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가재[石蟹] 15세 때에 지었다.
돌을 지고 모래를 파니 절로 집이 되고 / 負石穿沙自有家
앞으로 가고 뒤로도 가는데 다리가 많기도 해라 / 前行?走足偏多
한평생 한 움큼 산 샘물 속에 살면서 / 生涯一?山泉裏
강호의 물이 얼마인지 묻지 않는다네 / 不問江湖水幾何
그림 병풍에 쓴 절구 8수
물가의 모래는 눈보다 희고 / 渚沙白於雪
오리의 가는 깃털 꽃처럼 곱구나 / 鳧毛嫩成花
너희들도 나처럼 한가하거니 / 汝曹閒似我
어찌 백구 나는 물결을 쓰랴 / 焉用□鷗波
비 온 뒤라 산도 물도 푸르른데 / 雨後山水綠
맑은 바람 언덕의 풀에 불어오네 / 光風吹岸草
조그만 물굽이에 물새들 모여 / 小灣集沙禽
화답해 우는 소리 그 뜻이 더욱 좋아라 / 和鳴意更好
들녘의 연못 봄물이 얕아지니 / 野塘春水淺
해오라기 고기를 엿보러 오네 / 窺魚來雪客
어떻게 하면 모든 생물 욕심이 없이 / 安得物無求
제각기 자기 생을 즐길 수 있을까 / 生生各自適
강가 모래톱에 기러기 떼 내린 것은 / 江洲乘雁下
곡식을 주워 먹기 위해서가 아니리 / 非有稻粱意
높이 나는 짝들을 따르지 못해 / 不逐冥飛?
갈대를 입에 물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리 / □□銜蘆避
물과 나무새의 본성 즐겁게 하니 / 水木樂禽性
천기(天機)가 흔들림 없이 활발하여라 / 天機活無撓
마음이 신묘한 경지에 있지 않다면 / 不有意通神
붓끝에 어찌 교묘히 나타내리오 / 毫端能幻巧
오래 묵은 늙은 나무의 가지에 / 蒼然老樹枝
여기저기 까치들 앉아 지저귀누나 / 高下鵲査査
원래 일이란 이미 정해져 있건만 / 由來事前定
기쁨을 알린다고 사람에게 자랑하네 / 報喜向人誇
눈처럼 털이 흰 하얀 매가 / 白鷹白雪毛
만 리의 허공을 돌아다보네 / 顧視空萬里
가을의 산봉우리 끝에 우뚝이 서 있는데 / ?立秋峯尖
강바람은 돌의 골수를 흔들 듯 부네 / 江風?石髓
검은 매가 북극에서 날아오니 / 黑鷹北極來
칼 같은 그 날개 살기가 흐르네 / 劍翎馳殺氣
구태여 그 털에 피를 뿌려 무엇하리 / 何須灑血毛
이미 여우 떼들 두려워하고 있는데 / 已覺?狐畏
[주D-001]백구 나는 물결 : 원문은 ‘缺 鷗波’인데,
두보(杜甫)의 〈증위좌승(贈韋左丞)〉 시에 근거하여 보충 번역하였다.
그 시의 마지막 구절에 “백구가 드넓은 물결 위에 있으니,
만 리에 거침없이 나는 것을 뉘라서 길들이랴.[白鷗波浩蕩 萬里誰能馴]”라고 하였는데,
세사에 얽매이지 않고 호연히 떠나가는 것을 비유하며 한 말이다.
여기서는 ‘별달리 마음에 맞는 좋은 곳’ 정도의 의미로 쓰였다.
주D-002]갈대를 …… 것이리 : 기러기는 그물이나 주살을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입에 갈대를 문다고 한다.
《시자(尸子)》 권 하에 “기러기는 갈대를 입에 물어 그물을 미리 피하고,
소는 진을 짜서 호랑이를 물리친다.[雁銜蘆而?網 牛結陣以却虎]”라고 하였다.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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