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선생(1579~1655)은 성리학의 대가로 예학에 밝았으며 음률 병법 복서에 능하고 문장도 뛰어 난 인물이다. 벼슬은 좌의정을 지냈고 저서에 포저집(浦渚集)과 경서천설(經書淺說)이 있다. 풍양조씨는 조선조에서 문과급제자 182명 왕비 2명 상신 7명 대제학 4명 등을 배출한 명문이다. 조익선생의 묘소는 충남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 33-1번지에 있다.
오늘은 유난히 무더운 날씨인데 목요반 수강생 일부와 함께 선생의 묘를 찾았다. 홍살문을 지나 제실을 옆에 두고 신도비에 이르자 가파르고 높은 순전이 앞을 막았다. 혈장(穴場)에 올라 보니 묘가 상하로 두기가 있는데 아래는 조영중(趙瑩中)공의 묘이고 위에는 바로 조익선생의 묘였다. 선생의 묘 앞에 모여 묵례를 올리고 천천히 혈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혈형(穴形)은 유혈(乳穴)이었고 혈장은 상하로 약간 긴 편이었다. 혈장의 백호쪽 위로 가깝게 선익(蟬翼)이 있어 혈증(穴證)의 하나가 되었다. 좌향을 보기 위해 봉분 바로 뒤의 뇌두(腦頭)에 올라 앞을 보니 안산(案山)의 형태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것은 상격이면 귀인이 난다는 석모사(席帽砂)였다. 나경을 보니 좌향은 을좌신향(乙坐辛向)이었다.
뒤로 몸을 돌려 입혈맥(入穴脉)을 보니 사맥(巳脉)으로 좌향(혈장중심선)과 약 45˚로 꺾였는데 잘록하여 마치 과일 꼭지 같았다. 입혈맥이 발출(發出)한 지점이 솟아올라 하나의 마디를 이루고 여기서 양쪽으로 줄기를 내려 꽃받침이나 과일 꼭지를 연상시킨다. 솟아 오른 지점에서 뒤로 연결된 입수룡을 보니 기복(起伏)과 속기(束氣)가 잘 되어 혈을 맺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입수룡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니 굴곡(屈曲)없이 곧고 가파르게 내려왔다. 일종의 살기(殺氣)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입혈맥과 도두일절의 형태가 특이하였는데 왜 그렇게 생겼는지 입수룡뒤를 한참 올라가 보고 난 후에 이해할 수 있었다. 곧고 가파른 살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길게 곧고 가파르게 내려 왔기 때문에 혈을 맺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탈살(脫殺)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진입수(辰入首)로 곧고 급하게 내려오다 갑자기 평(平)을 이루고 잘록하게 속기(束氣)한 다음 다시 솟아 기복(起伏)하고 굴곡이 없기 때문에 기충뇌산(氣冲腦散)의 염려가 있어 진입수(辰入首)에서 사입혈맥(巳入穴脉)으로 꺾이고 다시 을좌(乙坐)의 혈장으로 꺾이니 이것이 바로 탈살을 위한 굴곡(屈曲)이 된다.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기복과 속기와 굴곡을 완벽하게 하여 곧고 급한 살기(殺氣)를 일시에 해결한 형태로 혈을 맺기 위한 마지막 탈살의 몸부림이 이와 같이 특이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마지막 과정이 없었다면 이곳은 혈을 맺지 못하였을 텐데 과연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수강생이 묻기를 도두일절의 기복에서 솟은 곳이 제법 둥글고 평탄하니 그곳이 돌혈(突穴)의 혈처(穴處)가 아닌가라고 질문하였다. 답하기를 그곳은 혈처가 아니고 혈증(穴證)의 하나라 하였다. 왜냐하면 돌기한 곳에서 양쪽으로 줄기를 내렸으니 혈처 중간에서는 선익사의 시발점이 될 수 없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시 앞으로 입혈맥을 발출하였으니 그곳은 입수룡과 입혈맥을 구획하는 하나의 마디이다. 기운이 잠시 멈추는 일시적인 곳으로 기운이 최종적으로 멈춘 혈장이 될 수 없다 하였다.
이어서 다른 수강생이 묻기를 상하(上下)의 두 묘 중에 어느 곳이 올바른 점혈이냐고 질문하였다. 답하기를 위의 조익선생 묘가 올바른 점혈이라 하였다. 왜냐하면 선생의 묘 바로 위의 백호쪽으로 선익사가 있고 아래에 있는 조영중공 묘의 위로는 선익사가 없다. 그리고 선생 묘의 순전은 넉넉한데 아래 묘의 순전은 좁고 인작(人作)으로 흙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순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밑으로 너무 가파르게 되었다.
좀더 넓게 보면 뒤의 현무정이 금체(金体)로 솟고 좌우로 용호사(龍虎砂)를 만들었으며 가운데로 중출맥(中出脉)을 내리어 혈을 맺었다. 그리고 앞에서 조대(朝對)하는 산이 아름다우니 주객(主客)이 서로 응(應)하고 청룡이 역수(逆水)하여 국(局)을 이루었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탈살(脫殺)하여 혈(穴)을 맺는 과정의 형태를 연구할 수 있는 자리로 초학자분들은 꼭 와보기를 권하고 싶다. 더운 날씨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후손들의 발전을 기원하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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