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
1.
天地雖大(천지수대) : 하늘과 땅이 비록 크다고 하나
其化均也(기화균야) : 그 조화는 고르고,
萬物雖多(만물수다) : 만물의 종류가 많다고는 하나
其治一也(기치일야) : 그 다스림은 하나에 의한 것이며,
人卒雖衆(인졸수중) : 백성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其主君也(기주군야) : 그 주인은 임금이다.
君原於德而成於天(군원어덕이성어천) : 임금은 덕을 근거로 하늘
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玄古之君天下(현고지군천하) : 태고적 임금은 천하를 다스림에
無爲也(무위야) : 무위로 하였고,
天德而已矣(천덕이이의) : 하늘의 덕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以道觀言(이도관언) : 도로써 명분을 보면
而天下之名正(이천하지명정) : 천하의 임금은 올바르다.
以道觀分(이도관분) : 도로써 분수를 보면
而君臣之義明(이군신지의명) : 임금과 신하의 뜻은 분명하다.
以道觀能(이도관능) : 도로써 능력을 보면
而天下之官治(이천하지관치) : 천하의 벼슬들은 잘 다스려진다.
以道汎觀(이도범관) : 도로써 모든 것을 보면
而萬物之應備(이만물지응비) : 만물의 기능은 완전해진다.
故通於天地者(고통어천지자) :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통하는 것
이
德也(덕야) : 덕이며,
行於萬物者(행어만물자) : 만물에 행하여지는 것이
道也(의야) : 덕이며, 의인 것이다.
上治人者(상치인자) : 위에서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
事也(사야) : 일이다.
能有所藝者(능유소예자) :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技也(기야) : 재주이다.
技兼於事(기겸어사) : 재주는 일에 지배되고,
事兼於義(사겸어의) : 일은 의에 지배되고,
義兼於德(의겸어덕) : 의는 덕에 지배되고,
德兼於道(덕겸어도) : 덕은 도에 지배되며,
道兼於天(도겸어천) : 도는 하늘에 의해 지배된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古之畜天下者(고지축천하자) : 옛날에 세상사람들을 양육하던 사
람들은
無欲而天下足(무욕이천하족) : 아무런 욕망도 없이 온 천하가 만
족하고
無謂而萬物化(무위이만물화) :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온 만물이
변화하고
淵靜而百姓定(연정이백성정) : 고요히 있기만 해도 백성들이 안
정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記曰(기왈) : 옛날 기록에 이르기를
通於一而萬事畢(통어일이만사필) : 하나에 통합됨으로써 만사가
다 이루어지고,
無心得而鬼神服(무심득이귀신복) : 아무런 마음도 없게 됨으로써
귀신들도 굴복한다고 했다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夫道(부도) :
覆載萬物者也(복재만물자야) : 도란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는
것이다.
洋洋乎大哉(양양호대재) : 얼마나 넓고 큰가
君子不可以不刳心焉(군자불가이불고심언) : 군자들이 그의 마음
을 비게 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질 수가 없는 것이다
無爲爲之之謂天(무위위지지위천) : 무위로써 일하는 것을 하늘이
라고 말한다.
無爲言之之謂德(무위언지지위덕) : 무위로써 말하는 것을 덕이라
고 말한다.
愛人利物之謂仁(애인이물지위인) :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물을 이
롭게 하는 것을 인이라고 말한다.
不同同之之謂大(부동동지지위대) : 같지 않은 것들이 같이 합쳐
진 것을 크다고 말한다.
行不崖異之謂寬(행불애이지위관) : 행동이 남들과 달리 어긋나지
않는 것을 너그러움이라고 말한다.
有萬不同之謂富(유만부동지위부) : 만 가지 같지 않은 것을 가지
고 있는 것을 부라고 말한다.
故執德之謂紀(고집덕지위기) : 굳게 자기 덕을 지키는 것을 기망
이 있다고 말한다.
德成之謂立(덕성지위립) : 덕을 이룩하는 것을 입이라고 말한다.
循於道之謂備(순어도지위비) : 도를 따르는 것을 비라고 말한다.
不以物挫志之謂完(불이물좌지지위완) : 사물로 인해 뜻이 꺾이지
않는 것을 완전하다고 말한다.
君子明於此十者(군자명어차십자) : 군자로서 이 열 가지 것들만
분명히 알면
則韜乎其事心之大也(칙도호기사심지대야) : 크게도 그의 지닌 마
음이 커질 것이며,
沛乎其爲萬物逝也(패호기위만물서야) : 널리도 만물이 그를 따르
게 될 것이다.
若然者(약연자) : 그런 사람은
藏金於山(장금어산) : 산에 금을 저장해 두고,
沈珠於淵(침주어연) : 못에 진주를 저장해 둔 것과 같다.
不利貨財(불리화재) : 재물을 이익이라 생각하지 않고
不折貴富(불절귀부) : 부귀를 가까이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不樂壽(불락수) :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不哀夭(불애요) :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不樂通(불락통) : 재물을 얻은 것을 영화롭다 생각하지 않고,
不醜窮(불추궁) : 궁핍한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不拘一世之利以爲己私分(불구일세지리이위기사분) : 한 평생 이
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의 분수에 따를 것이다.
不以王天下爲己處顯(불이왕천하위기처현) : 천하의 임금이 되는
것도 영예로운 자리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顯則明(현칙명) : 영예로운 것은 맑게 드러난다. 삶이나 같은 모
양이다
萬物一府(만물일부) : 만물은 한 가지 세계에 놓여 있고
死生同狀(사생동상) : 죽음이나 삶이나 같은 상태이다
3.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夫道(부도) : 도의 모습은
淵乎其居也(연호기거야) : 심연처럼 조용하고,
漻乎其淸也(류호기청야) : 맑은 물처럼 맑다.
金石不得(금석부득) : 쇠나 돌은 울리지 않으면
無以鳴(무이명) : 소리를 낼 수 없다.
故金石有聲(고금석유성) : 쇠나 돌은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不考不鳴(불고불명) :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萬物孰能定之(만물숙능정지) : 만물의 이런 성질은 누가 정해 놓
은 것인가
夫王德之人(부왕덕지인) : 큰 덕을 지닌 사람들은
素逝而恥通於事(소서이치통어사) : 소박하게 행동하면서도 마음
은 모든 일에 통달해 있다.
立之本原而知通於神(립지본원이지통어신) : 근본적인 도에 입각
해 살고 있어서 그의 지혜는 신묘에 통달한다.
故其德廣(고기덕광) : 그러므로 그의 덕이 넓다고 하는 것이다.
其心之出(기심지출) : 그의 마음의 나타남은
有物採之(유물채지) : 외부의 물건에 의해서 결정한다.
故形非道不生(고형비도불생) : 그러므로 모든 형체는 도가 아니
고는 생성되지 않으며,
生非德不明(생비덕불명) : 모든 생성은 덕이 아니고는 밝혀지지
않는 것이다.
存形窮生(존형궁생) : 형체를 보존하면서 생성을 다하고,
立德明道(립덕명도) : 덕을 세우고 도를 밝힌다면
非王德者邪(비왕덕자사) : 큰 덕을 지닌 사람이 아니겠는가
蕩蕩乎(탕탕호) : 널리 어디에나
忽然出(홀연출) : 불쑥 나타나
勃然動(발연동) : 갑자기 움직이는데도
而萬物從之乎(이만물종지호) : 만물이 그것을 따른다면
此謂王德之人(차위왕덕지인) : 그를 두고 큰 덕을 지닌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視乎冥冥(시호명명) : 보아도 까마득하고,
聽乎無聲(청호무성) : 들어도 아무 소리가 없는데,
冥冥之中(명명지중) : 까마득한 가운데서
獨見曉焉(독견효언) : 홀로 밝음을 보고,
無聲之中(무성지중) : 소리 없는 가운데서
獨聞和焉(독문화언) : 홀로 조화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故深之又深而能物焉(고심지우심이능물언) : 그러므로 깊고도 깊
으면서 만물을 존재하게 할 수 있고,
神之又神而能精焉(신지우신이능정언) : 신묘하고도 신묘하여서
정묘한 작용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故其與萬物接也(고기여만물접야) : 그러므로 그가 만물과 접촉함
에 있어서는
至無而供其求(지무이공기구) : 지극한 무(無)에 있으면서도 만물
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時騁而要其宿(시빙이요기숙) : 때때로 달려가지만 그의 알맞은
자리를 되찾는다.
大小(대소) : 크고도 작고
長短(장단) : 길고도 짧고
修遠(수원) : 가깝고도 먼 것이다
4.
皇帝遊乎赤水之北(황제유호적수지북) : 황제가 적수의 북쪽에 들
러
登乎崑崙之丘而南望(등호곤륜지구이남망) : 곤륜산 언덕에 올라
갔다가 남쪽을 둘러보고
還歸遺其玄珠(환귀유기현주) : 돌아오는 길에 검은 진주를 잃어
버렸다.
使知索之而不得(사지색지이부득) : 지혜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使離朱索之而不得(사이주색지이부득) : 이주에게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고,
使喫詬索之而不得也(사끽후색지이부득야) : 끽후에게 찾게 하였
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乃使象罔(내사상망) : 그래서 상망을 시켰더니
象罔得之(상망득지) : 상망이 찾아냈다.
皇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異哉(이재) : “이상하다.
象罔乃可以得之乎(상망내가이득지호) : 상망이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인가
5.
堯之師曰許由(요지사왈허유) : 요임금의 스승은 허유였고,
許由之師曰齧缺(허유지사왈설결) : 허유의 스승은 설결이었고,
齧缺之師曰王倪(설결지사왈왕예) : 설결의 스승은 왕예였고,
王倪之師曰被衣(왕예지사왈피의) : 왕예의 스승은 피의였다
堯問於許由曰(요문어허유왈) : 요임금이 허유에게 물었다.
齧缺可以配天乎(설결가이배천호) : 설결께서는 하늘의 짝인 천자
가 될만한 분이시지요
吾藉王倪而要之(오자왕예이요지) : 저는 왕예를 통하여 그 분을
모시려고 합니다
許由曰(허유왈) : 허유가 말했다
殆哉圾乎天下(태재급호천하) : 위험합니다.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齧缺之爲人也(설결지위인야) : 설결의 사람됨은
聰明叡知(총명예지) : 총명하고 지혜가 밝으며
給數以敏(급수이민) : 일을 잘하면서도 민첩합니다
其性過人(기성과인) : 그 분의 성품은 남보다 뛰어나서
而又乃以人受天(이우내이인수천) : 인간의 지혜로써 하늘을 떠받
들려하고 있습니다
彼審乎禁過(피심호금과) : 그 잘못을 금하는 일은 잘 알고 있지
만
而不知過之所由生(이부지과지소유생) : 잘못이 생기는 원인에 대
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與之配天乎(여지배천호) : 그 분에게 하늘의 짝인 천자가 되게
하면
彼且乘人而無天(피차승인이무천) : 그 분은 인위적인 행동으로써
하늘을 무시할 것입니다.
方且本身而異形(방차본신이이형) : 또한 자신을 근본으로 하여
다른 것들에 차별을 둘 것입니다.
方且尊知而火馳(방차존지이화치) : 또한 지혜를 존중하여 날뛰게
될 것입니다.
方且爲緖使(방차위서사) : 그리고 일에 부림을 당할 것입니다.
方且爲物絯(방차위물해) : 그리고 물건에 구속을 당할 것입니다.
方且四顧而物應(방차사고이물응) : 리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물건
들에 대처하기에 바쁠 것입니다.
方且應衆宜(방차응중의) : 그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합당하게 처
리하려 바쁠 것입니다.
方且與物化而未始有恒(방차여물화이미시유항) : 그리고 물건을
쫓아 변화함으로써 처음부터 일정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夫何足以配天乎(부하족이배천호) : 그러니 어찌 하늘의 짝인 천
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러하여도
有族(유족) : 가족이 있으면
有祖(유조) : 선조가 있을 것입니다.
可以爲衆父(가이위중부) : 그는 한 집안의 아버지는 될 수 있지
만
而不可以爲衆父父(이불가이위중부부) : 한 집안의 선조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治亂之率也(치란지솔야) : 그의 다스림은 혼란의 근본이 될 것이
니,
北面之禍也(북면지화야) : 그것은 신하로서의 재난인 동시에
南面之賊也(남면지적야) : 임금에게도 해로울 것입니다
6.
堯觀乎華(요관호화) : 요임금이 화땅에 놀러 갔었는데,
華封人曰(화봉인왈) : 화땅의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했다.
嘻聖人(희성인) : “하, 성인께서
請祝聖人(청축성인) : 오래 오래 사시기를 빕니다.”
使聖人壽(사성인수) :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富(사성인부) : 경계를 지키는 사람이 말하기를,“성인께
서 부자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사양하겠습니다.”
使聖人多男子(사성인다남자) : 경계지기가 다시 말하기를,“성인
께서 많은 아들을 낳게 하여 주십시오.”
堯曰辭(요왈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사양하겠습니다.”
封人曰壽富多男子(봉인왈수부다남자) : 그러자 경계지기가 말하
기를, “오래 살고, 부자가 되고, 많은 아들을 낳는 것은
人之所欲也(인지소욕야) :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입니다.
女獨不欲(여독불욕) : 당신 홀로 그것을 원하지 않으시니
何邪(하사) : 어찌 된 일입니까?”
堯曰多男子則多懼(요왈다남자칙다구) :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
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富則多事(부칙다사) : 부자가 되면 일이 많아지고,
壽則多辱(수칙다욕) :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아집니다.
是三者(시삼자) : 이 세 가지 것들은
非所以養德也(비소이양덕야) : 덕을 기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어서
故辭(고사) : 그러므로 사양하는 것입니다.”
封人曰始也我以女爲聖人邪(봉인왈시야아이여위성인사) : 경계지
기가 말하기를, “처음에 나는 당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
다.
今然君子也(금연군자야) : 그러나 지금 보니 군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군요.
天生萬民(천생만민) : 하늘은 모든 사람을 낳고
必授之職(필수지직) : 그들에게 합당한 직분을 줍니다.
多男子而授之職(다남자이수지직) : 아들이 많다 해도 그들에게
직분이 주어지는데
則何懼之有(칙하구지유) :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富而使人分之(부이사인분지) : 부자가 된다 해도 사람들에게 나
누어준다면
則何事之有(칙하사지유) : 무슨 근심이 되겠습니까
夫聖人(부성인) : 성인이란
鶉居而鷇食(순거이구식) : 메추리처럼 일정한 거처도 없고, 병아
리처럼 적게 먹으면서도
鳥行而無彰(조행이무창) : 새처럼 날아다니며 행적도 남기지 않
습니다.
天下有道(천하유도) : 천하에 올바른 도가 행하여지면
則與物皆昌(칙여물개창) : 모두가 번창하지만
天下無道(천하무도) : 천하에 도가 행하여지지 않을 때에는
則修德就閒(칙수덕취한) : 덕이나 닦으면서 한가히 지냅니다.
千歲厭世(천세염세) : 천년이나 세상을 피해 살다가
去而上倦(거이상권) : 세상을 떠나 신선 세상으로 올라갑니다.
乘彼白雲(승피백운) : 하늘의 흰 구름을 타고서
至於帝鄕(지어제향) :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요.
三患莫至(삼환막지) : 앞의 세 가지가 환란이 닥쳐올 수가 없으
며
身常無殃(신상무앙) : 몸에는 언제나 재앙이 없습니다.
則何辱之有(칙하욕지유) : 그런데 무슨 욕된 일이 있겠습니까?”
封人去之(봉인거지) : 그렇게 말하고 경계지기가 떠나가자,
堯隨之請問(요수지청문) : 요임금이 뒤따라가면서 청하기를,“가
르침을 주십시오.”
封人曰退已(봉인왈퇴이) : 국경지기가 말하기를, “물러가시오”
7.
堯治天下(요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리게 되자
伯成子高立爲諸侯(백성자고립위제후) : 백성자고를 제후로 삼았
다.
堯授舜(요수순) : 그 후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
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자 자리를 물려주자,
伯成子高辭爲諸侯而耕(백성자고사위제후이경) : 백성자고는 제후
자리에서 물러나 농사를 지었다.
禹往見之(우왕견지) : 우임금이 그를 찾아가니
則耕在野(칙경재야) : 그는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禹趨就下風(우추취하풍) : 우임금은 아래 바람쪽으로
立而問焉(립이문언) : 서서 물었다.
曰昔堯治天下(왈석요치천하) :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吾子立爲諸侯(오자립위제후) : 선생님께서 제후로 계셨습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께서 순임금께 천자자리를 물려주셨고
,
舜授予(순수여) : 순임금께서는 저에게 천자자리를 물려주자
而吾子辭爲諸侯而耕(이오자사위제후이경) : 선생님께서는 제후자
리를 물러나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敢問(감문) : 감히 묻건데
其故何也(기고하야) :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子高曰昔堯治天下(자고왈석요치천하) : 백성자고가 말하기를, “
옛날 요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에는
不賞而民勸(불상이민권) : 상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일에 힘
썼고,
不罰而民畏(불벌이민외) : 벌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
했었습니다.
今子賞罰而民且不仁(금자상벌이민차불인) : 지금 당신은 상을 내
리고 벌을 내리는데도 백성들은 어질지 않습니다.
德自此衰(덕자차쇠) : 덕은 이로부터 쇠하고,
刑自此立(형자차립) : 형벌은 이로부터 확립되어 있습니다.
後世之亂自此始矣(후세지란자차시의) : 후세의 혼란은 이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夫子闔行邪(부자합행사) : 당신은 어찌해서 물러나지 않으십니까
?
無落吾事(무락오사) : 내 일이나 방해하지 마십시오.”
俋俋乎耕而不顧(읍읍호경이불고) : 그리고는 한가한 모습으로 밭을
갈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8.
泰初有無無有無名(태초유무무유무명) : 태초에는 무(無)만이 있
었고 유(有)도 없었고 명칭(名)도 없었다.
一之所起(일지소기) : 하나(一)가 여기에서 생겨났는데,
有一而未形(유일이미형) : 하나만 있고 형체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物得以生(물득이생) : 물건은 하나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
謂之德(위지덕) : 그 작용을 덕이라 한다.
未形者有分(미형자유분) : 아직 형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하나
로부터 나뉘어져 가는 것이
且然無間(차연무간) : 잠시도 끊이지 않았는데,
謂之命(위지명) : 이것을 명(命)이라 한다.
留動而生物(류동이생물) : 하나가 유동함으로써 물건을 생성시키
며,
物成生理(물성생리) : 물건이 생성되어 생리가 갖추어지면
謂之形(위지형) : 그것을 형체라 한다.
形體保神(형체보신) : 형체는 정신을 보존하게 되며
各有儀則(각유의칙) : 제각기 원칙을 지니게 되는데
謂之性(위지성) : 그것을 본성이라고 한다.
性修反德(성수반덕) : 본성이 닦아지면 덕으로 되돌아간다.
德至同於初(덕지동어초) : 덕이 이르면 처음과 같아진다
同乃虛(동내허) : 같아진다는 것은 텅 비어진다는 뜻이며,
虛乃大(허내대) : 텅 빈다는 것은 곧 커진다는 뜻이다.
合喙鳴(합훼명)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되는데,
喙鳴合(훼명합) : 새가 주둥이로 우는 상태와 합치된다는 것은
與天地爲合(여천지위합) : 하늘과 땅의 자연에 합치된다는 뜻이
다.
其合緡緡(기합민민) : 그 합치되는 상태는 딱 들어맞지 않아서
若愚若昏(약우약혼) : 어리석은 듯도 하고 흐리멍덩한 듯도 하다
.
是謂玄德(시위현덕) : 이것을 현묘한 덕이라 말하는 것이며,
同乎大順(동호대순) : 크게 순조로운 상태와 같은 것이다
9.
夫子問於老聃曰(부자문어노담왈) :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有人治道若相放(유인치도약상방) : “어떤 사람이 도를 다스려
만약 그 도를 본뜬다면
可不可(가불가) :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하고
然不然(연불연)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하게 될 것입니다.
辯者有言曰(변자유언왈) :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離堅白若縣宇(리견백약현우) : 한 개의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
다는 개념을 분리시켜 놓으면 허공에 달아매어 놓은 것처럼
若是則可謂聖人乎(약시칙가위성인호) : 이렇게 분명하다고 했다
면 이런 사람들을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是胥易技係(시서역기계) : “그것은 지혜로 일을 처리하고 기교
에 얽매여서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 몸을 고생시키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執狸之狗成思(집리지구성사) : 짐승을 잘 잡는 개는 마음을 쓰게
되고,
猿狙之便自山林來(원저지편자산림래) : 날렵한 원숭이는 산과 숲
속에서 잡혀 끌려오게 됩니다
丘予告若(구여고약) : 저는 알려 주겠습니다.
而所不能聞與而所不能言(이소불능문여이소불능언) : 당신에게 당
신이 들어보지도 말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말입니다
凡有首有趾無心無耳者衆(범유수유지무심무이자중) : 대체로 머리
도 있고 발도 있지만, 마음도 없고 귀도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
니다.
有形者與無形無狀而皆存者盡無(유형자여무형무상이개존자진무) :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들과 같이
있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其動止也(기동지야) : 그리고 그것들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과
其死生也(기사생야) : 죽고 사는 것과
其廢起也(기폐기야) : 망하고 흥하는 것은
此又非其所以也(차우비기소이야) : 또한 그들이 말하는 것 같은
근거에 의해 되는 것은 아닙니다.
有治在人(유치재인) :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입
니다.
忘乎物(망호물) : 물건을 잊고
忘乎天(망호천) : 하늘을 잊으면
其名爲忘己(기명위망기) : 그것을 자기를 잊었다고 부릅니다.
忘己之人(망기지인) : 자기를 잊은 사람을
是之謂入於天(시지위입어천) : 하늘로 들어간 사람이라 하는 것
다
10.
蔣閭葂見季徹曰(장려면견계철왈) : 장려면이 계철을 만나 말했다.
魯君謂葂也曰(노군위면야왈) : “노나라 임금이 저에게
請受敎(청수교) : 가르침을 청해 .
辭不獲命(사불획명) : 사양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아
旣已告矣(기이고의) : 말을 한 것이 있습니다
未知中否(미지중부) : 그러나 옳은 말이었는지 그른 말이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請嘗薦之(청상천지) : 제가 한 말을 말씀드릴 테니 한 번 들어주
십시오.
吾謂魯君曰(오위로군왈) : 제가 노나라 임금에게 말하기를
必服恭儉(필복공검) : ‘반드시 공손함과 검소함을 실행하고
拔出公忠之屬而無阿私(발출공충지속이무아사) : 공손하고 충실한
사람들을 뽑아 쓰되, 사사로움에 기우는 일이 없다면
民孰敢不輯(민숙감부집) : 백성들이 어찌 화합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했습니다.”
季徹局局然笑曰(계철국국연소왈) : 계철이 웃으면서 말했다.
若夫子之言(약부자지언) : “만약 선생의 말을
於帝王之德(어제왕지덕) : 제왕의 덕에다 비추어 본다면
猶螳螂之怒臂而當車轍(유당랑지노비이당차철) : 마치 사마귀가
앞다리를 벌리고 수레바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나 같은 것
이어서
則必不勝任矣(칙필불승임의) : 당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且若是(차약시) : 그렇게 하면
則其自爲處危(칙기자위처위) : 그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
니다.
其觀壹多物(기관일다물) : 그는 높은 누대는 가지게 될 것이지만
일이 많아질 것이고,
將往投迹者衆(장왕투적자중) : 그에게 몰려드는 사람만 많아질
것입니다.”
蔣閭葂覰覰然驚曰(장려면처처연경왈) : 장려면이 깜짝 놀라며 말했
다.
葂也汒若於夫子之所言矣(면야망약어부자지소언의) : “저는 선생
님의 말씀에 정신이 없어졌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願先生之言其風也(원선생지언기풍야) : 간단하게나마 가르침을
주십시오.”
季徹曰(계철왈) : 계철이 말했다.
大聖之治天下也(대성지치천하야) : “위대한 성인은 천하를 다스
림에 있어서
搖蕩民心(요탕민심) : 백성들의 마음을 풀어주어
使之成敎易俗(사지성교역속) : 그들로 하여금 가르침에 따라서
풍속을 훌륭하게 만들도록 합니다.
擧滅其賊心而皆進其獨志(거멸기적심이개진기독지) : 백성들의 악
한 마음을 완전히 없애 모두가 도를 얻으려는 뜻을 밀고 나가도
록 합니다.
若性之自爲(약성지자위) : 사람의 본성이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
과 같아서
而民不知其所由然(이민부지기소유연) : 백성들은 그렇게 되는 까
닭을 알지 못합니다.
若然者(약연자) : 이와 같은 정치를
豈兄堯舜之敎民(기형요순지교민) : 어찌 요임금이나 순임금이 백
성들을 가르치던 경지에 견주겠으며,
溟涬然弟之哉(명행연제지재) : 아무 생각 없이 모두가 같은 정치
라고 하겠습니까?
欲同乎德而心居矣(욕동호덕이심거의) : 모든 사람이 같은 덕을
지니고 마음이 편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11.
子貢南遊於楚(자공남유어초) :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여행하
고
反於晉(반어진) :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過漢陰見一丈人方將爲圃畦(과한음견일장인방장위포휴) : 한수 남
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鑿隧而入井(착수이입정) :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抱擁而出灌(포옹이출관) :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滑滑淵用力甚多而見功寡(활활연용력심다이견공과) :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을 걸었다.
有械於此(유계어차) : 기계가 있다면
一日浸百畦(일일침백휴) :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用力甚寡而見功多(용력심과이견공다) :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
도 그 효과는 클 것인데
夫子不欲乎(부자불욕호) : 선생은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爲圃者仰而視之曰(위포자앙이시지왈) :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
을 보며 말했다.
奈何(내하) :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曰鑿木爲機(왈착목위기) : 자공이 말하기를, “나무에 구멍을 뚫
어 만든 기계인데
後重前輕(후중전경) :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挈水若抽(설수약추) :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數如泆湯(수여일탕) :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은데
其名爲橰(기명위고) : 그 이름을 고라고 합니다”
爲圃者忿然作色而笑曰(위포자분연작색이소왈) : 밭을 돌보던 노
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후 웃으며 말했다.
吾聞之吾師(오문지오사) :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듣기로는
有機械者心有機事(유기계자심유기사) :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게 되고,
有機事者必有機心(유기사자필유기심) : 기계를 쓸 일이 있는 사
람은 반드시 기계에 대해 마음을 쓸 일이 있게 되고,
機心存於胸中(기심존어흉중) : 기계에 대한 마음 쓰임이 가슴에
차 있으면
則純白不備(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고,
純白不備(순백불비) : 순박함이 갖추어지지 않게 되면
則神生不定(칙신생부정)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하게 되고,
神生不定者(신생부정자) : 정신과 성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는
道之所不載也(도지소부재야) : 도가 깃들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
다.
吾非不知(오비부지) : 나는 기계의 쓰임을 알지 못해서 쓰지 않
는 것이 아니라
羞而不爲也(수이불위야) : 부끄러워서 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
子貢瞞然慙(자공만연참)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俯而不對(부이부대) : 몸을 굽힌 채 말대꾸도 못했다.
有閒(유한) : 잠시 후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이 말했다.
子奚爲者邪(자해위자사) : “선생께서는 무엇을 하는 분입니까?
”
曰孔丘之徒也(왈공구지도야) : 자공이 대답하기를, “공자의 제
자입니다.”
爲圃者曰(위포자왈) : 밭을 돌보던 노인 말했다.
子非夫博學以擬聖(자비부박학이의성) : “당신의 선생은 많이 배
움으로써 성인의 흉내를 내고,
於于以蓋衆(어우이개중) : 허망한 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獨弦哀歌以賣名聲於天下者乎(독현애가이매명성어천하자호) : 홀
로 악기를 연주하며 슬픈 노래를 함으로써 천하에 명성을 팔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汝方將妄汝神氣(여방장망여신기) : 당신도 당신의 정신과 기운을
잊고
墮汝形骸(타여형해) : 당신의 육체를 버린다면
而庶幾乎(이서기호) : 거의 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汝身不能治(여신불능치) : 당신의 몸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而何暇治天下乎(이하가치천하호) :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
고 하고 있는 것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그만 가시오.
無乏吾事(무핍오사) : 내가 하는 일이나 방해하지 마시오.”
子貢卑陬失色(자공비추실색) : 자공은 부끄러워 얼굴빛이 하얗게
되고
頊頊然不自得(욱욱연부자득) : 넋을 잃고 스스로 얻지 못했다
行三十里而後愈(행삼십리이후유) : 그렇게 30리를 가고 난 뒤에
야 정신을 차렸다.
其弟子曰(기제자왈) : 그의 제자가 물었다.
向之人何爲者邪(향지인하위자사) : 조금 전의 사람은 어떤 사람
입니까?
夫子何故見之變容失色(부자하고견지변용실색) : 선생님께서는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무엇 때문에 얼굴빛을 잃고
終日不自反邪(종일부자반사) : 종일 정신이 없으십니까?”
曰始吾以夫子爲天下一人耳(왈시오이부자위천하일인이) : 자공이
대답하기를, “나는 천하에 훌륭한 분은 우리 선생님 한 분 뿐이
라 생각했다.
不知復有夫人也(부지복유부인야) : 그런 사람이 있는 줄은 알지
도 못했었다.
吾聞之夫子(오문지부자) : 내가 배운 선생님의 가르침은
事求可(사구가) : 일이란 가능한 것을 추구하고,
功求成(공구성) : 결과는 완성을 추구하며,
用力少(용력소) : 힘은 적게 들이고
見功多者(견공다자) : 드러나는 공로가 많은 것이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라 배웠다.
今徒不然(금도불연) : 지금 보니 그렇지가 않구나.
執道者德全(집도자덕전) : 도를 지키는 사람은 덕이 완전해야 되
며,
德全者形全(덕전자형전) : 덕이 완전한 사람은 몸이 완전해야 되
고,
形全者神全(형전자신전) : 몸이 완전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해야
된다.
神全者(신전자) : 정신이 완전한 것이
聖人之道也(성인지도야) : 성인의 도이다.
託生與民竝行而不知其所之(탁생여민병행이부지기소지) : 삶을 타
고나서 백성들과 나란히 행동하면서도 갈 곳도 알지 못하고
汒乎淳備哉(망호순비재) : 망연하면서도 순일하고 완전해야 한
다.
功利機巧必忘夫人之心(공리기교필망부인지심) : 공로와 이익과
기교 같은 것은 반드시 사람의 마음에서 잊혀져야만 한다.
若夫人者(약부인자) : 그런 사람은
非其志不之(비기지부지) : 그의 뜻이 아니면 가지 않고,
非其心不爲(비기심불위) : 그의 마음이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
雖以天下譽之(수이천하예지) : 비록 온 천하가 그를 칭찬하고
得其所謂(득기소위) : 그의 말대로 된다고 해도
謷然不顧(오연불고) : 고집스럽게 돌아보지도 않는다.
以天下非之(이천하비지) : 온 천하가 그를 비난하고
失其所謂(실기소위) : 그의 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儻然不受(당연불수) : 그는 마음을 비운 채 받아들이지 않는다.
天下之非譽(천하지비예) : 세상의 칭찬과 비난도
無益損焉(무익손언) : 그를 손상시키거나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是謂全德之人哉(시위전덕지인재) : 이런 사람을 덕이 완전한 사
람이라 하는 것일 것이다.
我之謂風波之民(아지위풍파지민) : 나 같은 자는 바람에 출렁이
는 물결 같은 사람이다.”
反於魯(반어로) : 자공이 노나라로 돌아와
以告孔子(이고공자) : 공자에게 그 얘기를 하니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彼假修混沌氏之術者也(피가수혼돈씨지술자야) : “그는 혼돈씨의
술법을 배워 닦은 사람이다.
識其一(식기일) : 절대적인 도 하나만을 알지
不知其二(부지기이) : 상대적인 둘은 알지 못한다.
治其內(치기내) : 그의 속만을 다스리지
而不治其外(이불치기외) : 그의 밖은 다스리지 않는다.
夫明白太素(부명백태소) : 그는 마음을 밝게 하여 소박함으로 들
어갔고,
無爲復朴(무위복박) : 무위함으로써 질박함으로 되돌아갔으며,
體性拘神(체성구신) : 본성을 체득하고 순수한 정신을 지니고서
以遊世俗之間者(이유세속지간자) : 속세에 노닐고 있는 사람이다
.
汝將固驚邪(여장고경사) : 너는 무엇을 그리 놀라고 있느냐?
且混沌氏之術(차혼돈씨지술) : 혼돈씨의 술법을
予與汝何足以識之哉(여여여하족이식지재) : 너와 내가 어찌 알겠
느냐?”
12.
諄芒將東之大壑(순망장동지대학) : 순망이 동쪽의 큰 골짜기로
가다가
適遇苑風於東海之濱(적우원풍어동해지빈) : 동해 가에서 우연히
원풍을 만났다.
苑風曰(원풍왈) : 원풍이 말했다.
子將奚之(자장해지) : “어디를 가시는 길입니까.”
曰將之大壑(왈장지대학) : 순망이 말하기를, “대학으로 가는 길
입니다.”
曰奚爲焉(왈해위언) : 원풍이 말하기를, “무엇 하러 가십니까?
”
曰夫大壑之爲物也(왈부대학지위물야) : 순망이 말하기를, “대학
은
注焉而不滿(주언이불만) : 물이 흘러들어도 차지를 않고,
酌焉而不竭(작언이불갈) : 퍼내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吾將遊焉(오장유언) : 거기에서 노닐려고 하는 것입니다.”
苑風曰(원풍왈) : 원풍이 말했다.
夫子無意於橫目之民乎(부자무의어횡목지민호) : “선생께서는 일
반 백성들에게는 뜻이 없으십니까?
願聞聖治(원문성치) : 성인의 다스림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諄芒曰(순망왈) : 순망이 말했다.
聖治乎(성치호) : “성인의 다스림이란
官施而不失其宜(관시이부실기의) : 관청에서 정치를 시행함에 있
어서는 그 합당함을 잃어서는 안되며,
拔擧而不失其能(발거이불실기능) : 사람을 등용함에 있어서는 능
력 있는 사람을 빠뜨려서는 안됩니다.
畢見情事而行其所爲(필견정사이행기소위) : 또 실정을 완전히 살
피어 백성들의 행동에 따라 정치를 합니다.
行言自爲而天下化(행언자위이천하화) : 말은 자신부터 실천해야
천하가 교화됩니다.
手撓顧指(수요고지) : 손짓하고 손가락질만 해도
四方之民莫不俱至(사방지민막불구지) : 사방의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 자가 없어야 합니다.
此之謂聖治(차지위성치) : 이것을 성인의 다스림이라 합니다.”
願聞德人(원문덕인) : “원풍이 말하기를,“덕 있는 사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曰德人者(왈덕인자) :순망이 말하기를,“덕 있는 사람이란
居無思(거무사) : 들어앉아 있을 때도 생각이 없고,
行無慮(행무려) : 행동함에 있어서도 생각하는 것이 없습니다.
不藏是非美惡(부장시비미오) : 옳고 그르다거나 아름답고 추하다
는 감정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四海之內共利之之謂悅(사해지내공리지지위열) : 온 세상을 아울
러 이롭게 하는 것을 기쁨이라 생각하고,
共給之之謂安(공급지지위안) : 온 세상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안
락이라 생각합니다.
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초호약영아지실기모야) : 모습은 의지할
곳이 없는 듯하여 마치 어린아이가 그의 어머니를 잃은 것과 같
습니다.
儻乎若行而失其道也(당호약행이실기도야) : 멍청하여 길을 가는
사람이 길을 잃은 것과 같습니다.
財用有餘而不知其所自來(재용유여이부지기소자래) : 쓰는 재물에
는 여유가 있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생기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飮食取足而不知其所從(음식취족이부지기소종) : 음식은 충분히
먹으면서도 그것이 나오는 곳은 알지 못합니다.
此謂德人之容(차위덕인지용) : 이것이 덕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
다.”
願聞神人(원문신인) : 원풍이 말하기를“신인(神人)에 대해 듣기
를 원합니다.”
曰上神乘光(왈상신승광) : 순망이 대답하기를, “신령스러운 훌
륭한 분은 해와 달과 별의 빛을 타고 다니며,
與形滅亡(여형멸망) : 몸은 없는 것과 같습니다.
此謂照曠(차위조광) : 그래서 이를 조광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致命盡情(치명진정) : 운명대로 따르고 실정대로 다하여,
天地樂而萬事銷亡(천지락이만사소망) : 하늘과 땅도 녹아 없어지
고 만사가 사라져버린 듯 합니다.
萬物復情(만물복정) : 만물과 함께 진실한 형태로 되돌아가는데
此之謂混冥(차지위혼명) : 이것을 혼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13.
門無鬼與赤張滿稽觀於武王之師(문무귀여적장만계관어무왕지사) :
문무귀와 적장만계가 무왕의 군사들을 보러 갔다.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 적장만계가 말했다
不及有虞氏乎(불급유우씨호) : “순임금의 정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故離此患也(고리차환야) : 그래서 전쟁의 환란을 당하고 있는 것
입니다.”
門無鬼曰(문무귀왈) : 문무귀가 말했다.
天下均治而有虞氏治之邪(천하균치이유우씨치지사) : “천하가 고
루 다스려지고 있던 것을 순임금이 다스린 것입니까?
其亂而後治之與(기란이후치지여) : 아니면 세상이 어지러웠던 것
을 뒤에 다스린 것입니까?”
赤張滿稽曰(적장만계왈) : .적장만계가 말했다.
天下均治之爲願(천하균치지위원) : “천하가 고루 다스려지고 있
었다면
而何計以有虞氏爲(이하계이유우씨위) : 무엇 때문에 순임금에게
다스리게 했겠습니까?
有虞氏之藥瘍也(유우씨지약양야) : 순임금은 머리 종기에 약을
쓸 때
禿而施髢(독이시체) : 머리를 모조리 깎게 하고서 다리꼭지를 붙
이게 합니다.
病而求醫(병이구의) : 병이 나야 의사를 구하는 것입니다.
孝子操藥以修慈父(효자조약이수자부) : 효자가 약을 가져다 아버
지에게 드릴 때
其色燋然(기색초연) : 근심스런 얼굴을 하지만,
聖人羞之(성인수지) : 성인은 그처럼 병이 나게 한 것을 부끄러
워합니다.
至德之世(지덕지세) :지극한 덕이 펴진 세상에서는
不尙賢(불상현) : 현명한 사람도 숭상하지 않고,
不使能(불사능) : 능력이 있는 사람도 쓰지 않습니다.
上如標枝(상여표지) : 임금은 솟아난 나뭇가지 같고,
民如野鹿(민여야록) : 백성들은 들의 사슴과 같습니다.
端正而不知以爲義(단정이부지이위의) : 행동이 바르지만 그것이
의로움인 줄은 알지 못하며,
相愛而不知以爲仁(상애이부지이위인) : 서로 사랑하지만 그것이
어짊인지 알지 못합니다.
實而不知以爲忠(실이부지이위충) : 충실하지만 그것이 충성인지
알지 못하고,
當而不知以爲信(당이부지이위신) : 말과 행동이 들어맞지만 그것
이 신용인지 알지 못합니다.
蠢動而相使(준동이상사) : 꿈틀거리면서 움직여 서로를 위해 일
하지만
不以爲賜(불이위사) : 그것이 은혜로움인지 알지 못합니다.
是故行而無迹(시고행이무적) : 그러므로 행해도 흔적도 없게 되
며,
事而無傳(사이무전) : 일해도 전해지지 않습니다.“
14.
孝子不諛其親(효자불유기친) : 효자는 그의 부모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忠臣不諂其君(충신불첨기군) : 충신은 그의 임금에게 아첨을 하
지 않는데,
臣子之盛也(신자지성야) : 그것이 신하와 자식의 훌륭한 태도이
다.
親之所言而然(친지소언이연) : 부모가 말씀하신 것이면 그렇다고
받아들이고
所行而善(소행이선) : 부모가 행한 일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子(칙세속위지불초자) : 세상에서는 못난 자식이
라고 말한다.
君之所言而然(군지소언이연) : 임금이 말한 것이면 그렇다고 받
아들이고,
所行而善(소행이선) : 임금이 행한 것이면 훌륭하다고 인정하면
則世俗謂之不肖臣(칙세속위지불초신) : 세상에서는 그를 못난 신
하라고 말한다.
而未知此其必然邪(이미지차기필연사) :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그
런지 어떤지는 모르는 일이다.
世俗之所謂然而然之(세속지소위연이연지) : 세상에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그렇다고 하고,
所謂善而善之(소위선이선지) :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을 훌륭하다
고 하면
則不謂之道諛之人也(칙불위지도유지인야) : 곧 아첨하는 사람이
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
然則俗故嚴於親而尊於君邪(연칙속고엄어친이존어군사) : 그렇다
면 세상의 습속이 본시 부모보다 엄하고 임금보다도 존귀하단 말
인가
謂己道人(위기도인) : 자기를 도인이라고 말하면
則勃然作色(칙발연작색) : 곧 성난 듯이 얼굴빛을 바꾸고,
謂己諛人(위기유인) : 자기에게 눈치꾼이라고 말하면
則怫然作色(칙불연작색) : 화난 듯이 얼굴빛을 바꾼다.
而終身道人也(이종신도인야) : 그러면서도 평생토록 도인 노릇을
하고
終身諛人也(종신유인야) : 평생토록 눈치꾼 노릇을 한다.
合譬飾辭聚衆也(합비식사취중야) : 이유를 들면서 말을 꾸미는
것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是終始本末不相罪坐(시종시본말불상죄좌) : 그러나 시작과 끝,
근원과 결과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垂衣裳(수의상) : 옷자락을 늘어뜨리고,
設采色(설채색) : 아름다운 채색으로 꾸미고,
動容貌(동용모) : 갖은 용모를 써가며
以媚一世(이미일세) : 온 세상에 아양을 떨면서도
而不自謂道諛(이부자위도유) : 자신은 아첨을 한다고 말하지 않
는다.
與夫人之爲徒(여부인지위도) : 사람들과 더불어 무리를 이루고,
通是非(통시비) : 같이 옳고 그른 판단을 내리면서도
而不自謂衆人(이부자위중인) : 자신은 보통사람이라 생각하지 않
는다.
愚之至也(우지지야) : 이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들이다.
知其愚者(지기우자) : 그의 어리석음을 아는 사람은
非大愚也(비대우야) : 크게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知其惑者(지기혹자) : 그의 미혹됨을 아는 사람은
非大惑也(비대혹야) : 크게 미혹된 것은 아니다.
大惑者(대혹자) : 크게 미혹된 자는
終身不解(종신불해) : 평생토록 이해하지 못하고,
大愚者(대우자) : 크게 어리석은 자는
終身不靈(종신불령) : 평생토록 깨닫지 못한다.
三人行而一人惑(삼인행이일인혹) : 세 사람이 길을 가는데 한 사
람이 미혹되어 있다면
所適者猶可致也(소적자유가치야) : 목적지로 갈 수 있다.
惑者少也(혹자소야) : 그것은 미혹된 자가 적기 때문이다.
二人惑則勞而不至(이인혹칙로이부지) :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미
혹되어 있다면 고생만 하지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惑者勝也(혹자승야) : 그것은 미혹된 자가 많기 때문이다.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 그런데 지금은 온 천하가 미
혹되어 있으니,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 내가 비록 가려는 방향이 있다 해도
不可得也(불가득야) : 갈 수가 없다.
不亦悲乎(불역비호) : 그러니 슬프지 않은가.
大聲不入於里耳(대성불입어리이) : 위대한 음악은 천한 귀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折楊皇荂(절양황과) : 절양이나 황과 같은 속된 음악을 들으면
則嗑然而笑(칙합연이소) : 좋아서 웃고 법석을 떤다.
是故高言不止於衆人之心(시고고언부지어중인지심) : 그러므로 고
상한 말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는 멈추어지지 않는 것이다.
至言不出(지언불출) : 지극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俗言勝也(속언승야) : 속된 말들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以二缶鐘惑(이이부종혹) : 두 갈래로 모두가 미혹되어 있어서
而所適不得矣(이소적부득의) : 목적지로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而今也以天下惑(이금야이천하혹) : 그처럼 지금은 온 천하가 미
혹되어 있다.
予雖有祈嚮(여수유기향) : 내가 비록 갈 곳이 있다 해도
其庸可得邪(기용가득사) : 어떻게 그 곳에 도달할 수가 있겠는가
知其不可得而强之(지기불가득이강지) :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억지를 쓰고 있는 것
又一惑也(우일혹야) : 또한 한 가지의 미혹이다.
故莫若釋之而不推(고막약석지이불추) : 그러므로 그대로 버려 두
고 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不推(불추) : 밀지만 않는다면
誰其比憂(수기비우) : 그 누가 근심을 할 것인가?
厲之人夜半生其子(려지인야반생기자) : 문둥이는 밤중에 자기 자
식을 낳고서
遽取火而視之(거취화이시지) : 바로 불을 가져다 비추어보면서
汲汲然唯恐其似己也(급급연유공기사기야) : 초조히 그 애가 자기
를 닮지 않았을까 두려워한다
15.
百年之木(백년지목) : 백년 묵은 나무를
破爲犧樽(파위희준) : 쪼개어 제사 때 쓰는 술잔을 만들려면,
靑黃而文之(청황이문지) : 나무에 색을 칠하고 하고 무늬를 조각
한다.
其斷在溝中(기단재구중) : 그리고 남은 부스러기는 도랑에 버린
다.
比犧樽於溝中之斷(비희준어구중지단) : 제사에 쓰고 남은 술잔을
도랑에 버려진 부스러기와 견주어 본다면
則美惡有間矣(칙미오유간의) : 아름답고 추한 차이가 있다.
其於失性一也(기어실성일야) : 그러나 그것들은 본성을 잃었다는
데 있어서는 같은 것이다.
跖與曾史(척여증사) : 도척과 증삼, 사추는
行義有間矣(행의유간의) : 의로움을 행하는데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然其失性均也(연기실성균야) : 그러나 그들이 본성을 잃은 것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且夫失性有五(차부실성유오) : 본성을 잃게 하는 것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一曰五色亂目(일왈오색란목) : 첫째, 다섯 가지 빛깔은 눈을 어
지럽혀
使目不明(사목불명) : 눈을 어둡게 만든다.
二曰五聲亂耳(이왈오성란이) : 둘째, 다섯 가지 소리는 귀를 어
지럽혀
使耳不聰(사이불총) : 귀를 잘 들리지 않게 만든다.
三曰五臭薰鼻(삼왈오취훈비) : 셋째, 다섯 가지 냄새는 코를 찔
러
困惾中顙(곤수중상) : 콧속을 메이게 만든다.
四曰五味濁口(사왈오미탁구) : 넷째, 다섯 가지 맛은 입안을 흐
려놓아
使口厲爽(사구려상) : 입을 병나고 상하게 만든다.
五曰趣舍滑心(오왈취사활심) : 다섯째,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마음을 어지럽혀
使性飛揚(사성비양) : 본성을 날아가 버리게 만든다.
此五者(차오자) : 이 다섯 가지는
皆生之害也(개생지해야) : 모두 삶에 해가 되는 것이다.
而楊墨乃始離跂自以爲得(이양묵내시리기자이위득) : 그런데 양주
와 묵자는 자기의 주장을 드러내놓고 스스로 제대로 되었다고 생
각하고 있다.
非吾所謂得也(비오소위득야) : 그러나 내가 말하는 제대로 된 것
은 아니다.
夫得者困(부득자곤) : 제대로 되는 것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데
도
可以爲得乎(가이위득호) : 제대로 될 수가 있겠는가
則鳩鴞之在於籠也(칙구효지재어롱야) : 그렇다면 비둘기나 부엉이
가 새장 속에 있는 것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 역시 제대로 된 것으로 볼 수 있
을 것이다.
且夫趣舍聲色以柴其內(차부취사성색이시기내) : 또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소리와 빛깔은 그의 마음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皮弁鷸冠縉笏紳修以約其外(피변휼관진홀신수이약기외) : 가죽 관
이나 비취새 깃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홀을 꽂고, 큰 띠와 긴
바지를 입는 것은 그의 외모를 제약하는 것이다.
內支盈於柴柵外重纆繳(내지영어시책외중묵격) : 마음은 울안에 가
득 차서 막힌 듯하고, 외모는 여러 겹으로 줄에 묶인 듯하다.
睆睆然在纆繳之中而自以爲得(환환연재묵격지중이자이위득) : 눈은
감긴 듯하고, 몸은 줄로 묶여진 가운데 있는 듯한데도 스스로는
제대로 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則是罪人交臂歷指而虎豹在於囊檻(칙시죄인교비력지이호표재어낭
함) : 그렇다면 죄인이 팔을 뒤로 돌려 묶이고 손가락에 깍지가
껴져 있거나, 호랑이와 표범이 우리 속에 갇혀 있다 해도
亦可以爲得矣(역가이위득의) : 역시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있
게 될 것이다
天道
1.
天道運而無所積(천도운이무소적) : 하늘의 도는 움직이고 있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萬物成(고만물성) : 그래서 만물을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帝道運而無所積(제도운이무소적) : 제왕의 도 또한 움직이고 있
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天下歸(고천하귀) : 그래서 온 천하가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聖道運而無所積(성도운이무소적) : 성인의 도 또한 움직이고 있
어 멈춰 쌓이는 일이 없다.
故海內服(고해내복) : 그래서 온 나라가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明於天(명어천) : 하늘에 대해 밝고,
通於聖(통어성) : 성인에 대해 통달하고,
六通四辟於帝王之德者(육통사벽어제왕지덕자) : 제왕의 덕에 대
해 완전히 트인 사람은
其自爲也(기자위야) : 그 자신을 간수함에 있어서
昧然無不靜者矣(매연무부정자의) : 자욱하며 고요하지 않은 적이
없다.
聖人之靜也(성인지정야) : 성인이 고요한 것은
非曰靜也善(비왈정야선) : 고요한 것이 훌륭하기 때문에
故靜也(고정야) : 그래서 고요한 것이 아니다.
萬物無足以鐃心者(만물무족이뇨심자) : 만물에 그의 몸을 굽힐
수 있는 것이 없기에
故靜也(고정야) : 그래서 고요한 것이다.
水靜則明燭鬚眉(수정칙명촉수미) : 물이 고요하면 눈썹과 수염도
밝게 비추며,
平中準(평중준) : 완전한 수평이 되어
大匠取法焉(대장취법언) : 위대한 목수라 해도 그것을 법도로 삼
는다.
水靜猶明(수정유명) : 물이 고요해도 맑은데,
而況精神(이황정신) : 하물며 정신이나
聖人之心靜乎(성인지심정호) : 성인의 마음이 고요하다면 어떻겠
는가?
天地之鑑也(천지지감야) : 그것은 하늘과 땅을 비추는 거울이며,
萬物之鏡也(만물지경야) : 만물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부허정념담적막무위자) : 텅 비고 고요하
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天地之本(천지지본) : 하늘과 땅의 기준이며
而道德之至(이도덕지지) : 도덕의 본질이다.
故帝王聖人休焉(고제왕성인휴언) : 그러므로 제왕이나 성인은 그
런 경지에 머문다.
休則虛(휴칙허) : 거기에 머물면 텅 비게 되고,
虛則實(허칙실) : 텅 비면 모든 것이 차게 되고,
實者備矣(실자비의) : 모든 것이 차면 이치가 생기게 된다.
虛則靜(허칙정) : 텅 비게 되면 고요해지고,
靜則動(정칙동) : 고요해지면 움직이게 되고,
動則得矣(동칙득의) : 움직이면 제대로 되게 된다.
靜則無爲(정칙무위) : 고요하면 곧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無爲也則任事者責矣(무위야칙임사자책의) :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모든 것을 제각기 맡아하고 그 책임을 지게 된다.
無爲則兪兪(무위칙유유)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즐겁게 되어
兪兪者憂患不能處(유유자우환불능처) : 걱정이나 근심이 없게 되
어
年壽長矣(년수장의) : 생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부허정념담적막무위자) :
텅 비고 고요하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萬物之本也(만물지본야) : 만물의 근본인 것이다.
明此以南鄕(명차이남향) : 이것을 잘 알고 임금이 되었던 것이
堯之爲君也(요지위군야) : 요임금이 세상을 다스릴 때였다.
明此以北面(명차이북면) : 이것을 잘 알고 임금을 섬겼던 것이
舜之爲臣也(순지위신야) : 순임금이 신하노릇을 할 때였다.
以此處上(이차처상) : 이런 방법으로 윗자리에 처하는 것이
帝王天子之德也(제왕천자지덕야) : 제왕이나 천자의 덕이다.
以此處下(이차처하) : 이런 방법으로 아랫자리에 처하는 것이
玄聖素王之道也(현성소왕지도야) : 현묘한 성인과 왕위에 오르지
않고 왕도를 행한 이의 도이다.
以此退居而閒游(이차퇴거이한유) : 이런 방법으로 물러나 살면서
한가하게 노닐면
則江海山林之士服(칙강해산림지사복) : 강이나 바다나 산림에 숨
어사는 선비들이 따를 것이다.
以此進爲而撫世(이차진위이무세) : 이런 방법으로 나아가 세상을
다스린다면
則功大名顯而天下一也(칙공대명현이천하일야) : 공로가 커지고
이름이 드러나며 천하가 통일될 것이다.
靜而聖(정이성) : 고요히 있으면 성인이 되고,
動而王(동이왕) : 움직이면 임금이 된다.
無爲也而尊(무위야이존)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경받고,
樸素而天下莫能與之爭美(박소이천하막능여지쟁미) : 소박한 채로
있어도 천하에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자가 없을 것이다
2.
夫明白於天地之德者(부명백어천지지덕자) : 하늘과 땅의 덕을 분
명히 체험하여 얻은 것을
此之謂大本大宗(차지위대본대종) : 이것을 만물의 위대한 근본이
라하고. 위대한 조종(祖宗)이라 부르며,
與天和者也(여천화자야) : 이것이 바로 하늘과 조화되는 것이다.
所以均調天下(소이균조천하) : 온 천하를 고르게 다스리고
與人和者也(여인화자야) : 사람들이 화합하게 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與人和者(여인화자) : 사람들과 화합하는 것
謂之人樂(위지인락) : 이것을 인락(人樂)이라 부르고,
與天和者(여천화자) : 하늘과 조화되는 것
謂之天樂(위지천락) : 이것을 천락(天樂)이라 부른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吾師乎(오사호) : “나의 스승이여
吾師乎(오사호) : 나의 스승이여
?萬物而不爲戾(?만물이불위려) : 도의 조화는 만물을 부숴 버리
고도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 되지 않고,
澤及萬世而不爲仁(택급만세이불위인) : 은혜와 혜택이 만세에 미
치지만 어짊이 되지 않고,
長於上古而不爲壽(장어상고이불위수) : 상고시대부터 살고 있으
면서도 장수라 하지 않는다.
覆載天地刻雕衆形而不爲巧(복재천지각조중형이불위교) : 하늘과
땅을 위와 아래에 있게 하고, 만물의 형상을 조각하여 놓고도 교
묘하다 하지 않는다.
此之爲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두고 천락이라 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知天樂者(지천락자) : 천락을 아는 사람은
其生也天行(기생야천행) : 천체의 운행과 같고,
其死也物化(기사야물화) : 그의 죽음은 물건의 변화와 같다고 하
는 것이다.
靜而與陰同德(정이여음동덕) : 그는 고요히 있을 때에는 음(陰)
과 같은 덕을 지니게 되고,
動而與陽同波(동이여양동파) : 움직일 때에는 양(陽)과 같은 율
동을 지닌다.
故知天樂者(고지천락자) : 그러므로 천락을 아는 사람은
無天怨(무천원) : 하늘에 대한 원망이 없고,
無人非(무인비) : 사람에 대한 비난이 없고,
無物累(무물루) : 물건에 의한 재난이 없고,
無鬼責(무귀책) : 귀신에 의한 책망이 없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其動也天(기동야천) : 그가 움직이는 것은 하늘과 같고
其靜也地(기정야지) : 그가 고요히 있는 것은 땅과 같다.
一心定而天地正(일심정이천지정) : 한결같은 마음으로 안정되어
천하를 다스린다.
其魄不崇(기백불숭) : 따라서 귀신도 그에게 화를 입히지 못하고
,
其魂不疲(기혼불피) : 영혼은 지치는 일이 없다.
一心定而萬物服(일심정이만물복) : 한결같이 마음이 안정되어 있
어서 만물이 복종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言以虛靜推於天地(언이허정추어천지) : 그것은 텅 비고 고요함으
로 하늘과 땅을 미루어 이해하고
通於萬物(통어만물) : 만물의 이치에 통달함을 뜻하는 것이다.
此之謂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천락이라 말하는 것이다.
天樂者(천락자) : 천락이라는 것은
聖人之心(성인지심) : 성인의 마음으로
以畜天下也(이축천하야) : 천하를 양육하는 것이다
夫帝王之德(부제왕지덕) : 제왕의 덕은
以天地爲宗(이천지위종) : 하늘과 땅을 조상으로 삼고
以道德爲主(이도덕위주) : 도와 덕을 주인으로 하며,
以無爲爲常(이무위위상) : 무위를 법도로 삼는다.
無爲也(무위야) : 무위란
則用天下而有餘(칙용천하이유여) : 천하를 다스리는데 쓰고도 남
음이 있는 것이다.
有爲也(유위야) : 유위란
則爲天下用而不足(칙위천하용이불족) : 천하를 위해 쓰기에는 부
족한 것이다.
故古之人貴夫無爲也(고고지인귀부무위야) : 그러므로 옛날 사람
들은 무위라는 것을 귀중히 여겼었다.
上無爲也(상무위야) : 임금이 무위이고
下亦無爲也(하역무위야) : 백성 또한 무위라면
是下與上同德(시하여상동덕) : 그것은 백성들과 임금이 같은 덕
을 지닌 것이다.
下與上同德則不臣(하여상동덕칙불신) : 백성들이 임금과 같은 덕
을 지니게 되면 신하노릇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下有爲也(하유위야) : 백성들이 유위한데
上亦有爲也(상역유위야) : 임금도 역시 유위하다면
是上與下同德(시상여하동덕) : 이것은 백성과 임금이 같은 도를
지키는 것이 된다.
上與下同德則不主(상여하동덕칙불주) : 임금과 백성이 같은 도를
지키면 임금노릇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上必無爲而用天下(상필무위이용천하) : 임금은 반드시 무위로써
천하를 다스리고,
下必有爲爲天下用(하필유위위천하용) : 백성들은 반드시 유위로
써 천하를 위해 쓰이는 것,
此不亦之道也(차불역지도야) :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도인 것
이다
故古之王天下者(고고지왕천하자) : 옛날에 천하를 다스리던 임금
은
知雖落天地(지수락천지) : 지혜가 비록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
넓다 해도
不自慮也(불자려야) :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辯雖彫萬物(변수조만물) : 말재주가 비록 만물을 두루 변호할 만
하다 해도
不自說也(불자설야) : 스스로 말하지는 않았다.
能雖窮海內(능수궁해내) : 능력이 비록 온 세상에서 으뜸이라 해
도
不自爲也(불자위야) : 스스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天不産而萬物化(천불산이만물화) : 하늘이 생산하지 않아도 만물
은 변화하고,
地不長而萬物育(지불장이만물육) : 땅이 생장시키지 않아도 만물
은 자라나며,
帝王無爲而天下功(제왕무위이천하공) : 제왕은 무위하여도 천하
는 다스려지는 것이다.
故曰莫信於天(고왈막신어천) : 그러므로 하늘보다 신묘한 것은
없고,
莫富於地(막부어지) : 땅보다 더 풍부한 것은 없고,
莫大於帝王(막대어제왕) : 제왕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故曰帝王之德配天地(고왈제왕지덕배천지) : 그러므로 제왕의 덕
은 하늘과 땅의 짝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此乘天地(차승천지) : 이것이 하늘과 땅을 타고서
馳萬物(치만물) : 만물을 달리게 하며
而用人羣之道也(이용인군지도야) : 사람들을 부려쓰는 도인 것이
다.
本在於上(본재어상) : 근본은 위에 있고
末在於下(말재어하) : 말단은 아래에 있다.
要在於主(요재어주) : 요점은 임금에게 있고,
詳在於臣(상재어신) : 자세한 것은 신하들에게 있다.
三軍五兵之運(삼군오병지운) : 삼군과 여러 가지 무기의 사용은
德之末也(덕지말야) : 덕의 말단이다.
賞罰利害(상벌리해) : 상과 벌과 이익과 손해와
五刑之辟(오형지벽) : 다섯 가지 형벌에 관한 법은
敎之末也(교지말야) : 교화의 말단이다.
禮法度數(예법도수) : 예의와 제도와
形名比詳(형명비상) : 형식과 명칭 및 자세한 비교는
治之末也(치지말야) : 다스림의 말단이다.
鐘鼓之音(종고지음) : 종과 북과 소리 및
羽旄之容(우모지용) : 새의 깃과 소의 꼬리를 들고 추는 춤은
樂之末也(악지말야) : 음악의 말단들이다.
哭泣衰絰(곡읍쇠질) : 곡하고 울면서
隆殺之服(융살지복) : 여러 가지 상복을 입는 것은
哀之末也(애지말야) : 슬픔의 말단이다.
此五末者(차오말자) : 이 다섯 가지 말단적인 것은
須精神之運(수정신지운) : 반드시 정신의 작용이나
心術之動(심술지동) : 마음과 지혜의 활동이 있은 뒤
然後從之者也(연후종지자야) : 그에 따라 써야 하는 것이다.
末學者(말학자) : 말단적인 학문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도 지니고 있었으나
而非所以先也(이비소이선야) : 그것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君先而臣從(군선이신종) : 임금이 앞서면 신하가 따라간다.
父先而子從(부선이자종) : 아버지가 앞서면 자식이 따라간다.
兄先而弟從(형선이제종) : 형이 앞서면 아우가 따라간다.
長先而小從(장선이소종) : 어른이 앞서면 어린이가 따라간다.
男先而女從(남선이여종) : 남자가 앞서면 여자가 따라간다.
夫先而婦從(부선이부종) : 남편이 앞서면 부인이 따라간다.
夫尊卑先後(부존비선후) : 모든 높고 낮은 것과 앞서고 뒤서는
것은
天地之行也(천지지행야) : 하늘과 땅의 운행에 의한 것이다.
故聖人聚象焉(고성인취상언) : 그러므로 성인들은 그 모양을 본
뜬 것이다.
天尊地卑(천존지비) : 하늘이 높고 땅이 낮은 것은
神明之位也(신명지위야) : 천지의 신명의 위치인 것이다.
春夏先(춘하선) : 봄과 여름이 앞서고
秋冬後(추동후) : 가을과 겨울이 뒤따르는 것은
四時之序也(사시지서야) : 사계절의 질서인 것이다.
萬物化作(만물화작) : 만물이 변화하는데 있어서
萌區有狀(맹구유상) : 펴지고 굽어지는 모양의 차별이 있고,
盛衰之殺(성쇠지살) : 성해지고 쇠해지는 단계가 있는데
變化之流也(변화지류야) : 그것이 변화의 양상인 것이다.
夫天地至神(부천지지신) : 하늘과 땅은 지극히 신령스러운 것인
데도
而有尊卑先後之序(이유존비선후지서) : 높고 낮고 앞서고 뒤서는
순서가 있는데
而況人道乎(이황인도호) : 하물며 사람의 도에 없을 수 있겠는가
?
宗廟尙親(종묘상친) : 종묘에서는 가까운 친척이 받들어지고,
朝廷尙尊(조정상존) : 조정에서는 지위 높은 사람이 받들어지고,
鄕黨尙齒(향당상치) : 마을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이 받들어지고,
行事尙賢(행사상현) :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현명한 사람이 받들
어지는데
大道之序也(대도지서야) : 이것이 위대한 도의 질서인 것이다.
語道而非其序者(어도이비기서자) : 도를 얘기하면서도 그 질서에
서 벗어나는 것은
非其道也(비기도야) : 참된 도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語道而非其道者(어도이비기도자) : 도를 얘기하면서도 참된 도가
못된다면
安取道(안취도) : 어디에서 참된 도를 가져오겠는가?
是故古之明大道者(시고고지명대도자) : 그러므로 옛날에 위대한
도를 밝히던 사람들은
先明天而道德次之(선명천이도덕차지) : 먼저 하늘의 도를 밝히고
도와 덕을 그 다음에 밝혔다.
道德已明而仁義次之(도덕이명이인의차지) : 도와 덕이 밝혀진 뒤
에는 어짊과 의로움이 그 뒤를 따랐다.
仁義已明而分守次之(인의이명이분수차지) : 어짊과 의로움이 밝
혀진 뒤에는 분수가 그 다음에 따랐다.
分守已明而形名次之(분수이명이형명차지) : 자기 분수가 밝혀진
뒤에는 형체와 명칭이 다음에 따랐다.
形名已明而因任次之(형명이명이인임차지) : 형체와 명칭이 밝혀
진 뒤에는 일에 따른 책임이 그 다음에 따랐다.
因任已明而原省次之(인임이명이원성차지) : 일에 대한 책임이 밝
혀진 뒤에는 살피고 생각하는 일이 그 다음에 따랐다.
原省已明而是非次之(원성이명이시비차지) : 살피고 생각하는 일
이 밝혀진 뒤에는 옳고 그른 판단이 그 다음에 따랐다.
是非已明而賞罰次之(시비이명이상벌차지) : 옳고 그른 판단이 밝
혀진 뒤에는 상과 벌이 그 다음에 따랐다.
賞罰已明而愚知處宜(상벌이명이우지처의) : 상과 벌이 밝혀진 뒤
에는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사람이 적절한 위치에 처하게 되고
,
貴賤履位(귀천리위) :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들이 제 자리를 차
지하게 되고,
仁賢不肖襲情(인현불초습정) :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나 못난 사
람이나 모두가 자기 본성대로 살아가고,
必分其能(필분기능) : 반드시 자기 능력에 따른 할 일을 지키고,
必由其名(필유기명) : 반드시 형식과 내용이 들어맞았다.
以此事上(이차사상) : 이런 방법으로 임금을 섬겼고,
以此畜下(이차축하) : 이런 방법으로 백성을 양육했다.
以此治物(이차치물) : 이런 방법으로 만물을 다스렸고,
以此修身(이차수신) :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닦았다.
知謀不用(지모불용) : 지혜와 계책을 쓰지 않아도
必歸其天(필귀기천) : 반드시 천연으로 되돌아 갔다.
此之謂大平(차지위대평) : 이것을 두고 태평이라 말하는 것이니,
治之至也(치지지야) : 다스림의 극치이다
故書曰(고서왈) : 옛 글에 이르기를
有形有名(유형유명) : 형체가 있으면 명칭이 있기 마련이다”라
고 했다.
形名者(형명자) : 형체와 명칭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에게도 있었지만
而非所以先也(이비소이선야) : 내세웠던 것은 아니었다.
古之語大道者(고지어대도자) : 옛날의 위대한 도를 얘기하던 사
람들은
五變而形名可擧(오변이형명가거) : 다섯 번째로 형체와 명칭을
들었었고,
九變而賞罰可言也(구변이상벌가언야) : 아홉 번째로 상과 벌을
말하고 있었다.
驟而語形名(취이어형명) : 갑자기 형체와 명칭을 얘기해도
不知其本也(불지기본야) : 그 근본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驟而語賞罰(취이어상벌) : 갑자기 상과 벌을 얘기한다면
不知其始也(불지기시야) : 그 시작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倒道而言(도도이언) : 도를 거꾸로 얘기하고,
迕道而說者(오도이설자) : 도에 어긋나게 논하는 사람은
人之所治也(인지소치야) : 남에게 다스림을 받아야할 사람이니,
安能治人(안능치인) : 어찌 남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驟而語形名賞罰(취이어형명상벌) : 갑자기 형체와 명칭이나 상과
벌을 얘기한다면
此有知治之具(차유지치지구) : 정치의 수단에 대해서는 알 수 있
겠지만
非知治之道(비지치지도) : 정치의 도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을 것
이다.
可用於天下(가용어천하) : 천하에 그가 쓰여질 수는 있겠지만
不足以用天下(부족이용천하) : 그를 천하를 다스리는 데 쓰기에
는 부족할 것이다.
此之謂辯士(차지위변사) : 이런 사람을 두고 변사로서
一曲之人也(일곡지인야) : 한가지 재주만 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것이다.
禮法數度(예법수도) : 예의 제도와
形名比詳(형명비상) : 형체와 명분 및 자세히 살펴 비교하는 일
은
古人有之(고인유지) : 옛사람들에게도 있었다.
此下之所以事上(차하지소이사상) : 이것은 아래 백성들이 임금을
섬기는 방법이지,
非上之所以畜下也(비상지소이축하야) : 임금이 백성들을 양육하
는 방법은 아니다
3.
昔者舜問於堯曰(석자순문어요왈) : 순이 요임금에게 물었다.
天王之用心何如(천왕지용심하여) : “천자는 마음을 어떤 곳에
써야 합니까?”
堯曰(요왈) : 요임금이 말했다.
吾不敖無告(오불오무고) : “나는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에게 오
만하지 않고,
不廢窮民(불폐궁민) : 궁한 백성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苦死者(고사자) : 죽은 사람을 가슴 아파하고,
嘉孺子而哀婦人(가유자이애부인) : 어린 고아들은 돌보아주고,
과부들은 가엾게 여겨주었습니다.
此吾所以用心已(차오소이용심이) : 이것이 내가 마음을 쓴 일들
입니다.”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美則美矣(미칙미의) : “훌륭하기는 하지만
而未大也(이미대야) : 위대하지는 못하십니다.”
堯曰(요왈) : 요임금이 물었다.
然則何如(연칙하여)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舜曰(순왈) : 순이 말했다.
天德而土寧日月照而四時行(천덕이토녕일월조이사시행) : “하늘
의 덕이 있으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해와 달이 제대로 비추면 사
철이 올바르게 바뀝니다.
若晝夜之有經(약주야지유경) : 낮과 밤의 법도가 있고
雲行而雨施矣(운행이우시의) :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는 것처
럼 자연스럽게 됩니다.”
堯曰(요왈) : 요임금이 말했다.
膠膠擾擾乎(교교요요호) : “나는 사물에 집착하여 번거롭게 했
습니다.
子天之合也(자천지합야) : 당신의 덕은 하늘과 합치되고,
我人之合也(아인지합야) : 내 덕은 사람에게 합치된 것입니다.”
夫天地者(부천지자) : 하늘과 땅은
古之所大也(고지소대야) : 옛부터 위대하다고 받든 것이며,
而皇帝堯舜之所共美也(이황제요순지소공미야) : 황제와 요임금,
순임금이 다 같이 훌륭히 여겼던 것이다.
故古之王天下者(고고지왕천하자) : 그러므로 옛날의 천하를 다스
리던
奚爲哉(해위재) : 사람들은 무엇을 했던가
天地而已矣(천지이이의) : 하늘과 땅을 따를 뿐이었다
4.
孔子西藏書於周室(공자서장서어주실) : 공자가 서쪽 주나라 왕실
서고에 책을 넣어두려 했다.
子路謀曰(자로모왈) : 자로가 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由聞周之徵藏史有老聃者(유문주지징장사유노담자) : “제가 듣기
에 주나라의 서고를 관리하던 노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免而歸居(면이귀거) : 지금은 그만두고 돌아가 집에 살고 있다
합니다.
夫子欲藏書(부자욕장서) : 선생님께서 책을 넣어 두시려면
則試往因焉(칙시왕인언) : 가셔서 부탁을 해보십시오.”
孔子曰善(공자왈선) : 공자가 이르기를, “좋은 생각이다.”
往見老聃(왕견노담) : 그리고 가서 노담을 만났으나
而老聃不許(이노담불허) : 청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다.
於是繙六經以說(어시번육경이설) : 그래서 공자는 십이경을 펼쳐
놓고서 설명을 했다.
老聃中其說(노담중기설) : 노담은 그의 설명에 동의했다
曰大謾(왈대만) : 노자가 이르기를, “너무 장황합니다.
願聞其要(원문기요) : 요점만 말해주십시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要在仁義(요재인의) : “요점은 어짊과 의로움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仁義(인의) : “어짊과 의로움은
人之性邪(인지성사) : 사람의 본성입니까?”
孔子曰然(공자왈연) : 공자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君子不仁則不成(군자불인칙불성) : 군자는 어짊이 아니면 이룩되
지 않고,
不義則不生(불의칙불생) : 의로움이 아니면 살아가지 못합니다.
仁義眞人之性也(인의진인지성야) : 어짊과 의로움은 참된 사람의
본질입니다.
又將奚爲矣(우장해위의) : 그밖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건데
何謂仁義(하위인의) : 무엇을 어짊과 의로움이라 하는 것입니까?
”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中心物愷兼愛無私(중심물개겸애무사) : “마음속은 부드럽고 사
사로움이 없이 모두 서로 사랑하는 것,
此仁義之情也(차인의지정야) : 이것이 어짊과 의로움의 진실한
모습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말했다.
意幾乎後言(의기호후언) : “뒤에 하신 말씀은 더욱 위험합니다.
夫兼愛(부겸애) : 모두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不亦迂乎(불역우호) :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無私焉(무사언) : 사사로움이 없다는 것이
乃私也(내사야) : 바로 사사로움입니다.
夫子若欲使天下無失其牧乎(부자약욕사천하무실기목호) : 선생은
온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생육을 잃지 않도록 하고자 하십니까?
則天地固有常矣(칙천지고유상의) : 그렇다면, 하늘과 땅에도 본
래부터 법도가 있고,
日月固有明矣(일월고유명의) : 해와 달에도 본래부터 광명이 있
고,
星辰固有列矣(성신고유열의) : 별과 성좌에도 본래부터 배열이
있고,
禽獸固有群矣(금수고유군의) : 새와 짐승들에게도 본래부터 무리
가 있고,
樹木固有立矣(수목고유립의) : 나무에게는 본래부터 서서 자라는
본성이 있습니다.
夫子亦放德而行(부자역방덕이행) : 선생도 그런 자연의 덕을 본
받아 행하시고,
循道而趨(순도이추) : 자연의 도를 따라 나아간다면
已至矣(이지의) : 이미 목적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又何偈偈乎揭仁義(우하게게호게인의) : 무엇 때문에 어짊과 의로
움을 애써 들고 나와
若擊鼓而求亡子焉(약격고이구망자언) : 북을 치고 다니면서 잃어
버린 자식을 찾듯 하십니까?
意夫子亂人之性也(의부자란인지성야) : 선생은 사람들의 본성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5.
士成綺見老子而問曰(사성기견노자이문왈) : 사성기가 노자를 찾
아가서 물었다.
吾聞夫子聖人也(오문부자성인야) : “저는 선생님이 성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吾固不辭遠道而來願見(오고불사원도이래원견) : 그래서 먼길을
마다 않고 찾아뵙고자 했습니다.
百舍重趼而不敢息(백사중견이불감식) : 백 날을 여관에서 묵고,
발에는 물집이 겹으로 생겼어도 오는 길을 쉬지 않았습니다.
今吾觀子(금오관자) : 그러나 선생님을 뵙고 보니
非聖人也(비성인야) : 성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鼠壤有餘蔬(서양유여소) : 쥐 굴 앞에도 남은 곡식이 있는 법인
데,
而棄妹之者(이기매지자) : 어리석은 사람들을 버려 두고 길러주
지 않는 것은
不仁也(불인야) : 어짊이 아닙니다.
生熟不盡於前(생숙부진어전) : 날것이나 삶은 것이 눈앞에 무진
장인데도
而積斂無崖(이적렴무애) : 한없이 긁어모아 쌓고만 있습니다.”
勞資漠然不應(로자막연불응) : 노자는 모르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士成綺明日復見曰(사성기명일부견왈) : 사성기가 다음날 다시 찾
아와서 말했다.
昔者(석자) : “어제는
吾有刺於子(오유자어자) : 선생님을 공격했었는데
今吾心正却矣(금오심정각의) : 오늘은 마음이 달라졌으니
何故也(하고야) :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夫巧知神聖之人(부교지신성지인) : “교묘한 지혜를 지닌 신성한
사람의 경지를
吾自以爲脫焉(오자이위탈언) : 나는 스스로 초탈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昔者子呼我牛也而謂之牛(석자자호아우야이위지우) : 전에 당신이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나는 소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呼我馬也而謂之馬(호아마야이위지마) :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苟有其實(구유기실) : 진실로 그런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人與之名而弗受(인여지명이불수) : 그에게 명칭을 붙여주는데 받
지 않는다면
再受其殃(재수기앙) : 거듭 그 재액을 받게 될 것입니다.
吾服也恒服(오복야항복) : 나의 행동은 언제나 같은 행위입니다.
吾非以服有服(오비이복유복) : 나는 어떤 행위를 위해 행동하지
는 않습니다.”
士成綺雁行避影(사성기안행피영) : 사성기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노자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고 애썼다.
履行遂進而問(이행수진이문) : 그리고 신을 신은 채로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묻기를
修身若何(수신약하) : “몸을 닦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하
였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는 말했다.
而容崖然(이용애연) : “당신의 얼굴은 돋보이고,
而目衝然(이목충연) : 눈은 번들번들하며,
而顙頮然(이상회연) : 이마는 넓고,
而口鬫然(이구함연) : 입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而狀義然(이상의연) : 몸집은 훤칠한데,
似繫馬而止也(사계마이지야) : 뛰려는 말을 묶어 놓은 듯합니다.
動而持(동이지) : 행동은 의젓하고
發也機(발야기) : 움직임은 쇠뇌를 퉁긴 것처럼 빠르고,
察而審(찰이심) : 일을 잘 살펴 자세히 알며,
知巧而覩於泰(지교이도어태) : 지혜 있고 교묘하며, 오만한 모습
이 나타나 있습니다.
凡以爲不信(범이위불신) : 이런 것이 성실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邊竟有人焉(변경유인언) : 변경에 사는 사는데
其名爲竊(기명위절) : 명분은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6.
夫子曰(부자왈) : 노자가 말했다.
夫道(부도) : “도는
於大不終(어대부종) : 크기로는 끝이 없고,
於小不遺(어소불유) : 작기로는 없는 곳이 없어
故萬物備(고만물비) : 세상 만물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廣廣乎其無不容也(광광호기무불용야) : 그 넓이는 한없이 넓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淵淵乎其不可測也(연연호기불가측야) : 그 깊이는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形德仁義(형덕인의) : 덕을 어짊과 의로움으로 표현하는 것은
神之末也(신지말야) : 정신의 말초적인 일이다.
非至人孰能定之(비지인숙능정지) : 그런 것이야 지극한 사람이
아니면 그 누가 결정지을 수 있겠는가
夫至人有世(부지인유세) : 지극한 사람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不亦大乎(불역대호) : 역시 위대한 일이 아니겠는가
而不足以爲之累(이부족이위지루) : 그러나 그런 일 때문에 자기
에게 장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天下奮棅而不與之偕(천하분병이불여지해) : 온 천하가 권세를 두
고 다툰다 해도 그는 거기에 끼여들지 않는다.
審乎無假而不與利遷(심호무가이불여리천) : 도란 의지하는 것이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익을 따라 뒤쫓지 않는다.
極物之眞(극물지진) : 만물의 참됨을 추구하며
能守其本(능수기본) : 그의 근본을 잘 지킨다.
故外天地(고외천지) : 그러므로 하늘과 땅을 도외시하고
遺萬物(유만물) : 만물을 잊으면
而神未嘗有所困也(이신미상유소곤야) : 그의 정신은 곤경에 처하
는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通乎道(통호도) : 도에 통하고
合乎德(합호덕) : 덕에 합해지며
退仁義(퇴인의) : 어짊과 의로움을 물리치고
賓禮樂(빈예악) : 예의와 음악을 멀리한다.
至人之心有所定矣(지인지심유소정의) : 그래서 지극한 사람의 마
음은 안정됨이 있게 되는 것이다.
7.
世之所貴道者書也(세지소귀도자서야) : 도를 배울 때 세상에서
귀중히 여기는 것은 글이다.
書不過語(서불과어) : 글이란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語有貴也(어유귀야) : 말이 귀중한 것이 된다.
語之所貴者意也(어지소귀자의야) : 말이 귀중한 것은 뜻이 있기
때문인데,
意有所隨(의유소수) : 뜻이란 추구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意之所隨者(의지소수자) : 뜻이 추구하는 것은
不可以言傳也(불가이언전야) : 말로는 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而世因貴言傳書(이세인귀언전서) :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그 때문
에 말을 귀중히 여기며 글을 전한다.
世雖貴之(세수귀지) : 세상에서는 비록 그것들을 귀중히 여기지
만
我猶不足貴也(아유부족귀야) : 나는 오히려 귀중히 여길 것이 못
된다.
爲其貴非其貴也(위기귀비기귀야) : 세상에서 귀중히 여기는 것은
귀중한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故視而可見者(고시이가견자) :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形與色也(형여색야) : 형체와 색깔이다.
聽而可聞者(청이가문자) :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名與聲也(명여성야) : 명칭과 소리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人以形色名聲爲足以得彼之情(세인이형색명성위족이득피지정) :
세상사람들은 그 형체와 색깔과 명칭과 소리로 그것들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夫形色名聲果不足以得彼之情(부형색명성과부족이득피지정) : 형
체와 색깔과 명칭과 소리로는 절대로 그것들의 진실을 파악할 수
없다.
則知者不言(칙지자불언) : 게다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부지) :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하고 있으니
而世豈識之哉(이세기식지재) : 어떻게 그것들을 알 수 있겠는가
8.
桓公讀書於堂上(환공독서어당상) :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輪扁斲輪於堂下(륜편착륜어당하) : 뜰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던 목수가
釋椎鑿而上(석추착이상) :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問桓公曰(문환공왈) : 환공에게 물었다.
敢問(감문) : 감히 묻습니다
公之所讀者何言邪(공지소독자하언사) :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聖人之言也(성인지언야) : “성인의 말씀이시다.”
曰聖人在乎(왈성인재호) : “성인은 살아 계신 분입니까?”
公曰(공왈) : 환공이 말했다.
已死矣(이사의) :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曰然則君之所讀者(왈연칙군지소독자) :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
고 계신 것은
故人之糟魄已夫(고인지조백이부) :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寡人讀書(과인독서) :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에 대해
輪人安得議乎(륜인안득의호) : 수레바퀴나 만드는 자가 어찌 거
론하느냐
有說則可(유설칙가) : 올바른 근거가 있으면 모르지만
無說則死(무설칙사) : 그렇지 않다면 죽여버리겠다.”
輪扁曰(윤편왈) : 목수는 말했다
臣也以臣之事觀之(신야이신지사관지) : “저는 제가 하는 일로
미루어 그 일도 관찰한 것입니다.
斲輪(착륜) : 수레바퀴를 깎을 때,
徐則甘而不固(서칙감이불고) : 늦추어 깎으면 헐렁해지나 견고하
게 되지 않고,
疾則苦而不入(질칙고이불입) : 꼼꼼히 깎으면 빠듯해져소 들어맞
지 않습니다.
不徐不疾(불서불질) : 엉성하지도 않고 꼼꼼하지도 않게 하는 것
은
得之於手而應於心(득지어수이응어심) : 손의 감각에 의해 마음의
호응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口不能言(구불능언) : 입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有數存焉於其間(유수존언어기간) : 거기에 법도가 존재하기는 하
지만
臣不能以喩臣之子(신불능이유신지자) :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 가
르쳐 줄 수가 없고,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신지자역불능수지어신) : 저의 아들은 그
것을 저에게 배울 수가 없습니다.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시이행년칠십이노착륜) : 그래서 나이 칠
십이 되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古之人與其不可傳也死矣(고지인여기불가전야사의) : 옛날 사람과
그의 전할 수 없는 정신은 함께 죽어버린 것입니다.
然則君之所讀者(연칙군지소독자) :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故人之糟魄已夫(고인지조백이부) :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것입니
다.”
天運
1.
天其運乎(천기운호) : “하늘은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地其處乎(지기처호) : 땅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인가?
日月其爭於所乎(일월기쟁어소호) : 해와 달은 서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인가?
孰主張是(숙주장시) : 누가 이것들을 주관하는가?
孰維綱是(숙유강시) : 누가 이것들을 질서 있게 유지하는가?
孰居無事而推行是(숙거무사이추행시) : 누가 아무 일도 하지 않
으면서 이것들을 밀어 그렇게 되게 하는가?
意者其有機緘而不得已邪(의자기유기함이부득이사) : 생각하기에
땅은 틀로 묶여 있어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인가?
意者其運轉而不能自止邪(의자기운전이불능자지사) : 생각하기에
하늘은 움직이며 돌아서 스스로 멈출 수도 없게 되어 있는 것인
가?
雲者爲雨乎(운자위우호) : 구름이 비를 오게 하는가?
雨者爲雲乎(우자위운호) : 비가 구름을 만드는가?
孰隆施是(숙륭시시) : 누가 구름이 일고 비를 내리게 하는가?
孰居無事淫樂而勸是(숙거무사음락이권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재미로 그렇게 추진하는가?
風起北方(풍기북방) : 바람은 북쪽에서 생겨나서
一西一東(일서일동) : 서쪽으로 불었다 동쪽으로 불었다 하기도
하며,
在上彷徨(재상방황) : 위쪽으로 불면서 빙빙 돌기도 한다.
孰噓吸是(숙허흡시) : 누가 바람을 불고 마시고 하는 것일까?
孰居無事而披拂是(숙거무사이피불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
지 않으면서 바람을 부채질하는가?
敢問何故(감문하고) : 감히 왜 그런지 알고 싶다.”
巫咸祒曰(무함초왈) : 무함이 말했다.
來吾語女(래오어여) : “내가 말해드리지요.
天有六極五常(천유육극오상) : 하늘에는 육극(六極)과 오상(五常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帝王順之則治(제왕순지칙치) : 제왕이 이것을 따르면 나라가 다
스려지고
逆之則凶(역지칙흉) : 이것을 거스르면 흉해지는 것입니다.
九洛之事(구락지사) : 구주(九疇)와 낙서(洛書)에 기록된 것을
보면,
治成德備(치성덕비) : 정치가 완성되고 덕이 갖추어지면
監照下土(감조하토) : 온 세상을 햇볕처럼 비추게 되어,
天下戴之(천하대지) : 세상사람들은 그 임금을 떠받들게 되는데,
此謂上皇(차위상황) : 이런 분을 상황(上皇)이라 부르는 것입니
다.”
2.
商大宰蕩問仁於莊子(상대재탕문인어장자) : 상나라 태재인 탕이
장자에게 어짊에 대해서 물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虎狼仁也(호랑인야) :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것이 어짊입니다.
”
曰何謂也(왈하위야) : 탕이 묻기를, “어째서 그렇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父子相親(부자상친) : “아비와 새끼가 서로 친한데
何爲不仁(하위불인) : 어찌 어질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曰請問至仁(왈청문지인) : 탕이 말하기를, “지극한 어짊은 어떤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至仁無親(지인무친) : “지극한 어짊에는 친함이 없습니다.”
大宰曰(대재왈) : 탕이 말했다.
蕩聞之(탕문지) : “제가 듣기로는 친
無親則不愛(무친칙불애) : 함이 없다면 사랑하지도 않고,
不愛則不孝(불애칙불효) : 사랑하지 않으면 효성스러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謂至仁不孝可乎(위지인불효가호) : 지극한 어짊은 효성스럽지 않
은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夫至仁尙矣(부지인상의) : 지극한 어짊이란 고상한 것이어서
孝固不足以言之(효고부족이언지) : 효성으로 그것을 말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此非過孝之言也(차비과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보다 뛰어난 것이
라는 말이 아니라,
不及孝之言也(불급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이 될 수 없다는 말입
니다.
夫南行者至於郢(부남행자지어영) : 남쪽으로 가는 사람이 영땅에
이르러
北面而不見冥山(북면이불견명산) : 북쪽을 바라보면 명산(冥山)
은 보이지 않습니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則去之遠也(칙거지원야) : 멀리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以敬孝易(이경효이) : 「공경함으로 효도를 하는 것은 쉽지만
以愛孝難(이애효난) : 사랑으로 효도를 하기는 어렵다.
以愛孝易(이애효이) :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以忘親難(이망친난) : 어버이를 잊고 스스로 효도하기는 어렵다
忘親易(망친이) : 어버이를 잊기는 쉬우나
使親忘我難(사친망아난) :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
렵다.
使親忘我易(사친망아역) : 어버이로 하여금 자기를 잊게 하기는
쉽지만
兼忘天下難(겸망천하난) : 천하를 모두 잊기는 어렵다. .
兼忘天下易(겸망천하역) : 천하를 모두 잊는 것은 쉽지만
使天下兼忘我難(사천하겸망아난) : 천하로 하여금 나를 모두 잊
게 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夫德遺堯舜而不爲也(부덕유요순이불위야) : 그의 덕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잊고 그들이 한 것과 같은 일도 하지 않고,
利澤施於萬世(리택시어만세) : 이익과 은혜와 혜택이 오래도록
베풀어지게 하는데도
天下莫知也(천하막지야) : 천하에서는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豈直太息而言仁孝乎哉(기직태식이언인효호재) : 어찌 크게 한숨
지으며 어짊과 효성만을 얘기하겠습니까?
夫孝悌仁義(부효제인의) : 효도와 공경과 어짊과 의로움이나
忠信貞廉(충신정렴) : 충성과 신용과 정절과 청렴 같은 것은
此皆自勉以役其德者也(차개자면이역기덕자야) : 모두가 스스로
힘씀으로써 자기의 덕을 부려먹는 것들이어서
不足多也(부족다야) : 존귀한 것이 못됩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르르
至貴(지귀) : 지극히 존귀한 사람은
國爵竝焉(국작병언) : 나라의 벼슬도 버리고,
至富(지부) : 지극한 부자는
國財竝焉(국재병언) : 나라의 재물도 물리치고,
至顯(지현) : 지극한 소망을 얻은 사람은
名譽竝焉(명예병언) : 명예도 물리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是以道不渝(시이도불투) : 그래서 도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
다.
3.
北門成問於皇帝曰(북문성문어황제왈) : 북문성이 황제에게 물었
다.
帝張咸池之樂於洞庭之野(제장함지지락어동정지야) : “임금님께
서는 함지의 음악을 동정의 들에서 연주하셨는데,
吾始聞之懼(오시문지구) : 저는 처음 듣고는 두려움을 느꼈고,
復聞之怠(부문지태) : 다시 듣고는 권태를 느꼈고,
卒聞之而惑(졸문지이혹) : 마지막으로 듣고는 미혹되어 버렸습니
다.
蕩蕩黙黙(탕탕묵묵) : 밋밋하고 멍멍해서 ”
乃不自得(내부자득) : 스스로를 어쩔 수도 없었습니다.
帝曰(제왈) : 황제가 말했다.
汝殆其然哉(여태기연재) : “당신에게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吾奏之以人(오주지이인) : 나는 음악을 연주함에는 사람의 마음
을 따르고,
徵之以天(징지이천) : 악기를 연주함에는 하늘의 기후를 쫓아 고
루었다
行之以禮義(행지이례의) : 음악을 진행시킴에는 예의를 따르고,
建之以太淸(건지이태청) : 음악을 조화시킴에는 하늘의 지극한
도를 따릅니다.
四時迭起(사시질기) : 사시가 서로 바뀌어 일어나고 고루어졌던
것이다
萬物循生(만물순생) : 만물이 서로 쫓아 생겨나는 것 같아서
一盛一衰(일성일쇠) : 한 번 성하고 한 번 쇠할 때
文武倫經(문무륜경) : 문과 무는 차례를 얻었고
一淸一濁(일청일탁) : 한 번 맑았다가 한 번 흐릴 때
陰陽調和(음양조화) : 음과 양은 고루어졌던 것입니다
流光其聲(류광기성) : 그 소리를 빛나고 우렁찬게 했을 때에는
蟄蟲始作(칩충시작) : 마치 땅 속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吾驚之以雷霆(오경지이뢰정) : 우뢰 소리로써 놀라게 하는 것과
같이 했던 것이다
其卒無尾(기졸무미) : 또 문득 그치어도 꼬리가 없고
其始無首(기시무수) : 문득 시작해도 머리가 없어서
一死一生(일사일생) : 한 소리가 죽으면 한 소리는 살아나고
一僨一起(일분일기) : 한 소리가 엎드리면 한 소리는 일어나서
所常無窮(소상무궁) :이렇게 끝없는 변화가 끊이지 않았었다
而一不可待(이일불가대) : 그래서 그것이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찾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다.
汝故懼也(여고구야) : 그러므로 네가 처음에는 두려워했던 것이
다
吾又奏之以陰陽之和(오우주지이음양지화) : 나는 또 그 음악을
음양의 조화와
燭之以日月之明(촉지이일월지명) : 일월의 광명으로 탔던 것이다
其聲能短能長(기성능단능장) : 그래서 짧을 데에는 짧게 길 데에
는 길게 하며
能柔能剛(능유능강) : 부드러울 데에는 부드럽게 거셀 데에는 거
세게 해서
變化齊一(변화제일) : 변화가 한결같이 가락에 맞아 한 가지도
되풀이함이 없이
不主故常(부주고상) : 갈수록 새로웠던 것이다
在谷滿谷(재곡만곡) : 골짝에 있으면 골짝에 차고
在阬滿阬(재갱만갱) : 구덩이에 있으면 구덩이에 찼었다
塗却守神(도각수신) : 그때 나는 모든 생각을 떨어 버리고
以物爲量(이물위량) : 오직 한 가지 정신을 지켜 물을 따라서 그
양을 삼았기 때문에
其聲揮綽(기성휘작) : 그 소리는 굽이쳐 넉넉했고
其名高明(기명고명) : 그 가락은 높고 밝았던 것이다
是故鬼神守其幽(시고귀신수기유) : 그러므로 귀신도 그 그윽한
자리를 지켜 나오지 않고
日月星辰行其紀(일월성신행기기) : 일월과 성진도 그 궤도를 따
라 어지럽지 않았으니
吾止之於有窮(오지지어유궁) : 이것은 내가 반드시 그쳐야 할 자
리에서 그치고
流之於無止(류지어무지) : 이어가야 할 곳에서 이어갔기 때문이
다
子欲慮之而不能知也(자욕려지이불능지야) : 그러므로 그대는 생
각을 보고자 해도 알지 못하고
望之而不能見也(망지이불능견야) : 바라보고자 해도 보지 못하며
遂之而不能及也(수지이불능급야) : 따라가고자 해도 미치지 못하
는 것이다
儻然立於四虛之道(당연립어사허지도) : 이때 나는 혼자 우두커니
허공의 빈 길에 서서
倚於槁梧而吟(의어고오이음) : 책상에 기대어 읊조리는 것이다
心窮乎所欲知(심궁호소욕지) : 내 마음은 알고자 하나 하나 부정
없었고
目窮乎所欲見(목궁호소욕견) : 내 눈은 보고자 하나 부정없었고
내
力屈乎所欲逐(력굴호소욕축) : 힘은 따르고자 하나 그만 꺾이어
吾旣不及已夫(오기불급이부) : 나는 끝내 미치지 못하고 마는 것
이다
形充空虛(형충공허) : 자기 형체가 공허한 세계로 채워지며
乃至委蛇(내지위사) : 나는 그만 기운이 풀리어
汝委蛇(여위사) : 되는대로 맡겨 두었던 것이다
故怠(고태) : 때문에 권태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吾又奏之以無怠之聲(오우주지이무태지성) : 나는 또한 음악을 연
주함에 있어서 권태로움이 없는 소리를 사용하였고,
調之以自然之命(조지이자연지명) : 그것을 조화시킴에 있어서 자
연의 생명으로써 했습니다.
故若混逐叢生(고약혼축총생) : 그러므로 뒤섞여 한꺼번에 생겨나
는 듯 했고,
林樂而無形(림락이무형) : 음악이 고조되자 아무런 형체도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布揮而不曳(포휘이불예) : 널리 진동하여 퍼지며 멈추지 않고 .
幽昏而無聲(유혼이무성) : 흐릿해져서 소리가 없는 듯이 되었습
니다.
動於無方居於窈冥(동어무방거어요명) : 방향도 없는 곳으로 움직
이고, 아득한 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或謂之死(혹위지사) : 때로는 죽은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生(혹위지생) : 때로는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或謂之實(혹위지실) : 혹은 열매가 열린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榮(혹위지영) : 혹은 꽃만 핀 듯이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
니다.
行流散徙(행류산사) : 움직이며 흐르고 흩어지며 옮겨가서
不主常聲(부주상성) : 일정한 소리를 위주로 하지 않았습니다.
世疑之(세의지) : 세상에서는 그것을 의심하고
稽於聖人(계어성인) : 성인들에게 물어보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聖也者(성야자) : 성인이란
達於情而遂於命也(달어정이수어명야) : 진실에 통달하고 운명에
순종하는 사람들입니다.
天機不張而吾官皆備(천기부장이오관개비) : 하늘의 기틀은 움직
여지지 않아도 오관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無言而心說(무언이심설) :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은 기쁘게 되는
것입니다.
此之謂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하늘의 음악이라 하는데,
故有焱氏爲之頌曰(고유염씨위지송왈) : 그러므로 유염씨가 기리
어 말했습니다.
聽之不聞其聲(청지불문기성) : 「그것을 들어보아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視之不見其形(시지불견기형) : 그것을 보아도 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充滿天地(충만천지) : 그러나 하늘과 땅에 가득 차고
苞裏六極(포리육극) : 천지사방을 포용한다」
汝欲聽之而無接焉(여욕청지이무접언) : 당신이 그것을 들으려해
도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니,
而故惑也(이고혹야) : 그래서 미혹되었던 것입니다.
樂也者(락야자) : 음악이라는 것은
始於懼(시어구) :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懼故崇(구고숭) : 두려움 때문에 재난을 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
吾又次之以怠(오우차지이태) : 나는 그 다음에는 권태로움으로써
그것을 계속합니다.
怠故遁(태고둔) : 권태롭기 때문에 모든 의식이 없어질 것입니다
.
卒之於惑(졸지어혹) : 마지막으로는 미혹됨으로써 음악을 끝내는
것이니,
惑故愚(혹고우) : 미혹되기 때문에 어리석은 듯 모든 것을 잊습
니다.
愚故道(우고도) : 어리석기 때문에 도를 터득하게 됩니다.
道可載而與之俱也(도가재이여지구야) : 도를 터득하면 모든 것을
거기에 싣고서 도와 더불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孔子西遊於衛(공자서유어위) : 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여행을 갔
을 때,
顔淵問師金曰(안연문사금왈) : 안연이 사금에게 물었다.
以夫子之行爲奚如(이부자지행위해여) : “선생님의 이 번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惜乎(석호) : “애석하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顔淵曰(안연왈) : 안연이 물었다.
何也(하야) : “왜 그렇습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夫芻狗之未陳也(부추구지미진야) : “무당이 쓰는 개허수아비는
귀신 앞에 진열되기 전에는
盛以筴衍(성이협연) : 상자에 담겨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를 수놓은 보자기에 싸여집니다.
尸祝齊戒以將之(시축제계이장지) : 시동과 축관은 제계를 하고
그것을 신에게 바칩니다.
及其已陳也(급기이진야) : 그러나 그것을 바치고 난 다음에는
行者踐其首脊(행자천기수척) : 길가는 사람들이 그 머리와 등을
짓밟고,
蘇者取而爨之而已(소자취이찬지이이) : 풀 베는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때게 됩니다.
將復取而盛以筴衍(장복취이성이협연) : 그렇지 않고 누군가 다시
그것을 가져다가 상자에 담고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보자기에 싸놓고
遊居寢臥其下(유거침와기하) : 그 곁에서 자고 눕고 한다면,
彼不得夢(피부득몽) : 그가 악몽을 꾸게 되거나
必且數眯焉(필차수미언) : 자주 가위에 눌리게 된다고 합니다.
今而夫子(금이부자) : 지금 당신의 선생님은
亦取先王已陳芻狗(역취선왕이진추구) : 옛 임금들이 이미 사용한
개허수아비를 가져다
聚弟子游居寢臥其下(취제자유거침와기하) : 제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그 곁에 지내면서 자고 눕고 하고 있습니다.
故伐樹於宋(고벌수어송) : 그러므로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협박을 당했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발자국까지 지우며 다녀야
할 정도로 쫓기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상주 나라에서 궁지에 몰렸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악몽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
를 당하여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동안이나 익힌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死生相與隣(사생상여린) : 죽음과 삶 사이에서 지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가위눌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
이겠습니까?
夫水行莫如用舟(부수행막여용주) : 물 위를 여행하기에는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而陸行莫如用車(이륙행막여용거) : 땅 위를 여행하는 데는 수레
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以舟之可行於水也而求推之於陸(이주지가행어수야이구추지어육) :
배로 물 위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해서 땅 위에서도 배를 저어가려
한다면
則沒世不行尋常(칙몰세불행심상) : 평생을 가도 얼마 나가지 못
할 것입니다.
古今非水陸與(고금비수륙여) : 옛날과 지금이란 물이나 육지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周魯非舟車與(주로비주거여) : 주나라와 노나라는 배나 수레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今蘄行周於魯(금기행주어로) : 지금 주나라의 방식을 노나라에
행하려고 하는 것은
是猶推舟於陸也(시유추주어륙야) : 마치 육지 위에서 배를 밀고
가려는 것과 같습니다.
勞而無功(로이무공) : 힘들기만 하지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며
身必有殃(신필유앙) : 자신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가게 될 것입
니다.
彼未知夫無方之傳(피미지부무방지전) : 저들은 방향이 없는 작용
이 사물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應物而不窮者也(응물이불궁자야) :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는 것
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且子獨不見夫桔橰者乎(차자독불견부길고자호) : 선생께서는 무거
운 추를 달아놓은 두레박틀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引之則俯(인지칙부) : 끌어올리면 내려가고
舍之則仰(사지칙앙) : 놓으면 올라갑니다.
彼人之所引(피인지소인) : 그것은 사람이 끌어당기는 것이지
非引人也(비인인야) :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故俯仰而不得罪於人(고부앙이부득죄어인) : 그러므로 내려가든
올라가든 사람에게 책잡히지 않습니다.
故夫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부삼황오제지례의법도) :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는
不矜於同而矜於治(불긍어동이긍어치) : 모두 공통됨을 숭상하지
않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숭상했습니다.
故譬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비삼황오제지례의법도) : 그러니 삼황
오제의 예의와 법도를 비유로 들면
其猶柤梨橘柚邪(기유사리귤유사) : 마치 돌배와 배와 귤과 유자나
같은 것입니다.
其味相反而皆可於口(기미상반이개가어구) : 그 맛은 모두 틀리지
만 모두가 입에 넣으면 맛이 있습니다.
「故禮義法度者(「고례의법도자) : 그러므로 예의와 법도라는 것은
應時而變者也(응시이변자야) : 시대를 따라서 변해야 되는 것입
니다.
今取猨狙而衣以周公之服(금취원저이의이주공지복) :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혀준다면
彼必齕齧挽裂(피필흘설만렬) : 원숭이는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발
겨
盡去而後慊(진거이후겸) : 모두 벗어야 만족을 할 것입니다.
觀古今之異(관고금지이) :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보면
猶猨狙之異乎周公也(유원저지이호주공야) : 마치 원숭이가 주공
과는 다른 것과 같습니다.
故西施病心而矉其里(고서시병심이빈기리) : 아름다운 서시가 가
슴이 아파서 그의 동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자,
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기리지추인견지이미지) : 그 동네에 사는
못난 여자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고는
歸亦捧心而矉其里(귀역봉심이빈기리) : 돌아와서 자기도 역시 가
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는 데서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其里之富人見之(기리지부인견지) : 그 마을의 부자는 그를 보고
는
堅閉門而不出(견폐문이불출) : 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
고,
貧人見之(빈인견지) :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挈妻子而去走(설처자이거주) : 처자를 거느리고 다른 고장으로 달
아났다고 합니다.
彼知矉美(피지빈미) : 그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찌푸림이 있음
만을 알았지
而不知矉之所以美(이부지빈지소이미) : 찌푸린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는 몰랐던 것입니다.
惜乎(석호) : 안타깝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도 이와 같은 궁지
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5.
孔子行年五十有一而不問道(공자행년오십유일이불문도) : 공자가
나이 쉰한살이 되도록 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乃南之沛見老聃(내남지패견노담) : 그래서 남쪽 패땅으로 노자를
찾아갔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子來乎(자래호) : “어서 오십시오.
吾聞子(오문자) : 내가 들으니
北方之賢者也(북방지현자야) : 선생님을 북방의 현자라고들 하던
데
子亦得道乎(자역득도호) : 선생님께서도 도를 터득하고 계시겠군
요.”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未得也(미득야) : “아직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惡乎求之哉(자악호구지재) : “선생님께서는 어디에서 도를 구
하려 하셨습니까?”
曰吾求之於度數(왈오구지어도수) : 공자가 말하기를, “저는 도
를 음양의 변화에서 구해보려 하였으나
五年而未得也(오년이미득야) : 오십 년이 지나도록 터득하지 못
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又惡乎求之哉(자우악호구지재) : “당신은 또 어떤 길에서 구
했소.”
曰吾求之於陰陽(왈오구지어음양) : 공자가 이르기를, “그 다음
에는 음양에서 구하기를
十有二年而未得(십유이년이미득) : 십 이년이나 했지마는 얻지
못했습니다
老子曰然(노자왈연) : 노자가 말하기를, 그렇겠지요.
使道而可獻(사도이가헌) : 도를 가져다 바칠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獻之於其君(칙인막불헌지어기군) : 사람들은 누구나 그
것을 자기 임금에게 바칠 것입니다.
使道而可進(사도이가진) : 도를 가져다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사
則人莫不進之於其親(칙인막불진지어기친) : 람들은 누구나 그것
을 자기 부모에게 갖다 드릴 것입니다.
使道而可以告人(사도이가이고인) : 도를 일러줄 수 있는 것이라
면
則人莫不告其兄弟(칙인막불고기형제)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형제들에게 일러줄 것입니다.
使道而可以與人(사도이가이여인) : 도를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라면
則人莫不與其子孫(칙인막불여기자손)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자손들에게 전해줄 것입니다.
然而不可者(연이불가자) :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無佗也(무타야) : 다름이 아니라
中無主而不止(중무주이부지) : 마음속에 도의 주인이 될만한 것
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外無正而不行(외무정이불행) : 밖이 올바르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不受於外(불수어외) : 밖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聖人不出(성인불출) : 성인은 그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由外入者(유외입자) :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에 대해
無主於中(무주어중) : 마음속에 주인노릇을 할 만한 것이 없으면
聖人不隱(성인불은) : 성인은 그것에 따르지 않습니다.
名公器也(명공기야) : 명예란 공용의 기구와 같은 것이어서
不可多取(불가다취) : 혼자 많이 취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仁義(인의) : 어짊과 의로움은
先王之蘧廬也(선왕지거려야) : 임금의 여관과 같은 것이어서,
止可以一宿而不可久處(지가이일숙이불가구처) : 단지 하루저녁
묵는 것은 괜찮겠지만 오래 묵어 있을 곳은 못됩니다.
覯而多責(구이다책) : 오래 머물러 있으면 책망만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假道於仁(가도어인) : 어짊을 가는 길로 삼고,
託宿於義(탁숙어의) : 의로움을 숙소로 삼아 몸을 기탁함으로써
以遊逍遙之墟(이유소요지허) : 소요하는 고장에 노닐었습니다.
食於苟簡之田(식어구간지전) : 그는 자기 먹을 정도의 것만이 생
산되는 땅을 지니고,
立於不貸之圃(립어불대지포) : 먹고 남을 것이 없는 정도의 채소
밭만을 가꾸었습니다.
逍遙(소요) : 소요한다는 것은
無爲也(무위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苟簡(구간) : 자기 먹을 것만을 생산한다는 것은
易養也(이양야) : 몸을 보양하기 쉬움을 뜻합니다.
不貸(부대) : 먹고 남는 것이 없을 정도란
無出也(무출야) : 남에게 내놓지도 않음을 뜻합니다.
古者謂是采眞之遊(고자위시채진지유) : 옛날에는 이것을「참됨을
취하는 노닒」이라 불렀습니다.
以富爲是者(이부위시자) : 부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祿(불능양록) : 남에게 재산을 사양하지 못하며,
以顯爲是者(이현위시자) : 출세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名(불능양명) : 남에게 명예를 양보하지 못하고,
親權者(친권자) : 권세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不能與人柄(불능여인병) : 남에게 권력을 맡기지 못합니다.
操之則慄(조지칙률) : 그것들을 가지고 있자니 두렵고,
舍之則悲(사지칙비) : 그것들을 버리자니 슬퍼질 것입니다.
而一無所鑑(이일무소감) : 전혀 도에 대해 살핀 것이 없어서
以闚其所不休者(이규기소불휴자) : 언제나 쉬지 않고 변동하는
것들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是天之戮民也(시천지륙민야) : 이런 사람들은 하늘의 벌을 받을
백성들인 것입니다.
怨恩取與諫敎生殺(원은취여간교생살) : 원한·은혜·취하는 것·
주는 것·간하는 것·가르치는 것·살리는 것·죽이는 것의
八者(팔자) : 여덟 가지는
正之器也(정지기야) : 일을 바로잡는 기구입니다.
唯循大變無所湮者爲能用之(유순대변무소인자위능용지) : 오직 위
대한 변화를 따라서 막히는 것이 없는 사람만이 그것들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正者(정자) : 올바르게 하려면
正也(정야) : 자신부터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其心以爲不然者(기심이위불연자) : 스스로의 마음으로 그렇지 않
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天門弗開矣(천문불개의) :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6.
孔子見老聃而語仁義(공자견노담이어인의) : 공자가 노자를 만나
서 어짊과 의로움에 대해 물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播穅眯目(부파강미목) : “겨가 눈에 들어가면
則天地四方易位矣(칙천지사방역위의) : 곧 하늘과 땅과 사방의
위치를 혼동하게 됩니다.
蚊虻噆膚(문맹참부) : 모기가 살갗을 물면
則通昔不寐矣(칙통석불매의) : 밤새도록 잠을 못 잡니다.
夫仁義憯然乃憤吾心(부인의참연내분오심) : 어짊과 의로움이란
잔인한 것이어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亂莫大焉(란막대언) : 이보다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
吾子使天下無失其朴(오자사천하무실기박) : 선생께서는 세상 사
람들이 그들의 소박함을 잃게 하지 마십시오.
吾子亦放風而動(오자역방풍이동) : 선생께서 바람을 따라 자연스
럽게 움직이면
總德而立矣(총덕이립의) : 모든 덕이 아울러 처신하게 될 것입니
다.
又奚傑傑然揭仁義(우해걸걸연게인의) : 어찌 스스로 잘난 체하여
인의를 내 걸고
若負建鼓而求亡子者邪(약부건고이구망자자사) : 큰북을 짊어지고
두드리고 다니면서 잃은 자식을 찾듯 지냅니까
夫鵠不日浴而白(부곡불일욕이백) : 백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
아도 희고
烏不日黔而黑(오불일검이흑) :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습니다.
黑白之朴(흑백지박) : 검고 흰 소박한 바탕은
不足以爲辯(부족이위변) :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못됩니다.
名譽之觀(명예지관) : 명예라는 겉모양은
不足以爲廣(부족이위광) :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泉涸(천학) : 샘물이 마르면
魚相與處於陸(어상여처어육) : 그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모여
相呴以濕(상구이습) : 습기로 서로 문질러주고
相濡以沫(상유이말) : 입거품으로써 서로 추기어 주지마는
不若相忘於江湖(불약상망어강호) : 그러나 그것은 강물이나 호수
속에서 서로를 잊고 잊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孔子見老聃歸(공자견노담귀) :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와
三日不談(삼일부담) : 사흘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제자들이 물었다.
夫子見老聃(부자견노담) : “선생님께서는 노자를 만나서
亦將何規哉(역장하규재) : 또한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셨습니까?
”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吾乃今於是乎見龍(오내금어시호견룡) : “이제야 용을 본 것 같
다.
龍合而成體(룡합이성체) : 용은 합쳐지면 훌륭한 몸을 이루고,
散而成章(산이성장) : 흩어지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다.
乘雲氣而養乎陰陽(승운기이양호음양) : 구름의 기운을 타고 다니
며 음양 속을 날아다닌다.
予口張而不能嗋(여구장이불능협) : 나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予又何規老聃哉(여우하규노담재) : 내가 무엇을 노자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겠느냐.”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연칙인고유시거이룡견) :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본시 시체처럼 있다가도 용처럼 나타나고,
淵黙而雷聲(연묵이뢰성) : 천둥 소리를 내다가도 심연 같은 침묵
을 지키고,
發動如天地者乎(발동여천지자호) : 활동이 하늘과 땅 같은 사람
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賜亦可得而觀乎(사역가득이관호) : 저도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
까?”
遂以孔子聲見老聃(수이공자성견노담) : 마침내 공자의 주선으로
자공이 노자를 만났다.
老聃方將倨堂而應(노담방장거당이응) : 노자는 대청에 앉아 있다
가 마중하면서
微曰(미왈) : 작은 소리로 말했다
予年運而往矣(여년운이왕의) : “나는 이미 나이가 지나 늙어버
렸는데
子將何以戒我乎(자장하이계아호) : 당신은 장차 무엇으로 나에게
계율을 얘기해주려 하십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夫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부삼황오제지치천하부동) : 삼황과 오제
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은 같지 않았지만
其係聲名一也(기계성명일야) : “그 분들이 명성을 누렸다는 점
에서는 같습니다.
而先生獨以爲非聖人(이선생독이위비성인)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니
如何哉(여하재) : 어째서입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子何以謂不同(자하이위부동) : “자네는 어째서 그들의 방법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까?”
對曰(대왈) : 자공이 말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으며,
禹用力而湯用兵(우용력이탕용병) : 우임금은 힘을 사용하였고,
탕임금은 군사를 사용했습니다.
文王順紂而不敢逆(문왕순주이불감역) : 문왕은 주왕에게 순종하
여 감히 거스르려 하지 않았으나,
武王逆紂而不肯順(무왕역주이불긍순) : 무왕은 주왕을 거슬러 순
종하지 않았습니다.
故曰不同(고왈부동) :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皇帝之治天下(황제지치천하) :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使民心一(사민심일) :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민유기친사불곡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의 부모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
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堯之治天下(요지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使民心親(사민심친)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친하게 만들었습니
다.
民有爲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민유위기친살기살이민불비야) : 백
성들 중에는 그들의 친분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따돌리는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
다.
舜之治天下(순지치천하) :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競(사민심경)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습니
다.
孕婦十月而生子(잉부십월이생자) : 백성들 가운데는 부인이 아기
를 배어 가지고
子生五月而能言(자생오월이능언) : 열 달 안에 자식을 낳고, 아
이가 태어나서 다섯 달만에 말을 하게 되고,
不至乎孩而始誰(불지호해이시수) : 방긋방긋 웃기도 전에 사람들
을 분별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습니다.
則人始有夭矣(칙인시유요의) : 그래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어려서
죽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禹之治天下(우지치천하) :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變(사민심변) : 백성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人有心而兵有順(인유심이병유순) :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고, 전쟁은 도리를 따른다는 구실이 생겼으며,
殺盜非殺人(살도비살인) :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 것으
로 되었고,
自爲種而天下耳(자위종이천하이) : 자기만을 중히 여기고 보고
듣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是以天下大駭(시이천하대해) : 그리하여 온 천하 사람들은 크게
놀라
儒墨皆起(유묵개기) :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던 것입
니다.
其作始有倫(기작시유륜) : 시작할 때는 그런 대로 법도가 있었으
나,
而今乎歸(이금호귀) :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입
니다.
女何言哉(여하언재) : 그런데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
황과 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各曰治之(각왈치지) :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而亂莫甚焉(이란막심언) : 사실은 더 말할 수 없이 천하를 어지
럽혔던 것입니다.
三皇之治(삼황지치) : 삼황의 다스림은
上悖日月之明(상패일월지명) :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은 빛을 거슬
렸고,
下睽山川之精(하규산천지정) : 아래로는 산과 냇물의 정기를 배
반하였으며,
中墮四時之施(중타사시지시) :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파괴
했던 것입니다.
其知憯於蠣蠆之尾(기지참어려채지미) : 그들의 지혜는 전갈의 꼬
리보다도 잔혹한 것입니다.
鮮規之獸(선규지수) : 작은 짐승들도
莫得安其性命之情者(막득안기성명지정자) : 모두가 그의 본성과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따라 편안히 지냅니다.
而猶自以爲聖人(이유자이위성인) : 그런데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
하고 있다면
不亦可恥乎(불역가치호) :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其無恥也(기무치야) : 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子貢蹴蹴然立不安(자공축축연립불안) : 자공은 다리를 떨면서 불
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7.
孔子謂老聃曰(공자위노담왈) : 공자는 노자에게 말했다
丘治詩書禮樂易春秋六經(구치시서예악역춘추육경) : “나 공구는
시·서·예·악·역·춘추의 6경을 오랫동안 공부해서
自以爲久矣孰知其故矣(자이위구의숙지기고의) : 스스로는 거기에
대한 것은 익숙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以奸者七十二君(이간자칠십이군) : 그래서 그것으로써 칠십명의
임금에게 쓰이기를 구해서
論先王之道而明周召之迹(론선왕지도이명주소지적) : 선왕의 도를
이야기하고 주공·소공의 사적을 밝혔지만
一君無所鉤用(일군무소구용) : 한 임금도 내 말을 들어 주는 이
가 없었습니다
甚矣夫(심의부) : 심하도다
人之難說也(인지난설야) : 람에게 교를 이야기 하고
道之難明邪(도지난명사) : 사도를 밝힌다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입니까?”
老子曰(노자왈) :노자가 말하기를
幸矣子之不遇治世之君也(행의자지불우치세지군야) : “당신이 치
세의 임금을 만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요
夫六經(부육경) : 저 6경은
先王之陳迹也(선왕지진적야) : 선왕의 캐캐 묵은 발자국으로서
豈其所以迹哉(기기소이적재) : 어떻게 그것이 발자국을 내게 한
그 자체야 되겠소
今子之所言(금자지소언) : 이제 당신이 말한 그것은
猶迹也(유적야) : 발자국과 같은 것이요
夫迹(부적) : 대개 발자국은
履之所出(리지소출) : 신발이 내는 것으로서
而迹豈履哉(이적기리재) : 발자국 그것이 어떻게 신발이 될 수야
있겠소
夫白鶂之相視(부백역지상시) : 저 백역라는 물새는 서로 바라봄에
眸子不運而風化蟲(모자불운이풍화충) :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서로 물끄럼이 바라보고서 새끼를 낳고
雄鳴於上風(웅명어상풍) : 벌레는 수놈은 바람 위에서
雌應於下風而風化(자응어하풍이풍화) : 울고 암놈은 바람 아래서
응해서 새끼를 낳고
類自爲雌雄(류자위자웅) : 유라는 짐승은 한 몽에 암수 양성을
가졌기 때문에
故風化(고풍화) : 새끼를 낳는 것이요
性不可易(성불가역) : 이렇게 본성은 바꿀 수 없고
命不可變(명불가변) : 천명은 변할 수 없으며
時不可止(시불가지) : 또 때는 그치게 할 수 없고
道不可壅(도불가옹) : 도는 막을 수 없는 것이요
苟得於道(구득어도) : 요컨대 적어도 도를 얻으면
無自而不可(무자이불가) : 어디서고 옳지 않음이 없고
失焉者(실언자) : 도를 잃으면
無自而可(무자이가) : 어디서 옳음이 없는 것이요.”
孔子不出三月(공자불출삼월) : 공자는 그 뒤로 석달 동안을 밖에
나가지 않다가
復見曰(부견왈) : 다시 노자를 �아보고 말했다.
丘得之矣(구득지의) : “나는 이제 도를 깨닭았습니다
烏鵲孺魚傅沫(오작유어부말) : 까막까치는 알을 품어 새끼를 낳
고 물고기는 거품을 불어 새끼를 낳으며
細要者化(세요자화) : 벌들은 뽕나무벌레를 가져다 새끼로 삼고
有弟而兄啼(유제이형제) : 아우가 생기면 형이 우는 것입니다
久矣夫丘不與化爲人(구의부구불여화위인) : 아, 나는 조화와 한
몽이 되지 못한 지가 오래이었습니다
不與化爲人(불여화위인) : 조화와 한 몸이 되지 못하고서
安能化人(안능화인) : 어떻게 사람을 교화할 수 있겠습니까?”
老子曰可(노자왈가) : 노자가 이르기를 “옳소
丘得之也(구득지야) : 당신 공구는 도를 깨닭았습니다.”
刻意
1.
刻意常行(각의상행) : 마음을 날카롭게 새기고 행동을 고상히 하
며,
離世異俗(리세이속) : 세상과 동떨어져 사람들과 다르게 살며
高論怨誹(고론원비) : 고답적인 이론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비난
하는 것은
爲亢而已矣(위항이이의) : 높은 자세로 처신하려는 것이다.
此山谷之士(차산곡지사) : 이것은 산골짜기에 숨어사는 선비나
非世之人(비세지인) : 세상을 비난하는 사람이 하는 짓이다.
枯槁赴淵者之所好也(고고부연자지소호야) : 그리고 깡마른 몸으
로 연못에 투신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語仁義忠信(어인의충신) : 어짊과 의로움과 충성과 믿음을 얘기
하며,
恭儉推讓爲修而已矣(공검추양위수이이의) : 공손하고 검소하며
남을 앞세우며 겸양하는 것은 자기 몸을 닦으려는 것이다.
此平世之士(차평세지사) : 이것은 세상을 다스리려는 선비와,
敎誨之人(교회지인) :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사람들이다.
遊居學者之所好也(유거학자지소호야) :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학
자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語大功(어대공) : 위대한 공로를 얘기하고
立大名(립대명) : 위대한 명성을 세우며,
禮君臣(례군신) :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고,
正上下(정상하) : 위아래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爲治而已矣(위치이이의) : 세상을 다스리려는 것이다.
此朝廷之士(차조정지사) : 이것은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는 선비
와
尊主强國之人(존주강국지인) : 임금을 높이고 나라를 강하게 하
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致功幷兼者之所好也(치공병겸자지소호야) : 그리고 공로를 세우
고 다른 나라를 병합시키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다.
就藪澤(취수택) : 풀과 나무가 우거진 택지로 나가
處閒曠(처한광) : 넓은 곳에 살면서
釣魚閒處(조어한처) : 물고기를 낚으며 한가로이 지내는 것은
無爲而已矣(무위이이의) : 무위로 지내려는 것이다.
此江海之士(차강해지사) : 이것은 강이나 바다에 노니는 선비와
避世之人(피세지인) : 세상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閒暇者之所好也(한가자지소호야) : 그리고 한가로이 살려는 사람
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吹呴呼吸(취구호흡) : 깊은 호흡을 하면서
吐故納新(토고납신) : 낡은 기운은 토해 내고 신선한 기운을 빨
아들이며,
熊經鳥申(웅경조신) : 곰이 나무에 매달리고 새가 날면서 발을
뻗치는 것 같은 체조를 하는 것은
爲壽而已矣(위수이이의) : 오래 살려는 것이다.
此導引之士(차도인지사) : 이것은 기운을 끌어들이는 선비와
養形之人(양형지인) : 몸을 보양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彭祖壽考者之所好也(팽조수고자지소호야) : 그리고 팽조 같이 오
래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若夫不刻意而高(약부불각의이고) : 뜻을 높이지 않고도 고상해지
고,
無仁義而修(무인의이수) : 어짊과 의로움이 없이도 몸이 닦여지
고,
無功名而治(무공명이치) : 공로와 명성이 없이도 다스려지고,
無江海而閒(무강해이한) : 강과 바다에 노닐지 않고도 한가로워
지고,
不導引而壽(불도인이수) : 기운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오래 사는
사람은,
無不忘也(무불망야) : 잊지 않는 것도 없고
無不有也(무불유야) : 갖추고 있지 않은 것도 없는 사람이다.
澹然無極而衆美從之(담연무극이중미종지) : 담담히 마음은 끝 이
없지만 모든 미덕은 그에게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此天地之道(차천지지도) : 이것이 하늘과 땅의 도이며
聖人之德也(성인지덕야) : 성인의 덕인 것이다.
2.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夫恬惔寂漠虛無無爲(부념담적막허무무위) : 담담하고 고요하며 허
무하고 무위한 것은
此天地之本而道德之質也(차천지지본이도덕지질야) : 하늘과 땅의
올바른 도리이며 도덕의 본질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故聖人休焉(고성인휴언) : 그래서 성인은 쉬면서
休則平易矣(휴칙평이의) : 편히 지내어 편안하고도 간단한 것이
다.
平易則恬惔矣(평역칙념담의) : 편안하고도 간단하면 담담하게 되
고,
平易恬惔(평역념담) : 편안하고 간단하여 담담하다면
則憂患不能入(칙우환불능입) : 근심 걱정이 끼어 들 수가 없고
邪氣不能襲(사기불능습) : 사악한 기운이 침입할 수가 없을 것이
다.
故其德全而神不虧(고기덕전이신불휴) : 그러므로 그의 덕은 완전
하고 그의 정신에는 결함이 없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聖人之生也天行(성인지생야천행) : “성인은 살아감에 있어서는
자연의 운행을 따르고,
其死也物化(기사야물화) : 죽음에 있어서는 만물과 함께 변화한
다.
靜而與陰同德(정이여음동덕) : 고요히 있으면 음과 같은 덕이 되
고,
動而與陽同波(동이여양동파) : 움직이면 양과 같은 물결을 이룬
다.
不爲福先(불위복선) :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며,
不爲禍始(불위화시) : 환란을 피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感而後應(감이후응) : 외물이 느끼는데 따라서 반응을 보이며,
迫而後動(박이후동) : 외물이 닥쳐온 다음에야 움직이며,
不得已而後起(부득이이후기) : 부득이 해야만 비로소 일어선다.
去知與故(거지여고) : 지혜와 기교를 버리고
循天之理(순천지리) : 자연의 이치를 따른다”고 한 것이다.
故曰無天災(고왈무천재) : 그러므로 이르기를, 그에게는 하늘의
재난도 없고,
無物累(무물루) : 물건으로 인한 번거로움도 없고,
無人非(무인비) : 사람들의 비난도 없고,
無鬼責(무귀책) : 귀신의 책망도 없다.
不思慮(불사려) : 생각하고 염려하지 않고,
不豫謀(불예모) : 미리 일을 계획하지도 않는다.
光矣而不燿(광의이불요) : 빛이 있지만 겉으로 빛나지 않고,
信矣而不期(신의이불기) : 믿음이 있지만 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其寢不夢(기침불몽) : 그들은 잠을 자도 꿈꾸지 않으며,
其覺無憂(기각무우) : 잠에서 깨어나도 걱정하는 일이 없다.
其生若浮(기생약부) : 그의 삶은 물결에 뜬 것 같고
其死若休(기사약휴) : 그의 죽음은 쉬는 것과 같은 것이다
其神純粹(기신순수) : 그들의 정신은 순수하며,
其鬼不罷(기귀불파) : 그의 영혼은 피로해하지 않는다.
虛無恬惔(허무념담) : 허무하고 담담함으로써
乃合天德(내합천덕) : 바로 자연의 덕과 합치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悲樂者(비락자) :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德之邪(덕지사) : 덕의 방해요
喜怒者(희노자) : 기뻐하고 성내는 것은
道之過(도지과) : 도의 허물이요
好惡者(호악자) :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心之失(심지실) : 심덕의 손실이다.”고 했다
故心不憂樂(고심불우락) : 그러므로 “마음에 걱정하고 즐거워함
이 없는 것은
德之至也(덕지지야) : 덕의 지극함이요
一而不變(일이불변) : 기쁘고 성남을 하나로 보아서 움직이지 않
는 것은
靜之至也(정지지야) : 정의 지극함이며 좋고
無所於忤(무소어오) : 미움에 거스름이 없는 것은
虛之至也(허지지야) : 허의 지극함이요
不與物交(불여물교) : 물과 더불어 사귀지 않는 것은
惔之至也(담지지야) : 담담함의 지극함이며
無所於逆(무소어역) : 사물에 거스름이 없는 것은
粹之至也(수지지야) : 순수함의 지극함이다.”고 한 것이다
3.
故曰(고왈) : 옛말에 이르기를
形勞而不休則弊(형로이불휴칙폐) : “몸을 고달프게 하여 쉬지
않으면 쓰러지고
精用而不已則竭(정용이불이칙갈) : 정신을 써서 그치지 않으면
기운이 다한다.”고 한 것이다
水之性(수지성) : 물의 성질은
不雜則淸(불잡칙청) : 잡물이 쉬이지 않으면 맑고
莫動則平(막동칙평) : 움직이지 않으면 평평하고
鬱閉而不流(울폐이불류) : 꼭 막히어 흐르지 않으면
亦不能淸(역불능청) : 또한 맑을 수 없을 것이니
天德之象也(천덕지상야) : 이것은 천덕의 현상이다
故曰(고왈) : 옛말에도 이르기를
純粹而不雜(순수이불잡) : “마음이 순수하여 섞이지 않고
靜一而不變(정일이불변) : 고요하고 한결같아 변하지 않으며
惔而無爲(담이무위) : 염담해서 애쓰는 일이 없고
動而以天行(동이이천행) : 하늘의 운행을 따라 움직이는 것
此養神之道也(차양신지도야) : 이것이 정신을 기르는 길이다.”
고 한 것이다
夫有干越之劍者(부유간월지검자) : 저 간월에서 나는 칼을 가진
사람이
柙而藏之(합이장지) : 그것을 깊이 감추어
不敢輕用也(불감경용야) : 감히 쓰지 않는 것은
寶之至也(보지지야) : 지극히 보배로워하는 까닭이다
精神四達竝流(정신사달병류) : 그런데 우리의 정신은 사방으로
통하고 두루 흘러서
無所不極(무소불극) : 다함이 없는 것으로서
上際於天(상제어천) : 위로는 하늘에 닿고
下蟠於地(하반어지) : 아래로는 땅에 서리어
化育萬物(화육만물) : 만물을 만들어 기르지마는
不可爲象(불가위상) : 무엇이라고 모양할 수 없는 것이다
其名爲同帝(기명위동제) : 그래서 그것을 동제라 일컫는 것이다
純素之道(순소지도) : 본래 그대로의 도는
唯神是守(유신시수) : 오직 정신을 지키는 데 있는 것이니
守而勿失(수이물실) : 정신을 지켜 잃지 않으면
與神爲一(여신위일) : 몸은 정신과 더불어 하나가 될 것이요
一之精通(일지정통) : 하나의 정기가 걸림이 없이 통하면
合於天倫(합어천륜) : 이에 천리에 합하는 것이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그러므로 상말에 이르기를“
衆人重利(중인중리) : 속인들은 이익을 중히 여기고
廉士重名(렴사중명) : 청렴한 선비는 이름을 중히 여기며
賢人尙志(현인상지) : 어진 선비는 지조를 숭상하고
聖人貴精(성인귀정) : 성인은 정신을 귀히 여긴다.”한 것이다
故素也者(고소야자) : 그러므로 소박함이란 것은
謂其無所與雜也(위기무소여잡야) : 세상과 어울려도 거기에 섞이
지 않는 것을 이름이요
純也者(순야자) : 순박함이란 것은
謂其不虧其神也(위기불휴기신야) : 세상과 어울려도 그 정신이
이지러지지 않는 것을 이름이니
能體純素(능체순소) : 순수하고 소박한 도를 몸소 가진 사람을
謂之眞人(위지진인) : 진인이라 이르는 것이다
繕性
1.
繕性於俗(선성어속) : 통속적인 학문으로 본성을 닦아
俗學以求復其初(속학이구복기초) : 그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기
를 바라고,
滑欲於俗思(활욕어속사) : 통속적인 생각으로 욕망을 다스려
以求致其明(이구치기명) : 그의 밝은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謂之蔽蒙之民(위지폐몽지민) : 몽매한 백성이라 한다.
古之治道者(고지치도자) : 옛날의 도를 다스리던 사람들은
以恬養知(이념양지) : 욕심을 끊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있음으로
써 지혜를 길렀다.
知生而無以知爲也(지생이무이지위야) : 나면서부터 지혜로써 행
동하는 일이 없었으니,
謂之以知養恬(위지이지양념) : 그를 두고서 지혜로써 욕심이 없
이 깨끗하고 담담함을 기르는 것이라 말한다.
知與恬交相養(지여념교상양) : 지혜와 욕심이 없이 깨끗하고 담
담함이 서로를 길러줌으로써
而和理出其性(이화리출기성) : 조화와 이치가 그의 본성에 생겨
나는 것이다.
夫德和也(부덕화야) : 덕이란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道理也(도리야) : 도란 이치에 맞는 것이다.
德無不容仁也(덕무불용인야) : 덕이 모든 것을 용납하는 것이 어
짊이다.
道無不理義也(도무불리의야) : 도가 모두 이치에 들어맞는 것이
의로움이다.
義明而物親忠也(의명이물친충야) : 의로움이 밝음으로써 사물과
친근하게 되는 것이 충실함이다.
中純實而反乎情樂也(중순실이반호정락야) : 속마음이 순수하고
충실하여 그 성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음악이다.
信行容體而順乎文禮也(신행용체이순호문예야) : 자기 몸이 행하
는 대로 맡겨 두고도 절도에 알맞게 따르게 되는 것이 예의이다.
禮樂偏行則天下亂矣(예악편행칙천하란의) : 그런데 예의와 음악
이 한곳에 치우쳐 행해지면 곧 천하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彼正而蒙己德(피정이몽기덕) : 남을 바로잡아주려 하면서도 자기
의 덕을 어둡게 만드는데,
德則不冒(덕칙불모) : 덕이란 물건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冒則物必失其性也(모칙물필실기성야) : 가리게 되면 물건은 반드
시 그의 본성을 잃게 된다
2.
古之人(고지인) : 옛날 사람들은
在混芒之中(재혼망지중) : 혼돈하여 어두운 가운데
與一世而得澹漠焉(여일세이득담막언) : 온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담백하고도 적막한 생활을 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그 때는
陰陽和靜(음양화정) : 음양이 조화되어 고요했고,
鬼神不擾(귀신불요) : 귀신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四時得節萬物不傷(사시득절만물불상) : 사계절은 절도에 맞았고,
만물은 훼손됨이 없었으며,
群生不夭(군생불요) : 모든 생물은 일찍 죽는 일이 없었다.
人雖有知(인수유지) : 사람들은 비록 지혜를 가졌다 해도
無所用之(무소용지) : 쓸 곳이 없었다.
此之謂至一(차지위지일) : 이것을 지극한 통일이라 말하는 것이
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 때에는
莫之爲而常自然(막지위이상자연) : 일부러 하는 일이란 없이 언
제나 자연스러웠다.
逮德下衰(체덕하쇠) : 덕이 쇠퇴하자
及燧人伏羲始爲天下(급수인복희시위천하) : 수인과 복희가 천하
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是故順而不一(시고순이불일) : 그래서 백성들은 자연을 따르기는
했지만 통하여 하나가 되지는 않았다.
德又下衰(덕우하쇠) : 덕이 더 쇠퇴하자
及神農黃帝始爲天下(급신농황제시위천하) : 신농과 황제가 천하
를 다스리게 되었다.
是故安而不順(시고안이불순) : 그래서 안락하기는 하였지만 자연
을 따르지는 않게 되었다.
德又下衰(덕우하쇠) : 덕이 더 쇠퇴하자
及唐虞始爲天下(급당우시위천하) : 요와 순이 세상을 다스렸다.
與治化之流(여치화지류) : 정치와 교화의 나쁜 풍속을 일으켰고,
?淳散朴(?순산박) : 순진함이 없어지고 소박함이 사라졌으며,
離道以爲(리도이위) : 선을 위해 도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했고,
險德以行(험덕이행) : 덕을 저버리고 행동하게 했다.
然後去性而從於心(연후거성이종어심) : 그렇게 된 뒤에는 사람의
본성을 버리고 자기 마음을 따르게 되었다.
心與心識知(심여심식지) : 마음과 마음으로 상대방을 살펴 알았
으나
而不足以定天下(이부족이정천하) : 천하를 안정시킬 수는 없었다
.
然後附之以文(연후부지이문) : 그런 뒤에 문채를 거기에 더해졌
고,
益之以博(익지이박) : 넓은 지식을 더했다.
文滅質(문멸질) : 문채란 본질을 멸실케 하고,
博溺心(박익심) : 넓은 지식은 마음을 빠지게 하는 것이다.
然後民始惑亂(연후민시혹란) : 그렇게 된 뒤에는 백성들이 미혹
되어 혼란을 일으키게 되어
無以反其性情而復其初(무이반기성정이복기초) : 그들의 본성과
진실로 되돌아가거나 그들의 원래상태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되었
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렇게 본다면
世喪道矣(세상도의) : 세상은 도를 잃었고,
道喪世矣(도상세의) : 도는 세상을 잃었다.
世與道交相喪也(세여도교상상야) : 세상과 도가 서로를 잃었던
것이다.
道之人何由興乎世(도지인하유흥호세) : 그러니 도를 닦는 사람인
들 무슨 수로 세상을 일으키겠으며,
世亦何由興乎道哉(세역하유흥호도재) : 세상 역시 무슨 수로 도
를 일으키겠는가?
道無以興乎世(도무이흥호세) : 도는 세상에 일어날 수 없고,
世無以興乎道(세무이흥호도) : 세상은 도를 따라 일어날 수 없으
니,
雖聖人不在山林之中(수성인불재산림지중) : 비록 성인이 산 속에
숨어 있지 않다 해도
其德隱矣(기덕은의) : 그의 덕은 숨겨지는 것이다.
隱故不自隱(은고불자은) : 덕이 숨겨진다는 것은 성인 스스로가
덕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古之所謂隱士者(고지소위은사자) : 옛날의 숨어 있는 선비라는
사람들은
非伏身而弗見也(비복신이불견야) : 그의 몸을 감추어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非閉其言而不出也(비폐기언이불출야) : 그의 입을 닫고서 말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非藏其知而不發也(비장기지이불발야) : 그의 지혜를 감추어 두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時命大謬也(시명대류야) : 시대의 운명이 그와 크게 어긋나기 때
문이었다.
當時命而大行乎天下(당시명이대행호천하) : 시대의 운명이 들어
맞아 크게 자기 뜻을 전하여 폈다면
則反一無迹(칙반일무적) : 백성을 되돌려 놓되 자기의 흔적조차
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不當時命而大窮乎天下(불당시명이대궁호천하) : 시대의 운명이
들어맞지 않아 자기가 천하에서 크게 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則深根寧極而待(칙심근녕극이대) : 자신의 본성을 깊이 간직하고
자기의 운명을 편안히 받아들이면서 때를 기다릴 것이다.
此存身之道也(차존신지도야) : 이것이 몸을 보존하는 도인 것이
다
3.
古之存身者(고지존신자) : 옛날 몸을 보존하던 사람들은
不以辯飾知(불이변식지) : 변설로 지혜를 꾸미지 않았고,
不以知窮天下(불이지궁천하) : 지혜로 천하의 일을 다 밝혀 알려
하지 않았으며,
不以知窮德(불이지궁덕) : 지혜로 덕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危然虛其所而反其性已(위연허기소이반기성이) : 그의 자리에 있
으면서도 그의 본성으로 돌아갔으니,
又何爲哉(우하위재) : 자기가 또 무슨 일을 인위적으로 하였겠는
가?
道固不小行(도고불소행) : 도란 본래 행동으로 따를 수 있는 것
이 아니며,
德固不小識(덕고불소식) : 덕이란 본래 지혜로 얻어지는 것이 아
니다.
小識傷德(소식상덕) : 작은 지식이란 덕을 손상시키는 것이며,
小行喪道(소행상도) : 작은 행동이란 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正己而已矣(정기이이의) : “자기를 올바르게 할 따름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樂全之謂得志(락전지위득지) : 그러면 즐거움이 완전해지는데 그
것을 뜻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古之所謂得志者(고지소위득지자) : 옛날의 뜻을 얻었던 사람들이
란
非軒冕之謂也(비헌면지위야) : 높은 벼슬을 얻은 것을 뜻하는 것
이 아니었다.
謂其無以益其樂而已矣(위기무이익기락이이의) : 그것은 그의 즐
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今之所謂得志者(금지소위득지자) : 지금의 뜻을 얻은 사람들이란
軒冕之謂也(헌면지위야) : 높은 벼슬을 얻은 것을 두고 말한다.
軒冕在身(헌면재신) : 높은 벼슬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非性命也(비성명야) : 자기의 본성이나 운명이 아닌 것이다.
物之儻來(물지당래) : 그것은 물건이 갑자기 와서
寄者也(기자야) : 자기에게 붙은 것과 같은 것이다. .
寄之(기지) : 자기에게 붙은 것이지만
其來不可圉(기래불가어) : 그것이 자기에게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其去不可止(기거불가지) : 그것이 떠나는 것을 붙들어 둘 수도
없는 것이다.
故不爲軒冕肆志(고불위헌면사지) : 그러므로 높은 벼슬을 얻었다
하여 뜻을 방자히 두지 않고,
不爲窮約趨俗(불위궁약추속) : 곤궁하다 해도 세속을 쫓지 않아
야 한다.
其樂彼與此同(기락피여차동) : 그 즐거움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
다.
故無憂而已矣(고무우이이의) : 그러므로 근심이 없을 것이다
今寄去則不樂(금기거칙불락) : 자기에게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가
면 즐겁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런 것을 보면
雖樂(수락) : 비록 즐긴다 해도
未嘗不荒也(미상불황야) : 전혀 마음은 본성을 버리고 있는 것이
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喪己於物(상기어물) : 물건에 의해 자기를 잃게 되고,
失性於俗者(실성어속자) : 세속 때문에 본성을 잃는 것을 두고
謂之倒置之民(위지도치지민) : 근본과 말단을 거꾸로 하는 백성
들이라 하는 것이다
秋水
1.
秋水時至(추수시지) : 가을이 되면
百川灌河(백천관하) :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
涇流之大(경류지대) : 그 본 줄기는 커서
兩涘渚崖之間不辯牛馬(량사저애지간불변우마) : 양편 물가의 거리
가 상대편에 있는 소나 말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다.
於是焉河伯欣然自喜(어시언하백흔연자희) : 그래서 황하의 신은
기뻐하며
以天下之美爲盡在己(이천하지미위진재기) : 천하의 모든 아름다
움이 자신에게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고,
順流而東行(순류이동행) :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가
至於北海(지어북해) : 북해에 도착했다.
東面而視(동면이시) : 그 곳에 이르러 동쪽을 바라보았으나
不見水端(불견수단) :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어시언하백시선기면목) : 황하의 신은 비
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望洋向若而歎曰(망양향약이탄왈) : 북해의 신을 우러러 보고 탄
식하며 말했다.
野語有之曰(야어유지왈) : “속담에 이르기를
聞道百以爲莫己若者(문도백이위막기약자) : 백가지 도리를 알고
는 자기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고 하였는데,
我之謂也(아지위야) :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且夫我嘗聞少仲尼之聞(차부아상문소중니지문) : 저는 일찍이 공
자의 넓은 지식을 낮게 평가하고
而輕伯夷之義者(이경백이지의자) : 백이 같은 절의를 가볍게 여
기는 이론을 듣고도
始吾弗信(시오불신) : 지금까지는 믿지 않고 있었습니다.
今我睹者之難窮也(금아도자지난궁야) : 지금에 와서 선생님의 끝
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런 것 같이 느껴집니다.
吾非至於子之門(오비지어자지문) : 제가 선생님의 문하로 들어오
지 않았다면
則殆矣(칙태의) :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吾長見笑於大方之家(오장견소어대방지가) : 저는 오랫동안 위대
한 도를 터득한 사람에게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井䵷不可以語於海者(정와불가이어어해자) : “우물 안의 개구리에
게 바다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拘於虛也(구어허야) : 공간의 구속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하충불가이어어빙자) : 여름 벌레에게 어름
에 대해 얘기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篤於時也(독어시야) : 시간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曲士不可以語於道者(곡사불가이어어도자) : 비뚤어진 선비에게
도에 관해 얘기를 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束於敎也(속어교야) :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今爾出於崖涘(금이출어애사) : 지금 당신은 물가를 벗어나
觀於大海(관어대해) : 큰 바다를 보고서야
乃知爾醜(내지이추) : 당신의 추함을 알게 되었다.
爾將可與語大理矣(이장가여어대리의) : 그래서 당신에게 위대한
도리를 얘기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天下之水(천하지수) : 세상의 물 중에
莫大於海(막대어해) : 바다 보다 더 큰 것은 없다.
萬川歸之(만천귀지) :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며,
不知何時止而不盈(불지하시지이불영) : 잠시도 흘러듦을 멈추지
않는 데도 차서 넘치지 않는다.
眉閭泄之(미려설지) : 미려에서는 바닷물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
러 나가지만
不知何時已而不虛(불지하시이이불허) : 물이 어느 때에 말라서
비어버리는지 모른다.
春秋不變(춘추불변) : 봄이나 가을에도 변화가 없고,
水旱不知(수한부지) : 장마가 지나 가뭄도 모른다.
此其過江河之流(차기과강하지류) : 이 바다가 장강이나 황하의
흐름보다
不可爲量數(불가위량수) : 얼마나 방대한 것인가는 수량으로 계
측할 수 없다.
而吾未嘗以此自多者(이오미상이차자다자) : 그러나 나는 이런 것
으로 스스로 많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自以比形於天地(자이비형어천지) : 그것은 내 모양은 천지에서
받았고
而受氣於陰陽(이수기어음양) : 그 기운은 음양에서 받았기 때문
에
吾在天地之間(오재천지지간) :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어서
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유소석소목지재대산야) : 작은 나무나 작
은 돌이 마치 큰산에 있는 것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方存乎見少(방존호견소) : 이렇게 나의 존재를 작게 보고 있는데
又奚以自多(우해이자다) : 또 어찌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計四海之在天地之間也(계사해지재천지지간야) : 사방의 바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크기를 헤아려보면,
不似礨空之在大澤乎(불사뢰공지재대택호) : 소라 구멍이 큰 연못
가에 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計中國之在海內(계중국지재해내) : 한 나라가 세상에 차지하는
크기를 헤아려 보면
不似稊米之在大倉乎(불사제미지재대창호) : 큰 창고 속에 있는
곡식 알 하나와 비슷하지 않은가?
號物之數謂之萬(호물지수위지만) : 물건의 종류에는 몇 만이라는
수가 붙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들이 그 중 하나의 수를 차지한다.
人卒九州(인졸구주) : 사람의 수에 있어서 구주에서 생각해보아
도
穀食之所生(곡식지소생) : 세상의 곡식들이 생산되는 곳과
舟車之所通(주거지소통) : 배와 수레가 통하는 곳에 널리 살고
있는데,
人處一焉(인처일언) : 사람이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此其比萬物也(차기비만물야) : 이런 사람을 만물과 비교해 본다
면
不似豪末之在於馬體乎(불사호말지재어마체호) : 말의 몸에 있는
하나의 가는 털에 지나지 않는다.
五帝之所運(오제지소운) : 오제가 천자 자리를 서로 물려준 것이
나,
三王之所爭(삼왕지소쟁) : 삼왕에 이르러 서로 다툰 것이나,
仁人之所憂(인인지소우) : 어진 사람이 근심하는 것이나,
任士之所勞(임사지소로) :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수고를 하는
것이나
盡此矣(진차의) : 모두가 이와 같이 작은 일이다.
伯夷辭之以爲名(백이사지이위명) : 백이는 왕위를 사양함으로써
명성을 얻었고,
仲尼語之以爲博(중니어지이위박) : 공자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얘기하여 박학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此其自多也(차기자다야) : 이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
었지만,
不似爾向之自多於水乎(불사이향지자다어수호) : 당신이 조금 전
까지 스스로 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여기던 것과 비슷하지 않
은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吾大天地而小毫末(연칙오대천지이소호말) :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可乎(가호) : 할 수도 있습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否夫物(부부물) : “아니다. 물건이란
量無窮(량무궁) :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時無止(시무지) :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分無常(분무상) :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終始無故(종시무고)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
로 있는 것이 없다.
是故大知觀於遠近(시고대지관어원근) :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故小而不寡(고소이불과) :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大而不多(대이불다) :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知量無窮(지량무궁) : 물건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證曏今故(증향금고) : 또한 시간의 옛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故遙而不悶(고요이불민) : 그러므로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
고,
掇而不跂(철이불기) :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
다.
知時無止(지시무지) :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察乎盈虛(찰호영허) : 그는 모든 것은 달처럼 찼다 기울었다 하
는 것임을 알고 있다.
故得而不喜(고득이불희) : 그러므로 물건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
고,
失而不憂(실이불우) : 물건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知分之無常也(지분지무상야) : 사람의 분수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明乎坦塗(명호탄도) : 그는 도란 넓은 것임을 분명히 알고 이해
하고 있다.
故生而不說(고생이불설) : 그러므로 산다고 해서 기뻐하지 않고,
死而不禍(사이불화) : 죽는다고 해서 불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知終始之不可故也(지종시지불가고야) :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計人之所知(계인지소지) :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헤아려 보면
,
不若其所不知(불약기소불지) :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에 비길
것이 못 된다.
其生之時(기생지시) : 또한 살아 있는 시간이란
不若未生之時(불약미생지시) : 살아 있지 못한 시간에 비길 것이
못 된다.
以其至小求窮其至大之域(이기지소구궁기지대지역) : 그런 지극히
작은 입장에서 지극히 큰 영역을 추궁하려 들기 때문에
是故迷亂而不能自得也(시고미란이불능자득야) : 미혹되고 혼란하
여 스스로 안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렇게 본다면
又何以知毫末之足以定至細之倪(우하이지호말지족이정지세지예) :
털끝이 지극히 미세하다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又何以知天地之足以窮至大之域(우하이지천지지족이궁지대지역) :
하늘과 땅이 지극히 큰 영역이라고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世之議者皆曰(세지의자개왈) : “세상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 모두 말하기를
至精無形(지정무형) : ‘지극히 정세한 것에는 형체가 없고,
至大不可圍(지대불가위) : 지극히 큰 것은 포괄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是信情乎(시신정호) : 이것이 사실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夫自細視大者不盡(부자세시대자불진) :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보면 그 전체를 다 볼 수가 없고,
自大視細者不明(자대시세자불명) :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보면 분
명히 보이지 않는다.
故異便(고이편) : 그러므로 그기에는 잘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
가 있을 것이다
此勢之有也(차세지유야) : 그것은 마땅이 그러함이 있을 것이다
夫情小之微也(부정소지미야) : 정세하다는 것은 작은 것 중에서
도 미세하다는 뜻이다.
垺大之殷也(부대지은야) : 극대하다는 것은 큰 것 중에서도 아주
크다는 뜻이다.
夫精粗者(부정조자) : 정세하다느니 굵다느니 하는 것은
期於有形者也(기어유형자야) : 형체가 있어서 결정되는 것이다.
無形者(무형자) : 형체가 없는 것은
數之所不能分也(수지소불능분야) : 수량으로 나눌 수가 없는 것
이다.
不可圍者(불가위자) : 포괄할 수 없이 큰 것은
數之所不能窮也(수지소불능궁야) : 숫자로서 크기를 따져 밝힐
수 없는 것이다.
可以言論者(가이언론자) : 말로써 논할 수 있는 것이란
物之粗也(물지조야) : 물건으로서 큰 것이다.
可以意致者(가이의치자) : 뜻으로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物之精也(물지정야) : 물건으로서 정세한 것이다.
言之所不能論(언지소불능론) : 말로써 논할 수 없고,
意之所不能致者(의지소불능치자) : 뜻으로서 살펴 인지할 수 없
는 것은
不期精粗焉(불기정조언) : 정세하고 크다는 것을 결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是故大人之行(시고대인지행) : 그러므로 위대한 사람의 행동은
不出乎害人(불출호해인) :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서 나오고
不多仁恩(불다인은) : 어짊과 은혜를 많이 베풀려 하지도 않는다
.
動不爲利(동불위리) : 행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없지만
不賤門隸(불천문예) : 문지기나 노예를 천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貨財弗爭(화재불쟁) : 재물을 위해 다투지 않지만
不多辭讓(부다사양) : 사양하는 것을 훌륭한 것이라 여기지도 않
는다.
事焉不借人(사언불차인) : 일을 함에 있어 남의 힘을 빌리지도
않지만
不多食乎力(불다식호력)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으며,
不賤貧汚(불천빈오) : 탐욕 많은 자나 비열한 자들을 천하게 여
기지도 않는다.
行殊乎俗(행수호속) : 행동은 세속과 다르지만
不多僻異(불다벽이) : 치우치고 기이한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爲在從衆(위재종중) : 행동은 여러 사람을 따르지만
不賤佞諂(불천녕첨) :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천하게 여기지
도 않는다.
世之爵祿不足以爲勸(세지작록불족이위권) : 세상의 벼슬이나 봉
록으로도 그의 행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고,
戮恥不足以爲辱(륙치부족이위욕) : 형벌이나 치욕으로도 그를 욕
되게 하기는 부족하다.
知是非之不可爲分(지시비지불가위분) : 그는 옳고 그름은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細大之不可爲倪(세대지불가위예) : 작고 큰 것도 분별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다.
聞曰(문왈) : 듣건대
道人不聞(도인불문)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
至德不得(지덕부득)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남이 알아주지
않으며,
大人無己(대인무기) : 위대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없다고 하였는
데,
約分之至也(약분지지야) : 자기의 분수를 한정하고 지내는 지극
한 경지인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若物之外(약물지외) : “물건의 외형이나
約物之內(약물지내) : 내면에 있어서
惡至而倪貴賤(악지이예귀천) :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
분이 생기며,
惡至而倪小大(악지이예소대) :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物無貴賤(물무귀천) : 물건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以物觀之(이물관지) : 물건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自貴而相賤(자귀이상천) :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以俗觀之(이속관지) :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貴賤不在己(귀천불재기) :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以差觀之(이차관지) :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大而大之(인기소대이대지) :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
장에서 말하면
則萬物莫不大(칙만물막불대) :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因其所小而小之(인기소소이소지) :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
장에서 보면
則萬物莫不小(칙만물막불소) :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知天地之爲稊米也(지천지지위제미야) :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
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知毫末之爲丘山也(지호말지위구산야) :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
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則差數覩矣(칙차수도의) : 그렇게 차이와 수자를 볼 수 있을 것
이다
以功觀之(이공관지) : 공용(功用)의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有而有之(인기소유이유지) : 그 공용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는
則萬物莫不有(칙만물막불유) : 만물에는 쓸데 없는 것이란 없게
되며,
因其所無而無之(인기소무이무지) : 그 공용을 없다고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無(칙만물막불무) : 만물 중에 쓸데 있는 것이란 없게
된다.
知東西之相反而不可以相無(지동서지상반이불가이상무) : 동쪽과
서쪽은 서로 반대가 되면서도 서로 어느 한편이 없어서는 안 되
는 것임을 안다면,
則功分定矣(칙공분정의) : 곧 공용의 규정도 상대적인 것임을 알
것이다.
以趣觀之(이취관지) : 취향이란 관점에서 볼 때,
因其所然而然之(인기소연이연지) : 그것이 그러함을 인정하는 입
장에서는
則萬物莫不然(칙만물막불연) : 만물에는 옳지 않은 것이란 없게
된다.
因其所非而非之(인기소비이비지) : 그것이 그름을 비난하는 입장
에서는
則萬物莫不非(칙만물막불비) : 만물에는 그릇되지 않은 것이 없
게 된다.
知堯桀之自然而相非(지요걸지자연이상비) : 요임금이나 걸왕이
모두 스스로는 시인하면서도 남이 비난하였다는 것을 안다면
則趣操覩矣(칙취조도의) : 취향이란 것도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임을 알 것이다.”
昔者堯舜讓而帝(석자요순양이제) : 옛날에 요와 순은 천자의 자
리를 물려받아 제업을 이루었고,
之괘噲讓而絶(지괘쾌양이절) : 연나라 임금 증은 재상의 아들 지
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으나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湯武爭而王(탕무쟁이왕) : 은나라 탕왕이나 주나라 무왕은 다툼
을 통해 왕이 되었으나,
白工爭而滅(백공쟁이멸) : 초나라 백공은 다툼으로 멸망했다.
由此觀之(유차관지) : 이로 볼 때
爭讓之禮(쟁양지례) : 이처럼 다투고 사양하는 예절이나,
堯桀之行(요걸지행) : 요임금과 걸왕 같은 행동은
貴賤有時(귀천유시) : 때에 따라 귀하게도 되고 천하게도 되는
것이어서
未可以爲常也(미가이위상야) : 일정한 표준에 의해 생각할 수 없
는 것이다.
梁麗可以衝城(량려가이충성) : 들보나 기둥같이 큰 재목은 성벽
을 무너뜨리는 데는 유용하지만
而不可以窒穴(이불가이질혈) : 작은 구멍을 막는 데는 소용이 없
다.
言殊器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기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騏驥驊騮(기기화류) : 천리마는
一日而馳千里(일일이치천리) :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지만
捕鼠不如狸狌(포서불여리성) : 쥐를 잡는 데는 삵쾡이만 못하다.
言殊技也(언수기야) : 말하자면 그것은 재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鴟鵂夜撮蚤(치휴야촬조) : 올빼미는 밤에도 벼룩을 잡고
察毫末(찰호말) : 터럭 끝도 볼 수 있지만
晝出瞋目而不見丘山(주출진목이불견구산) : 낮에 나와서는 눈을
뜨고도 큰산도 보지 못한다.
言殊性也(언수성야) : 말하자면 그것은 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蓋師是而無非(개사시이무비) : 어찌 옳다는 것을 존중하고 그르
다는 것은 무시하며,
師治而無亂乎(사치이무란호) : 다스림은 존중하고 혼란은 무시하
는가?
是未明天地之理(시미명천지지리) : 그것은 하늘과 땅의 이치와
萬物之情者也(만물지정자야) : 만물의 진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
이다.
是猶師天而無地(시유사천이무지) : 그것은 마치 하늘은 존중하면
서 땅은 무시하고,
師陰而無陽(사음이무양) : 음은 존중하면서 양은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其不可行明矣(기불가행명의) : 그것이 통용될 수 없는 것임은 분
명한 일이다.
然且語而不舍(연차어이불사) : 그런데도 그런 주장을 버리지 않
고 내세우는 자들은
非愚則誣也(비우칙무야) :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帝王殊禪(제왕수선) : 옛날 제왕들을 보면 물려주는 방법이 서로
달랐고,
三代殊繼(삼대수계) : 하·은·주 3대의 왕위 계승 방법도 각기
달랐다.
差其時(차기시) : 그 시대와 어긋나게 하고,
逆其俗者(역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거스르는 자를 두고
謂之簒夫(위지찬부) : 그를 찬탈자라 부르며,
當其時(당기시) : 그 시대에 합당하게 하고
順其俗者(순기속자) : 그 때의 세속을 따르는 사람을 두고
謂之義之徒(위지의지도) : 의로운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다
黙黙乎河伯(묵묵호하백) : 황하의 신은 말이 없으니
女惡知貴賤之門(여악지귀천지문) : 네가 어찌 귀천의 문과
小大之家(소대지가) : 대소의 집을 알겠는가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我何爲乎(연칙아하위호) :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吾辭受趣舍(오사수취사) : 제가 사양하거나 나가거나 멈추는데
있어서
吾終奈何(오종내하) :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됩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以道觀之(이도관지)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何貴何賤(하귀하천) :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
겠는가?
是謂反衍(시위반연) : 이런 경지를 혼돈하게 통일된 상태라고 말
하는 것이다.
無拘而志(무구이지) :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與道大蹇(여도대건) :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何少何多(하소하다) :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
엇을 많다 하겠는가?
是謂謝施(시위사시) :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라
말하는 것이다.
無一而行(무일이행) : 한편에만 치우치는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
다.
與道參差(여도참차) : 그러면 도에 어긋나게 된다.
嚴嚴乎若國之有君(엄엄호약국지유군) :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
과 같아서
其無私德(기무사덕) :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
繇繇乎若祭之有社(요요호약제지유사) :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땅의 신과 같아서
其無私福(기무사복) : 사사로이 복을 내려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
泛泛乎其若砂防之無窮(범범호기약사방지무궁) : 대범하기가 사방
이 끝없는 것과 같아서
其無所畛域(기무소진역) : 아무런 한계도 없어야 한다.
兼懷萬物(겸회만물) : 만물을 다 같아 아울러 감싸서
其孰承翼(기숙승익) : 그 어떤 사람만을 아껴주거나 도와 주는
일이 없으면
是謂無方(시위무방) : 이것을 두고 일정한 넓이가 없는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萬物一齊(만물일제) : 만물은 한결같이 평등한 것이니,
孰短孰長(숙단숙장) : 어느 것이 못하고 어느 것이 더 나은가?
道無終始(도무종시) : 도에는 시작도 끝도 없지만
物有死生(물유사생) : 물건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不恃其成(불시기성) : 그래서 물건의 공용이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一虛一盈(일허일영) : 어떤 때는 비어 있다가도 어떤 때는 차게
마련이어서
不位乎其形(불위호기형) : 그 형세에는 일정한 위치가 없다.
年不可擧(년불가거) : 늙어 가는 나이는 막을 수가 없고,
時不可止(시불가지) : 흘러가는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消息盈虛(소식영허) : 생성소멸과 찼다가 비는 일을 반복하여
終則有始(종칙유시) : 그치면 또 시작을 한다.
是所以語大義之方(시소이어대의지방) : 이것이야말로 내가 위대
한 도의 뜻을
論萬物之理也(론만물지리야) : 얘기하고 만물의 이치를 논하는
까닭인 것이다.
物之生也(물지생야) : 물건의 생성은
若驟若馳(약취약치) : 말이 뛰거나 달리는 것처럼 변화한다.
無動而不變(무동이불변) :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없고
,
無時而不移(무시이불이) : 잠시도 바뀌지 않는 것이란 없는 것이
다.
何爲乎(하위호) : 그런데 무엇을 하겠고
何不爲乎(하불위호) : 무엇을 하지 못하는가?
夫固將自化(부고장자화) : 그대로 스스로 변화하게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말했다.
然則何貴於道邪(연칙하귀어도사) : “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知道者必達於理(지도자필달어리) :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達於理者必明於權(달어리자필명어권) : 이에 통달한 사람은 물건
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明於權者不以物害己(명어권자불이물해기) : 물건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至德者(지덕자) :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火弗能熱(화불능열) :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水弗能溺(수불능익) :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寒暑弗能害(한서불능해) :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禽獸不能賊(금수불능적) :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
다.
非謂其薄之也(비위기박지야) :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
는 말은 아니다.
言察乎安危(언찰호안위) :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寧於禍福(녕어화복) :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謹於去就(근어거취) :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莫之能害也(막지능해야) :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
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天在內(천재내) :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人在外(인재외) : 인위적인 것은 밖으로 내보내어,
德在乎天(덕재호천) : 그의 덕이 자연에 있게 된다고 말하는 것
이다.
知乎人之行(지호인지행) : 자연과 사람의 행위에 대해 알고
本乎天(본호천) : 자연을 근본으로 삼는다면,
位乎得(위호득) : 그의 올바른 위치를 얻게 될 것이다.
蹢躅而屈伸(척촉이굴신) : 그러면 나아가고 물러나고 굽히고 뻗치
고 자유자재로 되며,
反要而語極(반요이어극) : 도로 되돌아가 진리의 극치를 얘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河伯曰(하백왈) : 황하의 신이 물었다.
何謂天(하위천) : “무엇을 자연이라 하고,
何謂人(하위인) : 무엇을 인위라 하는 것입니까?”
北海若曰(북해약왈) : 북해의 신이 말했다.
牛馬四足(우마사족) : “소나 말이 네 발을 가지고 있는 것을
是謂天(시위천) : 자연이라 말하고,
落馬首(락마수) : 말의 머리에 고삐를 매거나
穿牛鼻(천우비) : 소의 코를 뚫는 것을
是謂人(시위인) : 인위라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無以人滅天(무이인멸천) : 인위로써 자연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故滅命(무이고멸명) : 지혜로 천명을 손상시키면 안되고,
無以得殉名(무이득순명) : 자기의 덕을 명성을 위해 희생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謹守而勿失(근수이물실) : 자연을 지켜 잃지 않는 것을
是謂反其眞(시위반기진) : 그의 진실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말한
다.”
2.
夔憐蚿(기련현) :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는 발이 많은 지네를 부
러워하고,
蚿憐蛇(현련사) : 지네는 발 없이도 움직이는 뱀을 부러워하고,
蛇憐風(사련풍) : 뱀은 의지하는 데 없이 움직이는 바람을 부러
워하고,
風憐目(풍련목) : 바람은 움직이지도 않고 가는 눈(目)을 부러워
하고,
目憐心(목련심) : 눈은 가지 않고도 아는 마음을 부러워한다.
夔謂蚿曰(기위현왈) : 기가 지네에게 말했다.
吾以一足趻踔而行(오이일족참탁이행) : “나는 한발로 껑충껑충
뛰어다니지만
予無如矣(여무여의) : 그대는 뜻대로 가지지 않습니다.
今子之使萬足(금자지사만족) : 이제 그대는 수많은 발을 쓰니
獨奈何(독내하) : 얼마나 편하십니까?”
蚿曰(현왈) : 지네가 대답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子不見夫唾者乎(자불견부타자호) : 당신은 침 뱉는 것을 보지 못
했습니까?
噴則大者如珠(분칙대자여주) :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 같고
小者如霧(소자여무) : 작은 것은 안개 같은데,
雜而下者不可勝數也(잡이하자불가승수야) : 크고 작은 것이 섞여
떨어지는 그 수는 이루 다 알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今予動吾天機(금여동오천기) : 지금 나는 그처럼 나의 자연스러
운 기능을 사용할 따름이어서
而不知其所以然(이불지기소이연) : 그렇게 편리한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
蚿謂蛇曰(현위사왈) : 지네가 뱀에게 물었다.
吾以衆足行(오이중족행) : “저는 많은 발로 다니고 있지만
而不及子之無足(이불급자지무족) : 선생의 발 없는 것만 못하니
何也(하야) : 어째서입니까?”
蛇曰(사왈) : 뱀이 대답했다.
夫天機之所動(부천기지소동) : “자연스러운 기능에 의해 움직여
지는 것을
何可易邪(하가역사) :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吾安用足哉(오안용족재) : 내 어찌 발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
蛇謂風曰(사위풍왈) : 뱀이 바람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予動吾脊脅而行(여동오척협이행) : 저는 저의 척추와 갈비뼈를
움직여 다니고 있으니
則有似也(칙유사야) : “의지하는 곳이 있는 셈입니다.
今子蓬蓬然起於北海(금자봉봉연기어북해) : 선생께서는 북해에서
일어나
蓬蓬然入於南海(봉봉연입어남해) : 남해로 불어 들어가는데도
而似無有下野(이사무유하야) : 의지하는 곳이 없으니 어째서입니
까?”
風曰然(풍왈연) : 바람이 대답했다.“그렇습니다.
予蓬蓬然起於北海(여봉봉연기어북해) : 나는 북해에서 일어나
而入於南海也(이입어남해야) : 남해로 불어 들어갑니다.
然而指我則勝我(연이지아칙승아) : 그러나 손가락도 나를 이기고
,
鰌我亦勝我(추아역승아) : 발길질도 나를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夫折大木(부절대목) : 큰 나무를 꺾고
蜚大屋者(비대옥자) : 큰 지붕을 날려 보내는 것이 또
唯我能也(유아능야) : 한 나의 능력입니다.
故以衆小不勝爲大勝也(고이중소불승위대승야) : 작은 것은 이겨
내지 못하면서도 큰 것은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爲大勝者(위대승자) : 완전히 크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은
唯聖人能之(유성인능지) :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3.
孔子遊於匡(공자유어광) : 공자가 광이라는 곳에 갔을 때
衛人圍之數帀(위인위지수잡) : 송나라 사람들이 그를 몇 겹으로
포위하고 해치려 하였으나
而絃歌不惙(이현가불철) : 공자는 쉬지 않고 금을 타며 노래를
했다.
子路入見曰(자로입견왈) : 자로가 들어와서 공자에게 물었다.
何夫子之娛也(하부자지오야)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 상황에
서 즐거우실 수가 있습니까?”
孔子曰來(공자왈래) : 공자가 이르기를 “와서
吾語女(오어여) :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我諱窮久矣(아휘궁구의) : 내가 이제껏 곤궁한 것을 싫어한지 오
래 되었지만
而不免(이불면) : 그것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命也(명야) : 운명일 것이다.
求通久矣(구통구의) : 나의 뜻대로 되기를 바란지 오래 되었지만
而不得(이부득) : 그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時也(시야) : 시세(時勢)일 것이다.
當堯舜之時而天下無窮人(당요순지시이천하무궁인) : 요임금과 순
임금의 시대에는 천하에 곤궁한 사람이 없었는데,
非知得也(비지득야) :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當桀紂之時而天下無通人(당걸주지시이천하무통인) : 걸왕과 주왕
시대에는 천하에 뜻대로 사는 사람이란 없었는데,
非知失也(비지실야) :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가 없어서 그렇
게 되었던 것은 아니다.
時勢適然(시세적연) : 시세가 마침 그랬던 것이다.
夫水行不避蛟龍者(부수행불피교룡자) : 물 속을 다니면서도 교룡
이나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漁父之勇也(어부지용야) : 어부들의 용기이다.
陸行不避兕虎者(육행불피시호자) : 육지를 다니면서도 외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獵夫之勇也(렵부지용야) : 사냥꾼들의 용기이다.
白刃交於前(백인교어전) : 시퍼런 칼날이 눈앞에 맞부딪치고 있
어도
視死若生者(시사약생자) : 죽음을 삶과 같이 여기는 것은
烈士之勇也(렬사지용야) : 열사들이 용기이다.
知窮之有命(지궁지유명) : 자기가 곤궁하여진 것은 운명임을 알
고,
知通之有時(지통지유시) : 뜻대로 되자면 시세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臨大難而不懼者(림대난이불구자) : 큰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두려
워하지 않는 것은
聖人之勇也(성인지용야) : 성인의 용기이다.
由處矣(유처의) : 자로야! 자리에 편히 앉거라.
吾命有所制矣(오명유소제의) : 나는 운명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
는 것이다.”
無幾何(무기하) : 얼마 되지 않아
將甲者進(장갑자진) : 무장한 군사를 이끄는 장수가 들어와
辭曰(사왈) : 사과하기를
以爲陽虎也(이위양호야) : “저희들은 선생님이 양호인 줄 알고
故圍之(고위지) : 그래서 포위했었습니다.
今非也(금비야) : 이제 양호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請辭而退(청사이퇴) : 사과를 드리고 물러나려고 왔습니다.”
4.
公孫龍問於魏牟曰(공손룡문어위모왈) : 공손룡이 위모에게 물었
다.
龍少學先王之道(룡소학선왕지도) : “저는 어려서부터 옛 임금들
의 도를 배웠고,
長而明仁義之行(장이명인의지행) : 자라서는 어짊과 의로움으로
행동을 했습니다.
合同異(합동이) : 같고 다른 것들을 하나로 합하여 논하였고,
離堅白然不然(리견백연불연) : 같은 돌에서 굳다는 개념과 희다
는 개념을 둘로 분리시켰습니다.
可不可(가불가) :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 하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다 했습니다.
困百家之知(곤백가지지) : 여러 학자들의 지혜를 곤경으로 몰아
넣었고,
窮衆口之辯(궁중구지변) : 여러 사람들의 언변을 궁지로 몰았습
니다.
吾自以爲至達已(오자이위지달이) : 저는 스스로를 지극히 통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今吾聞莊子之言(금오문장자지언) : 그러나 장자의 말을 듣고 나
서는
汒焉異之(망언이지) : 멍하니 정신이 없고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
습니다.
不知論之不及與(불지론지불급여) : 저의 이론이 그에 미치지 못
하는 것인지,
知之弗若與(지지불약여) : 저의 지혜가 그만 못한 것인지 모르겠
습니다,
今吾無所開吾喙(금오무소개오훼) : 저는 지금 입을 열 수가 없습
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 감히 묻건데 그의 도는 어떤 것입니까?”
公子牟隱机大息(공자모은궤대식) : 공자 모가 책상에 기대어 크
게 한숨을 짓고
仰天而笑曰(앙천이소왈) :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말했다.
子獨不聞夫?之䵷乎(자독불문부?지와호) : “당신은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謂東海之鱉曰(위동해지별왈) : 개구리가 어느 날 동해의 거북에
게 말했습니다.
吾樂與(오락여) : 나는 참 즐겁다.
出跳梁乎井幹之上(출도량호정간지상) : 우물가 위로 뛰어올라가
놀기도 하고,
入休乎缺甃之崖(입휴호결추지애) : ‘깨어진 벽 틈으로 들어가
쉬기도 한다.
赴水則接腋持頤(부수칙접액지이) : 물로 들어가서는 양편 겨드랑
이를 수면에 대고 턱을 물 위에 받치며,
蹶泥則沒足滅跗(궐니칙몰족멸부) : 진흙을 발로 차면 발등까지
밖에 빠지지 않는다.
還視虷蟹與科斗(환시간해여과두) : 장구벌레나 게나 올챙이를 둘
러봐도
莫吾能若也(막오능약야) : 나만한 것이 없다.
且夫擅一壑之水(차부천일학지수) : 거기에다 한 우물을 독점하고
서
而跨跱埳井之樂(이과치감정지락) : 무너진 우물을 지배하는 즐거
움 .
此亦至矣(차역지의) : 또한 최고이다
夫子奚不時來入觀乎(부자해불시래입관호) : 당신도 한 번 들어와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東海之鱉左足未入(동해지별좌족미입) : 그래서 동해의 거북이 들
어가 보려고 왼발을 넣기도 전에
而右膝已縶矣(이우슬이집의) : 오른편 무릎이 걸려버리고 말았습
니다.
於是逡巡而却(어시준순이각) : 그래서 어정어정 기어나와
告之海曰(고지해왈) : 개구리에게 바다 얘기를 했습니다.
夫千里之遠(부천리지원) : 천리의 먼 거리로도
不足以擧其大(불족이거기대) : 바다를 크기를 표현하기에 부족하
고,
千仞之高(천인지고) : 천 길의 높이로도
不足以極其深(부족이극기심) : ‘바다의 깊이를 형용하기에 부족
하다.
禹之時十年九潦(우지시십년구료) : 우 임금 때 십 년 동안에 아
홉 번이나 큰 장마가 졌지만
而水弗爲加益(이수불위가익) : 바다의 물은 불어나지 않았고,
湯之時八年七旱(탕지시팔년칠한) : 탕 임금 때 팔 년 동안에 일
곱 번이나 가뭄이 들었지만
而崖不爲加損(이애불위가손) : 바다의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夫不爲頃久推移(부불위경구추이) : 시간이 짧고 긴 것에 따라 변
화하는 법이 없으며,
不以多少進退者(불이다소진퇴자) : 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줄고
늘지 않는 것이
此亦東海之大樂也(차역동해지대락야) : 바다의 큰 즐거움이다.’
於是(어시) : 이에
?之䵷聞之(?지와문지) : 우물안 개구리는 그 얘기를 듣고
適適然驚(적적연경) : 소스라치게 놀라서
規規然自失也(규규연자실야) : 멍하니 정신을 잃어 버렸다 합니
다.”
且夫知不知是非之竟(차부지부지시비지경) : 위모가 말을 이었다.
“당신의 지혜란 옳고 그름의 한계조차 모를 정도인데
而猶欲觀於莊子之言(이유욕관어장자지언) : 장자의 말을 이해하
려 하고 있으니,
是猶使蚊虻負山(시유사문맹부산) : 그것은 마치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게 하고,
商蚷馳河也(상거치하야) : 노래기에게 황하를 건너게 하는 것과
같아서
必不勝任矣(필불승임의) : 감당해 내지 못할 것입니다.
且夫知不知論極妙之言(차부지부지론극묘지언) : 또한 지혜가 오
묘한 말을 논할 정도가 못 되면서도
而自適一時之利者(이자적일시지리자) : 스스로 일시적인 궤변에
의한 이익이나 추구하는 것은
是非埳井之䵷與(시비감정지와여) : 무너진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
지 않습니까?
且彼方跐黃泉而登大皇(차피방차황천이등대황) : 장자는 황천을 내
리 밟고 하늘로 올라가
無南無北(무남무북) :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이
奭然四解(석연사해) : 질펀히 사방으로 퍼져서
淪於不測(륜어불측) :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달하여 있고,
無東無西(무동무서) :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이
始於玄冥(시어현명) : 아득한 우주의 근본에서 시작하여
反於大通(반어대통) : 위대한 도로 되돌아와 있습니다.
子乃規規然而求之以察(자내규규연이구지이찰) : 그런데도 당신은
멍청히 관찰로 이해하고
索之以辯(색지이변) : 변론으로 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是直用管窺天(시직용관규천) : 이것이야말로 가는 대롱으로 하늘
을 내다보고,
用錐指地也(용추지지야) : 송곳으로 땅을 가리키고 있으니
不亦小乎(불역소호) : 이 얼마나 작은 소견입니까.
子往矣(자왕의) : 자네는 그만 돌아가라
且子獨不聞夫壽陵餘子之學行於邯鄲與(차자독불문부수릉여자지학
행어감단여) : 또 당신은 수릉의 젊은이가 한단으로 가서 걸음걸
이를 배웠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未得國能(미득국능) : 그는 한단의 걸음걸이를 배우기도 전에
又失其故行矣(우실기고행의) : 옛날의 걸음걸이마져 잊어버렸습
니다.
直匍匐而歸耳(직포복이귀이) : 그래서 그는 기어서 돌아왔다 합
니다.
今子不去(금자불거) : 지금 당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將忘子之故(장망자지고) : 당신의 옛 마음마저 잊을 것이고,
失子之業(실자지업) : 당신의 옛 직업도 잃을 것입니다.”
公孫龍口呿而不合(공손룡구거이불합) : 공손룡은 이 말을 듣자
입은 열린 채 닫혀지지 않았고,
舌擧而不下(설거이불하) : 혀는 말려 올라간 채 내려오지 않았다
.
乃逸而走(내일이주) : 그래서 몸을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5.
莊子釣於濮水(장자조어복수) : 장자가 복수 근처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을 때,
楚王使大夫二人往先焉(초왕사대부이인왕선언) :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사람을 그에게 보내 자신의 뜻을 전하게 했다.
曰願以境內累矣(왈원이경내루의) : 이르기를, “번거롭겠지만 나
라의 정치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莊子持竿不顧(장자지간불고) : 장자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돌아
보지도 않고
曰吾聞楚有神龜(왈오문초유신구) :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초나
라에는 신령스런 거북이 있는데
死已三千歲矣(사이삼천세의) : “죽은 지 이미 삼천 년이나 되었
다 합니다.
王以巾笥而藏之廟堂之上(왕이건사이장지묘당지상) : 임금은 그것
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어 묘당 위에 그것을 보관한다 합니
다.
此龜者(차구자) : 그 거북의 입장이라면,
寧其死爲留骨而貴乎(녕기사위류골이귀호) : 죽어서 뼈만 남아 존
귀하게 되고 싶겠습니까,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녕기생이예미어도중호) :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겠습니까?”
二大夫曰(이대부왈) : 두 대부가 대답했다.
寧生而曳尾塗中(녕생이예미도중) : “그야 살아서 진흙 속에 꼬
리를 끌고 다니려 하겠지요.”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往矣(왕의) : “그러면 돌아가시오.
吾將曳尾於塗中(오장예미어도중) : 나는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며 살려고 합니다.”
6.
惠子相梁(혜자상량) : 혜자가 양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莊子往見之(장자왕견지) : 장자가 그를 만나러 갔다.
或謂惠子曰(혹위혜자왈) :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이르기를
莊子來(장자래) : “장자가 오는 것은
欲代子相(욕대자상) : 선생님 대신 이 나라 재상이 되려는 것입
니다.”라고 말하니,
於是惠子恐(어시혜자공) : 이에 혜자는 놀라
搜於國中三日三夜(수어국중삼일삼야) : 사람들을 시켜 사흘 낮
사흘 밤을 두고 장자의 행방을 찾게 했다.
莊子往見之曰(장자왕견지왈) : 그 뒤에 장자가 찾아와 만나서 이
르기를
南方有鳥(남방유조) : “남방에 새가 있는데
其名爲鵷鶵(기명위원추) : 그 이름을 원추라 부른다.
子知之乎(자지지호) : 당신도 그 새를 알고 있는가?
夫鵷鶵(부원추) : 원추라는 새는
發於南海而飛於北海(발어남해이비어북해) :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非梧桐不止(비오동부지) :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非練實不食(비련실불식) :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非醴泉不飮(비예천불음) : 단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
於是鴟得腐鼠(어시치득부서) : 그런데 솔개가 썩은 쥐를 갖고 있
다가,
鵷鶵過之(원추과지) : 원추가 날아오자
仰而視之曰嚇(앙이시지왈혁) : 자기 것을 빼앗을까봐 깩 소리를
내며 놀랐다고 한다.
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금자욕이자지량국이혁아사) : 지금 당
신은 양나라 때문에 나를 보고 깩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가?
莊子與惠子遊於濠梁之上(장자여혜자유어호량지상) : 장자가 혜자
와 더불어 호수가 둑을 거닐고 있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儵魚出遊從容(숙어출유종용) :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군
.
是魚之樂也(시어지락야) : 물고기는 즐거울 거야.”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子非魚(자비어) :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安知魚之樂(안지어지락) :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아는가?
”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子非我(자비아) : “자네는 내가 아닌데
安知我不知魚之樂(안지아부지어지락) :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
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가?”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我非子(아비자) : “나는 자네가 아니라서
固不知子矣(고부지자의) : 본시 자네를 알지 못하네.
子固非魚也(자고비어야) : 자네도 본시 물고기가 아니니
子之不知魚之樂(자지부지어지락) :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지 못한다는 것은
全矣(전의) : 틀림없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請循其本(청순기본) : “얘기를 그 근본으로 되돌려 보세.
子曰(자왈) : 자네가 이르기를
汝安知魚樂(여안지어락) :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하
고
云者(운자) : 물었던 것은,
旣已知吾知之而問我(기이지오지지이문아) :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그런 질
문을 한 것인데,
我知之濠上也(아지지호상야) : 나는 호수 위의 즐거움을 알고 있
다네.”
至樂
1.
天下有至樂無有哉(천하유지락무유재) : 천하에는 지극한 즐거움
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有可以活身者無有哉(유가이활신자무유재) : 자기 몸을 잘 살리는
길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今奚爲奚據(금해위해거) :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버
려야 하는가
奚避奚處(해피해처) :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몸담아야 하는가
奚就奚去(해취해거) : 무엇을 따라 나가야 하고, 무엇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
奚樂奚惡(해락해악) : 무엇을 즐거워해야 하고, 무엇을 미워해야
하는가
夫天下之所尊者(부천하지소존자) :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존중하
는 것은
富貴壽善也(부귀수선야) : 부귀와 장수와 명예이다.
所樂者(소락자) : 세상에서 즐거워하는 것은
身安厚味美服好色音聲也(신안후미미복호색음성야) : 몸의 안락과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옷과 좋은 빛깔과 음악 같은 것들이다.
所下者(소하자) : 세상에서 싫어하는 것은
貧賤夭惡也(빈천요악야) : 빈천과 일찍 죽는 것과 비난을 받는
것이다.
所苦者(소고자) : 세상에서 괴롭게 여기는 것은
身不得安逸(신불득안일) : 몸이 편안하지 않은 것과
口不得厚味(구불득후미) :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것과
形不得美服(형불득미복) : 아름다운 옷을 걸치지 못하는 것과
目不得好色(목부득호색) : 좋은 빛깔을 보지 못하는 것과
耳不得音聲(이부득음성) :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若不得者(약부득자) : 만약 그런 것들을 얻지 못하게 되면
則大憂以懼(칙대우이구) : 크게 근심하며 두려워하게 된다.
其爲形也(기위형야) : 이것은 그의 육체만을 위하는 것이니
亦愚哉(역우재) : 어리석은 짓이다.
夫富者(부부자) : 부자라는 사람들은
若身疾作(약신질작) : 자신을 괴롭히면서 애써서 일하여
多積財而不得盡用(다적재이불득진용) : 많은 재물을 쌓아 놓고도
다 쓰지 못한다.
其爲形也亦外矣(기위형야역외의) : 이것은 그의 육체만을 위한
것이니 원리에 벗어난 짓이다.
夫貴者(부귀자) : 신분이 귀한 사람들이란
夜以繼日(야이계일) :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하여
思慮善否(사려선부) : 일이 잘 되고 잘못 되는 것을 생각한다.
其爲形也亦疏矣(기위형야역소의) : 이것은 그의 육신만을 생각하
는 것이니 원리로부터 멀리 벗어난 것이다.
人之生也(인지생야) : 사람이 태어난다는 것은
與憂俱生(여우구생) : 근심과 더불어 태어나는 것이다.
壽者惛惛(수자혼혼) : 장수한다고 해도 정신이 희미한 채
久憂不死(구우불사) : 오래도록 근심하며 죽지 않는 것이니
何故也(하고야) : 얼마나 그것이 괴로울 것인가?
其爲形也亦遠矣(기위형야역원의) : 이것은 그의 육신만을 위한
때문이니 원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이다.
烈士爲天下見善矣(열사위천하견선의) : 열사들은 세상에서 훌륭
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未足以活身(미족이활신) : 그의 몸을 잘 살리지는 못한 것이다.
吾未知善之誠善邪(오미지선지성선사) : 나는 그들의 훌륭함이 정
말로 훌륭한 것인지
誠不善邪(성불선사) : 진실로 훌륭하지 못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
若以爲善矣(약이위선의) : 그것을 훌륭하다고 하자니
不足活身(부족활신) : 그의 몸도 살리지 못한 것이어서 안 될 일
이고,
以爲不善矣(이위불선의) : 훌륭하지 않다고 하자니
足以活人(족이활인) : 남은 잘 살려줄 수 있으니 또한 안될 일이
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忠諫不聽(충간불청) : “충실히 간해도 듣지 않을 때에는
蹲循勿爭(준순물쟁) : 눈치껏 물러서야지 다투어서는 안 된다”
고 하는 것이다.
故父子胥爭之以殘其形(고부자서쟁지이잔기형) : 오자서는 임금과
다투다가 그의 육신을 잃게 되었다.
不爭(부쟁) : 그러나 다투지 않았다면
名亦不成(명역불성) : 명성이 이룩되지 않았을 것이다.
誠有善無有哉(성유선무유재) : 그러니 진실로 훌륭한 것이란 있
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今俗之所爲與其所樂(금속지소위여기소락) : 지금 세속에서 하는
짓이나 즐기는 것을 보아도
吾又未知樂之果樂邪(오우미지락지과락사) : 나는 또 그 즐거움이
정말 즐거움인지
果不樂邪(과불락사) : 과연 즐겁지 않은지를 알지 못한다.
吾觀夫俗之所樂(오관부속지소락) : 내가 세속에서 즐기는 것을
관찰한 바로는
擧群趣者誙誙然如將不得已(거군취자경경연여장부득이) : 모두가 무
리 지어 나가면서 꼭 해야할 말은 안하고는 못 배길 일처럼 하면
서
而皆曰樂者(이개왈락자) : 모두가 즐겁다고 말하고 있지만,
吾未知之樂也(오미지지락야) : 나는 그것이 즐거운 것인지,
亦未知之不樂也(역미지지불락야) : 또한 즐겁지 못한 것인지 알
지 못한다.
果有樂無有哉(과유락무유재) : 과연 즐거움이란 있는 것일까, 없
는 것일까?
吾以無爲誠樂矣(오이무위성락의) : 나는 무위야말로 진실한 즐거
움이라 여기고 있다.
又俗之所大苦也(우속지소대고야) : 또 세속에서는 그것을 크게
괴로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至樂無樂(지락무락) : 지극한 즐거움이란 즐거움을 초월하는데
있고,
至譽無譽(지예무예) : 지극한 명예란 명예를 초월하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다.
天下是非果未可定也(천하시비과미가정야) :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정말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無爲可以定是非(무위가이정시비) : 무위만은 옳고 그름의 판단에
단정을 내릴 수가 있다.
至樂活身(지락활신) : 지극한 즐거움과 몸을 살려주는 길은
唯無爲幾存(유무위기존) : 오직 무위에 있어서만 존재하는 것이
다.일찌기
請嘗試言之(청상시언지) : 생각하여 말해보게 한다면
天無爲以之淸(천무위이지청) : 하늘은 무위한데 그로 인해 맑다.
地無爲以之寧(지무위이지녕) : 땅은 무위한데 그로 인해 안정되
어 있다.
故兩無爲相合(고양무위상합) : 그러므로 이들 두 가지 무위가 서
로 합쳐져
萬物皆化生(만물개화생) : 만물 모두가 변화하는 것이다.
芒乎芴乎(망호홀호) : 아득하고 아련하여
而無從出乎(이무종출호) : 그 나온 바를 알 수가 없다.
芴乎芒乎(홀호망호) : 아득하고 아련하여
而無有象乎(이무유상호) : 그 형체를 알 수가 없다.
萬物職職(만물직직) : 만물이 번성하고 있지만
皆從無爲殖(개종무위식) : 모두가 무위로부터 늘어나고 있는 것
이다.
故曰天地無爲也而無不爲也(고왈천지무위야이무불위야) : 그러므
로 하늘과 땅은 무위이면서도 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
이다.
人也孰能得無爲哉(인야숙능득무위재) : 세상 사람으로 그 누가
무위할 수 있겠는가
2.
莊子妻死(장자처사) : 장자의 아내가 죽자
惠子弔之(혜자조지) : 혜자가 조상하러 갔다.
莊子則方箕踞鼓盆而歌(장자칙방기거고분이가) : 장자는 그 때 두
다리를 뻗고 앉아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惠子曰(혜자왈) : 혜자가 말했다.
與人居(여인거) : “그 분와 함께 살았고,
長者老(장자노) : 자식을 길렀으며, 함께 늙었다.
身死(신사) : 그런 부인이 죽었는데
不哭(불곡) : 곡은 안하고
亦足矣(역족의) : 또한 만족해하며
又鼓盆而歌(우고분이가) :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
으니
不亦甚乎(불역심호) : 또한 너무 심하지 않은가?”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是其始死也(시기시사야) : 그녀가 죽고서
我獨何能無槪然(아독하능무개연) : 처음에는 나라고 어찌 슬픔이
없었겠는가?
察其始而本無生(찰기시이본무생) :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 이전을
생각해 보니 본시는 삶이 없었던 것이었고,
非徒無生也而本無形(비도무생야이본무형) : 삶만 없었을 뿐만 아
니라 형체조차 없었으며,
非徒無形也而本無氣(비도무형야이본무기) : 형체만이 아니라 기
운조차 없었던 것이다.
雜乎芒芴之間(잡호망홀지간) : 흐리멍덩한 사이에 섞여 있었으나
變而有氣(변이유기) : 그것이 변화하여 기운이 있게 되었고,
氣變而有形(기변이유형) : 기운이 변화하여 형체가 있게 되었으
며,
形變而有生(형변이유생) : 형체가 변화하여 삶이 있게 되었던 것
이다.
今又變而之死(금우변이지사) : 지금은 그런 아내가 또 변화하여
죽어간 것이다.
是相與爲春秋冬夏四時行也(시상여위춘추동하사시행야) : 이것은
봄·가을과 여름·겨울의 사철이 운행하는 것과 같은 변화였던
것이다.
人且偃然寢於巨室(인차언연침어거실) : 그 사람은 하늘과 땅이라
는 거대한 방 속에 편안히 잠들고 있는 것이다.
而我噭噭然隨而哭之(이아교교연수이곡지) : 그런데도 내가 소리
내어 그의 죽음을 따라 곡을 한다면
自以爲不通乎命(자이위불통호명) : 천명에 통달하지 못한 짓이라
스스로 생각되었다
故止也(고지야) : 그래서 곡을 그친 것이다
3.
支離叔與滑介叔觀於冥伯之丘(지리숙여활개숙관어명백지구) : 지
리숙과 활개숙이 명백의 언덕과
崑崙之虛(곤륜지허) : 곤륜산 봉우리 같은
黃帝之所休(황제지소휴) : 황제가 전에 노닐다 쉬던 곳을 구경갔
다.
俄而柳生其左肘(아이류생기좌주) : 그런데 갑자기 활개숙의 왼쪽
팔꿈치에 혹이 생겨
其意蹶蹶然惡之(기의궐궐연오지) : 그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 언
짢게 생각하는 듯 했다.
支離叔曰(지리숙왈) : 지리숙이 말했다.
子惡之乎(자오지호) : “자네는 그것이 언짢은가?”
滑介叔曰(활개숙왈) : 활개숙이 대답했다.
亡予何惡(망여하악) : “아닐세, 내가 어찌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
生者(생자) : 생겨나게 하려면
假借也(가차야) : 다른 것에 의지해야만 하네.
假之雅生(가지아생) : 무엇이건 힘을 빌려야 생겨나게 되는 것이
지,
生者(생자) : 그러니 생겨난다는 것은
塵垢也(진구야) : 먼지나 때가 묻는 것과 같고.
死生爲晝夜(사생위주야) : 죽고 사는 것은 밤과 낮이나 같네.
且吾與子觀化而化及我(차오여자관화이화급아) : 나와 자네는 그
런 변화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 변화가 나에게 미친 것이네.
我又何惡焉(아우하악언) : 내 어찌 무엇을 언짢게 생각하겠는가
4.
莊子之楚(장자지초) : 장자가 초나라로 가다가
見空躅髏(견공촉루) : 앙상한 해골을 보았는데,
髐然有形(효연유형) : 바싹 말라 겨우 형체만이 남아 있었다.
撽以馬捶因而問之曰(교이마추인이문지왈) : 장자가 말채찍으로 해
골을 두드리며 해골에게 물었다.
夫子貪生失理(부자탐생실리) : “그대는 삶을 탐하여 이치를 잃
었기 때문에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亡國之事(장자유망국지사) : 그렇지 않으면 나라를 망치는
일을 하여
斧鉞之誅(부월지주) : 처형을 당해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不善之行(장자유불선지행) : 아니면 선하지 못한 행동을
함으로써
愧遺父母妻子之醜(괴유부모처자지추) : 부모처자에게까지 치욕을
남겨주게 될까 두려워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有凍餒之患(장자유동뇌지환) : 그렇지 않으면 헐벗고 굶주려
而爲此乎(이위차호) : 이렇게 되었는가
將子之春秋故及此乎(장자지춘추고급차호) : 아니면 나이가 많아
서 이렇게 되었는가”
於是語卒(어시어졸) : 이에 말을 마치고
援髑髏(원촉루) : 해골을 끌어다
枕而臥(침이와) : 베고 누워 잤다.
夜半(야반) : 밤중에
髑髏見夢曰(촉루견몽왈) : 해골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子之談者似辯士(자지담자사변사) : “조금 전에 당신이 한 얘기
는 변사와 같은 말이었다.
視子所言(시자소언) : 당신이 말한 것은
皆生人之累也(개생인지루야) : 모두가 살아 있는 사람의 괴로움
이 되는 것이다.
死則無此矣(사칙무차의) : 죽어 버리면 이런 것이 없다.
子欲聞死之說乎(자욕문사지설호) : 당신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가?”
莊子曰然(장자왈연) : 장자가 말하기를,“그렇습니다.”
髑髏曰(촉루왈) : 해골이 말했다.
死無君於上(사무군어상) : “죽음의 세계에 있어서는 위로는 임
금이 없고,
無臣於下(무신어하) : 아래로는 신하가 없다.
亦無四時之事(역무사시지사) : 또한 사시의 때가 없다
從然以天地爲春秋(종연이천지위춘추) : 비록 그러하나 하늘과 땅
을 봄과 가을로 삼고 있다.
雖南面王樂(수남면왕락) : 비록 임금 노릇이 즐겁다지만
不能過也(불능과야) : 이보다 더 할 수는 없다.”
莊子不信曰(장자불신왈) : 장자가 그것을 믿지 않고 말했다.
吾使司命復生子形(오사사명복생자형) : “내가 사람의 목숨을 주
관하는 신에게 부탁하여 당신의 육체를 만들게 하고
爲子骨肉肌膚(위자골육기부) : 당신의 뼈와 살과 살갗을 갖추게
해서
反子父母妻子閭里知識(반자부모처자려리지식) : 당신의 부모처자
와 마을 사람과 아는 사람들에게 돌려보내 주도록 한다면
子欲之乎(자욕지호) : 당신은 그렇게 하겠습니까?”
髑髏深矉蹙頞曰(촉루심빈축알왈) : 해골은 심하게 화를 내며 말
했다.
吾安能棄南面王樂(오안능기남면왕락) : “내 어찌 이 즐거움을
버리고서
而復爲人間之勞乎(이복위인간지로호) : 다시 산 사람의 고생스러
움으로 돌아가겠는가.”
5.
顔淵東之齊(안연동지제) : 안연이 동쪽으로 제나라에 가게 되었
는데,
孔子有憂色(공자유우색) : 공자가 걱정하는 얼굴빛을 하고 있었
다.
子貢下席而問曰(자공하석이문왈) : 자공이 자리에 내려앉으며 물
었다.
小子敢問(소자감문) : 제가 감히 여쭙겠습니다
回東之齊(회동지제) : “안연이 동쪽 제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夫子有憂色(부자유우색) : 선생님께서는 얼굴에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시니
何邪(하사) : 어찌된 일입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善哉汝問(선재여문) : “좋구나 네 질문이여.
昔者管子有言(석자관자유언) : 옛날 관자가 한 말 중에서
丘甚善之曰(구심선지왈) :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
.
褚小者不可以懷大(저소자불가이회대) : 그는「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지니고 있을 수가 없고,
綆短者不可以汲深(경단자불가이급심) : 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물
을 길을 수가 없다」고 했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 말은 운명에는
以爲命有所成而形有所適也(이위명유소성이형유소적야) : 이미 정
해진 것이 있고, 형체에는 적절히 맞는 것들이 있어서,
夫不可損益(부불가손익) : 그것들은 늘이거나 줄일 수 없다는 것
이다.
吾恐回與齊侯言堯舜黃帝之道(오공회여제후언요순황제지도) : 내
가 두려워하는 것은 안연은 제나라 임금에게 가서 요순과 황제의
도를 얘기하며,
而重以燧人神農之言(이중이수인신농지언) : 수인과 신농의 말을
강조할 것이지만,
彼將內求於己而不得(피장내구어기이불득) : 제나라 임금은 마음
속으로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아도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라는 것이다.
不得則惑(불득칙혹) : 이해를 못하면 안연에게 의혹을 품을 것이
고,
人惑則死(인혹칙사) : 의혹을 품으면 안연을 죽이고 말 것이다.
且女獨不聞邪(차여독불문사) : 너는 이런 얘기를 듣지 못하였느
냐?
昔者海鳥止於魯郊(석자해조지어로교) : 옛날에 어떤 바닷새가 노
나라 교외에 와서 내려앉았다.
魯侯御而觴之于廟(로후어이상지우묘)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맞이하여 종묘로 불러들여 잔치를 베풀고,
奏九韶以爲樂(주구소이위락)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具太牢以爲膳(구태뢰이위선) :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로 안주
를 삼았다.
鳥乃眩視憂悲(조내현시우비) : 새는 눈을 멍하니 뜨고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不敢食一臠(불감식일련) : 한 조각의 고기도 먹지 못하고,
不敢飮一杯(불감음일배) : 한잔의 술도 마시지 못하고서
三日而死(삼일이사) : 사흘만에 죽고 말았다.
此以己養養鳥也(차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사람인 자기를 양육하
는 방법으로 새를 양육했기 때문이다.
非以鳥養養鳥也(비이조양양조야) : 그는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그 새를 기르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夫以鳥養養鳥者(부이조양양조자) :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면
宜栖之深林(의서지심림) : 마땅히 그가 살던 깊은 숲에 살게 하
고,
遊之壇陸(유지단륙) : 호숫가에 노닐게 하며,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이나 호수에서 헤엄치게 하고,
食之鰌鰷(식지추조) : 미꾸라지나 송사리를 잡아먹게 하고,
隨行列而止(수행렬이지) : 같은 새들과 줄지어 날아가 내려앉고
委蛇而處(위사이처) : 멋대로 유유히 지내게 해야만 되는 것이다
.
彼唯人言之惡聞(피유인언지악문) : 새는 사람의 말조차 듣기 싫
어하건만
奚以夫譊譊爲乎(해이부뇨뇨위호) : 어떻게 시끄러운 음악을 견디겠
느냐?
咸池九韶之樂(함지구소지락) : 함지나 구소의 음악을
張之洞庭之野(장지동정지야) : 동정의 들판에서 연주한다면,
鳥聞之而飛(조문지이비) : 새들은 그 소리를 듣고 날아가 버리고
,
獸聞之而走(수문지이주) : 짐승들은 그 소리를 듣고 달아나 버리
고,
魚聞之而下入(어문지이하입) : 물고기들은 그 소리를 듣고 깊숙
이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人卒聞之(인졸문지) : 사람들만이 그것을 들으면
相與還而觀之(상여환이관지) : 흥이 나서 서로 모여들어 둘러싸
고 구경을 한다.
魚處水而生(어처수이생) : 물고기는 물 속에서 살지만
人處水而死(인처수이사) : 사람은 물 속에 들어가면 죽어 버린다
.
彼必相與異(피필상여이) : 저 둘은 서로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
는 것이 다른 것이다.
其好惡故異也(기호오고이야) :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故先聖不一其能(고선성불일기능) : 옛날 성인들은 그들의 능력을
같게 생각하지 않고,
不同其事(불동기사) : 그들이 할 일을 같게 맡기지 않았다.
名止於實(명지어실) : 이름은 사실을 근거로 하고,
義設於適(의설어적) : 법도는 모두 본성에 어울리도록 설정했다.
是之謂條達而福持(시지위조달이복지) : 그래서 그것을 조리가 통
달하고 행복이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6.
列子行食於道從(열자행식어도종) : 열자가 길을 가다가 길가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見百歲髑髏(견백세촉루) : 마침 백년은 된 듯 한 해골을 보고서
攓蓬而指之曰(건봉이지지왈) : 쑥대를 뽑아 가지고 해골을 가리키
면서 말했다.
唯予與汝知而未嘗死(유여여여지이미상사) : “오직 나와 그대만
이 진정한 죽음도 없고,
未嘗生也(미상생야) : 진정한 삶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若果養乎(약과양호) : 과연 죽어 있는 그대는 슬픈 것인가?
予果歡乎(여과환호) : 과연살아 있는 나는 기쁜 것인가?
7.
種有幾(종유기) : 여러 가지 물건은 각기 생겨난 기틀이 있다.
得水則爲?(득수칙위?) : 물을 만나면 물때가 되고,
?得水土之際(?득수토지제) : 물에 젖은 흙 사이에 있게 되면
則爲䵷蠙之衣(칙위와빈지의) : 푸른 이끼가 되며,
生於陵屯則爲陵舃(생어릉둔칙위릉석) : 언덕 위에 나면 질경이가
된다.
陵舃得鬱棲則爲烏足(릉석득울서칙위오족) : 질경이가 썩은 흙을
만나면 오족이 된다.
烏足之根爲蠐螬(오족지근위제조) : 뿌리는 굼벵이가 되며,
其葉爲胡蝶(기엽위호접) : 그 잎새는 나비가 된다.
胡蝶胥也化而爲蟲(호접서야화이위충) : 나비는 변화하여 벌레가
되는데,
生於竈下(생어조하) : 아궁이 밑에 생겨날 때에는
其狀若脫(기상약탈) : 매미껍질 같은데
其名爲鴝掇(기명위구철) : 그 이름을 구철이라 한다.
鴝掇千日爲鳥(구철천일위조) : 이 구철이 천 날이 지나면 변화하
여 새가 되는데,
其名爲乾餘骨(기명위건여골) : 그 이름을 건여골이라 한다.
乾餘骨之沫爲斯彌(건여골지말위사미) : 건여골이 �는 침이 사미
라는 벌레가 되고,
斯彌爲食醯(사미위식혜) : 사미는 식혜가 된다.
頤輅生乎食醯(이로생호식혜) : 이노라는 벌레는 식혜에서 생겨난
다.
黃軦生乎九猷(황황생호구유) : 황황이라는 벌레는 구유에서 생겨
나고,
瞀芮生乎腐蠸(무예생호부권) : 구유는 무예에서 생겨나며, 무예는
부권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羊奚比乎不?(양해비호불?) : 양해라는 풀은 죽순이 나지 않는
久竹生靑寧(구죽생청녕) : 오래된 대와 합치어서 청녕이란 벌레
를 낳는데,
靑寧生程(청녕생정) : 청녕이 표범을 낳고,
程生馬(정생마) : 표범이 말을 낳고,
馬生人(마생인) : 말이 사람을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人又反入於機(인우반입어기) : 그리고 사람은 또 변화의 오묘한
기틀로 들어가 변화한다.
萬物皆出於機(만물개출어기) : 만물은 모두 변화의 기틀에서 생
겨나서,
皆入於機(개입어기) : 모두가 변화의 기틀에 의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達生
1.
達生之情者(달생지정자) : 삶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生之所無以爲(불무생지소무이위) : 타고난 본성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達命之情者(달명지정자) : 천명의 진실에 통달한 사람은
不務命之所無奈何(불무명지소무내하) : 운명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힘쓰지 않는다.
養形必先之以物(양형필선지이물) : 육체를 보양하려면 반드시 먼
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物有餘而形不養者有之矣(물유여이형불양자유지의) : 남아도는 물
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육체를 보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有生必先無離形(유생필선무리형) : 삶을 지탱하자면 반드시 먼저
육체를 손상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形不離而生亡者有之矣(형불리이생망자유지의) : 육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삶을 잃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生之來不能却(생지래불능각) : 삶이 태어나는 것은 아무도 물리
칠 수 없는 것이며,
其去不能止(기거불능지) : 삶이 떠나버리는 것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之人以爲養形足以存生(세지인이위양형족이존생) : 사람들은 육
체를 보양하는 것으로 충분히 삶을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而養形果不足以存生(이양형과부족이존생) : 그러나 육체를 보양
하는 것으로는 삶을 보존하기에 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則世奚足爲哉(칙세해족위재) : 세상에 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겠
는가?
雖不足爲而不可不爲者(수부족위이불가불위자) : 비록 할 만한 것
이 못되는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其爲不免矣(기위불면의) : 육체를 보양하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
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夫欲免爲形者(부욕면위형자) : 육체를 보양하려는 생각을 버리려
한다면
莫如棄世(막여기세) : 세상일을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
다.
棄世則無累(기세칙무루) : 세상일을 버리면 아무런 거리낌도 없
게 된다.
無累則正平(무루칙정평) :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면 마음이 바르
고 평안해진다.
正平則與彼更生(정평칙여피갱생) : 마음이 바르고 평안하면 자연
과 더불어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될 것이다.
更生則幾矣(갱생칙기의) : 삶을 나날이 새로이 하게 되면 거의
도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事奚足棄而生奚足遺(사해족기이생해족유) : 세상일은 일부러 버
리지 않아도 버려지고, 삶은 일부러 잊지 않아도 잊어져야 한다.
棄事則形不勞(기사칙형불로) : 일을 버리면 육체가 고생스럽지
않게 되고,
遺生則精不虧(유생칙정불휴) : 삶을 잊으면 정신이 손상 받지 않
는다.
夫形全精復(부형전정복) : 육체가 완전하고 정신이 본래의 상태
로 되돌아간다면
與天爲一(여천위일) : 자연과 일체가 되게 될 것이다.
天地者(천지자) : 하늘과 땅은
萬物之父母也(만물지부모야) : 만물의 부모이다.
合則成體(합칙성체) : 하늘의 양과 땅의 음의 기운이 합쳐지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散則成始(산칙성시) : 흩어지면 처음의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이루게 된다.
形精不虧(형정불휴) : 육체와 정신이 손상됨이 없는 것,
是謂能移(시위능이) : 이것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옮아가는 것이
라 한다.
精而又精(정이우정) : 그래서 정신의 정순함이 극점에 이르면
反以相天(반이상천) : 본원으로 돌아가서 하늘의 활동을 돕게 되
는 것이다
2.
子列子問關尹曰(자열자문관윤왈) : 열자가 관윤에게 물었다.
至人潛行不窒(지인잠행부질) : “지인은 물 속에 들어가도 숨막
히지 않고,
蹈火不熱(도화불열) :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으며,
行乎萬物之上而不慄(행호만물지상이불률) : 만물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請問何以至於此(청문하이지어차) : 어떻게 하여 그렇게 되는 것
입니까?”
關尹曰(관윤왈) : 관윤이 말했다.
是純氣之守也(시순기지수야) : “그것은 정순한 기운을 잘 지키
기 때문이다.
非知巧果敢之列(비지교과감지열) : 지혜와 기교나 과단성과 용기
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居予語汝(거여어여) : 자리에 앉아라 내가 너에게 일러 주리라
凡有貌象聲色者(범유모상성색자) : 모든 모습과 모양과 소리와
색채를 지니고 있는 것은
皆物也(개물야) : 모두 물건이다.
物與物何以相遠(물여물하이상원) :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사
이가 멀겠는가?
夫奚足以至乎先(부해족이지호선) : 어찌 그중 어느 것이 우선한
다고 할 수 있겠는가?
是形色而已(시형색이이) : 그것들은 형태와 빛깔에 의해 차이가
결정될 뿐이다.
則物之造乎不形(칙물지조호불형) : 물건의 형체가 이루어지기 전
의 원초적인 경지에 이르고,
而止乎無所化(이지호무소화) : 아무런 변화도 없었던 경지에 머
무는 경우도 있다.
夫得是而窮之者(부득시이궁지자) : 이런 경지를 체득하여 추구해
나가는 사람이라면
物焉得而止焉(물언득이지언) : 다른 물건이 어떻게 그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겠는가?
彼將處乎不淫之度(피장처호불음지도) : 그런 지극한 사람은 자기
분수에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처신하고,
而藏乎無端之紀(이장호무단지기) : 무한히 변화하는 법도에 몸을
맡기고,
遊乎萬物之所終始(유호만물지소종시) : 만물이 시작되고 끝나는
변화 속에 노닌다.
壹其性(일기성) : 그의 본성을 순박하게 하나되게 하고,
養其氣(양기기) : 그의 정기를 기르고,
合其德(합기덕) : 그의 덕을 자연에 합치시켜
以通乎物之所造(이통호물지소조) : 만물이 이룩되는 조화에 통달
하는 것이다.
夫若是者(부약시자) : 이런 사람은
其天守全(기천수전) : 천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완전하며,
其神無卻(기신무각) : 그의 정신에는 틈이 없는 것이니,
物奚自入焉(물해자입언) : 물건이 어디로부터 그에게 개입하겠는
가?
夫醉者之墜車(부취자지추거) : 술에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
져도
雖疾不死(수질불사) : 다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
骨節與人同(골절여인동) : 몸의 골절은 다른 사람과 같지만
而犯害與人異(이범해여인이) : 그를 손상시키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은
其神全也(기신전야) : 술 취한 사람은 정신이 완전한 상태에 있
기 때문이다.
乘亦不知也(승역불지야) : 그는 수레에 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
고,
墜亦不知也(추역불지야) : 떨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死生驚懼不入乎其胸中(사생경구불입호기흉중) : 죽음과 삶, 놀람
과 두려움이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으므로
是故遻物而不慴(시고오물이불습) : 어떤 물건에 부딪친다 해도 두
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彼得全於酒而猶若是(피득전어주이유약시) : 그는 술에 의해 완전
한 정신 상태를 얻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것이다.
而況得全於天乎(이황득전어천호) : 그러니 하물며 자연에 의해
완전한 정신 상태를 얻은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聖人藏於天(성인장어천) : 성인은 자연에 몸을 담고 있으므로
故莫之能傷也(고막지능상야) : 아무 것도 그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復讐者不折鏌干(복수자부절막간) :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도 원수
의 칼까지 꺽지는 않으며,
雖有忮心者(수유기심자) : 비록 성을 잘 내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不怨飄瓦(불원표와) : 바람에 날려온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
다.
是以天下平均(시이천하평균) : 물건처럼 무심한 경지에 이르면
온 천하가 태평하게 되는 것이다.
故無攻戰之亂(고무공전지란) : 그러므로 남을 공격하여 싸우는
혼란이 없어지고,
無殺戮之刑者(무살륙지형자) : 사람을 죽이는 형벌이 없어지려면
由此道也(유차도야) : 이 길을 따라야만 되는 것이다.
不開人之天(불개인지천) : 인위적인 자연을 개발시키지 않고,
而開天之天(이개천지천) : 자연스러운 자연을 개발시키라
開天者德生(개천자덕생) : 자연스러움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덕
이 생겨날 것이고,
開人者賊生(개인자적생) : 인위적인 것을 개발시키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생겨날 것이다.
不厭其天(불염기천) : 자연스러움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不忽於人(불홀어인) : 인위적인 것을 삼갈 줄 알아야만 한다.
民幾乎以其眞(민기호이기진) : 그러면 백성들은 거의 그의 천진
함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3.
仲尼適楚(중니적초) : 공자가 초나라로 가는 길에
出於林中(출어림중) : 숲 속을 지나다가
見痀僂者承蜩(견구루자승조) : 꼽추가 매미를 잡는 것을 보았는
데,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 하고 있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子巧乎(자교호) :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교묘하군요.
有道邪(유도사) : 무슨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我有道也(왈아유도야) : 꼽추가 대답하기를, “제게도 도가 있
습니다.
五六月累丸二而不墜(오육월루환이이불추) : 오뉴월 사이에 매미
채 위에 알을 두 개 포개어 놓고서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則失者錙銖(칙실자치수) : 실패하는 일이 극히 적게 됩니다.
累三而不墜(루삼이불추) : 알을 세 개 포개어 놓고서도 떨어뜨리
지 않게 되면
則失者十一(칙실자십일) : 실패하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있게
됩니다.
累五而不墜(루오이불추) : 알을 다섯 개 포개어 놓고도 떨어뜨리
지 않게 되면
猶掇之也(유철지야) : 마치 매미를 줍듯이 잡게 됩니다.
吾處身也(오처신야) : 지금 나의 몸가짐은
若厥株拘(약궐주구) : 마치 베어낸 나무 등걸 같고,
吾執臂也(오집비야) : 나의 팔놀림은
若槁木之枝(약고목지지) : 마치 마른 나뭇가지 같이 됩니다.
雖天地之大(수천지지대) : 비록 하늘과 땅이 크고
萬物之多(만물지다) : 만물은 많다고 하지만
而唯蜩翼之知(이유조익지지) : 오직 매미 날개만을 알게 됩니다.
吾不反不側(오불반불측) : 나는 몸과 마음이 젖혀지지도 않고,
기울어지지도 않으며,
不以萬物易蜩之翼(불이만물역조지익) : 어떤 일에도 매미 날개에
대한 집념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何爲而不得(하위이불득) : 그러니 어찌 잡히지 않겠습니까?”
孔子顧謂弟子曰(공자고위제자왈) : 안연이 공자를 보고 이르기를
用志不分(용지불분) : “의지가 헛갈리지 않고 통일되면
乃疑於神(내의어신) : 귀신에 가깝게 되는 법이라 했는데,
其痀僂丈人之謂乎(기구루장인지위호) : 그것은 저 꼽추 영감을
두고 한 말 같구나.”
4.
顔淵問仲尼曰(안연문중니왈) : 안연이 공자에게 묻기를
吾嘗濟乎觴深之淵(오상제호상심지연) : 제가 전에 상심의 못을
건넌 적이 있었는데,
津人操舟若神(진인조주약신) : 사공의 배 다루는 솜씨가 귀신과
같을 보고
吾問焉(오문언) : 내가 그것에 대해 물었다
曰操舟可學邪(왈조주가학사) : “제가 배 젓는 솜씨를 배울 수
있겠는가.?”
曰可(왈가) : 이르기를,“배울 수 있습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치는 사람은 쉽사리 배울
수 있고,
若乃夫沒人(약내부몰인) : “만일 잠수를 잘하는 사람은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칙미상견주이편조지야) : 배를 본 적도 없
어도 곧 저을 수 있을 겁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吾問焉而不吾告(오문언이불오고) : 제가 그 까닭을 물었으나 제
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
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善游者數能(선유자수능)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쉽사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은
忘水也(망수야) : 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약내부몰인지미상견주) : 잠수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본 적도 없어도
而便操之也(이편조지야) : 곧 저을 수 있다는 것은
彼視淵若陵(피시연약릉) : 그는 심연을 언덕과 같이 보고,
視舟之覆猶其車却也(시주지복유기거각야) : 배가 뒤집히는 것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기 때문이다.
覆却萬方陳乎前(복각만방진호전) : 뒤집히고 뒤로 물러나는 것과
같은 온갖 사태가 눈앞에 일어난다 해도
而不得入其舍(이부득입기사) : 그의 마음에는 전혀 개입되지 않
는 것이다.
惡往而不暇(악왕이불가) : 이쯤 되면 어디를 간들 여유가 있지
않겠느냐?
以瓦注者巧(이와주자교) :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以鉤注者憚(이구주자탄) : 띠고리를 내기로 걸고 쏘면 마음이 걸
리게 되고,
以黃金注者殙(이황금주자혼) : 황금을 내기로 걸고 쏘면 눈이 가
물가물하게 된다.
其巧一也(기교일야) : 그의 기술은 항상 같지만
而有所矜(이유소긍) : 아껴야 할 물건이 있게 되면
則重外也(칙중외야) : 밖의 물건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
이다.
凡外重者內拙(범외중자내졸) : 누구나 밖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
게 되면 자기 속마음은 졸렬해지는 것이다.”
5.
田開之見周威公(전개지견주위공) : 전개지가 주나라 위공을 만났
을 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吾聞祝腎學生(오문축신학생) : 내가 듣건대 축신은 양생을 배웠
다 합니다.
吾子與祝腎游(오자여축신유) : “선생께서는 축신에게 배웠으니
亦何聞焉(역하문언) : 무슨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말했다.
開之操拔篲以侍門庭(개지조발수이시문정) : “저는 빗자루를 들고
뜰 앞에서 시중을 들었을 뿐인데
亦何聞於夫子(역하문어부자) : 선생님께 무엇을 들었겠습니까?”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田子無讓(전자무양) : 전개지가 말하기를,“너무 겸손하십니다.
寡人願聞之(과인원문지) : 과인이 듣기를 원합니다.”
開之曰(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聞之夫子曰(문지부자왈) : “듣건데,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善養生者(선양생자) : 양생을 잘하는 사람은
若牧羊然(약목양연) : 양을 치는 것이나 같은 것이어서,
視其後者而鞭之(시기후자이편지) : 그 중 뒤쳐지는 놈을 발견하
여 채찍질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威公曰(위공왈) : 위공이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田開之曰(전개지왈) : 전개지가 이르기를,
魯有單豹者(로유단표자) : “노나라에 단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巖居而水飮(암거이수음) : 바위 굴 속에 살면서 골짜기 물을 마
시며 지냈습니다.
不與民共利(불여민공리) : 백성들과 이익을 다투지 않고,
行年七十而猶有嬰兒之色(행년칠십이유유영아지색) : 나이가 칠십
이 되었어도 어린아이 같은 얼굴빛이었습니다.
不幸遇餓虎(불행우아호) : 그러나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
나
餓虎殺而食之(아호살이식지) : 잡아먹혀 버렸습니다.
有張毅者(유장의자) : 또 장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高門縣薄(고문현박) : 부잣집이고 가난한 집이고
無不走也(무불주야) : 가라지 않고 돌아다니며
行年四十而有內熱之病以死(행년사십이유내열지병이사) : 사귀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사십 세에 열병에 걸려 죽
어버렸습니다.
豹養其內而虎食其外(표양기내이호식기외) : 단표는 그의 속마음
을 길렀으나 그의 밖을 호랑이가 잡아 먹어버렸습니다.
毅養其外而病攻其內(의양기외이병공기내) : 장의는 그의 외부의
교제는 잘 하였으나 그의 안에서 병이 그를 공격했습니다.
此二子者(차이자자) : 이 두 사람은
皆不鞭其後者也(개불편기후자야) : 모두가 그 중 뒤쳐지는 놈에
게 채찍질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도 말하기를
無入而藏(무입이장) : “안으로 들어가 내부만을 기르면서 숨지
말고,
無出而陽柴立其中央(무출이양시립기중앙) : 밖으로 나와 외부만
을 기르며 드러내지도 말고, 마른 나무처럼 중앙에 우뚝 서 있어
야 한다.
三者若得(삼자약득) : 내부와 외부와 중앙의 조화가 잘 터득되면
其名必極(기명필극) : 그는 지극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夫畏塗者(부외도자) : 험난한 길이 있어
十殺一人(십살일인) :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則父子兄弟相戒也(칙부자형제상계야) : 지나다 죽는다면 곧 그
부자와 형제들은 서로 경계를 할 것이며,
必盛卒徒而後敢出焉(필성졸도이후감출언) : 반드시 많은 하인들
을 보호자로 데리고서야 그 길을 나설 것입니다.
不亦知乎(불역지호) : 이것이 지혜가 아니겠습니까?
人之所取畏者(인지소취외자) : 그러나 가장 두려워해야 할 곳은
袵席之上(임석지상) : 방의 이불 속이나
飮食之間(음식지간) : 먹고 마시고 하는 일상 생활입니다.
而不知爲之戒者(이부지위지계자) : 그러니 그것들을 경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過也(과야) : 잘못된 것입니다.”
6.
祝宗人玄端以臨牢筴(축종인현단이임뢰협) :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
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說彘曰(설체왈) : 돼지에게 말했다.
汝奚惡死(여해악사) : “너는 어째서 죽음을 싫어하느냐?
吾將三月?汝十日(오장삼월?여십일) : 내가 석 달 동안을 잘먹여
길러서 열흘 동안을 열 몸을 깨끗이 하고,
戒三日齊(계삼일제) : 사흘동안 금기를 지켜,
藉白茅(자백모) : 흰 띠풀을 깔고
加汝肩尻乎彫俎之上(가여견고호조조지상) : 요리한 다음 너의 어
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則汝爲之乎(칙여위지호) :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
爲彘謀曰(왈위체모) : 돼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不如食以糠糟(불여식이강조) : “겨나 지게미를 먹으면서 살더라
도
而錯之牢筴之中(이착지뢰협지중) : 돼지우리 속에 그냥 있는 것이
좋다.”
自爲謀(자위모) :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생각할 때에는
則苟生有軒冕之尊(칙구생유헌면지존) : 살아서는 높은 벼슬자리
에 있고,
死得於豚楯之上(사득어돈순지상) : 죽어서는 상여 위 아름다운
관속에 놓이게 된다면
聚僂之中則爲之(취루지중칙위지) : 발 속에 송장이 쌓이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爲彘謀則去之(위체모칙거지) : 돼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그
의 편안한 삶을 부정하면서도
自爲謀則取之(자위모칙취지) :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편
안한 삶을 취하고 있으니,
所異彘者何也(소이체자하야) : 돼지만을 다르게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7.
桓公田於澤(환공전어택) : 제나라 환공이 택지로 사냥을 나갔는
데,
管仲御(관중어) : 관중이 수레를 몰고 있었다.
見鬼焉(견귀언) : 그 때 환공이 귀신을 보고서
公撫管仲之手曰(공무관중지수왈) : 관중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
仲父何見(중부하견) : “중부께서도 무엇을 보셨습니까?”
對曰(대왈) : 관중이 대답했다.
臣無所見(신무소견) :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公反(공반) : 환공은 돌아와서
誒詒爲病(희이위병) : 헛소리를 하며 실성한 병에 걸려
數日不出(수일불출) : 여러 달 출입을 못했다.
齊士有皇子告敖者曰(제사유황자고오자왈) : 제나라 선비 중에 황
자고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환공을 찾아보고 말했다.
公則自傷(공칙자상) : “임금님께서는 스스로 앓도록 만드신 것
입니다.
鬼惡能傷公(귀악능상공) : 귀신이 어찌 임금님을 앓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夫忿滀之氣(부분축지기) : 마음 속에 엉긴 기운이
散而不反(산이불반) : 흩어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으면
則爲不足(칙위부족) : 정신상태가 불안전하게 됩니다.
上而不下(상이불하) : 기운이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면
則使人善怒(칙사인선로) : 사람을 쉽사리 성내게 만듭니다.
下而不上(하이불상) : 내려가기만 하고 올라오지 않으면
則使人善忘(칙사인선망) : 사람으로 하여금 잘 잊도록 만듭니다.
不上不下(불상불하) :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오지도 않아서
中身當心(중신당심) : 몸 속에 담겨 심장에 가득 차면
則爲病(칙위병) : 곧 병이 됩니다.”
桓公曰(환공왈) : 환공이 말했다.
然則有鬼乎(연칙유귀호) : “그건 그렇다 치고 귀신은 있는 것입
니까?”
曰有(왈유)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沈有履(침유리) : “있습니다. 진흙탕에는 이라는 귀신이 있고,
灶有髻(조유계) : 부엌 아궁이에는 계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戶內之煩壤(호내지번양) : 집안의 쓰레기더미에는
雷霆處之(뇌정처지) : 뇌정이라는 귀신이 생기게 되고,
東北方之下者(동북방지하자) :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는
倍阿鮭龍躍之(배아해룡약지) : 배아해룡이라는 귀신이 뛰어다니
고,
西北方之下者(서북방지하자) : 서북쪽 모퉁이에는
則泆陽處之(칙일양처지) : 일양이라는 귀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水有罔象(수유망상) : 물에는 망상이라는 귀신이 있고,
丘有졸(구유졸) : 언덕에는 졸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山有夔(산유기) : 산에는 기라는 귀신이 있고,
野有彷徨(야유방황) : 들에는 방황이라는 귀신이 있으며,
澤有委蛇(택유위사) : 못에는 위사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公曰(공왈) : 환공이 물었다.
請問(청문) : 청하여 묻사오니
委蛇之狀何如(위사지상하여) : “위사라는 귀신은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皇子曰(황자왈) : 황자고오가 대답했다.
委蛇(위사) : “위사는
其大如轂(기대여곡) : 그 굵기가 수레바퀴 통 만하고,
其長如轅(기장여원) : 길이는 수레 멍에 만하며,
紫衣而朱冠(자의이주관) : 자주색 옷에 붉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
其爲物也(기위물야) : 그 놈의 성질은
惡聞雷車之聲(악문뢰거지성) : 수레 달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
며,
則捧其首而立(칙봉기수이립) : 사람을 보면 그의 목을 빼어들고
섭니다.
見之者殆乎覇(견지자태호패) : 그 놈을 본 사람은 거의 모두 패
자가 된다고 합니다.”
桓公辴然而笑曰(환공진연이소왈) : 환공은 기뻐서 웃으며 말했다.
此寡人之所見者也(차과인지소견자야) : “그 것이 바로 내가 본
놈입니다.”
於是正衣冠與之坐(어시정의관여지좌) : 그리고는 옷과 관을 바르
게 하고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하였는데,
不終日而不知病之去也(불종일이부지병지거야) : 하루도 넘기기
전에 어느덧 병이 나아버렸다
8.
紀渻子爲王養鬪鷄(기성자위왕양투계) : 기성자가 임금을 위해서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十日而問(십일이문) : 임금이 열흘만에
鷄可鬪已乎(계가투이호) : 닭을 싸움시킬 수 있겠는가 묻자
曰未也(왈미야) : 그가 대답하기를, “안됩니다.
方虛憍而恃氣(방허교이시기) : 아직 쓸데없이 거만하여 기운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만에 다시 물으니 그가 대답하기
를,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應嚮景(유응향경) : 아직도 상대방에 대해 울림이나 그림자처
럼 호응합니다.”
十日又問曰(십일우문왈) : 열흘을 더 지나 다시 물으니,
未也(미야) : “안됩니다.
猶疾視而盛氣(유질시이성기) : 아직도 상대방을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十日又問(십일우문) : 열흘이 더 지나 물으니
曰幾矣(왈기의) : 그가 대답하기를, “거의 다되었습니다.
鷄雖有鳴者(계수유명자) : 비록 상대방 닭이 운다 해도
已無變矣(이무변의) : 이미 아무런 태도의 변화가 없게 되었습니
다.
望之似木鷄矣(망지사목계의) : 그를 바라보면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과 같습니다.
其德全矣(기덕전의) : 그의 덕은 완전해졌습니다.
異鷄無敢應(이계무감응) :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見者反走矣(견자반주의) : 보기만 해도 되돌아 달아날 것입니다.
9.
孔子觀於呂梁(공자관어려량) : 공자가 여양에 구경을 갔다.
縣水三十仞(현수삼십인) : 거기에는 삼십 길 높이의 폭포가 있었
는데,
流沫四十里(류말사십리) : 물거품이 삼십 리나 소용돌이치며 흐
르고 있어
黿鼉魚鱉之所不能游也(원타어별지소불능유야) : 큰 자라나 악어
나 물고기나 자라도 헤엄칠 수 없는 곳이었다.
見一丈夫游之(견일장부유지) : 그런데, 한 남자가 거기에서 헤엄
치는 것을 보고는,
以爲有苦而欲死也(이위유고이욕사야) : 걱정이 있어 죽으려는 사
람인 줄로 생각하고는
使弟子竝流而拯之(사제자병유이증지) : 제자들을 시켜 흐름을 따
라 내려가 그를 구해주도록 했다.
數百步而出(수백보이출) : 그러나 그는 수백 보를 헤엄치고 나와
서는
被髮行歌而游於塘下(피발행가이유어당하) : 머리를 흩트린 채 노
래를 부르며 언덕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孔子從而問焉(공자종이문언) : 공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曰吾以子爲鬼(왈오이자위귀) : “나는 선생을 귀신인 줄 알았는
데
察子則人也(찰자칙인야) :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이 분명하군요
.
請問(청문) : 청하여 묻습니다
蹈水有道乎(도수유도호) : “물 속을 헤엄치는 데도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亡(왈망) : 남자가 말하기를, “없습니다
吾無道(오무도) : 내게는 도가 없습니다.
吾始乎故(오시호고) : 나는 습성으로 헤엄을 시작했는데
長乎性(장호성) : 습성이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성격이 천명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與齊俱入(여제구입) : 나는 소용돌이와 함께 들어가서
與汨偕出(여골해출) : 솟아오르는 물길과 함께 물위로 나옵니다.
從水之道而不爲私焉(종수지도이불위사언) : 물길을 따를 뿐이지
사사로운 힘을 쓰지 않습니다.
此吾所以蹈之也(차오소이도지야) :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헤엄을
칠 수 있는 까닭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何謂始乎故(하위시호고) : “무엇을 두고 습성으로 시작하여
長乎性(장호성) : 성격으로 발전되고
成乎命(성호명) : 천명으로 이룩된다고 하는 것입니까?”
曰吾生於陵而安於陵(왈오생어릉이안어릉) : 남자가 말하기를, “
우리가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편히 지내고 있는 것이
故也(고야) : 습성이고
長於水而安於水(장어수이안어수) : 물 속에서 자라나서 물에서
편안히 지내게 되는 것이
性也(성야) : 성격입니다.
不知吾所以然而然(부지오소이연이연) : 내가 그렇게 되는 까닭은
알지 못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이
命也(명야) : 천명입니다.”
10.
梓慶削木爲鐻(재경삭목위거) : 재경이라는 명공이 나무를 깎아서
북틀을 만들었다.
鐻成(거성) : 북틀이 만들어지자
見者驚猶鬼神(견자경유귀신) :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귀신의 솜씨
같다고 모두 놀랐다.
魯侯見而問焉(노후견이문언) : 노나라 제후가 그것을 보고 재경
에게 물어
曰子何術以爲焉(왈자하술이위언) : 이르기를,“그대는 무슨 도술
로 이것을 만들었는가?”
對曰(대왈) : 재경이 대답했다.
臣工人(신공인) : “목수인 제게
何術之有(하술지유) :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雖然(수연) : 그렇지만
有一焉(유일언) : 한가지 원리는 있습니다.
臣將爲鐻(신장위거) : 저는 북틀을 만들려 할 때는
未嘗敢以耗氣也(미상감이모기야) : 감히 기운을 소모하는 일이
없이
必齊以靜心(필제이정심) : 반드시 재계를 함으로써 마음을 고요
히 만듭니다.
齊三日(제삼일) : 사흘동안 재계를 하면
而不敢懷慶賞爵祿(이불감회경상작록) : 감히 이익과 상이나 벼슬
과 녹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五日(제오일) : 닷새동안 재계를 하면
不敢懷非譽巧拙(불감회비예교졸) : 감히 비난과 칭찬이나 교묘함
과 졸렬함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齊七日(제칠일) : 이레동안 재계를 하면
輒然忘吾有四枝形體也(첩연망오유사지형체야) : 문득 제가 지닌
손발과 육체까지도 잊게 됩니다.
當是時也(당시시야) : 이렇게 되면
無公朝(무공조) : 나라의 조정도 안중에 없고,
其巧專而而滑消(기교전이이활소) : 오로지 안으로 기교를 다하기
만 하며, 밖의 혼란 같은 것은 없어져 버립니다.
然後入山林(연후입산림) : 그렇게 된 뒤에야 산림으로 들어가
觀天性(관천성) : 재목의 성질을 살피고,
形軀至矣(형구지의) : 모양도 완전한 것을 찾아냅니다.
然後成見鐻(연후성견거) : 그리고는 완전한 북틀을 마음속에 떠올
린
然後加手焉(연후가수언) : 뒤에야 손을 대는 것입니다.
不然則已(불연칙이) : 그렇게 되지 않으면 그만둡니다.
則以天合天(칙이천합천) : 곧 저의 천성과 나무의 천성을 합치시
키는 것입니다.
器之所以疑神者(기지소이의신자) : 제가 만든 기구가 신기에 가
까운 이유는
其由是與(기유시여) :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11.
東野稷以御見莊公(동야직이어견장공) : 동야직이라는 사람이 수
레를 모는 기술을 가지고 장공을 만났다.
進退中繩(진퇴중승) : 그의 수레 모는 솜씨는 나가고 물러나는
것이 먹줄에 들어맞을 듯이 곧았고,
左右旋中規(좌우선중규) : 좌우로 도는 것은 그림쇠에 들어맞을
듯이 정원형을 그렸다.
莊公以爲文弗過也(장공이위문불과야) : 장공은 옛날 조부도 이보
다 더 낫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使之鉤百而反(사지구백이반) : 그에게 밭이랑 길을 돌아오도록
했다.
顔闔遇之(안합우지) : 안합이 그를 만나고
入見曰(입견왈) : 돌아와 장공을 뵙고 이르기를
稷之馬將敗(직지마장패) : “동야직의 말이 넘어지고 말 것입니
다.”
公密而不應(공밀이불응) : 장공은 묵묵히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少焉(소언) : 과연 조금 후에
果敗而反(과패이반) : 말이 넘어져서 돌아왔다.
公曰(공왈) : 장공이 물었다.
子何以知之(자하이지지) : “당신은 어떻게 말이 넘어질 것을 알
았습니까?”
曰其馬力竭矣(왈기마력갈의) : 안합이 대답하기를“그는 말의 힘
이 다 했는데도
而猶求焉(이유구언) : 계속 달리게 하려고 했으므로
故曰敗(고왈패) : 넘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12.
工倕旋而蓋規矩(공수선이개규구) : 공수가 손으로 도안을 하면 그
림쇠나 굽은 자를 쓴 것과 같이 정확했다.
指與物化而不以心稽(지여물화이불이심계) : 그의 손가락이 물건
에 동화되어 있어서 마음으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故其靈壹一而不桎(고기령일일이불질) : 그러므로 그의 정신은 하
나로 되어 아무런 거리낌도 받지 않는 것이다.
忘足(망족) : 발을 잊는 것은
屨之適也(구지적야) : 신이 알맞기 때문이다.
忘要(망요) : 허리를 잊는 것은
帶之適也(대지적야) : 허리띠가 알맞기 때문이다.
忘是非(망시비) : 옳고 그른 것을 잊는 것은
心之適也(심지적야) :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이다.
不內變(불내변) : 안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고,
不外從(불외종) : 밖으로 물건에 이끌리지 않는 것은
事會之適也(사회지적야) : 사리와 경우에 편안하고 알맞기 때문
이다.
始乎適而未嘗不適者(시호적이미상불적자) : 알맞음에서 시작하여
알맞지 않은 일이 없게 되면,
忘適之適也(망적지적야) : 알맞음이 알맞은 것조차도 잊게 되는
것이다.
有孫休者(유손휴자) : 손휴라는 사람이
踵門而詫子扁慶子曰(종문이타자편경자왈) : 편경자의 집을 찾아
가서 말했다.
休居鄕不見謂不修(휴거향불견위불수) :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
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臨難不見謂不用(림난불견위불용) :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
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然而田原不遇歲(연이전원불우세) :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事君不遇世(사군불우세) : 임금을 섬김에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賓於鄕里(빈어향리) :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逐於州部(축어주부) :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則胡罪乎天哉(칙호죄호천재) :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休惡遇此命也(휴악우차명야) :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자독불문부지인지자행사) : “당신은 지
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忘其肝膽(망기간담) : 자신의 간과 쓸개조차도 잊고
遺其耳目(유기이목) :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芒然彷徨乎塵垢之外(망연방황호진구지외) : 망연히 티끌과 먼지
의 세상 밖에 노닐며
逍遙乎無事之業(소요호무사지업) : 일할 것이 없는 직업을 가지
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是謂爲而不恃(시위위이불시) :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
력을 믿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불재) :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
다고 하는 것입니다.
今汝飾知以驚愚(금여식지이경우) :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修身以明汚(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소소호약게일월이행야) : 해와 달처럼 당
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汝得全而形軀(여득전이형구) :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
고
具而九竅(구이구규) :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무중도요어성맹파건이비어인수) :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亦幸矣(역행의) :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又何暇乎天之怨哉(우하가호천지원재) :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
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子往矣(자왕의) : 어서 가보시오.”
孫子出(손자출) : 손휴가 나가자
扁子入(편자입) :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坐有間(좌유간) :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仰天而歎(앙천이탄) :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先生何爲歎乎(선생하위탄호) :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向者休來(향자휴래) :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吾告之以至人之德(오고지이지인지덕) :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오공기경이수지어혹야) : 나는 그가 놀라
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弟子曰(제자왈) :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孫子之所言是邪(손자지소언시사) : 손휴의 주장이 옳고
先生之所言非邪(선생지소언비사) :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틀렸
다면,
非固不能惑是(비고불능혹시) :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孫子所言非邪(손자소언비사) : 손휴의 주장이 틀렸고
先生所言是邪(선생소언시사) :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彼固惑而來矣(피고혹이래의) :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
이니
又奚罪焉(우해죄언) :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扁子曰(편자왈) : 편경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다.
昔者有鳥止於魯郊(석자유조지어로교) :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魯君說之(노군설지) :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爲具太牢而饗之(위구태뢰이향지) :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
에게 먹이고,
奏九韶以樂之(주구소이락지) :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鳥乃始憂悲眩視(조내시우비현시) :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
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不敢飮食(불감음식) :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此之謂以己養養鳥也(차지위이기양양조야) : 이것은 자기를 기르
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若夫以鳥養養鳥者(약부이조양양조자) :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
로 새를 기르려면 마땅히
宜棲之深林(의서지심림) :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浮之江湖(부지강호) :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고,
食之以委蛇(식지이위사) :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해야
하는 것이다.
委蛇而處(위사이처) : 그처럼 넓은 땅에 두고서
則安平陸而已矣(칙안평육이이의) :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今休(금휴) : 지금 손휴는
款啓寡聞之民也(관계과문지민야) :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
데도
吾告以至人之德(오고이지인지덕) :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
기 해준 것은
譬之若載鼷以車馬(비지약재혜이거마) :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樂鴳以鐘鼓也(락안이종고야) :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
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彼又惡能無驚乎哉(피우악능무경호재) :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山木
1.
莊子行於山中(장자행어산중) : 장자가 산 속을 가다가
見大木枝葉盛茂(견대목지엽성무) :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
를 보았다.
伐木者止其旁而不取也(벌목자지기방이불취야) : 나무꾼이 그 옆
에 있으면서도 나무를 베지 않아
問其故(문기고) : 그 까닭을 물으니
曰無所可用(왈무소가용) :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此木以不材得終其天年(차목이불재득종기천년) : “이 나무는 쓸
모가 없기 때문에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는구나.”
出於山(출어산) : 장자가 산에서 내려와
舍於故人之家(사어고인지가) :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故人喜(고인희) : 친구는 기뻐하며
命豎子殺雁而烹之(명수자살안이팽지) : 하인에게 거위를 잡아 요
리를 하라고 했다.
豎子請曰(수자청왈) : 하인이 물었다.
其一能鳴(기일능명) : “그 중 한 놈은 잘 울고
其一不能鳴(기일불능명) : 한 놈은 울 줄을 모르는데
請奚殺(청해살) : 어느 놈을 잡을까요?”
主人曰(주인왈) : 주인이 말했다.
殺不能鳴者(살불능명자) : “울지 못하는 놈으로 잡아라”
明日(명일) : 다음 날
弟子問於莊子曰(제자문어장자왈) :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昨日山中之木(작일산중지목) : “어제 산 속의 나무는
以不材得終其天年(이불재득종기천년) :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했
는데,
今主人之雁(금주인지안) : 오늘의 거위는
以不材死(이불재사) :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先生將何處(선생장하처)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시겠는지
요?”
莊子笑曰(장자소왈) : 장자가 웃으며 말했다.
周將處乎材與不材之間(주장처호재여불재지간) : “나는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에 처신하겠다.
材與不材之間(재여불재지간) : 그러나 재목이 되고 재목이 되지
않는 것의 중간이란 것은,
似之而非也(사지이비야) : 도와 비슷하기는 하나 참된 도는 아니
므로
故未免乎累(고미면호루) :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若夫乘道德而浮遊則不然(약부승도덕이부유칙불연) : 자연의 도와
덕을 타고 유유히 떠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無譽無訾(무예무자) : 칭찬도 없고 비방도 없으며,
一龍一蛇(일룡일사) : 한번은 용이 되었다가 한번은 뱀이 되었다
가
與時俱化(여시구화) : 시간과 더불어 변화하면서
而無肯專爲(이무긍전위) :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一上一下(일상일하) : 오르락내리락하면서
以和爲量(이화위량) : 조화로움을 자신의 법도로 삼을 것이다.
浮遊乎萬物之祖(부유호만물지조) : 만물의 근원에서 노닐게 하여
,
物物而不物於物(물물이불물어물) : 사물을 사물로 부리되 외물에
의해 사물로서의 부림을 받지 않을 것이니
則胡可得而累邪(칙호가득이루사) : 어찌 재난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느냐?
此神農黃帝之法則也(차신농황제지법칙야) : 이것이 바로 신농씨
와 황제의 법칙인 것이다.
若夫萬物之情(약부만물지정) : 그러나 만물의 실체나
人倫之傳(인륜지전) : 인간 세상의 이치는
則不然(칙불연) : 그렇지 않아서,
合則離(합칙리) : 모이면 흩어지고,
成則毁(성칙훼) : 이루면 무너지고,
廉則挫(렴칙좌) : 모가 나면 깎이고,
尊則議(존칙의) : 높아지면 비난받고,
有爲則虧(유위칙휴) : 무언가 해놓으면 훼손당하고,
賢則謀(현칙모) : 어질면 모함을 받고,
不肖則欺(불초칙기) :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한다.
胡可得而必乎哉(호가득이필호재) : 그러니 어떻게 재난을 면할
수 있겠느냐?
悲夫(비부) : 슬프구나
弟子志之(제자지지) : 제자여 이점을 마음에 두어라
其唯道德之鄕乎(기유도덕지향호) : 자연의 도와 덕이 행하여지는
곳에서만
재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2.
市南宜僚見魯侯(시남의료견로후) : 시남의요가 노나라 제후를 만
나니,
魯侯有憂色(로후유우색) : 노나라 제후는 근심하는 빛을 띠고 있
었다.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有憂色(군유우색) : “임금께서는 근심스러운 빛을 띠고 계심
은
何也(하야) : 무슨까닭이십니까?”
魯侯曰(로후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吾學先王之道(오학선왕지도) : “나는 옛 훌륭한 임금들의 도를
배웠고,
修先君之業(수선군지업) : 옛 임금들이 하신 일을 닦았습니다.
吾敬鬼尊賢(오경귀존현) : 귀신을 공경하고 현명한 사람들을 존
중하며
親而行之(친이행지) : 그들과 친근히 지내면서 일을 하고
無須臾離居(무수유리거) :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然不免於患(연불면어환) : 그런데도 환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
니,
吾是以憂(오시이우) : 나는 그 때문에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之除患之術淺矣(군지제환지술천의) : “임금님의 걱정을 없애
는 방법은 얕으십니다.
夫豊狐文豹(부풍호문표) : 살찐 여우와 아름다운 무늬의 표범이
棲於山林(서어산림) : 산림 속에 살면서
伏於巖穴(복어암혈) : 바위굴에 숨어 있는 것은
靜也(정야) :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夜行晝居(야행주거) : 밤에는 움직이고 낮에는 굴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戒也(계야) :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雖飢渴隱約(수기갈은약) : 비록 배고프고 목마르며 곤궁한 처지
에 있다 해도
猶且胥疏於江湖之上而求食焉(유차서소어강호지상이구식언) : 먼
강과 호숫가로 가서 먹이를 구하는 것은
定也(정야) : 안정을 위해서입니다.
然且不免於罔羅機辟之患(연차불면어망라기벽지환) : 그런데도 그
물과 덫의 걱정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是何罪之有哉(시하죄지유재) :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
런 것이 아닙니다.
其皮爲之災也(기피위지재야) : 다만 그들의 가죽이 재난의 원인
되는 것입니다.
今魯國獨非君之皮邪(금로국독비군지피사) : 지금 임금님께 있어
서 노나라는 그 가죽과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吾願君刳形去皮(오원군고형거피) : 바라건대 임금님께서는 육체
를 잘라내고 가죽을 벗어버리며
洒心去欲(쇄심거욕) : 마음을 씻어내고 욕망을 없애버리고서
而遊於無人之野(이유어무인지야) : 아무도 없는 들판에 노닐도록
하십시오.
南越有邑焉(남월유읍언) :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名爲建德之國(명위건덕지국) : 이름을 건덕이라 부릅니다.
其民愚而朴(기민우이박) : 그 곳의 백성들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少私而寡欲(소사이과욕) : 사사로움이 적고 욕망도 적으며,
知作而不知藏(지작이부지장) : 일 할 줄만 알았지 물건을 저장해
둘 줄은 모릅니다.
與而不求其報(여이불구기보) : 남에게 무엇을 주고도 대가를 바
라지 않으며,
不知義之所適(부지의지소적) : 어떤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알지
못하며
不知禮之所將(부지례지소장) : 예의란 어떻게 하여야 지켜지는
것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猖狂妄行(창광망행) : 멋대로 무심히 행동하면서도
乃蹈乎大方(내도호대방) : 위대한 자연의 도를 실천하고 있습니
다.
其生可樂(기생가락) : 그들의 삶은 즐겁기만 하며
其死可藏(기사가장) : 죽으면 편히 묻힙니다.
吾願君去國捐俗(오원군거국연속) : 임금께서도 나라를 떠나 속된
일을 버리시고
與道相輔而行(여도상보이행) : 자연의 도와 어울리며 그곳에 가
십시오.”
君曰(군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遠而險(피기도원이험) : “그 곳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
거니와
又有江山(우유강산) : 또 강과 산이 막혀 있는데
我無舟車(아무주거) : 내게는 수레도 배도 없으니
奈何(내하) :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君無形倨(군무형거) : “육체적인 방만을 없애시고
無留居(무류거) : 높은 지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없앰으로써
以爲君車(이위군거) : 임금님의 배와 수레를 삼으십시오.”
君曰(군왈) : 노나라 제후가 말했다.
彼其道幽遠而無人(피기도유원이무인) :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히 멀고 아무도 없는데
吾誰與爲鄰(오수여위린) : 누구와 이웃을 삼고 지낸단 말입니까?
吾無糧(오무량) : 내게는 먹을 것도 없고
我無食(아무식) : 나에게는 양식도 없는데
安得而至焉(안득이지언) :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市南子曰(시남자왈) : 시남자가 말했다.
少君之費(소군지비) : “비용을 적게 하시고
寡君之欲(과군지욕) : 욕망을 줄이시면
雖無糧而乃足(수무량이내족) : 비록 양식이 없다 해도 풍족하게
됩니다.
君其涉於江而浮於海(군기섭어강이부어해) : 강을 건너고 바다에
배를 띄우게 되면
望之而不見其崖(망지이불견기애) :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愈往而不知其所窮(유왕이부지기소궁) : 갈수록 그 끝나는 곳을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送君者皆自崖而反(송군자개자애이반) : 배웅하는 사람들이 모두
강 언덕에서 돌아가 버리면
君自此遠矣(군자차원의) : 멀리 자유로운 경지로 떠나게 될 것입
니다.
故有人者累(고유인자루) :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재난이 있게
되고,
見有於人者憂(견유어인자우) : 사람들에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근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故堯非有人(고요비유인) : 그러므로 요임금은 사람을 다스리지
않았고,
非見有於人也(비견유어인야) : 사람들의 보호도 받지 않았었습니
다.
吾願去君之累(오원거군지루) : 스스로의 재난을 제거하고
除君之憂(제군지우) : 임금의 근심을 없애고서
而獨與道遊於大莫之國(이독여도유어대막지국) : 홀로 도와 더불
어 크게 광막한 나라에서 노니십시오.
方舟而濟於河(방주이제어하) : 배를 나란히 하고 황하를 건널 때
有虛?來觸舟(有虛?래촉주) : 만약 빈배가 와서 자기 배에 부딪힌
다면
雖有惼心之人不怒(수유편심지인불로) : 비록 마음이 좁은 사람이
라 해도 성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有一人在其上(유일인재기상) : 만약 한 사람이라도 그 배에 타고
있다면
則呼張歙之(칙호장흡지) : 소리쳐 배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라고
할 것입니다.
一呼而不聞(일호이불문) :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再呼而不聞(재호이불문) : 두 번 소리칠 것이고,
於是三呼邪(어시삼호사) :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치면서
則必以惡聲隨之(칙필이악성수지) : 반드시 욕을 하게 될 것입니
다.
向也不怒而今也怒(향야불로이금야로) : 앞에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은 성내고 소리치는 것은
向也虛而今也實(향야허이금야실) : 앞의 배는 빈배였는데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人能虛己以遊世(인능허기이유세) :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우고 세
상을 노닌다면
其孰能害之(기숙능해지) : 그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습니까?
3.
北宮奢爲衛靈公賦斂以爲鐘(북궁사위위령공부렴이위종) : 북궁사
가 형나라 영공을 위해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종을 만들게
되었다.
爲壇乎郭門之外(위단호곽문지외) : 그는 성곽 문 밖에 제단을 만
들고
三月而成上下之縣(삼월이성상하지현) : 석 달만에 위 아래로 종
을 거는 종 틀을 완성했다.
王子慶忌見而問焉(왕자경기견이문언) : 왕자인 경기가 보고 그에
게 물었다.
曰子何術之設(왈자하술지설) : “어떤 방법을 써서 이렇게 만들
었습니까?”
奢曰(사왈) : 북궁사가 말했다.
一之間(일지간) : “순일함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지
無敢設也(무감설야) : 아무런 다른 방법을 쓴 것이 없습니다.
奢聞之(사문지) : 제가 듣건대
旣彫旣琢(기조기탁) : 구슬이라는 것은 깎고 쪼고 함으로써
復歸於朴(복귀어박) : 본연의 소박함으로 복귀하게 된다고 들었
습니다.
侗乎其無識(동호기무식) : 저는 멍청히 아무런 의식도 없이
儻乎其怠疑(당호기태의) : 생각없이 의심이 없이
萃乎芒乎(췌호망호) : 바보처럼 행동했습니다.
其送往而迎來(기송왕이영래) : 의식 없이 변화하는 대로 가는 것
은 보내고 오는 것은 맞이했습니다.
來者勿禁(래자물금) : 오는 것은 막지 않고
往者勿止(왕자물지) : 가는 것은 잡지 않았습니다.
從其强梁(종기강량) : 완고히 나를 배반하는 사람들은 그대로 놔
두고
隨其曲傅(수기곡부) : 유순히 따르는 사람들 또한 그대로 두었습
니다.
因其自窮(인기자궁) : 스스로 힘이 닫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
것입니다.
故朝夕賦斂而毫毛不挫(고조석부렴이호모불좌) : 그러므로 아침저
녁으로 세금을 거두어 들여도 터럭 끝만큼도 백성들을 손상시키
지 않은 것입니다.
而況有大塗者乎(이황유대도자호) : 하물며 위대한 도를 터득한
분은 어떻겠습니까?”
4.
孔子圍於陳蔡之間(공자위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중간에서 사람들에게 포위 당해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 동안이나 더운 음식을 먹지 못했
다.
大公任往弔之曰(대공임왕조지왈) : 그 때 태공임이 찾아와서 공
자를 위문하여 말했다.
子幾死乎(자기사호) : “선생님은 죽게 될 것 같습니다.”
曰然(왈연) : 공자가 답하기를, “그렇소.”
子惡死乎(자악사호) : 태공임이 말하기를, “선생님은 죽는 것을
싫어하십니까?”
曰然(왈연) : 공자가 답하기를, “그렇소.”
任曰(임왈) : 태공임이 말했다.
予嘗言不死之道(여상언불사지도) : “제가 시험삼아 죽지 않는
법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東海有鳥焉(동해유조언) : 동해에 새가 있는데
其名曰意怠(기명왈의태) : 그 이름을 의태라 부릅니다.
其爲鳥也(기위조야) : 그 새는
翂翂翐翐(분분질질) : 본성이 느려서
而似無能(이사무능) : 아무 능력도 없는 듯이 보입니다.
引援而飛(인원이비) : 날 때는 다른 새들이 서로 이끌어 주어야
날고,
迫脅而棲(박협이서) : 쉴 때는 다른 새들과 붙어 있습니다.
進不敢爲前(진불감위전) : 나아갈 때는 감히 다른 새들의 앞에
서지 않고,
退不敢爲後(퇴불감위후) : 물러설 때는 다른 새들보다 뒤서지 않
습니다.
食不敢先嘗(식불감선상) : 먹이를 먹을 때도 감히 다른 새들보다
앞서 맛보지 않고,
必取其緖(필취기서) : 반드시 다른 새가 먹고 난 나머지를 먹습
니다.
是故其行列不斥(시고기행렬불척) : 그래서 그 새는 다른 새들 무
리에게 배척 당하는 일이 없고,
而外人卒不得解(이외인졸부득해) : 사람들에게도 해를 입지 않는
것입니다.
是以免於患(시이면어환) : 그래서 재난을 면하고 있습니다.
直木先伐(직목선벌) :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리고,
甘井先竭(감정선갈) : 맛있는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입니다.
子其意者飾知以驚愚(자기의자식지이경우) : 선생을 보면 자신의
지식을 꾸며 어리석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修身以明汙(수신이명오) : 몸을 닦아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昭昭乎如揭日月而行(소소호여게일월이행) : 마치 해와 달을 걸고
가듯이 훤하게 자신을 내세우기 때문에
故不免也(고불면야) : 그러므로 환난을 면치 못하는 것입니다.
昔吾聞之大成之人曰(석오문지대성지인왈) : 옛날에 내가 위대한
덕을 이룬 사람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自伐者無功(자벌자무공) :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이 없게 되고,
功成者墮(공성자타) : 공을 이루고 물러나지 않는 자는 실패하게
되며,
名成者虧(명성자휴) : 명성을 이루고 그대로 머물고자 하는 자
는 욕을 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孰能去功與名而還與衆人(숙능거공여명이환여중인) : 어느 누가
과연 공명을 마다하고 보통 사람들과 같이 처신하겠습니까?
道流而不明居(도류이불명거) : 그의 도가 널리 행하여져도 자기
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德行而不名處(덕행이불명처) : 그의 덕이 세상에 시행되어도 명
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純純常常(순순상상) : 마음을 순수하게 가지고, 언제나 한결같이
행동하여
乃比於狂(내비어광) : 마치 미친 사람인 것처럼
削迹捐勢(삭적연세) : 무심하게 공적을 남기지 않고, 권세를 버
리며
不爲功名(불위공명) : 공명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是故無責於人(시고무책어인) : 그러면 남을 책잡을 일도 없고,
人亦無責焉(인역무책언) : 남에게 책잡힐 일도 없을 것입니다.
至人不聞(지인불문) : 지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법이건만
子何喜哉(자하희재) : 선생께서는 어째서 공명을 좋아하는 것입
니까?”
孔子曰(공자왈) : 이 말을 들은 공자가 이르기를
善哉(선재) : “훌륭하십니다”
辭其交遊(사기교유) : 곧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去其弟子(거기제자) : 제자들을 버리고
逃於大澤(도어대택) : 큰 늪지에 숨어
依裘褐(의구갈) : 가죽옷을 입고
食杼與栗(식저여률) : 도토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다.
入獸不亂群(입수불란군) : 그리하여 짐승들 사이로 들어가도 무
리가 흩어지지 않았고,
入鳥不亂行(입조불란행) : 새들 틈에 들어가도 그 행렬이 흐트러
지지 않았다.
鳥獸不惡(조수불악) : 새와 짐승들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으니
而況人乎(이황인호) : 하물며 사람들이야 어땠겠는가!
5.
孔子問子桑雽曰(공자문자상호왈) : 공자가 자상호에게 물었다.
吾再逐於魯(오재축어로) :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 쫓겨났고,
伐樹於宋(벌수어송) : 송나라에서는 뽑힌 나무에 죽을 뻔했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쫓겨났으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송나라와 주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고,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 진과 채 두 나라 사이에서는 포위
당했었습니다.
吾犯此數患(오범차수환) : 내가 이렇게 여러 차례 어려움을 당하
게 되자,
親交益疏(친교익소) : 친한 사람들과의 교분은 점차 멀어지고
徒友益散(도우익산) : 제자들도 차츰 흩어지게 되었는데,
何與(하여) : 이 어찌 된 까닭입니까?”
子桑雽曰(자상호왈) : 자상호가 대답했다.
子獨不聞假人之亡與(자독불문가인지망여) : “그대는 가나라에서
도망쳤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林回棄千金之璧(임회기천금지벽) : 임회라고 하는 사람은 천금
가치가 나가는 옥을 버린 채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 아기를 업고 도망쳤답니다.
或曰(혹왈) :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爲其布與(위기포여) : “값어치로 따지면
赤子之布寡矣(적자지포과의) : 아기는 별로 나가지 않으며,
爲其累與(위기루여) : 짐 되기로 말하면
赤子之累多矣(적자지루다의) : 아기가 더 힘이 듭니다.
棄千金之璧(기천금지벽) : 그런데도 값나가는 옥을 버리고
負赤子而趨(부적자이추) : 아기를 업고 도망친 것은
何也(하야) :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林回曰(림회왈) : 임회는 이르기를
彼以利合(피이리합) : “옥은 이익으로 결합된 것이지만
此以天屬也(차이천속야) : 아기는 하늘이 맺어 준 것입니다.
夫以利合者(부이리합자) : 이익으로 맺어진 사람들은
迫窮禍患害相棄也(박궁화환해상기야) :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
게 되면 서로를 버리게 되지만,
以天屬者(이천속자) : 하늘이 맺어준 사람들은
迫窮禍患害相收也(박궁화환해상수야) : 어려움과 곤란함을 당하
게 되면 서로 단결하는 것입니다.
夫相收之與相棄亦遠矣(부상수지여상기역원의) : 서로 버리려는
것과 서로 단결하는 것은 역시 그 차이가 매우 멉니다.”라고 대
답했답니다.
且君子之交淡若水(차군자지교담약수) : 또한 군자의 사귐은 물같
이 담백하지만
小人之交甘若醴(소인지교감약례) :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
합니다.
君子淡以親(군자담이친) : 군자의 사귐은 담백하기 때문에 친해
지고,
小人甘以絶(소인감이절) :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 때문에 끊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彼無故以合者(피무고이합자) : 다시 말씀드려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則無故以離(칙무고이리) : 까닭 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 것입니
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敬聞命矣(경문명의) : “가르침을 잘 받들겠습니다.”
徐行翔佯而歸(서행상양이귀) : 그리고 공자는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와
絶學捐書(절학연서) : 학문을 끊고 책을 버렸다.
弟子無揖於前(제자무읍어전) : 제자들은 그의 앞에서 허리를 굽
히지 않게 되었으나
其愛益加進(기애익가진) : 그들의 친애는 더욱 높아졌다.
異日(이일) : 다음날
桑雽又曰(상호우왈) : 자상호가 다시 말했다.
舜之將死(순지장사) : “순임금이 임종 때
乃命禹曰(내명우왈) : 우에게 명했습니다.
汝戒之哉(여계지재) : “그대는 다음의 것을 경계하라.
形莫若緣(형막약연) : 육체는 자연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
이 없으며,
情莫若率(정막약솔) : 심정은 본성을 따르는 것보다 더 좋은 것
이 없다.”
緣則不離(연칙불리) : 자연을 따르면 서로 떨어지지 않게 되고,
率則不勞(솔칙불로) : 본성을 따르면 수고롭지 않게 되는 것입니
다.
不離不勞(불리불로) : 자연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수고롭지 않
게 된다면
則不求文以待形(칙불구문이대형) :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
려 하지 않게 됩니다.
不求文以待形(불구문이대형) : 학문을 추구하여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게 되면
固不待物(고불대물) : 밖의 물건에 자신을 의지하지 않게 됩니다
.”
6.
莊子衣大布而輔之(장자의대포이보지) : 장자가 누더기로 기운 거
친 무명옷에다
正緳係履而過魏王(정혈계리이과위왕) : 삼줄로 얽어맨 신을 신고
서 위나라 임금을 찾아갔다.
魏王曰(위왕왈) : 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何先生之憊邪(하선생지비사) : “어쩌다 선생은 이토록 곤경에
빠졌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憊也(비비야) :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士有道德不能行(사유도덕불능행) : 선비에게는 자연의 도와 덕이
있는데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憊也(비야) : 곤경에 빠지는 것입니다.
衣弊履穿(의폐리천) : 옷이 해지고 신발에 구멍이 난 것은
貧也(빈야) : 가난한 것이지
非憊也(비비야) :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此所謂非遭時也(차소위비조시야) : 이것이 바로 때를 만나지 못
했다는 것입니다.
王獨不見夫騰猿乎(왕독불견부등원호) : 나무에 기어오르는 원숭
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其得枏梓豫章也(기득남재예장야) : 원숭이는 남나무나 가래나무
나 상장나무 같은 큰 나무에 올라
攬蔓其枝而王長其間(람만기지이왕장기간) : 나뭇가지에 매달려
지낼 때에는
雖羿逢蒙不能眄睨也(수예봉몽불능면예야) : 예나 봉몽과 같은 명
궁이라 해도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습니다.
及其得柘棘枳枸之間也(급기득자극지구지간야) : 그러나 원숭이가
산뽕나무나 가시나무나 탱자나무 같은 작은 나무 사이에 있을 때
에는
危行側視(위행측시) : 위태로운 듯이 곁눈질을 하며 다니고
振動悼慄(진동도률) : 두려움에 덜덜 떨게 됩니다.
此筋骨非有加急而不柔也(차근골비유가급이불유야) : 이것은 원숭
이의 근육이나 뼈가 굳어져 유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
다.
處勢不便(처세불편) : 그가 처해 있는 형세가 불편하여
未足以逞其能也(미족이령기능야) :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今處昏上亂相之間(금처혼상란상지간) : 지금 같이 혼미한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들 사이에 처신하면서
而欲無憊(이욕무비) :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해도
奚可得邪(해가득사) :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此比干之見剖心徵也夫(차비간지견부심징야부) : 이것은 충신인
비간이 심장을 도려내게 된 것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7.
孔子窮於陳蔡之間(공자궁어진채지간) :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빠져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 동안이나 불로 익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左據槁木(좌거고목) : 그러나 공자는 왼손은 마른 나무에 걸쳐놓
고
右擊槁枝(우격고지) : 오른 손으로는 마른 나뭇가지를 두드리며
而歌猋氏之風(이가표씨지풍) : 신농씨의 노래를 불렀다.
有其具而無其數(유기구이무기수) : 그런데 그에게 악기는 있었지
만 절주가 없고,
有其聲而無宮角(유기성이무궁각) : 그의 소리는 있지만 음률은
없는 상태였는데,
木聲與人聲(목성여인성) : 두드리는 나무소리와 그의 목소리는
犁然有當於人之心(리연유당어인지심) : 잘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顔回端拱還木而窺之(안회단공환목이규지) : 그 때 안회가 두 손
을 모아 쥐고 눈길을 떨궈 공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仲尼恐其廣己而造大也(중니공기광기이조대야) : 공자는 안회가
자기의 뜻을 확대 해석해 재난을 크게 생각하거나
愛己而造哀也(애기이조애야) : 자기를 아낀 나머지 슬퍼할까 두
려워 말했다.
曰回(왈회) : “안회야.
無受天損易(무수천손이) :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지만,
無受人益難(무수인익난) :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
음을 바르게 갖기란 어려운 것이다.
無始而非卒也(무시이비졸야) : 모든 일은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人與天一也(인여천일야) : 사람이란 자연과 한가지인 것이다.
夫今之歌者其誰乎(부금지가자기수호) : 지금 노래를 부른 것은
누구였더냐?”
回曰(회왈) : 안회가 말했다.
敢問無受天損易(감문무수천손이) : “자연의 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히 지내기는 쉽다는 말씀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飢渴寒暑(기갈한서) : “굶주림과 목마름과 추위 더위와
窮桎不行(궁질불행) : 궁색해져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天地之行也(천지지행야) : 천지의 운행이며
運物之泄也(운물지설야) : 만물 변화의 표현이다.
言與之偕逝之謂也(언여지해서지위야) : 그 말은 이런 운행변화와
함께 변화하여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뜻한다.
爲人臣者(위인신자) : 신하된 사람은
不敢去之(불감거지) : 임금의 명으로부터 감히 벗어나지 못한다.
執臣之道猶若是(집신지도유약시) : 신하 노릇을 하는 도리도 이
와 같은데
而況乎所以待天乎(이황호소이대천호) : 하물며 하늘을 대하는 도
리야 어떻겠느냐?”
何謂無受人益難(하위무수인익난) : 안회가 다시 묻기를, “무엇
을 두고 인위적인 부귀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갖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始用四達(시용사달) : “처음 출세를 하고 보면 모든 것이 뜻대
로 되고,
爵祿竝至而不窮(작록병지이불궁) : 벼슬과 녹이 더불어 보태져서
궁하지 않게 된다.
物之所利(물지소리) : 이것은 밖의 물건이 이롭게 해주는 것이지
乃非己也(내비기야) : 자기가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다.
吾命其在外者也(오명기재외자야) : 결국 나의 운명이 밖으로부터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君子不爲盜(군자불위도) : 군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賢人不爲竊(현인불위절) : 현명한 사람은 물건을 훔치지 않는 법
인데,
吾若取之何哉(오약취지하재) : 우리가 벼슬이나 녹 같은 것은 취
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故曰(고왈) : 그르므로 이르기를
鳥莫知於鷾?(조막지어의?) : 새 중에서는 제비보다 지혜로운 것이
없다.
目之所宜處(목지소의처) : 눈으로 보아서 처신하기 부적합한 곳
이면
不給視(불급시) : 뒤돌아볼 것도 없이 달아난다.
雖落其實(수락기실) : 비록 그의 먹이를 떨어뜨렸다 해도
棄之而走(기지이주) : 그것을 버리고 달아난다.
其畏人也(기외인야) : 제비는 그처럼 사람들을 두려워 하지만
而襲諸人間(이습제인간) :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와 집을 짓
고 사는데,
社稷存焉爾(사직존언이) : 그 것은 살 곳과 먹을 것이 있기 때문
이다.”
何謂無始而非卒(하위무시이비졸) : 안회가 묻기를,“무엇을 두고
모든 일이 시작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이 변화한다고 하는 것
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化其萬物而不知其禪之者(화기만물이부지기선지자) : “만물은 변
화하고 있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焉知其所終(언지기소종) : 그러니 어찌 변화가 끝나는 곳을 알겠
으며,
焉知其所始(언지기소시) : 어찌 변화가 시작되는 곳을 알겠느냐?
正而待之而已耳(정이대지이이이) : 자기를 올바르게 하고 그 변
화에 호응할 뿐인 것이다.”
何謂人與天一邪(하위인여천일사) : 안회가 묻기를,“무엇을 두고
사람과 자연이 한가지라 하셨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有人(유인) :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天也(천야) : 자연이고,
有天(유천) : 하늘이 존재하는 것도
亦天也(역천야) : 역시 자연이다.
人之不能有天(인지불능유천) : 사람이 자연의 도를 터득하지 못
하는 것은
性也(성야) : 자기 성격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聖人晏然體逝而終矣(성인안연체서이종의) : 성인이란 편안히 자
연의 변화에 몸을 맡겨 끝 가는 데까지 가는 것이다.”
8.
莊周遊於雕陵之樊(장주유어조릉지번) : 장자가 밤나무 밭인 조릉
을 거닐다가
覩一異鵲自南方來者(도일이작자남방래자) : 한 마리 이상한 까치
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翼廣七尺(익광칠척) : 그 날개의 넓이는 일곱 자
目大運寸(목대운촌) : 눈 둘레는 한 치나 되었다
感周之顙而集於栗林(감주지상이집어률림) : 장자의 이마를 스치
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莊周曰(장주왈) : 장자가 말했다.
此何鳥哉(차하조재) : “무슨 새인가
翼殷不逝(익은불서) : 날개는 크면서도 멀리 날지 못하고,
目大不覩(목대불도) : 눈이 크면서도 잘 보지 못하는구나.”
蹇裳躩步(건상곽보) : 장자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執彈而留之(집탄이류지) : 활을 들고 그 새를 겨누었다.
覩一蟬(도일선) : 이 때 매미 한 마리를 보았는데
方得美蔭而忘其身(방득미음이망기신) : 나무그늘에 앉아 자신의
몸조차도 잊고 울고 있었다.
螳螂執翳而搏之(당랑집예이박지) :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그 매미를 잡으려 하여
見得而忘其形(견득이망기형) : 이를 보고는 정신이 쏠려 제 몸을
잊고
異鵲從而利之(이작종이리지) : 저 까치는 또 그 기회를 타서 그
사마귀를 잡으려 하여
見利而忘其眞(견리이망기진) : 이익을 보고는 진심을 잊고 있었
다.
莊周怵然曰(장주출연왈) : 장자는 두려워 탄식하듯 말했다.
噫物固相累(희물고상루) : “아아, 만물은 본시 서로 해를 끼치
며,
二類召也(이류소야) : 이로움과 해로움은 같이 있는 것이구나.”
捐彈而反走(연탄이반주) : 그리고는 활을 버리고 뒤돌아 도망을
치니
虞人逐而誶之(우인축이수지) : 숲을 관리하는 사람이 뒤쫓아와 이
유를 캐물었다.
莊周反入(장주반입) : 장자는 되돌아와
三月不庭(삼월불정) : 석 달 동안 뜰 앞에도 나앉지 않았다
藺且從而問之(린차종이문지) : 제자인 인저가 다가와서 물었다
夫子何爲頃間甚不庭乎(부자하위경간심불정호) : “선생은 무엇
때문에 요즈은 일절 뜰에 나안지 않으십니까.”하니
莊周曰(장주왈) : 장자가 이르기를,
吾守形而忘身(오수형이망신) : “나는 생을 기르는 공부를 한다
하면서 그만 내 몸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觀於濁水而迷於淸淵(관어탁수이미어청연) : 까치를 쫓아서 그것
은 마치 흐린 물을 보노라고 맑은 못물을 잊은 것과 같은 것이다
且吾聞諸夫子曰(차오문제부자왈) : 나는 또 저선생님에게 들으니
‘
入其俗(입기속) : 그 풍속에 들어가거든
從其令(종기령) : 그 품속을 따르라’하셨다
今吾遊於雕陵而忘吾身(금오유어조릉이망오신) : 그런데 이제 나
는 조릉에서 노닐다가 내 몸을 잊었고
異鵲惑吾顙(이작혹오상) : 저 이상한 까치는 내 이마을 스쳐
遊於栗林而忘眞(유어률림이망진) : 밤숲에서 놀다가 그 정신을
잊었고
栗林虞人以吾爲戮(률림우인이오위륙) : 밤숲지기는 나를 밤도둑
이라고 욕을 했구나
吾所以不庭也(오소이불정야) : 그래서 나는 뜰에도 나가지 않았
던 것이다.”
9.
陽子之宋(양자지송) :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宿於逆旅(숙어역려) : 어떤 여관에 들었다
逆旅人有妾二人(역려인유첩이인) : 그 여관 주인에게는 두 첩이
있었는데
其一人美(기일인미) : 한 사람은 미인이었고
其一人惡(기일인악) : 한 사람은 못난이었다
惡者貴而美者賤(악자귀이미자천) : 그런데 그 못난이는 귀염을
받고 그 미인은 천대를 받았다
陽子問其故(양자문기고) :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逆旅小子對曰(역려소자대왈) : 여관 주인이 말했다.
其美者自美(기미자자미) : “예쁜 여자는 스스로가 예쁘다고 생
각하고 있기 때문에
吾不知其美也(오부지기미야) : 나는 그녀가 예쁜 줄 모르게 되었
고,
其惡者惡(기악자악) : 추하게 생긴 여자는 스스로가 추하다고 생
각하고 있어서
吾不知其惡也(오부지기악야) : 나는 그가 추한 줄 모르게 되었습
니다.”
陽子曰(양자왈) : 양자가 말했다.
弟子記之(제자기지) : “제자들이여 잘 기억하라
行賢而去自賢之行(행현이거자현지행) : 그 행실이 어질고서도 스
스로 어진 척하는 생각이 없으면
安往而不愛哉(안왕이불애재) : 어디에 간들 사랑을 받지 않을 것
인가?”고 말했다
田子方
1.
田子方侍坐於魏文侯(전자방시좌어위문후) : 전자방이 위나라 문
후와 앉아 있었는데
數稱谿工(수칭계공) : 여러 번 계공의 훌륭함을 얘기했다.
文侯曰(문후왈) : 그러자 문후가 물었다.
谿工(계공) : “계공은
子之師邪(자지사사) : 당신의 선생의 스승이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말했다.
非也(비야) : “아닙니다.
無擇之里人也(무택지이인야) : 저의 마을 사람입니다.
稱道數當(칭도수당) : 그의 도에 대한 얘기는 매우 합당하므로
故無擇稱之(고무택칭지) : 제가 훌륭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文侯曰(문후왈) : 문후가 말하였다.
然則子無師邪(연칙자무사사) : “그렇다면 선생께는 스승이 없습
니까?”
子方曰有(자방왈유) : 전자방이 말하기를, “있습니다.”
曰子之師誰邪(왈자지사수사) : 문후가 묻기를, “선생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대답했다.
東郭順子(동곽순자) : “동곽의 순자입니다.”
文侯曰(문후왈) : 문후가 말했다.
然則夫子何故未嘗稱之(연칙부자하고미상칭지) : “그런데도 선생
은 어째서 한번도 그분의 훌륭함을 말하지 않으십니까?”
子方曰(자방왈) : 전자방이 말했다.
其爲人也眞(기위인야진) : “그 분의 사람됨은 참되어,
人貌而天虛(인모이천허) :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하늘처
럼 텅 비어 있으며,
緣而葆眞(연이보진) : 자연을 따름으로서 참됨을 기르며,
淸而容物(청이용물) : 맑은 마음으로 만물을 포용합니다.
物無道(물무도) : 남이 무도한 짓을 해도
正容以悟之(정용이오지) : 자기 모습을 올바로 지님으로서 그로
하여금 깨닫게 하며,
使人之意也消(사인지의야소) : 모든 개인의 뜻은 자연히 사라지
게 합니다.
無擇何足以稱之(무택하족이칭지) : 제가 어떻게 그분의 훌륭함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子方出(자방출) : 전자방이 나간 뒤에도
文侯儻然終日不言(문후당연종일불언) : 문후는 하루종일 멍하니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召前立臣而語之曰(소전립신이어지왈) : 그러다가 신하를 불러 말
했다.
遠矣(원의) :
全德之君子(전덕지군자) : “멀리 있는 듯하구나, 완전한 덕을
지닌 군자는.
始吾以聖知之言仁義之行爲至矣(시오이성지지언인의지행위지의) :
처음에 나는 성인과 지혜 있는 이의 말과 인의의 행동을 지극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吾聞子方之師(오문자방지사) : 나는 전자방의 스승 얘기를 듣고
나서
吾形解而不欲動(오형해이불욕동) : 몸이 풀려 움직이기도 싫어지
고
口鉗而不欲言(구겸이불욕언) : 입이 닫혀 말하기도 싫어졌다.
吾所學者直土梗耳(오소학자직토경이) : 내가 배워온 것들이란 흙
이나 먼지 같은 것이었다.
夫魏眞爲我累耳(부위진위아루이) : 위나라는 나에게 재해가 되고
있을 뿐이다.”
2.
溫伯雪子適齊(온백설자적제) : 온백설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舍於魯(사어로) : 노나라에 머물렀다.
魯人有請見之者(로인유청견지자) : 노나라 사람 하나가 그를 만
나기를 원하자
溫伯雪子曰(온백설자왈) : 온백설자가 말했다.
不可(불가) : “될 수 없다
吾聞中國之君子(오문중국지군자) : 내가 듣기로, 중국의 군자는
明乎禮義而陋於知人心(명호례의이루어지인심) : 예의는 밝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 데는 어둡다고 들었습니다. ”
吾不欲見也(오불욕견야) :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至於齊(지어제) : 제나라고 갔다가
反舍於魯(반사어로) : 돌아오는 길에도 노나라에서 머물렀는데,
是人也又請見(시인야우청견) : 전의 그 사람이 다시 만나주기를
요청했다.
溫伯雪子曰(온백설자왈) : 온백설자가 말했다.
往也蘄見我(왕야기견아) : “전에도 나를 만나려 했었고,
今也又蘄見我(금야우기견아) : 지금도 나를 만나려하고 있으니
是必有以振我也(시필유이진아야) : 반드시 나를 깨우쳐줄 무엇인
가가 있을 것이다.”
出而見客(출이견객) : 그리고 나가 손님을 만나고
入而歎(입이탄) : 들어와 탄식을 했다.
明日見客(명일견객) : 다음 날도 그 손님을 만났는데
又入而歎(우입이탄) : 또 들어와 탄식을 했다.
其僕曰(기복왈) : 그의 하인이 물었다.
每見之客也(매견지객야) : “매 번 그 손님을 만나고
必入而歎(필입이탄) : 들어오실 때마다 탄식을 하시니
何耶(하야) : 어째서입니까?”
曰吾固告子矣(왈오고고자의) : 온백설자가 대답하기를, “전에
내가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中國之民(중국지민) : 중국사람들은
明乎禮義而陋乎知人心(명호례의이루호지인심) : 예의는 밝지만
사람의 마음을 아는데는 어둡다고.
昔之見我者(석지견아자) : 어제 내가 만났던 사람은
進退一成規一成矩(진퇴일성규일성구) :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이
가늠쇠나 자를 댄 것처럼 일정한 규칙이 있고,
從容一若龍一若虎(종용일약룡일약호) : 점잖은 모습은 용이나 호
랑이 같았다.
其諫我也似子(기간아야사자) : 그가 나에게 말하는 태도는 자식
과 같았고,
其道我也似父(기도아야사부) : 나를 인도해 주는 태도는 어버이
와 같았다.
是以歎也(시이탄야) : 그래서 탄식을 했던 것이다.”
仲尼見之而不言(중니견지이불언) : 공자도 그를 만났던 일이 있
었지만 공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子路曰(자로왈) : 자로가 말했다.
吾子欲見溫伯雪子久矣(오자욕견온백설자구의) :“선생님께서는
오래 전부터 온백설자를 만나보려 하셨습니다.
見之而不言(견지이불언) : 그런 사람을 만나고도 말하지 않으시
니
何邪(하사) : 어째서 입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若夫人者(약부인자) : “그런 사람은
目擊而道存矣(목격이도존의) : 눈으로 보기만 해도 도를 지니고
있으니
亦不可以容聲矣(역불가이용성의) : 또한 말을 할 필요도 없다.”
3.
顔淵問於仲尼曰(안연문어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夫子步亦步(부자보역보) : “선생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夫子趨亦趨(부자추역추) :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저도 빨리
걷고,
夫子馳亦馳(부자치역치) :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夫子奔逸絶塵(부자분일절진) : 그러나 선생님께서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而回瞠若乎後矣(이회당약호후의) :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
고 있습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물었다.
回何謂邪(회하위사)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曰夫子步(왈부자보) : 안회가 대답하기를, “선생님께서 걸으시
면
亦步也(역보야) : 저도 걷는다는 것은
夫子言(부자언) :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亦言也(역언야) : 저도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夫子趨(부자추) : 선생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亦趨也(역추야) : 저도 빨리 걷는다는 것은
夫子辯(부자변) : 선생님께서 이론을 펴시면
亦辯也(역변야) : 저도 이론을 편다는 것입니다.
夫子馳(부자치) : 선생님께서 달리시면
亦馳也(역치야) : 저도 달린다는 것은
夫子言道(부자언도) : 선생님께서 도를 말씀하시면
回亦言道也(회역언도야) : 저도 도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及奔逸絶塵而回瞠若乎後者(급분일절진이회당약호후자) : 그러나
먼지도 내지 않고 달려버리시면 저는 뒤에서 눈만 멀뚱히 뜨고
있다는 말은
夫子不言而信(부자불언이신) :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남에게 믿음을 받고,
不比而周(불비이주) : 남과 친하려 하지 않으셔도 남들이 친하게
따르고,
無器而民滔乎前(무기이민도호전) : 벼슬이나 권력이 없어도 백성
들이 굴복해 오는데
而不知所以然而已矣(이부지소이연이이의) :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惡可不察與(악가불찰여) : “어째서 자세히 살피지 않는가
夫哀莫大於心死(부애막대어심사) : 슬픔 중에 믿음이 죽는 것 보
다 더 큰 슬픔이 없고,
而人死亦次之(이인사역차지) : 사람의 죽음은 그 다음 가는 슬픔
이다.
日出東方而入於西極(일출동방이입어서극) : 해는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萬物莫不比方(만물막불비방) : 만물은 모두가 이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
有首有趾者(유수유지자) : 눈이 있고 발이 있는 사람들은
待是而後成功(대시이후성공) : 해를 기다렸다 일을 하기 시작한
다.
是出則存(시출칙존) : 해가 뜨면 세상일이 시작되고,
是入則亡(시입칙망) : 해가 지면 세상일도 그치는 것이다.
萬物亦然(만물역연) : 만물도 역시 그러니,
有待也而死(유대야이사) : 그것에 의해 죽기도 하고
有待也而生(유대야이생) : 그것에 의해 살기도 한다.
吾一受其成形(오일수기성형) : 우리는 한번 형체를 타고난 이상
而不化以待盡(이불화이대진) : 스스로를 멸망시키지 않고 되어
가는 대로 맡겨두어야 하고,
效物而動(효물이동) : 밖의 물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日夜無隙(일야무극) : 변화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으므로
而不知其所終(이부지기소종) : 그것이 끝나는 곳은 알 수 없는
것이다.
薰然其成形(훈연기성형) : 만물이 다 같이 형체를 타고났지만
知命不能規乎其前(지명불능규호기전) : 운명을 미리 알아 그 앞
날을 규정해 놓을 수는 없다.
丘以是日徂(구이시일조) : 그래서 나는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
라갈 뿐이다.
吾終身與汝交一臂而失之(오종신여여교일비이실지) : 내가 평생토
록 너와 팔을 끼고 지낸다 해도 결국은 서로를 잃게 될 것이니
可不哀與(가불애여) :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
女殆著乎吾所以著也(여태저호오소이저야) : 너는 드러나 보이는
나의 겉의 것을 그대로 행하려 하고 있다.
彼已盡矣(피이진의) :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而女求之以爲有(이여구지이위유) : 그런데도 너는 그것이 현재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추구하고 있다.
是求馬於唐肆也(시구마어당사야) : 그것은 마치 텅 빈 시장에 가
서 말을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
吾服女也甚忘(오복여야심망) : 내가 너를 생각하는 것도 매우 빨
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고,
女服吾也亦甚忘(여복오야역심망) : 네가 나를 생각하는 것도 매
우 빨리 잊게 될 순간적인 것이다.
雖然(수연) : 그렇지만
女奚患焉(여해환언) : 너는 무엇을 걱정하느냐?
雖忘乎故吾(수망호고오) : 비록 옛날의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吾有不忘者存(오유불망자존) : 나에게는 언제나 잊혀질 수 없는
참된 나도 그 중에 존재하는 것이다.”
4.
孔子見老聃(공자견노담) : 공자가 노자를 만나러 가니,
老聃新沐(노담신목) : 노자는 머리를 감고 나서
方將被髮而乾(방장피발이건) : 머리를 풀어 흩트린 채 머리를 말
리고 있었는데
慹然似非人(집연사비인) : 꿈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람 같지
않았다.
孔子便而待之(공자편이대지) : 공자는 비켜서서 기다리다가
少焉見曰(소언견왈) : 잠깐 보고서 말하기를,
丘也眩與(구야현여) : “제 눈이 어두워진 것일까요?
其信然與(기신연여) : 아니면 제대로 본 것일까요?
向者先生形體掘若槁木(향자선생형체굴약고목) : 조금전의 선생님
의 형체는 뻣뻣한 것이 마른 나무 같았고,
似遺物離人而立於獨也(사유물리인이립어독야) : 밖의 물건은 잊
고 사람들을 떠나 홀로 우뚝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吾遊心於物之初(오유심어물지초) : “나는 만물이 태어나던 처음
의 경지에 노닐고 있었습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물었다.
何謂邪(하위사) : “그 말씀의 뜻이 무엇입니까?”
曰心困焉而不能知(왈심곤언이불능지) : 노자가 말하기를, “마음
이 곤하여지기만 하지 알 수는 없고,
口辟焉而不能言(구벽언이불능언) : 입이 닫혀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지만,
嘗爲汝議乎其將(상위여의호기장) : 당신을 위해 대략 말을 해보
겠습니다.
至陰肅肅(지음숙숙) : 지극한 음기는 고요하고
至陽赫赫(지양혁혁) : 지극한 양기는 동적인 것입니다.
肅肅出乎天(숙숙출호천) : 고요함은 하늘로부터 나오고,
赫赫發乎地(혁혁발호지) : 움직임은 땅으로부터 나오며,
兩者交通成和而物生焉(량자교통성화이물생언) : 이 두 가지 기운
이 서로 통하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물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或爲之紀而莫見其形(혹위지기이막견기형) : 누가 그 법도를 다스
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형체도 본 일이 없습니다.
消息滿虛(소식만허) : 만물은 생겨나고 없어지고 하며 가득 찼다
비었다 하기도 하며
一晦一明(일회일명) : 한번 어두워졌다가 한 번 밝아집니다.
日改月化(일개월화) : 날로 바뀌고 달로 변화하여,
日有所爲(일유소위) : 하루도 쉬지 않고 이 현상이 지속되지만
而莫見其功(이막견기공) : 그 조화의 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生有所乎萌(생유소호맹) : 만물의 발생은 싹이 튼 곳이 있으며,
死有所乎歸(사유소호귀) : 죽음은 귀결되는 곳이 있습니다.
始終相反乎無端(시종상반호무단) : 만물의 시작과 끝은 서로 끝
없이 반복되어 .
而莫知乎其所窮(이막지호기소궁) : 그 끝나는 곳을 알 수가 없습
니다
非是也(비시야) : 시비에 있어서
且孰爲之宗(차숙위지종) : 누가 만물의 근원이 될 수 있겠습니까
?”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請問遊是(청문유시) : “청컨대 그런 경지에 노닌다는 말의 뜻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得是至美至樂也(부득시지미지락야) : “그런 경지로 들어가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즐겁습니다.
得至美而遊乎至樂(득지미이유호지락) :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고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것
謂之至人(위지지인) : 이것를 지인이라 합니다.”
願聞其方(원문기방) : “그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曰草食之獸不疾易藪(왈초식지수불질역수) : 노자가 말하기를, “
풀을 먹는 짐승들은 풀밭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水生之蟲不疾易水(수생지충불질역수) : 물에 사는 벌레들은 물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行小變而不失其大常也(행소변이불실기대상야) : 생활에 작은 변
화가 일어났을 뿐이지 큰 법도를 잃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喜怒哀樂不入於胸次(희노애락불입어흉차) : 그래서 기쁨이나 노
여움·슬픔·즐거움 같은 감정들이 가슴속에 스며들지 않는 것입
니다.
夫天下也者(부천하야자) : 천하란
萬物之所一也(만물지소일야) : 만물이 한결같이 존재하는 장소입
니다.
得其所一而同焉(득기소일이동언) : 거기에 일체가 되어 동화될
수만 있다면
則四肢百體將爲塵垢(칙사지백체장위진구) : 사지나 육체는 먼지
나 때와 같은 것이 될 것이며,
而死生終始將爲晝夜(이사생종시장위주야) : 죽음과 삶, 시작과
끝을 밤이나 낮과 같은 것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而莫之能滑(이막지능활) :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그를 어지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而況得喪禍福之所介乎(이황득상화복지소개호) : 그런데 하물며
세상의 이해득실이나 화복 같은 작은 일들이야 어떻겠습니까?
棄隸者若棄泥塗(기예자약기니도) : 노예를 버리는 사람이 노예를
흙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은
知身貴於隸也(지신귀어예야) : 자신의 몸이 노예보다 귀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貴在於我而不失於變(귀재어아이불실어변) : 가장 귀한 도는 나에
게 있으며, 변화에 의해 잃게 되지 않으며,
且萬化而未始有極也(차만화이미시유극야) : 또한 만물을 변화하
게 하여 영원무궁하게 하는 것입니다.
夫孰足以患心(부숙족이환심) : 무엇이 내 마음에 걱정을 끼칠 수
있겠습니까?
已爲道者解乎此(이위도자해호차) : 이미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夫子德配天地(부자덕배천지) : “선생님의 덕은 하늘과 땅의 짝
이 될만한데도
而猶假至言以修心(이유가지언이수심) : 지극한 말씀을 빌어 마음
을 닦고 계십니다.
古之君子(고지군자) : 옛날의 군자라도
孰能脫焉(숙능탈언) : 누가 이보다 뛰어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夫水之於삭汋也(부수지어삭작야) : 물이 맑은 것은 무위하지만
無爲而才自然矣(무위이재자연의) : 그 성격이 자연히 그렇게 만
드는 것입니다.
至人之於德也(지인지어덕야) : 지인이 덕을 지니고 있는 것도
不修而物不能離焉(불수이물불능리언) : 의식적으로 덕을 닦지 않
아도 만물들이 떨어질 수 없이 화합하기 때문입니다.
若天地自高(약천지자고) : 하늘은 스스로 높고,
地之自厚(지지자후) : 땅은 스스로 두터우며,
日月之自明(일월지자명) : 해와 달은 스스로 밝은데
夫何修焉(부하수언) : 그것들이 무슨 덕을 닦는 것이 있겠습니까
?”
孔子出(공자출) : 공자가 물러 나와
以告顔回曰(이고안회왈) : 안회에게 말했다.
丘之於道也(구지어도야) : “내가 지닌 도라는 것은
其猶醯鷄與(기유혜계여) : 독 안에 든 바구미와 같은 것이었다.
微夫子之發吾覆也(미부자지발오복야) : 선생님께서 나의 몽매함
을 깨우쳐 주지 않았다면
吾不知天地之大全也(오부지천지지대전야) : 나는 하늘과 땅이 위
대하고 완전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5.
莊子見魯哀公(장자견노애공) :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만났을 때,
哀公曰(애공왈) : 애공이 말했다.
魯多儒士(로다유사) : “노나라에는 유학자들은 많지만
少爲先生方者(소위선생방자) : 선생의 학문을 닦는 사람은 적습
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魯少儒(로소유) : “노나라에는 유학자가 적습니다.”
哀公曰(애공왈) : 애공이 물었다.
擧魯國而儒服(거로국이유복) : “온 노나라 사람들이 유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데
何謂少乎(하위소호) : 어찌 유학자가 적다는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周聞之(주문지) : “제가 듣기로,
儒者冠圜冠者(유자관환관자) : 유학자가 둥근 관을 쓰고 있는 것
은
知天時(지천시) : 하늘의 때를 안다는 표시이고,
履句屨者(이구구자) : 모난 신을 신고 있는 것은
知地形(지지형) : 땅의 현상을 안다는 표시이고,
緩佩玦者(완패결자) : 오색실로 구슬을 꿰어차고 있는 것은
事至於斷(사지어단) : 일을 하게 되면 결단을 내린다는 표시라고
했습니다.
君子有其道者(군자유기도자) : 군자가 그런 도를 지니고 있다면
未必爲其服也(미필위기복야) : 굳이 그런 복장을 하지 않을 것이
며,
爲其服者(위기복자) :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未必知其道也(미필지기도야) : 반드시 그런 도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公固以爲不然(공고이위불연) : 임금님께서 굳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何不號於國中曰(하불호어국중왈) : 어째서 나라 안에 명령을 내
려
無此道而爲此服者(무차도이위차복자) : ‘그런 도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자는
其罪邪(기죄사) : 사형에 처한다’고 공포하지 않으십니까?”
於是哀公號之五日(어시애공호지오일) : 그래서 애공이 그렇게 명
령을 내렸다.
而魯國無敢儒服者(이로국무감유복자) : 그 후 닷새가 지나자 노
나라에는 감히 유학자의 옷을 입고 있는 자가 없게 되었다.
獨有一丈夫儒服(독유일장부유복) : 다만 한 사나이가 유학자의
옷을 입고서
而立乎公門(이립호공문) : 궁궐 문 앞에 서 있었다.
公卽召而問以國事(공즉소이문이국사) : 애공이 곧 그를 불러 나
라 일에 대해 물어보니
千轉萬變而不窮(천전만변이불궁) : 천 가지로 바뀌고 만 가지로
변화하는 문제들에 대해 막히는 것이 없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以魯國而儒者一人耳(이로국이유자일인이) : “노나라에 유학자는
한 사람 뿐입니다.
可謂多乎(가위다호) : 어찌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6.
百里奚爵祿不入於心(백리해작록불입어심) : 백리해는 벼슬과 녹
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지 않았다.
故飯牛而牛肥(고반우이우비) : 그래서 그가 소를 먹이면 소가 살
이 쪘으며,
使秦穆公忘其賤(사진목공망기천) : 진나라 목공에게 그의 천한
신분을 잊고
與之政也(여지정야) : 그와 더불어 정치를 하도록 만들었다.
有虞氏死生不入於心(유우씨사생불입어심) : 순임금은 죽고 사는
것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지 않았다.
故足以動人(고족이동인) : 그래서 사람들을 감화시키기에 충분했
던 것이다.
7.
宋元君將畵圖(송원군장화도) : 송나라 원군이 나라의 지도를 그
리려고 했다.
衆史皆至(중사개지) : 여러 화공들이 모두 달려와
受揖而立(수읍이립) : 명령을 받자 읍하고 서서
舐筆和墨(지필화묵) : 붓을 빨고 먹을 가는데,
在外者半(재외자반) : 방에도 못 들어오고 밖에 밀려나 있는 사
람들이 반이 넘었다.
有一史後至者(유일사후지자) : 한 화공은 늦게 와서도
儃儃然不趨(천천연불추) : 유유히 빨리 걷지도 않고,
受揖不立(수읍불립) : 명령을 받고도 읍하고 서지 않고
因之舍(인지사) :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公使人視之(공사인시지) : 원군이 사람을 시켜 그를 살펴보게 하
니
則解衣般礴臝(칙해의반박라) : 그는 옷을 벗고 벌거숭이가 되어
두 발을 쭉 뻗고 앉아 있었다.
君曰(군왈) : 원군이 말했다.
可矣(가의) : “됐다.
是眞畵者也(시진화자야) : 그가 정말로 잘 그릴 사람이다.”
8
文王觀於臧(문왕관어장) : 주나라 문왕이 장 땅에 구경을 갔다가
見一丈人釣(견일장인조) : 한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而其釣莫釣(이기조막조) : 그는 낚싯대를 들고는 있지만 고기를
낚지는 않고 있었다.
非持其釣有釣者也(비지기조유조자야) : 그는 낚싯대를 들고 고기
를 낚으려는 것이 아니라
常釣也(상조야) : 낚시질로 자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文王欲擧而授之政(문왕욕거이수지정) : 문왕은 그를 등용하여 정
치를 맡기려 하였으나
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이공대신부형지불안야) : 대신들과 부형들
이 불안을 느낄까 두려웠다.
欲終而釋之(욕종이석지) : 그대로 버려 두자니
而不忍百姓之無天也(이불인백성지무천야) : 백성들이 훌륭한 정
치가를 잃게 되는 것을 차마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於是旦而屬之大夫曰(어시단이속지대부왈) : 이에 다음날 아침 대
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昔者寡人夢見良人(석자과인몽견량인) : “지난 적에 나는 훌륭한
사람을 만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黑色髥(흑색염) : 검은 얼굴빛에 구레나룻이 났고,
乘駁馬而偏朱蹄(승박마이편주제) :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있었습니다.
號曰(호왈) : 그가 말하기를
寓而政於臧丈人(우이정어장장인) : ‘장땅의 노인에게 정치를 맡
기면
庶幾乎民有瘳乎(서기호민유추호) : 백성들의 고통이 덜어질 것이
다’라고 했습니다.”
諸大夫蹴然曰(제대부축연왈) : 여러 대부들은 얼굴빛이 바뀌면
말했다.
先君王也(선군왕야) : “돌아가신 임금님이신 것 같습니다.”
文王曰(문왕왈) : 문왕이 말했다
然則卜之(연칙복지) : “그렇다면 점을 쳐보도록 하시오.”
諸大夫曰(제대부왈) : 여러 대부들이 말했다.
先君之命(선군지명) : “돌아가신 임금님의 명령이시고
王其無它(왕기무타) : 왕께서 의심이 없으신 것인데
又何卜焉(우하복언) : 어찌 의심하여 점을 치겠습니까?”
遂迎臧丈人而授之政(수영장장인이수지정) : 마침내 장 땅의 노인
을 맞이하여 그에게 정치를 맡겼다.
典法無出(전법무출) : 그는 법령을 바꾸지도 않았고
偏令無出(편령무출) :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三年文王觀於國(삼년문왕관어국) : 삼 년 만에 문왕이 나라를 시
찰하니
則列士壞植散群(칙열사괴식산군) : 조정의 신하들은 당파의 우두
머리를 없애고 파벌을 없애버렸고,
長官者不成德(장관자불성덕) : 관청의 우두머리들은 자신의 공로
를 내세우지 않았고,
螤斛不敢入於四竟(유곡불감입어사경) :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감히 사방의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았다.
列士壞植散群(열사괴식산군) : 조정의 신하들이 당파의 우두머리
를 없애고 파벌을 없앤 것은
則尙同也(칙상동야) : 대중과 함께 화합하기 위한 것이었다.
長官者不成德(장관자불성덕) : 관청의 우두머리들이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則同務也(칙동무야) :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이었다.
螤斛不敢入於四竟(유곡불감입어사경) : 단위가 다른 도량형기들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오지 않는 것은
則諸侯無二心也(칙제후무이심야) : 제후들이 각기 다른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文王於是焉以爲大師(문왕어시언이위대사) : 문왕이 그를 태사로
모시고
北面而問曰(북면이문왈) : 제자의 예로써 북쪽을 향해 앉아서 물
었다.
政可以及天下乎(정가이급천하호) :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치
게 할 수 있겠습니까?”
臧丈人昧然而不應(장장인매연이불응) : 장 땅의 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泛然而辭(범연이사) : 범연히 사직을 하고는
朝令而夜遁(조령이야둔) : 아침까지 명령을 내리다가는 밤에 사
라져
終身無聞(종신무문) : 평생토록 소식을 알 수 없었다.
顔淵問於仲尼曰(안연문어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文王其猶未邪(문왕기유미사) : “문왕은 아직 도를 터득하지 못
한 것입니까?
又何以夢爲乎(우하이몽위호) : 어째서 꿈을 빌렸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黙汝無言(묵여무언) : “함부로 말하지 말라.
夫文王盡之也(부문왕진지야) : 문왕께서는 능력껏 다한 것인데,
而又何論刺焉(이우하론자언) : 어찌 그것을 논하고 비판하느냐?
彼直以循斯須也(피직이순사수야) : 그분은 다만 임시로 대세를
따랐을 뿐이다.”
9.
列禦寇爲伯昏無人射(열어구위백혼무인사) : 열자가 백혼무인을
위해 활쏘기를 했다.
引之盈貫(인지영관) : 활을 화살촉까지 오도록 간뜩 당기면
措杯水其肘上(조배수기주상) : 왼쪽 팔은 곧고 편편해서 그 위에
물잔을 얹어 두어도 엎어지지 않을 만큼 고요하였다.
發之(발지) : 그리고 화살을 쏠 때는
適矢復沓(적시복답) : 한 화살이 떠났는가 생각하면 어느새 다른
화살이 시울 위에 놓여 있고
方矢復寓(방시복우) : 시울 위의 화살이 떠났는가 생각하면 어느
새 또 다른 화살이 시울 위에 놓여 있었다
當是時(당시시) : 이럴 때의
猶象人也(유상인야) : 열자는 마치 나무로 만든 사람 같이 꼼작
하지 않았다
伯昏無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은 말했다
是射之射(시사지사) : “이것은 결국 활쏘기 위한 활쏨이요
非不射之射也(비불사지사야) : 활쏘지 않는 활쏨이 아니다
嘗與汝登高山(상여여등고산) : 이제 시험삼아 너와 함께 높은 산
에 올라가
履危石(리위석) : 위태로운 돌을 딛고 ”
臨百仞之淵(림백인지연) : 밑으로는 백 길이나 되는 깊은 못 위
에 서보려 하는데
若能射乎(약능사호) : 그래도 너는 능히 잘 쏠 수 있겠는가?
於是無人遂登高山(어시무인수등고산) : 이에 백혼무인은 높은 산
에 올라가
履危石(이위석) : 높이 치솟은 바위를 밟고
臨百仞之淵(림백인지연) : 백 길의 심연을 앞에 두고,
背逡巡(배준순) : 등을 대고 더듬거리며 나아가는데
足二分垂在外(족이분수재외) : 발의 삼분의 이는 허공에 놓여 있
었다.
揖禦寇而進之(읍어구이진지) : 열자에게 손짓하여 그곳에 나오게
하니,
禦寇伏地(어구복지) : 열자는 땅에 엎드린 채
汗流至踵(한류지종) : 발뒤꿈치까지 땀을 흘리고 있었다.
伯昏無人曰(백혼무인왈) : 백혼무인이 말했다.
夫至人者(부지인자) : “지인이란
上闚靑天(상규청천) : 위로는 푸른 하늘을 들여다보고
下潛黃泉(하잠황천) : 아래로는 황천바닥까지 들어가며,
揮斥八極(휘척팔극) : 팔방으로 멋대로 날아다니되
神氣不變(신기불변) : 정신이나 기백이 변치 않는 것이다.
今汝怵然有恂目之志(금여출연유순목지지) : 지금 너는 두려움에
눈까지 가물거리는 모양이니,
爾於中也殆矣夫(이어중야태의부) : 지금 활을 쏜다면 맞추기 어
려울 것이다.
10.
肩吾問於孫叔敖曰(견오문어손숙오왈) : 견오가 손숙오에게 물었
다.
子三爲令尹而不榮華(자삼위령윤이불영화) : “선생님께서는 세
번이나 초나라 영윤이 되었었지만 그것을 영화로 생각하지 않았
고,
三去之而無憂色(삼거지이무우색) : 세 번 그 자리를 떠날 때에도
근심하는 빛이 없었습니다.
吾始也疑子(오시야의자) : 저는 처음에는 선생님을 이상하다 의
심했었지만
今視者之鼻間栩栩然(금시자지비간허허연) : 지금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기쁘고 즐거운 듯합니다.
子之用心獨奈何(자지용심독내하) : 선생님의 마음 씀이 어떻게
홀로 그러하십니까?”
孫叔敖曰(손숙오왈) : 손숙오가 말했다.
吾何以過人哉(오하이과인재) : “내가 남 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吾以其來不可却也(오이기래불가각야) : 나는 닥쳐오게 되어 있는
것은 물리칠 수 없고,
其去不可止也(기거불가지야) : 떠나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吾以爲得失之非我也(오이위득실지비아야) : 얻고 잃게 되는 것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而無憂色而已矣(이무우색이이의) : 근심하는 빛이 없을 뿐입니다
.
我何以過人哉(아하이과인재) : 내가 남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 있
겠습니까?
且不知其在彼乎(차부지기재피호) : 또한 내가 존경을 받는 것이
영윤이라는 벼슬에 있기 때문인지
其在我乎(기재아호) : 나 자신에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其在彼邪(기재피사) : 그것이 벼슬 때문이라면
亡乎我(망호아) : 나 자신 때문이 아닐 것이고,
在我邪(재아사) : 나 자신 때문이라면
亡乎彼(망호피) : 벼슬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方將躊躇(방장주저) : 나는 바로 만족한 마음으로
方將四顧(방장사고) : 사방을 둘러보는 여유가 있는데,
何暇至乎人貴人賤哉(하가지호인귀인천재) : 어찌 사람들이 귀하
고 천하게 여기는 것에 마음을 쓸 틈이 있겠습니까?”
仲尼聞之曰(중니문지왈) : 공자가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古之眞人(고지진인) : “옛날의 진인은
知者不得說(지자불득설) :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해도 설득시킬 수
없었고,
美人不得濫(미인불득람) : 미인이라 해도 유혹할 수가 없었으며,
盜人不得劫(도인불득겁) : 도적들도 겁탈할 수가 없었다.
伏戱黃帝不得友(복희황제불득우) : 복희나 황제도 그와 벗할 수
가 없었다.
死生亦大矣(사생역대의) : 죽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而無變乎己(이무변호기) : 그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는 없는 것
이었으니,
況爵祿乎(황작록호) : 하물며 벼슬과 녹이 문제가 되겠느냐?
若然者(약연자) : 그런 사람은
其神經乎大山而無介(기신경호대산이무개) : 그 정신은 큰산을 지
나야 해도 방해가 되지 않고
入乎淵泉而不濡(입호연천이불유) : 깊은 못에 들어가도 젖지 않
으며
處卑細而不憊(처비세이불비) : 낮고 천한 지위에 놓여도 고달프
지 않다.
充滿天地(충만천지) : 언제나 하늘과 땅에 충만하여
旣以與人(기이여인) : 남에게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데도
己愈有(기유유) : 자기에게는 더욱 많아지는 것이다.”
11
楚王與凡君坐(초왕여범군좌) : 초나라 임금이 범나라 임금과 마
주앉아 있었다.
少焉(소언) : 잠시 후
楚王左右曰凡亡者三(초왕좌우왈범망자삼) : 초나라 임금과 신하
가 범나라가 망했다고 세 번이나 말을 했다.
凡君曰(범군왈) : 그러나 범나라 임금은 말했다.
凡之亡也(범지망야) : “범나라의 멸망이
不足以喪吾存(부족이상오존) : 나의 존재를 없앨 수는 없는 것입
니다.”
夫凡之亡不足以喪吾存(부범지망부족이상오존) : 범나라의 멸망이
나의 존재를 없앨 수 없는 것이라면,
則楚之存不足以存存(칙초지존불족이존존) : 초나라의 존재도 나
의 존재를 존재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由是觀之(유시관지) : 이렇게 본다면
則凡未始亡而楚未始存也(칙범미시망이초미시존야) : 범나라는 처
음부터 망한 일이 없고, 초나라는 처음부터 존재한 일이 없는 것
과 같은 것이다.
知北遊
1.
知北遊於元水之上(지북유어원수지상) : 지가 북쪽의 현수가에 노
닐다
登隱弅之丘(등은분지구) : 은분의 언덕에 올라가는 길에
而適遭無爲謂焉(이적조무위위언) : 무위위를 만났다
知謂無爲謂曰(지위무위위왈) : 지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予欲有問乎若(여욕유문호약) :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何思何慮則知道(하사하려칙지도) : 어떤 것을 사색하고 어떤 것
을 생각하면 도를 알게 됩니까?
何處何服則安道(하처하복칙안도) :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행동
하면 도에 편안히 지낼 수 있게 됩니까?
何從何道則得道(하종하도칙득도) : 어떤 것을 따르고 어떤 길로
가면 도를 얻을 수 있습니까?”
三問而無爲謂不答也(삼문이무위위부답야) : 세 번이나 물었으나
무위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非不答(비불답) :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不知答也(불지답야) : 대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知不得問(지부득문) : 지는 물음에 대답을 얻지 못하고,
反於白水之南(반어백수지남) : 백수의 남쪽으로 되돌아와
登狐闋之上(등호결지상) : 호결산 위에 올라갔다가
而睹狂屈焉(이도광굴언) : 광굴을 만났다.
知以之言也問乎狂屈(지이지언야문호광굴) : 지는 같은 말을 광굴
에게도 물었다.
狂屈曰(광굴왈) : 광굴이 말했다.
唉予知之(애여지지) : “나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將語若(장어약) : 그러나 당신에게 말하려하니,
中欲言而忘其所欲言(중욕언이망기소욕언) : 마음속으로 말을 하
려하다가도 하려던 말을 잊게 되는군요.”
知不得問(지부득문) : 지는 물음에 대답을 얻지 못하고
反於帝宮(반어제궁) : 궁에 돌아와
見黃帝而問焉(견황제이문언) : 황제에게 같은 것을 다시 물었다.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無思無慮始知道(무사무려시지도) : “사색도 없고 생각도 없어야
비로소 도를 알게 된다.
無處無服始安道(무처무복시안도) : 처신하는 곳도 없고 행하는
것도 없어야만 비로소 도에 편안히 지내게 된다.
無從無道始得道(무종무도시득도) : 따르는 것도 없고 가는 길도
없어야만 비로소 도를 얻게 된다.”
知問黃帝曰(지문황제왈) : 지가 황제에게 물었다.
我與若知之(아여약지지) : “저와 임금님은 도에 대해서 알고 있
지만
彼與彼不知也(피여피부지야) : 무위위와 광굴은 알지 못하고 있
습니다.
其孰是邪(기숙시사) : 누가 옳은 것입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彼無爲謂眞是也(피무위위진시야) : “무위위가 진실로 옳은 것이
다.
狂屈似之(광굴사지) : 광굴은 그와 비슷하다. 나와 그대는 결국
도에 가깝지 않다
我與汝終不近也(아여여종불근야) :
夫知者不言(부지자불언) : 도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불지) :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故聖人行不言之敎(고성인행불언지교) : 그러므로 성인께서는 말
로 표현하지 않는 가르침을 행했던 것이다.”
道不可致(도불가치) : “도는 말로 이룰 수 없고,
德不可至(덕불가지) : 덕은 인위적인 행위로 얻을 수 없다.
仁可爲也(인가위야) : 인은 그대로 행해도 괜찮으나,
義可虧也(의가휴야) : 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고,
禮相僞也(례상위야) : 예는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失道而後德(실도이후덕) : 도를 잃은 뒤 덕이 나오고,
失德而後仁(실덕이후인) : 덕을 잃은 뒤 인이 나오고,
失仁而後義(실인이후의) : 인을 잃은 뒤 의가 나오고,
失義而後禮(실의이후례) : 의를 잃은 뒤 예가 나오는 것이니,
禮者(예자) : 예란
道之華而亂之首也(도지화이란지수야) : 도의 열매 없는 꽃이나
같은 것이고, 혼란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말했다
爲道者日損(위도자일손) :
損之又損之以至於無爲(손지우손지이지어무위) : 도를 닦는 사람
은 쓸데없는 일은 매일같이 버려야 하며 그것을 버리고 또 버림
으로서 무위에 이르러야 한다.
無爲而無不爲也(무위이무불위야) : 무위하게 됨으로서 모든 변화
와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今已爲物也(금이위물야) : 지금 이미 물건으로서 존재하고 있으
면서
欲復歸根(욕복귀근) : 근본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는 것은
不亦難乎(불역난호) :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其易也(기이야) : 그것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其唯大人乎(기유대인호) : 오직 위대한 사람뿐이다.”
生也死之徒(생야사지도) : “삶이란 죽음과 같은 것이며,
死也生之始(사야생지시) : 죽음이란 삶의 시작인 것이다.
孰知其紀(숙지기기) : 누가 그것의 법도를 다스리고 있는지 아는
가?
人之生(인지생) : 사람의 삶이란
氣之聚也(기지취야) : 기가 모인 것이다.
聚則爲生(취칙위생) : 기가 모이면 탄생이 되고
散則爲死(산칙위사) : 기가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若死生爲徒(약사생위도) : 만약 죽음과 삶을 같은 것으로 본다면
吾又何患(오우하환) : 우리에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故萬物一也(고만물일야) : 그러므로 만물은 일체인 것이다.
是其所美者爲神奇(시기소미자위신기) : 사람들은 아름답게 보이
는 것을 신기하다고 하고,
其所惡者爲臭腐(기소악자위취부) : 추하게 보이는 것을 흉하고
추하다고 한다.
臭腐復化爲神奇(취부복화위신기) : 그러나 흉하고 추한 것은 변
하여 신기한 것이 되고,
神奇復化爲臭腐(신기복화위취부) : 신기한 것은 다시 변하여 흉
하고 추한 것이 되는 것이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一氣耳(통천하일기이) : 천하는 한가지 기로써 통달될 뿐이다.
聖人故貴一(성인고귀일) : 성인은 그래서 통일을 귀하게 여긴다.
”
知謂黃帝曰(지위황제왈) : 지가 황제에게 말했다.
吾問無爲謂(오문무위위) : “제가 무위위에게 물었을 때
無爲謂不應我(무위위불응아) : 무위위는 제게 대답을 하지 않았
는데,
非不我應(비불아응) : 제게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不知應我也(불지응아야) :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던 것입
니다.
吾問狂屈(오문광굴) : 제가 광굴에게 물었을 때
狂屈中欲告我而不我告(광굴중욕고아이불아고) : 광굴은 마음속으
로는 제게 얘기해 주려 하면서도 얘기를 해주지 않았는데,
非不我告(비불아고) : 제게 얘기를 해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中欲告而忘之也(중욕고이망지야) : 마음속으로 얘기해 주려 하면
서도 얘기할 말을 잊었던 것입니다.
今予問乎若(금여문호약) : 지금 제가 임금님께 물으니
若知之(약지지) : 임금님께서는 그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奚故不近(해고불근) : 그런데 어째서 도에 가깝지 않다고 말씀하
시는 것입니까?”
黃帝曰(황제왈) : 황제가 말했다.
彼其眞是也(피기진시야) : “무위위가 진실로 도를 알고 있다는
것은
以其不知也(이기부지야) : 도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此其似之也(차기사지야) : 광굴은 도에 거의 가깝다고 한 것은
以其忘之也(이기망지야) : 그의 도에 대해 잊고 있기 때문이다.
予與若終不近也(여여약종불근야) : 자네와 나는 끝내 도에 가까
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以其知之也(이기지지야) : 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
狂屈問之(광굴문지) : 광굴이 그 얘기를 전해 듣고서
以黃帝爲知言(이황제위지언) : 황제는 사리에 맞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2.
天地有大美而不言(천지유대미이불언) : 하늘과 땅은 위대한 아름
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四時有明法而不議(사시유명법이불의) : 사계절은 밝은 법도를 지
니고 있으면서도 논의하지 않고,
萬物有成理而不說(만물유성리이불설) : 만물은 생성의 원리를 지
니고 있으면서도 설명하지 않는다.
聖人者(성인자) : 성인이란
原天地之美而達萬物之理(원천지지미이달만물지리) : 하늘과 땅의
아름다움을 근원으로 삼고 있고 만물의 원리에 통달한 사람이다.
是故至人無爲(시고지인무위) : 그러므로 지인은 무위하며
大聖不作(대성부작) : 위대한 성인은 작위가 없는데
觀於天地之謂也(관어천지지위야) : 하늘과 땅의 원리에 달관하고
있는 것을 이른다.
合彼神明至精(합피신명지정) : 자연의 신령스럽고 밝은 도는 지
극히 정묘하여
與彼百化(여피백화) : 자연만물의 변화와
物已死生方圓(물이사생방원) : 물건과 우리들이 죽고 살며 모나
고 둥근 형체를 갖게 하고 있지만
莫知其根也(막지기근야) : 그 근원에 대하여는 알 수가 없다.
扁然而萬物自古以固存(편연이만물자고이고존) : 그러나 모든 만
물은 옛날부터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六合爲巨(육합위거) : 우주가 크다고 하지만
未離其內(미리기내) : 도의 내부를 떠나지 못한다.
秋毫爲小(추호위소) : 가을 짐승의 털이 작다고 하지만
待之成體(대지성체) : 그 또한 도에 의해 형체가 이루어진 것이
다.
天下莫不沈浮(천하막불침부) : 세상의 모든 것은 가라앉았다 떠
올랐다 변화하며
終身不顧(종신불고) :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있지 않는다.
陰陽四時運行(음양사시운행) : 음양과 사계절은 올바로 운행되어
各得其序(각득기서) : 모두가 그 질서를 잃지 않는다.
惛然若亡而存(혼연약망이존) : 어두컴컴하여 없는 듯하면서도 존
재하며,
油然不形而神(유연불형이신) : 자욱하니 형체가 없으면서도 신령
스러운 것이 도이다.
萬物畜而不知(만물축이불지) : 만물은 도에 의해 자라고 있지만
알지 못하고 있다.
此之謂本根(차지위본근) : 이것을 근본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可以觀於天矣(가이관어천의) : 이것에 의해 자연을 달관할 수가
있는 것이다.
3.
齧缺問道乎被衣(설결문도호피의) : 설결이 피의에게 도에 관해
물으니,
被衣曰(피의왈) : 피의가 대답했다.
若正汝形(약정여형) : “당신의 형체를 바르게 갖고
一汝視(일여시) : 당신의 시선을 통일한다면
天和將至(천화장지) : 자연의 조화가 이르게 될 것입니다.
攝汝知(섭여지) : 당신의 지혜를 버리고
一汝度(일여도) : 태도를 통일하기만 한다면
神將來舍(신장래사) : 신명이 당신의 몸에 와 머무르게 될 것입
니다.
德將爲汝美(덕장위여미) : 그러면 덕이 당신을 아름답게 해 줄
것이며,
道將爲汝居(도장위여거) : 도가 당신의 생활을 이룩해 줄 것입니
다.
汝瞳焉如新生之犢而無求其故(여동언여신생지독이무구기고) : 당
신은 어리석은 듯이 갓 낳은 송아지처럼 되어 모든 일의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言未卒(언미졸)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齧缺睡寐(설결수매) : 설결은 잠이 들었다.
被衣大說(피의대설) : 피의는 크게 기쁜 듯
行歌而去之曰(행가이거지왈) : 노래를 부르며 그 자리를 떠나갔
다.
形若槁骸(형약고해) : “형체는 마른 해골과 같고,
心若死灰(심약사회) : 마음은 식은 재와 같네.
眞其實知(진기실지) : 진실로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不以故自持(불이고자지) : 그렇다고 스스로 뽐내지도 않네.
媒媒晦晦(매매회회) : 흐릿하고 컴컴하게
無心而不可與謀(무심이불가여모) : 무심하여 함께 얘기할 수도
없네.
彼何人哉(피하인재) : 이 사람은 어떻게 된 사람인가.”
4.
舜問乎丞曰(순문호승왈) : 순임금이 승에게 물었다.
道可得而有乎(도가득이유호) : “도란 터득하여 지닐 수 있는 것
입니까?”
曰汝身非汝有也(왈여신비여유야) : 승이 말하기를, “임금님의
몸도 임금님의 것이 아닌데
汝何得有夫道(여하득유부도) : 어떻게 거기에 도를 지닐 수 있겠
습니까?”
舜曰(순왈) : 순임금이 말했다.
吾身非吾有也(오신비오유야) : “내 몸이 내 소유가 아니라면
孰有之哉(숙유지재) : 누가 지니고 있는 것입니까?”
曰是天地之委形也(왈시천지지위형야) : 승이 말하기를, “그것은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형체입니다.
生非汝有(생비여유) : 삶도 임금님께서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是天地之委和也(시천지지위화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조화입니다.
姓名非汝有(성명비여유) : 생명도 임금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것
이 아니라
是天地之委順也(시천지지위순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되어 있는
순리인 것입니다.
孫子非汝有(손자비여유) : 자손들도 임금님께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是天地之委蛻也(시천지지위태야) : 하늘과 땅에 부속된 변화입니
다.
故行不知所往(고행부지소왕) : 그러므로 걸어가면서도 가는 바를
저는 알지 못하고,
處不知所持(처불지소지) : 살고 있으면서도 있는 바를 저는 모르
는 것이고
食不知所味(식부지소미) : 먹고 있으면서도 맛보는 바를 저는 모
르는 것이니
天地之强陽氣也(천지지강양기야) : 하늘과 땅이 운동하는 강한
양기와 음기에 의해 되는 것인데
又胡可得而有邪(우호가득이유사) : 어찌 소유할 수 있겠습니까?
5.
孔子問於老聃曰(공자문어노담왈) :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今日晏閒(금일안한) : “오늘은 한가해 보이시니
敢問至道(감문지도) : 감히 지극한 도에 대해 묻습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汝齊戒(여제계) : “너는 먼저 제계하라
疏淪而心(소륜이심) : 네 마음을 깨끗이 씻고,
澡雪而精神(조설이정신) : 네 정신을 맑게 씻어내고,
掊擊而知(부격이지) : 네 지혜를 쳐없애야 알게 된다.
夫道(부도) : 도라는 것은
窅然難言哉(요연난언재) : 아득하여 표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將爲汝言其崖略(장위여언기애략) : 그러나 당신을 위해 중요한
부분만 대충 얘기해 주겠습니다.
夫昭昭生於冥冥(부소소생어명명) : 분명한 물건들은 어둑어둑하
여 보이지 않는 것에서 생겨나고,
有倫生於無形(유륜생어무형) : 형체를 지니고 있는 것들은 형체
가 없는 것에서 생겨납니다.
精神生於道(정신생어도) : 사람의 정신은 도에서 생겨나며
形本生於精(형본생어정) : 육체는 정기의 화합에서 생겨납니다.
而萬物以形相生(이만물이형상생) : 그리고 만물은 형체로부터 형
체들을 서로 생성합니다.
故九竅者胎生(고구규자태생) : 그러므로 몸에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짐승들은 태생을 하고,
八竅者卵生(팔규자란생) : 여덟 개의 구멍을 가지고 있는 새나
물고기들은 난생을 하지만
其來無迹(기래무적) : 그것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는 자취도 없고
其往無崖(기왕무애) : 그것이 어디로 가는 지는 한계도 없습니다
.
無門無旁(무문무방) : 드나드는 문도 없고 들어가 머물 방도 없
으며,
四達之皇皇也(사달지황황야) : 사방으로 통달하여 넓을 따름입니
다.
邀於此者(요어차자) : 그러나 이런 도를 따르는 사람은
四肢强(사지강) : 신체가 건강하고
思慮恂達(사려순달) : 생각이 두루 통달되며,
耳目聰明(이목총명) : 귀와 눈이 총명합니다.
其用心不勞(기용심불로) : 그의 마음 씀은 수고롭지 않고,
其應物無方(기응물무방) : 밖의 물건의 변화에 대한 호응은 자유
롭기만 합니다.
天不得不高(천부득불고) : 하늘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높을
수가 없고,
地不得不廣(지부득불광) : 땅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넓을 수
가 없으며,
日月不得不行(일월부득불행) : 해와 달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
면 운행될 수가 없고,
萬物不得不昌(만물부득불창) : 만물도 이것을 터득하지 못하면
이루어져 생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此其道與(차기도여) : 이것이 바로 도입니다.”
且夫博之不必知(차부박지불필지) : “도에 대해 널리 안다는 것
이 반드시 옳은 지식이 아니며,
辯之不必慧(변지불필혜) : 거기에 대해 잘 논한다는 것이 반드시
옳은 지혜는 아닙니다.
聖人以斷之矣(성인이단지의) : 도를 터득한 성인들은 그런 지식
과 이론을 끊어 버립니다.
若夫益之而不加益(약부익지이불가익) : 그리고 거기에 보태어도
늘어나지 않고,
損之而不加損者(손지이불가손자) : 덜어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聖人之所保也(성인지소보야) : 성인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淵淵乎其若海(연연호기약해) : 깊기는 바다와 같고,
巍巍乎其若山(외외호기약산) : 지극히 높으며 끝나는가 하면
終則復始也(종칙부시야) :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運量萬物而不匱(운량만물이불궤) : 만물을 운행하게 하고 성장시
키면서도 빠뜨리는 것이 없으니,
則君子之道(칙군자지도) : 군자의 도가
彼其外與(피기외여) : 그 밖에 멀리 있을 수 있겠습니까?
萬物皆往資焉而不匱(만물개왕자언이불궤) : 만물은 모두 이에 의
해 성장하고 변화하면서도 다함이 없으니,
此其道與(차기도여) : 이것이 바로 도입니다.”
中國有人焉(중국유인언) : “이 땅 중국에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
는데,
非陰非陽(비음비양) : 사람은 음도 아니고 양도 아니어서
處於天地之間(처어천지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것입
니다.
直且爲人(직차위인) : 그들은 잠시 동안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將反於宗(장반어종) : 결국은 그 근본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
다.
自本觀之(자본관지) : 그 근본에서 본다면
生者(생자) : 삶이란 것은
喑醋物也(암초물야) : 기가 모여 있는 물건에 불과합니다.
雖有壽夭(수유수요) : 비록 오래 살고, 일찍 죽는 차이가 있다지
만
相去幾何(상거기하) :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須臾之說也(수유지설야) : 짧은 시간에 불과할 뿐입니다.
奚足以爲堯桀之是非(해족이위요걸지시비) : 그러니 어찌 요임금
은 성인이고 걸왕은 폭군이란 시비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果蓏有理(과라유리) : 나무 열매나 풀의 열매도 원리에 의해 이루
어지고 있습니다.
人倫雖難(인륜수난) : 사람들의 윤리는 다 추구하기는 어렵지만
所以相齒(소이상치) : 역시 그 원리에 의해 서로 어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聖人遭之而不違(성인조지이불위) : 따라서 성인은 그 원리에 의
한 변화를 당하게 되면 어기지 않고,
過之而不守(과지이불수) : 변화가 눈앞에 지나가도 그것에 집착
하지 않는 것입니다.
調而應之(조이응지) : 거기에 조화함으로써 순응하는 것이
德也(덕야) : 덕이며,
偶而應之(우이응지) : 거기에 짝이 되어 순응하는 것이
道也(도야) : 도인 것입니다.
帝之所興(제지소흥) : 이 덕과 도에서 제왕이 생겨나고
王之所起也(왕지소기야) : 왕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人生天地之間(인생천지지간) :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
는 것은
若白駒之過郤(약백구지과극) : 마치 날쌘 말이 틈 앞을 지나가는
것처럼
忽然而已(홀연이이) : 순간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注然勃然(주연발연) : 무수히 왕성하게
莫不出焉(막불출언) : 모두가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고
油然漻然(유연류연) : 소리도 없이
莫不入焉(막불입언) : 모두가 사라지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已化而生(이화이생) : 한 번 변화해서 나고
又化而死(우화이사) : 또 한 번 변화해서 죽습니다
生物哀之(생물애지) : 그것을 생물들은 서러워하고
人類悲之(인류비지) : 인간들은 슬퍼하고 있는 것입니다.
解其天弢(해기천도) : 그 활을 넣는 주머니를 풀어
墮其天秩(타기천질) : 옷을 넣는 주머니에 떨어 버리어
紛乎宛乎(분호완호) : 다시는 아무 데도 얽매임이 없이
魂魄將往(혼백장왕) : 혼백이 장차 떠나려 하면
乃身從之(내신종지) : 몸뚱이는 그를 따를 것이니
乃大歸乎(내대귀호) : 이것을 곧 대귀라 하는가
不形之形(불형지형) : 형체도 없는 상태에서 형체가 이룩되고
形之不形(형지불형) : 형체를 지닌 물건은 형체가 없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是人之所同知也(시인지소동지야) : 이것은 사람들이 다 같이 알
고 있는 일이지만,
非將至之所務也(비장지지소무야) : 지극한 도에 이르려는 사람은
그 구별에 대해 힘쓸 것이 못 됩니다.
此衆人之所同論也(차중인지소동론야) : 이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
람들이 다같이 논하는 것이지만
彼至則不論(피지칙불론) : 지극한 도에 이르려는 사람은 논하지
말아야 합니다.
論則不至(론칙부지) : 거기에 대해 논하면 지극한 도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明見無値(명견무치) : 도란 분명히 보려고 하면 만나지 못하는
것이니,
辯不若黙(변불약묵) : 이론을 펴는 것은 침묵을 지키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道不可聞(도불가문) : 도란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이 못 되며,
聞不若塞(문불약색) : 거기에 대해 듣는 것은 귀를 막고 듣지 않
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此之謂大得(차지위대득) : 이것을 크게 체득했다고 말합니다.”
6.
東郭子問於莊子曰(동곽자문어장자왈) :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
다.
所謂道,惡乎在(所謂道,악호재) : “도라는 것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無所不在(무소불재) : “어디에든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
東郭子曰(동곽자왈) : 동곽자가 말했다
期而後可(기이후가) : “예를 들어, 있는 곳을 지적해 주십시오.
”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在螻蟻(재루의) : “개미에게 있습니다.”
曰何其下邪(왈하기하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째서 그처럼
하찮은 곳에 있습니까?”
曰在稊稗(왈재제패) : 장자가 이르기를, “강아지풀이나 논에 자
라는 피에도 있습니다.”
曰何其愈下邪(왈하기유하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찌해서
더욱 하찮은 것에 있습니까?”
曰在瓦甓(왈재와벽) : 장자가 이르기를, “기와나 벽돌에도 있습
니다.”
曰何其愈甚邪(왈하기유심사) : 동곽자가 이르기를, “어찌해서
더욱 심해집니까?”
曰在屎溺(왈재시익) : 장자가 이르기를, “오줌과 똥에도 있습니
다.”
東郭子不應(동곽자불응) : 더 이상 동곽자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되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다시 말했다.
夫子之問也(부자지문야) : “당신의 질문은
固不及質(고불급질) : 본래가 본질적인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正獲之問於監(정획지문어감) : 시장의 관리인이 시장을 감독하는
사람에게
市履狶也(시리희야) : 돼지를 밟아 보고 그 살 찐 정도를 조사하
게 할 때도,
每下愈況(매하유황) : 살 찌기 어려운 곳을 밟아 내려 갈수록 그
정도를 더욱 잘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汝唯莫必(여유막필) : 당신은 꼭 어디에 있는가 하고 한정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無乎逃物(무호도물) : 물건은 무엇이나 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
기 때문입니다.
至道若是(지도약시) : 지극한 도는 이와 같은 것이며,
大言亦然(대언역연) : 위대한 이론 역시 이런 것입니다.
周遍咸三者(주편함삼자) : 두루, 언제나, 모두 이 세 가지 표현
은
異名同實(이명동실) : 도에 대해 말은 다르지만 같은 뜻이며
其指一也(기지일야) : 그 표현하는 것은 한가지인 것입니다.
嘗相與游乎無何有之宮(상상여유호무하유지궁) : 시험삼아 당신과
더불어 무하유의 궁전에 노닐어 봅시다.
同合而論(동합이론) : 그리고 함께 자연의 도에 합치되어 도를
얘기해 보면
無所終窮乎(무소종궁호) : 그 무궁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嘗相與無爲乎(상상여무위호) : 시험삼아 무위의 경지에 들어가
봅시다.
澹而靜乎(담이정호) : 그러면 담담히 고요해지고
漠而淸乎(막이청호) : 깨끗이 맑아져서
調而閒乎(조이한호) : 만물과 조화되어 한가하게 될 것입니다.
寥已吾志(요이오지) : 나의 뜻은 텅 비게 되어,
無往焉而不知其所至(무왕언이부지기소지) : 마음은 가려는 곳 없
이 자연에 맡겨두어 그 이르는 곳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去而來而不知其所止(거이래이부지기소지) : 되는 대로 갔다 왔다
하며 그 멈춰지는 곳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吾已往來焉而不知其所終(오이왕래언이부지기소종) : 나는 이미
왔다갔다하고 있지만 그 끝나는 곳을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彷徨乎馮閎(방황호풍굉) : 텅 빈 광대한 곳에 거닐고 있어서
大知入焉而不知其所窮(대지입언이부지기소궁) : 위대한 지혜를
써도 그 궁극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物物者與物無際(물물자여물무제) : 물건을 물건의 존재대로 인정
하는 사람은 물건과 한계가 없게 됩니다.
而物有際者(이물유제자) : 그러나 물건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
은
所謂物際者也(소위물제자야) : 이른 바 물건과 물건 사이의 상대
적 관계라는 것이다
不際之際(불제지제) : 제한이 없는 것의 제한은
際之不際者也(제지불제자야) : 제한한 것이 제한하지 않은 것이
다
謂盈虛衰殺(위영허쇠살) : 찼다가 비고, 모였다가 없어지는 것으
로 말한다면,
彼爲盈虛非盈虛(피위영허비영허) : 어떤 물건이 차고 비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차고 비는 것이 아니며,
彼爲衰殺非衰殺(피위쇠살비쇠살) : 어떤 물건이 모이고 없어지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모이고 없어지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彼爲本末非本末(피위본말비본말) : 어떤 물건의 근본과 말단도
절대적인 근본과 말단이 되는 것은 아니며,
彼爲積散非積散也(피위적산비적산야) : 어떤 물건이 쌓이고 흩어
지고 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쌓이고 흩어지고 하는 것은 아닌 것
입니다.”
7.
妸荷甘與神農同學於老龍吉(아하감여신농동학어노룡길) : 아하감이
신농과 함께 노용길의 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神農隱几闔戶晝瞑(신농은궤합호주명) : 신농이 안석에 기대어 문
을 닫고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妸荷甘日中奓戶而入曰(아하감일중차호이입왈) : 아하감이 문을 열
고 들어와서 말했다.
老龍死矣(노룡사의) :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네.”
神農隱几擁杖而起(신농은궤옹장이기) : 안석에 기대어 있던 신농
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가
嚗然放杖而笑曰(박연방장이소왈) : 지팡이를 내던지고 웃으며 말
했다.
天知予僻陋慢訑(천지여벽루만이) : “하늘은 내가 편벽되고 고루
하면서도 허망한 자라 하여,
故棄予而死(고기여이사) : 그래서 나를 버리고 돌아가시게 한 것
이다.
已矣(이의) : 끝이로다
夫子無所發予之狂言而死矣夫(부자무소발여지광언이사의부) : 선
생님께서는 나를 계발시켜 줄 지극한 말씀도 한 마디 없이 돌아
가셨구나.”
弇堈弔聞之曰(엄강조문지왈) : 엄강조가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夫體道者(부체도자) : “무릇 도를 체득한 사람이란
天下之君子所繫焉(천하지군자소계언) : 천하의 군자들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今於道(금어도) : 지금 신농은 도에 대해
秋毫之端萬分未得處一焉(추호지단만분미득처일언) : 털끝의 만분
의 일도 터득하고 있지 못하면서
而猶知藏其狂言而死(이유지장기광언이사) : 그 분이 지극한 말을
품은 채 죽었다고 알고 있다.
又況夫體道者乎(우황부체도자호) : 그러니 하물며 도를 체득한
사람이야 도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임을 얼마나 잘 알겠는가?
視之無形(시지무형) : 도란 보아도 형체가 없고
聽之無聲(청지무성) : 들어도 소리가 없다.
於人之論者(어인지론자) : 사람들 중에 그것을 논하는 사람들이
謂之冥冥(위지명명) : 도를 캄캄하다는 뜻에서 명명(冥冥)이라
부르고 있으나,
所以論道(소이론도) : 도에 대한 이론은
而非道也(이비도야) : 진실한 도를 뜻할 수 없는 것이다.”
8.
於是泰淸問乎無窮曰(어시태청문호무궁왈) : 태청이 무궁에게 물
었다.
子知道乎(자지도호) : “당신은 도를 아십니까?”
無窮曰(무궁왈) : 무궁이 말했다.
吾不知(오부지) : “모릅니다.”
又問乎無爲(우문호무위) : 다시 무위에게 물으니
無爲曰(무위왈) :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오지도) : “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曰子之知道(왈자지지도) : 태청이 묻기를, “당신이 아는 도에는
亦有數乎(역유수호) : 또한 법도라는 것이 있습니까?”
曰有(왈유) : 이르기를 “있습니다.”
無爲曰(무위왈) : 무위가 말했다
吾知道之可以貴(오지도지가이귀) : 내가 아는 도는 귀해질 수도
있고
可以賤(가이천) :천해질 수도 있으며,
可以約(가이약) : “모여들 수도 있고
可以散(가이산) :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此吾所以知道之數也(차오소이지도지수야) : 이것이 내가 알고 있
는 도의 법도입니다.”
泰淸以之言也問乎無始曰(태청이지언야문호무시왈) : 태청이 이
얘기를 듣고 무시에게 물었다.
若是(약시) : 이와 같다면
則無窮之弗知與無爲之知(칙무궁지불지여무위지지) : “무궁은 알
지 못하였고, 무위는 알고 있었는데
孰是而孰非乎(숙시이숙비호) :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입니까?”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말했다.
不知深矣(부지심의) : “알지 못한다는 것이 심오하고,
知之淺矣(지지천의) : 그것을 안다고 하는 것은 천박한 것입니다
.
弗知內矣(불지내의) :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내면적인 것이고
知之外矣(지지외의) : 안다는 것은 외면적인 것입니다.”
於是泰淸中而歎曰(어시태청중이탄왈) : 그 말을 듣고 태청이 탄
식하며 말했다.
弗知乃知乎(불지내지호) : “알지 못한다는 것이 제대로 아는 것
입니까?
知乃不知乎(지내불지호) : 안다는 것이 바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
까?
孰知不知之知(숙지불지지지) : 누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아
는 것임을 알겠습니까?”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말했다.
道不可聞(도불가문) : “도란 들을 수 없는 것이니
聞而非也(문이비야) : 들은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見(도불가견) : 도란 볼 수 없는 것이니
見而非也(견이비야) : 본 것은 도가 아닙니다.
道不可言(도불가언) :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言而非也(언이비야) : 말로 표현되었다면 도가 아닙니다.
知形形之不形乎(지형형지불형호) : 형체를 지닌 물건들의 형체를
지니게 하는 것이 도임을 알겠습니까?
道不當名(도부당명) : 그러니 도란 이름을 붙여 표현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無始曰(무시왈) : 무시가 다시 말했다.
有問道而應之者(유문도이응지자) : “누가 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을 하는 사람은
不知道也(불지도야) : 도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雖問道者(수문도자) : 도에 대해 질문한 사람도
亦未聞道(역미문도) : 역시 참된 도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이 아닙
니다.
道無問(도무문) : 도란 물어서도 안 되는 것이며,
問無應(문무응) : 묻는다 하여 대답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無問問之(무문문지) :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을 묻는 것은
是問窮也(시문궁야) : 헛된 질문입니다.
無應應之(무응응지) :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대답하는 것은
是無內也(시무내야) : 진실한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以無內待問窮(이무내대문궁) : 진실한 마음이 없이 헛된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데
若是者(약시자) : 이런 사람은
外不觀乎宇宙(외불관호우주) : 밖으로는 우주의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고,
內不知乎大初(내부지호대초) : 안으로는 태초의 오묘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是以不過乎崑崙(시이불과호곤륜) : 그래서 곤륜산 같은 고원한
경지에 가 보지도 못하고
不遊乎太虛(불유호태허) : 태허의 거침없는 세계에 노닐어 보지
도 못하는 것입니다.”
9.
光曜問乎無有曰(광요문호무유왈) : 광요가 무유에게 물었다.
夫子有乎(부자유호) : “당신은 존재하는 것입니까.
其無有乎(기무유호) :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無有弗應也(무유불응야) : 무유는 대답 않았다.
光曜不得問(광요부득문) : 광요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而孰視其狀貌(이숙시기상모) : 무유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
다.
窅然空然(요연공연) : 아득하고 텅 비어 있어
終日視之而不見(종일시지이불견) : 하루 종일 그를 보았으나 보
이지 않았고,
聽之而不聞(청지이불문) : 그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으나 듣지 못
했으며,
博之而不得也(박지이부득야) : 그를 잡아보려 하였으나 잡을 수
가 없었다.
光曜曰(광요왈) : 광요가 말했다.
至矣(지의) : “지극하다.
其孰能至此乎(기숙능지차호) : 누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가 있겠
는가?
予能有無矣(여능유무의) : 나는 무의 존재는 인식할 수 있었지만
而未能無無也(이미능무무야) : 무도 없는 경지는 인식할 수가 없
었다.
及爲無有矣(급위무유의) : 무와 유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야
何從至此哉(하종지차재) :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
10.
大馬之捶鉤者(대마지추구자) : 대사마의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
람이 있었는데
年八十矣(년팔십의) : 나이 팔십이 되어서도
而不失豪芒(이불실호망) : 작은 실수조차 없었다.
大馬曰(대마왈) : 대사마가 말했다.
子巧與(자교여) : “기교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까?
有道與(유도여) : 아니면 특별한 도가 있는 것입니까?”
曰臣有守也(왈신유수야) : 띠 갈고리를 만드는 사람이 말했다.
臣之年二十而好捶鉤(신지년이십이호추구) : “저에게는 지키는
것이 있으니 나이 스물에 띠 갈고리를 만들기를 좋아하였는데,
於物無視也(어물무시야) : 다른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非鉤無察也(비구무찰야) : 띠 갈고리가 아니면 보지도 않았습니
다.”
是用之者(시용지자) : 그는 기술의 사용에 있어서
假不用者也以長得其用(가불용자야이장득기용) : 정신을 다른 곳
에 쓰지 않는 방법으로 늙도록 기술을 발휘할 수가 있었던 것이
다.
而況乎無不用者乎(이황호무불용자호) : 그러니 하물며 쓰지 않는
것조차 없는 경지의 도야 어떻겠는가?
物孰不資焉(물숙불자언) : 만물은 어느 곳이고 이에 힘입지 않는
것이 있는가?
11.
冉求問於仲尼曰(염구문어중니왈) :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未有天地可知邪(미유천지가지사) : “하늘과 땅이 있지 않았을
때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可古猶今也(가고유금야) :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과 같았다.
”
冉九失問而退(염구실문이퇴) : 염구는 완전한 대답을 듣지 못하
고 물러났다가
明日復見曰(명일복견왈) : 다음날 다시 찾아와 말했다.
昔者吾問(석자오문) : “어제 제가 물었습니다
未有天地可知乎(미유천지가지호) : ‘하늘과 땅이 있기 전의 일
을 알 수 있습니까’라고
夫子曰(부자왈) :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可古猶今也(가고유금야) : ‘알 수 있다. 옛날도 지금이나 같았
다’라고
昔日吾昭然(석일오소연) : 어제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今日吾昧然(금일오매연) : 오늘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敢問何謂也(감문하위야) :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昔之昭然也(석지소연야) : “어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텅 비우고
神者先受之(신자선수지) : 신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며,
今之昧然也(금지매연야) : 오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且又爲不神者求邪(차우위불신자구사) : 마음에 장애가 있어 신명
하지 못한 마음으로 뜻을 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無古無今(무고무금) : 옛날도 없고 지금도 없으며
無始無終(무시무종) :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다.
未有子孫而有子孫(미유자손이유자손) : 자손이 있지도 않은데 자
손이 있는 것으로 따져 가면
可乎(가호) : 되겠는가?”
冉九未對(염구미대) : 염구가 대답도 하기 전에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다시 말했다.
已矣(이의) : “그만두어라.
未應矣(미응의) : 말하지 마라.
不以生生死(불이생생사) : 삶의 원리로서 살고 죽게 하는 것도
아니며,
不以死死生(불이사사생) : 죽음의 원리로서 죽고 살게 하는 것도
아니다.
死生有待邪(사생유대사) : 죽음과 삶이 의지하는 물건이 있겠느
냐? ”
皆有所一體(개유소일체) : 모두가 스스로 변화해 가는 자연현상
으로서 일체의 것인 것이다.
有先天地生者物邪(유선천지생자물사) : 하늘과 땅보다 먼저 생겨
난 물건이 있는 것일까?
物物者非物(물물자비물) : 물건을 물건으로써 존재하게 한 것은
물건이 아닌 도인 것이니,
物出不得先物也(물출부득선물야) : 물건이 생겨난 것이 다른 물
건에 앞설 수 없는 것이다.
猶其有物也(유기유물야) : 그러나 물건은 존재하고 있다.
猶其有物也(유기유물야) : 그리고 여전히 물건의 존재는
無已(무이) : 끝이 없는 것이다.
聖人之愛人也終無已者(성인지애인야종무이자) : 성인은 사람들을
사랑함에 있어 끝내 끝이 없는 것은
亦乃取於是者也(역내취어시자야) : 역시 여기에서 법도를 취한
것이다.
12.
顔淵問乎仲尼曰(안연문호중니왈) :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回嘗聞諸夫子曰(회상문제부자왈) : “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
습니다
無有所將(무유소장) : 사라져가는 것은 전송하지 말고
無有所迎(무유소영) : 닥쳐오는 것을 마중하지도 말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回敢問其遊(회감문기유) : 안회가 감히 묻기를, “ 그 뜻을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仲尼曰(중니왈) : 공자가 말했다.
古之人(고지인) : “옛날 사람들은
外化安不化(외화안불화) : 밖의 물건이 변화해도 거기에 순응하
기만 했지 자기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安與之相靡(안여지상미) : 지금 사람들은 자기 마음은 밖의 물건
에 의해 변화하면서도 밖의 물건에 동화하지는 못한다.
必與之莫多(필여지막다) : 물건과 더불어 함께 변화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자신의 마음은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豨韋氏之囿(희위씨지유) : 희위씨는 동산을 만들고 살았고,
黃帝之圃(황제지포) : 황제는 채소밭을 만들고 살았고,
有虞氏之宮(유우씨지궁) : 유우씨 순임금은 궁전을 만들고 살았
고,
湯武之室(탕무지실) : 은나라 탕임금과 주나라 무왕은 궁실을 짓
고 살았다.
君子之人(군자지인) : 후세에는 군자라는 사람들이
若儒墨者師(약유묵자사) : 유가와 묵가를 따라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故以是非相齎也(고이시비재야) :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따지며
서로를 공격하게 되었다.
而況今之人乎(이황금지인호) : 그러니 하물며 지금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聖人虛物不傷物(성인허물불상물) : 성인은 물건을 따름으로 물건
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不傷物者(불상물자) : 물건을 손상시키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는
物亦不能傷也(물역불능상야) : 물건 또한 그를 손상시킬 수 없게
된다.
唯無所傷者(유무소상자) : 오직 물건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는 사
람만이
爲能與人相將迎(위능여인상장영) : 자연을 따라 보내고 마중할
수가 없게 된다.
山林與(산림여) : 산림에서 함께하고
皐壤與(고양여) : 평원에서 함께하는 것은
使我欣欣然而樂與(사아흔흔연이락여) : 우리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 준다.
樂未畢也(락미필야) : 그러나 즐김이 끝나기도 전에
哀又繼之(애우계지) : 슬픔이 또 계속되게 되는 것이다.
哀樂之來(애락지래) : 슬픔과 즐거움이 닥치는 것은
吾不能禦(오불능어) : 우리로서는 막을 수가 없다.
其去弗能止(기거불능지) : 그것들이 떠나는 것도 우리는 막을 수
가 없다.
悲夫(비부) : 슬프다!
世人直爲物逆旅(세인직위물역려이) : 세상 사람들이란 바로 밖의
물건들이 머물러 슬프고 즐겁게 해주는 여관이라 할 수 있다.
夫知遇而不知所不遇(부지우이부지소불우) : 지혜로써 경험한 것
들은 알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한다.
能能而不能所不能(능능이불능소불능) :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은 할 수 있지만 능력 밖에 있는 것은 할 수 없다.
無知無能者(무지무능자) : 그래서 알지 못하는 것이 있고,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固人之所不免也(고인지소불면야) : 본래 사람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夫務免乎人之所不免者(부무면호인지소불면자) : 그런데 사람으로
서 피할 수 없는 일을 벗어나려고 힘쓰고 있다는 것이
豈不亦悲哉(기불역비재) :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至言去言(지언거언) : 지극한 이론이란 이론을 초월한 것이며,
至爲去爲(지위거위) : 지극한 행위란 행위를 초월한 것이다.
齊知之所知(제지지소지) : 지혜로써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알려
하는 것은
則淺矣(칙천의) : 천박한 일이다.”
庚桑楚
1.
老聃之役(노담지역) : 노자의 제자 중에
有庚桑楚者(유경상초자) : 경상초라는 사람이 있었다.
偏得老聃之道(편득노담지도) : 노자의 도를 어느 정도 터득하고
以北居畏壘之山(이북거외루지산) : 북쪽 외루산에 살고 있었다.
其臣之畵然知者去之(기신지화연지자거지) : 그의 하인 중에서 똑
똑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그를 떠났고,
其妾之挈然仁者遠之(기첩지설연인자원지) : 그의 첩들 중에서 온
후하고 어진 사람들은 그를 멀리 했다.
擁腫之與居(옹종지여거) : 못난 자들만 그와 함께 살고
鞅掌之爲使(앙장지위사) : 멍청한 자들만 그의 부림을 받았다.
居三年(거삼년) : 삼 년이 지나자
畏壘大壤(외루대양) : 외루산 일대에 크게 풍년이 들었다.
畏壘之民相與言曰(외루지민상여언왈) : 외루산 일대의 사람들은
서로 얘기했다.
庚桑子之始來(경상자지시래) : “경상초가 처음 왔을 때
吾洒然異之(오쇄연이지) : 우리는 놀라며 그를 이상하게 여겼었
다.
今吾日計之而不足(금오일계지이부족) : 하루하루 그가 한 일을
따져보면 별 것이 아닌데,
歲計之而有餘(세계지이유여) : 일년을 두고 따져보니 큰일을 해
놓았다.
庶幾其聖人乎(서기기성인호) : 아마도 그는 성인일 것이다.
子胡不相與尸而祝之(자호불상여시이축지) : 우리가 어찌 그 분을
신이나 신주로 높이어
社而稷之乎(사이직지호) : 임금으로 윗자리에 모시지 않을 수 있
겠는가?”
庚桑子聞之(경상자문지) : 경상초는 그 얘기를 듣고
南面而不釋然(남면이불석연) : 남쪽으로 앉은 채 떨떠름한 표정
을 하고 있었다.
弟子異之(제자이지) : 제자들이 이상히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으
니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弟子何異乎予(제자하이호여) : “너희들은 내가 이상하게 보이느
냐?
夫春氣發而百草生(부춘기발이백초생) : 봄기운이 퍼지면 온갖 초
목이 싹트고,
正得秋而萬寶成(정득추이만보성) : 가을이 되면 모든 열매가 익
는다.
夫春與秋(부춘여추) : 봄이나 가을에
豈無得而然哉(기무득이연재) :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느냐?
天道已行矣(천도이행의) : 그것은 자연의 도에 의해 그렇게 운행
되고 있는 것이다.
吾聞至人(오문지인) : 내가 듣기로 지극한 사람은
尸居環堵之室(시거환도지실) : 작은 방안에 조용히 숨어살고,
而百姓猖狂不知所如往(이백성창광부지소여왕) : 백성들은 멋대로
날뛰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今以畏壘之細民(금이외루지세민) : 그런데 지금 이곳 사람들이
而竊竊焉欲俎豆予于賢人之間(이절절언욕조두여우현인지간) : 마
음 속으로 나를 어진 사람으로 떠받들려 하고 있다.
我其杓之人邪(아기표지인사) : 그러니 나는 스스로를 내세우는
사람이 된 것이다.
吾是以不釋於老聃之言(오시이불석어노담지언) : 나는 노자의 말
에 어긋나게 된 것이므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弟子曰(제자왈) : 경상초의 제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夫尋常之溝(부심상지구) : 보통의 작은 도랑에서는
巨魚無所還其體(거어무소환기체) : 큰 고기는 몸을 돌릴 수도 없
지만
而鯢鰌爲之制(이예추위지제) : 송사리나 미꾸라지는 마음대로 움
직입니다.
步仞之丘(보인지구) : 한길 높이의 언덕에서는
巨獸無所隱其軀(거수무소은기구) : 큰 짐승들은 그의 몸을 감출
곳이 없지만
而?狐爲之祥(이?호위지상) : 작은 여우는 그곳에서도 신출귀몰합
니다.
且夫尊賢授能(차부존현수능) : 또한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능
력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며,
先善與利(선선여리) : 착한 것과 의로운 것을 앞세우는 것은
自古堯舜以然(자고요순이연) : 요순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而況畏壘之民乎(이황외루지민호) : 그러니 외루산 지역의 백성들
만이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夫子亦聽矣(부자역청의) : 선생님께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십
시오.”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小子來(소자래) : “너희들은 가까이 오라
夫函車之獸(부함거지수) : 수레를 한 입에 삼킬 만큼 큰 짐승도
介而離山(개이리산) : 홀로 떨어져 산에서 벗어나게 되면
則不免於罔罟之患(칙불면어망고지환) : 그물과 올가미의 재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呑舟之魚(탄주지어) : 배를 삼킬 만큼 큰 물고기도
碭而失水(탕이실수) : 뛰어올랐다가 잘못하여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
則蟻能苦之(칙의능고지) : 작은 개미들도 그를 괴롭히게 된다.
故鳥獸不厭高(고조수불염고) : 그러므로 새와 짐승들은 높은 곳
을 싫어하지 않고,
魚鼈不厭深(어별불염심) : 고기와 자라들은 깊은 곳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夫全其形生之人(부전기형생지인) : 그처럼 그의 육체와 생명을
완전하게 하는 사람들은
藏其身也(장기신야) : 그의 몸을 숨김에 있어서
不厭深眇而已矣(불염심묘이이의) : 깊고 먼 것을 싫어하지 않는
법이다.
且夫二子者(차부이자자) : 또한 요순 같은 이들에게
又何足以稱揚哉(우하족이칭양재) : 칭찬할 만한 점이 어디 있느
냐?
是其於辯也(시기어변야) :
將妄鑿垣牆而殖蓬蒿也(장망착원장이식봉호야) :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으로 함부로 집의 담을 뚫게 하고 그 안에 쑥대를 무성하게
만든 것과 같다.
簡髮而櫛(간발이즐) : 그들은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골라 빗질을
하고,
數米而炊(수미이취) :
竊竊乎又何足以濟世哉(절절호우하족이제세재) : 쌀알을 세가며
밥을 짓는 것과 같은 일을 했으니 그런 작은 일에 얽매어서야 어
떻게 세상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擧賢則民相軋(거현칙민상알) : 현명한 사람들을 등용하면 백성들
이 서로 다투게 되고,
任知則民相盜(임지칙민상도) : 지혜 있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면,
백성들은 서로 도둑질을 하게 된다.
之數物者(지수물자) : 이런 몇 가지 일로는
不足以厚民(부족이후민) : 백성에게 인정이 두텁게 해줄 수가 없
는 것이다.
民之於利甚勤(민지어리심근) : 그런 방법은 백성들에게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게 하여,
子有殺父(자유살부) : 자식 중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자가 생겨나
고,
臣有殺君(신유살군) : 신하 중에서는 임금을 죽이는 자가 생겨나
게 만들 것이다.
正晝爲盜(정주위도) : 대낮에 도둑질을 하고,
日中穴裴(일중혈배) : 한낮에 남의 담을 뚫고 들어가는 일이 생
기게 만들 것이다.
吾語女(오어여) : 내가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大亂之本(대란지본) : 큰 혼란의 근본은
必生於堯舜之間(필생어요순지간) : 틀림없이 요순시대에 생겨났
던 것이다.
其末存乎千世之後(기말존호천세지후) : 그런 것은 결국 천 세 뒤
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千世之後(천세지후) : 그러면 천 세 뒤에는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기필유인여인상식자야) :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2.
南榮趎蹴然正坐曰(남영주축연정좌왈) : 남영주가 크게 감동하여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若趎之年者已長矣(약주지년자이장의) : “저처럼 이미 나이가 든
사람은
將惡乎託業以及此言邪(장악호탁업이급차언사) : 어떻게 수양을
해야 말씀하신 것처럼 될 수 있겠습니까?”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全汝形(전여형) : “자신의 육체를 완전히 하고
抱汝生無使汝思慮營營(포여생무사여사려영영) : 자신의 삶을 보
전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리저리 쓰지 마십시오.
若此三年(약차삼년) : 그렇게 삼 년만 지나면
則可以及此言矣(칙가이급차언의) : 내가 말한 것처럼 될 수 있을
것입니다.”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目之與形(목지여형) : “눈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불지기이야) : 장님도 우리와 다를 바 없지만,
而盲者不能自見(이맹자불능자견) : 장님은 보지 못합니다.
耳之與形(이지여형) : 귀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부지기이야) : 귀머거리도 우리와 다를 바 없지
만
而聲者不能自聞(이성자불능자문) : 귀머거리는 듣지 못합니다.
心之與形(심지여형) : 마음의 형체로 말하자면,
吾不知其異也(오부지기이야) : 미친 사람도 우리와 다를 바가 없
지만
而狂者不能自得(이광자불능자득) : 미친 사람은 바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形之與形亦辟矣(형지여형역벽의) : 형체와 형체들은 서로 비슷합
니다.
而物或間之邪(이물혹간지사) : 그런데도 기능에는 차이가 나는
것은 어떤 물건이 그들 사이에 간격을 만들기 때문입니까?
欲相求而不能相得(욕상구이불능상득) : 도를 추구해 보려 해도
도를 터득할 수가 없습니다.
今謂趎曰(금위주왈) : 지금 제게 말씀하시기를
全汝形(전여형) : ‘형체를 완전히 하고,
抱汝生(포여생) : 삶을 보전하며,
勿使汝思慮營營(물사여사려영영) : 생각을 이리저리 쓰지 마라’
라고 하셨는데,
趎勉聞道耳矣(주면문도이의) : 저는 억지로 도에 관해 듣기는 하
였지만 겨우 귀에 들어만 왔을 뿐입니다.”
庚桑子曰(경상자왈) : 경상초가 말했다.
辭盡矣(사진의) : 말로는 다 설명되었습니다.
奔蜂不能化藿蠋(분봉불능화곽촉) : “작은 나나니벌은 큰 벌레를
자기 새끼로 길러내지 못하고,
越鷄不能伏鵠卵(월계불능복곡란) : 작은 월나라 닭은 큰고니의
알을 부화시키지 못하지만,
魯鷄固能矣(로계고능의) : 노나라의 큰 닭은 그것이 가능하다 했
습니다.
鷄之與鷄(계지여계) : 닭과 닭을 놓고 볼 때
其德非不同也(기덕비부동야) : 그 덕은 모두가 같습니다.
有能與不能者(유능여불능자) : 그런데 한편은 가능하고 한편은
가능하지 못한 것은
其才固有巨小也(기재고유거소야) : 그들의 재능에 본시부터 크고
작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今吾才小(금오재소) : 지금 나의 재능은 작아서
不足以化子(부족이화자) : 당신을 교화시킬 수가 없는 것 같습니
다.
子胡不南見老子(자호불남견노자) : 남쪽으로 가서 노자를 만나보
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南榮趎贏糧(남영주영량) : 남영주가 양식을 챙겨 짊어지고,
七日七夜至老子之所(칠일칠야지노자지소) : 칠일 밤낮이 걸려 노
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그에게 말했다.
子自楚之所來乎(자자초지소래호) : “당신은 경상초가 있는 곳에
서 오지 않았습니까?”
南榮趎曰唯(남영주왈유) : 남영주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何與人偕來之衆也(자하여인해래지중야) : “어째서 함께 온 사
람들이 그리도 많습니까?”
南榮趎懼然顧其後(남영주구연고기후) : 남영주는 놀라며 그의 뒤
를 돌아보았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不知吾所謂乎(자부지오소위호) : “내 말뜻을 모르겠습니까?”
南榮趎俯而慙(남영주부이참) : 남영주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
하다가
仰而歎曰(앙이탄왈) :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今者吾忘吾答(금자오망오답) : “지금 저는 대답할 말을 잊었습
니다.
因失吾問(인실오문) : 그래서 질문하려던 말도 잊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何謂也(하위야) : “무슨 뜻입니까?”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不知乎(부지호) : “제가 알지 못한다면
人謂我朱愚(인위아주우) :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할 것이고,
知乎(지호) : 제가 많이 안다면
反愁我軀(반수아구) : 도리어 저 자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不仁則害人(불인칙해인) : 어질지 않으면 곧 남을 해치게 될 것
이고,
仁則反愁我身(인칙반수아신) : 어질면 도리어 저 자신을 괴롭히
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不義則傷彼(불의칙상피) : 의롭지 않으면 남에게 해를 가할 것이
고,
義則反愁我己(의칙반수아기) : 의롭고 보면 도리어 저 자신을 괴
롭히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我安逃此而可(아안도차이가) : 어떻게 해야 이런 처지를 면할 수
있겠습니까?
此三言者(차삼언자) : 이 세 가지가
趎之所患也(주지소환야) : 제가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顧因楚而問之(고인초이문지) : 경상초의 소개로 선생님께 이것을
물으려고 왔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向吾見若眉睫之間(향오견약미첩지간) : “좀 전에 나는 당신의
두 눈썹 사이를 보고
吾因以得汝矣(오인이득여의) : 당신의 문제를 알았습니다.
今汝又言而信之(금여우언이신지) : 당신의 말을 듣고 나의 추측
이 확실한 것을 알았습니다.
若規規然若喪父母(약규규연약상부모) : 당신은 골똘히 앉아서 고
민하기를 자기 부모를 여읜 것처럼 하고,
揭竿而求諸海也(게간이구제해야) : 장대를 들고서 바다 깊이를
재려는 사람처럼 하고 있습니다.
女亡人哉(여망인재) : 당신은 자기 본성을 잃은 사람입니다.
惘惘乎(망망호) : 멍하니
汝欲反汝情性而無由入(여욕반여정성이무유입) : 당신은 당신의
성정으로 되돌아가려고 하지만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으니,
可憐哉(가련재) : 참으로 안됐습니다.”
南榮趎請入就舍(남영주청입취사) : 남영주는 노자 밑에 머물기를
자청하여,
召其所好(소기소호) : 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도덕을 추구하고,
去其所惡(거기소악) : 자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버리
자
十日自愁(십일자수) : 열흘만에 근심이 멎었다.
復見老子(복견노자) : 그리고 나서 노자를 만나니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汝自酒濯(여자주탁) :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서
熟哉鬱鬱乎(숙재울울호) : 원숙한 기운이 서려 있는 듯하군요.
然而其中津津乎猶有惡也(연이기중진진호유유악야) : 그러나 아직
도 마음속에 얼마간의 악한 기운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夫外韄者不可繁而捉(부외획자불가번이착) : 밖의 일에 마음이 얽
매어 있는 자는 마음이 번거로워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將內揵(장내건) : 안으로 마음의 작용을 닫아야 합니다.
內韄者不可繆而捉(내획자불가무이착) : 자기 안의 마음에 얽매어
있는 사람은 생각이 뒤엉키어 자제를 할 수 없을 것이니,
將外揵(장외건) : 밖으로 보고 듣는 것을 닫아야 합니다.
外內韄者(외내획자) : 밖이나 안으로 얽매여 있는 자는
道德不能持(도덕불능지) : 도덕을 지닐 수 없을 것입니다.
而況放道而行者乎(이황방도이행자호) : 그러니 어찌 위대한 도를
따라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里人有病(리인유병) : “마을 사람이 병들어
里人問之(이인문지) : 다른 사람이 문병을 갔을 때,
病者能言其病(병자능언기병) : 앓고 있는 사람이 그의 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면,
然其病病者(연기병병자) : 그의 병을 병으로 여기는 사람은
猶未病也(유미병야) : 아직 대단한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
다.
若趎之聞大道(약주지문대도) : 그런데 제가 선생님께 위대한 도
에 대해 듣는다는 것은,
譬猶飮藥以加病也(비유음약이가병야) : 마치 약을 먹음으로써 병
을 도지게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趎願聞衛生之經而已矣(주원문위생지경이이의) : 저는 삶을 보양
하는 방법에 대해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衛生之經(위생지경) :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란
能抱一乎(능포일호) : 위대한 도 하나를 지니는 것이며,
能勿失乎(능물실호) : 자기 본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能無卜筮而知吉凶乎(능무복서이지길흉호) : 점치는 것에 의해 자
기의 길흉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能止乎(능지호) :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能已乎(능이호) : 인위적인 행위를 그만둘 수 있어야 합니다.
能舍諸人而求諸己乎(능사제인이구제기호) : 남에 대한 관심을 버
리고 자기를 충실히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能??然乎(능??연호) : 행동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能侗然乎(능동연호) :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能兒子乎(능아자호) : 아이처럼 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兒子終日嗥而嗌不嗄(아자종일호이익불사) :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
도 목이 쉬지 않는데,
和之至也(화지지야) : 그것은 자연과 지극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終日握而手不掜(종일악이수불예) : 또 하루 종일 주먹을 쥐고 있
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데
共其德也(공기덕야) : 그것은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입
니다.
終日視而目不瞚(종일시이목불순) : 하루 종일 보면서도 눈을 깜빡
이지 않는데
偏不在外也(편불재외야) : 밖의 물건에 대해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길을 가도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居不知所爲(거부지소위) : 앉아 있어도 할 일을 알지 못합니다.
與物委蛇(여물위사) : 밖의 물건에 순응하고
而同其波(이동기파) : 자연의 물결에 자신을 맡깁니다.
是衛生之經已(시위생지경이) : 이것이 삶을 보양하는 방법입니다
.”
南榮趎曰(남영주왈) : 남영주가 말했다.
然則是至人之德已乎(연칙시지인지덕이호) : “그렇다면 이것이
지극한 사람의 덕이라는 것입니까?”
曰非也(왈비야) : 노자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是乃所謂氷解凍釋者(시내소위빙해동석자) : 이것이 바로 어름이
풀려 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상태를 얘기한 것이니
能乎(능호) : 가능한 것인저
夫至人者(부지인자) : 지인이란
相與交食乎地而交樂乎天(상여교식호지이교락호천) : 사람들과 더
불어 땅 위에 함께 어울려 살고, 자연을 함께 즐기는 사람입니다
.
不以人物利害相攖(불이인물리해상영) : 사람과 물건이나 이익과
피해 때문에 남과 다투지 않으며,
不相與爲怪(불상여위괴) : 남들에 비해 괴상한 짓을 하지도 않고
,
不相與爲謀(불상여위모) : 어떤 모의도 하지 않고,
不相與爲事(불상여위사) : 어떤 일도 이루려 들지 않습니다.
??然而往(??연이왕) : 자연스럽게 갔다가
侗然而來(동연이래) : 아무 거리낌없이 돌아옵니다.
是謂衛生之經已(시위위생지경이) : 이것을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
라고도 말합니다.”
曰然則是至乎(왈연칙시지호) : 남영주가 말하기를, “그러면 그
것으로 극치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까?”
曰未也(왈미야) : 노자가 말하기를,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吾固告汝曰(오고고여왈) : 내가 이미 당신에게 말하기를
能兒子乎(능아자호) : 아이와 같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兒子動不知所爲(아자동불지소위) : 아이란 움직이지만 자기가 하
는 일을 알지 못하고,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걷지만 자기가 가는 곳을 알지 못합니
다.
身若槁木之枝而心若死灰(신약고목지지이심약사회) : 몸은 마른
나무의 가지와 같고, 마음은 식은 재와 같습니다.
若是者(약시자) : 이런 사람에게는
禍亦不至(화역부지) : 재난도 닥칠 수 없고,
福亦不來(복역불래) : 행복도 찾아올 수 없습니다.
禍福無有(화복무유) : 재난도 행복도 있지 않은데
惡有人災也(악유인재야) : 어찌 사람의 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
까?
3.
宇泰定者(우태정자) : 마음이 태연하고 안정되어 있는 사람은
發乎天光(발호천광) : 자연스러운 빛을 발한다.
發乎天光者(발호천광자) : 자연스러운 빛을 발하는 사람은
人見其人(인견기인) : 남들도 그를 사람으로 보고
物見其物(물견기물) : 물건도 그를 물건으로 본다.
人有修者(인유수자) : 마음이 닦인 사람은
乃今有恒(내금유항) : 언제나 일정한 덕을 지니고 있다.
有恒者(유항자) : 일정한 덕을 지닌 사람에게는
人舍之天助之(인사지천조지) : 사람들이 귀의하게 되고, 하늘이
그를 돕게 된다.
人之所舍(인지소사) : 사람들이 귀의하는 사람을
謂之天民(위지천민) : 천민(天民)이라고 한다.
天之所助(천지소조) : 하늘이 도와 주는 사람을
謂之天子(위지천자) : 천자(天子)라고 한다.
4.
學者(학자) : 학자란
學其所不能學也(학기소불능학야) : 그가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
려 한다.
行者(행자) : 일을 실행하는 사람은
行其所不能行也(행기소불능행야) : 그가 실행할 수 없는 것을 실
행하려 한다.
辯者(변자) : 이론가는
辯其所不能辯也(변기소불능변야) : 그가 이론으로 밝힐 수 없는
것들을 논하려 한다.
知止乎其所不能知(지지호기소불능지) : 그가 알 수 없는 경지에
처신할 줄 안다면
至矣(지의) : 그것이 지극한 앎인 것이다.
若有不卽是者(약유부즉시자) : 만약 이런 경지에 처신하지 못한
다면
天鈞敗之(천균패지) : 자연의 도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
5.
備物以將形(비물이장형) : 물건의 변화에 대비하여 형체를 기르
고,
藏不虞以生心(장불우이생심) : 물러나 잡된 생각을 하지 않아 자
기 마음을 살리며,
敬中以達彼(경중이달피) : 자기 속에 지닌 성정을 공경히 하여
밖의 변화에 통달해야 한다.
若是而萬惡至者(약시이만악지자) : 그렇게 해도 갖가지 악한 일
이 닥치는 것은
皆天也(개천야) : 모두가 천명일 뿐
而非人也(이비인야) : 사람 탓은 아니다.
不足以滑成(부족이활성) : 그러므로 그런 것으로 안정된 마음을
어지럽힐 것은 못 되며,
不可內於靈臺(불가내어영대) : 자기 마음속에 그 불행이 끼여들
게 해서는 안 된다.
靈臺者有持(영대자유지) : 마음에는 지탱하는 것이 있는데,
而不知其所持(이부지기소지) : 그것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므로
而不可持者也(이불가지자야) : 자기 자신이 지탱할 수는 없는 것
이다.
不見其誠己而發(불견기성기이발) : 자신의 마음을 정성 되게 하
기도 전에 행동을 한다면,
每發而不當(매발이부당) : 행동을 할 때마다 자연의 도에 어긋나
게 될 것이다.
業入而不舍(업입이불사) : 밖으로부터의 작용이 그의 마음에 끼
여들어 와도 그 작용을 버리지 않는다면
每更爲失(매갱위실) : 언제나 자기의 본연을 잃게 될 것이다.
爲不善乎顯明之中者(위불선호현명지중자) : 선하지 않은 짓을 여
러 사람들이 똑똑히 보는 가운데서 한다면
人得而誅之(인득이주지) : 사람들이 그를 잡아 벌할 것이다.
爲不善乎幽闇之中者(위불선호유암지중자) : 선하지 않은 행동을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데서 한다면
鬼得而誅之(귀득이주지) : 귀신이 그를 잡아 벌할 것이다.
明乎人(명호인) : 사람들에 대해 분명하고
明乎鬼者(명호귀자) : 귀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된
然後能獨行(연후능독행) : 후에야 스스로 도에 알맞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券內者(권내자) : 자기 내부에 대해 충실한 사람은
行乎無名(행호무명) : 이름을 바라지 않는 실행을 할 것이고,
券外者(권외자) : 외부에 대해 추구하는 사람은
志乎期費(지호기비) : 재물에 대한 뜻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行乎無名者(행호무명자) : 무명을 실천하는 사람은
唯庸有光(유용유광) : 언제나 변함 없는 빛이 있을 것이다.
志乎期費者(지호기비자) : 재물을 추구하는 데 뜻을 둔 사람은
唯賈人也(유고인야) : 장사꾼과 같이 될 것이다.
人見其跂(인견기기) : 사람들은 그가 발돋움을 보고 있는데도
猶之魁然(유지괴연) : 자신은 혼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與物窮者(여물궁자) : 물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구하는 사람은
物入焉(물입언) : 물건이 그의 마음에 끼여들게 된다.
與物且者(여물차자) : 물건에 대해 구차한 사람은
其身之不能容(기신지불능용) : 자신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인데
焉能容人(언능용인) : 어떻게 남을 용납할 수가 있겠는가?
不能容人者無親(불능용인자무친) : 남을 용납할 수 없는 자는 친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無親者盡人(무친자진인) : 친한 사람이 없는 자는 남과 아무 관
계도 없게 될 것이다.
兵莫憯於志(병막참어지) : 아무리 예리한 무기도 뜻을 상하게 하
는 것보다는 심한 손상을 끼치지는 못한다.
鏌?爲下(막?위하) : 막야 같은 명검도 뜻을 손상시키기에는 무딘
것이다.
寇莫大於陰陽(구막대어음양) : 사람의 피해는 음양의 기에 의한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으니,
無所逃於天地之間(무소도어천지지간) : 하늘과 땅 사이에서는 그
재해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非陰陽賊之(비음양적지) : 그러나 음양의 기 자체가 해치는 것이
아니라
心則使之也(심칙사지야) :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6.
道通(도통) : 도는 만물에 통하면서도
其分也成也(기분야성야) : 분별을 하기도 한다.
其成也毁也(기성야훼야) : 또한 이루어지는 것도 무너지는 것도
모두 도에 의해 행해진다.
所惡乎分者(소악호분자) : 다만 분별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其分也以備(기분야이비) : 분별함으로써 모든 것이 자기에게 갖
추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所以惡乎備者(소이악호비자) : 자기에게 갖추어지기를 바라는 것
이 나쁘다는 것은
其有以備(기유이비) : 밖에 존재하는 것이 자기에게만 모두 갖추
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故出而不反(고출이불반) : 그러므로 밖으로만 나가고 자기 본성
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見其鬼(견기귀) : 그는 죽어 귀신이 될 것이다.
出而得(출이득) : 밖으로만 나가고도 얻는 것이 있다면,
是謂得死(시위득사) : 바로 죽음을 얻을 것이다.
滅而有實(멸이유실) : 이미 그의 본성이 멸망되었다면 실제로 살
고 있어도
鬼之一也(귀지일야) : 이미 죽어 귀신이 되어 있는 것과 같다.
以有形者象無形者而定矣(이유형자상무형자이정의) : 형체가 있는
몸으로써 형체가 없는 도를 본받아야 안정되는 것이다.
出無本(출무본) : 만물이 태어나지만 그 근본은 없는 것이며,
入無竅(입무규) : 이승을 떠나는 것도 들어가는 구멍이 있는 것
이 아니다.
有實而無乎處(유실이무호처) : 존재하고는 있지만 차지할 장소는
무한하고,
有長而無乎本剽(유장이무호본표) : 영원히 존재하여 시작과 끝이
없는 것이다.
有所出而無竅者有實(유소출이무규자유실) : 태어나기는 하지만
들어갈 구멍이 없기 때문에 존재가 있는 것이다.
有實而無乎處者(유실이무호처자) : 존재는 하고 있지만 차지할
장소는 무한하다는 것은
宇也(우야) : 상하사방의 공간을 뜻한다.
有長而無本剽者(유장이무본표자) : 영원히 존재하며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은
宙也(주야) : 예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시간을 뜻한다.
有乎生(유호생) : 도는 삶에도 작용하고
有乎死(유호사) : 죽음에도 작용하며,
有乎出(유호출) : 생겨나는 데도 작용하고
有乎入(유호입) : 없어지는 데도 작용한다.
入出而無見其形(입출이무견기형) : 없어지고 생겨나게 하면서도
그 형체는 드러나지 않는데,
是謂天門(시위천문) : 이것을 천문(天門)이라 부른다.
天門者(천문자) : 천문이란
無有也(무유야) : 존재로서는 무(無)인 것이다.
萬物出乎無有(만물출호무유) : 만물은 존재가 무인 데서 생겨난
다.
有不能以有爲有(유불능이유위유) : 존재는 존재로부터 존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없다.
必出乎無有(필출호무유) : 반드시 존재가 무에서 생겨났다고 보
아야 한다.
而無有一無有(이무유일무유) : 그러나 존재가 무인 것은 한결같
이 존재가 무인 것이다.
聖人藏乎是(성인장호시) : 성인은 이 경지에 몸을 두고 있는 것
이다.
7.
古之人(고지인) : 옛사람 중에
其知有所至矣(기지유소지의) : 그의 지혜가 지극한 경지에 도달
했던 이가 있었다.
惡乎至(악호지) : 그의 경지는 어떠할까
有以爲未始有物者(유이위미시유물자) : 첫째로 처음부터 물건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至矣(지의) : 이는 지극하고
盡矣(진의) : 완전한 경지여서
弗可以加矣(불가이가의) : 여기에 더 보탤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其次以爲有物矣(기차이위유물의) : 그 다음으로는 물건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將以生爲喪也(장이생위상야) : 삶과 죽음을 같은 것으로 보고,
以死爲反也(이사위반야) : 죽음이란 되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是以分已(시이분이) : 그러나 이것은 이것과 저것의 분별이 이미
생긴 것이다.
其次曰始無有(기차왈시무유) : 그 다음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
었는데
旣而有生(기이유생) : 뒤에 삶이 있게 되었고,
生俄而死(생아이사) : 삶도 곧 죽게 된다는 것이다.
以無有爲首(이무유위수) : 존재가 없는 것을 머리로 삼고,
以生爲體(이생위체) : 삶을 궁둥이로 몸으로 삼고
以死爲尻(이사위고) : 죽음을 궁둥이로 삼는 것이다.
孰知有無死生之一守者(숙지유무사생지일수자) : 있고 없는 것과
죽음과 삶이 한결같은 도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吾與之爲友(오여지위우) : 자기는 그 사람과 벗이 되겠다는 것이
다.
是三者雖異(시삼자수이) : 이 셋은 비록 차이는 있지만
公族也(공족야) : 같은 족속이라 할 수 있다.
昭景也(소경야) : 초나라 왕족인 소씨와 경씨는
著戴也(저대야) : 성이 다르고 사는 곳과
甲氏也(갑씨야) : 집안과
著封也(저봉야) : 봉해진 지명이
非一也(비일야) : 같지는 않다
有生?也(유생?야) : 생명이란 솥�의 그을음에 불꽃이 붙는 것과
같은 것이다
披然曰移是(피연왈이시) : 어지러이 바람에 불리는 것을 옮겨감
이라 한다.
嘗言移是(상언이시) : 시험삼아 말해보면, 옮겨감이란
非所言也(비소언야) : 말할 것도 못되는 것이다.
雖然(수연) : 비록 그러하나
不可知者也(불가지자야) : 그러나 몰라서도 안 되는 것이다
臘者之有膍胲(랍자지유비해) : 납제에는 내장과 발톱까지 붙어 있
는 소를 제물로 쓰는데,
可散而不可散也(가산이불가산야) : 먹지 못할 것들을 떼어버릴
수도 있지만 떼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觀室者周於寢廟(관실자주어침묘) : 집을 구경하는 사람은 정전과
조당을 두루 보았다 해도
又適其偃焉(우적기언언) : 그 집의 변소까지 가 보아야 집을 완
전히 구경한 것이 된다.
爲是擧移是(위시거이시) : 이 때문에 옮겨감에 대해서도 들어 논
하는 것이다.
請常言移是(청상언이시) : 옮겨감에 대해 다시 논하여 보면,
是以生爲本(시이생위본) : 그것은 자기 삶을 근본으로 삼고
以知爲師(이지위사) : 자기 지혜를 스승으로 모시기 때문에
因以乘是非(인이승시비) : 시비를 따지게 되고
果有名實(과유명실) : 결과적으로 명분과 내용이 있게 되는 것이
다.
因以己爲質(인이기위질) : 그래서 자기를 위주로 하여
使人以爲己節(사인이위기절) : 남들로 하여금 자기의 명분을 따
르게 하려 들게 되는 것이다.
因以死償節(인이사상절) : 그 때문에 죽음으로 명분을 보상하게
되는 것이다.
若然者(약연자) : 이런 사람은
以用爲知(이용위지) : 유용한 것을 슬기롭다 하고,
以不用爲愚(이불용위우) : 무용한 것은 어리석다고 한다.
以徹爲名(이철위명) : 뜻이 통하는 것을 명예롭다고 하고,
以窮爲辱(이궁위욕) : 궁지에 몰리는 것을 치욕이라 한다.
移是(이시) : 옮겨감이란
今之人也(금지인야) : 지금 사람들의 태도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
是蜩與學鳩同於同也(시조여학구동어동야) : 이것은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큰 붕새를 비웃었던 것과 같은 일이다.
8.
蹍市人之足(전시인지족) : 시장에서 남의 발을 밟으면
則辭以放鷔(칙사이방오) : 잘못을 사과하지만,
兄則以嫗(형칙이구) : 친형의 발을 밟았다면 조금 만질 뿐이요
大親則已矣(대친칙이의) : 아주 친한 사람인 경우에는 아무런 표
시도 하지 않는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至禮有不人(지례유불인) : ‘지극한 예는 자기와 남의 구별을 인
정하지 않고,
至義不物(지의불물) : 지극한 의로움은 자신과 물건을 구분하지
않고,
至知不謀(지지불모) : 지극한 슬기는 꾀하는 일이 없고,
至仁無親(지인무친) : 지극한 어짊은 각별히 친한 이가 없고,
至信辟金(지신벽금) : 지극한 신의는 금전이 개입되지 않는다.’
라고 하는 것이다.
9.
徹志之勃(철지지발) : 뜻을 어지럽게 하는 것을 버리고
解心之謬(해심지류) : 마음의 속박을 풀고,
去德之累(거덕지루) : 덕을 해치는 것을 제거하고,
達道之塞(달도지색) : 도에 이름을 막는 물건을 치워버려야만 한
다.
貴富顯嚴名利六者(귀부현엄명리육자) : 귀해지고, 부유해지고,
저명해지고, 존경받고, 명예를 얻고, 이익을 얻는 여섯 가지는
勃志也(발지야) : 뜻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容動色理氣意六者(용동색리기의육자) : 용모와 동작과 얼굴빛과
논리와 기분과 정의(情意) 이 여섯 가지는
謬心也(류심야) : 마음을 속박하는 것이다.
惡欲喜怒哀樂六者(악욕희노애락육자) : 악과 욕망과 기쁨과 노여
움과 슬픔과 즐거움 이 여섯 가지는
累德也(루덕야) : 덕을 해치는 것이다.
去就取如知能六者(거취취여지능육자) : 떠나는 것과 나가는 것과
취하는 것과 주는 것과 지혜와 능력 이 여섯 가지는
塞道也(색도야) : 도를 막는 것이다.
此四六者不盪胸中則正(차사육자불탕흉중칙정) : 이 네 종류의 여
섯 가지 것들이 가슴속을 어지럽히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올바르게
될 것이다.
正則靜(정칙정) : 올바르게 되면 고요해지고,
靜則明(정칙명) : 고요해지면 분명해지고,
明則虛(명칙허) : 분명해지면 텅 비게 되고,
虛則無爲而無不爲也(허칙무위이무불위야) : 텅 비게 되면 무위하
면서도 자연의 생성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道者(도자) : 도란
德之欽也(덕지흠야) : 덕이 늘어선 것이다.
生者(생자) : 삶이란
德之光也(덕지광야) : 덕의 빛이다.
性者(성자) : 본성이란
生之質也(생지질야) : 삶의 바탕이다.
性之動(성지동) : 본성이 움직이는 것
謂之爲(위지위) : 이것을 행위라고 말하는데,
爲之僞(위지위) : 행위가 인위적이면
謂之失(위지실) : 이것을 본성을 잃은 것이라 한다.
知者(지자) : 앎이란
接也(접야) : 물건과의 접촉에서 생겨난다.
知者(지자) : 앎이란
謨也(모야) : 생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知者之所不知(지자지소불지) : 그러나 슬기로운 사람이 알지 못
하는 것이 있는 것은,
猶睨也(유예야) : 곁눈질로는 물건의 전체를 볼 수 없는 것과 같
은 것이다.
動以不得已之謂德(동이부득이지위덕) : 행동을 하되 자연을 따라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을 덕이라 말한다.
動而非我之謂治(동이비아지위치) : 행동을 하되 자기의 본성을
잃는 일이 없는 것을 다스림이라 말한다.
名相反而實相順也(명상반이실상순야) : 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사
람의 본성과 반대가 되지만 실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된다.
10.
羿工乎中微(예공호중미) : 명궁이었던 예는 작은 것을 정확히 맞
추기는 잘했지만,
而拙乎使人無己譽(이졸호사인무기예) :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
지 않게 하는 일은 잘 못했다.
聖人工乎天而拙乎人(성인공호천이졸호인) : 성인은 자연스러운
일은 잘하지만 인위적인 일은 잘하지 못한다.
夫工乎天而俍乎人者(부공호천이량호인자) : 자연스러운 일에도 뛰
어나고 인위적인 일에도 뛰어난 사람은
唯全人能之(유전인능지) : 오직 완전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唯蟲能蟲(유충능충) : 벌레들은 벌레 노릇에 능하여
唯蟲能天(유충능천) : 오직 벌레 노릇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가 있는 것이다.
全人惡天(전인악천) : 완전한 사람도 인위적인 자연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而況吾天乎人乎(이황오천호인호) : 하물며 우리처럼 자연과 인위
적인 것을 엄연히 구별하는 자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11.
一雀適羿(일작적예) : 새 한 마리가 예에게로 날아가면
羿必得之(예필득지) : 예가 그 새를 쏘아 잡겠지만
威也(위야) : 어쩌다 실패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以天下爲之籠(이천하위지롱) : 그러나 천하를 새장으로 삼는다면
則雀無所逃(칙작무소도) : 새들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게 될
것이다.
是故湯以胞人籠伊尹(시고탕이포인롱이윤) : 그러므로 상나라 탕
임금은 이윤을 요리사라는 직분으로써 새장에 가두었고,
秦穆公以五羊之皮籠百里奚(진목공이오양지피롱백리해) : 진나라
목공은 다섯 장의 양가죽으로 백리해를 새장에 가두었던 것이다.
是故非以其所好籠之(시고비이기소호롱지) : 이와 같이 그가 좋아
하는 것으로 가두지 않고서는
而可得者(이가득자) : 새장에 가두어 넣을 수 있는 일이
無有也(무유야) : 전혀 있지 않았다
12.
介者侈畵(개자치화) : 발꿈치를 베인 사람이 옷치레를 하지 않는
것은
外非譽也(외비예야) : 세상의 비방과 칭찬을 돌아보지 않는 까닭
이요
胥靡登高而不懼(서미등고이불구) : 사형수가 높은 곳에 올라가
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遺死生也(유사생야) : 죽음과 삶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夫復謵不餽而忘人(부복습불궤이망인) : 대개 반복하여 공부함으로
써 마음속에 부끄러운 것이 없게 되면 사람에 대해 잊게 된다.
忘人(망인) : 사람에 대해서 잊게 되면
因以爲天人矣(인이위천인의) : 자연과 합치되는 천인(天人)이 되
는 것이다.
故敬之而不喜(고경지이불희) : 그러므로 그를 공경해도 기뻐하지
않고,
侮之而不怒者(모지이불로자) : 그를 모욕해도 성내지 않는 것은
唯同乎天和者爲然(유동호천화자위연) : 오직 하늘의 조화와 합치
된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出怒不怒(출로불로) : 성낼 경우를 당해도 성내지 않으면
則怒出於不怒矣(칙로출어불로의) : 성내지 않음으로 귀결되고 만
다.
出爲無爲(출위무위) : 행동함에 무위하면
則爲出於無爲矣(칙위출어무위의) : 행동은 무위로 귀결되고 만다
.
欲靜則平氣(욕정칙평기) : 고요하고 싶으면 마음을 평온히 지녀
야 한다.
欲神則順心(욕신칙순심) : 신명스러워지려면 마음에 순응해야 한
다.
有爲也欲當(유위야욕당) : 그의 행동이 합당하게 되고 싶으면
則緣於不得已(칙연어부득이) : 자연에 따라 부득이 하게 행동해
야 한다.
不得已之類(부득이지류) : 자연에 따라 부득이하게 행동하는 것
이
聖人之道(성인지도) : 성인의 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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