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연구논문및사례

[스크랩] 풍수사상의 현대적 의미

장안봉(微山) 2013. 11. 25. 22:56
 

풍수사상의 현대적 의미


성동환(대구한의대학교 역사지리학부 교수)


1. 들어가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풍수적인 체계를 바탕으로 환경을 인식했고 장소에 질서를 부여했다.

 풍수사상은 서구적 지리 전통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정교한 이론체계이다.1)

풍수사상은 흔히 음택(陰宅)과 양택(陽宅)으로 구분된다. 음택풍수는 죽은 사람들의 묘자리를 살피는 풍수 이론과 실제에 관한 체계이며, 양택풍수는 산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풍수체계에 따라 가꾸고 유지해온 이론과 실제를 말한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땅에 대한 태도와 입지에 관련된 선택에는 풍수사상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돌아가신 분들의 자리 잡기와 산 사람들을 위한 집터 앉히기, 수도와 고을, 마을의 자리 잡기와 공간배치, 공간구조의 보완과 유지는 풍수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한국의 마을과 도시의 공간 구조는 풍수적인 안목을 통해서만이 이해 가능하다. 한양 입지의 지형적인 특성이나 주요 건물의 배치 구조, 사대문 안의 지형적 조건은 모두 풍수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풍수는 한국인의 지리적 환경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풍수의 기본원리와 한국인의 풍수적 자연관을 모르고는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문화경관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

 이 글은 한국인의 환경인식체계의 밑바탕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풍수사상의 자연관과 그 사례 및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2. 풍수사상의 기본 원리

 풍수는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땅의 대한 깨달음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만든 삶의 지혜이다. 풍수는 기(氣)라는 우주적 환경의 흐름에 따르면서 지리, 기후 등의 환경요인과 인간의 거주 환경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좁은 뜻으로 해석하면 주거의 입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고 넓은 뜻으로 해석하자면 인간과 환경의 관계 설정 방식을 설명하는 체계, 또는 자연에 대한 해석 체계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풍수에 따라 땅의 기(地氣)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헤아리고, 이에 맞춰 삶의 터전을 가꾸어 왔다. 삶의 터를 정하고 가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과 경제적 기반이다. 건강한 삶의 유지는 기본적으로 터의 건강함이 전제되어야 하며 경제적 토대가 되는 토지의 비옥함이 필수적이다.

 건강한 터는 어떤 곳일까? 먼저 공기가 적절히 통하고 맞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풍수에서는 이를 ‘바람을 갈무리한(藏風)’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의 맥이 어디서 뻗어와 어디로 흘러가며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따진다. 그런 다음 그 산의 어느 부분에 기대고, 어느 방향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한다.

 물길도 중요하다. 물은 산과 산 사이를 흐른다. 따라서 산이 있는 곳에는 물이 있기 마련이다. 산과 산 사이를 흘러내린 물길가로 넓은 농토가 펼쳐지면 더 없이 좋은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농토를 일구며 생활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물길의 흐름과 형태가 어떤지를 세심하게 따지며 ‘물을 얻을 수 있는(得水)’ 곳을 찾는다.

 풍수라는 말은 바로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藏風得水)’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산과 물의 짜임새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흔히 우리는 산과 물을 별개의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산이 있어야 물길이 만들어진다. 산의 크기나 경사도, 사면의 방향 등에 따라 물길의 흐름이 결정된다. 따라서 산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물길을 보면 대략 산이 어디서 뻗어와서 어디로 뻗어가는지를 알 수 있다. 산은 계곡을 이루고 계곡에는 물이 흐른다. 깊은 산에서 작은 물줄기로 시작되어 산이 낮아질수록 물은 여러 계곡의 물을 모아서 덩치가 점점 커지게 된다. 여러 갈래 산줄기 사이에서 흐르는 물은 모여 결국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한 물줄기를 이루어 바다로 흐른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고 계곡도 많고 또 커지며, 그러면 물길도 커진다. 이것이 땅의 짜임새를 이루는 바탕이 된다. 산과 물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이 기반을 이용하기 위해서 인간은 산과 물의 질서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이 산과 물의 질서와 조화한다.

 산과 물이 만나는 곳은 명당이 된다. 흔히 우리가 좋은 터를 말할 때 명당이라는 말을 쓰는데, 명당은 산과 물이 짜임새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땅을 말한다. 야트막한 산이 마을 뒤에 우뚝 솟고 그 아래 산발치에 안기듯이 들어 선 마을, 그리고 마을을 휘감듯이 굽이쳐 흘러가는 앞개울, 이런 모습이 명당의 전형이다.

 풍수는 땅의 기를 살펴 땅의 성격을 읽어 내고, 땅과 인간이 어떻게 올바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우리의 자연환경과 풍토에 어울리는 지리전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선인들은 풍수적인 사고를 통해 환경을 인식했고 장소에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처리하는 방식으로서 풍수는 오랫동안 우리의 공간상에 투영되어 왔다.

 풍수의 논리구조는 인간이 생명력의 흐름인 땅의 생기(生氣)를 받아 사람과 삶터의 생명력과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땅은 저마다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산이 많은 곳, 물이 크게 흐르는 곳, 들이 너른 곳, 지대가 높거나 혹은 낮은 곳, 덩치가 크고 높은 산이 많은 곳, 올망졸망하고 야트막한 산이 많은 곳 등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땅의 생김새와 분위기는 다양하다. 풍수에서는 땅의 성격을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은 지기, 즉 땅기운인 것으로 본다.

 땅 기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빛과 바람, 그리고 물이다. 바람과 물은 땅 기운을 운반하는 존재이며, 빛은 바람을 만들고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바람과 물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산이다. 산에서 물길이 시작되고, 바람은 산을 타기도 하고, 산은 바람을 막기도 한다. 물은 산과 함께 흐르기도 하고 산을 막아 멈추게도 한다. 이렇게 산과 물의 배치와 모양은 땅의 모양새를 서로 다르게 하는데, 이는 땅 기운의 흐름과 분포를 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명당은 산이 뻗어오다 낮아져서 물을 만났을 때 멈추고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서울과 같은 한 나라의 도읍지에는 명당의 중심에 궁궐이 들어서게 된다. 경복궁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탐스럽게 핀 꽃의 가운데, 화심(花心)에 자리잡고 있다. 명당을 중심을 풍수에서는 혈(穴)이라 하는데 경복궁의 경내에서도 국왕이 통치를 행하는 정전인 근정전 자리가 혈처(穴處)에 해당된다. 혈이란 풍수에서 가장 좋은 생기가 집중되어 모이는 장소로 가장 중심이 되는 기능이 들어서는 자리가 된다. 지방도시에서 명당의 중심은 객사, 동헌과 같은 옛 관청이 들어서던 자리이며, 마을에서는 종가집이나 사당이 있는 곳, 사찰의 경우에는 중심건물이 되는 대웅전이 자리하는 곳, 서원의 경우 강당, 무덤의 경우 봉분이 들어서는 곳이 혈처가 된다. 혈처는 마을 뒷산 혹은 주산의 주된 맥, 주능선이 평지로 내려뻗은 바로 그 아래가 된다. 이곳에 생기가 집중하고, 이 생기가 바람과 물의 흐름을 타고 명당과 그 주변으로 퍼져나가 땅과 사람의 건강한 만남과 삶을 보장해 준다.

 수려하고 단정한 주산(主山)에 의지하여 마을이 들어섰다. 다정하게 마을을 맞이하듯 에워싼 양쪽(청룡, 백호)의 부드러운 산들과, 안온한 느낌을 주며 마을 앞을 가만히 가려주는 안산(案山)과 멀리서 깨끗하고 빼어나게 수려한 자태로 마을을 지켜주는 조산(朝山)이 마을 주위의 기본적인 지형지세를 형성했다. 그리고 마을 앞을 휘감듯이 굽이쳐 흐르는 개울이 마을 왼편이나 오른편에서 시작되어 흐르고 그 물길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마을 사람들이 오가고, 그 개울 주위의 농토에 의지해 논이나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전형적인 마을이었다. 이러한 마을의 공간구성 형태는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은(藏風得水)’ 땅으로 명당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건강함을 제공해준다. 이처럼 풍수는 마을터나 집터뿐만이 아니라 건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음속 깊이 풍수에 젖어있던 우리 조상들은 땅을 사람 몸처럼 여긴 것과 마찬가지로, 집 또한 스스로 신진대사를 하는 존재로 여겼다. 건물의 공간 구성이나 모양, 대문과 담장의 위치와 형태, 크기, 부엌과 측간의 위치, 방의 크기와 위치, 창호의 배치, 집터의 규모 등 건축계획과 관련된 방법의 대부분이 풍수의 이치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래서 넉넉하고 양명(陽明)한 느낌을 공간 배치와 건물 구조가 되게 해 상서로운 기가 집안 가득히 고루 흐르도록 했다. 그러면 그 집에 사는 이의 마음과 행동이 고무되고 감정이 풍부해지며 적극적인 성격을 띠게 되고 즐겁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풍수사상과 그 방법은 마을의 공간구성을 결정하는 환경설계 원칙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만이 아니라, 건물의 위치와 방향을 정하는 일, 건물의 모양, 건설시기와 과정, 건축방법에 이르기까지 주택의 계획 및 건설 전반에 걸쳐 적용되었다.


3. 풍수사상의 땅에 대한 태도와 이론적 기반


 풍수에서는 생기를 가진 땅을 地氣의 聚散과 흐름으로 구성된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본다. 기의 흐름과 취산 자체가 하나의 생동이며 기의 운동으로 인해 변화하는 우주의 과정도 또한 생동이다. 그러므로 우주는 살아 있는 것이며 지기를 살피는 풍수도 땅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본다.

 풍수에서는 땅을 인간에게 생명력을 베푸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긴다. 땅은 살아있는 생명체로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어머니와 자식이 같은 몸을 나누듯이 땅과 사람은 한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이 땅이 사람을 돌보고 생명을 베푸는 것이 풍수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풍수에서는 땅을 마치 사람의 몸인양 여기고 대한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들이 속해 있던 사회를 잘 유지하기 위해 생태계에 대해 공경과 조심스러움, 지혜를 축척해 왔다. 예컨대 함부로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든지, 함부로 동물의 뼈가 굴러다니지 않게 한다든지, 음식물이 남아돌지 않게 한다든지, 대지를 신체나 다름없이 조심스럽게 다루는 행위들은 인간이 생태적 적응양식으로서 터득한 문화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연을 대함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대하는 방식을 터득한 것이며, 이 조심스러운 행위들은 일종의 의례와 금기로 양식화되었다. 그리고 생태학의 지혜는 조심스러움(caution)이라는 점이다.3)

 풍수사상의 땅에 대한 태도, 달리 말해 자연에 대한 태도는 공경과 조심스러움이었으며 생태계에 대한 슬기로움을 담고 있다.

 땅이 생명을 유지시키고 끊임없는 자연의 순환과정을 담아내는 것을 잘 간파한 우리의 선인들은 땅에 대해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길을 내거나 우물을 파거나 건축물을 지을 때는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지금처럼 땅을 함부로 파헤치고 들춰내는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옛날에는 집을 짓기 위해 터를 파고 기초를 세울 때 '개기제(開基祭)'라는 엄격한 땅에 대한 의식을 치뤘다. 이는 땅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땅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였지 결코 헛된 미신이 아니었다.

 유기체적인 세계관으로 땅을 보지 않고 영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도외시한 채, 인간본위의 짧은 시간 범주 속에서 개별적 실체로 땅을 보게 되면 땅의 생명성은 결코 인식될 수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속적인 공간과 시간의 크기로 본 땅은 당연히 유기적으로 운동하는 하나의 생명이다.4)

 풍수의 논리구조는 인간이 생명력의 흐름인 땅의 생기를 받아 사람과 삶터의 생명력과 건강성을 유지하려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를 혼융 조화시키고,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고자 하는 사상이 된다.5)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하는 것은 풍수의 이론 바탕이 기론을 바탕으로 하여 논리체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수사상은 흔히 음양론과 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주역의 체계를 논리구조로 삼는 중국과 한국의 전통적인 지리과학6)으로 인식된다.

 음양오행은 동양의 전통적인 과학기술이나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어 왔다. 사람의 몸을 다루는 한의학에서 음양오행이 다양하게 적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땅을 대상으로 하는 풍수에도 음양오행론이 다양하게 적용되어 그 이론적 골간을 형성하고 있다.

 한의학의 경우 생리, 병리, 진단, 예방, 치료의 모든 측면이 음양론에 근거하고 있다. 인체의 정상적인 생리활동은 음양 상호간의 평형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오행의 개념도 의학에 적용되었는데 『內經』의 장부관(臟腑觀)은 오행의 상생, 상극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행론은 인체와 자연을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파악하는 방법을 제공했고, 그것이 한의학의 독특한 생리, 병리, 진단, 치료의 원칙들을 가능케 했다고 할 수 있다.7)

 한의학의 대상이 되는 사람 몸의 상태를 氣論과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살피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생활하는 토대가 되는 땅의 상태를 氣論的으로 살피는 풍수에서도 음양오행은 다양하게 적용되었다.8) 음양이론은 오행이론과 함께 풍수의 기본 바탕을 구성하는 주요한 개념이었다. 음양론이 음과 양이라는 상호관계를 통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오행론은 자연현상의 구조적인 관계를 만물의 다섯 가지 속성을 통해 개념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9)

 중국에서는 음양오행론을 기반으로 한 養生論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황제내경』을 중심으로 하는 한의학, 그리고 인체보다 국면이 넓은 ‘장소의 건강성’에 대한 양생론적 관심이 풍수의 논리로 발전하게 된다.

 동양의 전통에서는 물질(matter)/생명(life)/정신(mind), 물질(material)/비물질(non-material)/, 무생물(inanimate)/생물(animate), 물리적(physical)/생리적(physiological)/정신적(psychical) 등과 같은 일련의 서구적 범주들과 구분들이 생소하였다.10) 동양에서는 氣가 그것들 모두를 포함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들은 분리하지 않고 단일한 전체를 형성시켰으며, 氣는 항상 그것들 모두를 동시에 뜻했다. 이런 기의 다른 측면들을 구분했을 경우에는 다른 범주를 통해서 즉, 聚散, 淸濁 등과 여러 음양의 범주들을 통해서 구분하였다. 이를테면 기의 성질과 특성의 여러 짝들을 음양의 양극적 분류(yin-yang polaristic division)로 통해 표현하였다. 그 여러 짝들은 動靜, 進退, 消長, 開闢, 明暗, 强弱, 男女, 輕重, 剛柔, 昇降, 屈伸 등의 음양과 관련되는 것들이다.11)

 음양이란 만물의 특징을 파악하는 인식의 두 양태를 말하는 것으로, 만물을 두 가지의 경향으로 나누어 보는 기호적인 약속체계이다. 하늘과 땅, 낮과 밤, 양지와 응달 등의 서로 다른 특징들을 나누어서 파악하는 인식체계이다. 하늘과 낮, 양지, 남자 등은 양이고, 땅과 밤, 응달, 여자 등은 음이다. 사람의 경우 정신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양이라고 한다면, 몸 자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상대적으로 음이라고 한다. 오장육부 중에서 간장이 양이라면 신장은 음이 된다. 몸의 앞쪽, 즉 얼굴 부분이 있는 면을 양이라고 한다면, 등이 있는 부분을 음이라고 한다. 낮과 밤은 각각 양과 음이 된다. 그러나 낮과 밤은 또 나누어질 수 있다.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는 음 중의 음이며, 자정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는 음 중의 양이다. 낮도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서부터 정오까지는 양 중의 양, 정오부터 해질 무렵까지는 양 중의 음이다. 이 경우 음양의 구분은 상황에 따라 구분한 개념이다. 이러한 음양의 개념은 풍수에서도 적용되어  밝고 건조한 장소, 힘차게 솟아오르거나 치닫는 동적(動的)인 산세는 땅의 양이라 한다면, 어둡고 축축하여 습한 땅, 부드러우며 정적(靜的)인 산세는 음에 해당된다.12)

 풍수에서는 조화를 이룬 땅을 좋은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얼핏보아 모순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곧은 듯하면서도 구불거리는 것이 좋고, 멈춘 듯하면서도 움직임이 있고, 부드러운 가운데 강직함이 있는 것이 좋다’는 등 풍수에서 조화를 이룬 산세의 흐름을 기술한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반되는 두 개념이 혼합되어 있는데, 이것은 풍수가 그 바탕에 음양론적 사고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13)

 풍수에서는 어느 한편이 강조되지 않고 상반된 두 측면이 합쳐서 하나의 조화된 느낌을 주는 땅을 좋은 땅으로 본다. 주변이 낮은 곳에서는 주변보다 조금 높은 곳이 명당이 되고, 주변이 습하면 건조한 곳이 명당이 되고, 반대로 주변이 건조하면 습한 곳이 명당이 된다. 이러한 음양론적으로 상보적인 땅의 선택은 합리적인 면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지대가 낮은 곳에서는 좀 높은 곳이 명당이 된다는 것은, 침수가 될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지대가 낮은 곳은 침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한치라도 높은 곳에 삶터를 잡아야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또 주변이 건조하면 습한 곳이 명당이 되는 이유는, 주변보다 습기가 많은 곳이 오히려 물을 얻는 것이나 작물의 재배에 알맞기 때문이다. 물이 있어야 지기(地氣)가 모이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서는 물기가 많은 곳이 명당임은 자명하다.14)

 음양론이 만물을 두 가지 양태로 분별하는 원리라면, 오행은 좀 더 자세하게 다섯 가지로 만물을 나누어 보는 인식의 양태이다. 木, 火, 土, 金, 水가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음양과 오행의 대상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같은 대상을 음양으로 분별하고 또 오행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오행은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이 갖고 있는 다섯 가지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水의 경우, 우리가 마시는 물을 직접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물이 가진 성격, 즉 끊임없이 아래로 흐르는 속성(潤下), 차가움, 깨끗함, 현명함, 근원 등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火는 활활 타오르는 속성(炎上), 뜨거움(燥熱), 번성함, 화려함 등을 상징한다. 土는 만물을 싣고 자라나게 하며 수확하는 속성(稼穡) 후덕, 중후함, 중앙, 포용력을 상징하며, 木은 끊임없이 곧게 뻗어나가는 속성(曲直), 성장, 젊음, 푸르름 등을 상징한다. 金은 임의로 형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속성(從革), 수렴하는 속성, 개혁과 혁신, 단단함, 의리, 결실 등을 상징한다.

 오행은 이와 같이 다섯 가지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우주의 운행에서 가장 恒常的 속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감각, 색깔, 맛, 방향 등도 모두 오행에 배정할 수 있다. 예컨대 木은 청색이며 동쪽이며, 火는 적색이며 남쪽, 土는 황색이며 중앙, 金은 백색이며 서쪽, 水는 흑색이며 북쪽에 비정된다. 그런데 오행은 다섯가지 항상스러운 속성을 상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 오행 그 자체가 유기적으로 순환을 하며, 각 성질 간에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 상생하는 원리가 그것이다.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등으로 상생하는 순환을 한다. 이 원리를 삶에 적용시켜 볼 수도 있다. 인간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아로 있을 때가 水의 상태고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의 청소년기는 木에 해당된다. 그리고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때인 어른이 되면 火가 된다. 중년이 되면 土에 비유되고 노년은 金에, 죽음은 다시 水가 된다. 水에서 다시 水에 이르는 이상과 같은 순환을 相生관계라고 한다. 물은 나무를 키워주는 근원이 되고, 나무는 불을 생하고, 불은 흙을 생하고, 흙은 쇠를 생하고, 쇠는 물을 생한다. 상생은 서로 어울리고 생명을 주는 관계를 말한다.

 상생과 반대가 되는 것이 相剋이다. 剋이란 이긴다는 뜻이다. 金剋木, 木剋土, 土剋水, 水剋火, 火剋金과 같이 상극의 관계를 이룬다. 물론 이 때 相生이나 相剋이란 물리적인 실체가 생하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행이 상징하는 그 성질이 생하고 이김을 말한다.


4. 풍수사상에 적용된 음양론적 사고방식


 동양의 전통적인 사물의 인식 양태가 음양오행론이었기 때문에 풍수에서도 땅을 인식하는 양태로서 음양오행이 자연스럽게 적용되었다. 풍수의 논리체계에 적용된 음양론적 사고는 풍수 고전 중의 하나인 『錦囊經』에 잘 표현되어 있다.


 무릇 이 대지에서 음양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은 것은 없다. 모든 땅 위에 나온 기(氣)는 모양이 있고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땅 속에 돌아다니기에 이르면 만물에 생명을 베풀고 있으나 잡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때문에 이를 일컬어 땅 기운(地氣)라고 하는 것이다.15)


 만물의 생겨남은 생기에 힘입지 않은 것이 없다. 땅 속에는 생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행의 기는 모두 갖추어져 두루 만물을 생하게 된다.16)



  무릇 이기(二氣)가 융결해야 산이 되고 물이 되는 것이니 산수를 음양이라 일컫는다. 산수가 서로 북돋아 주어야 음양이 화(和)하고 화해야 충기(沖氣)된다. 산수가 서로 모여야 음양이 모이고, 음양이 서로 모여 조화를 이루어야 생기(生氣)가 된다.17)


 풍수의 이론 체계는 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산줄기와 물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풍수 이론에 따르면 陰陽二氣가 융결하여 산과 물이 되고 이 산과 물이 서로 어울리면 음양이 화합하고 기가 충화된다. 음양이 만나면 생기를 이루기 때문에 산과 물이 서로 만나는 곳을 길지라 한다. 산이 크고 물이 작은 것을 獨陽이라 하고, 산이 작고 물이 큰 것을 獨陰이라 한다. 기복이 없는 산을 孤陰이라 하며 조용하지 않은 물을 孤陽이라 한다.18) 이것들은 음양이 서로 화합하지 않는 까닭에 흉지이다. 일반적으로 물이 없는 獨陽의 산은 절멸하고 산이 없는 獨陰의 물은 쇠잔하게 된다. 산의 氣는 물을 만나지 않으면 멈추지 않고, 물의 氣는 산을 만나지 않으면 조화하지 않는다.19)

 풍수의 기본인 ‘생기를 타는 것’(乘生氣)도 땅의 패턴을 살핌으로써, 넓게는 산과 물이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을 살피는 것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환경적으로 가장 적합한 곳인 생기가 모이는 장소는 산과 물의 기세와 어울림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산도 물도 氣의 소산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기의 작용으로 인해 형성된 산과 물을 보고 기의 소재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주의 삼라만상은 음양이란 양기가 오기(五氣:목화토금수)로 되어 활동함으로써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氣를 生氣라 한다. 또 만물은 이 생기에 따라 그 정교함을 달리하며, 성쇠의 차이를 가져온다. 사람도 이 정기(精氣) 즉 음양오행의 생기에 의해 태어나며, 생기에 의해 삶을 유지하고, 생기를 입는 일의 다소에 따라 그 운명을 달리한다. 음양오행의 특징 차이에 따라 사람이 모두 제 각기 특색과 운명을 가지게 된다. 이 같은 관념을 이론적으로 체계화 한 것이 四柱學의 원리이다. 이 생기를 어떻게 받고 태어났는가를 따져 인생의 귀천, 빈부, 성쇠 등을 밝힌다.

 생기의 활동은 음양의 기운이 화합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생기의 왕성한 활동은 음양의 원기가 서로 교섭할 때 생기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穴은 결국 음양의 기운이 醇化結合하는 곳이 된다.

 풍수에서는 陰陽 二氣가 합하는 곳을 ‘陽變陰合’20)에서 구하고 ‘陽來陰受’ 혹은, 陰來陽受라 한다. 즉 혈을 만드는 곳은 그 땅의 형세가 음양의 ‘變合來受’를 이루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21)

 우선 현무와 주작의 관계에서 ‘陰來陽受’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玄武가 머리를 들이밀 듯 陰來로 다가오는 것을 朱雀이 손바닥을 오므린 듯,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처럼 받아들인다.22) 

 풍수에서는 땅이 높은 곳을 음이라 하며, 낮은 곳을 양이라 한다. 음래양수란 결국 凸형의 龍脈이 다가오며, 이를 받음에 凹형의 지역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錦囊經』에서 말하는 藏風을 받아들인 장풍식 成局, 結穴인 것이다. 오는 음(來陰)을 받는 지역이 凹형이기 때문에 사방에 호위가 있고 빈틈없이 장풍이 맞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는 산의 음양관계를 통해 음래양수를 설명하는 방식이다.23) 그런데 물이 주작이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인 현무가 음이 되어 내려오고 물인 주작이 양이 되어 음래양수의 원리가 적용된다.

 한편 풍수에서는 혈 앞의 물을 음양으로 나누기도 한다. 물을 음양으로 나누는 것은 산의 음양으로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것처럼 양래음수, 음래양수, 즉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물의 음래양수, 양래음수는 물의 모임과 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치 옷을 입을 때의 동정같이 산이나 물이 서로 좌우에서 와서 긴밀히 합치는 것을 말한다.24) 풍수에서는 물이 모이는 것으로 생기의 활동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음수가 오고 양수가 이를 받으며, 양수가 오고 음수가 이를 받아야 한다. 물은 낮은 곳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그 흐름은 결코 일직선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直流하며 변화가 없는 물은 자연성이 없다. 산도 생기가 있는 용은 구불구불 변화가 있다. 물은 성질은 원래 動的이다. 그러므로 生氣있는 물은 산에 변화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굴곡이 있어야 한다. 좌우로 굽어야만 비로소 생기가 있는 물이라 할 수 있다. 양래음수, 음래양수라 함은 이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좌우로 굽어 진행되는 것을 음양래수라 한다.

산은 근본이 靜하니 勢를 動에서 구하고, 물은 근본이 動하니 妙함이 靜한 가운데 있다. 靜한 것은 못과 웅덩이로 머물러 정체함이요, 動하는 것은 龍脈이 허물을 벗어나는 것이다.

풍수의 조화는 動靜에 있다. 山水의 동정은 음양조화의 묘함이다. 산은 근본이 靜하여 언제나 움직이지 않으므로 動하는 곳에서 변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그 行度의 勢를 논함은, 動함에서 기의 흐름을 구분하여야 한다.

 水는 근본이 動하여 항상 靜함이 없으므로 정하게 되면 변화하여 結地한다. 그러므로 그치어 모인 곳에는 묘함이 있으며 기의 모임은 반드시 靜한 가운데에 있게 된다. 『發微論』에서는 ‘천하의 이치가 靜한 가운데 動함을 구하고, 動한 가운데 靜함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靜에 靜과 動에 動은 좋은 것이 아니므로 용을 이룬 산은 반드시 뛰고 춤추어서 結地하여야 하고, 水는 반드시 굽어돌아 유연하게 흘러야 한다.25)


 이처럼 풍수에서는 산이 靜한 것보다 動하길 바라고, 물은 動인 것보다 靜이길 바란다. 물은 유동하는 본성이 있지만 본성대로 유동해서는 아무리 유력한 산과 만나도 생기의 순화를 이룰 수 없으며, 오히려 산의 생기까지도 씻어가 버린다. 그러므로 고이지 않고 흘러가는 물은 凶水라 하여 이를 피한다. 山朱雀은 춤추며 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이는 산주작일 경우이고, 물을 주작으로 삼은 경우에는 결코 약동해서는 안 된다. 산은 춤추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고 물은 고이지 않으면 흘러가 버려 成局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5. 풍수사상에 적용된 오행론적 사고방식


 어떤 장소의 기운에 음이나 양이 있듯이 마찬가지로 특정 장소는 오행 중의 어떤 성질을 갖고 있다. 만약 어떤 장소의 기운이 나무의 성질을 지닌다면 불이나 물과 같은 상생 관계에 있는 상징을 위치시키는 것이 좋다. 풍수에서는 산을 오행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五星論이라고도 한다. 산을 별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하늘의 별이 땅에 응하여 모양을 갖춘 것이 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26)


 오성은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으로 나뉘어진다. 이를 목산, 화산, 토산, 금산, 수산으로 불러도 좋다. 『설심부』에는 “五星의 변화를 자세히 살피라”27)고 하였다.

이 구절의 註에는 “단정하고 둥근 것을 金, 곧게 우뚝 솟은 것을 木, 꺽이고 구부러진 것을 水, 뾰족하고 예리한 것을 火, 네모지고 편편한 것을 土”28)라고 하였다.

또한 “金은 맑아 淸하고 土는 濁하며 火는 딱딱하여 건조하고 水는 부드러워 柔하다.”29)

고 한 구절에는 다음과 같은 주가 붙어있다.


五星은 그 유형으로 각각 일정한 본체가 있으니 가히 바꿀 수 없는 것이다. 金體는 본래 맑으니 둥글어서 반듯하고 土體는 본래 濁하여 모나게 평평하고, 厚重하다. 火體는 본래가 건조하여 불꽃처럼 뾰족하며 칼날 같고, 水體는 본래가 부드러워(柔) 굽어 흐르게 된다. 이것을 익혀서 잡된 것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木體는 위의 글에서 빠져 있으나 오성의 유형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30)


 木星은 마치 봄에 새싹이 땅에서 움트는 듯한 기운을 띠는 산이며, 모양은 삼각형 모양이거나 붓끝 모양으로 우뚝 솟은 산이다. 서울에 있는 경복궁의 주산이 되는 북악산이 전형적인 목성의 산이다. 火星은 마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운으로 봉우리가 뾰족해 불꽃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서울의 관악산이나 영암의 월출산 화성의 대표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土星은 단정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는 산으로 네모진 모양의 산으로 方正하며 정상 부분이 편편하고 모서리가 각이 진 모양의 산이다. 흔히 一字文星이라 하여 길상스럽게 여기는 산이 대표적인 토성의 산이며 지리산은 그 후덕함과 포근한 기운 때문에 대표적인 토산으로 알려져 있다. 金星은 종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을 지닌 둥근 산이다. 우리나라 산 중에서 시루봉, 혹은 한자말로 甑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지역마다 흔히 있는데 이런 산이 대개는 금산이다.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과 같다 해서 시루봉이다. 이렇게 둥근 산의 정상에는 보통 胎室로 활용이 되었다. 조선시대 때 대표적인 태실지는 모두 금형의 산에 자리를 잡고 있다. 水星은 마치 뱀이 꿈틀거리면서 지나가는 것과 같이 유연한 모양을 하고 있는 산이다. 따라서 산세의 기운도 물이 흘러가 듯이 부드럽고 유연하다. 전라도 김제 만경 평야 주변에 가면 이런 水山을 많이 볼 수 있다. 서해나 남해 근처의 산이나 혹은 큰 강가에 인접한 산들에 이런 수산들이 많다. 부드럽고 유연하기는 하지만 산이 품고 있는 역량은 크지 않다. 풍수에서는 이와 같이 산의 특징을 주로 오행의 성질에 맞추어 배정하고 그 상호관계의 상극 상생을 살펴 조화로운 장소를 선택한다.


 『설심부』에서는 山形을 오행으로 분류하고 이를 그 所應과 관련하여 보다 상세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水의 모양을 한 산이 북방의 坎宮에 있으면 水를 얻는 정기로 반드시 귀한 재상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金의 모양을 한 산이 서방의 兌位에 있으면 烏府(御士臺)의 높은 이름을 얻게 되고, 土의 산에서는 田庄과 재물이 왕성하게 되며, 木의 산에서는 문장선비가 나리라.31)


 이 구절은 각 오행의 산이 자신의 방위에 맞게 잘 포진되어 있으면 그 所應으로 어떤 길함을 가져오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원문에 대해 註는 다음과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리고 있다.


土는 天財로서 그 형체가 豊厚하고 그 象이 궤짝이나 창고나 소와도 같으니 모두 富한 모습이다. 만약 산이 높고 方正하면 지극한 貴함을 얻게 되고 富함도 함께 따른다. 木은 紫氣가 되니 그 형태가 높이 솟아 곧으며, 그 상이 笏과 같고 마디가 있는 것 같고 귀인이나 文筆과 같은 유형이니 반드시 문장을 사랑하는 선비가 많이 나오게 될 것이다. 만약 단정하고 중첩되고 높이 곧게 솟아나면 부하고 귀하고 청귀함이 그치지 아니한다. 張子微가 ‘목은 文星이고, 금은 武星이며, 토는 財星이요, 화는 祿星이며 수는 秀星이다’라고 하였다.


五星의 형세가 水體는 屈曲하니 그 성품이 유하다. 높은 곳에 있으면 漲天水星이지만 평지에 있는 것이 많다. 형체가 잘록잘록한 형세로 살아 있는 뱀이 움직이려는 모양과 같으니 그 미묘한 곳을 말로는 다하기가 실로 어려운 것이라 하겠다. 水星이 평지에 있으면 그 묘함이 능히 나타나는 것이라 하겠다. 火體가 높이 솟아나면 그 성품은 剛烈하여 炎上이 된다. 평지라면 倒地火星이 되지만 높은 산에 있는 것이 많다. 구름 속을 뚫고 솟은 듯하여야 그 존귀함이 극도에 달하여 자못 비교할 바가 없게 된다. 화성이 높은 산에 있으면 바야흐로 귀함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木星은 灣抱水를 대동하여 節節이 일어나면서 貴格의 형세로 움직여야하며, 곧고 뻗뻗한 殺氣를 띤 것이 없어야 아름다운 것이 된다. 금성金星의 귀격은 구슬이 서로 엮여 있는 듯하고 형세가 수려하여야 하고, 粗惡하야 꿈틀대는 살기가 없으면 귀한 것이 된다.32)



먼저는 패하고 나중에 성공함은 水星이 많아 生木함이요, 처음은 영화롭고 나중은 지체되어 막힘은 화火로 인하여 金을 剋하기 때문이다. 木이 祖의 主山이고 火가 孫의 穴場이면 富하고 예의를 좋아하며, 金이 母의 주산이고 木이 子의 혈장이면 나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으리라.33)


 그러면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자.

만약 호위하는 산과 용호, 내맥이 水星의 형태에서 혈을 이루는 산이 木星이니 相生하므로 좋은 것이며, 만약 주산이 火星인데 혈장이 金星이면 상극하므로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만약 金星으로 母山을 이루고 木星으로 穴을 이룬다면 金은 木을 相剋하므로 그 기운이 서로 傷하는 이치가 되어 처음은 비록 흉함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고 본다. 이처럼 오행의 상생, 상극 원리를 통하여 장소의 길함과 흉함을 판단하기도 한다.

五星이 각각이라서 같지 않으나 그 형세의 아름답고 추함은 하나이다. 貴하다고 하는 것은 휘감아서 돌로 꺽이어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용과 뱀의 형세와도 같은 것이고, 賤하다고 하는 것은 곧고 뻗뻗하고 偏枯되어 미꾸라지가 죽어있는 것과 같은 형상을 말한다. 형세는 비만하여야 아름다운 것이며 비록 낮고 작아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수척하거나 깍아지른 듯한 것은 좋지 않으니 낮고 작으며 수척하여 생기가 없다면 불길한 것이다. 형세는 搖動하는 것이 妙함이니 屈曲하여도 한쪽으로 기울거나 비틀어지면 星體를 이루지 못하므로 흉함이 되는 것이다.34)

五星의 호위함이 귀하다고 하였으니 반드시 여러 산이 호위하여야 한다. 사람이 德이 있는 자라면 반드시 同類의 상응함이 있어서 居하는 곳에는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主星이 尊貴하려면 반드시 따르는 侍從砂가 어떠한가를 보아야 한다. 시종이 많으면 귀한 징험이니 大地가 됨에 의심할 바가 없다.35)


 이제 물길의 오성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자.

산과 혈이 五星과 관련이 된 것처럼 물길에도 그 형세에 따라 오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물길의 경우 다음과 같은 형세를 지닌 것들로 분류된다.


水城은 굽어지며 굴곡을 이루는 물길이며, 金城은 둥글어서 둘러싸는 모양의 물길이며, 土城은 평평하고 모가 나서 각이 나온 물길로 모두 길하다. 火城은 뾰족하여 쏠 듯이 흘러가며(射流), 木城은 곧은 물길로 모두 흉하다. 『玉髓經』에서는 ‘싸고 흐르는 것은 金城이고, 곧게 일직선으로 흐르는 것은 木城, 人字 모양의 물길은 火城, 水城은 之玄屈曲의 형태이며 土城은 平正하여 모여간다’고 하였다.36)


물길은 구불구불하여 굴곡이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여긴다. 그렇게 때문에 뾰족하여 쏘는 듯한 火形이나 곧은 물길인 木形은 좋지 않다. 특히 명당과 혈을 찌르듯이 치고 들어오는 물길과 배역하는 물길은 좋지 않다.


水城의 길흉은 물길이 屈曲하여 朝堂으로 흘러오면 길하다. 만약 木形의 水城으로 가슴을 곧게 치고 들어오면 명당의 기운을 흩어지게 하여 반드시 집안이 파괴되고 家産이 탕진되는 凶함이 있게 된다. 물길이 向을 環抱하여 들어오면 有情한 것이다. 만약 물길이 土城의 形으로 거꾸로 向밖으로 싸고돌면 反背한 것이니 無情한 것이므로 좋지 않다.37)

6. 풍수사상의 적용사례(1): 한양 사대문에 얽힌 풍수적 사연


 한양 도성을 두른 사대문 중에서 남대문과 동대문에는 재미있는 풍수적인 사연이 얽혀있다. 도성의 남쪽에 있어 우리가 흔히 남대문이라 부르는 이 남대문은 본래 정식 명칭이 숭례문(崇禮門)이다. 그런데 이 숭례문의 현판은 특이하게도 세로로 세워져 있다. 현판은 일반적으로 안정감이나 미감을 고려하여 가로로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로로 현판을 세울 경우 다소 불안정해 보이게 된다. 그런데 왜 굳이 현판을 세로로 세웠을까?

 서울의 동쪽대문에 해당되는 동대문은 정식명칭이 흥인지문(興仁之門)이다. 그런데 다른 대문의 현판이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동대문은 네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흥인문이라 하지 않고 ‘흥인지문’이란 이름으로 현판이 네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다른 대문에는 없는 옹성을 왜 동대문에만 둘렀을까?

 그 까닭은 모두 풍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한양 도성의 사대문에 얽힌 사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한양의 풍수지리적인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 초기 한양을 수도를 정할 당시, 수도의 입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풍수사상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경복궁이 자리한 한양 도성은 풍수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봉산, 북한산을 거쳐 온 한북정맥(漢北正脈)이 그친 곳이 북악산이 되고, 북악산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된 산줄기가 인왕산(仁王山)이 되며, 이 줄기는 남산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북악산에서 왼쪽으로 뻗어 내린 줄기는 낙산이 된다. 이처럼 한양의 명당판은 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에 해당되는 곳이다. 그 사이로 청계천이 흐르며, 이 청계천은 명당판을 흘러내려 중랑천과 만나고 이 물줄기는 한강과 만나게 된다. 한양은 이와 같이 산줄기와 물줄기가 만나서 생기(生氣)를 가득 담게 되는 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 때 북악은 현무(玄武), 혹은 주산(主山)이 되고, 인왕산은 백호가 되며, 낙산은 청룡, 남산은 안산(案山)이 되고, 한강 건너 관악산은 조산(朝山)이 된다.

 그런데 한양의 풍수지리적 특성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약점은 동쪽의 좌청룡(左靑龍)이 되는 낙산이 허약하다는 점과 조산(朝山)이 되는 관악산이 지나치게 높고 화기(火氣)가 드세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풍수지리적 조치들이 남대문과 동대문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관악산의 뾰족한 봉우리들은 전형적인 화(火산)의 기운을 갖고 있는 산이다. 이 왕성한 화기를 진압하기 위한 조치가 남대문에 그대로 나타난다. 남대문은 불꽃이 타오르는 형상의 ‘숭(崇)’자와 오행에서 화(火)를 상징하는 ‘예(禮)’자를 수직으로 포개어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고자 했다. 숭자는 ‘높인다’, ‘가득차다’는 뜻의 글자이다. 이 두 글자를 수직으로 세워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을 만든 것이다. ‘불로써 불을 제압하고 다스리기(以花治火)’ 위한 것이다. 강한 화기를 맞받아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선 초 궁궐 축조 때에는 지금의 남대문과 서울역 사이에 연못을 파서 도성으로 들어오는 화기를 막고 도성 안의 좋은 생기를 빠져나가지 않게 하였다.

 동대문은 방위상 목(木)에 해당되며 인(仁)에 해당된다. 당초 지었던 현판이름에 갈 ‘지(之)’자를 덧붙여 네 글자가 되게 하였다. 이는 서울의 좌청룡이 되는 낙산이 낮고 허약하여 이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애초 도성을 쌓을 때부터 청룡자락의 미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동대문을 단단한 옹성으로 쌓아 청룡이 되는 낙산의 허약함을 보완하고 보충하였다. 산 자락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듯한 형상을 가진 ‘갈지(之)’  더해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한 것이다. 글자를 통해 동쪽 땅 기운을 복돋우려 한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보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남대문과 동대문의 현판에 얽힌 풍수적인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 선인들의 자연관과 풍수관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7. 풍수사상의 적용사례(2): 안동 하회마을의 풍수적 해석


 물돌이동, 하회(河回)마을은 주산이 되는 화산(花山)에서 용맥(龍脈)이 낮게 흘러오다가 마을을 이룬 곳에 우뚝 솟아 평평해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풍수에서는 이렇게 주산에서 뻗어온 맥이 갑자기 솟구쳐 하나의 장소를 만들 때, 그 장소의 모양이 마치 거북의 등처럼 볼록하게 솟아있는 것을 두고 돌혈(突穴)이라 부른다.

지형적으로 볼 때 하회마을은 범람원에 해당되는 곳으로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퇴적사면(point-bar)에 해당된다. 범람원의 경우 하천의 범람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기 때문에 침수의 위험이 항상 있다. 따라서 마을 자리는 침수되지 않는 곳을 가려서 선정된다. 하회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 침수의 위험이 덜 한 곳이다. 화산에서 뻗어 온 줄기가 마을의 중심에 와서 우뚝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흔히 안동 하회마을의 지세를 표현하기를 산태극 수태극(山太極 水太極)이라 한다. 이 말은 산이 S자 모양으로 휘어서 지나가고, 물도 S자 모양으로 휘어져 흘러 마치 태극의 모양을 이룬다고 해서 부르는 말이다. 동양사상에서 태극(太極)은 사물의 궁극적인 상태,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음과 양이 서로 조화를 이룬 궁극의 상태를 흔히 태극이라 표현한다. 산태극 수태극이란 결국, 양이 되는 물과 음이 되는 산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완벽한 터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큰 물가 가까이에 마을이 자리를 잡았고, 물이 삼면으로 마을을 휘감아 흘러가는 지형적 조건 때문에 하회마을은 마치 연꽃이 물에 뜬 형상을 닮았다 하여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이라 불리기도 한다. 연꽃은 진흙 땅 속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고 많은 꽃을 피워 향기를 낸다. 그래서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상은 많은 인재와 재물을 약속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하회마을은 땅 모양 자체가배가 물을 거슬러 항해하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행주형(行舟形)이라고도 한다. 풍수의 형국론에서 흔히 일컫는 "행주형"이란 사람과 물건을 가득 싣고 장차 떠나려고 하는 배의 형상을 말한다. 곧 마을 터를 '떠나가는 배'로 여기는 것이다. 그로 인해 다음과 같은 여러 믿음과 금기(禁忌)가 생기고 대비책도 마련된다. 금기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우물을 파지 않는 것이다. 우물을 파면 '배가 가라앉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은 강물을 길어다 먹었다. 이런 금기는 일견 황당하게 여겨지지만, 나름대로의 지혜가 있다. 뻘과 모래로 구성된 하회마을과 같은 땅에서는 식수가 되는 대수층(帶水層)을 찾기가 어렵다. 설사 찾는다하더라도 우물을 너나 할 것 없이 마구 파서 물을 빼어내면 연약한 지반이 그대로 함몰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가 잘 항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돛대의 역할을 하는 것은 마을 중앙에 있는 삼신당의 느티나무다. 그리고 닻은 강가의 만송정에 해당된다. 마을의 안정을 꾀하는 풍수상의 조치, 즉 커다란 나무를 돛대로 삼고 길게 뻗은 마을숲을 닻으로 삼아 행주형국의 완성을 기대하는 심리는 단순한 미신의 차원이 아니라 풍수를 통한 마을의 질서부여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마을 영역에 대한 대처와 보완을 통해 자신들이 사는 곳을 완결된 곳으로 가꾸려 한 "명당만들기"의 일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들의 정주공간을 풍수사상에 의해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마을의 안정과번영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풍수사상을 통해 표현된 것이다.


8. 풍수사상의 현대적 의미


 우리는 누구나 맑은 공기를 숨쉬고 푸른 숲과 온갖 식물과 동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곳, 몸과 마음이 포근해지고 화창해지는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런 바램은 사람들이 이 땅에 발딛고 살 때부터 계속되어왔다.

 어떤 땅에 터를 잡아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땅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좋은 땅이란 어떤 곳인가? 그런 땅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 터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는 것이 풍수의 지향점이다. 지금 우리의 삶의 대부분이 산업화된 도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풍수의 지향점, 혹은 이상향을 거론하는 것이 어쩐지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삶터가 철저히 파괴된 요즘 건강하고 좋은 땅에 대한 기대, 땅과 인간의 공존, 맑은 물과 푸른 숲, 온갖 새와 짐승들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그 곳에 터를 잡아 대동을 삶을 일구려 하는 기대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살고 싶어했고 또 살아왔던 편안하고 밝은 곳,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고, 햇빛을 많이 받고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밝고 따뜻한 곳은 풍수의 이상향이었다. 이런 곳에 삶터를 일구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살아가고자 했던 우리 선인들의 노력을 풍수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도 땅을 혹사시키고 산천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있다. 잘리고 쓰러지고 뭉개져 풍수적 땅이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개발은 한마디로 인간이 자연에 손대서 자신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의 건립은 자연의 무위(無爲)와는 구분되는 유위(有爲)의 행위이며, 유위는 곧 개발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목적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고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 일은 자연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함을 내포한다. 이 때 자연은 철저한 이용의 대상,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인간의 이기심은 자연을 철저하게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철저하게 버리고 만다. 이러한 이용과 버림의 결과가 현상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총체적인 환경 오염이다. 오염은 땅을, 자연을 소유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세태에 대한 당연한 보복일 뿐이다. 그리고 그 보복은 너무나 정당하다.

 풍수에서 땅은 단순한 지질학적 퇴적물이 아니다. 땅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풍수에서는 땅의 생명력을 그르치지 않고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공간을 모든 만물을 자라나게 하는 생명력, 즉 땅 기운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며 그 땅 기운의 특성은 각기 다른 것으로 본다. 각기 다른 땅 기운의 특성에 용도를 맞추는 것이다. 우리 선인들의 공간활동은 풍수의 논리에 맞게 명당의 규모나 그 땅이 담을 수 있는 용량, 혹은 그 땅의 특성을 감안하여 주위환경과 조화되게 인위를 가했던 것이다. 우리 주변의 야트막한 산은 백두산으로부터 뻗어 나온 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물도 지역의 벽을 넘어 상류에서 하류까지 하천 유역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같이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산과 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 연결을 전체적으로 인식해야 '나 하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생각을 떨칠 수 있다.

 조선조 때에는 풍수로써 도시환경을 엄격히 보호한 예가 있다. 바로 금산(禁山)제도였다. 도봉산, 북한산으로부터 한양 도성 안팎에 있는 모든 산들에 이르기 까지 그 지맥(地脈)을 보호하자는 것이 금산 설치의 주된 목적이었다.

 한양 금산의 예는 혈 주변의 산맥, 즉 지기가 흐르는 기맥을 보호하여 명당과 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함부로 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거나 흙을 파는 행위는 물론 밭을 갈거나 집을 짓거나 하는 행위가 모두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었다. 이는 여백의 땅이 갖고 있는 공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제도로서 현재의 수세적인 그린벨트에 비해 훨씬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제도였다.38)

 금산은 방벽이 아니라 지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도시에 생명력인 지기를 보내는 근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금산의 나무들은 울창하게 보호되어야 했고 사소한 지맥 손상 행위도 용납되지 않았다. 금산제도는 조선왕조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제도란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생태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숲이 우거진 것은 생태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고, 산맥이 연결된 것은 생물과 물질의 이동을 도와서 생태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뜻이다. 금산제도는 그것이 엄격하게 생태적 지식을 갖고 자각적으로 시행되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오늘날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제도였다.

 "기는 원래 생긴 모습으로 인하여 흐름이 있는 것이니 잘라진 산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요, 또한 기는 산이 모여야 있게 되는 것이니 잘려져 홀로 있는 산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산은 그저 단순한 개발의 장애물이 아니다. 대지의 기가 숨쉬는 터전이요 인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생기의 공급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풍수사상에 대해 막연하기는 하지만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풍수사상이 현재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거나 우리의 삶에 당장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풍수사상의 긍정적인 측면이나 슬기로움도 건축이나 조경분야에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풍수의 근본적인 원리나 지향점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테크닉 위주의 적용이나 어쭙잖은 흉내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풍수사상에 무언가를 기대하는 폭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풍수사상이 오늘의 산적한 토지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해 커다란 기여를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들이 깔려 있다. 물론 풍수사상이 환경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풍수사상은 국토를 경영하는 계획가들에게 국토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 풍수사상은 산천을 미시적이거나 분석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피기 때문에 원대하고 장대한 국토 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옛부터 풍수사상은 경세학(經世學)으로 통했다.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에는 "지역의 토착민이나 그들의 사회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지식과 전통적 관행은 환경 관리와 개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므로 각 국가는 그들의 존재와 문화 및 이익을 인정하고 적절히 지지해야한다"는 원칙이 들어 있다. 북미와 남미의 원주민들인 인디언과 인디오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려는 철학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문화양식은 환경 보전에도 훌륭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컨대 이들은 후손을 위한 희생, 자연에 대한 윤리적 태도, 공동체에 대한 헌신 등의 문화양식을 지켜 오고 있으며 이는 환경 보전에도 연결되어 생물종 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풍수사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우리 시대의 요구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켜 적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출처 : 대한현공풍수지리학회
글쓴이 : 初階(崔明宇)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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