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18 11:37
기업의 생사 좌우할 수 있는 정보, 그 수집부터 판단•활용까지 관리 비법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빈익빈 부익부. 21세기에 가장 중요해진 자산인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귀한 진주를 골라내, 이를 경영에 잘 활용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상대적으로 시스템 등의 여건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정보관리 기술일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정보가 잘 ‘통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 리더가 직접 나서서 실천해야 할 9가지 정보관리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보자. (편집자주)
2009년 본 연구원의 서베이 결과, 경영자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영 스킬 2위에 정보관리가 꼽혔다.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기로서 중요도는 높게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자가평가에선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정보관리 기술이었다. (참고: CEO 서베이 한국 CEO에게 가장 부족한 스킬은?)
- ▲ 리더 스스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영기술은?
그렇다면 리더가 정보 관리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정보 하나가 기업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일례로 삼성물산은 카자흐스탄이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입수, 미리 수주를 따내기 위해 한국전력과의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고, 작년 5월 결국 25억 달러라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정보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정보 자체가 자산이 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농경사회나 공업사회가 각각 땅과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경제였다면 현재의 정보사회, 더 나아가 지식 사회는 정보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누가 얼마나 다양한, 질 좋은 정보를 신속히 가졌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 ▲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정보
그렇다면 기업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어떤 것들일까? 정보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 주체와 외부의 객체 간의 사정이나 정황(情況)에 관한 보고’다. 정보는 크게 데이터, 정보,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데이터는 아직 특정의 목적에 대하여 평가되지 않은 상태의 단순한 여러 사실이다. 이를 특정한 목적과 가치 아래 가공한 것이 정보이고, 동종의 정보가 집적돼 일반화된 형태로 정리된 것이 지식이다. 예를 들면 가전 제품 매장 책임자가 온풍기 주문량을 결정하고자 할 때 참고하는 판매기록 자체는 데이터이고, 이를 브랜드/용량별로 정리한 보고서는 정보가 된다. 또한 이전 자료들을 비교해 겨울 기온이 예년에 비해 낮지 않을 때 판매가 10% 감소한다는 것을 알아냈다면 이것은 지식이다. 기업에서는 이 세 가지 성격의 정보 모두 필요로 한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종류를 ‘정보’로 통칭하겠다. 한편, 기업 경영에 꼭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들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 정보관리라고 하면 흔히 어떻게 정보를 잘 모을것인지만 생각하지, 그 모은 정보를 판단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정보가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집 못지 않게 옥석을 가려내듯 중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판단과 활용이 중요해진다. 여기 정보의 수집과 판단, 그리고 활용 부분에서 효과적으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9가지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
▶정보, 어떻게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을까?
1. 전 직원의 수시 리포트를 생활화하라!
우선 필요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수집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 분담이다. 해당 정보를 잘 아는 직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테면 경제 분석 및 전망, 정책 및 정부 지원의 변화, 경쟁사 동향은 전략 기획실에서, 소비 트렌드 변화나 소비자 목소리 등은 고객 센터나 영업 부서에서, 신기술정보나 경쟁사의 신제품 동향 등은 R&D나 생산파트에서 전담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 따라서 더 중요한 것은 전 직원을 정보의 소스로 활용하는 법이다. 즉, 기본 업무로서의 보고서 작성 이외에 자잘한 정보도 상시 보고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수시 컨택 리포트(Contact Report)가 한 예다. 고객사와 미팅을 통해, 혹 외부 교육에서 얻은 놓치기 아까운 정보들을 CR을 활용해 공유해보자. GE의 사례를 들어보자. GE는 제품 판매가 계속 떨어짐에도 뾰족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GE 캐피털의 한 직원이 소비자 면담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채가 거의 포화상태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전사에 공유했다. GE는 즉각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작은 정보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 CR 작성 자체가 일이 되지 않도록 간결하고 핵심 정보를 담아내도록 하며, 공유 과정이 용이해야 함을 잊지 말자.
2. 암묵지를 공유할 수 있게 하라!
많은 기업에서 정보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노하우, 실무 경험 등 ‘암묵지’라고 불리는 직원들의 머리 속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인 만큼 놓쳐서는 안 된다. 암묵지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벤처 기업 1세대로 시작해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기업 휴맥스도 최근 몇 년간 전담 부서를 따로 둘 만큼 지적 자산의 재사용을 위해 힘썼다. 엔지니어들의 첨단 기술 제품 고안 및 코딩 기술 등을 정리해 코딩 관습 및 가이드 라인, 디자인 리뷰 체크리스트 등을 마련해 재교육 등의 비용, 시간 등을 단축하고 효율을 높였다.
이처럼, 직원 머리 속 정보 자산을 드러낼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커뮤니티 게시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모든 부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이곳의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 이곳 게시판에 올려진 정보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
3. 직원들을 정보 마인드로 무장시켜라!
지금까지 정보 수집을 위한 방법들의 핵심은 직원들이다. 직원들 스스로 정보 주체로서 얼마나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정보 관리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정보관리의 일등주자들로 이끌 수 있을까? 우선, 직원들이 사소한 정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공유하고 접한 정보가 실제 업무 상황에 활용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정보 주체로서의 자부심이 고취될 수 있다.
직원 수 7명으로 시작해 창업 30년 만에 30대 그룹으로 성장한 웅진 윤석금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 비결로 직원들 스스로 신바람을 내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이러한 환경은 직원 스스로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이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조직에서 정보를 생산하는 직원들을 인정하고 세워주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한 중소기업에서는 인턴 사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 직원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보 주체로서의 공헌에 대한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한다.
4. 리더가 직접 나서고, 질문의 왕이 되라!
직원들의 정보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직원 스스로 변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리더의 지나친 바람일 수 있다.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자주 질문을 던져 일상 생활 속에서 정보 안테나를 세우게 해야 한다. 경영 구루 잭 웰치도 ‘리더는 조직 내에서 제일 많이 질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보 마인드를 놓치지 않도록 정보 공유의 의미와 유익 등을 늘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간 관리자 교육이 중요하다. 직원들과 직접 업무를 처리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리더와 맥을 같이하여 정보를 중시할 때 직원들의 정보마인드를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5. 단, 돈으로 전부 해결하려고는 생각지 마라!
이쯤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고민이 더해질 수 있겠다. 결국 정보관리를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도 돈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기 마련. 그러나 이런 방법을 섣불리 썼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다. 단기적으로야 인센티브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다. 평가의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본래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 이 될 수도 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의미’를 중시하는 세대다. 밀레니얼 제너레이션, Y 세대, 하이퍼 세대 등 젊은 세대를 설명하는 개념 중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은 이들이 ‘일의 의미’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중요한 세대들에게 정보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해시키는 것이 인센티브보다 장기적으로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다.
▶모인 정보, 잘 판단하려면?
6. 미리 정보를 보는 눈높이를 맞춰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빠짐없이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기업 경영에 필요한 ‘쓸만한’ 정보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눈이다. 목적 없이 모인 정보는 쓰레기에 가깝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사업 방향과 비전을 이해하고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보는 관점을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영자와 중간관리자, 직원들의 오픈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시각을 조율해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백화점 메이시(Macy’s)에 최초로 타사 출신 CEO로 부임한 테리 룬드그렌도 처음 대부분의 시간을 직원들을 만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사용했다. 69개 지점을 하나의 메이시로 만들기 위해선 로컬 정보를 공유하고 본사와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는데, 이를 위해 매니저들과 매달 만나고, 연 2회는 사원들과 만나는 시간을 통해 시각을 맞춰갔다.
7. 믿을 수 있는 정보의 중요성을 가려내자
이미 확보한 정보들, 어떻게 바로 기업 경영에 써먹을 수 있을까? 모든 정보가 다 진주는 아니다. 우선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출처와 정보원에 대한 신뢰수준을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신빙성을 판단한다. 믿을만한 정보만 추려냈다면 그 중에서 시급하고, 당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정보부터 처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보의 특성상 시의성을 놓치면 정보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또한 회사에 미칠 직, 간접적인 영향력을 고려, 파급력을 판단해 정보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 정보의 성격에 따른 기업의 대응
8. 정보의 성격에 맞게 맞춤형으로 대응하자!
시급성이 높고 낮음과 파급력이 크고 작음을 고려해 4가지로 구분한 정보. 이제 각각의 성격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 당장 처리해야 할 영향력이 큰 정보는 즉각 조직의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옮겨야 하고, 파급력은 크지만, 시급성이 떨어지는 정보는 전담자를 지정해 추후에 대비해두는 것이 좋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 등과 같이 파급력은 약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즉시 시정하고 주의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9. 리더가 먼저 모범을 보이자!
정보가 통하는 기업을 만드는 마지막 실천 강령은 리더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스마트폰, SNS 혁명 등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리더, 새로운 정보에도 민첩히 대응하는 리더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감동인 동시에 자극이 될 수 밖에 없다.
메리어트 호텔의 CEO 빌 메리어트는 75세의 나이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고객뿐 아니라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트위터 스타 두산의 박용만 회장도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이자, 직원 및 대중들과의 스스럼 없는 소통으로 유명하다. ‘정보가 중요하다, 정보를 공유하자’ 등등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정보를 공유하는 리더의 실천 하나가 정보가 통하는 기업을 만드는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보 수집부터 판단과 활용까지 실천해야 할 9가지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이 모든 걸 한번에 바꿀 수 있을까?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나하나 당장 시행해나갈 수 있는 것들부터 점검하고 추진하자. 다만, 정보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리더의 열정과 의지, 인내가 중요하다. 모든 기업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의해 훌륭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구분된다. 정보가 살아 숨쉬는 기업을 만드는 건, 기업역량을 높이는 아주 중요한 과제다. 9가지 정보관리 팁을 활용해 그 첫걸음을 옮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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