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입으로 부르다.
제공들은 줄을 이어 대성을 오르는데 / 諸公袞袞登臺省
나 혼자 필마 타고 관산으로 돌아가네 / 匹馬關山我獨歸
소무는 북해 가에서 양을 치고 있는데 / 蘇武看羊北海上
상림원에 날아온 안서는 전혀 볼 수 없구나 / 絶無書雁上林飛
[주D-001]소무(蘇武)는 …… 없구나 : 한 무제(漢武帝) 때 소무가 흉노(匈奴)에 사신 갔다가
억류되어 그들의 항복 권유에 굽히지 않으므로 끝내 북해(北海) 가에 안치되었는데, 흉노는
소무에게 그 곳에서 숫양[羝]을 기르게 하면서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한 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렇게 19년을 지낸 뒤, 한 소제(漢昭帝) 때에 흉노와 화친을 하게 되어, 한 나라에서 소무를 돌려보내라고 요구하자, 흉노는 거짓으로 소무가 죽었다고 핑계대었다.
그러자 뒤에 한 나라 사신이 흉노에 가서 한인(漢人)상혜(常惠)의 계책에 따라, 흉노 선우(單于)에게 “천자(天子)가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을 하다가 기러기를 잡았는데, 기러기의 발목에 비단에 쓴 편지[帛書]가 매여 있었는바, 그 내용은 곧 소무 등이 아무 택중(澤中)에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함으로써, 마침내 소무가 한 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漢書 卷54》
정평(定平)의 유생들이 길 아래에 모여서 얼굴 한 번 보기를 요구하므로
기뻐서 육언(六言) 한 절구를 짓다.
제생들이 얼굴 한 번 보기를 원하여 / 諸生求一見面
서로 이끌고 산기슭으로 걸어 나왔네 / 相携步出山樊
나는 네 손 여덟 발 달린 사람이 아니라 / 我非四手八足
다만 일을 만나면 가벼이 말을 한다오 / 只是遇事輕言
덕산역(德山驛)에서 읊다.
황량한 고역에 흰 눈은 울타리에 가득한데 / 古驛荒涼雪壓籬
복부들이 밤중에 서로 배고프다 울어대네 / 僕夫相伴夜啼飢
시인의 정취는 일찍이 응당 다했을텐데 / 騷家情景嘗應盡
하늘이 시호를 보내 묘한 생각 열어주누나 / 天遣詩豪發妙思
함원역(咸原驛)에서 읊다.
현석산 꼭대기에 쌓인 눈이 / 玄石山頭雪
불어와서 역로를 하얗게 만들고 / 吹來驛路霜
바람 따라 대륙을 흐리게 하니 / 隨風迷大陸
찬 햇빛 희미하여 광채가 없구나 / 寒日淡無光
사인(士人) 윤선도(尹善道)가 상소를 올려 일을 말했다가, 그로 인해 육진(六鎭)에 귀양가면서
홍원(洪原)을 지날 적에, 관기(官妓) 조생(趙生)이 술병을 가지고 가서 그를 위로하였으므로,
이 때문에 그의 이름이 서울에까지 알려졌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여기를 지나다가 그의 집에
기숙하면서도 주인이 조생인 줄을 몰랐다가, 다음 날에야 알고는 장난 삼아 한 절구를 읊다.
일찍이 서울까지 훌륭한 명성 전해졌는데 / 曾於京口盛名傳
부평초처럼 서로 만남 또한 우연이로다 / 萍水過逢亦偶然
매우 부끄러운 건 숙예가 안목이 없어서 / 深愧叔譽非具眼
술동이 앞에 섰는 종멸을 몰라보았음일세 / 不知鬷蔑在樽前
[주D-001]숙예(叔譽)가 …… 몰라보았음일세 : 숙예는 춘추 시대 진(晉) 나라 숙향(叔向)을
가리킨다. 숙향이 정(鄭) 나라에 갔을 때, 정나라 대부(大夫)인 종멸(鬷蔑)이 얼굴이 매우 못생겼었는데, 숙향을 만나보기 위해 숙향에게 술 대접하는 심부름꾼을 따라 들어가 당(堂) 아래에 서서 한 마디 훌륭한 말을 하자, 숙향이 마침 술을 마시려다가 종멸의 말소리를 듣고는 “반드시 종멸일 것이다.” 하고, 당 아래로 내려가서 그의 손을 잡고 자리로 올라가 서로 친밀하게 얘기를 나누었던 데서 온 말이다. 《左傳 昭公 28年》
이월 육일에 북청(北靑)에 당도하다.
옛 돈대의 송패엔 북청이라 쓰였는데 / 古松牌記北靑
판교의 서쪽에선 마중 나오는 이 적구나 / 板橋西畔少人迎
뭇 산들은 정히 호걸을 가두고자 하여라 / 群山定欲囚豪傑
돌아보니 일천 봉우리가 갈 길을 막아 버렸네 / 回望千峯鎖去程
밤에 앉아서 읊다.
밤새도록 묵묵히 앉아 돌아온 길 계산하는데 / 終宵默坐算歸程
새벽달이 사람 엿보며 문에 들어 밝구나 / 曉月窺人入戶明
갑자기 외기러기가 하늘 밖에 지나가니 / 忽有孤鴻天外過
올 때는 응당 한양성으로부터 출발했으리 / 來時應自漢陽城
북쪽 풍속은 말달리기를 좋아하여 남녀가 모두 전립(氈笠)을 쓰고 손으로 재갈을 잡고 달리는데, 이 때 관기 경선(慶仙)이 나를 만나보러 왔기에 내가 너도 말달리기를 잘 하느냐고 물으니,
경선이 즉시 안장에 올라앉아 말을 돌린 다음 말을 몰아 질주하므로, 내가 기뻐하며 짓다.
간드러지고 예쁜 날씬한 몸매의 소녀가 / 裊裊娉娉蔻荳長
가벼운 제비처럼 용을 타고 날아가네 / 翩然輕燕踏龍翔
봄놀이 하는 아가씨들 다투어 와서 구경하니 / 女郞拾翠爭來看
물 건너의 동풍이 좋은 향기를 보내 주누나 / 隔水東風送異香
단오일에 선묘(先墓)를 생각하다.
충효를 대대로 전하여 이 몸에 미쳐서는 / 忠孝傳家及此身
부모님께서 늘 너 사람 되거라고 경계하였네 / 爺孃常戒汝爲人
오랑캐 땅 오늘은 하늘과 바다가 연접했는데 / 龍荒是日天連海
좋은 때를 곡하는 까마귀 소리를 매양 듣누나 / 每聽林烏哭令辰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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