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폐절차에 쓰이는 함(函)은 형편이나 가풍에 따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어떤 재질을 써야 한다거나, 어떤 용도의 함을 써야만 된다는 등의 제한 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채단을 넣을 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라면상자등이나 나무궤짝 등을 사용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근래에는 신혼여행용 가방을 이용하는 예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이긴 합니다. 다만, 여행용 가방을 사용했을 경우 청홍겹보로 싸기가 어렵고, 혼서를 함(가방) 안에 넣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통습속보다도 실용적 측면을 우선시하는 분들은 가방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습속을 중요시 하는 분들은 한지로 제작된 종이함을 사용하면 실용적이면서도 품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지 종이함은 색조가 매우 간결하면서도 화려하고, 문양이 아름다우면서도 단아한 기품이 있어 우리 전통정서와 습속에 매우 잘 맞으며, 혼인이라는 경사와도 잘 어울립니다.
함은 보통 나무로 짠 궤(櫃)가 많이 쓰였는데, 오동나무가 가장 좋지만 은행나무나 기타 다른 나무로 만든 궤도 예의와 격식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채색된 함(函)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한지로 만든 상자함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쇄개금(鎖開金-자물쇠)이 달린 궤(櫃)에 주황색 실로 술을 만들어 매달아 사용합니다.
1. 함을 봉하는 절차
함은 다음 순서에 의해서 봉해집니다.
1) 방이나 마루에 화문석 또는 정갈한 돗자리를 깔고 탁자 또는 상을 한가운데 놓습니다. 2) 탁자나 상 위에 붉은 색 '함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함을 올려놓고 뚜껑을 엽니다. 3) 함의 바닥에 분홍색 또는 엷은 붉은색 계열의 한지를 통채로 깝니다. 비단겹보를 깔아도 좋습니다. 4) 황낭주머니/오곡주머니/오방주머니를 바닥의 네귀퉁이와 한가운데에 놓습니다.
※ 오색주머니 놓는 방법 분홍 주머니 - 서북쪽 귀퉁이 / 붉은 주머니 - 서남쪽 귀퉁이 / 파란 주머니 - 동북쪽 귀퉁이 / 연두색 주머니 - 동남쪽 귀퉁이 / 노란 주머니 - 한 가운데 ※ 주머니는 주둥이가 바깥쪽을 향하게 합니다. 한 가운데 노란 주머니는 서북쪽을 향하게 놓습니다.
5) 잘 캐켜놓은 청홍채단을 청홍한지로 싸서 청홍색실로 묶어 넣습니다. 이때, ① 청색채단은 홍색한지로 싸서 청색 색실로 묶습니다. ② 홍색채단은 청색한지로 싸서 홍색 색실로 묶습니다. ③ 색실 묶는 방법은 반드시 동심결(同心結)을 사용합니다. ④ 청색채단(홍색한지, 청색색실)을 먼저 넣고, 그 위에 홍색채단(청색한지, 홍색색실)을 올려놓습니다.
※ 동심결 매듭 방법은 다음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6) 두루마기감 등 여분의 채단을 그 위에 잘 캐켜서 차곡차곡 올려놓습니다.
※ 여분의 채단은 넣지않아도 무방합니다. 예의나 격식에 전혀 어긋나지 않습니다.
7) 청홍 작은 겹보자기에 펼쳐놓고 패물등속을 올려놓습니다. 다시 그 위에 쌍가락지 넣은 주머니를 올려놓고 보자기를 묶지않고 겹겹이 잘 여미어 줍니다. 패물이 없을 경우에는 쌍가락지 만을 올려놓습니다.
※ 쌍가락지는 넣지않아도 무방합니다. 예의나 격식에 전혀 어긋나지 않습니다.
8) 바닥에 깔았던 한지 또는 겹보의 나머지 부분으로 채단과 예물의 위를 덮습니다. 9) 근봉 한지띠를 왼쪽, 가운데, 오른쪽의 3곳에 끼워서 봉인합니다. 10) 물목단자를 올려놓습니다. 11) 사주단자를 올려놓습니다. (납채의례를 행한 경우에는 넣지 않습니다.) 12) 함의 뚜껑을 덮습니다. 이때 함에 자물쇠가 달려있는 경우,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노란색 술을 답니다.
2. 함을 싸는 절차
함에 채단과 예물, 사주단자 등을 모두 넣었으면 함의 뚜껑을 닫고 함을 싸게 됩니다. 함은 탁자 또는 상 위에 펼쳐놓았던 청홍 겹보자기의 네귀퉁이를 말아올려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싸게 됩니다.
1) 검은색 혼서 보자기로 싸서 상중하 세곳을 근봉띠로 봉인한 혼서(婚書) - 예장지를 함 위에 올려놓습니다.
※ 신랑친척 등 혼서지를 따로 가져갈 사람이 있으면 함과 같이 싸지 않고 별도로 들고 갑니다.
2) 홍색겹보 함보자기의 네 귀를 잡아올려 함을 감쌉니다. 3) 네귀를 모아잡고 잘 여밉니다. 이때 묶으면 안됩니다. 4) 모아잡은 귀를 한지띠로 세 번 돌돌 말아 감아 풀어지지 않게 잘 끼워놓습니다. 5) 한지띠에 천지(天地)라고 씁니다. 근봉(謹封)이라고 써도 무방합니다.
7) 이때 매듭이 묶여지면 안됩니다. 잡아당기면 매듭이 주르륵 풀리도록 맵니다. 8) 무명천 가운데 석자 정도를 남겨서 아래로 늘어뜨립니다. 나머지를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끈을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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