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사은사로 황도에 가는 이공 경함을 봉송하며[奉送謝恩使李公慶涵赴皇都]
옥백의 예물 받들고 떠나는 봉명 사신(奉命使臣) / 玉帛行將命
황도(皇都)까진 무려 수천 리 머나먼 길 / 燕臺路幾千
중원에 어려움이 많게 된 그 뒤로도 / 中原多難後
소방만은 은혜를 치우치게 받아 왔지 / 下國受恩偏
보살펴 준 은택 미처 보답도 하기 전에 / 未答生成澤
감싸주던 하늘이 홀연히 무너져 내렸는데 / 俄崩覆燾天
다만 황도일 응하게 되면 / 只應黃道日
예전처럼 또 다시 우림성(羽林星) 걸려 빛나리라 / 依舊羽林懸
지금까지 전해 오는 가정(稼亭)과 목은(牧隱)의 집안 명성 / 稼牧家聲遠
명사(名士)로서 게다가 원숙한 경지에 달했나니 / 名流更老成
귀밑머리 다 세도록 조정 일에 동분서주 / 趨朝雙?白
충군 애국(忠君愛國)하는 일편단심이었어라 / 報主寸心明
천 년 화표주(華表柱)의 길로 접어들어 / 路出千年柱
천하 위한 군사 작전 길을 뚫고 나갈텐데 / 行穿萬國兵
아마도 옥백(玉帛)의 예물 바칠 때 / 懸知執玉地
남긴 활 망극한 정 끝이 없으리 / 無限抱弓情
[주D-001]감싸주던 …… 내렸는데 : 인조 5년(1627)에 명 나라 희종(熹宗)이 죽은 것을 말한다.
[주D-002]황도일 …… 빛나리라 : 길일(吉日)을 택하여 새로운 황제가 등극하게 되면 다시 새롭게 무위(武威)를 떨치게 되리라는 말이다. 황도일(黃道日)은 음양도(陰陽道)의 측면에서 일을 거행하기에 가장 좋은 길일(吉日)을 말하고, 우림성(羽林星)은 천군(天軍)을 관장하는 장성(將星)이다.
[주D-003]가정(稼亭)과 목은(牧隱) : 고려 시대의 학자 이곡(李穀)과 그의 아들 이색(李穡)의 호이다.
[주D-004]천 년 …… 접어들어 : 요동(遼東)을 경유하게 되리라는 말이다. 한(漢) 나라 때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죽은 뒤에 학(鶴)으로 변해서 요동 땅 고향에 돌아와 성문의 화표주(華表柱)에 내려 앉았는데, 어떤 소년이 활을 쏘려고 하자,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집 떠난 지 천 년만에 돌아왔는데 성곽은 의구하나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떠나갔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搜神後記》
[주D-005]천하 위한 …… 나갈텐데 : 오랑캐를 한창 토벌 중인 전장(戰場) 가운데를 지나가리라는 말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삼 년 동안 피리 소리 관산월 곡조, 천하 위한 군사 작전 바람에 초목이 쓸리도다.[三年笛裡關山月 萬國兵前草木風]”라는 구절이 있다. 《杜少陵詩集 卷6 洗兵行》
[주D-006]남긴 활 …… 없으리 : 이미 죽은 전 황제에 대한 사모의 정이 무궁해지리라는 말이다. 황제(黃帝)가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 용이 황제의 활을 떨어뜨렸는데, 이에 백성들이 활을 부여안고[抱弓] 호곡하며 앙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史記 封禪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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