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문법

[스크랩] 7. 도치문(倒置文)

장안봉(微山) 2013. 2. 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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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문(倒置文)

 

어순이 평소와는 다르게 바뀌어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도치(倒置)라고 한다. 한문에서 도치가 어떠한 경우에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의문사(疑問詞)가 쓰일 때

 

1) 吾怨乎. 萬事由我. -내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

1-a) 吾怨誰乎, 萬事由我.

2) 汝何所行乎. -너는 어디로 가느냐.

3) 誰與圖此事. -누구와 이 일을 도모할까.

4) 誰知烏之雌雄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何, 誰 같은 의문을 나타내는 의문사나 이를 포함하는 어구가 쓰일 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르게 도치되어 쓰인다. 의문사가 주어가 아니고 예 1, 2에서 밑줄 친 것처럼 목적어, 보어, 부사어 등으로 쓰일 때는 결합하는 서술어 앞에 위치하여 도치되고, 이런 경우엔 의문사가 반어적으로 쓰여도 상관없이 도치된다. 그런데 주어가 생략되고 의문사가 쓰일 때엔 의문사가 주어로 쓰였는지 아닌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도치 중에 일부는 선택적으로 쓰여서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해도 된다.

그런데 의문사가 도치될 때는 선택적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절대적인 듯하여, 1-a 같이 정상적인 어순으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예 3처럼 개사구(개사+명사)도 명사가 의문사가 쓰이면, 명사가 먼저 오고 개사(어조사)가 뒤에 ‘명사+개사’ 형태로 도치되는 듯하다.

예 4처럼 의문사가 주어일 경우는 어차피 의문사인 주어가 서술어 앞에 위치하므로 도치될 일이 없다. 정리하면 영어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영어의 도치와는 차이가 있다.

영어에서는 의문사가 문장의 앞에 나오지만, 한문에서는 술어 앞에 나온다는 것이다.

 

1) 不知今日之事, 未來.(오늘 일도 모르는데, 미래를 어찌 하겠는가)

   甲曰, “此事.”(갑이 ‘이 일을 어쩌느냐’라고 했다)

2) 父問女曰, “崔君孰與鄭君.”(아버지가 딸에게 ‘최 군하고 정 군 중에 어느 쪽이냐.’라고 물었다)

 

위 예문 1에서 보듯이 如~何 같이 의문사가 중첩되어 쓰일 때 의문사 사이에 단어가 삽입되는 도치 비슷해 보이는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예문 2처럼 孰與 같은 의문사 어구는 단어 사이에 끼는 특이한 형태를 갖는다.

 

 

부정사(否定詞)가 쓰일 때

 

1) 不患人之不知.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마라.(논어)

1-a) 不患人之不知己. =

2) 未忘讐. -원수를 잊은 적이 없다.

2-a) 嘗未忘讐.

3) 勿以小利失大利. -작은 이익 때문에 이익을 잃지 마라.

3-a) 以小利 勿失大利.

 

 

不, 未 같은 부정(금지 포함)을 나타내는 부정사가 동사, 형용사 앞에서 쓰이는 부정사+동사 형태에서 도치가 되는 경우가 있다. 己자는 1-a처럼 知자 뒤에 쓰이는 것이 정상 어순 같은데,

예 1에서 부정사 不과 이와 결합하는 동사 知 사이에 삽입되어 도치되어 쓰였다. 이런 도치는 선택적이어서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1 같은 형태에서 ‘부정사+동사’ 사이에 낄 수 있는 단어는 명사나 대명사인데, 대명사일 경우에 명사일 때보다 더 자주 도치되어 쓰이는 듯하다.

예 2는 부정사+동사 사이에 부사어 ‘嘗’이 삽입되어 쓰였다. 이것이 도치인지 애매한데, 우리말 해석으로 비춰 생각하면 마치 도치된 것처럼 보인다.

2-a 같은 부사어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정상 어순 같은 형태가 쓰이기도 하는 듯한데, 예2 같은 형태가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리고 이것이 부정사가 어디까지 걸리는지 부정사의 범위를 2-a 같은 형태보다는 더 명확하게 해주는 듯하다.

예 3도 부정사+동사 형태에서 동사 앞에 쓰이는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부정사와 동사 사이에 삽입되어, 예 2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리고 우리말 해석대로 하면 3-a 문장이 될 것 같은데, 3-a 같은 以 개사구가 부정사 앞에 나오는 모양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지만, 예 3이 훨씬 한문다운 표현 같아 보인다.

 

1) 爾所知. -네가 알 바가 아니다.

1-a) 爾非所知. =

2) 無日不忘. -잊지 않은 날이 없다.

2-a) 無不忘之日. =

2-b) 無日和暢. -화창한 날이 없다.

 

非자가 간혹 예1처럼 주어를 제치고 문장 맨 앞에 놓여 도치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非가 도치되는 것은 선택적인 듯하여, 1-a 같은 정상적인 어순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예2처럼 無~不 형태에서 그 사이에 쓰이는 단어(日)가 그 뒤 구절의 수식을 받아 도치될 때가 있다. 이처럼 뒤에서 꾸며주는 후치(後置) 수식(修飾)을 받는 所, 攸 같은 어조사가 있기는 하지만, 어조사가 아닌 일반 한자가 통상적으로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 2가 정상 어순인 2-a를 도치한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그렇다고 간주한다면, 예2 같은 도치 형태가 절대적은 아니어도, 2-a 같은 형태보다는 흔하게 쓰이는 듯하다. 2-a 같은 형태는 無가 不忘에 걸리는지 日에 걸리는지 모호한데, 예2 같은 형태는 어순은 특이하나 이런 측면에서 모호함은 덜해 보인다. 이것이 이런 후치 수식을 하는 독특한 형태를 갖게 된 한 가지 이유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2-b처럼 ‘無+명사’ 형태에서 不자 같은 부정사가 없이도 후치 수식을 받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예2 같은 ‘無~不’ 표현처럼 흔하게 쓰이지는 않는 듯하다.

 

 

화제(話題)가 쓰일 때

 

1) 富貴, 人皆好之也. -부귀는 사람이 모두 좋아한다.

1-a) 人皆好富貴也. -사람은 모두 부귀를 좋아한다.

2) 可失, 不可失. -여자는 잃어도 되지만, 친구는 잃어서는 안 된다.

 

위 예1에서 ‘富貴’처럼 어떤 단어가 그 문장에서 주로 주어가 아닌데, 문장의 주제가 되어 문두에 위치하여 조사는 ‘은(는)’을 취하고, 뒤에 오는 구절은 이를 설명할 때, 이런 것을 국어에서 화제(話題)라고 한다.

한문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다.

예1 같은 화제어가 쓰인 경우가 꼭 1-a 같은 통상적인 어순을 도치해 놓은 것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정상적인 어순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므로 여기에서 다룬다. 이것은 영어에서 특정 단어를 It is 다음에 두고, that 이하에 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 It ~ that 강조 구문과 기능이 비슷하게 보인다. 예 1처럼 화제어 뒤에는 구절이 아니지만 구두점을 표기하기도 한다.

예2처럼 화제어만 있고 주어가 없는 경우엔 女, 友 같은 단어가 화제어로 쓰였는지, 단순히 도치된 것인지, 아니면 주어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모호한데, 다행히도 화제어로 쓰이든지 도치되든지 양자간에 의미상에 별로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女, 友가 주어로 쓰였다면, 예 2의 의미가 ‘여자가 잃을 수는 있으나, 친구가 잃을 수는 없다.’로 되어, 의미가 사뭇 달라지므로 화제어로 쓰였는지 주어로 쓰였는지 유념하여 구분해야 한다.

 

【 술어 + 목적어 】 경우에

 

1) 君子義之求, 凡夫利之貪也.(군자는 의를 구하고, 범부는 이익을 탐한다.)

1-a) 君子求義, 凡夫貪利也. ( = )

1-b) 渴者唯水是欲, 飢者唯食是願. (목마른 자는 오직 물을 원하고, ~ .)

2) 人李舜臣之謂英雄. (사람들은 이순신을 영웅이라고 한다.)

2-a) 人謂李舜臣英雄. ( = )

 

위의 예 1은 이렇게 목적어가 우리말 어순과 비슷하게 서술어 앞에 위치하는 도치가 일어난다. 이때 단어(한자)가 도치됐음을 분명하게 표시하게 위함인지, 도치된 목적어 뒤에 之자나 1-b 문장처럼 是자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한자가 붙지 않을 때도 있다.

예 2가 2-a를 도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예 2는 목적어(‘李舜臣’)가 술어(‘謂’) 앞에 위치하여, 한문의 정상 어순인 ‘서술어+목적어’ 구조와 달라서, 도치된 것으로 보인다. 역시나 도치된 목적어 뒤에는 之가 붙어 있다.

그리고 2-a 같은 어순 형태는 서술어 뒤에 명사가 두개 연달아 오는 모양이라서 다른 문형과 헷갈릴 여지가 있어서, 형태상 비교적 더 간명해 보이는 예2 같은 도치된 형태가 2-a 같은 정상적인 어순 형태보다 더 독해하기에 간명해 보인다.

 

己所不欲, 勿施於人.(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마라)

人所有, 不貪之.(남이 갖은 것을 탐하지 마라)

 

위 예문처럼 목적어가 절(節)로 긴 형태일 때에도, 목적어가 먼저 나오고 뒤에 술어가 나오는 도치가 쓰이기도 하는 듯하다.

 

 

개사구가 쓰일 때

 

1) 凡夫於利明, 於義暗.(범부는 이익에 밝고, 의에 어둡다)

1-a) 凡夫明於利, 暗於義. ( = )

2) 事君以忠.(충으로 임금을 섬겨라)

以忠事君. ( = )

 

위의 예문 1처럼 보어로 쓰이는 개사구(介詞句)가 술어 앞에 나와, 도치가 되기도 한다. 물론 1-a처럼 통상의 어순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문 2에서 보듯이, 以가 이끄는 개사구는 술어 앞에 쓰이거나 구절 뒤에 쓰이는 것이 다 가능한데, 이는 어느 것이 도치이고 정상 어순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같고, 以 개사구가 어순이 자유롭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감탄사가 쓰일 때

 

漠漠乎. 西海.(막막하구나. 서해가.)

高於山矣. 父心乎.(산보다 높구나. 부심이여.)

靑哉. 天乎.(푸르도다. 하늘이여.)

 

위 예문들은 감탄문인데, 술어가 먼저 나오고, 주어가 나중에 나와, 도치(倒置)가 쓰였다.

감탄문에 이런 도치가 자주 쓰인다. 이런 경우에 乎자가 감탄을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였는지, 개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인용(引用)이 쓰일 때

 

我聞, 脣亡齒寒也.(나는 그런 말을 들었다. 이가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我聞諸父, 曰勿恥所不知.(나는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위 예시처럼 인용문이 쓰이는 경우에 앞에 인용 부분을 우선 之, 諸 같은 대명사로 간단히 받고, 뒤에 긴 인용 부분을 두는 도치 비슷한 모양이 쓰이는 듯하다.

 

 

어순이 자유로운 경우

 

한문은 우리말에 비하면, 어순이 고정되어 있는 편인데, 일부 부사나 개사구가 어순이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것 같다. 아래 예시를 보라.

 

1) 汝窮, 則誰助汝乎.(네가 만일 어려워지면, 누가 너를 돕겠느냐)

1-a) 汝窮, 則誰助汝乎. ( = )

2) 三日後, 先生歸家矣.(삼일 후에 선생이 드디어 귀가했다)

2-a) 三日後, 先生歸家矣. ( = )

3) 禍自福始矣.(화는 복에서 시작된다)

3-a) 禍始自福矣. ( = )

 

예문 1에서 若자는 汝자 다음에 위치했는데, 1-a처럼 汝자 앞에 위치하여 쓰이는 것도 가능하다. 밑에 遂자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부사(엄밀히는 부사로 해석되는 것) 중에서 그 기능이 단순히 용언을 수식하는 것이 아니고, 문장(구절) 전체와 관련이 있는 부사는 어순이 한 곳에 고정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말도 마찬가지라서, 이해하기는 쉬울 것이다.

예문 3과 3-a에서 自 개사구가 다른 자리에 쓰였다. 이렇게 自자처럼 비교적 어순이 자유로운 개사구를 이끄는 개사는 以, 由 따위가 있다.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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