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스크랩] 선비정신의 현대적 조명

장안봉(微山) 2016. 6. 4. 04:31

.




선비정신의 현대적 조명


권 봉 숙(대동대학 교수)



1. 선비정신의 필요성


1) 선비와 선비정신


선비(Seonbi)란 예전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또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정신(精神)은 사고나 감정의 작용을 다스리는 인간의 마음, 물질적인 것을 초월한 영적인 존재, 사물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사물의 근본이 되는 의의나 목적을 말한다. 따라서 선비정신이란 선비가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된다.


선비정신은 선비 자신의 사고나 감정을 다스리는 절제능력을 포함한다.

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선출하던 네 가지 표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체모(體貌)의 풍위(豐偉), 언사(言辭)의 변정(辯正), 해법(楷法)의 준미(遵美), 문리(文理)의 우장(優長)은 자주 선비로 불릴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전문화된 지식정보화 사회를 표방하면서 통신매체의 발달로 급속한 속도로 글로벌화 되는 지구촌의 선비란 과연 누구인가?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는 사람이나 학문을 닦는 사람이란 측면에서 보면 배움에 목말라하는 모든 사람이 과거의 선비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즉 현 시대에 우리가 모두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선비정신이 필요하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현대적 조명이 전 지구적으로 절실히 필요하다.


사람의 신체는 진화과정에서 미묘한 변화가 진행되지만 기본적인 골격체계의 변화과정은 완만하다. 반면에 정신세계는 언어전달매체와 도구의 발달과 더불어 급속한 변화속도를 보이고 있다. 즉 과거의 선비인 요즘 사람이 고결한 자신의 인품을 갈고 닦으면서 본성을 지키며 살려면 현대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오늘날 선비정신을 具現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공통과제로 탐구해볼 필요성이 있다.



2) 선비정신과 지식근로자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선비정신을 지니고 사는 사람에 가장 가까운 집단의 사람은 ‘지식근로자’에 해당된다. 지식근로자란 일정 시간 한 가지 분야에 몰입과 단련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여 사회에 유익한 생산 활동을 하는 집단의 근로자이다. 지식근로자들은 자기 직무의 목표를 달성하고, 이 목표달성 능력은 배워서 향상될 수 있다는 전제에 바탕을 둔다. 현대의 지식근로자는 사회교육원이나 평생학습 센터 등을 통해 부단히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2. 선비의 내면적 덕목


1) 독서를 통한 내면경작


선비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선비가 책을 읽는 일은 지식을 심화시키고 체험을 확장시켜서 내면적 덕목을 함양하는 중요한 활동의 하나이다. 퇴계 선생은 스스로 독서에 열중하였을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독서를 강조하였다.


선생은 일찍이 서울에서 주자전서를 구하여 문을 닫고 들어앉아서 조용히 읽기를 시작하여 한 여름내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혹 누가 더위로 몸이 상하지 않을까 경계하면, 선생은 "이 글을 읽으면 가슴 속에서 문득 시원한 기운이 생기는 것을 깨닫게 되어 저절로 더위를 모르게 되는데, 무슨 병이 생기겠는가." 하였다.

<「언행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 퇴계집』 Ⅱ, 224쪽>


퇴계 선생은 독서를 하는 동안 여름의 더위를 잊었다. 그리고 주위 사람이 건강을 걱정하면 오히려 독서를 하면 가슴에서 시원한 기운이 생기는 것을 깨닫는다고 할 정도로 독서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느꼈다.


글을 읽는 법을 물었더니, 선생은 "그저 익숙하도록 읽는 것뿐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비록 글을 알았으나 만약 익숙하지 못하면 읽자마자 곧 잊어버리게 되어 마음에 간직할 수 없을 것은 틀림없다.

이미 알고 난 뒤에 또 거기에 자세하고 익숙해질 공부를 더 한 뒤라야 비로소 마음에 간직할 수 있으며, 또 흐뭇한 맛도 있을 것이다." 하였다.<「언행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 퇴계집』Ⅱ, 226쪽>


독서는 지식을 심화시키고 경험을 확장하는 일인 만큼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즉 모르면 알 때까지 익숙하도록 읽어야 마음에 간직할 수 있으며, 이러할 때에 흐뭇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여기서 흐뭇한 맛은 기존의 지식을 자기화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이런 점에서 독서는 결국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한 내면적 덕성을 기르는 경작이 된다.

한편, 미국의 초절주의자인 도로우는 독서방법과 필요성을 신체에 필요한 운동과 마찬가지로 정신생활에 필요한 양식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독서를 잘 하는 것, 즉 참된 정신으로 진실한 책을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요즘 존중받고 있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그것은 운동선수들이 치르는 것과 같은 훈련을 필요로 하며, 독서하는 문제에 대해 거의 평생에 걸쳐 착실한 자세를 유지하려는 마음가짐을 요한다. 책은 그것이 처음에 쓰여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


퇴계 선생과 도로우의 독서 활동을 대비해보면 대동소이하다. 요즈음 학교 교육에서 학생의 자기 학습과 인성 함양을 위하여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현재의 독서 교육에서 서구의 이론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퇴계 선생의 독서 활동과 독서 교육을 체계화하여 계승할 필요가 있다.



2) 삼강령과 팔조목


  『대학』은 학문을 하는 강목이며, 그 내용은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수신의 근본이 되었다.

『대학』에서 제시한 수신의 근본이 ‘삼강령’과 ‘팔조목’이다.


"대학의 도는 명덕(明德)을 밝힘에 있으며, 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선(至善)에 그침에 있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대학』,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대학ㆍ중용집주』, 23쪽>


"옛날에 명덕(明德)을 천하게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루고,

그 마음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하고,

그 뜻을 성실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지식을 지극히 하였으니, 지식을 지극히 함은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에 있다.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

<『대학』, 성백효 역주,『현토완역 대학ㆍ중용집주』, 24쪽>


오늘날 삼강령을 돌이켜 보면 ‘명덕’이란 창조적 지성으로 대치할 수 있고, ‘친민’이란 사람의 신체가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듯이 정신도 새롭게 변화됨을 확인하며 발전적인 내용들은 서로 공유하며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항상 지극한 착함 즉 ‘지선’에 머무는 것이다.

팔조목은 개인적 학습이나 공부가 일정단계에 이르러 자아발견의 단계에 이르면 사회적인 책무로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목표달성 능력의 습득방법은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3. 선비의 자기관리


1) 신언서판(身言書判)


선비의 자기관리는 내면적 덕목으로 가다듬어진 정신세계를 외부적으로 표현할 때 주로 평가되던 항목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평가기준은 당나라 때 주로 관리의 채용기준으로 적용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⑴ 신(身)

사람의 신체란 복잡한 구조의 단계적 결합체로 물질의 기본 단위가 되는 원자(atom), 그리고 몇 개의 원자들이 모인 분자(molecule), 이 분자들이 모여 거대한 분자를 이루는데 이것을 생체고분자(macromolecule)라 한다. 생체고분자들이 모여서 인체의 현미경학적 기본단위가 되는 세포(cell), 이어서 단계적으로 조직, 기관, 계통 그리고 사람이라는 개체가 형성된다. 개체의 구조적 형태에 따라 사람의 신체가 기능하게 된다.

신(身)이란 사람의 개별적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첫째 평가기준이 되는 것으로, 각 사람이 출생 시 받은 신체로 자신만의 고유한 외적 신체정위(身體正位)가 바르게 표현되면 된다.


⑵ 언(言)

퇴계 선생은 언(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선생은 일찍이 "말은 뜻을 전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학자는 문장을 공부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문장을 알지 못하면, 비록 글자를 약간 안다 해도 그 뜻을 말에 나타내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언행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 퇴계집』 Ⅱ, 366쪽>


언(言)이란 사람의 표현능력을 말하며,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규범아래 반듯하면서 부드럽고 고운 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말 속에 뜻이 깊고 아는 것이 조리 있고 적절하게 표현되었을 때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언(言)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변정(辯正)이 요구된다.


⑶ 서(書)

퇴계 선생은 글씨 즉 필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선생의 필법은 단정하고 굳세며, 고상하고 무거웠다. 그 대자(大字)도 또한 방정하고 엄하며 가지런하여 이름난 다른 사람들이 괴이하고 기이한 것만을 숭상하는 것과는 달랐다. 경복궁이 화재를 당해 다시 수리할 때에 궁전의 액자나 문의 제자(題字)는 모두 선생의 글씨였고, 상량문도 또한 선생이 지은 것이다.

<「언행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 퇴계집』 Ⅱ, 367쪽>


서(書)는 글씨 즉 필적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씨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 만큼 글쓴이의 노력정도와 인내를 반영하므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인물을 평가하는데, 글씨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글씨체로 선정된 내용도 중요하지만 미적인 감각도 평가의 요소가 되었다.


⑷ 판(判)

퇴계 선생은 사물의 이치 또는 생활에 대한 판단이 매우 신중하였으며, 그런 판단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한 번은 선생을 모시고 산당(山堂)에 앉아 있는데, 앞들에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산당을 지키는 중이 "그 사람 괴이하다. 진사(進賜) 앞을 지나면서 말에서 내리지 않다니." 라고 하니, 선생은 "말 탄 사람이 그림 속의 사람같이 하나의 좋은 경치를 더해 주는데, 허물할 것이 무엇인가."하였다.<「언행록」, 민족문화추진회, ?국역 퇴계집? Ⅱ, 293쪽>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허물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퇴계 선생은 긍정적으로 판단한 내용이다. 이런 긍정적인 판단을 덕성을 갖춘 선비의 자기 관리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판(判)이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체모(體貌)가 뛰어나고, 말을 잘하고, 글씨에 능해도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능력이 없으면, 그 인물됨이 출중할 수 없다 하여 문리의 우장(優長)할 것이 요구되었다.


현대의 삶에서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게 되면서 학교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신체 가꾸기, 말하기, 글쓰기, 판단하기 등에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선비의 자기관리의 기준이었던 신언서판의 창의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


선비정신을 현대적 관점에서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의 준비조건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선비정신을 갖춘 현대인인 시민은 신체가 건강해야 하고, 언어능력이 치우치지 않으면서 명료해야 하며, 문필능력이 각 나라의 문자 표현 방식에 따르면서 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판단력이 이치에 근거하여 원칙이 있으면서 공정성이 외부로 나타나야 한다. 이 네 가지는 힘의 균형 측면에서 볼 때 부단한 노력과 단련으로 터득되는 점에서 선비의 자기관리와 공통된다.



2) 과업달성과 헌신


선비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고 깨닫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사물의 이치 탐구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중용?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분명히 판별하고 독실히 실행하라.

배우지 않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배울 바에는 능숙해지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는다.

묻지 않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물을 바에는 알게 되지 않으면 그만 두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을 경우가 있을지언정 생각할 바에는 얻게 되지 않으면 그만 두지 않는다.

판별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지언정 판별할 바에는 분명치 않으면 그만 두지 않는다.

 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지언정 행할 바에는 독실하지 않으면 그만 두지 않는다.

남이 한 번에 능하거든 자기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능하거든 자기는 천 번을 하라.

<『중용』,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대학ㆍ중용집주』, 94쪽>>


오늘날 지식근로자의 자기관리는 바로 과업달성과 직결된다. 위의 내용은 내면적 덕성 경작과 학문적 연구 활동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과 단계별 실천 방안을 명확하게 가르친다.

널리 배우고[박학(博學)] 자세히 묻고[심문(審問)] 신중히 생각하고[신사(愼思)] 분명히 판단하고[명변(明辯)] 독실히 실행해야[독행(篤行)]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업에는 목표가 있고 목표달성을 위해 진정성과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원하는 소기의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최상의 결과를 원한다면 자율성과 경제성과 효율성이 어우러진 헌신적 몰입 상태가 요구된다.



4. 선비의 리더십


선비의 리더십이란 선비 즉 현대적 지식근로자가 무리 또는 자신을 다스려 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리더십의 성격과 역할은 인류문명의 진화와 함께 끝없이 진화되어 왔다(하이페츠, 2008). 문명의 진화라는 것은 사회의 물질적 환경과 정신적 성숙 정도가 진보되는 것을 포함한다.

오늘날 리더는 천부적으로 타고 난다기 보다는 교육이나 훈련에 의해 갖추어 지는 자질로 더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리더십에는 본질적으로 도덕적 원칙과 가치관이 바탕에 깔려 있다.


선비의 리더십이란 「사서삼경」과 같은 경전에서 거론된 내용이 주축을 이루고, 오늘날 지식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지식과 성숙한 인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이성적 인성


⑴ 사단(四端)


이로 말미암아 본다면 측은지심(惻隱之心)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단서요,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서요,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禮)의 단서요, 시비지심(是非之心)은 지의 단서이다.

사람이 이 사단(四端)을 가지고 있음은 사체(四體)를 가지고 있음과 같으니, 이 사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인의(仁義)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자신을 해치는 자요, 자기 군주가 인의(仁義)를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군주를 해치는 자이다.

무릇 사단이 나에게 있는 것을 다 넓혀서 채울 줄 알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며 샘물이 처음 나오는 것과 같을 것이니, 만일 능히 이것을 채운다면 족히 사해(四海)를 보호할 수 있고, 만일 채우지 못한다면 부모(父母)도 섬길 수 없을 것이다.<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맹자집주』, 103-104쪽>



⑵ 대동정신


공자가 말한다.


"큰 도가 행해진 일과 삼대의 준영(俊英: 하, 은, 주 3대의 영명한 임금들의 치세)은 내가 아직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록한 것은 있다.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를 공(公)으로 하여 어진 이를 뽑고 능한 자를 골라서 신(信)을 강구하고 화목함을 닦았다. 그런 때문에 사람들은 유독 그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유독 그 아들만을 아들로 여기지 않았다.

늙은이로 하여금 마칠 곳이 있게 하고, 젊은이로 하여금 쓰일 곳이 있게 하며, 어린이로 하여금 자랄 곳이 있게 하고, 긍과고독(矜誇孤獨: 늙어서 아내가 없는 남자, 늙어서 남편을 잃은 여자, 어려서 부모 또는 아버지가 없는 아들, 늙어서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사람)과 폐질에 걸린 자로 하여금 모두 기르는 곳이 있게 하였다.

남자는 직분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재물은 그것을 땅에 버리는 것을 미워하지만 반드시 감추어 두지 않았으며, 힘은 그 몸에서 내지 않는 것을 미워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위해서 쓰지는 않는다. 그런 때문에 간사한 꾀는 닫히고 일어나지 않으며 도절(盜竊)과 난적이 생기지 않았다.

때문에 바깥문을 닫지 않았다. 이것을 대동(大同: 천하가 공공 전체의 물건으로 보여져서 인류가 크게 합동해서 한 세계를 만들고 있는 상태)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큰 도가 이미 숨기어져 천하를 사사 집으로 삼는다. 저마다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고, 제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고, 재물과 인력은 자기만을 위해서 쓴다.

대인은 세습하는 일을 예(禮)로 여기며, 성곽과 구지(溝池)는 견고하게 하다. 예의를 가지고 기강으로 삼아서, 이것으로 군신(君臣)을 바르게 하고, 부자(父子)를 돈독하게 하며, 형제(兄弟)를 화목하게 하고, 부부(夫婦)를 화합하게 한다. 제도를 만들어서 전리(田里)를 세우며, 용기 있고 지혜 있는 이를 어질게 여기고, 공(功)은 자기를 위해 쓴다. 그 때문에 간사한 계모(計謀)가 생기고 전쟁이 이 때문에 일어난다.

우(禹)ㆍ탕(湯)ㆍ문(文)ㆍ무(武), 성왕(成王)ㆍ주공(周公)은 이것을 가지고 뛰어난 일을 한 이들이다.


이 여섯 군자들은 예(禮)에 삼가지 않은 이가 없다. 이것으로 의(義)를 나타내고, 그 신(信)을 이루며 허물 있는 것을 밝히고, 인(仁)을 법으로 하여 겸양(謙讓)을 강구하여 백성들에게 떳떳함이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만일 이것에 따르지 않는 자가 있으면 권세가 있는 자라도 내쫓아서 백성들이 재앙으로 여긴다. 이것을 소강(小康: 겨우 편안한 세상)이라고 한다."

<이민수 역해, 『예기』, 254-256쪽>



⑶ 중화탕(中和湯)


선생은 『활인심방』에서 이런저런 처방이 잘 듣지 않을 때 마음을 다스려 주는 30가지 처방을 제시하면서 실제 복용하는 것이 아닌 상상속의 처방이지만 이 재료를 잘 섞어서 가루로 만들고 거기에 심화(心火) 한 근과 신수(腎水) 두 대접을 잘 저어 섞는다. 그리고 이것을 오분(五分)이 되도록 느긋하게 달여 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복용하라 하셨다. 30가지 처방은 다음과 같다.


1. 사무사 : 사악한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2. 행호사 : 좋은 일만 행한다.

3. 막기심 : 스스로 마음을 속이지 않는다.

4. 행방편 : 편안하게 행동한다.

5. 수본분 : 자기 분수를 지킨다.

6. 막질투 : 샘을 내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7. 제교사 : 간사하거나 교만한 마음을 버린다.

8. 무성실 : 모든 일에 성실하도록 힘쓴다.

9. 순천도 : 하늘의 뜻에 따른다.

10. 지명한 : 자기 수명의 한도를 안다.

11. 청심 : 마음을 깨끗이 한다.

12. 과욕 : 모든 일에 욕심을 과하게 내지 않는다.

13. 인내 : 모든 고통을 잘 참고 견디어 낸다.

14. 유순 : 부드럽고 순하게 처신한다.

15. 겸화 : 겸손하게 화합한다.

16. 지족 : 만족할 줄 안다.

17. 염근 : 청렴하고 몸가짐에 조심한다.

18. 존인 : 어진 일을 행한다.

19. 절검 : 절약하고 검소하게 산다.

20. 처중 : 한족으로 쏠리지 않고 중용을 지킨다.

21. 계살 : 살생을 경계한다.

22. 계노: 성냄을 경계한다.

23. 계폭 : 거칠게 행동하지 않는다.

24. 계탐 : 탐욕을 경계한다.

25. 신독 : 매사에 조심하고 독실하게 행동한다.

26. 지기 : 사물의 기미를 안다.

27. 보애 : 사랑하고 보호한다.

28. 활퇴 : 물러서야 할 때 담담하게 물러난다.

29. 수정 : 고요함을 지킨다.

30. 음즐 : 음덕을 쌓는다.” 


2) 성숙한 인격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공동선을 추구한다. 사회 속의 구성원으로 한 개인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인격 특성이 어느 때 보다 중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알포트의 성숙한 인간의 대표적인 7가지 특성은 자아의식 확대, 타인과 친밀한 관계형성 능력, 정서적 안정, 현실적 지각력, 일과 책임감으로 헌신하려는 의지, 자기 객관화 능력 그리고 활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기준거기준이 있는 것을 말한다.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지라도 인의예지신의 오상(五常), 대동정신, 중화탕을 배우고 익히면서 스스로 향상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으로 본다.



5. 선비정신의 현대적 구현


선비정신은 선비가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선비란 과거 농경사회의 최고 지식인이면서 당대의 정신세계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주역들이었다. 오늘날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공개된 지식과 경계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식은 다방면으로 공개되어 있다.

개방된 정보체계가 인공위성을 통한 서비스로 제공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 삶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지금 평생학습을 통해 배우는 모든 사람이 선비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 현대생활에서 선비정신의 구현이란 지속적으로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배운 내용을 근간으로 실생활에서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오늘날 평생학습을 통해 배우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선비정신을 현대화 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퇴계, 『국역 퇴계집』, 민족문화추진회, 1976.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맹자집주』, 전통문화연구회, 1995.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맹자집주』, 전통문화연구회, 1994.

이민수 역해, 『예기』, 혜원출판사, 1993.

감산 지음, 오진탁 옮김, 『감산의 노자 풀이』, 서광사, 1990.

김흥호, 『길을 찾은 사람들-동양철인들의 생애』, 풍만, 1984.

류영모 말씀, 박영호 엮음, 『죽음에 생명을 절망에 희망을』, 홍익재, 1993.

권오길, 『인체기행』, 지성사, 2000.

신용철, 『한방氣功클리닉』, 북클럽, 1998.

이철환, 『활인심방』, 나무의 꿈, 2009.

이한기 외, 『해부생리학』, 고문사, 2008.

로널드 A. 하이페츠 지음, 김충선・이동욱 옮김,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 수업』, 더난출판, 2008.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노트』, 한국경제신문, 201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김성 역, 『월든』, 책 만드는 집, 2004.




<2011년도 퇴계학부산연구원 시민문화강좌 24>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