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무기와 갑옷 민승기지음;5년전, 200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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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서 고려-조선시대 경번갑을 논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정지 장군 경번갑, 세종실록 오례서례 군례의 경번갑 그림, 국조오례의서례 군례의 경번갑 그림, 춘관통고의 경번갑 그림 등 네가지 자료를 놓고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 있지 않은듯하지만 경번갑 관련 자료 중에는 조선시대 경번갑 실물 유물도 남아 있다.
■ 실물 유물로 고려-조선시대 경번갑
이 글은 우리나라 경번갑 관련 자료 중에서 국내에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경번갑 실물 유물 사진 하나를 소개할 목적으로 쓰여졌다. 사실 이 갑옷은 부츠 박사의 논문에도 사진이 나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 유물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기존에 조선시대 갑옷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부츠 박사의 논문을 책자 형태로 접하지 못하고 마이크로 필름으로 판독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이미지 상태가 좋지 않아 이 갑옷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면 이 갑옷은 정지 장군의 경번갑과 유사해 보여 그냥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논문에 실린 사진을 직접 살펴 보면 체인메일의 사이의 네모 형태의 공간에 철판이 아닌 찰갑 형태의 쇠미늘이 들어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찰갑 형태의 쇠미늘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다. 확대 사진을 보면 네모 형태의 공간에 세로로 제법 긴 세장형의 쇠미늘이 들어가 있음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다. 이 같은 갑옷의 구조는 세종실록 오례서례 군례나 국조오례의서례 군례의 " 쇠미늘(鐵札)과 쇠고리(鐵環)를 서로 엮은 것을 ‘경번갑(鏡幡甲)’이라 한다"는 설명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이 갑옷 사진은 조선시대 경번갑의 유일하게 살아 남은 잔존 실물 유물을 찍은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국내에 그동안 경번갑의 유일한 실물 유물로 알려져 있던 정지(1347∼1391) 장군의 갑옷은 고려시대 것이다.
이 갑옷은 철사를 고리 형태로 엮은 것은 같지만 네모 형태의 공간에 하나의 큰 철판을 붙인 구조다.
사진 출처 문화재 관리국 <한국의 갑주>
■ 조선시대 회화 자료로 본 경번갑
조선시대 갑옷 그림이 그려져 있는 대표적인 자료는 세종실록 오례 서례의 군례 병기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보완해서 국조오례의서례 군례 병기조의 그림이 나왔고, 조선 후기 춘관통고가 나왔으니 세종실록 오례 서례의 군례 병기조는 조선시대 갑옷 연구에 매우 중요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근대 회화 자료 중 단일 그림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책자 형태로 남아있다면 가급적 선본을 골라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사본의 경우 책마다 그림이 다르고 활자본도 그림은 목판본도 인쇄를 거듭하다보면 그림이 뭉그려져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록의 경우 현존하는 것은 태백산사고본, 적상산사고본, 정족산사고본 등 세 종류가 있다. 오대사사고본은 극히 일부만 남아있어 논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북한에 남아있는 적상산사고본은 영인본을 확인할 수 없었고, 정족산사고본에는 세종실록 오례 서례가 첨부되어 있지 않아 갑옷 연구에는 도움이 안된다. 결국 흔히 이용하는 태백산사고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아래 사진이 태백산사고본의 조선시대 경번갑 그림이다.
1474년 편찬된 국조오례의서례 군례 병기조의 경번갑 그림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흔히 이용하는 국조오례의서례 영인본에는 경번갑 그림 중 일부분이 희미하게 표시되어 있다. 전체 형태를 식별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국내 국조오례의서례 판본을 일일 확인해서 그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인쇄된 판본을 찾아 아래에 첨부한다. 이 자료를 찾아본 분은 아시겠지만 아래 경번갑 그림처럼 현존하는 국조오례의서례 판본 중에서 합임부 중앙 좌단부가 부분 공백으로 남아있지 않고 완전히 인쇄된 사례는 희귀하다.
1788년에 출간된 춘관통고의 군례에도 경번갑 그림이 실려 있다. 춘관통고 군례 병기조의 그림들은 전반적으로 국조오례의서례의 그림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미 조선 후기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일총통 등 조선 초기형 화약무기 그림과 설명이 그대로 실린 것을 봐도 춘관통고 병기조가 당시 무기들을 설명한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번갑 그림만은 세종실록 오례나 국조오례의서례의 그림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다소 특이한 형태로 그려 놓았다. 아마도 춘관통고 필사본에 수록된 그림을 그린 화가가 경번갑 실물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조오례의서례 경번갑 그림의 구조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해 자신이 이해하는 갑옷(아마도 두석린갑)을 참조해서 그린 것이 아닐까.
■ 현대 이후 추정 재현품으로 본 고려-조선시대 경번갑
아래 사진은 경번갑 추정 재현품 중 가장 유명한 전기관 정지 장군 경번갑 재현품이다. 실물 유물에서는 전면부가 좌우로 열리는 구조인지 뚜렷하게 식별되지 않은데 비해 이 재현품은 정면에 합입부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행사에도 경번갑 재현품이 나온다. 세종실록 오례 서례 군례의 그림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 재현품은 쇠미늘을 작게 만들고 세로와 가로 크기를 비슷한 크기로 잡은 것이 특징이다.
■ 고려-조선시대 경번갑의 유형에 대한 간단한 잡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사진으로 확인된 경번갑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자. 사진 상으로는 전면에 좌우로 옷을 여미는 합임부가 있는지 식별할수는 없다. 철찰의 크기는 명확하게 단언하기 힘들지만 길이가 대략 10cm 내외는 되어 보이며, 각각의 찰은 좌우 폭이 1cm 내외 정도로 보인다. 철찰은 최소 6~7개 단위로 연결되어 있다. 철찰은 좌우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아래 위로는 쇠사슬이 붙은 양식이고 철찰 그룹 사이의 좌우 공간에도 역시 쇠사슬이 있다. 결국 정지 장군 경번갑에서 다소 큰 철판을 그보다 작은 철찰로 대체했을 뿐 나머지는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합임부가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르고 철찰이 아래위로 매우 길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세종실록 오례보다는 국조오례의서례의 경번갑과 유사한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실물 유물과 그림을 정리해조면 고려-조선시대 경번갑은 대충 아래와 같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정지 장군 갑옷형 (실물만 존재)
2) 세종실록 오례형 (문헌 그림 자료만 존재,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품)
3) 국조오례의서례형 (문헌 그림 자료만 존재)
4) 일제 강점기 부츠 박사 촬영 사진형 (실물 촬영 사진만 존재, 3과 유사한 특성 있음)
1)형은 서남아시아-러시아 지역의 Kalantar와 비교해 볼 수 있다.
2)형은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재현품 방식으로 추정할 수도 있지만, 가로 폭에 비해서 세로 길이가 훨씬 큰 방식의 철찰 2~3개를 세워서 아래 위로 연결한 방식일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혹 북한에 남은 적상산사고본에 세종실록 오례가 존재한다면 좀 더 비교할만한 그림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2)형은 직접적으로 비교할만한 양식은 찾기 힘들지만 Yushman 중 약간 변형 형태 이를테면 아래 터키 톱카피 궁전 무기 전시실의 오스만 튀르크 갑옷과도 비교해 봄직하다.
3)형과 4)형은 합임부의 존재 등 몇가지 차이점을 제외하면 철찰과 철환의 기본 연결 구조는 동일하므로 3)형의 기본 구조는 4)형에 준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철판을 가로로 쌓는 형태의 Plated Mail은 외국에도 흔하지만 이처럼 찰갑 형태의 철찰을 이런 방식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명나라대 갑옷 중에는 갑옷의 갑신부를 철찰로 제작하고 소매를 쇄자갑 형태로 제작한 갑옷도 존재하지만 이때 사용하는 철찰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양식이라 3)형 혹은 4)형과는 차이가 있다.
여하간 중국에서도 전형적인 Plated Mail이라고 할만한 실물 갑옷 유물은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번갑 실물 유물과 15세기로 소급되는 그림 자료는 (아마도 몽골과 원제국이 중간 매개체가 되었을) 서남아시아지역과 동아시아지역의 갑옷 교류사를 비교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진귀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Plated Mail을 다수 사용한 서남아시아지역과 러시아에도 대부분의 자료가 15세기 이후 것이고 그 이전으로 소급되는 자료는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14세기라는 절대 연대를 가진 정지 장군의 경번갑도 매우 의미가 큰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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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24기사람들'
경번갑 [ 鏡幡甲 ]
쇠미늘과 쇠고리를 서로 연결하여 엮어 만든 갑옷의 일종.
생저피로써 미늘을 만들고 그을린 사슴의 가죽을 사용하여 엮어 만든 것은 피갑이라 하고, 철사로써 작은 고리를 만들어 서로 꿴 것은 쇄자갑이라 하고, 쇠미늘과 쇠고리를 서로 사이 하여 엮은 것은 경번갑이라 하고, 종이를 접어서 미늘을 만들고, 사슴가죽으로써 엮어 만들되 검은 칠을 한 것은 지갑이라 한다. ; 以生猪皮爲札 用烟鹿皮編成曰 皮甲 以鐵絲作小環相貫曰 鏁子甲 鐵札及鐵環相間以綴曰 鏡幡甲 摺紙爲札 以鹿皮編成黑漆曰 紙甲 [세종실록 권제133 오례 군례서례 병기]
네이버 백과 사전에 나와 있네요
이런 모양
무예24기 단원들이 입는 갑온은 주석린갑과 두정갑입니다.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강명숙 갑옷연구소에서 복원한 경번갑을 입어 보았는데요 참 무겁 더군요 ㅜ.ㅜ
마장에서 민복에 그냥
위에사진을 보니 내가봐도 좀 무식해보이네요 ^^.... 내년에 달력을 만든다고 강영숙 갑옷 연구소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하니 간만에 경본갑을 퐈라영 부탁하신 김광식 단장님
김광식 마상무예 단장님
뭐 제사진과 비교하면 안되지만 ㅋㅋㅋㅋ 궁대와 시복을 착용한고 경본갑을 입은 모습입니다. 역시 갑옷은 말고 함께 경본갑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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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배수는 원방패와 칼로 무장한 병종으로 조선초기에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보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시위대 소속의 팽배수만 수천단위였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팽배수를 복원해본 것입니다.
투구는 첨주형투구, 갑옷은 쇠자갑을 모티브로 했고 원방패와 환도를 착용한 것으로 했습니다. 위의 그림은 쇠자갑은 아니고 경번갑입니다.
경번갑은 쇠자갑에 사각형의 작은 철판들로 보강한 것으로 대체적으로 지휘관 급이 입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재로는 위쪽의 사진 자료에서 보는 것과 같이 허리아래정도까지 내려오는 쇠자갑(체인메일)이나 쇠미늘 갑옷을 입었습니다. 투구도 야전군은 위의 복원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자료에서 보는 것과 같은 원주형 철모였을 것입니다. 얼핏보면 작은 세숫대아처럼 생겼는데... 급하면 저기에 물을 담아서 세수도 했을 것 같군요.
정지장군 사당인 경렬사 전시관에도 경번갑 복원품이 존재합니다.
http://hyeng19.blog.me/150042589250
경렬사 전시물 설명에는 합임부의 흔적이 없다고 추정하고 그에 따라 서양의 메일호버크처럼 뒤집어 입는 방식으로 복원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정지장군 유물은 이 복원방식이 가장 알맞다 느껴집니다. 스텝지역~동아시아 지역 쇄자갑-경번갑 계열 갑옷 유물중에 앞트임 형식이 많긴 하지만 가끔씩 셔츠형도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링크는 육박에 소장된 청나라 쇄자갑입니다. http://www.emuseum.go.kr/relic.do?action=view_d&mcwebmno=91254
구글에서 찾은 청나라 쇄자갑입니다. 북경군사박물관 소장
http://picasaweb.google.com/lh/photo/hh9lKWJt-g7qMjsefZtiSQ
경매에서 X000만원에서 구입했다는데 벌써 X000만원에 사겠다는 제의가 나온 상태라는군요. 가장 큰 특징은 투구의 바탕(사진에서 녹색 부분)에 어피 장식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몇년 전 공개된 러시아 표트르대제 민속박물관 소장 조선 두정갑 투구에 이어서 두번째로 확인된 어피 장식 투구입니다.
표트르대제 민속박물관의 조선 두정갑 투구와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투구는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녹색 어피부터 좌우 측면에 부착된 새형태의 장식물도 똑같습니다. 동일한 장인이 동일한 공정으로 만든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표트르대제 민속박물관 조선 두정갑 투구와 비교해서 투구 꼭대기의 간주와 상모, 그 위의 보주에 이르기까지 장식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볼가리개를 묶는 끈은 없어진 상태입니다. 표트르대제 민속박물관 소장품이 대부분 구한말에 구입해 간 것임을 고려하면 이런 양식의 투구는 1800년대 중후반의 작품으로 짐작됩니다.
공예 기법의 예술적 수준으로만 보자면 현존 조선시대 투구중 5위권 안에 너끈하게 들어갈만한 명작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남궁익씨가 소장했던 용봉문투구 다음으로 조선시대 투구 중 2,3위를 겨룰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원 소장자의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사진을 다른 곳에 전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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