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지상권과 관습상 법정지상권의 차이
법률용어는 너무 어려워서 누구나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요. 소설책처럼 읽기가 쉬웠으면 좋으련만 왜 그렇게 어려운 낱말의 집합소가 돼 있는지 법률사무를 취급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늘 있습니다.
“법정지상권(法定地上權)과 관습상법정지상권(慣習上法定地上權)”이라고 한다면 전문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 말의 뜻을 선뜻 이해할 수 있을까요? “법으로 정해진 남의 땅 사용권리” “관습으로 인정된 남의 땅 이용권한”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실는지 모르겠네요.
필자는 부동산법률 칼럼을 쓸 때마다 나름대로 풀어쓰기를 하고 있지만 대법관들이 쓴 판례까지 풀어쓸 수 없기 때문에 법조문과 판례는 원안대로 올려 드리고 있음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렇게 했더니 독자들은 해설은 쉬어서 좋은데 왜 판례는 이해할 수 없도록 어렵게 쓰느냐, 고 댓글로 항의를 하시는데 어찌해야 좋을까요.
앞으로는 판례도 근본 취지에 빗겨 나가지 않은 범위 내에서 풀어쓰도록 할까 합니다. 글은 읽어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때문에 어려운 낱말로 도배하기 보다는 한 번 읽으면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써 보도록 할 참입니다.
먼저 지상권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부터 알아야 하겠네요. 지상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공작물,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용료를 지불하건 무료로 사용하건 그건 문제되지 않습니다.
사례 1
A는 소아마비 환자이기 때문에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토지를 매수한 후 그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단독주택을 건축하여 입주 하였습니다. 그러나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1년이 못되어 은행으로부터 경매를 당하였다는군요.
B는 경매에 참가하여 대지만을 경락받았고 대지의 소유자가 됐다고 합니다. 결국 A는 단독주택만 가지고 있게 되었고, B는 A에 대하여 땅 주인 행세를 하며 주택을 철거하라고 합니다. 내 땅위에 왜 당신이 집을 가지고 있느냐고 하면서-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더군요. 굴러온 돌이 밝힌 돌 빼낸다고,
A는 철거해야 할까요? 아래 세 가지 답 중 어느 답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 이제 남의 땅위에 있는 건물이 됐으므로 철거해야 한다. 2. 원래부터 있었던 건물이었으므로 대지사용료만 내면 언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3. B에게 건물을 사라고 매수청구를 해야 한다.
해설
A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의 소유였다가 나중에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더라도 법에서는 건물 소유자에게 일정한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법정 지상권”이라는 것인데,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경우는
1> 토지와 건물의 같은 소유자가 건물에 전세권을 설정한 후 토지 소유자가 바뀐 경우로써 즉, 건물에만 전세권을 설정했었는데 그 후 토지소유자가 바뀐 경우와 2> 토지나 건물 어느 한쪽에만 저당권이 설정된 후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A는 철거에 응할 의무가 없고 B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한 사용료만 지불하면 되는 것입니다.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보고 있는 우리나라 법 제도 중 건물소유자의 권리와 편익을 위한 규정이라고 보겠습니다. 답은 2번이라고 봐야지요.
사례 2
그 후 A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외곽지역에 대지를 마련하여 무허가로 집을 지어 입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 C가 찾아와서 “너는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공짜로 거주하고, 대지만 나에게 팔아라” 하면서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C는 부근 땅도 사들이면서 계속 팔라고 졸라대므로 A는 많은 값을 받고 C에게 팔게 되었다는군요. 건물의 철거나 사용료 등에 대하여는 약정도 없었고, 죽을 때까지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C는 사 모았던 모든 땅을 D에게 팔아버렸고 D는 A에 대하여 자신의 땅위에 있는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라는 통보를 보내 온 것입니다. A는 당치 않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하면서 대꾸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A는 철거해야 할까요? 아래 세 가지 답 중 어느 답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 남의 땅위에 있는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철거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2. 언제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3. 법에서도 어쩔 수 없고 당사자들끼리 합의할 사항이다.
해설
역시 A는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관습상법정지상권”이라는 것입니다. 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하였다가 매매 기타 원인으로 각각 그 소유자를 달리하게 된 경우에,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으면 건물소유자로 하여금 토지를 계속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철거를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사례를 건물소유자에게 인정되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사회경제적 고려, 즉 잠재적인 대지이용권의 현재화의 요청에 기하여 판례로 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려면,
1> 먼저 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이 동일인의 소유에 속했어야 하고, 2>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법률상 규정된 것이 아닌 원인으로 각각 소유권을 달 리 하게 돼야 하고, 3>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될 때 당사자 사이에 건물을 철거 한다는 특약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관습상의 법정지상권 자체에 관해서는 등기를 요하지 않지만 그 관습상법정지상권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A는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들어 대지 임자 D의 요구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고 무허가 건물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답은 2번이라고 봐야겠네요.
법조문
민법 제 366조(법정지상권)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다른 소유자에게 속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이를 정한다.
관습상 법정지상권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각 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될 때에는 특히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 없는 이상,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을 위한 관습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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