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스크랩] 韓國 肉談의 世界觀

장안봉(微山) 2013. 4. 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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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담의 세계관

 

지은이: 김선풍 외

 

출판사: 국학자료원

 

 

머리말

 

육담의 사전적 해석은, 음담 내지 '품격이 낮고 속되고 야비하며 투박한 이야 기'쯤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육담이 성적 관계를 표현한 이야기라 해서 그 언표 (말의 표상)가 모두 품격이 낮고 몹쓸 말로만 꾸며져 있지는 않다. 그것은 육담 을 음담패설 정도로만 이해하는, 고루한 문학관을 가진 이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사고일 뿐이다.

고전 문학은 때로 에로티시즘에 관한 묘사가 비속하다는 이유로 저급한 작품 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남녀 관계를 표현해도 성의 감각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 면 야한 감각을 벗어나 천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성에는 동물적인 애정과 정신적인 애정,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이 두가지 측면 중 전자에 비중을 두었을 때 좀더 야한 감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중국 연변 조선족들은 육담을 '고기얘기' 또는 쌍담이라 한다. 이때의 고기는 '육'을 유머러스하게 번역한 것인데, 고기는 다름아닌 '몸'을 뜻한다.

문학사를 살펴볼 때, 상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성에 대한 표현이 노골적이었 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조로 넘어오면서 문학사에서의 성의 표현은 금기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겉마음뿐 아니라 속마음까지도 그러했을까?

양반도 인간이기에 인간 본연의 행동에서는 동일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 려 서민 이상의 괴벽스럽고 추한 동물적 번식욕에 사로 잡히는 수도 없지 않았 다.

국문학의 대가라고 일컫는 송강 정철마저 진한 음담 시조를 짓고 있는 터에 필부필부 세계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근화악부>에 나오는 송강의 시조를 들어보자.

문 : 옥이 옥이라커늘 번옥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일시 분명하다. 내 게 살송곳이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 정철 작

답 : 철이 철이라커늘 섭철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일시 분명하다 내 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 진옥 작

 

위 시조와 설화가 살갗을 스치는 음담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비록 육담 의 시조요 설화로 표현되어 있지만, 고도의 문답식 문학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답식 사랑의 표현에서 기생인 진옥이라는 여성이 승리하였으며, 남성인 송 강의 유머러스한 물음을 되받아 넘긴 진옥의 명답법이 음담패설이라는 오명을 불식시켰고 작품을 밀도 있는 문학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남 성의 승리로 끝이 났더라면 이 작품은 비속이라는 딱지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학적 카타르시스가 발생한다. 유교사회라고 하는 '금기사회'의 벽을 허물어버린 데서 심리적 해방감이 찾아온 것이다.

금기파기를 새롭게 맛봄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끼고 억눌렸던 본능을 회생시키 게 된 것이다. 여기에 육담의 묘미가 있다.

 

민속학자 임석재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한국 육담의 기능을 언급하고 있다.

 

"육담에는 성에 관한 무지나 오해로 인하여 기이한 행위, 오류, 실수 등이 일어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것이 있는데, 이러한 육담은 청소년에게 성적 지식을 알려주는 역학을 한다. 또한 육담에는 이성을 유혹하고 성욕을 자극하며 성감을 고조시키기 위하여 계략, 책략, 기지 등을 구사하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것은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게 해주기도 한다."

 

현재 임 교수는 94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학회 활동까지 하고 있는 분이다. 성을 찬미하는 것과 성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판이하게 다른 두 현상이다. 성을 잃은 자는 죽은 자이다. 육담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고 육담을 즐겨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늙지 않았고 신체적으로 늙지 않는다.

 

'일소일소 일노일로'라는 평범한 속담대로, 양질의 고기얘기를 즐기는 것은 장수의 지름길이라고 감히 말해두고자 한다.

1997. 10. 10 덕산서실에서 김선풍

 

 

한국육담개론 김영진(청주대 교수)

우리나라 헌법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으나 형법에는 "남의 성생활을 침해하거나 공공연히 여러 사람 앞에서 외설행위, 또는 말이나 글, 그림 등으로 다수의 성도덕을 위태롭게 할 때는 외설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 논문의 발표에 앞서 먼저 독자의 성생활을 침해하거나 성도덕을 위태롭게 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만일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정신적, 육체적 결함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1. 들어가는 말

 

육담은 조선시대의 잡록, 특히 소화집에 문자로 기록되었고 오늘날도 민간에 구전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잡스럽고 음탕하여 사사로이 이야기하고 즐길 수는 있어도 공개적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기피하여 왔다. 이런 까닭에서 민속학자들도 개인적으로 육담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이를 전문적으로 조사하거나 연구하는데 주저하여 1930년에 손진태가 육담의 자료집으로 [속지해]를 간행한 것이 고작이다.(주1:해방 후에 임석재도 육담집을 인간하였다 하나 공간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1982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편찬한 [한국민속대관]에서 육담이 한 요목으로 서술됨으로써 육담이 민속학의 대상 또는 민속학의 영역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또 1991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편찬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육담이 한 항목으로 기술되면서 육담이 민족문화의 하나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전완길이,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에 도취한 나머지 섹스를 추한 것으로 단정함으로써 우리의 문화바탕이나 전통을 잘못 이해하는 오류에 빠졌고 아직도 여기서 헤어 나지 못하고 있다.(주2:전완길, 한국인의 본능, [문음사, 1980], 18-19쪽) 라 하였듯이 섹스는 추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대개의 민속학자들도 육담의 학문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아직도 그 조사나 연구를 기피하거나 주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민속학회에서 육담연구의 당위성을 인정하여 하나의 논제로 삼은 것은 늦은 감은 있어도 매우 다행한 일이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육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앞으로 육담을 민속학의 대상으로 조사 또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여기서 용어와 개념, 소재와 기능, 내용과 어법, 형식과 구조, 보편성과 개별성, 장르와 연구 방법, 자료와 분류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하는 말

 

1) 용어와 개념

육담은 흔히 음담이라 하는데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는 음담을 "음탕한 이야기"라 하고 육담을 "음담 따위와 같이 야비한 이야기"라하여 유의어로 풀이 하였다. 그러나 음담은 음탕한 이야기라는 뜻의 직설적인 한자어인데 비하여 육담은 성기를 "속살", 성행위를 "살 섞는다"하고 한자어에서 육교, 육정, 육욕이라 하듯이 성을 은유한 완곡어법의 한자어이다.

 

또 육담을 흔히 관용적으로 음담패설(주3:임석재, "욕과 육담", 한국민속대관 6,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 762쪽, 장덕순, "외설설화",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이라고 하는데 패설은 사전에 "사리에 어그러진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윤리나 도덕에서 어긋나는 이 야기를 의미하고 있어 음담은 모두 패설이 될 수 있어도 패설은 모두 음담이 아니다.

즉 패설은 음담의 상위어이고 음담은 패설의 하위어이기 때문에 음담과 패설은 동의어가 아니다.

 

한편 음탕한 이야기를 중국에서는 "황담"(주4: 황담은 "남녀시생위황"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외담"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음담 또는 육담이라 하는데 육담이란 말보다는 음담이란 말이 널리 사용되며 외담(주5: 신윤상, 한국 인의 웃음, [태창문화사, 1974]) 외설(주6: 김우종, 한국인의 웃음, [자유문학사, 1986])이란 말도 쓰이고 일부 젊은 층에서는 "Y담"(주7: Y담은 일본어(외담)에서 전이된 말이나 젊은이들은 W[유방] X[배꼽] Y[사타구니]에서 사타구니의 Y를 뜻한다고 한다. 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육담, 음담, 음외담, 외설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민속학회에서는 앞으로 완곡어법으로 은유한 "육담"을 학술용어로 통일해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육담의 개념을 임석재는, 육담은 성기, 성행위, 남녀간의 정분, 그리고 이에 관련되는 사항을 재료로 해 서 꾸며진 이야기다.(주8:임석재, 앞 글) 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러나 육담을 "성기와 성행위에 관련되는 사항"에 한정하지 않고 "남녀간의 정분과 그에 관련되는 사항"까지 포함 할 때는 [이춘풍전]이나 [배비장전]은 물론 [춘향전]의 일부 내용까지도 육담으로 볼 위험이 있다. 또 육담을 꾸며낸 이야기라 하였는데 육담에는 꾸며낸 이야기가 많지만 실화도 많다.

특히 문헌자료에는 역사적 인물의 실화로 기록된 육담이 많다. 그래서인지 뒤에 임석재는, 남녀간의 색정이나 성생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항이나 현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주9: 임석재, "육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로 수정하였으나 육담의 소재를 "남녀간의 색정이나 성생활"이라 한다면 동물의 성기나 교미, 사람의 수간은 물론 자위행위인 용두질 동성애인 비육, 남색인면 수같은 이야기는 육담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옛날의 성풍속인 양생법인 "소녀동침 첩이불설", 방중술인 "구천일심" "좌삼우삼", 득남술인 "상순교합이생자" 같은 이야기는 육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또 장덕순이,남녀간의 난잡하고 부정한 성생활을 소재로 한 이야기(주10: 장덕순, 앞 글) 라고 한 정의도 육담의 소재가 "난잡하고 부정한 남녀간의 성생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른 정의라고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육담의 소재는 사람의 성기와 성행위뿐만 아니라 짐승의 성기와 성행위는 물론 수간도 있으며 또 육담의 내용은 웃기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성지식이나 성풍속같은 지적인 이야기는 제외되어야 한다. 그리고 육담의 형식은 비교적 짧은 이야기이다. 그런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육담은 "민간에 전승하는 성기와 성행위를 소재로 한 웃기는 짧은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

 

 

2) 소재와 기능

 

육담의 소재는 성과 성행위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은 같은 종류의 생물에서 생식과 관련하여 대립되는 두 가지의 형질, 즉 암컷과 수컷을 말하나, 동물에 있어서는 단세포로 된 원생동물에는 성이없고 다세포인 후생동물에만 성이 있으며 이들은 대체로 성에 따라 자웅의 형태가 다른 자웅이체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자웅이체동물이면서 다른 자웅이체동물과 다른 몇가지 특징이 있다.

 

그 하나는 성행위의 방법이다. 즉, 짐승들은 암놈의 등에 숫놈이 배를 대고 교미하는 대배법인데 비하여 인간은 남녀가 배를 대고 성교하는 대복법이다. 이러한 차이는 기본적으로 네 발로 기면서 생활하는 짐승과 두 발로 서서 생활하는 인간의 신체적 활동구조에서 오는 것이다.

 

다른 하는 성행위의 목적이다. 즉 동물들의 교미의 목적은 생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암놈의 생식기능의 충족되는 주기적인 시기, 즉 암창이 났을 때 생식의 수단으로 교미를 한다. 그리하여 아무리 숫놈이 성적충동을 느낀다해도 암놈의 성적욕구가 없으며 교미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의 성행위는 본질적으로는 종족보존의 생식본능에 있지만 생식과 관계없이 남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성행위를 할 수 있고, 심지어는 남자의 일방적인 욕구에 의하여 제한없이 그리고 비주기적으로 성행위가 가능하다.

 

이렇게 인간이 성행위를 맘대로 하게 되면서 성이 생식의 목적과 쾌락의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그 쾌락은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락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도식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성행위는 종족보존의 본능과 쾌락추구의 본능으로 나누고 쾌락추구의 본능은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락으로 나눈다.

 

인간의 성욕은 남녀가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조선 세종 때의 감동이나 성종때의 어을우동같은 음녀도 있고 육담에서 여성의 호색성을 발견할 수 있어도 성행위는 대체로 여성의 성적의지보다는 남성의 성적의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것은 남녀의 성적의지가 생리적으로 그 매카니즘은 같아도 여성은 자발적인 성적의지, 즉 음핵의 팽창이 없어도 성행위가 가능하나 남성은 성적의지, 곧 음경의 발기가 없이는 정상적인 성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성경에,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며, 여자야말로 남자를 위해서 창조된 것이다.(주11:고린도전서 11장) 라고 한 이래 남존여비의 사상은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성적의지를 제약해 왔기 때문에 인간의 성행위는 주로 남성의 능동적인 성적의지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으며 여성은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해 왔다.

 

그리하여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남성의 행복은 "나는 하고 싶다"는 것이고, 여성의 행복은 "그가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주12:니체[최승자 역], 짜라투스르는 이렇게 말하였다.[청하, 1984), 106쪽) 라고 하였듯이 여성들이 행복은 "하고 싶은" 남성들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생각 함으로써 남성들은 여성을 "출산하는 존재"로 생각하기보다는 "쾌락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생각에서 육담의 발생도 가능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육담은 성의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육담에서 성기와 성행위는 종족보존을 위한 생체와 그 수단이 아니라 언제나 쾌락추구의 본능, 그 중에서도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연장과 도구이며 그 추구하는 바 목적으로서 육담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불완전한 아이들의 성은 육담의 소재에서 제외되어 왔다.

 

육담의 기능은 웃음이다. 그런데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웃음을 의도적 웃음인 "풍자"와 순수한 웃음인 "유머"로 나누었고 김열규는 유머를 다시 "흰 웃음"과 "검은 웃음"으로 나누고 육담을 검은 웃음이라고 하였다.(주13:김열규, 한국인의 유머, [중앙일보사, 1978]) 육담이 비록 검은 웃음이라고 해도 "자신의 육정을 표현하거나 남의 육정을 자극하거나 도발하는" 외설이 아니라 남을 웃기는 순수한 소화이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은 저의나 악의가 없이 우스개로 하기 때문에 그 자신 무해하고 듣는 사람도 피해가 없기 때문에 부담없이 웃는다. 그래서 육담의 현장에서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살성밀어로 육담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화자와 청자의 사이에는 긴장이 없다. 특히 금기시하였던 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듣는 사람은 억압되었던 성으로부터 해방감을 맛보는 쾌감이 있다. 그리하여 신윤상은, 외담이란 성애를 만족시키는 대응적 보상구실을 한다. 어둡고 비굴한 이성관계의 측면이 아니고 밝고 풍부한 이성간의 성애를 즐기고자 구가한 생활의 진실 이다.(주14:신윤상, 한국인의 웃음, [태창문화사, 1974], 177쪽] 이라고 하였다.

 

 

3) 내용과 어법

 

미국의 설화학자인 톰슨이, 문헌설화인 작가들뿐만 아니라 문자를 모르는 구전설화 이야기꾼들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도 관심이 있는 것은 언제나 "성적 사건"과 "속임수 이야기"다.(주:15 톰슨[윤승준, 최광식 역], 설화학원론, [계명문화사, 1992년], 252쪽)라고 하였는데 그 성적 사건을 다룬 대표적 이야기가 육담이다.

그런데 육담의 내용에는 "있을 수 없는" 허구의 이야기도 있지만(주16:촌담해이의 "서입기혈") 대개는 "있었던" 사실의 이야기나 "있을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육담은 성이라는 제한된 소재로 말미암아 그 내용에서도 제한을 받고 있다. 즉 육담에서는 주로 남과 여의 대립만 있고 악과 선의 대립은 없으며 기지와 지략 은 있어도 갈등이나 고민이 없다.

또 임석재는,육담에는 성에 관한 무지나 오해로 인하여 기이한 행위, 오류, 실수 등이 일어 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것이 있는데 이러한 육담은 연소자에게 성적지식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육담에는 이성을 유혹하고 성욕을 자극하며 성감을 고조시키기 위하여 계략 책략 기지 등을 구사하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것은 생활 의 지혜를 터득하게하여 주기도 한다.(주17:임석재, "육담", 앞 책) 라하여 육담이 어린이에게 성적지식을, 그리고 어른에게는 생활의 지혜를 준다 고 하였지만, 육담에서 교육적 또는 교훈적 내용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육담은 성의 진실을 쾌락에 두고 있어 주인공들이 도덕적 고민이나 윤리적 갈등없이 부도덕한 행위를 서슴없이 하여도 권선징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육담은 그 소재로 말미암아 일반적으로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더 즐겼 고 젊은이들보다는 늙은이들이 즐겼다. 그러나 부부일신이라 하여도 남녀가 유별하여 부부간에도 쉽게 육담을 하지 않았으며 장유가 유서하여 부자가 유친하 고 노소가 동락한다 하여도 부자간이나 노소간에는 육담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육담은 기방이나 요정같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면, 민담과는 달리 동성 동년배끼 리 유유락락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육담은 화자의 표현기법과 청자의 감정조정에 의하여 분위기를 달리하 는데 화자의 표현기법에서 중요한 것은 구술방식이다. 그런데 임석재는, 육담을 구술할 때 "해서로 할까 반행으로 할까 행서 또는 초서로 할까" 하는 말을 쓴다..

....해서로 한다는 것은 점잖게 한다는 뜻이고 반행으로 한다는 것은 좀 난잡스럽게 한다는 것이며 행서 또는 초서로 한다는 것은 아주 난잡스럽게하 여 포복절도케 한다는 것이다.(주18:임석재, "욕과 육담", 앞 책) 라하여 세가지의 구술방식이 있다고 하였으나 성을 표현할 때는 일반적으로 직접어법과 완곡어법이 있기 때문에 육담의 구술방식은 크게 성기와 성행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진한 육담"과 완곡어법으로 표현하는 "연한 육담"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술방식은 전적으로 화자의 자의적인 용어의 선택에 있다. 여기서 성기와 성행위를 표현하는 용어와 문자를 예시하면,

성기 - 남근(한자말 : 남경, 양물, 양경, 양도, 옥경, 옥근, 신경, 좌장지, 신, 우 리말 : 자지, 연장, 그것, 좃, 물건, 거기), 여근(한자말 : 음부, 음문, 음호, 누호, 국부, 국소, 소문, 하문, 옥문, 비추, 요, 목불지처, 우리말 : 보지, 밑, 씹, 아래)

성행위 - 성교, 육교, 방사, 음사, 합궁, 범방, 행방, 합환, 합금, 교합, 접합, 사통, 관계, 상관, 색사, 정사, 아음, ?, 쌍, 교구, 구합, 증, 운우, 무산지몽, 운우지정, 남녀희사, 우리말 : 씹(주19:우리말 "씹"은 중의어이다), 밤일, 그것, 그일, 그짓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러한 용어의 선택은 전적으로 화자의 교양에 있는 것이지 만 육담의 현장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 문헌육담에서는 표현의 제약 을 받아 주로 한자어 또는 우리말의 경우 간접적 용어를 사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구비육담에서도 비록 표현의 제한은 없다해도 직설적 용어보다는 간접적 용어를 사용하며 소위 육두문자는 극히 무식층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구비육담에서는 한자어보다는 일상적인 우리말을 사용함으로써 화자는 간략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청자는 쉽게 이야기를 이해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4) 형식과 구조

 

육담의 표현형식은 짧은 이야기라는 특성 때문에 민담과 다른 점이 있다. 즉 올릭이 서사법칙으로 제시한 반복의 법칙이 없으며, 특히 결말의 법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민담이 제기, 전개, 결과의 형식을 갖는다면 육담, 특히 구비육담은 거의가 제기, 사건, 절정의 형식을 갖는다. 즉,

 

제기 : 시간, 인물, 장소가 제시하는데 시간과 장소를 생략하기도 한다. 예를들면 서두에서 "옛날에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하기도 한다(서두절약의 법칙),

사건 : "그런데" "그러자" "며칠 뒤" 등의 연계사로 이어지는 시건은 순차적 시간에 따 라 진행되는데 하나의 사건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단일사건의 법칙),

절정 : 이야기를 이른바 크라이막스에서 끝낸다. 구비육담에서는 사건의 결과를 생략함 으로써 극적효과를 증대시킨다. (거두절미의 법칙)

 

와 같이 육담의 형식은 서두절약의 법칙, 단일사건의 법칙, 거두절미의 법칙을 특징을 한다.

그리고 육담의 구조는 단일구조 - 하나의 독립화소로 된 육담, 합 성구조 - 복합구조 : 2개 이상의 독립화소가 합성된 육담, 파생구조 : 하나의 독립화소에 의존화소(소화, 불완전한 육담)가 접두 접미된 육담와 같이 나눌 수 있는데 육담은 본질적으로 단일구조의 형식이나 화자에 따라서 합성구조의 형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또 육담은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유행육담도 있고 오래 전승되는 장수육담도 있다.

 

그러나 육담은 시대에 따라 화자에 따라 변이되는데 그 변이의 유형은,

연쇄형 - 어떤 육담에서 연쇄적으로 이행되는 형태,

방사형 - 어떤 육담에서 방사형으로 생성되는 형태 가 있으며 그 변화의 내적요인은 역사적 요인, 사회적 요인과 외적요인인 외국 의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아르네르가, 소화는 다른 설화보다 쉽게 만들어진다.(주20:톰 "The Types of the Folktale", [F.F, Communication, No, 74, 1928), 12-13쪽) 고 하였듯이 소화인 육담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은 오늘날 신 세대들의 다양한 육담에서 발견되는데 우리나라 신세대의 육담은 창작육담보다도 외국육담의 번안이나 윤색이 많으며 특히 순수 육담보다는 말장난인 육화를 즐겨 만드는 경향이 있다.

 

 

5) 보편성과 개별성

 

육담에는 세계적으로 분포된 보편육담도 있고 어떤 민족에만 있는 개별육담이 있다. 그리고 보편육담은 인간이 공통된 성에 대한 호기심과 본능적인 성욕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면 개별육담은 어떤 민족이 가지고 있는 성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에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을 풍속산업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민족이나 자유로운 매춘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그 민족적 사회적 특성이 육담에 나타난다. 그리하여 손진태는, 이들 구상이나 해학을 통하여 우리들은 이들 민족성의 일단을 알 수 있다. ... 그들의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한 면의 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주21:정대 일, 속지해, [삼문사, 1930], 자서) 라 하였다. 여기서 한국육담의 몇가지 특성을 든다면,

 

첫째는 육담의 주인공으로 왕이나 왕비등이 등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옛날 절대군주의 존엄성에서 금기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육담의 주인공으로 승려는 많아도 의외로 기녀가 적다는 점이다. 여기서 승려가 많은 것은 조선시대 배불정책의 영향으로 이해되나 기녀가 적은 것은 허조가, 기녀는 공가지물로 그것을 취하여도 무방하다.(주22:성현, 용재총화) 고 하였듯이 쉽게 취할 수 있는 기녀와 기방지사가 당연지사로 인식됨으로써 이 른바 "사건"이 되지 않는 데 연유한다고 생각된다.

 

셋째는 근친상간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근친상간이 용납되지 않는 한국인의 윤리의식과 규범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넷째는 수간이야기가 적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농경국가로 목축이 발달하지 않은데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모두 옛날의 육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고 오늘날의 육담에서는 이러한 특징도 약화되고 있다. 특히 여권의 신장으로 옛날의 육담에서 성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오늘의 육담에서는 능동적으로 수용하거나 가해자로 변하고 있으며, 노인의 장수화로 옛날의 육담에서 성을 체념했던 노인들이 오늘의 육담에서는 불굴의 정력을 과시하며 매스콤의 발달과 성교육의 영향으로 옛날의 육담에서 성에 무지했던 어린이가 오늘의 육담에서는 성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모방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이 모두는 오늘의 성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시대적 특징들이다

 

 

6) 장르와 연구방법

 

육담에는 신화적 육담(주23:성기의 유래 등)과 전설적 육담도 있지만, 거의가 민담이다. 그래서 육담을 [한국민속대관]에서는 "민속언어"로 다룬 바 있어도 대 개는 민담에서 다루어 왔다.

그런데 손진태는, 신화 전설류 - 생식기의 유래, 민속 신앙에 관한 설화, 우화 돈지설화, 소화 - 음부에 그린 그림, 기타의 민담 와 같이 육담을 그 유형에 따라 분류하였으나(주24:손진태, 조선민담집, [향토연 구사, 1930])

장덕순은, 소화 - 소화, 슬기(지략담), 음담) 과 같이 소화의 한 항으로 설정하였다.(주25:장덕순, 한국설화문학연구, [서울대 학교 출판부, 1970])

 

이로부터 육담을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과 소화의 한 항으로 설정하는 두가지 방법이 생겨나,

1형 손진태 - 최인학(주26:최인학, A Type Index of Koream Folktales, (Myong ji Univer. Publications, 1979)와 한국민담의 유형연구, [인하대학교 출 판부, 1994]), 조동일(주27:조동일, 한국설화유형분류집, 한국구비문학대계 <별책 부록 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9]),

2형 장덕순 - 임석재(주28:임석재, "설화",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전북편>, [문화재관리국, 1971]), 조희웅(주29:조희웅, 한국설화의 유형적연구, [한국연구원, 1983]), 김선풍(주30:김선풍, "설화론", 민속 문학이란 무엇인가, [집문당, 1993]) 와 같은 계보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뒤에 장덕순이, 이런 이야기들은 소화의 각 유형, 예컨대 사기형 기지형 과자형 등에 배속시 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이 비교육적이고 또 청자와 구연장소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 소화와 별도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된다. (주31:장덕순, "외설설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고하여 화소에 따라 육담을 소화가 아닌 "외설"로 따로 분류한 바 있고(주32:장 덕순, "민담", 한국민속대관 6,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2]) 또 앞으로 육담을 본격적으로 조사 또는 연구하기 위해서는 민담의 하나로 육담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성기와 성행위를 소재로 한 웃기는 이야기를 육담이 라 하였듯이 성기와 성행위를 소재로 한 웃기는 말장난을 육화, 성기와 성행위 를 소재로 한 노래를 육요, 성기와 성행위를 소재로 한 욕을 육언이라 하고 이 모두를 육설(쌍소리)이라 하여, 육설-육담, 화육(쑥이야기 등), 육요(씹타령 등), 육언(씨팔 등)과 같이 분류하 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육담의 연구방법은 크게 공시적방법, 통시적방법, 비교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세분하여 예시하면,

공시적 방법 - 전면적 연구 1) 일반적 연구:육담원론, 한국육담론 등, 2) 시대적 연구:중세육담론, 근세육담론, 현대육담론등, 3) 계층적 연구:양반육담론, 신세 대육담론 등, 일면적연구 - 육담소재론, 육담구성론, 육담어법론 등

통시적방법 - 육담채집사, 육담연구사, 육담사 등 비교방법 - 대내적비교 : 팔도육담비교론 등,

대외적비교 - 한중육담비교론, 한일육담비교론 등과 같은 연구분야가 가능하다고 본다.

 

 

7)자료와 분류

 

육담의 자료는 문자로 기록된 문헌자료와 민간에 구전되는 구비자료로 나누어 진다.

 

먼저 문헌자료는 조선시대 성현의 [용재총화], 유몽인의 [어우야담], 이수광의 [지봉유설], 어숙권의 [패관잡기], 이육의 [청파극담], 서거정의 [태평한화 골계 전], 강희맹의 [촌담해이], 홍만종의 [명엽지해], 송세림의 [어면순], 성여학 [속어 면순], 장한종의 [어수신화], 부묵자의 [파수록],

그리고 편자를 모르는 [기문], [성수패설], [진담록], [교수잡사] 등에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일부는 19세기에 [고금소총]이란 이름으로 집대성되었고(주33:이 고금소총은 1947년에 송신용이 그 일부를 [조선고금소총] (정음사)으로 간행하였고 1959년에는 민속자료간행에 서 유인본으로 간행하였으며 1970년에는 조영암이 일부를 번역한 [고금소총](명 문당)을 간행하였는데 근래에 이를 윤색 번안한 박인근의 [고금소총] (환문사, 1977), 한만수의 [재미있는 고금소총 이야기], (박우사, 1989), 이동하의 [고금소 총] (가람 문화사, 1990)등이 간행되었다.) 이 밖에도 [사랑야화]등이 민간에 전하고 있다.

 

한편 구비자료는 손진태가 조사한 몇편의 육담이 그의 [조선민담집] (향토연구 사, 1930)에 수록되었고 홍만종의 [명엽지해]에 정대일이라는 가명으로 경북 달성군에서 조사한 육담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속지해](주34:일문으로 번역하기 곤란한 육담은 뒤에 국문으로 수록하였다.)라하여 합본한 [명엽지해] (삼문사, 1932)가 있다. 또 근래에 조사된 육담은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에 단편적으로 수록되어 있고 특히 대학생들의 육담은 서정범의 [이바구별곡] (범조사, 1988) 등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문헌에 수록된 자료는 모두 육담이 아니므로 육 담자료의 철저한 검색이 필요하다.

 

그리고 톰슨이, 모든 지식은 진지한 학문연구의 대상이 되기 전에 그에 앞서 우선 분류되어야 한다(주35:S, Thompson, [윤승준, 최광식 역], 설화학원론, [계명문화사, 1992], 505쪽)고 하였듯이 육담이 학문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먼저 분류되어야 한다.

그런데 장덕순은 

행위 : 상전이 여종을, 하인이 여주인을, 비법, 정조를 아는 법, 복상사, 상피, 사간, 육설 : 신체명칭, 이상체질, 취음, 성씨의 : 파자와 같이 분류한 바 있으나 (주36:장덕순, 앞 책, 36-37쪽) 그 유형이 매우 엉성하여 여기에서 하나의 시안을 제시해 본다.

 

1. 신화적 육담 : 성기이야기, 성교이야기

2. 전설적 육담 : 지명이야기, 성씨이야기

3. 본격적 육담 :

성기이야기-남근이야기 : 남근 본이야기, 남근 만진 이야기, 남근 소중한 이야기, 남근 부실한 이야기,

   여근 이야기 : 여근 본 이야기, 여근 만진 이야기(만지게 한다), 여근 맛 이야기,

성교이야기-모르는 이야기 : 모르는 이야기(어려도 안다), 하고도 모르는 이야기, 몰라서 가르킨 이야기,

   못하는 이야기 : 못하는 이야기, 늙어서 못하는 이야기(늙어도 한다), 하려는 이야기 : 못한 이야기, 못하게 한 이야기, 하는 이야기 : 것 본 이야기, 하다가 들킨 이야기, 제대로 하는 이야기, 하다가 죽은 이야기, 한 이야기 : 우연히 한 이야기, 속여서 한 이야기, 억지로 한 이야기, 한 기분 이야기, 한 뒤 이야기 : 시침땐 이야기, 들통난 이야기, 수음이야기-할 때 이야기 : 좋은 이야기, 사고 낸 이야기, 내기 한 이야기, 한 뒤 이야기 : 기분 낸 이야기, 구음 한 이야기 : 들킨 이야기, 수간 한 이야기 : 하다가 들킨 이야기, 수성 본 이야기(주37:수성이야기는 "동물의 성 이야기"라는 뜻이다.) : 성기 본 이야기, 교미 본 이야기

4. 부차적 육담 : 수화이야기(육화), 착음이야기 : 사투리육담(육화), 이의동음 육담(육화), 이상발음 육담(육화), 격언이야기(육화), 수수께끼 이야기(육화), 씨름 말 이야기(육화)

5. 우화적 육담 : 야수 이야기, 비금 이야기, 어구이야기

 

그러나 이 분류시안도 앞으로 자료의 검색에 따라 수정 보완되어야 할 것이 다.

 

3. 빼는 말

 

육담의 소재는 성이다. 그런에 육담에서 성은 신성한 것도, 추악한 것도 아니 다. 그저 사람의 "본능"일 뿐이다. 본능이기에 이성이면 그냥 "보고싶고" 보면은 제 것이건 남 것이건 "만지고 싶고" "하고 싶은" 욕망만 있다. 그리고 "성은 즐기는 것이다"라는 것이 육담의 세계이다.

 

그래서 육담에는 윤리나 도덕이 없다. 시아버지의 "물건"을 며느리가 부끄럼없이 말하고 양반이 종년을, 마님이 하인을, 스님이나 목사가 여자를 유혹하고, 해도 좋고 못해도 좋고, 설사 하다가 남한테 들켜도 챙피도 없고 후회나 반성도 없다. 이렇게 그 내용이 부도덕해도 권선징악이 없다.

 

육담의 기능은 웃는데 있다. 말하는 사람도 웃기려고 말하고, 듣는 사람도 웃을려고 듣는다. 남녀노소가 육담의 현장에서는 체면불구하고 웃음으로 보한과 망우한다. 아무리 진한 육담이라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웃기만 할 뿐 그것으로 흥분하거나 미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육담은 순수한 소화일 뿐이 지 결코 외설이 아니다.

 

육담은 성과 관계없이 진화한다. 더구나 육담은 하나의 유기체로 꾸준히 변이되고 또 창작된다. 이렇게 변이되고 창작된 우리의 육담은 성의 진실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특성이 내포되어 있는 대중적 민속문화이다.

 

더욱이 오늘날 사회적으로 남녀가 동등해지고 성이 비교적 자유스러워지면서 다양한 육담이 발달된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제한없이 전파되고 있어도 그 내용이 음탕하다는 단하나의 이유만으로 연구의 대상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육담은 연구되어야 한다. 민속학에서 구비전승되는 민담의 하나로만 연구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민족문화로서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육담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자들이 육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우리 시대 육담들에 나타난 '성'의 형상화와 '성'문화의 양상

 

임재해(안동대 교수)

 

1. 우리 시대의 구비문학과 현대문학

 

고정관념은 깨뜨려도 아깝지 않다. 구비문학에 관한 고정관념도 적지 않다. 연구자들이 깨뜨려야 할 구비문학에 관한 고정관념이 세 가지나 있다.

고정관념 하나는 구비문학은 으레 고전문학 또는 전통문학의 범주로 인식되어오기 일쑤였다는 것이고,

고정관념 둘은 구비문학의 전승주체는 민중이라는(주1:여기도 민중 이란, 피지배 계층으로서 노동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말에 의한 언어생활을 주 로 하는 전통문화의 전승담당층을 일컫는다. 민속의 전승주체로서 민중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임재해, '민속의 전승주체는 누구인가?', 민속연구 1(안동대학교 부설 민속학연구소, 1991), 47-80 쪽을 참고하기 바람.) 점이며,

고정관념 셋은 구비문학의 전승지역은 으레 시골사회라는 사실이다. 민중에 의해서 옛날부터 시골에서 말로 전해오는 문학이 구비문학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 이 세가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비문학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타당한 것이긴 해도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구비문학 가운데에 서는 과거에 지어져 현재까지 전승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금 막 지어져서 널리 전승되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스개 설화와 시리즈 수수께끼, 운동성 강한 구전민요들은 현재에도 널리 지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구비문학의 전승자는 전통적인 개념의 민중이라기보다 오히려 도시 중산층 이상의 엘리트들 사이에 더 많이 전승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지어져서 널리 이야기되고 있는 우스개 설화들과 수수께끼들은 중고등 학생들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생겨나고 향유된다.

수수께끼에 비해서 설화들은 상대적으로 중장년층까지 그 향유자의 폭이 더 올라간다. 따라서 신세대 들이나 동시대 젊은이들의 현실인식이 이들 구비문학 작품을 통해서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그러므로 이들 구비문학은, 시골사회를 전승 기반으로 한 민중의 전통문학이라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올바른 이해의 길에 들어설 수 도 없고 자료 수집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도시사회를 전승 기반으로 한 신세대 젊은 학생들에 의해 널리 향유되는 동시에 문학이기 때문이다.

(주2: 성 이야기 중에 '전문대(젖 문질러)'와 대학생 남녀의 성행위를 나타내는 '숙대.외대. 중앙대.아주대' 등 대학을 소재로 한 것들도 상당수 있다. 대학생들이 이들 육담의 전승주체 구실을 한다는 반증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전통적 개념의 구비문학에 사로잡혀 있으면 동시대에 생성된 현대구비문학에 관한 자료 수집과 연구의 착상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구비문학은 고전문학자들이 주로 다루거나, 민속학자들이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그러한 징후가 두드러진다.

동시대 문학을 주대상으로 삼는 현대문학자들도 구비문학을 오늘의 문학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항상 과거의 문학이라는 전제속에서 조사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고전문학자들이야 전공의 성격상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민속학자나 현대문학자들은 동시대에 생성되는 구비문학 작품들을 현대 민속 또는 현대 문학으로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구비문학의 역사는 과거의 문화로서 민속사나 문학사 속에 잠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여기의 당대 문화로서 생성되고 향유 될 뿐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해서 우리들의 삶과 생각을 즉각적으로 기동성 있게 담아내게 될 문화 양식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민속이 있고 문학이 있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 사는 만큼 도시민속과 도시문학의 또 다른 양식으로 구비문학을 주목할 만하다.(주3:도시민속에 관한 논의는 임재해, '민속학의 새 영역과 방법으로서 도시민속학의 재인식', 민속연구6(안동대학 민속학연구소, 1996), 23-56쪽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이 글은 임재해, 한국민속학과 현실인식(집문당, 1997)에 재수록되었다.

 

현대 구비문학과 도시 구비문학 또는 엘리트 구비문학으로서 그 생성과 전승의 시공간 및 전승주체가 전통 구비문학과 대척적인 관계에 있는 것 중에 가장 두드러진 갈래 가운데 하나가 우스개 양식의 이야기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스개를 겨냥한 이야기는 글보다 말의 양식이 더 효과적이다. 공포를 자아내는 무서운 이야기가 글의 문학보다 말의 문학에서 더 두드러지듯이,(주4: 설화 가운 데에서 특히 공포의 미를 겨냥한 무서운 이야기가 많은 까닭을 연행 양식과 관 련지워 논의한 연구로는 임재해, '설화에 의한 미적 범주의 확장', 민족설화의 논 리와 의식(지식산업사, 1992), 53-83쪽을 들 수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우스개 또한 말로 연행되어야 더욱 실감나기 때문에 구비문학의 양식으로 끊임없이 지어지고 전승된다.

웃음을 자아내는 미적 범주를 우리말의 전통에 따라 '우스개' 라고 한다면 우스개의 양식으로 두드러지는 것으로는 이야기와 수수께끼 갈래가 있다. 웃음을 겨냥한 이야기와 수수께끼를 특히 '우스개 이야기' 또는 '우스개 수수께끼'라고 한다면, 이들 우스개 이야기에서 가장 비중 높게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 '성'을 소재로 한 것이거나 성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것이다.

 

 

2. 인간다운 문화로서 육담 자료의 주목

 

'성'은 원래 종족 보존 본능에 의한 생식활동의 하나이므로 먹는 활동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사회에서는 '성'은 생식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 는 동물사회와 달리, 생식활동과 무관하게 성행위 자체를 즐기려는 경향이 오히려 더 비중높기 때문에,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은밀하고 신비한 것으 로 장막 속에 가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동물의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되, 인간의 성은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이 되었다. 그러므로 성행위가 보장된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성행위를 드러내는 것은 추잡한 일이 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어떤 성이든 성행위는 이불 속에서 이루어지는 두 사람만의 것이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비밀스러운 행위이다. 따라서 이불 속에 숨겨져 있는 금기를 백일하에 들추어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소년시절에 또래 소녀들의 치마를 들추어 보며 웃음거리로 삼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는 유쾌함과 장난기와 호기심과 욕구충족이 함께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금소총]에 수록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이른바 음담패설 이라는 점에서 '성'과 우스개의 개연성이 쉽사리 확인된다.

 

그러나 만일 성이 쾌락으로서 추구되지 않고 생식활동의 하나로서만 추구되었다면 인간사회 속에서도 성이 우스개의 대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동물사회에서 성은 우스개가 아니다. 그들에게 성은 진지한 생명활동일 따름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므로 숨기거나 자체해야 할 것도 아니다. 웃음은 부끄러움과 짝지워져 있기 일쑤이다. 감추고 싶은 바보 행위나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우스개 의 중요 소재가 되는 것처럼, 은밀하게 가려두어야 할 성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내는 것 또한 웃음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성을 부끄러움으로 여기는 것은 사람 들뿐이다. 따라서 우스개로 나타나는 웃음의 문화 자체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다운 특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성을 우스개의 중요 소재로 삼는다는 사실 또한 인간다운 특성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분별하여 규정하는 여러 관념들, 이를테면 '슬기로운 인간'.'공작하는 인간'.'놀이하는 인간' 외에(주5:이러한 인간적 특성들은 흔 히 호모 사피엔스,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로 규정된다) '성을 즐기는 인간'이라는 관념을 하나 더 설정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어느 정도 슬기로울 뿐 아니라 자기가 머물 둥지도 틀며 놀이도 즐긴다는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다른 관념들보다 '호모 섹슈얼리티' 또는 ;호모 에로티카'라는 뜻에서 '성 인간'이라 는 성격이 가장 완벽하게 다른 동물과 분별되는 인간다운 점이라 해도 좋겠다.

 

성을 즐기는 인간 곧 '호모 섹슈얼리티'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문화 또는 성문 학의 전통은 인간다움을 확보하는것이므로 과거의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재로 이어지며, 미래로 계속 발전하면서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 다. 그렇다면 다른 갈래의 구비문학보다 성문학의 하나로 전승되는 '성 이야기' 곧 '음담패설'은 구비문학 가운데에서도 그 역사적 현재성과 미래성이 단단히 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문화를 해명하는 중요한 증거물로서 계속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게다가 성문화가 우리 삶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말을 바꾸면 성이 한갓 생식활동의 하나로서 본능적인 생리 현상으로 차지하는 비중보다 성을 추구하고 향유하는 삶의 문화로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성을 문화현상의 하나로서 주목하려면 우선 두 가지 점에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첫째는 성에 대한 가치관의 전환이다. 성이라고 하면 으레 포르노와 같은 퇴폐적이고 소비적인 타락행위로 간주하기 쉽다. 오늘날 성이 상품화되면서 비로소 성을 퇴폐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했던 것만은 아니다. 성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를 흔히 음담패설이라 일컬은 옛어른들의 인식에서도 그러한 부정적 시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음담패설은 음란하고 도리에 어긋나며 사리에 벗어난 잡성스런 이야기란 뜻이므로, 요즘 말로 하면 포르노 이야기로 가치가 평가절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 이야기'를 그 자체로 일컫거나 아니면, '육담'으로 일컫는 것이 좋다. 성 그 자체가 어긋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부정적으로 보든 긍정적으로 보든 사회현상 또는 문화현상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성을 드러내서 말하는 것을 금기로 연기는 한 성문화에 대한 올바른 연구는 불가능하 다. 따라서 연구자의 처지에서는 성을 숨김의 대상으로 여겨 은폐하거나 묻어둘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탈춤자료 보고서에서 성기를 나타내는 말은 X로 표기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주6:이 문제에 관해서는 임재해, '탈춤에 형상화된 성의 민중적 인식과 변혁적 성격', 한국문화인류학 29집 2호[한국문화인류학회, 1996, 40쪽 주 7]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이처럼 성을 자기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문화 현상으로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연구자 스스로 성을 퇴폐스러운 것으로 굴레씌우는 셈이다. 적어도 자료를 왜곡시키는 표현은 삼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과 성기를 본디 우리말 자체로 표현하지 못하고 섹스 또는 페니스라는 말로 표현해야 하는 것 자체가 성문화 자료의 왜곡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에 관하여 가능한 한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쓰고 있는 그대로의 자료를 솔직하 게 인용하여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자료는 구비문학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통해 수집한 것으로서, 원문을 살려서 적되 자료 제공자의 신분과 성별, 나이만 밝혀 자료의 전승상황을 나타내기로 한다.

 

 

3. 육담에 반영된 기술문명과 생활 양상

 

전통적인 육담과 달리 요즘 생성되어 전승되는 육담 속에는 동시대의 생활양 상과 성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 현대 도시인들의 기술문명이 육담 속에 다양 한 성적 소재나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자동차라든가 자판기, 냉장고, 무전기 등 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추상적인 문물에서부터 패션팬티나 콘돔, 생리대 등 성과 직접 연관성을 지닌 구체적 문 물에 이르기까지 현대기술문명의 생산물들이 두루 동원된다.

 

과부가 자위 행위에 사용하는 오이와 가지 등을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오이야 안녕, 가지도 안녕! 호박도 잘 있니?"하고 인사를 한다든가, 이성에게 패션팬티 자랑을 하려고 바지를 거듭 내렸다가 마침내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든가,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는 과정을 통해 성행위를 하는 과정을 여실하게 상상하도록 한다든가, 하는 육담들이 모두 요즘의 기술산업을 잘 반영하고 있다.

 

중이나 과부 대신에 수녀나 신부가 성적 농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도 종교문화의 변화를 적절히 나타내며, 육담 속에 최불암이나 노사연 같은 탈렌트나 김건모나 김완선과 같은 가수 등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대중문화의 비중을 실감하게 한다. 도시인들의 현대화된 문화생활도 육담의 중요 소재로 동원된 다. 남녀노소 가림없이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공중목욕탕이 육담의 중요 공간적 배경을 이루고 있고, 텔레비젼이나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에 흔히 등장하는 상품광고의 표현들을 빌어와서 육담을 구성하며, 신혼여행이나 아파트, 고스톱, 성병, 영어 등 현대적인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겪고 즐기는 일들이 육담의 좋은 소재로 쓰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자간이나 부녀간 또는 모자간에 공중목욕탕에 가서 주로 아이들의 눈으로 어른의 성기를 보고 의문을 제기했다가 대수롭지 않게 답한 말을 곧이곧 대로 듣고 이해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육담이 있는가 하면, 약 광고의 문안을 근거로 신혼여행 갈 때 가지고 가는 약을 챙기며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육담도 있다.

 

<자료1>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목욕탕을 갔는데 아들이 아버지의 거시기를 보고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아버지가 "기차"라고 대답했다. 며칠이 지나 아들이 어머니와 목욕탕에 왔다. 이번에도 아들이 어머니의 거시기를 보고 뭐냐고 물으 니까, 어머니가 "터널"이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 아들이 놀다가 집에 와 보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엉켜 있는데, 아들이 이를 보고 "어! 기차가 터널 속으로 막 들어가네"라고 했다.(남, 20세, 대학생)

 

목욕문화가 발달하면서 공중목욕탕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부자간에 목욕탕에 함께 가는 일이 일상적이 되었다. 특히 어린 아들의 경우 으레 아버지가 목욕탕 에 데려가게 되나 성의 분별력이 없을 정도로 어릴 때에는 어머니가 데려가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적 방법에 의하면 기차와 터널은 남녀 성기의 상징물이며,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것은 곧 성행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목욕탕에서 부자 또는 모자간의 대화가 아이들로 하여금 성행위를 뜻밖의 상황으로 묘사하게 하는 것 이다.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성행위를 표현했으되, 사실은 어른들의 정신 분석학적 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자료2>

신혼여행갈 때 준비하는 약

키미테 : 배 멀미약

미니막스 : 커져라. 세져라.

레드졸 : 뚫어.

콘택 600 : 12시간 지속 효과.(남, 21세, 대학생)

 

남성이 여성의 배를 올라타고 하는 성행위의 과정을 광고에 흔히 나오는 약품의 광고문안을 그대로 따와서 나타낸 것이다. 남성 중심의 성적 욕망이 '커지고 세지며 지속적인 성적 역량'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러한 성행 위 결과 남성은 여성의 성적 만족을 충족시켜주는 봉사 행위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 이야기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광고문안을 육담으로 응용하여 형상화한 경우는 이 밖에도 많다.

 

모기가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염라대왕께 자기 소원을 말한 파리가 "날개 달리고 피 빨아먹는 것"이라고 하자 염라대왕이 파리를 '위스퍼'로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 또한 생리대 광고에 의한 것이다.

위스퍼라는 생리대 광고에 날개가 부착되어 안전하다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데서 착상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광고나 대중가요, 비디오 테이프, 영화 작품 등(주7:비디오 작품 제목에 의한 성적 상징으로 "꽈배기 부인 몸 풀렸네.", "냄비 부인 뚜껑 열렸네.", "만두 부인 속 터졌네.", "토끼씨가 물개씨 됐네." 등이 있다.) 대중문화의 영향이 육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범람하는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다양한 성 지식이 성의 해부학적 상상력을 자극시키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성적 무지를 다룬 육담도 많다. 성에 무지한 신랑이 신혼여행을 가서 첫날밤을 치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상사나, 성에 눈을 뜬 신부가 엉뚱 한 짓을 하고 있는 신랑에게 노골적으로 '코드를 꽂아야지요'하며 적극 공세를 펴는 육담이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신랑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철들지 않은 신랑의 행태가 전자오락에 미친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요 즘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와 여가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3>

컴퓨터 게임 테트리스와 섹스의 공통점

첫째, 길수록 좋다.

둘째, 잘 맞쳐야 한다.

셋째, 소리가 난다.

넷째, 긴 것만 찾다간 큰코 다친다.(여, 21세, 대학생)

산업사회의 첨단 기술문명인 컴퓨터 오락이 육담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테트리스 게임의 특징을 통해서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주시대답게 외계인과 성행위를 즐긴다든가 일종의 사이 버인간인 투명인간과 성행위를 하는 육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자료 4>

성을 밝히는 여자가 있었다. 이 남자 저 남자와 즐기다가 마침내 외계인 남자를 만났다. 그래서 성행위를 하자고 유혹을 하였더니 외계인이 마지 못해 성행위를 하자고 하면서 자기 검지 손가락을 여자의 이마에 대었다. 여자는 그 순간 성적 황홀감을 느꼈다. 손가락을 떼자 끝이 났다. 황홀감에 사로잡힌 여자는 한 번만 더 하자고 졸랐다. 거듭 졸라대자 거절하던 외계인은 자기 검지 손가락을 들여다보면서,

"그럼, 손가락이 다시 설 때까지 기다려!"

하였다. (여, 27세, 대학생)

 

외계인의 특이한 성행위 방식에 넋을 놓고 있던 듣는이들은 뜻밖의 반전에 폭 소를 터뜨린다. 만일 '손가락이 다시 설 때까지 기다려라'고 하는 기발한 발상으 로 반전의 충격을 살리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육담이라고 할 만한 내용도 우 스개로서 재미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우스개 설화로서 육담의 서사적 구조에 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별도의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4. 육담에 나타난 동시대 성문화의 양상

 

요즘 육담은 현대 기술문명을 소재로 산업사회의 생활이나 우주시대의 상황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성문화를 한층 더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성문화 이해의 중요자료 구실을 한다. 성문화 또 는 성에 관한 의식은 실제 행태에서보다 육담에서 더 적절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육담 속에 성 관행이 특수화되어 나타날 뿐 아니라, 추구하고자 하는 성적 욕망을 상상력 속에서 마음껏 형상화시켜낼 수 있으므로, 육담은 당대 성 문화를 확대시켜 보여주는 성무화의 돋보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는 성의 개방화이다. 성이 일종의 타부처럼 인식되던 봉건사회와 달리, 성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이 자유화되고 성이 개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성이 문란하여 퇴폐스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을 즐기는 데 정조관념 같은 것은 아예 무시된다. 그래서 처녀나 총각은 물론 유부녀와 유부남이 예사로 성관계를 즐긴다. 심지어 부자간에 성행위 능력과 성편력을 다투어 자랑하 며 그 편력의 정도를 겨루기까지 한다.

 

<자료 5>

어느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살았다. 그 두 사람은 성을 아주 많이 밝히는 밝힘증이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이 내기를 했다.

한달 후에 동 네 골목앞에서 만나서 자기와 성관계를 맺은 사람이 지나가면 손가락을 부딪히며 딱 소리를 내기로 했다. 그 한달이 왔다.

 

마침 순이 엄마가 지나갔다. 그때 아버지가 "순이엄마! 안녕하세요?(딱)" 그러는 것이다.

아들은 옆에서 "순이엄마! 안녕하세요?(딱) 순이도 잘있죠?(딱)" 그러는 것이다.

 

아버지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들을 해외유학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말이 안통하니까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1년후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공항에 나가서 아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아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양손을 다 사용하여 딱 딱 소리를 내면서) 웰컴 투 코리아 웰컴 투 코리아!"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똑같은 자세로 딱딱 소리를 내면서)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월드!" 그러는 것이다.

(여, 21세, 대학생)

 

성행위를 하는 것이 부끄러움이거나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부자간에 서로 위 세를 다툴 정도로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이부자리 속에서 감쪽같이 이루어지던 성이 당당하게 거리 밖으로 나서서 누구든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쾌락의 성으 로 제 모습을 드러낼 만큼 개방화되었다는 것이다.

 

성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성이 하나의 상품으로 등장한다. 열린 성이 포장되면서 상품으로 둔갑하여 일정한 대가를 제공하거나 받기 위해 성행위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성을 즐기는 것이 건강하게 추구될 때 성의 개방화가 이루어지고 성의 해방이 성취된다면, 이것이 왜곡된 상태로 추구될 때 성은 한갓 사고 파는 상품의 하나가 되어 성의 도덕적 타락과 퇴폐화를 초래하게 된다.

성의 개방화는 성적 문란을 초래하긴 하되 남녀 쌍방이 함께 성을 즐긴다는 점에서 그래도 건강한 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의 상품화는 한쪽의 성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성은 일방적으로 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성적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성의 상품화는 일종의 강제된 성행위이므로 또다른 성폭력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다만 성폭력과 성의 상품화는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목에다 칼을 들이대느냐, 아니면 목구멍에다 돈을 들이니느냐 하는 차이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을 제공하는 대가는 상당히 값비싸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성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조관념이 약화되고 성적 무질서가 조장되어 성의 상품화가 심화되면 아주 사소한 것을 얻기 위하여 주저없이 몸을 제공하고 아무런 스스럼없이 몸을 요구하게 된다. 생선장사로부터 생선을 얻기 위해 성을 제공하는가 하면, 남편의 행방을 알기 위해 성을 제공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나 보기가 된다.

 

<자료 6>

암개미와 숫개미가 살았다. 어느날 숫개미가 전쟁터로 나가 돌아오 지 않자, 암개미는 숫개미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을 가다가 숫개미의 친구 를 만났다.

친구개미에게 자기 남편의 신변을 물으니 자기와 하룻밤 자면 가르쳐 준다고 했다. 그런데 새벽에 그 친구개미는 도망가버렸다. 다시 암개미는 단념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러다가 다시 남편의 다른 친구 개미를 만났다. 그런데 그 개미 역시 자기와 하룻밤 자면 가르쳐준다고 했다. 이 개미 역시 도망갔다.

결국 숫개미의 소식도 알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숫개미가 돌아 오게 되었다.

그러나 암개미는 임신중이었다.

남편이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냐고 묻자 암개미 왈 "하룻밤 자면 가르쳐주지."

(여, 22세 대학생)

 

친구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대가로 친구 아내의 몸을 요구하는 것도 지나치지만, 그마저 가르쳐주지 않고 몸만 차지하고 달아나는 것은 더욱 지나치다. 대단한 정보도 아니면서 정보를 미끼로 친구 아내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이나 하찮은 정보를 얻기 위해 예사로 성을 제공하는 것은 성의 상품화가 극단화되어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성 윤리라고 하는 것은 아예 실종된 상황이나 다름없다.

 

결국 공짜로 몸을 거듭 팔면서 몇차례 희생을 당한 아내는 마침내 임신을 하게 되었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역설적인 요구를 하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를 가르쳐주는 대가로 남편에게 하룻밤을 같이 자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부간에도 이제 성은 사고 파는 것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더 진전되어 <자료 9>에서 보는 것과 같이, 소년 소녀들조차 성을 어른처럼 계산하고 성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처럼 성의 상품화가 극단적으로 악화되면 모든 것이 성을 사는 재화가 되며, 누구의 성이든 또는 어떤 성이든 가림도 분별도 없이 성은 언제든지 상품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성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상품화 현상과 함께 여성 중심화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성이 폐쇄적인 시대일수록 성은 남성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치뤄지는 독점물이었다. 그러나 열린 성이 보장되면서 성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성이 여성 중심적인 상황으로 역전되는 판국에 이르게 되었다. 실제로 아내의 성적 욕구 충족에 문제가 있는 남편은 아내의 요구에 의하여 이혼당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성의 여성 중심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간 큰 남자 시리즈'이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에게 "이번 일요일에 옆집 남자하고 낚시가도 돼?"하고 묻는 것이다.

일요일에는 으레 아내가 옆집 남자와 데이트를 즐기는 날인데, 감히 아내의 데이트 상대자를 데리고 어디를 가겠다고 하는 것은 간 큰 남자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여권이 여러 모로 신장되면서 성의 향유권도 남성쪽에서 여성쪽으로 크게 기 울어지게 되었다. 육담을 즐기는 이들이 이러한 상황을 그냥 둘 리가 없다.

 

여성의 성 밝힘증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아주 풍부하고 내용도 다양하다.

대머리 이야기 가운데 주변머리가 없는 대머리는 정력이 약하다고 한다. 왜냐면 여자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옆머리를 쥐어 당겼기 때문이다. 여성이 자기 만족을 위하여 남성의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라는 것이다.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 에서도 피노키오가 우연히 넘어지는 바람에 피노키오 코가 동행하던 여성의 성기에 들어가게 되자, 그 여성이 피노키오에게 거짓말과 참말을 번갈아 시키며 코의 늘어남과 줄어듦을 통해 성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야기도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자료 7>

자정이 다된 시간 여의도 고수부지 자가용 안에 검모와 완서니가 앉아 있었다.

"자기, 내 가슴 이상하지 않아? 유방암이 생겼나 봐. 응어리 같은게 만저져. 한 번 주물러 봐."

"어떻게, 이렇게?"

"아이, 좀더 부드럽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데?"

그러자 완서니가 콧소리로,

"흐응, 가슴이 아닌가? 아! 그럼 유방암이 아니고 자궁암인지도 몰라."(여, 21 세, 대학생)

 

여성이 더 적극적으로 성적 애무를 요구하며 남성을 끌어들이는 과정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특정 연예인 남녀를 등장시켜 육담의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성적 상상력을 한층 실감나게 자극시키는 구실을 한다. 여성이 성을 더욱 밝히고 남성을 성 봉사자로 끌어들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남성은 성의 향유에서 소외되기 일쑤이다. 마침내 남성은 여성의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주는 봉사자로서 성적 노예 구실을 한다. 흔히 말하는 남편의 의무방어전이 그것이다. 더군다나 체력 단련까지 해가며 목숨을 걸고 성적 봉사를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집구석에서 아내의 구박을 참고 견뎌야 하거나 쫓겨나야 한다. 이러한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육담이 있다.

 

<자료 8>

열 두시가 넘어 아들이 잠든 걸 확인한 부부는 일을 치르기 시작했 다.

한참 용을 쓰던 남편이 부인을 보고 "뿅 가나?"하니까 부인이 "택도 없씸 더." 그랬다.

또 한참이 자나서 "헉헉, 뿅 가나?"하니까 "택도 없씸더!"하더라.

날 이 밝아 올 때쯤 남편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헉헉'대며 "뿅 가나?"하니까 "택도 없심더!"하더라.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들이 "어매, 아배 죽슴니더! 고마 뿅 간다 하이소!"하더란다.(여, 46세, 주부)

 

성의 개방화에 따라 성의 연소화도 나타난다. 성이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고 여성들의 것이듯이, 이제 성은 어른들만의 것도 아니며 소년.소녀들의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성에 일찍 눈을 뜨고 조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어른들 못지 않 게 또는 어른들 이상으로 성을 즐기고 있는 육담들이 두드러져 있다.

<자료 5> 에서 보는 것처럼 아들이 아버지보다 성적 편력이 훨씬 더 화려하다. 심지어 중학교 남녀 학생이 성행위를 즐기고자 돈을 주고 받는 육담까지 전승되고 있다.

 

 

<자료 9>

중학교에 다니는 영희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옆집에 사는 친구 철수네 집에 놀러갔다. 그런데 철수는 영희에게 엉뚱한 마음을 품고 "영희야, 100 원 줄께 한 번만 하자."고 하니까 영희는 거절했다.

그래서 "200원 줄께 하자."하 니까 영희는 또 거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300원 줄께 하자."하니까 영희가 승낙을 했다.

그래서 철수는 영희에게 그것을 넣었다. 그런데 영희는 아파서 그만 하자고 하니까 철수는 400원 준다고 하면서 계속 하자고 하니, 영희는 거절했다. 그래서 500원 준다고 하자 영희가 허락했다.

 

이번엔 영희가 철수에게 못견디겠다고 100원 줄테니 그만 하자고 하니, 철수가 거절하자 200원, 300원씩 자꾸 금액이 올라가자 영희가 400원 준다고 하니 철수가 허락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철수의 아버지가 직장에서 돌아 오시며 말씀하시길 "철수야 본전 빼!"라고 하셨다.

(남, 21세, 대학생)

 

 

돈을 주고 성을 사고 파는 과정이 어른들보다 더 적나라하고 익숙하다. 영악할 정도로 아주 계산적이다. 성을 사고 팔며 성을 즐기는 데에는 이제 어른 아이 구별이 없게된 것이다.

성문화가 어른들의 것에서 젊은이들의 것으로, 다시 소년 소녀들의 것으로 크게 연소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 육담에 잘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성의 상품화와 연소화에서 한층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변태적인 성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도 동성연애자들이 당당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여 동성연애가 변태로 취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태로 취급되는 안되는 동성연애와 같은 비정상적인 성문화가 자리잡아감에 따라 이를 다룬 육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자료 10>

최부람은 술만 마시면 취해서 길바닥에 쓰러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면 동성애자가 길을 가다가 '웬 떡이냐?'하면서 어김없이 최부람의 몸을 뒤로 겁탈하여 즐겼다.

번번이 당하기만 한 최부람은 어느날 다시 술이 취하여 쓰 러졌다가 일어나서 하는 말,

"나는 왜 술만 마시면 똥꼬(항문)가 아프냐?"(여, 26, 대학생)

 

최부람이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질 때마다 어느 남자가 자기를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사실은 동성애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항문이 아프다는 사실 또한 동성애 양식을 한층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변태적인 성행위가 더 극단적으로 발전하게 되면 인간적인 존재와도 성관계를 맺는 육담 이 나타나게 된다. 과거에는 인간과 짐승 또는 인간과 영혼의 성행위가 고작이 었으나, 이제는 수간은 물론 영혼과의 성행위 외에 인조인간 또는 우주인과 성행위를 하는 데까지 나아가 있다.

 

 

<자료 11>

지구의 수호자 수퍼맨이 하루는 야간 순찰을 돌며 하늘을 날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를 내려 보니까 어느 집에 여자 하나가 옷을 다 벗고 있길래 수퍼맨이 갑자기 환장을 하는기라.

그래서 대번 그집의 창문을 통해 들어가서 여자 위에 대번 올라 타부랬는기라.

근데 이상하게도 수퍼맨의 거시기가 너무 아픈기라. 그래도 수퍼맨은 꾹 참고 계속 왕복운동을 했다.

다음날 아침 조간신 문에 대문짝만하게 '어젯밤, 투명인간으로 변신한 한 남자가 항문 파열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라고 났다.

 

이 이야기는 워낙 비약이 심해서 긴장해서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결국 수퍼맨이 문제가 아니라, 투명인간과 성을 즐긴 여성이 문제되는 이야기이다.

수퍼맨은 여성의 알몸을 보고 공격을 했지만, 그때 알몸의 여성은 투명인간과 목하 성행위 중이었다. 그러므로 수퍼맨은 알몸의 여성과 성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사실은 투명인간의 항문을 무리하게 공격한 셈이어서, 투명 인간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항문파열로 죽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인간이 아닌 존재, 곧 수퍼맨이 착각할 정도로 투명한 인조인간과 성행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시스템이 의한 환상체험이 성을 즐기는 데까지 나아가 있는 만큼, 인간의 변태적 성욕도 새로운 첨단문명과 함께 기이한 쪽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육담에 나타난 특수한 상황들을 근거로 우리시대 성문화를 진단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육담은 육담으로서 문학적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적 욕망과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어야 육담으로서 묘미가 있고 일상적인 성생활이 아닌 특수한 것이어서 충격적이어야 육담으로서 전승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실제 사회에서 형성되어 있는 성문화보다 육담 속에 그려져 있는 성은 한층 과장되고 더욱 충격적으로 묘사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들 육담은 한결같이 우스개의 구실을 하게 됨으로써 이러한 속성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성을 밝히는 주체가 남성인 경우보다 여성인 경우가, 또는 어른들보다 어린 아이가, 정상적인 것보다 변태적인 것이 더 성적 상상력과 충격적인 자극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이야기 속에서는 실제보다 성행 위 상황이 한층 과장되고 극단화되어 묘사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들 육담이 반드시 성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일부 왜곡된 것도 있고 과장된 것도 있으며, 역설적인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담은 성적 욕망의 상상력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상상 된 욕망이 실천으로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의식적으로 그리거나 상상 속에 꿈꾸는 세계는 실천형의 잠재적 세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이 과학자들에 의하여 어김없이 실현되고 있는 것은, 문학적으로 창조된 상상력이 실제 삶을 이끌어내는 실제적 동력 구실을 하고 있는 좋은 보기이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앞서서 이끌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상상 속에 그려진 잠재형으로서 성은 현실적인 실천형으로 성을 미리 헤아려보는 좋은 전거인 것이다. 그러므로 육담은 이야기 자체의 논리에 따라  내용의 재미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미 있는 성문화와 함께 앞으로 나타날 성 문화를 함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육담에서 성문화를 읽을 수 있는 근거가 여기서 마련된다.

 

 

5. 육담의 서사적 구조와 성 체험의 충격

 

육담을 통해 성에 대한 즐김의 의식은 오히려 내용보다 서사적 구조에서 더 잘 드러난다. 육담의 서사적 전개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는 예사 이야기와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성적 표현에 초점을 두고 우스개로서 또는 육담으로서 기능을 염두에 두며 구조를 읽어내야 육담의 얼개를 온전히 포착할 수 있다.

결국 육담의 서사적 구조 또한 이야기의 미묘한 재미를 위한 틀거리라고 한다면, 그러한 육담의 재미가 어디서 비롯되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성에 관한 내용 자체도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함께 즐기지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엉뚱하게 유도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태로 결말을 맺어 듣는 이의 예상과 기대를 뒤집어엎음으로써 이야기하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더불어 즐기기도 한다. 뒤의 재미는 순전히 육담을 엮어가는 서사적 전개의 반전 구조에서 비롯된다. 반전구조를 통해서 듣는이가 자신의 과도한 성적 상상력에 의한 착각이나 곡해를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실소를 자아내게 하거나 뜻밖의 충격을 받도록 하는 동시에 이야기꾼 자신도 자기 이야기에 말려든 결과 나타나게 되는 반응으로서 듣는이의 낭패감과 당혹감을 보고 이야기하는 즐거움 을 만끽하는 것이다.

 

육담의 반전구조는 대체로 성적인 내용으로 착각하거나 곡해하도록 이야기를 유도한 다음, 사실은 성적인 것과 무관한 아주 엉뚱한 내용으로 갑자기 전환시켜 버리는 형식과, 이와 반대로 성적인 것과 무관한 내용을 성적인 것으로 급격 하게 전환시켜내는 형식이 있다.

성적인 내용을 기호화하여 S라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의 내용은 NS라하여 그 반전구조를 유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육담의 서사적 구조는 항상 반전 형식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을 점점 노골적이고 과도하게 묘사해가는 강화구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S에 대해 SS 또는 SSS는 성적 상황 곧 S를 강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반전구조 외에 강화구조 또한 육담의 서사적 형식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집된 자료를 중심으로 보면 대체로 다음 몇가지 유형으로 육담의 서사구조가 나타난다.

 

가) S -- NS

나) S -- NS -- S

다) NS -- S

라) NS -- S -- NS

마) S -- SS -- SSS

바) NS == SS

 

가)형과 다)형, 바)형이 기본형이라면 나)형과 라)형은 각각 가)형과 다)형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바)형도 다)형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 보면 다)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일단 가), 다), 마)의 기본형을 중심으로 그 서사적 구조를 검토하기로 한다.

 

가)형은 누가 들어도 성적 상징물을 동원하고 성적 관계를 그럴듯하게 형상화 하고 있는 성적 묘사 같은 이야기인데, 사실 알고 보면 성과 무관한 이야기로 밝혀짐으로써 듣는 이로 하여금 낭패감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가)형 은 '헛김 빼기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12>

 남녀를 싣고 도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인적이 드문 숲 속으로 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차가 멈추자 남녀가 내렸다. 남자가 여자의 옷을 벗겼다.

급했던지 윗도리는 그냥두고 바지부터 내렸다.

마침내 여자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제 스스로 팬티를 내리고 쪼구려 앉았다.

잠시 후,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아빠, 나 쉬 다했어."(여, 22세, 대학생)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적 상상력에 빠져 있던 듣는이는 별 것 아닌 상황을 스스로 곡해한 것을 알고 멋쩍어 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꾼은 듣는이로 하여금 성적 착각에 빠져서 상황을 자유롭게 곡해하도록 적절히 유도한 것이다. 이를테면 부녀간을 남녀로 이야기하고 오줌 누기 좋은 곳을 마치 성행위하기 좋은 곳 처럼 이야기하는가 하면, 오줌을 누도록 하기 위해 어린 딸년의 아랫도리 내리는 것을 저항 없이 스스로 팬티를 벗는 것처럼 묘사하여 다정한 연인들의 야합 장면을 상상하도록 이야기한 것이다. 성적 착각에 빠져서 긴장하여 듣는 사람에 게 김을 빼는 이야기, 그야말로 싱겁게 끝나는 육담인 것이다.

표현은 육담인데 내용은 전혀 육담이 아니어서 사실은 육담이 아니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스개로서 육담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결말 부분의 반전은 내용상으로 육담을 부정하는 것이면서, 형식상 으로는 육담의 묘미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다)형은 누가 들어도 성과 무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다가 급작스레 성적 관계로 발전하도록 하는 구조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야기로서 또는 육담으로서 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이 때 표현된 성이 예사 성과 달리 상당히 적극적이거나 기이 한 상황의 성관계를 도발적으로 조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의 이야기를 '성적 도발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삐에로 인형 이야기나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가 여기에 속한다. 성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가 성적인 것으로 전 환될 때에도 급작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반전 구조의 묘미이다.

 

 

<자료13>

게으른 드라큐라와 부지런한 드라큐라가 살았는데, 부지런한 드라큐라는 여름 한동안 피를 많이 모았으나 게으른 드라큐라는 피를 먹기만 할 뿐 모으지를 않았다.

이윽고 겨울이 되자 게으른 드라큐라는 피를 모아놓지 않아서 항상 굶어야만 했다. 게으른 드라큐라는 굶주림에 참다 못해 부지런한 드라큐라에게 찾아가 피를 조금만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거절을 했다.

몇번을 찾아가 서 조르자 마침내 부지런한 드라큐라는 냉장고를 열고 피묻은 생리대를 꺼내 주면서,

"자! 가져 가서 차 끓여 먹어!"(남, 21세, 대학생)

 

드라큐라 시리즈가 피를 빨고 빨리는 살벌한 현실을 반영하다가(드라큐라 시리즈 수수께끼를 포함하여 1980년대 전반의 시리즈 수수께끼에 대한 논의는 임재해, '연행예술로서의 놀이문학과 민중적 현실인식', 한국의 민속예술(문학과 지 성사, 1988), 58-64쪽 참조.) 이제는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이러한 연쇄담의 내용 변화도 세태를 반영하는 셈이다. 냉장고와 생리대도 요즘 문화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 '개미와 배짱이'를 패러디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것은 아동기에나 즐길 법한 우화를 패러디하여 육담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마)형은 일상적인 성 관련 상황을 한층 적극적이고 강화된 성행위의 상황으로 몰고 가서 성을 충격적이고 비일상적인 것으로 즐기도록 하는 이야기이다. 뜻밖에 과도한 성 밝힘증이 드러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불륜의 상황이 급작스럽게 폭로되기도 한다.

 

 

<자료 14>

옛날에 신데렐라와 피노키오가 살았는데 둘은 무척 친했다. 어느 날 피노키오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신데렐라가 오고 있었다. 피노키오가 너무 반가워서 신데렐라에게 막 뛰어가다가 돌맹이에 걸려 넘어져서 신데렐라의 거시기에 코가 꽂혔다. 신데렐라는 기분이 좋은 나머지 피노키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는 피노키오이기 때문에 신데렐라는 기분이 좋았다.

더욱 기분이 좋게 하기 위해서 신데렐라가 한 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피노키오야 참말, 거짓말, 참말, 거짓말.....

(남, 23세, 대학생)

 

피노키오와 신데렐라가 무척 친하게 지냈다는 것은 남녀간의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성관계일 따름이다.(S) 그러나 반갑다고 달려가다가 넘어 져서 피노키오의 긴 코가 공교롭게도 신데렐라의 성기에 꽂혔다(SS)고 하는 것은 뜻밖의 성적 결합을 묘사하고 있는 충격을 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천사같은 신데렐라가 피노키오의 코가 지닌 생리구조를 이용하여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면 코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SSS)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다.(주9:각편에 따라서 이 대목에 이르러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마무리되는 것도 있다) 이 정도의 성적 쾌감에 만족하지 못하는 신데렐라는 드디어 거짓말과 참말을 반복해서 시키므로 피노키오의 큰 코가 길어졌다가 짧아졌다 함으로써 성행위의 왕복동작까지 즐기게 된다.(SSSS) 결국 우연한 성적 결합을 적극적인 야합상태로 발전시키는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가 일방적인 만족감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성 밝힘증까지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진전된 유형은 한층 더 나아 서, 성적 만족감을 충분히 얻은 신데렐라는 마침내 피노키오에게 "이제 그만 코 풀어라."(SSSSS)고 하는 상태로까지 나아가서 마무리가 된다.

(주10:그런데 피노키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각편들이 SSS상태에서 끝나는 형과 SSSS상태 로 발전된 형, 그리고 SSSSS 상태로까지 더욱 발전된 형이 있다는 사실이다. 육담은 성적 상상력이 한층 적나라한 쪽으로 변이되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보기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반전구조라고 할 수 없다. 점진적으로 성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적극적인 행위로 나아가도록 하는 강화구조라고 할 수 있는 데,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의 급작스런 조성이라는 점에서 육담으로서 성 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도가 강력하다. 의미의 반전을 통한 충격과 달리, 의미의 강화를 통하여 충격적 재미를 주는 육담에는 성적인 것과 성적이 아닌 것이 더불어 어울려서 성적인 상상력을 더 미묘하게 자극하고 성적 즐김을 부추켜주는 구조가 있다.

이를테면 '팝콘과 마누라가 같은 점'이라든가,

(주11: 팝콘과 마누라가 같은 점은? 첫째 공짜로 먹을 수 있다. 둘째 별 맛이 없어도 심심하면 손이 자주 간다. 셋째 다른 음식이 나오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또는 자동차 타 는 법에 빗대어 성행위하는 과정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구조의 육담이다.

 

<자료 15>

혼인을 앞 둔 초보 운전자에게 해주는 말

 

ㄱ) 타기 전에는 항상 차를 깨끗이 청소하라.

ㄴ) 약간의 음주는 무방하나 지나친 폭음은 절대 삼가라.

ㄷ) 시동을 걸고 노 기어 상태에서 10분 이상 핸들을 조작하라.

ㄹ)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질주하면 3분 이내에 지치므로 과속은 금물이다.

ㅁ) 10이하의 저속으로 운행에 들어간다.

ㅂ) 20분 정도 서행한 후 서서히 속력을 낸다.

ㅅ) 전속력으로 질주시에 차체에서 이상한 잡음이 생겨도 고장이 아니므로 그냥 질주하여도 무방하다.

ㅇ) 목적지에 완주하면 ㄷ)의 행위를 반복한다.

ㅈ) ㄷ)의 행위가 끝나면 연료를 주입한다.

ㅊ) 차고에 넣을 때에는 깨끗이 보관하라.

(남, 21세, 대학생)

 

초보 운전자에게 순전히 자동차 운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말이다. 다만 혼인을 앞둔 초보 운전자라는 말 때문에, 듣는이들은 한결같이 운전행위의 교습을 성행위 교습으로 동일하게 상상하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법과 성행위 방법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결말까지 나란히 동반하는 과정을 통해서 듣는이는 성행위를 실제로 보거나 체험하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다른 구조에 비하여 충격적인 반전의 재미는 없지만, 운전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성행위 과정에 대한 상상을 차례로 해나가게 되므로 별도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실제로 육담을 즐기는 것은 성행위의 간접 경험이거나 대리체험이라 할 수 있다. 육담을 통해 성적 욕망을 대상적으로 추구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의 구조는 반전구조나 강화구조와 달리 듣는이로하여금 실제로 성적 행위를 체험하는 것처럼 상상 속의 성행위 과정속에 단계적으로 이끌고 가는 묘미가 있어 독자적 양식으로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이를 반전구조나 강 화구조와 구별하여 성적 연상작용의 '동반구조'라 일컫고자 한다. 이야기의 서사적 전개가 운전과정과 성행위과정이 나란히 갈 뿐 아니라 이야기꾼이 듣는이의 성적 상상력을 끌어들여 상상적 성체험을 수반하도록 하기 때문에 '동반구조'라 일컬을 만하다. 그러므로 이 육담은 반전구조나 강화구조를 취하지 않고서도 성 행위의 과정을 아주 생생하고 그럴듯하게 비유적으로 묘사하는 상황을 통해 듣는이의 성적 상상력을 한층 강화하고 대상적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키는 서사적 연상구조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다른 행위의 과정과 성행위 과정이 함께 가는 육담 전개의 '동반구조'는 상상력에 의한 성적 체험을 극대화하는 구조라고 해도 좋겠다.

 

육담을 통한 간접적인 성적 체험을 실제 상황으로 유도하는 이야기도 있다. 자연히 앞에서 거론한 서사적 전개 양식과는 구조적 차이를 지니고 있다. 구조적 특징은 작품내적 자아와 작품외적 자아를 동일시하여 이야기의 허구적 구조 를 실제 현실로 전이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육담이 한갓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실제적인 성행위 상황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이 이야기는 은밀한 공간에 있는 남녀 두 사람 사이에서 한정적으로 구연되는 이야기로서, 허구와 현실을 느닷없 이 결합시켜주는 충격을 준다. 이를테면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긴요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 정보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상대방에서 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 또한 듣는이에게 궁금증을 제시하고 그것을 해소해주는 대가로 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료 16>

어린 암컷 박쥐 1마리와 어린 수컷 박쥐 3마리가 한 동굴 안에서 살았는데, 한 번도 동굴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자, 수컷 박쥐 1마리가 암컷 박쥐에게 다가와서 동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암컷 박쥐가 그러고 싶다고 하자, 그러면 자기와 하룻밤을 자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암컷 박쥐는 너무나 동굴 밖을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이 수컷 박쥐와 하룻밤을 잤다.

자고 일어나보니 이 수컷 박쥐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상심한 암컷 박쥐에게 다른 수컷박쥐가 와서 동굴밖으로 나간 박쥐와 같은 말을 했다. 암컷 박쥐는 이번에도 역시 이 수컷 박쥐와 함께 하룻밤을 잤다. 그런데, 이 수컷 박쥐도 자고 일어나보니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 다.

상심한 암컷박쥐에게 나머지 1마리 수컷 박쥐가 다가와서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암컷 박쥐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걸고 이 수컷 박쥐와 하룻밤을 잤다. 자고 일어나 보니 이 수컷 박쥐 역시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이 수컷 박쥐 3마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이걸 가르 쳐 주는데 조건이 있다. 나랑 하룻밤을 자야 한다.

(여, 19세, 고등학생)

 

아주 특이한 형태의 이야기이므로 기존의 서사적 형식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허구적인 성 이야기에서 실제적인 성 행위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구조에는 순수하게 이야기 상황을 현실로 연결시키는 것을 통해 이야기꾼이 듣는이에게 당혹감을 주어 충격의 쾌감을 즐기도록 하는 우스개 차원의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야기하는 사람이 듣는이를 성적으로 유혹하기 위한 적극적인 장치로서 일종의 덫을 놓고자 하는 응큼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야기꾼의 의도를 전제로 이렇게 갈라놓고 이 구조를 보면 선악의 가치판단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가치 중립 적으로 보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통해 허구적 상황을 현실로 옮겨가서 실제로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 이야기의 구조를 앞의 이야기와 구별하 여 '실현구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현구조는 사)형으로서 FS--RS 형을 별도로 설정해야 마땅하다.

 

사)형과 같은 실현구조로 전개되는 육담은 이야기 자체에 별 재미가 없다. 이야기는 한갓 성행위의 실현에 이르도록 하는 덫이자 함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러한 구조의 육담은 이야기의 서사적 줄거리만으로는 육담으로서 문학 적 묘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우스개로서의 구실도 발휘하기 어렵다.

이 이야기의 충격적 반전은 허구에서 현실로 급격한 전환에서 마련된다. 결국 이야기 를 듣는 사람에게 성적 요구를 들어주면 이야기의 흥미로운 부분을 마무리해 주 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를 흥미롭게 마무리할 내용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 니다. 그것은 순전히 이야기꾼이 듣는이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미끼에 지나지 않 는다. 자연히 이 이야기는 남성 화자가 여성 청중을 대상으로 할 때 그 본래의 효과를 거둔다고 할 수 있다.(주12: 이 이야기는 여고생이 들려준 것인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이야기를 해야 제격이라고 이야기 말미에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허구적 성행위 상황을 실제 상황으로 급격하게 전이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까닭에, 듣는이에게 실제적인 성적 충격과 당혹감을 던져주게 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양식을 이루고 있는 육담이라 하겠다. 일종의 전위적인 작품이자 실험문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실현구조'의 육담이다.

 

 

7. 육담의 양식적 유형과 성적 상상력

 

육담은 구조적이다. 적절한 구조적 설계가 성적 상상력을 충격적으로 부추김 으로써 간접적인 성 체험을 만끽하도록 하거나 우스개로서 배꼽을 잡게 만든다. 때로는 실제적인 성체험까지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구조적 전략을 짜놓은 육담도 있다. 그러나 육담은 구조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일정한 양식을 갖추고 있다. 물론 상투적인 이야기 양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외에 여러 가지 양식적 틀거리를 이루고 육담으로서 묘미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담은 적절한 서사적 전개 구조를 통해서만 아니라 다양한 양식적 특성을 설정함으로써 듣는이들의 성적 상상력을 여러 모로 자극하는 것이다. 육담의 서사적 구조가 작품 내적 토대로서 성적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구실을 한 다면, 육담의 양식은 작품 외적 틀거리로서 이야기꾼과 듣는이 사이에서 성적 체험을 공유하는 방식을 적절하게 설정해 주는 구실을 한다.

 

육담의 양식은 곧 이야기 겉으로 드러난 형식적 틀거리이자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꼴이다. 따라서 육담의 양식은 누구든지 쉽게 이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양식이 이야기형과 수수께끼형 및 말놀이형(또는 동음이의어형)이다. 더러 공통점 찾기나 장점, 틀린 점 찾기 등 수수께끼와 다소 다른 탐구형과 노래형도 빼놓을 수 없는 육담의 한 꼴을 이룬다.

 

육담은 설화로서 이야기형이 일반적일 수밖에 없다. 앞에서 서사적 구조를 따진 것도 육담 자료 대부분이 이야기형으로 꼴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사 이야기와 달리 독특한 이야기꼴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강화한다. 일종의 패러디 기법을 이용하여 옛날이야기 형식을 엉뚱하게 빌어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료 13>은 이솝우화 '개미와 배짱이'를 패러디한 작품인데, 개미와 배짱이 대신에 부지런하고 게으른 드라큐라를 등장시켜, 마침내 게으른 드라큐라에게 피묻은 생리대로 차를 끓여마시게 함으로써, 성적 우스개로 전환시켜놓은 것이다.

 

 

<자료 17>

팥쥐엄마가 하루는 장에 갔다가 팥쥐에게 줄 브래지어를 10개 샀다. 인간인 이상 양심이 있어 콩쥐것도 하나를 샀다. 콩취즌 헤질 때까지 그것을 썼다. 하루는 콩쥐가 목욕을 하다가 그만 호수가에 그것을 빠뜨리고 말았다. 너무나 안타까워 하면서 콩쥐가 울자 산신령이 나타나 "금브래지어가 네것이냐?" 하고 물었다.

콩쥐는 "아닙니다."했다. 그러자 산신령이 "그럼, 은브래지어가 네 것이냐?"하고 묻자, 콩쥐는 역시 "아닙니다."라고 했다. 한참 후에 낡고 다 떨어 진 브래지어를 꺼내보이며 "그럼 이것이 네것이냐?"라고 묻자, 콩쥐가 "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은 마음씨 착한 콩쥐에게 세 개의 브래지어를 모 두 주었다.

 

이 말을 들은 팥쥐는 너무도 샘이 난 나머지 10개의 브래지어를 모두 엮어 호수가에 빠뜨렸다. 산신령이 나타나 콩쥐에게 물었던 것처럼 팥쥐에게도 물었다. 금은 브래지어를 하나씩 들고 나와 차례로 묻다가, 마지막에 엮어져 있는 10개 를 꺼내 보이며 "이것이 네것이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팥쥐가 "예, 그것이 제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산신령이 하는 말 "그럼 네 젖이 개젖이냐!"(여, 20 세, 학생)

 

이 이야기는 콩쥐 팥쥐 이야기와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함께 패러디한 것이다. 브래지어를 빠뜨리기 위해서 나뭇군이 아닌 여성이어야 하는 동시에, 선악의 대립을 이루는 두 여성이 적절히 짝을 이루어야 하므로 콩쥐와 팥쥐가 주인공으 로서 패러디하기 제격이다. 마음씨에 따른 보상이 다르게 나타나게 하려면 금도 끼와 은도끼 이야기 틀을 패러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틀을 고스란히 옮겨와서는 육담으로서 묘미를 획득할 수 없다. 왜냐하면 팥쥐가 거짓말을 하여 자기 브래지어마저 잃어버렸다고 한다면 뻔한 결말에 이르러서 그 자체로도 이야기의 독창성이 없을 뿐 아니라, 육담도 우스개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도끼 은도끼의 전개와 달리 브래지어 10개를 보고 팥쥐가 "예, 그것이 제것입니다"하고 대답하자, 듣는이들의 선입견을 뒤집어 엎고 산신령이 "그럼 네 젖이 개젖이냐!"하는 데서 패러디의 파격성과 함께 반전의 묘미가 증폭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에 겐 예상을 뒤집어 엎는 충격을 강하게 느끼지 못해 별로 재미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패러디의 보기가 되는 이야기는 누구든지 알고 있을 법한 옛날이야기 특히 동화를 패러디하는 양식을 취해야 제격이다.

 

이야기형이 특수한 꼴을 이루어 육담으로서 묘미를 강화하듯이 수수께끼도 특수한 형태를 이룬다. 단순한 수수께끼, 이를테면 '코가 크면 무엇이 큰가?' 또는 '들어갈 때는 빳빳하게 들어가서 나올 때는 말랑말랑해져 나오는 것은 무엇인 가?'와 같은 것들은 우스개 수수께끼이긴 해도 설화로서 육담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수수께끼일 따름이다.

(주13:이러한 수수께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수집 되었다.

왜 사과를 깎을 때 톡 치고 깎는 걸까? - 기절시켜 놓고 옷을 벗기려고.

왜 남자 누드 모델은 귀한 걸까? - 남자는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그리기가 힘들어서.

왜 콘돔에 구멍이 있으면 안 될까? - 정자를 숨막히게 해서 죽여야 하니까. <남, 19세, 고등학생>)

 

그러나 성 관련 언어전승들을 모두 육담이라 한다면 이들 수수께끼도 포함시 킬 수 있다. 수수께끼에도 이야기형이 있듯이, 육담 가운데 수수께끼형을 이루고 있는 것에도 예사 수수께끼와 달리 특수한 양식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있다. <자료 14>의 피노키오 이야기처럼 적나라한 성적 상황을 설정하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다음에 '무슨 말(짓)을 했을까?'하는 질문을 통해 성적 상황을 더 강화 하거나 아니면 엉뚱하게 반전시키는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료 18>

한 남자가 두 남자와 셋이서 함께 여관에서 잤다. 하루밤을 지내고 나서 가운데 있는 남자가 깨어 보니 양옆의 남자들이 죽을 것 같이 신음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 가운데 있는 남자가 지난 밤 꿈에 스키타는 꿈을 꿨다. (양손에 스키 폴을 잡고서....)

 

다음날에는 이 남자가 한 남자와 한 여자와 같이 셋이서 잤다.

이튿날 아침 가운데서 자던 그 남자가 일어나 보니 양 옆의 사람들이 또 죽을 것처럼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왜그랬을까? 그 남자가 이번에는 오락하는 꿈을 꾸었다.

(한 쪽 손에는 스틱을 잡고 움직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버튼을 계속 눌러대면서...)

(여, 22세, 대학생)

 

육담으로서 수수께끼형은 반드시 이야기꾼이 듣는이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좋다. 설명적으로 계속해서 상황을 진술해도 그만이며, 실제로 같은 내용의 육담이 이야기형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말미에 듣는이를 향해 질문을 던짐 으로써 굳이 수수께끼의 꼴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상 서사적 진행상의 묘미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일 뿐이다.

 

구비문학으로서 연행의 묘미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해나 가기보다는 듣는이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야기꾼 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 듣는이가 그러한 상황을 이모저모 생각하는 것 이 성적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발휘하면서 대상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 문이다. 수수께끼형 육담은 이야기 말미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야기를 쉽사리 끝내지 않고 듣는이로 하여금 새로운 사색에 빠져들게 하며 여운을 남기게 한 다. 그러므로 육담을 이루는 문학적 반전의 또다른 양식의 하나가 서사적 전개 의 수수께끼형 결말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흔한 양식이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놀이형이다. 언어유희의 양식이 라 해도 좋다. 이를테면 찌르다. 박다. 하다. 타다. 따먹다 등의 어휘를 통해서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은유하여 나타내거나 성적 상상력을 유발하는 것도 있지 만, 성행위와 관련된 동작과 연관된 어휘들을 다양하게 동원하여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자연히 이런 형은 수수께끼와 양식적으로 일치하기도 한다. 이를테 면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 항성 서 있는 남자. 남자 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 질 좋은 여자"와 같은 것이다. 이 처럼 말놀이형이라고하여 말놀이 자체로서 완전한 꼴을 갖추고 있다면 육담이라 하기 어렵다. 이야기 형식이라고 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성을 묘사하는 가 장 긴요한 대목에 언어유희적 기법 곧 동음이의어의 표현법을 차용하고 있는 것 이 바로 말놀이형 육담인 것이다.

 

<자료 19>

외대 다니는 경희가 있었다. 경희가 남자 친구랑 술을 먹고 여관에 갔다.

남 : 경희대!

여 : 외대?

남 : 숙대!

여 : 중앙대?

남 : 아주대! (여, 21세, 대학생)

 

<자료 20>

어느 수녀가 숲속 길을 가다가 그만 강간범을 만나게 되었다. 강간범은 수녀의 금품을 뺏고 수녀의 몸을 겁탈하려고 하였다. 수녀는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수녀는 자포자기를 하고 말았다.

수녀 : 오-, 주여!

강간범 : 이 가시나야, 지금 막 주여차나(집어넣고 있잖니)? 기다리 봐!

(남, 21 세, 대학생)

 

 

<자료 21>

한 순진한 대학생이 있었는데 곧 군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너무나 순진해서 아직 여자를 경험하지 않았다. 보다못한 친구들은 그를 끌고 아가씨를 불러주는 여인숙으로 갔다.

"야 너 들어가서 아줌마가 아가씨 불러줄까?"하고 물으면 "예! 라고 대답해!"라고 시키고 여인숙으로 들여보냈다. 이 순진한 대학생은 무서웠다. 두근거리며 방에 있으니까 여인숙 아줌마가 들어왔 다.

"학생 불러줘?"

"아니요 됐어요."

아줌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학생 불러줘?" "아니 됐다니까요."

그 다음날 아침 학생은 얼어 죽을 뻔 했다. 아주머니가 학생이 자는 방에 불을 넣어주지 않았으니까.

(남, 21세, 대학생)

 

<자료 19>에서는 대학을 일컫는 '00대'라는 말을 남자가 여자에게 성을 요구하며 몸을 대어달라거나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 성을 제공하기 위하여 몸을 들이 민다는 뜻으로 쓰였고,

<자료 20>에서는 수녀가 하느님을 부르면서 '주여!'라고 하는 수녀의 외침을 강간범은 '집어넣어'라고 하는 경상도 방안으로 엉뚱하게 이 해하였으며,

<자료 21>은 "불 넣어 줘?"라고 하는 여인숙 주인의 말을 대학생은 "아가씨를 불러줘?"하고 묻는 말로 착각하여 들었다. 이러한 착각은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함께 겪는 것이어서 뒤늦게 충격적 재미 를 느끼게 된다. 동음이의어가 반전을 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22>

다정한 암수 말 두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날 암말이 죽고 말았다.

상심한 숫말은 슬픈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저 앞에서 걸어오던 숫말이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냐고 물으니까 숫말이 "할 말이 없어." 그러면서 지나갔다.

계속가다 보니까 저 앞에 말이 무리지어 있었다. 그래서 그 숫말은 "할 말이 많군."이라고 했다.

또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정말 예쁜 암말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러자 그 숫말은 "아까 한 말은 말도 아니다."

(여, 22세, 대학생)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변이가 많고 또 동음이의어로서 활용성이 높다. 다른 육담과 달리 '말'과 '하다'라는 두 어휘가 함께 계속해서 같은 맥락을 이루며 성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동음이의어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암수가 살다가 숫말이 죽자 암말이 "해줄 말이 없어."라든가, 또는 숫말이 혼자 가다가 암말 두 마리를 만났다. 그러자 "무슨 말을 할까."라고 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양하 게 발전할 수 있다. 두 개의 동음이의어를 이요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활용성이 높아진 셈이다.

 

말놀이형 외에 극적 형식을 이루고 있는 대화형의 육담이 있다. <자료 19>와 같은 육담이 좋은 보기이다. 두 사람 사이의 성적 관계를 서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처음의 상황만 설정한 뒤에 순전히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만 성행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육담의 틀거리이다. 극적 형식을 갖춘 서사문학으로서 육담은 현대문학다운 형식적 독창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른바 '기사 부부의 사랑' 이라는 육담이 이런 꼴을 하고 있다.

 

<자료 23>

아내 : 여보, 천천히 밟다가 2단 넣고.

남편 : 으응, 2단기어 넣었어.

아내 : 다음엔 3단기어 넣어 줘요.

남편 : 3단기어 넣었어.

아내 : 아아잉! 1단기어 넣어 주세요, 빨리!

아내 : 아흐흥, 여보, 이젠 엔진오일이 새고 있어요. (남, 21세, 대학생)

 

한 마디로 설명이 필요없는 육담이다. 성행위 과정에서 여성이 성을 주도하는 상황을 이 정도로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데에는 서사적 이야기보다는 극적 양식 이 한층 탁월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그 동안 수동적이던 남편은 말대꾸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내가 흥분하여 남편을 재촉하며 혼자서만 거듭 말하는 절박한 상황은 극적 형식에 의한 상황 제시를 통해서 한층 절묘하게 형상화 되고 있다. 극적 제시의 표현 기법은 반전구조를 형상화하는 데 아주 기능적이 다.

 

<자료 25>

병팔 : 우리는 엄마가 위다.

주팔 : 우리는 아빠가 위다.

병팔 :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위인게 편하대.

주팔 : 우리 엄마는 아빠가 위인게 남들이 알아도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럽대.

아저씨 : 네 이놈들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냐?

주팔 : 엄마와 아빠 나이 얘기하는 건데. 왜요? (여, 22세, 대학생)

 

이 이야기는 <자료 23>처럼 제목이나 극적 상황 설정조차 없다. 순전히 대화 에 의한 극적 제시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야기이다. 어린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대화를 지나가는 아저씨가 엉뚱하게 알아듣고 나무라다가 무안을 당하는 이야기 이다. 서사적 구조로 말하면 가)형에 해당되는 것으로, 아저씨와 같은 처지에서 성적 상상력에 한껏 빠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듣는이들의 긴장감을 일시에 해소 하면서 헛물을 켜게 하는 반전의 충격을 던져준다. 한 마디 마지막 대화가 그러 한 기법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수수께끼형의 육담이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효과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형의 구조에 입각해 있는 육담 은 형식이 이야기형을 이루고 있더라도 마지막 대목에서는 극적 제시와 같은 대 화를 통해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알 수 있다.

 

육담에는 공통점 찾기 또는 장점 찾기 등 탐구형도 상당히 두드러진다. '모유의 장점'처럼(주14:모유의 장점은? 첫째 휴대가 간편하다. 둘째 소독이 필요없다. 셋째 용기가 아름답다. 넷째 부자공용이다. 답이 진행될수록 성적인 내용이 두드 러지면서 우스개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넷째 답이 없다면 수수께끼로서나 육담 으로서나 실패하게 된다.) 그 자체로 문제를 푸는 분석형 탐구가 있는가 하면 '마누라와 팝콘이 같은 점'처럼 대조형 탐구도 있다. 어느 것이든 일종의 수수께 끼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수께끼와 달리 이야기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한다는 점에서 듣는이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단답형의 알아맞추기식이 아니라 다양한 답을 함께 찾아보기식이라는 점에서 독자적 형식 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른 답을 말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수께끼 형식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야기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질문이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분주하게 찾아낸다는 점에서 수수께끼의 속성이 강하다.

 

<자료 26>

테트리스랑 섹스랑 같은 점 6가지

첫째 : 하면 할수록 는다.

둘째 : 맞추기만 잘 하면 된다.

셋째 : 또 타고 싶다.(한번 하면 더 타고 싶어진다.)

넷째 : 긴 것 기다리다가 피 본다.

다섯째 : 하면 할수록 속도가 빨라진다.(여, 21세, 대학생)

 

컴퓨터 오락을 이용한 육담이다. 성행위의 일반적 속성을 염두에 두고서 컴퓨 터 게임 가운데 테트리스 게임의 속성을 관련시켜 성적 연상작용을 상승시키고자 한 것이다. 첫째와 여섯째는 컴퓨터 게임의 일반적 속성일 수 있으며 둘째와 넷째는 테트리스 게임 고유의 속성이다. 남녀별로 보면 첫째가 남녀공통이라면 둘째와 셋째가 남성 중심적이고 넷째와 다섯째는 여성 중심적인 성을 그리고 있 다.

 

<자료 28>

여대생과 과일의 공통점

1학년 파인애플 -- 먹기도 힘들고 먹으면 맛있다.

2학년 귤 -- 먹기도 쉽고 먹어도 맛있다.

3학년 바나나 -- 먹기는 쉽지만 먹으면 텁텁하다.

4학년 토마토 -- 과일도 아니면서 과일인척 한다. (여, 20세, 대학생)

 

이런 형식을 이루고 있는 육담은 많다. 성적 역량이나 성적 쾌감을 다른 무엇에 비유하여 인식하면서 성적 상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더러 차이점을 찾는 이야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성행위와 관련된 동작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 서 그리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농구랑 섹스랑 차이점은 농구는 드리볼을 해서 슛을 하는데, 섹스는 슛을 해서 드리볼을 한다"는 따위의 형식이다. 성적 상상에 몰입하게 한다는 점에서 질문만 달랐지 효과도 같고 탐구형이라는 사실도 같다. 마찬가지로 여대생의 학령이 아니고 10대에서 20대 30대 등으로 여성의 연령 층을 높이면서 같은 방식의 육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육담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남녀가 함께 밥을 먹다가 눈이 마주치면 20대는 밥상을 뒤집어 엎고서 성행위를 하고, 30대는 밥상을 치우고, 40대는 밥을 다 먹 은 뒤에, 50대는 눈이 마주치면 서로 눈길을 피하며 못본 체 한다는 등이다.

탐구형에는 발전형도 있고 퇴행형도 있다. 특히 연령이나 세대별 성행위의 양상을 탐구할 때에는 퇴행형을 이루기 일쑤이다.

 

이 밖에도 시리즈형이 있는가 하면 노래형도 있다. 시리즈형은 이야기형의 특 수한 발전이다. 같은 인물이 같은 사건을 겪거나 일으키는 비슷한 줄거리의 이 야기를 연쇄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피 노키오형은 한 유형의 이야기 줄거리 자체가 점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며, 완서 니와 최부람 시리즈는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다양한 유형으로 생성되어 구전 되는 경우이다. 가장 일반적인 시리즈형은 질적으로 발전되는 것보다 양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노래형은 기존 노래의 가락에 사설만 성적인 내용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다. 일종의 노가바형 육담이라 할 수 있어, 사설만 보면 육담이라 할 수 있으나 실제 구연상황을 보면 노래이다. 사설을 바꾸어 부르는 현대민요라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금쯤은 할끼다'라든가, '숫자 뒤풀이', 또는 '노래가락'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의 것은 '할끼다. 빨끼다. 칠끼다'와 같은 성행위를 상징하는 용어들을 동원한 동음이의어형 노래이다. 숫자뒤풀이는 숫자의 차례대로 성과 관련된 내용을 뒤풀이 형식으로 지어붙인 민요이되 사실은 노래라기보다 읊조리는 형식으 로 구연된다.

 

<자료 29>

놀다 가세요 자고 가세요

한판 하는데 3천 5백원

3천원은 몸값이고요

5백원은 부가가치세(남, 22세, 대학생)

 

노래가락이 가지고 있는 가락과 사설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일부내용만 바 꾸어 사창가의 창녀들이 손님을 유객하는 상황으로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새삼 스럽게 충격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다만 3천 5백원의 몸값 가운데 5백원은 부가가치세라고 하여, 정부의 세금 정책이 얼마나 가혹한가 하는 것을 풍자적으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따름이다.

 

 

8. 어휘 차원의 표현과 숨김의 '성'의식

 

육담에 나타난 성의 표현 양식을 통해서 성의식을 추론할 수 있다. 표현 양식은 크게 두 층위로 나눌 수 있다. 성행위 자체를 나타내는 어휘 차원의 표현 양식과, 성의 본질적 속성을 그리는 이야기 줄거리 차원의 표현 양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두 층위의 표현 양식에 따라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성의식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어휘 차원의 표현 양식을 통해 보면, 성행위를 '하는 것'과 '먹는 것', '타는 것', '넣는 것(찌르는 것, 박는 것, 꽂는 것)' 등으로 나타내거나 연상하게 한다. 하는 것은 모든 행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가장 포괄적인 어휘임에도 불구하고 성행 위를 연상하게 한다. 그것은 남녀가 더불어 하는 것은 으레 성행위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하다'라는 일반동사를 특수 행위로 한정하여 '성행위를 하다'로 받아 들이는 것이다. <자료 22>가 좋은 보기이다.

 

'먹는 것'은 성행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어휘이다. 성은 먹는 것처럼 본능적 욕망과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먹는 것 이상으로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만족감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성적 연상 작용에 쉽게 끌려들게 된다. 특히 남성은 먹는 주체, 여성은 먹히는 객체로 설정되어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로 남녀의 성행위가 분석되기도 한다. 남성이 늑대로 간주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을 먹을 것으로 보고 성적 만족감을 과일의 맛에 따라 유형화해 놓은 <자료 28>이 그러한 성의식을 잘 드러내 준다. 먹는 것의 주체가 여성인 경우도 있다. 남성기를 먹음직스러운 대상으로 의식하고 '빤다'고 할 때 그러한 연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른바 오럴 섹스로서 특수한 상황이다.

 

'하다'와 '먹다'가 상당히 일반적 행위의 어휘라면, '탄다'의 어휘는 제법 구체적 행위로 의미를 한정한다. 하다와 먹다의 동사가 성행위를 아주 느슨하게 연상하도록 한다면 '타다'의 동사는 성행위의 다음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배를 타는 상황과 연관지워 성행위를 상상하도록 하는 육담은 대부분 '탄다'는 동사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배를 탄다고 하는 것이 한층 직접적이지만, 차를 탄다고 하는 사실 또는 남성이 여성의 배 위에 오른다는 정상위의 성체위를 나타내는 말에 전혀 무리가 없다. 자연히 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운전 상황을 통해 성행위를 연상하도록 하는 육담이 많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 <자료 15>와 <26> 등을 보면, 차를 타고 운전하는 과정을 통해 성행위의 구체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탄다는 어휘의 직접적 사용만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 '올라가다' 또는 '위에 오르다', '덮치다'는 뜻으로 쓰이는 어휘들은 같은 맥락에서 성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정상위가 아닌 경우에는 여성이 남성 위에 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다'고 하는 동사는 대체로 남성중심적 성행위를 나타내기 일쑤이다. '넣는 것 (찌르는 것, 박는 것, 꽂는 것)'으로 나타내는 성행위는 전적으로 남성 주도형만 을 나타낼 뿐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성행위 모습을 묘사하는 구실을 한다. 하다 와 먹다와 탄다고 하는 행위도 결국은 넣다(찌르다. 박다. 꽂다)라는 행위로 연결되어 연상되어야 성행위의 상상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놀이형 육담은 대부분 이들 용어와 연관되어 있다. <자료 9>와 <20>.<21>.<23>이 모두 여기에 속하는 이야기들이다.

 

성기를 나타낼 때에는 동사가 아니라 지시대명사로 나타내기 일쑤이다. '그것, 거기, 거시기' 등으로 성기를 나타낸다. '하다'와 같은 포괄적인 뜻의 일반동사로 성을 나타내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듯이, '그것'이나 '거시기' 또는 '거기'나 '그곳' 처럼 일반적인 지시대명사로 성기를 나타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테면 그 것을 거기에 박았다고 하면 으레 남성기를 여성기에 삽입하는 성행위로 이해하기 마련이다. 이런 표현양식을 통해서, 성을 표현하는 데 상당히 가치중립적 표현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성행위를 대명사로 나타낼 때에는 더러 '그 짓'으로 나타냄으로써 부정한 행위로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남성주도형 표현이 중심을 이룬다는 점에서 남녀의 생리적 구조의 차이를 인정하는 한편, 아직 남성 우위의 성문화가 지배하였던 전통적 토대 위에서 우리시대 육담이 생성 전승되고 있는 한계도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아주 막연한 어휘를 통해서 성기와 성행위를 표현함에도 불구하고 성을 연상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점에서 성적 상상력이 풍부하고 민감하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민감성은 거의 본성적인 것이므로 민족성이나 역사 성을 한정하여 지금 여기의 젊은이들만 그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적어도 성은 은밀하게 즐기는 것이며 성의 노출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집단 속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은밀하게 주고 받아야 하는 메시지일수록 그것을 전달하는 코드는 고도의 암시성과 상징성 속에 가려져 있게 마련이다. 성기와 성행위에 관련된 어휘는 우리 모두에게 암호화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은 표현과정에서는 암호화된 코드로 숨기는 것이면서도 실제적 정서 속에서는 누구든 민감하게 추구하는 것이므로 상징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이며 또한 그렇게 나타내야 코드를 해석하는 연상과정 속에서 정서적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휘 차원의 적나라한 성 표현은 오히려 육담이 지니는 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직설적인 표현보다 은유적인 표현괏 상징적 묘사가 육담의 세계를 한층 효과적으로 형상화해 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8. 줄거리 차원의 표현화 드러냄의 '성'의식

 

육담에 동원되는 어휘는 성을 어느 정도 가리려는 경향을 보이는 데 비하여, 그러한 어휘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의 내용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마치 성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나 만화와 같은 표현방식이다.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나 춘화라고 할 수 있는 그림에서 성기와 성행위 자체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가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내용은 성을 아주 도발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성적 상상력을 충격적으로 자극하기 일쑤이다. 성기의 국부와 성행위의 접촉 부분을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묘사하지 않는 것은 성에 대한 도덕적 검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성행위가 표현된다. 어휘는 추상적이지만 실제 이야기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다양하기 짝이 없는 성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육담 속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성은 아주 다양하여 쉽사리 정리하기 어렵다. 크게 보아서 긍정적인 성과 부정적인 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준거에 따라서 오락가락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성을 즐기며 탐닉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강제로 당하는 성도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육담도 있으니 더욱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가치관과 상관없이 육담 속에서 성이 다루어지는 대로 자세하게 그 표현양상을 10가지 정도로 나누어볼 수 있다.

 

1)즐기는 성, 2)파는 성, 3)지키는 성, 4)당하는 성, 5)착각하는 성, 6)멋 모르는 성, 7)엿보는 성, 8)알아야 하는 성, 9)베푸는 성, 10)낭패하는 성 등이다. 이들 10 가지가 성에 대한 기본적인 표현 양식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 육담 속에서 전 개되는 줄거리의 전개 양식은 한층 복잡하다.

이를테면 성을 팔면서 즐기는 형 (2+1)이 있는가 하면 팔면서 당하는 형(2+4)도 있고, 성을 지키다가 낭패하는 형 (3+10)이 있는가 하면 지키다가 즐기거나(3+1) 파는 형(3+2)도 있다. 그리고 성을 당하면서 즐기는 형(4+1)이 있는가 하면, 성을 즐기다가 낭패하는 형(1+10)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표현 양상을 통해서 성은 즐기는 것만 아니라, 당하는 것이기 도 하고 파는 것이기도 하며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육담의 줄거리를 자세하게 추적해 보면,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당하기도 하고 낭패하기도 하는 것이며, 사고 팔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배워서 알아야 하는 것이며 때로는 베풀기도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 기 또한 성은 즐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파는 성이든 지키 는 성이든 또는 당하는 성이든, 어떠한 성을 표현하고 있든 '즐기는 성'과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즐기는 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육담 에서는 특히 '성을 즐기는 것'이라는 쾌락으로서 성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즐기는 성을 모르면 엉뚱하게 착각하기도 하고 멋 모르고 실수하기도 하며 낭 패를 겪기도 한다. 성은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보고 싶고 또 알고 싶다. 육담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성 체험을 하고 싶다. 성적욕망의 동력이 쾌락에서 주어지 는 것이다. 도덕적 검열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드러내놓고 육담을 즐기는 까 닭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육담은 그 표현 양식이 어떤 성을 그리고 있는 데 기능적이든 성의 쾌락적 요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 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육담의 완성도는, 성행위의 만족감처럼 듣는이들이 느끼는 재미의 정도에서 획득된다. 육담이 으레 우스개를 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성적 쾌락은 자극 적이고 충격적인 것에서 증대될 수 있다. 이것이 극도로 발전되면 성적 가학성 이나 자학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육담 속에 성적 쾌락이 일방적으로 관철되거나 전혀 묘사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하고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의 쾌락적 요소를 공유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대상적 욕구 충적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식으로든 도덕적 검열을 피하여 성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누리는 쪽으로 이야기가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 육담의 실상이다. 당 하다가도 즐기고 지키다가도 즐기며 팔다가도 즐기는 것이 성이라는 육담의 줄 거리 차원의 형상성이 이러한 성의 속성을 드러내는 데 기능적이다.

 

9. 생산과 쾌락의 상보적 관계와 긴장

 

즐기는 성이 육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에서 가 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생명을 잉태하는 '생산하는 성'이다. 육담은 즐기자고 하는 이야기이니 자연히 즐기는 성의 내용이 가장 많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을 그 자체로 보면 성은 원초적으로 즐김의 문화적 생산물이기 전에 생명 잉 태의 본능적 장치였다. 자연히 생산하는 성에 관련된 육담도 없지 않다. 이런 육 담에서는 태아가 뜻하지 않게 피임기구를 들고 태어난다든가, 신문 타이틀을 이 마에 붙이고 태어난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때로는 태아가 어머니 자궁 속에 서 아버지의 무분별한 성행위를 비난하는 이야기도 있다. 자연히 성과 피임, 잉 태, 낙태, 육아 등에 관한 육담도 다양한 양식으로 존재한다.

 

모든 생명은 생식활동인 성행위를 통해서 존재한다. 성행위는 생명을 잉태하 는 생명 창조의 행위이기 때문에 신성한 행위이면서 또한 힘든 행위이다. 따라 서 아무나 이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도덕적으로, 법적으로는 물론, 생리적으로도 제약되어 있다. 생리적으로 어린이나 노인들은 감당하기 힘겨운 활동이다. 젊은 이들도 건강하지 않으면 불가능 할 정도로 상당한 정력이 요구된다. 성행위에 쾌락을 수반하게 한 것은 그러한 힘든 노동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만일 성행 위에 즐거움이 따르지 않는다면 누가 즐겨 그 힘든 노동을 감당하려 들겠는가. 그러므로 성에는 항상 생산성과 쾌락성이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성에는 항상 생산성과 쾌락성이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인간만이 성을 생식활동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적어도 인간은 생리적인 생식주기와 상관없이 성행위가 가능한 까닭 에 도덕적 법적 규제가 따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규제를 지키면서 성을 즐기려면 다른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우스개라는 양식과 이야기라는 통로가 그러한 길의 하나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하는 일종의 변혁활동이 제의적 전통과 풍자라는 표현 양식을 기반으로 한 탈춤을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우스개의 양식으로 육담을 즐기게 된 것도 성의 이러한 실상과 닿아 있다. 생산하는 성을 염두에 두면 즐기는 성을 온전하게 추구할 수 없다. 육담에서 '생산하는 성'을 적극적으로 그리지 않고 있는 까닭은 쾌락을 추구하는 이러한 성의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생산하는 노동을 강요하는 성은 일정한 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경작업이나 어로행위와 같은 생산활동에 상당한 노동력이 요구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생산하는 성으로서 정력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누그든 젊은 남성 의 경우에는 자연스레 그 정도 정력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기는 성, 쾌락을 추구하는 성은 생산을 완전히 마친 단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추구되고 또한 거듭 요구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쾌락을 추구하는 성행위도 여전히 구조적으로는 생산 행위의 성과 같은 생리적 힘과 노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자녀 생산을 마친 남성에게도 쾌락을 추구하는 성행위에 필요한 정력이 계속해서 요구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에는 한정이 있다. 생산하는 성의 구실을 마칠 단계에 이르면 자연히 성적 노동력을 감당할 수 없 도록 정력이 쇠퇴하게 된다. 그렇게 되어야 정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을뿐 더러 건강을 지키며 자연의 수명을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락의 성은 여전히 충동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체력이 부치고 몸이 따르지 못하지 엉뚱한 정력제가 판을 치지만 헛일에 불과하다. 육담은 쾌락의 성을 추구하고자 하면서도 성적 역량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간접적 성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구 실을 하는 것이다.

 

산아제한과 같은 인구정책이 일반화되면서 쾌락 위주의 성문화는 더욱 강화되 고 있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미혼모와 사생아 문제이다. 이 문제가 성의 쾌락화 또는 타락화 경향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구실을 하기도 하고 성 차별 또는 성의 해방에 어느 정도 장애가 되기도 한다. 성의 쾌락은 본래 생식활동의 보상으로 주어진 것인데, 이제는 본말이 전도되어 생식활동의 결과가 성의 쾌락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성의 생산성과 쾌락성이 전도되어 긴장을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성적 쾌락을 함부로 추구할 수 없다. 생산이 쾌락의 족쇄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남성도 그 짐을 나누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육담은 그러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여성이라고 하여 특별히 더 짐스러울 것도 없다. 뜻밖에도 여성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층 더 적나라한 육담이 연행된다는 사실도 이러한 사실을 반영한다.

 

성 이야기는 성의 금기를 깨뜨리면서 성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성을 간접적으로 즐기게 하면서도 성적 쾌락에 대한 보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문화적 장치일 뿐 아니라 우스개로서 건강한 웃음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문 학적 형상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그러한 형상성이 독특한 서사적 구조와 다양한 서사 양식을 창출하여 앞장에서 검토한 것과 같은 양상을 이루고 있다. 정리하면 육담의 서사 구조는 아래 7 유형으로 나타난다.

 

가) 성적 상상의 헛김을 빼는 형 : S--NS,

나) 가)의 변형 : S--NS--S,

다) 성적 상상을 도발하는 형 : NS--S,

라) 다)의 변형 : NS--S-NS,

마) 성적 상 상을 강화하는 형 : S--SS-SSS,

바) 성적 연상을 동반하는 형 : NS--SS,

사) 성적 욕망을 실현하는 형 : FS--RS

그리고 양식적으로는 옛날이야기를 패러디한 이야기형을 비롯하여 수수께끼 형, 동음이의어형, 극적 제시형, 찾기(탐구)형, 시리즈형, 노래형 등을 이루고 있다. 기존의 구비문학 양식들을 적절히 응용하여 성 문제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 고 있다. 그러므로 건강한 육담은 성 해방의 통로이자, 우리시대 구비문학의 창 조적 형상성을 담보하는 성문학으로서 현대문학의 한 가닥으로 주목되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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