간의 형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기둥의 뿌리는 柱礎로서 인체의 발에 해당하고, 기둥의 머리는 柱頭로서 인체의 머리에 해당하며, 기둥의 몸은 柱身으로서 인체의 몸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유된다.


벽체와 창호 또한 인체적 형상으로서 벽체는 살과 피부에 해당하며, 창호는 곧잘 눈에 비유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체 또한 음양의 숫자로 보기 때문에 음양의 상보적 조화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막힌 곳과 트인 곳, 열린 곳과 닫힌 곳, 창호와 벽체 등의 상보적 조화는 입면의 역동성을 만드는 음양의 원리이다.


上分인 지붕에서는 하늘의 속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기둥 위에 설치되는 包作에는 구름이나 용, 봉황 등 하늘 세계를 묘사하는 조각들이 직설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붕 처마는 작은 원들의 조합이다. 서까래의 단면과 암수기와의 단면들은 天圓을 도상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처마 곡선 또한 무한한 대원을 상징하는 원호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기단과 대비되는 역동성, 신장감, 돌출감 등 陽의 속성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25) ≪고려사≫ 권 28, <충렬왕>조.
26) 天地人 萬物之本也 天生也 地養之 人成之.
27) 이상은, ≪퇴계의 생애와 사상≫, 서문문고, 1976, 225쪽.

28) 주거 형태의 수직적 형상에 대한 삼분법적 해석은 필자의 ≪집의 사회사≫에서 자세히 다룬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축약하기로 한다.



6. 결론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한국 전통 사회 속에서 주거의 건설은 그들의 우주관이었던 음양사상이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주적 질서를 갖춘 소우주의 건설, 그것이 이상적인 주거 모형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우주적 질서는 음양의 상보성과 조화원리를 근거로 한 음양사상에 입각한 것이며, 이는 주거 입지의 선정으로부터 배치와 평면 계획, 형태 계획에 이르기까지 주거 건축 전반에 걸쳐 설계 규범으로 적용됨으로써 한
국 주거 문화의 정체성을 만들게 되었다고 보여진다.


음양사상에 근거한 설계 원리는 현대 건축에 있어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첫째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 전통성을 재해석하는 준거가 될 수 있다. ‘기와만 올린다고 다 전통인가?’라는 ‘직설적 복고주의 논쟁’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재생시키는 방법론의 결핍에서 야기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표피가 아니라 전통 건축 속에 내재된 원리나 규범을 찾아내어 현대화시키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음양론적 설계 원리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원리로서 그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음양사상에 근거한 설계 원리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보편적인 설계 방법론으로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국 건축 문화의 정체성을 이루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문화를 초월한 범세계적인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고찰한 바와 같이 건축 계획에 있어서 음양적 원리나 방법들은 건축의 자연 친화성, 건축 형태 및 공간의 생명력, 인간 생태계의 보존과 순환, 환경적 질서와 조화, 균형 등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 건
축에서 범문화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공을 초월한 방법론으로서 현대적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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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언, ≪주거민속지≫, 민음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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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ang Hae, “Fengshui : Its Context and Meaning”, Ph.D. Thesis, Cornell University,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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