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형론(형국론)편 : 원리
物形論은 먼저 산천의 겉 모양과 그 속에 내재된 정기는,
서로 통한다는 가설에 전제를 둡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사람은 얼굴이 붉어지고,
간이 나쁜 사람은 눈에 황달 기가 보이듯이,
땅 속에 간직된 기운에 따라 산천의 모양이 생겨났다고 봅니다.
산세가 웅장하고 활달하면 땅 속의 기운도 왕성한 것이고,
산세가 밋밋하거나 굴곡없이 뻗었다면 그 속의 기운도 쇠약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보거나 잡을 수 없는 地氣가 담긴 산세를,
사람, 짐승, 새 등의 모양에 빗대어 해석한 다음, 地氣가 뭉친 곳을 찾고,
나아가 그것의 길흉까지도 판단하는 방법론입니다.
예를 들면, 금계포란형, 와우형, 맹호출림형, 선인독서형, 행주형 등과 같이,
땅의 형태를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에 빗대어 형태룰 설명하며,
그 내에서 핵심되는 장소를 혈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금계포란형이라면 닭이 병아리를 부화시키듯이,
후손이 크게 번창할 땅이라 설명하고,
와우형이라면 집 안이 두루 편안하고 재물이 풍성해진다고 말합니다.
『장경(금낭경)』에는, 〈땅은, 사람, 호랑이, 뱀, 거북이 모양 등 무수한 형체를 가지고 있는데,
기는 이러한 여러 가지 모양을 이룬 땅을 흘러 다니면서,
만물을 생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 하였고,
『설심부』에도,〈물체의 유형으로 추측하고, 혈은 형체에 연유하여 취한다〉라 하여,
산천을 물형에 비유해 설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 물형론(형국론)편 : 혈찾기.
그럼, 혈을 찾으면서, 산천의 형세를 왜 사람과 금수에 비유할까요?
사람은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키면, 몸의 한 부위가 긴장되면서 기가 모입니다.
마찬가지로 혈 역시 자연의 기가 응집된 장소임으로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
자연이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킨 곳에 기가 뭉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식물이나 무생물은 기가 고르게 퍼져 한곳에 집중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을 기를 응집시킬 수 있는 대부분 동물에만 빗대어,
산천의 형상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주의 할 점은, 자연이 어떤 형상이든지 기를 응집시킬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물형으로 정확히 비유할 수 있는 경우에만 혈이 맺는다고 봅니다.
만약 자연 형세가 헝클어졌거나 산만하여
어떤 물형에도 비유할 입장이 못된다면 혈이 없는 땅으로 간주합니다.
여기서 산천을 물형에 비유하여 이름을 정하는 원칙은,
안산(앞산)의 모양을 중요하게 보고, 다음은 조산(먼산)이나 주변의 산들을 봅니다.
이것은 물형에 상응하는 기상과 기운이, 그 땅에 응집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혈처 주변의 산천 형세도 그 내재된 정기와 서로 교감을 이루어야
길격으로 여기기 때문이지요. 즉, 물형이 제대로 잡히려면,
그 물형에 소용되는 물건을 닮은 안산과 조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산천의 형세가 호랑이가 숲을 나오는 형국 즉, 猛虎出林形 이라 주장하려면,
반드시 호랑이가 숲을 나올 수 있는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안산이 졸고 있는 개의 모양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를 잡아먹기 위해,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다는 당위성을 부여받을 수 있지요.
만약 주변에 개의 형상을 닮은 산이 없다면, 맹호출림형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선인독서형이라면 안산이 책을 펼쳐놓은 모양이 필요하고,
생사출림형이라면 개구리 형태의 안산이 있어야 합니다.
뱀이 숲을 나오는 이유는, 개구리를 잡아먹기 위함이란 논리가 성립되고,
나아가 뱀이 숲을 나오려면, 당연히 귀를 쫑긋 세운 채 위험에 대비할 것이고,
혹은 혀를 계속 날름대며 먹이를 쫒을 것이기 때문에,
귀나 입 부위에 정신이 집중되면서 기가 모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라면 자연 형세를 뱀의 모양으로 비유한 다음,
뱀의 귀나 입에 해당되는 장소를 혈처로 간주합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봉황귀소형에는 안산이 '오동나무 열매'를 닮은 경우도 해당되지만,
주변에 대나무가 많을 경우도 그렇게 부릅니다.
왜냐하면 봉황은 대나무 숲에서 잠을 자고, 오동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는,
상상의 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이나 마을 이름에 봉황이 들어간 곳은, 대개가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거나,
혹은 봉황의 상스런 기운이 그 땅에 머물기를 기원하여 지은 지명입니다.
갈마음수형은 산 앞쪽에 연못이나 시냇물이 있는 경우고,
연화부수형은 들판 가운데에 있는 숲이나 혹은 섬을 가리키고,
매화낙지형은 마치 꽃잎이 떨어져 흩어진 것처럼,
주변 산들이 흩어진 형세이나, 매화 꽃잎이 5장인 관계로,
주변에도 5개의 산이 우뚝 솟아 있는 경우에 그렇게 부릅니다.
안산의 형태에 따른 물형의 판단은 산천의 형세를 물형으로 판단했다면,
다음은 그 물형 내에서 핵심이 되는 곳인, 혈을 정해야 합니다.
혈를 정하는 원칙은, 물형 중에서 힘을 쓴 곳이나,
긴장을 한 곳이나, 정신을 집중시킨 곳입니다.
산천에 혈이 맺히려면 기가 응집되어야 하니,
기가 흩어지거나 빠진 곳은 혈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물형론(형국론)편 : 한계
하지만 물형론은 산천 형세를 물형으로 감별해 낸 다음,
그 물형의 핵심에 해당되는 장소를 정확히 집어내야 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은 할 수 없고, 초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혈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 물형론를 신봉하는 풍수가 중에서도,
물형론을 제대로 설명하는 풍수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 따라 혈처를 각양각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와우형이라면 어디가 혈처인가?
풍수가 모씨는 황당하게도 따뜻하고 편안한 뱃속이라고 주장합니다.
누운 소라면 혈처는 당연히 입이 되거나 꼬리가 되어야합니다.
누워있다면 되새김질을 위해 입에 기가 모이고,
또 파리를 쫒기 위해 꼬리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젖부위가 혈처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젖부위가 혈처가 되는 경우는 송아지가 젓을 빠는 형국일 때인데,
소는 선 채로 젓을 주니, 와우형 하고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누워서 새끼에게 젓을 주는 동물은 돼지이지요. 돼지를 소와 착각한 결과입니다.
물형론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길흉의 판단에서 설명이 제각각인 점입니다.
명당에 대한 물형론의 설명은 대개가 이런 식이고,
또 물형을 판단할 때나 혈처의 판단에서 십인십색을 보여,
풍수학을 미신으로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하면 사람들이 물형론을 제일 먼저 연상하게 된 연유에는,
산천 형세를 한 눈에 파악하여 단정할 수 있는 일종의 술법과도 같아,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이해하고, 그런 연유로 메스컴에 많이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물형론은 풍수학의 본질적인 체계구조에는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비기나 비망록에 나타날 뿐입니다.
다음번 연재물에서는 이론적 체계가 튼튼한 형세론(형기론)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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