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문법

[스크랩] 2. 단어(單語)상의 특징

장안봉(微山) 2013. 2. 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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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單語)상의 특징

 

한문에서 단어 차원(형태론)의 특징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하나는 한문이 우리말과 달리 용언(동사, 형용사)이 활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단어가 여러

가지 품사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알아보자.

 

 

용언이 활용이 없음

 

먼저 활용(活用)이란 ‘용언(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이나 서술격 조사에 변하는 말이 붙어 문장의 성격을 바꿈’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쉽게 말해 ‘먹다’라는 단어가 ‘먹어라, 먹는, 먹고, 먹음’ 등으로 변하는데, 이는 ‘먹-’이라는 어간에 어미(밑줄)가 붙어 ‘먹다’라는 단어의 형태가 변한 것인데, 이것을 ‘활용’으로 알면 된다. 그런데 한문에는 우리말처럼 이러한 용언의 형태가 변하는 활용이 없다.

이러한 것은 한문은 용언이 활용하지 않는 이른바 고립어(孤立語)이기 때문이다.

한문에서 용언에 활용이 없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한문에서 용언이 활용하지 않으니, 가령 영어 같으면 동사 활용에 해당하는 분사, 동명사 등을 공부해야 하지만, 이런 학습할 거리가 없어서 수고를 더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신에 그 용언의 의미를 겉으로 눈에 드러나는 어미나 접사의 형태가 아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문맥에 주로 의존하여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아래 예문을 보라.

 

吾昨日冷麵. (나는 어제 냉면을 먹었다.)

梨與沙果, 孰. 速擇. (배하고 사과하고 무엇을 먹을래. 빨리 골라라.)

欲壽, 則魚類. (오래 살려면, 생선을 먹어라.)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동사(용언)로 쓰인 食자는 형태 변화가 없는데, 상황에 따라 ‘먹었다’, ‘먹을래’, ‘먹어라’ 등으로 동사(어미)의 형태가 변하여 해석이 된다. 이것은 食자가 겉으론 형태의 변화가 없지만, 기본 형태 ‘먹다’외에도, 위에서 보듯이 다른 형태의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食자의 의미 파악을 食자 자체가 아니고, 食자 주변의 문맥을 가지고 하게 되는데, 이게 쉽지는 않다.

 

위에서 食자는 아직 다른 품사로 전환되어 쓰이지는 않았다. 한문에선 용언이 다른 품사로 전환되어 쓰이는 품사 전성(轉成)도 용언의 형태 변화 없이 이루어진다.

(품사 전성은 형태는 다른 품사로 쓰이지만, 기능은 본래의 품사 기능을 하는 것으로 기능까지 바뀐 파생어와는 다르다.)

우리말은 용언이 명사나 부사로 전성할 때는 물론이고, 형용사가 수식하는 용도(관형어)로 쓰일 때에도 전성해 쓰일 때도 그에 따른 어미가 단어(어간)에 붙어서 단어의 모양이 변한다.

한문에서 용언이 품사 전성이 되는지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말 해석을 기준으로 보면 한문에서 품사 전성이 되는 것으로 보이니, 잠시 전성이 되는 것으로 가정하자.

역시 한문에서는 용언이 활용이 없으니까, 품사 전성이 일어나는 때에도 용언의 형태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석을 할 때에는 모양은 동사(용언) 형태이지만, 명사 등으로 품사를 바꿔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자.

 

a) 百不如一. (백번 들음이 한번 봄보다 못하다.)

a-1) 所百聞不如所一見. (백번 들은 것이 한번 본 것보다 못하다.)

a-2) 所柔勝所强.(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b) 有人, 無人.(들은 사람은 있어도 본 사람은 없다.)

b-1) 有聞龍之人, 無見龍之人.(용을 들은 사람은 있어도 용을 본 사람은 없다.)

 

우리말은 용언이 활용하여, ‘먹다’가 ‘먹음’처럼, 어간에 ‘-음(ㅁ), -기, -한 것’이 붙어 명사형이 되고,

‘먹는’처럼 ‘-는’이 붙어 관형사형이 된다.

그런데 한문에서 동사가 활용이 없으므로 문맥에 따라 동사를 다른 품사로 전환하여 적절하게 해석을 해야 한다.

위의 a 문장에서 본래 동사인 聞, 見자가 형태는 변화가 없지만, 명사형으로 전환되어 해석이 됨을 볼 수 있다.

a-1처럼 어조사 所자가 용언 앞에 와서 용언이 명사적으로 전성되어 쓰임을 명료하게 나타내면, 聞 자의 해석이 쉬워진다. 여기서 所자는 기능이나 성질이 우리말의 의존명사 ‘바(것)’와 비슷해 보인다.

a-2처럼 所자가 형용사를 명사로 바꾸는 데에도 간혹 쓰이기도 한다.

 

위 b 문장에서 聞, 見자는 뒤 단어를 수식하는 관형사로 전성되어 해석이 된다. 그런데 보통 「동사+명사」 구조는 「서술어+목적어」로 해석이 많이 되니, 동사가 관형사로 전성되어 쓰일 경우와 잘 구별해야 한다. b-1처럼 수식하는 단어와 수식을 받는 단어 사이에 之자를 써서 동사가 관형어로 쓰임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형태가 많이 쓰인다. 수식하는 단어가 동사로 한 단어일 때는 之자는 잘 쓰이지 않는 듯하다.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임

 

한 단어가 형태의 변화 없이 여러 품사를 겸하는(一單語 多品詞) 것도 우리말과 다른 한문의 특징이다. 그런데 물론 한문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더러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가 있어서, 콕 집어서 무슨 품사로 쓰였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우리말은 대개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품사로 쓰인다.(엄밀히 말하면, 우리말에도 명사나 부사를 겸하는 단어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는 한문에 비교하면 한 단어가 두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국어에서 동사나 형용사 중에 명사에서 파생한 것이 있는데, 이런 동사나 형용사에는 대개 뒤에 접사가 붙어서 명사와는 약간 다른 형태를 띠어, 서로 다른 단어로 간주된다.)

그런데 국어에서 한 단어가 명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영어를 보면 rain(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show(보이다[동사], 쇼[명사])、 water(물[명사], 물을 끼얹다[동사]) 등에서 보듯이, 한 단어가 명사, 동사 등을 겸하여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문에서도 한 단어(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단히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사실 아래 열거한 한자 중에는 또 다른 품사로 쓰이는 것도 있는데, 간단히 실은 것이다.

 

․食 - 먹다(동사), 밥(명사)

․衣 - 옷(명사), 입다(동사)

․雨 - 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之 - 가다(동사), 그것(대명사)

․輕 - 가볍다(형용사), 가벼이 여기다(동사)

․遂 - 드디어(부사), 이루다(동사)

․已 - 이미(부사), 그치다(동사), 뿐(어조사)

․若 - 만약(부사), 너(대명사), 같다(형용사)

 

이렇게 한문에서 단어(한자)가 한 품사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렇듯 하나의 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한자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까다로워 의미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아래 예문을 보라.

 

a) 風聲耳耳, -바람소리가 들릴 이다.

b) 夫夫妻妻, 家不和乎. -남편남편답고 아내아내다우니, 집이 화목하지 않겠는가.

不王之王王, 豈國盛哉. -왕답지 않은 왕을 하니, 어찌 나라가 번성하겠는가.

 

위 예시 a에서 耳자가 ‘귀’, ‘들리다’, ‘뿐’ 으로 각자 다른 의미로 쓰였고, 또한 품사가 각각 달리 쓰였다.

예문 b에서 夫(남편, 남편답다), 妻(아내, 아내답다), 王(왕, 왕답다, 왕을 하다)이 각각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었다. 이렇게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는 경우도 은근히 해석에 헤맬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好酒, 無日不飮焉.-왕이 평소에 술을 좋아하여,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

欲登山, 降雨乃止矣. -등산하려고 했으나, 마침 비가 내려 그만두었다.

 

위 예시에서 보듯이, 밑줄 친 단어가 부사로 해석이 되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素자는 주의미가 ‘희다’는 형용사로, 會자는 ‘만나다’는 동사로 인식이 박혀, 그 의미가 부사 같은 다른 품사로 풀이되는 경우에는, 이것을 해석하기가 막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이는 한자는 대개 상황이나 때에 관련된 의미를 갖는 終(끝내), 會(마침), 卒(갑자기) 등 적지 않다.

 

a) 行.(동쪽으로 가다)

    入.(성 들어가다)

b) 男與花(於)也.(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주었다.)

     腕長(乎), 脚長(乎).(팔은 손보다 길고, 다리는 발보다 길다)

     兒(以)石破窓也.(아이 돌로 창을 깼다)

 

명사가 주어, 목적어가 아닌 개사구(개사(어조사)+명사)처럼 해석이 될 경우가 있다.

위 a에서 東, 城은 앞에 어조사 於가 없지만, 개사구 비슷하게 해석이 된다. 이렇게 한자가 외형적으론 명사 같은데, 개사구로 해석이 되는 경우는 예문 a에서 보듯이, 대개 그 한자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이 있을 때나 결합하는 동사(한자)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을 가질 때이다.

예문 b처럼 괄호를 한 한자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거나, 그것을 보충하여 해석이 가능한 상황도 명사가 개사구(국어 기준으로는 부사어) 형태로 풀이가 된다.

 

先生不能行之也.(선생이 의리로 그것을 할 수 없었다)

君子不好財, 好之也.(군자는 겉으로는 재물을 싫어하나, 속으로는 좋아한다)

비고) 先生不能行之也.(선생이 의리가 그것을 할 수 없었다)

 

위 예문에서 밑줄 친 한자가 ‘-로’ 조사를 취하고, 부사어로 해석이 되었다. 이렇게 부사로 해석이 되고, 비고처럼 명사로 해석하면 의미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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