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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해석을 위한 기초 지식
기초한문
대한민국 성립 이후,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들은 우리 전통 문화의 계승에 대하여 여러 방면에서 자주 논의해 왔는데, 간추려 보면 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겠다. 곧 하나는 문헌을 통한 계승이요, 다른 하나는 민속을 통한 계승이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문헌을 통하여 전통 문화를 계승하려면, 반드시 한문을 터득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나라의 전래 문헌들은 대부분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한문을 연수해야 하는 까닭이 있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한문은 외국 글이라는 것이다. 한문은 중국의 옛글이다. 어떤 이는 한문을 우리말의 글말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큰 잘못이다. 한문과 우리 글은 문법(말본)이 다르다. 문법이 다르다는 것은 바로 두 말의 계통이 다름을 일러주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 글을 배우고 익히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글의 문법을 익혀야 한다. 여기에서 '한국인을 위한 한문의 규범문법(規範文法, 학교문법) 설정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한문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곧 한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울까?
보기를 들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고 하자.
1) 天圓也(하늘이 둥글다)
2) 天之圓也(하늘이 둥근 것은)
위에 보기로 올린 두 개의 월은 한문의 경우는, 2)의 '之'를 제외하고는 꼭 같은 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말로 된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월은 그 뜻이 서로 다르다. 글쓴이는 이 두 월을 두고서 한문을 배우는 데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리면 이렇다.
첫째는 1)과 2)를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다.
이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장점과 단점을 아울러 갖고 있다. 옛날의 서당교육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서당에서는 하나의 텍스트를 마친 뒤에는 그 전체를 외우게 했고, 그것을 보지 않고 외울 수 있어야 다음 단원으로 넘어갔던 것이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 꾸준히 공부해 가면 이른바 문리를 확실히 깨우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한문을 공부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 째는 1)과 2)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숙어 형태를 찾아내어 이를 통하여 이들 사이의 다른 점을 공부하는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기 월 2)에는 명사(天)과 동사(圓)의 사이에 '之'란 글자가 들어 있다.
한문 입문서에서는 흔히 이를 <A 之 B 也>란 숙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뜻은 'A가 B하는 것은' 또는 'A가 B할 때에'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 외우는 것보다는 배우는데,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장점은 있으나, 이 방법에는 이것이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겉보기에 그와 비슷한 형태가 나오면 무조건 위에서 말한 뜻으로 해석하여 오역을 만들어내는 단점이 있다.
보기를 하나 더 올리면 한문의 합성어에 '所以'라는 낱말이 있다. 한문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를 '까닭'의 뜻으로 새기거나 조금 더 나아가서는 '도구' '방법' '수단'이란 뜻으로 새기는데, 문장에 따라서는 '所以'를 위에 올린 뜻으로써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가 있다. 그것은 불완전명사 '所'와 그 뒤에 그것과 결합하여 하나의 월성분을 이루는 체언이 줄어진 전치사 '以'가 결합되어 생겨난 '所以'의 원 모습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 째 방식은 한문 문법을 통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다. 그런데 기호에는 그 기호를 엮는 코드가 있다. 우리가 어떤 기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기호를 엮는 기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기호를 엮는 코드는 문법이다. 따라서 어떤 언어를 익히려면 그 언어의 코드인 문법을 알아야 한다. 한문을 배우기 위해서도 꼭 같다. 글쓴이는 한문을 배우는 데 왕도가 있다면 그것은 한문문법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문문법은 어떻게 배워야할까?
우리의 머리 속에는 우리말이 생각말로서 들어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랑그(머리 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말)인 우리말로 사고하고 우리말로써 언어생활을 한다. 가령 우리가 영어로서 의사를 전달한다고 하자.
그런데 우리가 두 개의 언어를 랑그로,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머리에는 결코 영어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곧 우리말로 먼저 낱말을 선택하고 이를 우리말의 통어(統語) 규칙에 따라 월로 만든 뒤에 이를 다시 영어로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글쓴이는 어떤 외국어 문법을 배울 때는 그 말을 제 나라의 문법에 견주어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본론에 앞서 우리말과 한문이 어떠한 점에서 다른가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겠다.
1.1. 한문과 우리말의 다른 점
한문과 우리말이 다른 점은 크게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1) 어순이 다르다.
2)우리말의 월성분은 대개 의미를 나타내는 부분(의미소)과 문법을 나타내는 부분(문법소)이 어울려서 되어 있는데, 한문은 대개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3) 한문의 용언(동사, 형용사)은 우리말의 용언이 <어간+어미>로 되어 있는 것과 달리 어간만으로 되어 있다. 곧 <어간+Ø형태소>로 되어 있다.
4) 한문에는 우리말에 없는 품사가 둘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한문과 우리말이 다른 네 가지 점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겠다.
1) 한문과 우리말은 어순이 다르다.
사람의 말은 '주체에 대한 설명'이 아니면,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월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은 '주어'와 '객어(목적어)' 그리고 '서술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월의 경우에는 우리말의 어순과 한문의 어순은 다른 점이 없다.
곧 둘 다 주어가 앞에 놓이고 서술어가 뒤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주체와 객체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는 월의 경우에는 한문의 어순과 우리말의 어순은 완전히 다르다. 곧 우리말은 <주어+객어+서술어>로 이루어지는데 한문은 <주어+서술어+객어>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어순을 가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은 월성분의 차례는 그 월성분에 대한 민족들의 관심도에 따라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에 따른다면 우리 민족은 중국 민족보다 객체물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들에 대하여 보기를 들면 이렇다.
1) 水, 流(물이 흐른다)
2) 山, 高(산이 높다)
3) 兄, 讀書(형이 책을 읽는다)
4) 我, 登山(내가 산에 오른다)
위의 월 1)과 2)는 월의 서술어인 '流(흐르다)'와 '高(높다)'가 각각 주체인 水(물)와 山(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위의 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어순은 한문과 우리말이 다른 것이 없다.
그러나 3)과 4)는 다르다.
곧 3)에서는 서술어 '讀(읽다)'이 주체인 '兄(형)'과 객체인 '書(책)'와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고,
4)에서는 서술어 '登(오른다)'이 주체인 '我(나)'와 객체인 '山(산)'과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월은 위의 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다.
2) 한문의 월성분들은 대개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의 보기들에서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말은 부사어와 관형어를 제외한 모든 월성분이 <의미소+문법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러나 한문의 월성분은 대개가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이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1) 水, 流(물이 흐른다)― '水'는 주어이다.
2) 兄, 讀書(형이 책을 읽는다)― '讀'은 서술어이다.
3) 先生, 看月(선생이 달을 본다)― '月'은 목적어이다.
4) 弟, 居慶州(아우가 경주에 산다)― '慶州'는 위치어이다.
5) 義, 重泰山(의가 태산보다 무겁다)― '泰山'은 비교어이다.
위의 보기 월들에서 알 수 있듯이 한문의 월은 문법소가 없이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보기 2)의 '讀'이 어미가 없이 어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겠지만 이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한편 우리말은 의미소와 문법소가 결합되어 이루어지는데 한문은 이렇게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확언할 수는 없지만, 글쓴이는, 이는 우리말의 어순과 한문의 어순 차이에 큰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도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한문의 월성분은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동사를 중심으로 하여) 그것이 놓인 위치에 따라서 월성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보기를 들면 이렇다.
1) 我見先生(나는 선생님을 보았다)
2) 先生見我(선생님께서 나를 보셨다)
위의 월 1)과 2)는 꼭 같이 '我'와 '見' 그리고 '先生'이라는 세 낱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我'와 '先生'은 주어와 목적어의 구실을 서로 바꾸어가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뒤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3) 한문의 용언은 어간만으로 되어 있다.
위의 "兄, 讀書(형이 책을 읽는다)"란 월을 풀이하면서 필자는 '讀'은 '읽다'란 뜻이 아니라 '읽-'이란 뜻만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讀'에는 우리말의 어간에 해당하는 '읽-'이란 뜻만 있을 뿐, 우리말의 어미에 해당하는 '-다'란 뜻은 없다.
한문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위에서 말한 각 월성분이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것과 용언이 어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이다(우리말의 경우 주어, 목적어 등의 월성분은 대개 2 낱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서술어는 하나의 낱말로 되어 있다. 그런데 월에서 서술어의 구실을 하는 낱말인 동사와 형용사는 <어간+어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때 어간은 의미소이고, 어미는 문법소이다.
그러니 한문의 월성분이 의미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문의 용언이 어간만으로 되어 있다는 말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문의 용언이 어간만으로 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보기를 들어 보이겠다.
1) 烏, 飛(까마귀가 난다)
2) 烏飛, 梨落(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다)
3) 顔, 白(얼굴이 희다)
4) 顔白, 如雪(얼굴이 희기가 눈과 같다)
위의 보기 가운데 '鳥飛'란 월을 두고서 설명해보기로 하겠다. 이 월은 쉽게 우리말로 "새가 난다"로 새길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이 월의 서술어인 '飛'는 어간인 '나-'만 가지고 있을 뿐 어미가 없다(정확히 말하면, Ø형태로 붙어 있다). 따라서 이 말을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 될 수가 있다. 그 가운데 몇 개만 보기로 올리면 이렇다.
1) 새가 날았다.
2) 새가 날 것이다.
3) 새가 날고,
4) 새가 난(나+은) 것은.
5) 새가 나는.
4) 한문에는 우리말에 없는 품사가 있다.
한문의 조사는 우리말의 조사가 체언의 뒤에만 오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곧 한문의 '조사(助詞)'는,
먼저 1)낱말에 붙는 조사와 2)절이나 월에 붙는 조사(종결사)로 나누어지고,
마지막으로 1)낱말에 붙는 조사는,
1-1)체언 앞에 붙는 '전치사(前置詞)'와 1-2)체언 뒤에 붙는 '후치사(後置詞)'로 나누어지며,
종결사(終結詞)는 그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다. 보기를 올리면 이렇다.
1) 王, 移民於江南(왕은 백성을 강남으로 옮겼다)― 전치사
其人, 自慶州來(그 사람은 경주에서 왔다)
2) 已往之不諫(이미 지나간 것을 탓하지 못한다)― 후치사
3) 山, 靑也(산이 푸르다)― 종결사
山, 靑乎(산이 푸르냐?)
위에서 2) 후치사는 우리말의 조사와 그 자리가 꼭 같다. 그러나 1)은 우리말에는 없는 것이며, 3)은 우리말에도 월의 끝에 붙는 '시피'와 '마는' 등의 조사가 있으나 그 구실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한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품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전치사에 대해서는 영어를 배워 익히 알고 있겠으나, 종결사에 대해서는, 이것이 한문에서 중요한 구실들을 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문의 종결사는 서법(敍法)과 큰 관계를 맺고 있다. 곧 위의 예문 3)에서 보듯이 "山, 靑"이란 꼭 같은 월에 하나는 그 뒤에 '也'가 붙어있고, 하나는 '乎'가 붙어 있는 데 따라서 평서문과 의문문으로 달라져 있는 것이다. 아래 보기월을 몇 개 올리면 이렇다.
1) 王, 善也(임금이 선하다) *善: 선하다.
2) 王, 善乎(임금이 선하냐?)
3) 王, 善哉(임금이 선하구나!)
4) 王, 善而已(임금이 선할 뿐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王, 善(임금이 선하다)"란 월 뒤에 '也' '乎' '哉' '而已'란 종결사가 붙음에 따라 월의 종류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한편 '也'와 같은 평서문으로 만드는 종결사(矣, 焉 등)와 '而已'와 같이 한정문으로 만드는 종결사(耳, 爾, 而已矣 등)는 생략하고 쓰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이 경우에는 문맥을 통해서 줄여버린 종결사의 성격을 알아내어야 한다. 이 또한 한문의 어려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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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해석을 위한 기초 지식| ……… 한문 기초문법
지금까지는 한자(漢字)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한자를 배우는 것이 최종목표가 아니라 이러한 한자들로 이루어진 한문(漢文)을 해석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여기에서는 한문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 한자의 어순(語順)은 영어와 똑같다.
똑같이 영어를 배우면, 중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고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한문과 영어는 어순(말의 순서)가 같다는 것이다.
영어 문장을 해석해보면 말의 순서가 우리와 다르다. 예를 들어 "I go to school"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나는 간다, 학교에"가 된다. 즉 주어("나는")가 맨 먼저 오는 것은 같으나, 목적어나 보어("학교에")가 영어에서는 뒤에 나온다.
한문의 어순은 영어와 똑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 go to school"은 "오등교(吾:나 오 登:오를 등 校:학교 교)"가 된다. 여기에서 "등(登)"자는 "간다"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간단한 영어를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은 한문의 문법은 별도로 배울 필요가 없다.
몇가지 예를 더 보자.
⊙ 아시소년(我:나 아 是:이 시 少:젋을 소 年:해 년) : I am a boy.
나는 소년이다. 是는 "~이다"라는 뜻도 있다.
⊙ 소년위왕(少:젋을 소 年:해 년 爲:할 위 王) : The boy become a king.
소년은 왕이 되었다. 爲는 "~이 되다"라는 뜻도 있다.
⊙ 형귀가(兄:형 영 歸:돌아올 귀 家:집 가) : The brother return to home.
형은 집으로 돌아왔다.
⊙ 오독책(吾:나 오 讀:읽을 독 書:글 서) : I read a book
나는 책을 읽는다.
⊙ 청출어람, 청어람(靑:푸를 청 出:날 출 於:어조사 어 藍:쪽 람 靑:푸를 청 於:어조사 어 藍:쪽 람) : The blue color is come from tinctoria, but is bluer than tinctoria. 푸른 색은 쪽풀에서 나왔으나, 쪽풀보다 더 푸르다. 참고로 쪽풀은 푸른색 물감을 만드는 풀의 일종이다.
■ 주어가 생략되는 것은 한글과 같다.
영어에는 반드시 주어가 들어간다. 영어에서 주어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에는 모두 명령문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한글에는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 에를 들어 "너 어디 가니?"하고 물어 볼 때 "나는 학교에 간다"와 "학교에 간다"는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Where are you going?"이라고 물을 때 대답이, "I go to school."과 "Go to school."은 완전히 다른 뜻이 된다. 앞 문장은 "(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뜻이지만 뒷 문장은 "학교에 가라"라는 의미가 된다.
한문에서는 한글과 마찬가지로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 또한 영어처럼 주어를 생략했다고해서 명령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예를 든 "오등교(吾登校)"에서 "등교(登校)"만 쓰더라도 "학교에 간다"라는 뜻이 된다.
일반적으로 맨 앞에 오는 글자가 주어가 되지만, 주어가 생략될 때에는 동사가 바로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 한자에는 품사(品詞)가 없다.
한글 사전이나 영어 사전에는 모든 단어 마다 품사가 있다. 즉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을 구분해 놓았다. 하지만 한자 자전에는 이러한 품사가 없다. 왜냐하면 한자의 모든 글자는, 글자의 위치에 따라 모든 품사가 다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의 예를 다시 보자.
여기에서 앞에 나오는 청(靑)자는 "푸른색(The blue color)"이라는 명사가 되고, 뒤에 나오는 청(靑)자는 "더 푸르다(bluer)"라는 비교급 형용사가 된다.
어(於)자도 두번 나오는데, 앞에 나오는 어(於)자는 "~로 부터(from)"이 되고, 뒤에 나오는 어(於)자는 "~보다(than)"라는 접속사가 된다.
한문의 해석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사나 동사의 구분만 있어도, 동사 앞부분은 주어, 동사 뒷부분은 목적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는 어디까지가 주어이고, 어디부터가 목적이인지를 알 수 없다. 더우기 한자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더더욱 어렵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無無無無無"를 해석해보면 "무(無)란 없다(無)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무(無)란 없는 것(無) 조차도 없다(無)"가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無)의 해석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논어(論語)에 나오는 문장 중 "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 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고 해석한다.
■ 한자를 잘 해석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문을 해석하려면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야한다.
위의 문장에서 앞의 "君"은 주어니까 "임금은"이 된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君"은 "임금다워야 한다."로 해석하였다. 왜 하필이면 "임금다워야 한다'일까? "임금은 임금일 뿐이다", 혹은 "임금을 임금이라 한다" 라고 해석하면 안되나?"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굳이 답이 있다면 앞뒤 문장으로 뜻을 추리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말에도 "나는 배를 샀다"라고 하면 "배"가 "먹는 배"인지, "타는 배"인지, 이 문장 하나만으로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앞뒤 문장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먹는 배"인지, "타는 배"인지 둘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따라서 한자를 해석할 때에는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을 보면 문장의 해석을 통채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해왔다. 하지만 한문 해석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 글자를 보고 문장의 종류를 먼저 파악하자
어떤 글자가 문장에 들어 있으면, 이 문장이 서술문인지, 의문문인지, 가정문인지 알 수 있다. 한문 해석하는 방법을 빨리 익히려면 이런 글자부터 외어야 한다. 또한 이런 글자들은 대부분 글자의 원래 의미보다는 새로운 의미가 가차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앞에서 배운 글자의 의미와 별도로 다시 배워야한다. 다음은 이런 글자들의 예이다.
▶ 서술문
⊙ 주어 바로 다음에 오는 서술어(be, become) : 시(是), 위(爲)
- 색즉사공(色卽是空) : 색이(色) 곧(卽) 공(空)이다(是). 색(色)은 "세상의 만물"을 공(空)은 무(無)를 의미한다.
⊙ 문장 뒤의 어조사(am, are, is) : 어조사 야(也), 어찌 언(焉), 어조사 의(矣)
이런 글자가 문장 끝에 들어가 있으면 "~이다"라고 해석하면 된다.
▶ 의문문
⊙ 동사 앞의 의문사(what, where, when, which, how 등) : 어찌 하(何), 어찌 해(奚), 편안할 안(安), 어찌 언(焉)
이런 단어가 동사 앞에 오면 의문문이 된다.
⊙ 문장 뒤의 어조사(Am I~, Are you~, Is he 등) : 어조사 호(乎)
문장 맨 뒤에 이런 글자가 있으면 의문문이 된다.
-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배우고(學) 그리고(而) 때때로(時) 그것을(之) 익히면(習), 또한(亦) 기쁘지(說) 아니(不)한가?(乎)
▶ 부정문
⊙ 부정(not) : 아닐 부(不), 아닐 비(非), 없을 무(無), 없을 막(莫), 없을 무(毋), 아닐 미(未)
동사 앞에 이런 글자가 들어가면 부정문이 된다. 영어의 "not"이 동사 앞에 가는 것과 같다.
▶ 명령문
⊙ 금지(Do not) : 말 물(勿)
문장 앞에 오면 "~을 하지마라"는 의미가 된다.
- 물식빙(勿食氷) : 얼음을 먹지 마라
⊙ 부탁(please) : 원할 원(願)
문장 맨 앞에 원(願)자가 들어가면 부탁하는 말이 된다.
- 원선생동행(願先生同行) : 원하건데(부디), 선생(先生)은 함께(同) 갑시다(行).
⊙ 강한 명령 : 어조사 의(矣)
동사 뒤에 와서 강한 명령을 나타낸다.
- 왕의(往矣) : 가거라
▶ 가정문
⊙ 만약에(if) : 약(若)
▶ 감탄문
■ 한자에도 품사가 있다
한자에는 품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인칭 대명사나 전치사, 접속사 등이 있다. 이런 글자를 익혀 두면 문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인칭 대명사
⊙ 1 인칭 대명사(I, my, me, we 등) : 나 오(吾), 나 아(我), 나 여(余), 나 여(予), 나 짐(朕)
모두 나라는 의미를 가졌다. 따라서 이런 글자가 문장 앞에 오면 대부분 "나는~(I)"이라고 해석하면 된다. 또한 아(我)자는 "우리"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 오불문(吾不聞) : 나는 듣지 못했다
- 왕염여(王厭予) : 왕은 나를 싫어한다.
⊙ 2인칭 대명사(you, your 등) : 너 여(汝), 여자 여(女), 이(爾)
2인칭 대명사로 주격,소유격, 목적격 등으로 사용된다.
⊙ 3인칭 대명사(he, she, it, they 등) : 저 피(彼), 다를 타(他), 갈 지(之), 아무 모(某), 그 기(其)
3인칭 대명사로 주격,소유격, 목적격 등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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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單語)상의 특징
한문이 가지는 단어상의 특징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하나는 한문이 우리말과 달리 용언(동사, 형용사)이 활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단어가 여러 가지 품사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알아보자.
▶ 용언이 활용이 없다.
먼저 활용이란 ‘용언(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이나 서술격 조사에 변하는 말이 붙어 문장의 성격을 바꿈’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는데, 쉽게 말해 ‘먹다’라는 단어가 ‘먹-’이라는 어간에 ‘먹어라, 먹냐, 먹고, 먹음’ 등의 어미가 붙어 ‘먹다’라는 단어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활용’으로 알면 된다.
그런데 한문에는 이러한 용언의 형태 변화가 없다.
이러한 용언의 무활용(無活用)은 한문 같은 고립어(孤立語)의 특징이다. 한문에서 용언이 변함이 없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한문에서 용언이 활용하지 않으니, 가령 영어 같으면 동사 활용인 동명사, 분사, 진행형 등을 공부해야 하지만, 이런 학습할 거리가 없어서 수고를 더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신에 그 용언의 의미를 눈에 보이는 어미나 접사의 형태가 아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문맥에 주로 의존하여 해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吾昨日食冷麵. (나는 어제 냉면을 먹었다.)
梨與沙果, 孰食. 速擇. (배하고 사과하고 무엇을 먹을래. 빨리 골라라.)
欲壽, 則食魚類. (오래 살려면, 생선을 먹어라.)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각각 食자는 형태 변화가 없는데, 상황에 따라 ‘먹었다’, ‘먹을래’, ‘먹어라’ 등으로 형태가 변하여 해석이 된다. 이것은 食자가 겉으론 형태의 변화가 없지만, 평서문뿐만 아니라 의문, 명령 등에 두루 쓰인다는 것이다. 食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문맥에 의존하여 판단해야 한다.
위에서 食은 아직 다른 품사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한문에선 용언이 다른 품사로 전환되어 쓰이는 품사 전성(轉成)도 용언의 형태 변화 없이 이루어진다.(품사 전성은 형태는 다른 품사로 쓰이지만, 기능은 본래의 품사 기능을 하는 것으로 기능까지 바뀐 파생어와는 다르다.)
우리말은 용언이 명사나 부사로 전성할 때는 물론이고, 형용사가 수식하는 용도(관형어)로 쓰일 때에도 전성해 쓰일 때도 그에 따른 어미가 단어(어간)에 붙어서 단어의 모양이 변한다. 한문에서 용언이 품사 전성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한문에서 품사 전성이 된다고 가정하면, 역시 한문에서는 용언이 활용이 없으니까, 품사 전성이 일어나는 때에도 용언의 형태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석을 할 때에는 모양은 동사(용언) 형태이지만, 명사 등으로 품사를 바꿔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자.
a) 百聞不如一見. (백번 들음이 한번 봄보다 못하다.)
a-1) 所百聞不如所一見. (백번 들은 것이 한번 본 것보다 못하다.)
a-2) 所柔勝所强. (△)
b) 有聞人, 無見人. (들은 사람은 있어도 본 사람은 없다.)
b-1) 有聞龍之人, 無見龍之人. (용을 들은 사람은 있어도 용을 본 사람은 없다.)
우리말은 용언이 활용하여, ‘먹다’가 ‘먹음’처럼, 어간에 ‘-음(ㅁ), -기, -한 것’이 붙어 명사형이 되고, ‘먹는’처럼 ‘-는’이 붙어 관형사형이 된다. 그런데 한문에서 동사가 활용이 없으므로 문맥에 따라 동사를 다른 품사로 전환하여 적절하게 해석을 해야 한다.
위의 a 문장에서 본래 동사인 聞, 見자가 형태는 변화가 없지만, 명사형으로 전환되어 해석이 됨을 볼 수 있다.
a-1처럼 어조사 所자가 용언 앞에 와서 용언이 명사적으로 전성되어 쓰임을 명료하게 나타낸다. 여기서 所자는 기능이나 성질이 우리말의 의존명사 ‘바(것)’와 비슷하고, 활용하는 어미로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a-2처럼 所자가 형용사를 명사로 바꾸기 위해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위 b 문장에서 聞, 見자는 뒤 단어를 수식하는 관형사로 전성되어 해석이 된다. 그런데 보통 「동사+명사」 구조는 ‘서술어+목적어’로 해석이 많이 되어, 동사가 관형사로 전성되어 쓰일 경우와 잘 구별해야 한다.
b-1처럼 수식하는 단어와 수식을 받는 단어 사이에 之자를 쓰기도 하는데, 수식하는 단어가 동사로 한 단어일 때는 之자는 잘 쓰이지 않는 듯하다.
▶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인다.
한 단어가 여러 품사를 겸하는(一單語 多品詞) 것도 우리말과 다른 한문의 특징이다. 물론 한문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 모호한 경우도 있고, 굳이 무슨 품사로 쓰인다는 것까지 알지 알아도 된다. 그리고 한문에서 한 단어가 여러 품사로 쓰이는 사실도 한문 공부를 조금만 하다보면 금방 저절로 알아낼 수 있다. 우리말은 대개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품사로 쓰인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말에도 명사나 부사를 겸하는 단어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는 한문에 비교하면 한 단어가 두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동사나 형용사 중에 명사에서 파생한 것이 있는데, 이런 동사나 형용사에는 대개 뒤에 접사가 붙어서 명사와는 약간 다른 형태를 띠어, 서로 다른 단어로 간주된다.)
그래서 국어에서 한 단어가 명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영어를 보면 rain(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show(보이다[동사] 쇼[명사]), water(물[명사], 물을 끼얹다[동사]) 등의 단어가 명사, 동사 등을 겸하여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문에서도 한 단어(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단히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ㆍ食 - 먹다(동사), 밥(명사)
ㆍ衣 - 옷(명사), 입다(동사)
ㆍ雨 - 비(명사), 비가 내리다(동사)
ㆍ之 - 가다(동사), 그것(대명사)
ㆍ遂 - 드디어(부사), 이루다(동사)
ㆍ已 - 이미(부사), 그치다(동사), 뿐(어조사)
ㆍ若 - 만약(부사), 너(대명사), 같다(형용사)
이렇게 한자가 한 품사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품사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이렇듯 하나의 한자가 두 가지 품사 이상으로 쓰이기 때문에, 간혹 어떤 한자가 어떤 품사로 쓰였는지 구분하기가 까다로워 해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a) 男從美女, 女從富男. -남자는 미녀를 좇고, 여자는 부유한 남자를 좇는다.
a-1) 敵從窟攻我國. -적이 굴에서(굴을 통해) 우리나라를 침공해 왔다.
b) 夫夫妻妻, 家不和乎. -남편이 남편답고 아내가 아내다우니, 집이 화목하지 않겠는가.
不王之王王, 豈國盛哉. -왕답지 않은 왕이 왕을 하니, 어찌 나라가 번성하겠는가.
c) 王素好酒, 無日不飮焉. -왕이 평소에 술을 좋아하여,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
欲登山, 會降雨乃止矣. -등산하려고 했으나, 마침 비가 내려 그만두었다.
위 예시 a에서 從자는 ‘좇다’라는 의미로 동사로 쓰였다. 이것은 우리가 웬만한 한자 실력만 있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a-1처럼 從자가 품사도 의미도 완전히 다르게 쓰이면 그 의미를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예문 b에서 夫, 妻, 王이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었다. 이렇게 의미는 비슷하나, 품사가 달리 해석되는 경우도 은근히 해석함에 헤맬 수 있다.
예문 c에서 보듯이, 일부 한자는 주된 의미로는 유추하기가 쉽지 않은 부사적인 의미로 쓰인다. 사실 적지 않은 한자가 이런 용도로 쓰인다. 이런 부사는 단순히 단어를 수식하는 것이 아니고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데, 이것은 국어의 문장 부사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a) 東行.(동쪽으로 가다) 入城.(성에 들어가다)
b) 男與花(於)女也.(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주었다.)
腕長(乎)手, 脚長(乎)足.(팔은 손보다 길고, 다리는 발보다 길다)
한자가 명사처럼 보이지만, 부사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도 어떤 단어가 형태의 변화 없이 명사와 부사를 경우는 흔한데, 대개 이런 단어는 의미가 시간이나 장소와 관계가 있다.
예문 a에서 東, 城은 앞에 어조사 於가 없지만, 於가 있는 것처럼 부사적으로 해석이 되었다. 이렇게 한자가 명사 같은데, 부사적으로 해석이 되는 경우는 예문 a에서 보듯이, 대개 그 한자 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이 있을 때나 결합하는 동사(한자)의 의미가 처소와 상관을 가질 때이다.
특히 단어(한자)가 부사와 용언(동사, 형용사)이나 명사를 겸하는 경우에 이런 혼란이 더 심하게 된다. 예문 b처럼 어조사(개사)가 생략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도 명사가 부사로 해석이 된다.
기본적인 한문 문장의 구조
기본 구조
‘문장의 기본구조’란 주성분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의 구조를 말한다.
이는 주술 구조, 주술목 구조, 주술보 구조, 주술목보 구조로 나뉘어진다.
(1) 주술 구조 : 주어 ∥ 서술어
‘주어+서술어’로 이루어진 구조이다. 주어는 행동 주체를, 서술어는 행동이나 상태를 나타낸 다. 어순은 우리말과 같다.
① 체언+체언( 무엇이 + 무엇이다) : 뒤에 어조사 也(야)가 붙는다. 예] 時║春也 → 때는 봄이다.
② 체언+동사(무엇이 + 어찌하다) 예] 日║出 → 해가 뜨다.
③ 체언+형용사(무엇이 + 어떠하다) 예] 月║明 → 달이 밝다.
(2) 주술목 구조 : 주어 ∥ 서술어 | 목적어
‘주어+서술어+목적어’로 이루어지며 목적어는 서술어의 행동 대상이 된다.
‘~이(가) ~을(를) ~하다’로 풀이한다.
예] 父║耕 | 田 → 아버지가 밭을 갈다, 兒║讀⃒書 → 아이가 책을 읽는다.
(3) 주술보 구조 : 주어 ∥서술어 / 보어
‘주어+서술어+보어’로 이루어진 문장 구조를 말한다. 보어는 주어를 보충하거나 서술어를 보충 또는 한정하여 부족한 뜻을 완전하게 하는 보족의 구실을 한다.『한문 문장의 보어는 우리말이나 영어의 보어와는 다름에 유의한다.』‘~은(는) ~이(가) ~하다(이다)’로 풀이한다.
예] 我║登∕山 → 나는 산에 오르다, 人║有∕情 → 사람은 정이 있다.
(4) 주술목보 구조 : 주어 ∥ 서술어 | 목적어 / 보어
‘주어+서술어+목적어+보어’로 이루어진 문장 구조이다.
보어는 목적어를 보충하여 서술어 와 목적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 주는 보족의 구실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서술어를 보충해 주는 경우도 있다. ‘~이(가) ~을(를) ~에게(라고) ~하다’ 로 풀이한다.
예] 人║謂⃒我∕賢 → 사람들이 나를 어질다고 말한다.
孔子║問⃒禮∕於老子 → 공자가 예를 노자에게 묻다.
확장 구조
확장 구조는 기본 구조에 수식어(관형어, 부사어)가 붙어서 이루어진 구조이다.
(1) 주술 확장구조 :
① 관형어 + 주어 + 서술어 예] 衆 鳥║飛 → 뭇 새가 난다.
② 주어 + 부사어 + 서술어 예] 鳥║高 飛 → 새가 높이 난다.
③ 관형어 + 주어 + 부사어 +서술어 예] 衆 鳥║ 高 飛 → 뭇 새가 높이 난다.
(2) 주술목 확장 구조 :
① 관형어 + 주어 + 서술어 + 목적어 예] 吾 兄║讀|書 → 나의 형이 책을 읽는다
② 주어 + 서술어 + 관형어 + 목적어 예] 兄║讀|良 書 → 형이 좋은 책을 읽는다.
③ 관형어 + 주어 + 부사어 + 서술어 + 관형어 + 목적어
예] 吾 兄║須 讀|良 書 → 나의 형은 모름지기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3) 주술보 확장 구조 :
① 관형어 + 주어 + 서술어 + 보어 예] 積善之 家║有∕慶 → 선행을 쌓는 집에는 경사가 있다.
② 주어 + 서술어 + 관형어 + 보어 예] 家║有∕餘 慶 → 집에는 남은 경사가 있다.
③ 주어 + 부사어 + 서술어 + 보어 예] 家║必 有∕慶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④ 관형어 + 주어 + 부사어 + 서술어 + 보어 예] 積善之 家║必 有∕慶 →선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⑤ 관형어 + 주어 + 서술어 + 관형어 + 보어 예] 積善之 家║有∕餘 慶 → 선을 쌓는 집에는 남은 경사가 있다.
⑥ 관형어 + 주어 + 부사어 + 서술어 + 관형어 + 보어 예] 積善之 家║必 有∕餘 慶 →선을 쌓는 집에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
한문 독해의 복병(伏兵) 고유명사.
고유명사는 다 알다시피, 인명(人名)이나 지명(地名)처럼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특정한 한 사물이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을 고유명사라고 한다. 그런데 한문에서 이 고유명사가 상당히 독해에 어려움을 주는 복병 역할을 한다. 아래 예문을 보라.
a. 德如堯舜, 辯如蘇張.(덕은 요, 순 같고, 말 잘하기는 소진, 장의 같다.)
b. 昔我國有達九者也. 九爲人大鼻小目也.(옛날에 우리나라에 달구라는 자가 있었다. 달구는 생김새가 코가 크고 눈이 작다.)
c. 鄭人有且置履者.[한비자] (정나라 사람 중에 장차 신을 사두려는 사람이 있었다.)
a 문장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堯舜이 누구들인지 蘇張이 누구들을 가리키는지 사전에 알고 있어야 독해가 쉽게 풀린다. 그렇지 않으면 해석에 상당히 애를 먹을 것이다. 활쏘기의 명수로는 예(羿), 마부의 달인으로 조보(造父) 등 어떤 방면이나 특성 등에 거의 상투적으로 굳어져, 칭해지는 상징화된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b 문장처럼 人名(인명)이 처음 언급되고, 두 번째 이후로 쓰일 때는 대개 이름의 맨 뒤 한 글자만 취하여 쓰는 특징이 보인다.
c는 한비자의 한 구절인데, 밑줄 친 且置履라는 부분이 고유명사인지 고유명사가 아닌지 다소 아리송하다. 且置履를 고유명사로 보면 ‘차치리’라는 뜻이 되고, 고유명사로 보지 않는다면 ‘장차 신발을 사려고 하다’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한문 문장 중에는 고유명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 외에 고유명사로 쓰이는 한자는 독음(讀音)에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고유명사로 쓰이지 않는 한자는 변한 독음을 변한 대로 인정하여 쓰지만, 고유명사로 쓰이는 한자는 그렇지 않고 독음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契丹은 ‘계단’이 아니고, ‘거란’으로 읽히고, 玄菟는 ‘현토’가 아니고, ‘현도’로 읽힌다. 그리고 물론 오류의 가능성도 있지만, 이것으로 契자의 본음은 ‘거’이고, 菟자의 본음은 ‘도’가 아니었나 하는 섣부른 짐작도 해 볼 수 있다.
구절이나 문장을 길게 취하는 한자(漢字).
한자 중에서 단순히 단어가 아니고 구절이나 문장을 길게 취하는 한자가 있다. 영어에서 that ~ 이하의 구절을 취하는 say, think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런 한자는 길게 취할 때 어디까지 걸려 취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또 단순히 단어만을 취하는 경우도 있어 혼란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a) 知道者不言道. -도를 아는 자는 도를 말하지 않는다.
b) 知落葉, 將冬來. -낙엽이 떨어지면 장차 겨울이 옴을 안다.
c) 敵知不勝我, 不攻我也. -적은 우리를 이기지 못함을 알고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위 a)에서 知는 간단히 단어인 道를 취하나,
b)는 길게 두 구절인 ‘落葉, 將冬來’를 취하고,
c)는 한 구절 不勝我를 취했다.
이렇게 知자처럼 길게 구절을 취하기도 하는 한자는 어디까지 걸리는지 가리기가 다소 까다롭다.
이처럼 길게 구절이나 문장을 취하는 한자나 한자 어구에는
言, 謂, 曰, 謂曰, 辭曰,
見, 聞, 知, 覺, 喩
以爲, 意者, 恐, 殆, 不如
願, 欲,
非, 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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