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스크랩] 탈놀이에 나타난 卑俗語와 肉談의 意識과 世界觀

장안봉(微山) 2013. 4. 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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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놀이에 나타난 비속어와 육담의 의식과 세계관

 

(전경욱 : 고려대 교수)

 

1. 머리말

 

탈놀이의 대사는 민중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언어들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탈놀이의 대사에는 일상생활에서 금기시되는 언어들도 거침없이 구사되 고 있다.

탈놀이의 대사에 표현된 언어는 비속어.육담.사투리.동음이의어와 유음어.속담. 수수께끼.관용어.은어.한시구.한자성어와 고사성어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표현언어의 특징은 비속한 구어체와 전아한 한문체가 함께 사용 되고 있어서 이분화된 문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탈놀이에 수용된 기존가요 들도 서민 취향의 민요.잡가.무가.민간신앙요와 양반 취향의 한시.시조.사설시 조.12가사.판소리 단가 등이 함께 불리고 있다는 사실과 동일한 맥락이다.

그동안 유종목(주1:유종목, [한국 민속 가면극대사의 표현법 연구], 동아대 석사학위논문, 1973).정상박(주2:정상박, [대사의 전승양상],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서울 : 집문당, 1986], 133-176면).김욱동(주3:김욱동, [탈춤과 언어의 카니 발], [탈춤의 미학][서울 : 현암사, 1984], 334-419면).조만호(주4:조만호, [전통희 곡의 제식적 미학][서울 : 태학사, 1995])에 의해 탈놀이의 대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본고에서는 우선 탈놀이의 대사에 나오는 비속어와 육담을 정리하고, 그 의식과 세계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탈놀이의 대사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전국의 탈놀이 대사에 표현된 언어를 모두 정리하면 엄청난 분량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각 지역의 탈놀이 가운데 하나씩을 선정하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채록되어 후대본에 비해 윤색된 흔적이 적고 예전 탈놀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본을 선택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런 기준에 의해 선택 된 대본은 양주별산대놀이(김지연 필사본, 1930), 봉산탈춤(임석재 채록본, 1936 년), 동래야유(송석하 채록본, 1934), 진주오광대(정인섭 채록본, 1928년)이다.

 

 

2. 비속어

 

비속어는 남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나 품격이 낮은 상말을 말하는데, 주로 하급계류.빈민계류에서 사용된다.

비속어는 통상언어가 너무 진부하다고 느껴져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 또는 해학이나 쾌감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 또는 현용 통상언어에 어떠한 변화를 가함으로써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고, 이것을 희화하려는 동기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비속어는 일종의 언어적 유희라고 할 수 있으며, 여성적이라기 보다는 남성적이요, 노년적이라기보다는 청년적이요, 또한 이보다 더 소년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비속어는 학생층과 군대에서 보다 많이 산출되고 또한 애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5:최학근 외편, [방언과 특수어], [국어방언학][서울 : 형설출판사, 1973], 116-119면) 다음 항에서 살펴볼 육담의 대부분도 비속어에 속하는데, 중복을 피 하기 위해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그러면 우선 탈놀이에 나타나는 비속어를 살펴 보자.

 

양주별산대놀이
  1.옴 : ......너 요년석들 하던 지랄이나 다 했나? (옴과장)
  2.옴 : ......나오지 안 한 놈이 저렇게 커?
  3.묵승 : ......억끼놈 이 년석을 인제 만났구나. (이상 제3과장)
  4.묵승 : 네 누추한 상판대기에 전좌하시더냐?
  5.완보 : 이 잡놈아, 이게 무슨 짓이냐?
  6.관 쓴 중 : 이놈아, 몹쓸 놈아, 남에게 이렇게 적악을 하느냐.
  7.중3 : 얘, 그놈의 자식들은 딴 놈의 자식이로구나.
  8.완보 : 얘, 그 잡자식들은 멀쩡한 미친 녀석들이니 우리 둘이 잘 놀아보자
  9.중1 : ......만일 나오면 개자식이다.
  10.신주부 : 이 무식한 놈아, ...... (이상 팔목과장)
  11.완보 : 이런 녀석의 의원이 어디 있나? 그럼  내가 주게, 그럼 그 녀석을 아주 줄띠를 끊어 버려라.
  12.관 쓴 중 : 이년아, 저리 가거라, 이 육실할 년아, 저리 가.
  13.중들 : 이년아  어서 술 데라. 이년아 너  먼저 먹을라. 이년아 네가 먹는단 말이냐?
  14.묵승 : 요년  요 요망 방정스런 년아, 남의 크나큰  놀음에 나와서 계집아이년이 무엇을 콩콩 쾡쾡 하느냐? (이상 애사당놀이과장)
  15.옴 : 요 녀석아 어린 녀석이 무얼 보고 놀래느냐?
  16.완보 : 이 제웅의 아들 녀석들아! 무얼 보고 그렇게 지랄들을 하느냐?
17.완보 : ......요 안달할 녀석아. (이상 노장과장)
  18.말뚝이 : ......네 예끼 도둑에 아들놈. (말뚝이과장)
  19.취발이 : ......저런 육실할 놈을 어떻게 하면 저 년을 다 빼앗나! ......그 중놈 단단하구나. ......아 이놈 보게.
  20.취발이 : ......예끼 망덕을 할 년 같으니. (이상 취발이과장)
  21.쇠뚝이 : ......잘못 받으면 생육실하리라.
  22.쇠뚝이 : ......고런 어린 호래들 녀석이 어디있어?
  23.말뚝이 : ......얘 샌님께는 인사를 드려도 씹구녕 같고......
  24.샌님 : 그놈의 대가리는 정주 난리를 갔다 왔느냐?
  25.말뚝이 : 그놈의 대가리는 하도 험상스러워서......
  26.샌님 : ......급살이나 맞아 죽어라
  27.쇠뚝이 : 예끼 도적의 아들놈.
  28.샌님 : ......이 육실할 놈아 ......
  29.샌님 : 이놈, 이 주릴할 놈아. (이상 샌님과장)
  30.신할애비 : ......이 때갈녀석이 이런 데 나왔을까? (영감.할미과장)

  * 이외에 '그 녀석들',  '이 자식들아', '그놈' 같은 비속어가 도처에서  발견되는데, 너무 횟수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이 비속어들을 대부분 생략하였다.

 

 

봉산탈춤
  1.먹중2 : ......상통은 붉으디디하고 코는  줄룩줄룩 매미잔등 같고 입은 기르마까치 같은 놈들이...... (팔목중과장)
  2.먹중 일동 :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3.먹중7 : ......대갱이를 횟물 먹은 메기 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4.먹중4 :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좆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5.첫목 : 시님을 저렇게 불 붙은 집에 좆기둥 세우듯이 ......
  6.먹중 일동 : 노시님은 어데 가고 이게 웬 말이냐.
  7.신장사 : 네 놈에 차림차림을 보니 ......중놈일시 분명하구나.
  8.취발이 : 이놈 중놈아 ......저년을 날 주고 ......
  9.취발이 : 아 시러배 아들년 다 보겠다. (이상 노장과장)
  10.먹중 : 그러면 네 에미 애비 먹으려 왔느냐. (사자춤과장)
  11.양반들 : 야 이놈 뭐야.
  12.말뚝이 : ......씹털 같은 기사미.
  13.말뚝이 : (독, 영시조로) 썩정 바지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바지 구녕에 좆대강이라.
  14.말뚝이 : 이놈에 목쟁이를 뽑아다 밑구녕에다 꽂는  수가 있으면, 내 좆으로 샌님에 입술을 떼여 드리겠입니다. (이상 양반과장)
  15.영감 : 이년을 만나면 씹중방을 꺾어 놓겠다.
  16.영감 : 이년이 무얼 잘 했다고 이 지랄이야.
  17.영감 :  네 년에 행정이나 ......뱃대기를  버적버적 긁으면서 ...... 벌통  같은 보지를 벌치고 ......
  18.미얄 : 어느 년에 보지는 금테두리 했었드냐. (이상 양반과장)

 

동래야유
  1.말뚝이 : ...... 떨어진 중우 가래 좆대강이 나온 듯.
  2.원양반 : 이놈 말뚝이......
  3.말뚝이 : ......말뚝인지 개뚝인지 제 의붓아비 부르듯이......
  4.원양반 : 이놈 말뚝아 ......너같은 개똥쌍놈  내같은 넓적한 소똥양반이 너 한 놈 죽이면......
  5.제양반 : 이놈 내 아들이라니.
  6.원양반 : 고자식 생색 있다.
  7.원양반 : 이놈 노생원이라니.
  8.말뚝이 : 종년 서답 빨래가고 ...... 대부인 마누라가 하란에 비켜 앉아 녹의홍상에 칠보를 단장하고 보지가 재빨개하옵디다.
  9.말뚝이 : 마리에 떡 올라가니 좆자리를 두루시 폅디다.
  10.원양반 : 너 같은 쌍놈 오면 ...... (이상 양반과장)

 

 

진주오광대

 

1.말뚝이 : 이런 못 제길 붙고 ...... 이 놈들이 (양반과장)

 

이상과 같이 탈놀이에는 도처에서 비속어가 튀어나외고 있다. 남성은 물론이고 할미 같은 여성도, 청년은 물론이고 샌님.영감.원양반같은 노인도, 하류계급은 물론 샌님.양반 같은 상층계급도 비속어를 사용한다. 더욱이 옴중.묵승.관 쓴 중 같은 종교인도 거침없이 비속어를 사용한다.

 

김욱동은 탈놀이에서 사용되는 비속어를 카니발 이론으로 설명한다. 카니발 축제가 벌어지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는 사실상 무슨 일이든지 다 허용되듯이, 탈놀이에서도 일상세계에서라면 마땅히 금기시되는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 다. 일상세계에서 평소 억압되었던 언어가 탈판에서 비로소 해방과 자율글 맞고 있다는 것이다.(주6:김욱동, [탈춤과 언어의 카니발], [탈춤의 미학][서울 : 현암사, 1994], 333-334면)

 

유종목은 해학과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탈놀이의 성질상 그 대사에 비속어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비속어는 또다른 문제와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비속어의 남용은 서민층의 자아 발견에 대한 몸부림이라고 해석된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해 왔는데, 탈놀이에서는 신분적 상하관계를 경시하고 존칭적 기능을 무시하는 비 속어와 욕설 따위를 마구 사용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언어상의 특성이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아라는 더 중대한 것을 찾았던 것으로 보았다.

 

둘째, 이것은 권위주의.형식주의.보수성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조 500년을 통하여 유교의 정신적 예속 아래 권위와 형식에 억눌려 개인의 자유스러운 의사는 무시되었는데, 탈놀이에서 비속어를 함부로 구사하며 권위주의. 형식주의.보수성에 도전하고 거기에서 힘차게 벗어나고자 한 것은 혁신적 사고 라고 할 만하다고 보았다.(주7:유종목, [한국 민속가면극 대사의 표현법 연구], 동아대 석사학위논문, 1973, 90-93면)

 

필자는 탈놀의 극적 형식 중 싸움의 형식이 싸움형태의 풍놋굿에서 유래했다는 점, 탈놀이가 축제의 일종인 동제에서 연희되었던 점, 탈놀이가 산대희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앞에서 소개한 비속어의 발생 동기 등을 고려하여 탈놀이에서 비속어가 많이 구사되는 이유를 해명하고자 한다.

 

우선 탈놀이의 극적 형식 중 가장 두드러진 싸움의 형식에 주목해 보자. 탈놀이에서는 도처에서 등장인물들이 티격태격하며 싸운다. 탈놀이에서 발견되는 싸움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고싸움.동채싸움.농기싸움.줄다리기 등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주8:이에 대해서는 이 논문의 '육담'을 다루는 부분에서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싸움에는 으레 욕설같은 비속어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탈놀이의 싸움은 기원적으로 싸움형태의 풍농굿에서 유래했지만, 조선후기의 탈놀이에서는 신분적 특권.관념 적 허위.남성의 횡포 등 당대의 사회적 갈등을 다루게 됨엠 따라 등장인물끼리 갈등을 풀기 위해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싸움의 양상이 격렬해지고 일상 생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심한 비속어가 난무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놀이가 민간에서 동제의 일부로 연희되었던 점을 비속어와 관련시켜 살펴보자.

 

동제에서는 동제 준비를 시작해서 신이 강림할 때까지 온 마을에 엄격한 금기가 지배한다. 그러다가 신이 강림하면 금기는 사라진다. 이때 동제는 흥겹고 신명나는 축제로 전환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축제는 의식적인 볼거리 즉 장터.잔치.제사.경기.행렬.쇼. 무언극, 가면과 의상이 등장하는 공개극, 거인.난장이.괴물.동물행렬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풍자.희화.통속 희화 등의 언어적 구성과 욕지거리.은어 사용.선언.농담.외설 등의 저속한 시장 바닥의 언어를 포함하고 있다. 축제는 뒤 죽박죽의 세상이며 시끄럽고 기운찬 세상이며, 저급하고 세속스러우며, 모든 것 이 뒤섞여 있는 과장과 풍요의 세상이다.(주9:여홍상 엮음, [바흐친과 문화이론] [서울 : 문학과 지성사 , 1995], 121면) 그러므로 탈놀이의 비속어.육담.은어 등은 축제화된 동제의 기본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탈놀이가 산대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탈놀이의 비속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조선시대의 산대희는 크게 규식지희.소학지희.음악의 세 부문으로 되어 있었다.(주10:졸고, [탈놀이의 형성에 끼친 나례의 영향], [민족문화연구] 제28호[서울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95], 215면)

소학지희는 일종의 재담으로서 웃고 희학하는 놀이이므로, 비속어의 발생 동기 가운데 '해학이나 쾌감을 요구하는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동기'와 일치한다. 탈놀이의 대사는 산대희의 소학지희를 계승한 것(주11:이두현, [한국의 가면극][서울 : 일지사, 1979], 74면)이므로, 비속어는 '일종의 재담으로서 웃고 희학하는 놀인'인 소학지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특히 탈놀이는 민간의 연희이므로 민중은 평소에 억압받았던 갈등을 해학과 풍자를 표현하는데, 해학과 풍자는 비속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비속어의 발생 동기 가운데,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에 대한 반감을 표 현하고 이것을 희화하는 동기'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상층계급인 양반층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고 그것을 희화하는 동기'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3. 육담

 

탈놀이에는 성의 개방의식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으며, 육담이 거침없이 구사 되고 있다. 육담은 "꾸밈없이 속되고 투박스럽게 하는 말" 또는 "음담 따위와 같 이 야비한 이야기"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와 비슷한 용어인 외설어는 "육욕에 관하여 너무 추잡하고 더러운 말" 또는 "남녀간의 색정에 관하여 너무 난잡하게 묘사하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본고에서는 육담이라는 용어를 외설어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탈놀이의 육담에는 '네밀할 놈'처럼 욕설로서의 육담과 욕설이 아닌 육담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러면 우선 탈놀이에 나타나는 육담을 살펴보자.

 

 

양주별산대놀이

1.옴 : 네밀할 놈. (제3과장)
  2.신주부 : 누 네미할 놈이 신주부야? (팔목과장)
  3.중 : ......네 모를 나를 주느니라.
  4.중 : ......너  만일 이 금 밖에 나오면  네 어멈을 날 주느니라. (이상  애사당 놀이과장)
  5.완보 : ......신님이 절간에 계시면  ......상제 비역이 세 번인데, 뭘하러 내려와 계시우?
  6.말뚝이 : ......이건 자벌레가 중패를 질렀오?
  7.말뚝이 : ......(가) 봉지  봉지 봉지야. 깨소금 봉지도 봉지요. 후추 봉지도 봉지요, 고추가루  봉지도 봉지요.  짝짝콩 짝짝콩 쥐얌 쥐얌 쥐쥐얌 돌이 돌이 돌돌이 계수나무 요분틀 자기 녹비 끈을 꿰어  어슥비슥 차는고나. 네밀 붙고 발겨간다. 요 녀석아 내미를 붙는데도 조렇게 두르느냐?
  8.말뚝이 : ......요런 안갑을 할 녀석 봤을까? 요 체면에 무슨 생각이 있어서 요 녀석아 숫국을 걸르고  와? 솔개미 꾸미 가게 보낸 모양이지,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네 비역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이상 말뚝이과장)
  9.취발이 : ......이 안갑을 할 녀석들 다들 물러서라.
  10.취발이 : ......이놈아, 너고 나고는  소용없다. 만첩청산 깊은 골에 쑥 들어가서 눈이 부옇게 멀도록 생똥구멍이나 하자.
  11.취발이 : ......얘 딴은 좋다.  평생 살아도 후정이라고는 처음 들어와 봤는데, 잔솔이 담상담상 난 게 참 좋다.  (일어나서 소무의 치마를 붙잡고 서로 등을 대고 선다). 뒤집 신개(백태) 흘너 허..
  12.취발이 : ......원 어떻게 어린 녀석이 양기  덩어리로 생겼는지. (어린애를 들고 본다) 아따 어린 녀석  자지라고 어른 좆보다 더 빳빳하구나. (이상 취발이과장)
  13.쇠뚝이 : 누 네미할 놈이 남 내근하는데......
  14.쇠뚝이 : ......상놈 같으면 네미나 잘 붙었는냐?
  15.쇠뚝이 : 술이나 한 잔 먹고, 두 잔 먹고,  석 잔 먹어서, 한 반취쯤 되면 세 댁(샌님.서방님.도령님댁 : 필자 주)으로  다니면서 조개라는 조개, 작은 조개, 큰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여부 없이 잘  까먹는 영해 영덕 소라,  고등어 애들놈 문안 드리오 이렇게 하였다오.
  16.쇠뚝이 : 누 네밀할 놈이 날보고 여봐라 이놈 그래?
  17.샌님 : 여봐라 찌놈 네밀 논아 하자고 공론을 했느냐.
  18.샌님 : 이놈,  이 주릴할 놈아. 처가살이 갔다가  장모 붙고 쫓겨올 놈. ...... 다시 오면 네미를 붙느니라.
  19.샌님 : (소무를 안고)  아닌 밤중쯤 되면 내 연장 망태기를 네  것 주무르듯 맘대로 노는 내 사랑이지? (이상 샌님과장)
  20.독기 : 누 제밀할 놈이 상제보고 ......
  21.독기 : 어느 제밀할 놈이 죽지 않은 어머니 ...... (이상 영감.할미과장)

 

 

봉산탈춤

1.먹중4 :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
2.먹중4 : 내가 이제  노시님께 가서 오도독이타령을 돌돌 말어 귀에다가 소르르 하니까,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좆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3.신장사 :  여보 구경하는 이들.  내 노리개 작란감 어데0로  가는 걸 못봤오. (하며 사방으로 원숭이를 찾으러 돌아다닌다.  소무허리 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야 요놈봐라.  요놈 신값 받어 오라니까  돈은 받어 거기다 다 써  버렸더냐. (원숭이를 붙잡아 가지고 전에 있던 자리로 와서)

요놈아, 너는 소무를 하였이니 나는 네 뼉이나 한 번 하겠다. (하며 원숭이를 엎어 놓고 음외한 동작을 한다)
4.취발이 : 아 그 제에미를 할 놈에 집안은 ...... (이상 노장과장)
5.말뚝이 : ......낙향사부라 경성본댁을 찾어가니 샌님도 안 계시고 둘째 샌님도 안 계시고 종가집 도령님도  안 계시고 마내님 혼자 계시기로, 벙거지  쓴 채 이 채찍찬 채, 감발한 채, 두 무릎을 꿇코 하고하고 재독으로 됐습니다.
6.말뚝이 : 예에. 아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이지 좆반인지 ...... (이상 양반과장)
7.영감.미얄 : 거 누구가,  거 누구가. 아무리 보아도 우리 영감(할맘)일시 분명쿠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드니 이제야 우리 영감(할맘)을 찾었구나. (합창) 반갑도다 반갑도다  우리 영감(할맘)  반갑도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지화자자좋을시고. 얼러보세 얼러보세. (양인은  서로 얼른다. 미얄은 영감의 전하부에 매달려  매우 노골적인 음행동을 한다. 영감이 땅에 누우면 미얄은  영감의 머리 위로 기어 나간다.)
미얄 : (고통스런 소리로) 아이고 허리야 연만 팔십에 생남자 보았드니 무리공알이 시원하다.
영감 : (발딱 누운 채로)  알날날날. 세상이 험하기도 험하다. 그 놈에 곳이 좌우에 솔밭이 우거지고, 산고심곡  물 많은 호수 중에 구비구비 동굴섬 피섬이요. 갈피갈피 유자로다. 자아 여기서  봉산을 갈라면 몇리나 가나. 육로로 가면 삼십리요, 수로로 가면  이천리외다. 에라 수로에서 배를 타라. 배를  타고 오다가 바
람을 맞어서 표풍이  되야 이에다 딱 붙어놨으니, 어떻게 떼여야  일어난단 말이요. (영감.할미과장)

 

 

동래야유

1.양반 : 이 엇던 제 어미를 붙고 금각 담양을 갈 이양반들이......
2.말뚝이 : 쉬..엿다. 이  제기를 붙고 금각 담양을 우등우등 갚이 양반들아. (5회나옴)
3.제양반 : 통시 깨고리 보지 문다 하더니 ......
4.말뚝이 :  대부인 마누라도 청춘이요, 말뚝이도  청춘이라. 청춘 흥몽이 겨워 두 몸이 한 몸 되야 왼갖 수작 놀이시니, 그 농락 어떠하리. (이상 양반과장)

 

 

진주오광대

1.말뚝이 : 이런 못 제길 붙고 능각 대명을 우줄우줄 갈 이놈들이 ......(양반과 장)

 

양주별산대놀이의 예문중 1의 '네밀할 놈'은 '네 어미를 할'의 뜻으로 근친상간을 의미한다.

5의 '비역'은 남자끼리 하는 성행위로서 계간.남색이라고도 한다.

7 은 원숭이가 신값을 받으러 갔다가 신값 대신 소무의 뒤에 붙어 성행위를 하고 오자, 신장수 역의 말뚝이가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 전체가 성행위를 은유하고 있다. '요분틀'은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말이고, '녹비'는 원래 사슴가죽인데 여기서는 남성의 성기를 은유한 말이다. 성교할 때에 여자가 남자에게 쾌감을 주려 고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짓을 요분질이라고 한다.

8의 '숫국'은 숫보기(숫처 녀)로 여기서는 소무를 가리킨다.

9의 '안갑'은 근친상간으로 1의 '네밀할'과 같은 뜻이다.

10은 5와 같이 남색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15 의 조개는 여성의 성기를 은유하고, 그것을 잘 까먹는 소라.고등어는 남성을 은유한다. 즉 쇠뚝이가 샌님. 서방님.도령님 세 집의 여자들과 성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봉산탈춤의 2에서 '용두치다'는 자기의 성기를 손으로 자극시켜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이다. 즉 '자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장이 머리를 흔드는 모습을 자위 하다가 그만둔 성기가 흔들리듯이 흔들린다고 비유하고 있다.

3은 원숭이가 신 값 대신 소무의 뒤에 붙어 성행위를 하고 오자, 신장수가 원수이에게 뼉, 즉 비역(남색)을 하는 내용이다.

7의 영감 대사는 할미와의 성행위를 은유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동래야유의 1에서 '금각 담양을 갈'은 '경각 담양을 갈'이다. 우리 속담에 "담양 갈 놈"이라는 말은 남을 욕하거나 천시할 때 쓰는 것이다. 원래는 "담양 아홉바위 돌아갈 놈"인데, 흔히 "담양 갈 놈"이라고 한다. 전남 담양의 아홉 바위를 돌 아가 숨어 살 놈이란 뜻이다.

설화에 의하면 옛날 자기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여자가 훗일 젊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자기가 버렸던 아들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고을 사또가 그 아들을 담양으로 귀양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 어미를 붙을 놈"을 의미하는 "담양 갈 놈"이란 속담이 유래 한 것이다. 그래서 야유와 오광대 탈놀이에서는 '담양 갈 놈'이란 속담이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야유와 오광대 탈놀이에서는 '담양 갈 놈'앞에 으레 '제 어미를 붙고'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3의 '통시'는 변소의 사투리다.

 

진주오광대의 1에서 '제길 붙고'는 '제 어미를 붙고'로 근친상간을 의미한다. '능각 대명을 갈 놈'은 '경각 담양을 갈 놈'이다.

 

기존연구에서는 탈놀이 대사의 육담에 대하여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김광일은 탈놀이에 나타나는 성의 개방과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은 어이디프스 갈등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보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이를 해석하였다. 오이디프스 갈등은 이성의 부모에 대하여 사랑을 느끼며, 동성의 부모에 대해 경쟁심과 적개심을 품는 유아기의 정신현상이다. 프로이드는 유아기 적 친족상간의 환상이 일차적인 의욕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동성의 부모를 적대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첫째,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철저한 성적 억압에 대한 반항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에서 억압될 대로 억압된 성은 그 배출구를 찾지 못하고 무의식계로 넘어가 커다란 갈등을 형성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갈등의 왜곡된 발산이 탈놀이에서는 계간이요, 무질서한 성적 난무이다.

 

둘째, 민속극에서 보는 성의 개방은 유아기 친족상간 의욕이 전이된 양상으로 해석된다. 탈놀이에 나오는 양반은 폭군과 같이 준엄한 아버지의 상징이요, 양반의 부인은 아버지의 부인 즉 어머니의 상징일 수 있다. 노승은 거세당한 아버지의 상징이요, 소무는 '천사-창녀'로서 그것이 바로 어린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미 지'인 것이다. 친족상간은 절대의 금기인 까닭에 성의 대상은 사회에서 용납되는 다른 인물로 전이도미게 마련이다. 상놈이 양반의 부인을 범한다는 것을 권력자들에 의해 금지된 일이지만,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는 통쾌한 보복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영웅시될 수 있는 일이므로 민중사회에서는 적어도 금기가 아니다. 그리고 소무를 범하는 일도 금기는 아니다. 그 소무가 아버지의 '이미지'인 노승의 소유였고, 아버지의 부인을 아버지와 경쟁하여 쟁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셋째, 민속극에 나타나는 성의 개방은 권력자에 대한 줄기찬 반항정신의 표현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오광대에서는 하인의 애인이 주인되는 양반에게 유린당 한다. 하인은 분에 못이겨 양반을 골탕먹이고 양반의 부인과 간통함으로써 보복 을 한다. 그 양반은 '비비새'에게 잡혀 죽는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철저한 살부혼모의 실현이 사회화된 것이라 볼 것이다. 성의 해방은 권력자로부터 거세 당하던 민중의 힘을 되찾는 일이요, 따라서 권력자에 대한 투쟁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혹은 권력을 상징하는 양반.평양감사.노승.형 등은 현실의 팽창 된 권력과는 상반되게 무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미 심리적으로는 그들의 세력을 거세시켜 놓은 상태이다.

 

이러한 현상은 근워을 따져 볼 때 유아기 살부의욕의 환상적 실현이라 해석된 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효의 강한 윤리로 인하여 무의시계에 넘어갔던 살부의 욕이 왕.노승.양반과 같은 아버지의 상징을 증오하는 현상으로 전이되어 다시 의식계로 나타난 것이다.(주12:김광일, [한국 민속극 속의 오이디프스], [한국 전통 문화의 정신분석][서울 : 교문사, 1991], 14-29면에서 요약 인용. [한국문화인류 학] 창간호(1968)에 실렸던 [한국민속극에 나타난 오이디프스 갈등]을 재수록) 김인환은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에서 전개하고 있는 정신분석의 입장에 서 양주별산대놀이에 나타나는 격렬한 싸움과 애욕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정신분석의 입장으로 볼 때 인간의 삶은 본능과 의식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본능은 쾌락원칙을 따르고, 의식은 현실원칙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의 양면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의식은 본능의 억압이므로 인간의 문화는 결국 본능의 억압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의식이 본능을 억압하는 그 정도는 사회와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르다. 이러한 억압의 과정 가운데에서 언제 어디서고 부득이하여, 결코 풀어 버릴 수 없는 면을 기본억압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문명에 있어서 인류의 영속을 위하여 필요한 본능의 수정이다. 특정한 시대와 사회에 국한되어, 필연적인 것이 아닌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첨가된 면을 과잉억압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사회적인 지배를 위해 필요한 억제이다.

 

삶이 쾌락원칙과 현실언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듯이, 본능 자체에도 양면성이 함축되어 있다. 본능은 화합본능과 파괴본능으로 형성되어 있다.

 

과잉억압의 상태 아래서는 화합본능과 파괴본능의 어울림이 무너질 뿐 아니라, 화합본능이 축소되고, 파괴본능이 강화된다. 파괴본능은 원래 화합본능을 도와주는 구실을 하던 것이나, 본능의 고른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면, 파괴본능 자체가 본능을 대표하게 된다.

 

파괴본능의 실현인 증오와 부정은 어디까지나 화합본능의 존중과 염려와 이해를 돕는 것인데, 이것이 전도되어 증오와 부정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고 쾌락의 대상이 된다. 소위 '성기 성욕'의 강화도 화합 본능의 축소딘 결과이다.

 

양주별산대놀이에 나타나는 싸움과 애욕의 표현은 건전한 본능의 실현이 아니라, 과잉억압 상태 아래서 파괴본능이 강화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욕설과 싸움만아 아니라 그 지나친 성기 애욕의 표현도 화합본능이 축소된 결과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본능에 대한 의식의 억압이 아무리 심하여도, 상상려과 놀이는 언제나 남아서 생생하게 활동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상상력과 놀이는 쾌락원칙에 위탁 되어 있다. 그러므로 양주별산대놀이는 그 내용에 섞여 있는 싸움과 애욕의 표현을 검토하면 왜곡된 본능의 표현이지만, 그것을 구조적으로 검토하여 놀이라 는 성격에 유의할 때는 화합본능의 표현이 된다.(주13:김인환, [놀이의 본질-양 주별산대놀이], [문학과 문학사상],[서울 : 열화당, 1979], 53-64면에서 요약 인 용)

 

김열규는 탈놀이 등 각종 민속연희에 보이는 에로티시즘과 반란 주지는 단순히 서민의 해학이나 사회적 항거의식이니 하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에로티시즘과 반란같이 일상생활 뒤에 감추어져 있던 욕구들이 동제 에서 신성에 접하는 순간에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동제에 에로티시즘과 반란이 등장하면서 집단적인 신열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탈놀이는 동제와 기원적으로 관련이 있으므로 에로티시즘과 반란의 주지를 갖게 된 것으 로 보인다는 설명이다.(주14:김열규, [부락제와 그 민간사고], [한국민속과 문학 연구], [서울 : 일조각, 1971], 273-274면에서 요약 인용)

 

김욱동은 탈놀이에 나타나는 외설적 언어, 즉 육담을 미하일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탈놀이에서 주로 사용되는 외설적이고 음란한 언어는 바흐친이 말하는 '물질적 육체 원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물질적 육체 원칙'이란 바흐친이 그로데스크 리얼리즘의 기본 원칙으로 간주하는 원칙 인데, 이 원칙은 변화와 생성과 관련된 인간의 구체적인 신체, 그리고 그 신체 기능에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바흐친은 코.입.젖가슴.성기.항문.창자.배와 같이 돌출되어 있거나 구멍이 나 있 는 신체 부위를 어떤 다른 신체 부위보다도 중요하게 취급한다. 이렇게 불룩하 게 튀어나온 부분과 구멍이 난 부분은 한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영역 안에서 자기 신체와 다른 사람의 신체, 그리고 신체와 세계 사이의 벽이 허물어진다. 즉 여기에서는 상호 교환과 상호 작용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테스크한 신체의 삶 가운데서 중요한 사건, 즉 신체적 드라마의 장면들이 이 영역에서 일어난다. 성교와 임신과 신체의 절단과 다른 신체에 의하여 먹히는 행위는 물론이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땀이나 콧물 또는 재채기 와 같은) 기타 분비물을 분비하는 행위-이러한 행위의 장면은 신체와 외부 세계의 경계선, 즉 노쇠한 신체와 새로운 신체의 경계선상에서 상연된다. 이러한 모 든 사건들에서 삶의 시작과 끝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물질적 육체 원칙'과 관련된 음란하고 외설적인 언어는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풍요와 인간의 다산을 기원하기 위한 행위와 관련되어 있 다. 탈놀이에서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양반과 각시, 취발이와 소무, 영감과 할미의 음란한 춤과 성행위에서 잘 드러나듯이 음란한 행위나 성행위는 곧 풍요와 다산을 가져오기 위한 주술적 행위로 이해된다.(주15:김욱동, 앞의 책, 340면)

 

필자는 탈놀이에 육담뿐만 아니라 성행위의 장면이나 성행위를 은유한 내용이 많은 사실을 탈놀이의 극적 형식 및 기원, 그리고 탈놀이가 축제의 일종인 동제 에서 연행되었다는 점과 관련하여 해명하고자 한다.

 

탈놀이에는 등장인물이 상대방과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장면이 많다. 그래서 탈놀이의 극적 형식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싸움의 형식을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주16:졸고, [가면극의 대사와 극적 형식], [한국고전문학입문][서울 : 집문 당, 1996], 313-316면)

영감과 할미가 오랫동안 서로 찾아 헤매다가 상봉하자마자 싸우는 장면외에, 노장과 팔목중, 노장과 소무, 양반과 말뚝이, 할미와 첩, 사자와 마부, 영노와 양반 등 등장인물들은 서로 티격태격한다. 이러한 티격태격 가운데 일부는 장난끼 어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심각한 싸움으로 발 전한다.

싸움에는 으레 욕설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조선후기의 탈놀이에서는 신분적 특권, 관념적 허위, 남성의 횡포 등 당대의 사회적 갈등을 다루게 됨에 따 라 등장인물끼리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싸움의 양상이 격렬해지고, 일상생 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심한 욕설이 난무한다. 이러한 욕설 가운데는 육담적 욕설도 함께 튀어나온다.

 

탈놀이의 도처에서 발견되는 싸움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그 기본적인 구조는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이나 성행위형태의 굿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싸움형태의 굿은 농사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 거행되는데, 누가 이기고 지는 가에 따라서 농사의 풍흉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주17:조동일, [탈춤의 역사와 원 리][서울 : 홍성사, 1979], 45-66면 참조)

 

줄다리기의 경우에 암줄과 숫줄을 걸어서 쌍줄을 당길 때는 암줄을 당기는 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한다. 줄머리를 결합시키는 과정은 남근과 여근을 교합하는 남녀의 성행위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암줄은 끝을 둥글게 만들고, 숫줄은 끝이 암줄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고리를 만들어 암줄 속에 넣은 후 고리에 나무를 질러 넣어 빠지지 않도록 한다. 이때 주목되는 점은 숫줄이 암줄의 고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양편에서 줄을 놓고 당기고 할 때 숫줄이 암줄 속을 들락날락하여 두 줄의 이음새 부분은 마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줄머리를 결합할 때, 암줄 편 대장이 "여자가 먼저 갖다대는 법이 어디 있느냐! 너희가 오너라."하고 외치면, 숫줄편 대장은 "요즈음 세상이 어디 그러냐"하고 응수한다.

할머니들은 "(정력이) 쎄기 도 하제"하며 히죽거린다. 줄다리기를 성행위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 은 줄다리기 민요의 "부았네 부았네 동쪽 조* 부았네. 달았네 달았네 서쪽 *이 달았네"라는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주18:장주근, [한국의 세시풍속][서울 : 형설출판사, 1984], 171면)

 

경북 영양군 주곡동의 서낭굿에서는 주곡동의 여서낭과 인근 마을인 가곡동의 남서낭이 풍물패와 함께 서로 싸워 승부를 겨룬다. 두 마을 서낭대에 각기 늘어 뜨린 헝겊(서낭침)이 바람에 날려 휘감기면, 부부 서낭이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상과 같이 풍농을 기원하는 싸움형태의 굿이나 놀이에서는 모의 성행위가 연출되는가 하면, 외설적인 육담이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결합하면 생산이 있다고 믿고, 풍농을 기원하는 의례에서 이를 행하는 것은 이른바 유감주술의 원리에 의한 주술이다. 탈놀이도 기원적으로 풍농굿에 서 유래했기 때문에 성행위의 장면이나 육담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장과 취발이, 샌님과 포도부장, 할미와 돌머리집의 대결에서 생산력이 약한 늙은이가 구축되고, 생산력이 강한 젊은이인 취발이.포도부장.돌머리집이 승리하며, 젊은이(소무)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내용은 바로 풍농굿에서 행했던 모의주술적인 기풍의례의 반영인 것이다.

 

한편 이미 비속어를 다룬 부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탈놀이는 주로 동제와 축제에서 연행되었기 때문에 탈놀이의 육담도 축제화된 동제의 기본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축제는 고전주의 미학과 대조를 이루는 기괴성과 연결되어 있다. 고전주의 미학은 빈틈을 봉하고 돌출부를 편편하게 만들어 완벽하게 완결된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로테스크한 실제보다 더 큰 형태에서 과장된 구멍과 돌출을 강조하여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기괴한 형체는 "닫히거나 완결된 단위가 아니라, 미완으로 덧자라며, 주어진 틀을 벗어난다." 기괴성은 음식과 성을 즐기며, 실제로든 비유적이든 항상 먹고, 마시고, 싸고, 성교를 한다.(주19:여홍상 엮음, [바흐친과 문 화이론][서울 : 문학과 지성사, 1995], 192면)

 

그러므로 탈놀이의 대사에 나오는 육담뿐만 아니라, 동래야유와 수영야유 등에서 말뚝이의 대사에 음식 이름을 계속 열거하는 내용, 그리고 가산오광대.고성 오광대 등에서 할미가 오줌을 누는 장면, 여러 탈놀이에서 할미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흔들면서 추는 엉덩이춤, 여러 탈놀이에서 영감과 할미가 만나자마자 성행위를 하는 모습, 산대놀이와 해서탈춤에서 원숭이가 소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신장수가 원숭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취발이가 소무와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 도처에서 바흐친의 축제이론에서 얘기하는 기괴적 사실주의의 모습이 발견된다.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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