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스크랩] 부동산, 건물 풍수 / 김두규교수 풍수칼럼

장안봉(微山) 2014. 5. 1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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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하나다올신탁의 Real EstateIssue & Market Trend Vol.3 ~ Vol.8 까지의 글중 김두규 교수의 글을 발췌한 것 입니다 -

 

 

하나다올신탁

Real Estate Issue & Market Trend

 

순서

 

Vol.3  부동산 개발과 풍수

Vol.4  소문으로 땅을 보라

Vol.5  물길로 땅의 좋고 나쁨을 보라

Vol.6  ‘세계 언어(global language)’로서의 ‘풍수(Fengshui)'

Vol.7  건물과 풍수

Vol.8  도시건설을 위한 택지(擇地)와 풍수 

 

 

 

김 두 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Vol.3 December 2011

부동산 개발과 풍수

 

‘터’를 이야기하는 풍수

 

사진1. 신행정수도 후보지(현 세종시)

 

사진2. 경북도청 예정지(안동 예천)

 

사진3. 가운데 혈(穴)이라고 쓰인 부분에 무덤이 있다.

 

사진4. 홍성담의 그림(‘리움’소장)

 

 

사진 1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추진되었던 ‘신행정수도’ 후보지(현 세종시)이며, 사진 2는 김관용 현 경북도지사가 정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이다.

한 가운데 높은 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두 팔을 벌리듯 산들이 펼쳐지고 그 앞 들판에는 누런 벼들이 수확을 앞두고 있는 장면이다(필자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들).

사진 3은 전라도 지역을 답사하다가 우연히 찍은 사진이다. 사진 1은 도읍지 후보였고, 사진 2는 도청 후보지이고, 사진 3은 현재 무덤이 자리한다.

사진 4는 집이 그려진 그림으로 명당 모델을 작품화 한 것이다(화가 홍성담 선생이 1990년대에 필자와의 명
당 답사 후 작품화한 것으로 현재 ‘리움’에 소장).

 

이들을 자세히 보면 거의 비슷한 공간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기본 모델이다. 크게는 도읍지에서 도청, 작게는 집터에서 무덤까지 비슷한 공간구조로 단지 규모와 질적인 차이만 나타날 뿐이다.

 

사진 1과 2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
‘수도 후보지와 도청 후보지가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뒤 바뀐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규모나 역량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풍수가 따지는 것 가운에 하나이다.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이곳에 예정대로 수도나 도청이 들어설 경우, 훗날 그 결과는?

 

그 공동체가 발전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두 곳 모두 내륙지방에 자리를 잡았는데, 해안가로 옮겼더라면 그 결과는 어떠할까?’ 등을 고민하는 것이 풍수이다.

 

이렇듯 풍수는 특정 목적으로 정해진 터의 입지, 규모, 질적 차이를 읽어 내려하며, 이를 통해 그 길흉화복까지 논하고자 한다(바로 이 부분 때문에 풍수가 미신이라고 비난을 받기고 하지만).

 

사진 1에서 4까지 전제하는 풍수의 기본 공간구조는 풍수설이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바뀌어간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주택풍수가 생겨났고, 고층 건물들이 생기면서 도시풍수가, 인테리어에 부합하는 풍수가 발전하면서 풍수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용(變容)시켜가고 있다.

 

풍수고전은 무엇을 담고 있나?

 

고전(古典)이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을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고전들이 있지만, 이 가운데에서 “경(經)”이라 불리는 것은 극소수이다.

유가의 대표적 고전 가운데에서 삼경(三經: 시경·서경·역경) 이외에는 [논어]나 [맹자]도 경(經)을 쓰지 못하고 ‘사서(四書)’의 ‘지위’에 만족할 뿐이다. 도가의 고전 가운데에서도 [도덕경(道德經)] 말고는 [장자(莊子)]도 경(經)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큰 학문에 비하면 미신이나 천박한 술수로 치부 받는 풍수와 관련하여 고전은커녕 변변한 책 나부랭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2,000년의 풍수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의 경우 그 풍수서적의 많음을 ‘한우충동(汗牛充棟)’으로 표현한다.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집에 쌓으면 대들보까지 닿는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00經’이란 책명을 갖는 풍수서가 수십 권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풍수가 ‘공인(公認)’된 것은 고려왕조에서다. ‘공인되었다’ 함은 풍수를 국가 고시과목으로 채택하고 시험을 통해 관리를 선발하여 국가의 크고 작은 일에 참고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고시에 합격한 풍수관료를 고려에서는 “일관(日官)”, 조선에서는 “지관(地官)”이라 불렀다.

즉 한반도에서 고려 500년 조선 500년 합쳐서 1000년 동안이나 풍수가 국가공인학문이었던 셈이다. 당연히 많은 풍수서적이 필수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조선의 경우 아홉 개 필수서적 가운데 「청오경」, 「금낭경」, 「감룡경」, 「의룡경」이 ‘경(經)’의 이름을 가졌다. 그만큼 풍수가 중시되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 책들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수용되고 있다. 풍수가 세계적으로 공용되며 보편성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풍수고전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금에, 특히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선조 지관선발 4대 필수과목 중 하나인 [명산론]의 한 대목을 인용해보자.

 

"“마을은 산이 달리기를 멈추어 물을 만나 쉬는 곳에 많으며, 신단이나 사당은 산이 다했으나 기가 모이지 않는 곳, 고단무정한 곳, 흉한 산들이 있는 곳에 많고, 도교나 불교의 건물들은 명산의 궁벽한 곳에, 큰 지방 도시들은 용의 모임이 많은 곳에 많다. 도읍지는 만 줄기 물과 천 개의 산들이 모두 하나의 혈처를 향해 문안을 드리는 곳이다.”

 

인용문은 도읍지, 중소대도시, 마을, 절이나 교회 건물이 들어설 자리의 조건들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명산론」은 종교부지(신단·神壇, 절, 교회)와 관련하여 적절한 땅의 조건만을 말하고 있음에 반해, 풍수고전 「감룡경」은 그러한 종교부지에서도 돈이 되는 땅이 어떤 곳인가를 구체화하고 있다. 즉 가난한 교회(사찰)과 부자 교회(사찰)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우필 파군(아홉 가지로 분류하는 산의 모양 가운데 하나)’ 은 신전, 사당의 땅으로도 쓰이지만 부귀를 가져다주는 땅이기도 하는데(...).”

 

또 다른 풍수고전 「청오경」은 ‘제후나 왕이 될 터, 부귀 장수할 터, 왕이나 제후라고 할지라도 포로로 잡혀 죽을 터, 감옥자리 터, 재물이 쌓일 자리, 음란한 터, 화재가 날 터, 분수를 모르고 설치가다 멸족 당할 터, 훌륭한 문장가가 나올 터’ 등의 조건들을 묘사한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어 ‘무협지’를 보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텍스트들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두가지 핵심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모든 터 마다 역량이나 규모가 다르다. 도읍지, 중소 대도시, 마을, 무덤이 들어설 곳이 따로 있다.
둘째, 모든 땅 마다 쓰임이 다르다. 절이나 교회가 들어설 터, 살기에 편안한 터, 레저 시설이 들어서기에 좋은 터, 돈이 움직이는 곳, 병원이나 감옥 터, 군대의 주둔 터, 교육 시설이 들어설 터, 호텔이 들어설 터 등 각각 다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이렇게 세분화된 터가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업종들이 분화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업종마다 적절한 입지나 공간배치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에도 풍수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개발과 풍수

 

‘풍수가 가장 많이 수용되고 있는 나라는 화상(華商: 화교상인)이 활동하는 국가들’이라고 화상(華商) 전문가 송재훈 박사는 말한다. 송 박사는 ‘풍수에 대한 이해 없이 화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풍수가 그들의 조상이 만들어낸 전통 터잡기 예술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풍수는 화상들에게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이 터를 잡고 건물을 올리는 곳에 풍수를 참고한다.
‘부동산풍수’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풍수란 사실 동어반복이다. 풍수는 본질적으로 부동산(땅과 건물)에 관한 이치를 따지고자 하는 술이기 때문이다. 조선조에 풍수관료를 ‘지관(地官)’이라고 하였지만 ‘상지관(相地官)’이라고도 하였다.

상지(相地)란 문자 그대로 ‘땅을 본다’는 뜻이다. 땅을 본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그 땅의 성격(character of the place)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용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역량이 다르듯, 땅 또한 그렇다. 그 땅으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최고로 발휘하게끔 그 땅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행위가 바로 상지(相地)이자 풍수이다.

 

이러한 풍수 행위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는다. 난개발은 땅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망치는 자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불행을 가져다준다.

 

‘구체적으로 부동산개발에서 어느 부분에 풍수가 기여할 것인가?’

앞으로 풍수고전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칼럼을 이어가고자 한다.

 

 

 

 

Vol.4 March 2012

소문으로 땅을 보라

 

터에 살았던 3대 주인을 보라.

; 독녀혈(과부골) 이야기

 

풍수지리로 땅을 보는 보편적 기준이 있느냐?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지관이 열명이면 그 주장하는 내용도 열이어서 문자 그대로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비웃음이 섞여있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지관은 목소리 큰 놈’이라는 조롱까지 추가된다.
터 잡기의 예술로서 풍수지리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000년도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보편적 기준은 분명 있다.

 

터를 고를 때 일반인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것이 “선간삼대주(先看三代主)”라는 명언이다. 그 터에 살았던 주인 3명이 어떠했는가를 보라는 말이다.

 

1477년 성종 임금 때의 일이다.

이전에 승하한 임금 예종에게 딸이 있었다. 현숙 공주였다. 성종임금과는 사촌인 셈이다. 현숙 공주가 당시의 실력자 임원준의 손자 임광재에게 시집을가자 나라에서 공주가 살 터를 주고 집을 짓게 한다.

그런데 이 때 간관이 “임원준이 궁궐을 지을 땅에 손자의 집을 짓고 있는데 이는 반역과 다름없다”라고 아뢴다. 이에 성종은 철저히 조사하라는 명과 함께 임원준을 불러 묻는다.

“경의 손부 현숙 공주의 집터가 제왕의 기가 서린 곳이라는데 사실인가?” 이에 임원준이 대답한다.

“세종 임금 당시 그런 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세종께서 친히 가보시고는 버리신 땅입니다. 또 세상에
는 이곳이 독녀혈(獨女穴)이기 때문에 과부가 많이 나오는 땅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찌 다른 뜻을 품고 이곳에 손부(현숙 공주)의 집을 짓겠습니까.”

아울러 “무릇 땅의 길흉을 알고자 하거든 먼저 삼대(三代)의 주인을 보라(欲知其吉凶, 先看三代主)라고 하였는데 실제 그 터에 사는 사람의 말로가 그러했습니다”라는 상소를 올린다.

조사 결과 이전에 이곳에 살았 던 세종의 아들 수춘군이 일찍 죽어 젊은 과부가 나왔으며, 나라에 두 번씩이나 빼앗긴 땅이자 벼락도 몇 번씩이나 쳤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에 성종은 현숙 공주 부부로 하여금 그곳에 집을 짓고 살게 한다. 그런데 이 터가 독녀혈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공주의 결혼생활은 불행으로 끝난다. 부부 사이가 나빠 공주는 집을 나와 대궐로 돌아가고, 남편은 죄를 지어 귀양 가 죽는다. 과부가 된 셈이다.

 

1950년대 서울 종로구에 유명한 예식장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독녀혈에 자리하였다. 서울의 명문 자손들이 너도나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서 결혼한 사람들은 과부가 되거나 이혼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그 결혼식장은 문을 닫았다. 현재 이 자리 일부는 빈터로 남아 있고, 빈자리 한가운데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을 뿐이다.

 

독녀혈(과부골)이란 누명을 쓰고 있는 터 - 陰氣를 누르려는 듯 노거수 한그루가 서있다

 

 

무엇을 해도 망하는 터?

 

건설업계에 떠도는 도시전설(都市傳說: urban legend)이 하나 있었다. ‘그 자리는 무엇을 해도 망한다.’는 것이다. 땅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다. 사람 탓이지 땅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러한 누명을 쓴 곳이 전국에 어디 한둘이겠는가?

 

 

방치된 영동(나산)백화점

 

‘영동백화점’, ‘나산백화점’, ‘논현백화점’.

 

이름은 다르나 한 자리에 세워진 동일 건물을 두고 생겨난 이름이다. 한때는 아주 잘나가던 백화점이었지만 뒤끝이 안 좋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도 망한다는 ‘도시전설’이 생겨난 것이다.

1983년 강남 지역 최초의 백화점인 영동백화점으로 개점하였으나, 다른 백화점과의 경쟁에 밀려 10년 만에 폐업했다. 폐업 이후 신세계백화점 영동점이 되었다. 이를 1995년 나산그룹이 인수하여 나산백화점으로 개점했다.

 

나산그룹은 강남의 요지에 위치한 이 백화점을 가격파괴 전략으로 인기를 모으게 했다. 그러나 이내 시들해졌고, 1997년 IMF로 큰 타격을 받았다. 1998년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공사로 인해 지하 주차장 기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면서 재난 위험시설로 지정되면서 영업이 정지되었다. 그 후 백화점 건물은 10여 년간 빈 건물로 방치되었다.

 

영동(나산)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이후 이 건물은 경매를 거쳐 2007년 어느 투자회사가 낙찰 받았다고 한다. 2008년 건물 철거에 들어갔으나 건물이 굴착기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굴착기 기사 2명이 매몰되어 한 명은 다행히 구조되었으나 다른 한 명은 사망하였다. 그 터에 대한 ‘도시전설’은 더욱 더 확대·증폭되었다.

역시 터가 문제라는...

 

과연 터의 문제였을까?
풍수를 논하기 전에 잘못된 경영과 부실 공사를 지적해야 옳다. 그러나 불행이 반복되다보니 애꿎게 땅에게 그 잘못을 미루기도 한다. 과연 풍수와 관련이 있기는 하는 것일까?

 

풍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풍수란 ‘그 터의 성격(character of the place)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용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난번 글에서 말한 적이 있다.

 

절이나 교회 터로 맞는 땅이 있는가 하면 유원지로 맞는 땅이 있으며, 주거에 적절한 땅, 나그네가 쉬어갈 터
(호텔)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풍수는 전제한다. 흔히 영어 ‘take place’를 ‘발생하다’, ‘생기다’로 번역한다. 직역하면 ‘자리(땅)를 잡는다’는 뜻이다. 설 자리(땅)를 잡아야 일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제 자리를 잡는다’를 ‘take the place’로 말할 수 있다. 정확히 그 자리를 잡아야 일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쉽게 망할 절터”와 전통 5일장 입지

 

10여 년 전 경기도 이천 어느 절을 답사하던 중 그곳 스님과 나누던 대화 한 대목이다.

 

스님 曰 : 절 망하기 아주 쉽다!

필자 問 : 왜 망하는데요?
스님 曰 : 신도가 안 오니까 망하지!

필자 問 : 왜 신도가 안 오는데요?
스님 曰 : ‘기돗발’이 안 먹히니까 안 오지!

필자 問 : 왜 기돗발이 안 먹히는데요?
스님 曰 : 터 때문이지.

필자 問 : 어떤 터가 잘 안 먹히는데요?
스님 曰 : 육산(흙산)은 안 돼, 돌산(石山)이라야 돼!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러했다. 전국의 사찰 가운데 대웅전이나 산신각 주변은 암괴로 이루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주변토질이 흙산인 곳은 폐사지가 많다.

 

영동(나산) 백화점 터는 어떠할까를 이야기하기 전에 전통 5일장의 입지는 어떠한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전국의 전통 5일장은 언덕배기에 있지 않고, 여러 물줄기들이 합류하는 낮은 지점에 있다. 비록 가까운 거리에 장이 있더라고 고개를 넘어가기를 꺼려한다.

좀 멀더라도 물길 따라 쭈-욱 내려가는 장을 선호한다. 물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의 장터 입지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고 고개를 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물이 모이는 지점이나 물가에 대부분의 5일장들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물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변화이
다. 바뀜이다. 변화는 새로움이다. 새로운 소식이다. 또 물은 풍수에서 재물로 해석한다.

장에 그저 물건만 사러가지 않는다.새로운 것이 궁금해서, 세상 소식이 궁금해서, 사람이 만나고 싶어서이다.

 

영동백화점 터는 언덕배기이다. 물 한 방울 모이지 않고 사방으로 제각각 흘러가는 곳이다. 백화점과 전통 재래장과는 분명 다른 점이 많으나 시장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전통 재래장의 입지와는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그 터의 문제라기보다 업종과 땅과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
그 땅의 성격(character of the place)’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take the place)’은 아닐까?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그러하지 않는가?

 

 

영동(나산)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파로스 타워

 

새로 들어선 빌딩과 “위지령비”

 

최근 이 자리에 새로운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파로스 타워(Pharos Tower)라는 건물이다. 업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백화점은 아닌 듯하다. 우연히 지나가던 필자에게 2가지가 눈에 띈다.

‘스마트 강남정보관’이라는 공공시설이 지하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강남구청의 일부이다. 민간업무시설에 공공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드문 현상이 아니지만 눈에 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정문 좌측 모퉁이에 세워진 표지석이다. 지령(地靈)을 위로하는 “위지령비”이다.

비문은 “삼가 지극히 겸손한 마음으로 고하니, 지령이시여 부디 하해와 같은 은덕을 베풀어 주소서”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지령이시여! 부디 이 터에 둥지를 튼 회사와 인간을 어여삐 여기시고 아름다운 복을 내려주소서.”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옛날 이 땅에 나돌았던 나쁜 소문들을 익히 알고서 일부러 세운 일종의 진압풍수(鎭壓風水) 흔적 같다.

 

한편으로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터를 활용하고 밟아주기를 바랬던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로 지령(地靈)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이리라. 새로운 업종으로 출발하는 파로스 타워가 기존의 누명을 벗고 ‘위령비’가 갈망하듯 “아름다운 복”을 내려주어 길지로 소문나기를 기원해 본다.

 

 

파로스 타워 모퉁이에 세워진 ‘위지령비(慰地靈碑)’

 

 

 

 

Vol.5 June 2012

물길로 땅의 좋고 나쁨을 보라

 

압구정은 명당인가?

 

압구정 현대백화점 정문의 동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면 우측으로 현대백화점 정문이 보인다. 정문 기둥에 동판이 하나 붙어져 있는데, “한국 최고의 명당 압구정(鴨鷗亭)”이란 제목과 함께 이 터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풍수학인의 눈이 번쩍 뜨인다. ‘이보다도 더 절묘한 회사 홍보가 어디 있을까? 회사가 최고의 명당에 자리한다면 회사가 잘 될 것이며, 그 회사를 찾는 고객들의 기분이 좋을 것이며. 회사원들 역시 모두 잘 될 것 아닌가? 더구나 “한국 최고의 명당”이라니......’

 

과연 압구정은 명당인가?
명당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렵지 않다. 압구정은 한강에 인접한 곳이다. 따라서 물길의 흐름을 가지고 좋은 땅인지 아닌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국 최고의 명당 압구정”이란 제목이 보인다.

 

 

압구정 향우회가 압구정역에 제공한 압구정 옛 모습사진

 

물길의 흐름으로 땅을 보라.

 

풍수는 바람(風)과 물(水)이다.
바람과 물이 어떻단 말인가? 바람과 물이 인간 생활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전제에서 풍수지리는 출발한다. 원래 풍수(風水)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었다. ‘바람을 갈무리(藏風)하고 물을 얻는 것(得水)’이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풍수 고전 ‘금낭경’은 ‘풍수의 법술은 물을 얻는 것(득수)이 으뜸이고 바람을 갈무리하는 것(장풍)은 그 다음이다’라고 하여 물을 더 중시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란 책이 있다. 요즈음에 와서도 부동산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역사, 지리, 향토사, 민속학 전공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책이다. 조선조 사대부들이 집터를 고를 때의 지침서이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무릇 물이 없는 곳은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 산에는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한다. 물과 짝한 다음이라야 바야흐로 생성하는 묘(妙)함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은 반드시 흘러오고 흘러감이 지리에 합당한 다음이라야 비로소 정기를 모아 기르게 된다.

……물은 재록(財祿)을 맡은 것이므로 큰 물가에 부유한 집과 유명한 마을이 많다. 비록 산중이라도 시내와 계곡 물이 모이는 곳이라야 여러 대를 이어 가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된다.”

 

왜 물이 재물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물자를 옮기는데 말이 수레보다 못하고, 수레는 배보다 못하는데, 물자를 옮기는 방법이 없으면 재물이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가에 있는 땅은 모두 다 좋은 땅인가? 그렇지 않다.
물길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구글지도’에서 따온 한강변 지도를 놓고 보자.

 

 

한강 주변 부자 동네 변천과 물길의 특징

 

 

서울이 도시화되고 부가 집중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돈이 집중되는 한강변 지역을 노란색 원으로 표기하였다.

 

위 그림에서 물길이 감싸 도는 지역은 서교동(1960년대)→ 여의도(1970년대)→ 동부이촌동(1980년대)→ 강남(1990년대)→ 광진구(2000년대)→ (? 지역: 0000년?)이다. ‘?’ 지역만 빼고는 비교적 인근의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빨리 되고 아파트 값이 높은 지역이다. 이 지역 말고도 서울에서 목동 아파트 단지를 보아도 비슷한 물길 흐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물길이 해당지역을 감싸 돌고 있다는 점이다. 풍수에서는 물길이 감싸는 곳을 좋은 곳으로 여긴다. 물이 감싸 도는 곳을 환포(環抱)라고 하며, 그 반대로 물길이 등을 보이는 곳을 ‘반궁수(反弓水)’라고 한다. 한강변 아파트 경우, 환포지역이 개발이 앞서거나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글머리에서 소개한 압구정 현대백화점 터의 경우 한강이 감싸는 강남지역에서도 가장 중심 되는 지맥이 끝나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던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여 정문 기둥에 동판으로 “한국 최고의 명당”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서울 지역만 어쩌다가 우연히 예외적으로 그런 것이 아닐까 반문할지 모른다. 지방도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 아래 그림은 광주광역시 물길 흐름도이다(파란색).

 

 

광주의 물길

 

광주천이 감싸는 곳에 봉선지구, 풍암지구, 상무지구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었는데 다른 지구보다도 이곳들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잘 된 곳이다. 봉선지구를 감싸는 광주천 반대편(반궁수)에 전라남도 구(舊) 도청이 있었다. 1980년 5.18의 중심지로서 비극적 사건이 있은 후 도청은 무안/목포로 옮겨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금강가에 세워진 도시를 보자. 다음 지도에서 점선으로 표기된 푸른 선은 금강의 흐름도이다.

 

금강변에 세워졌던 도읍지들

 

물이 감싸 도는 이른바 환포지역에 “부여”, “공주”, “장기면”, “세종시”가 표기되어 있다. 부여와 공주는 백제의 수도였으며, 장기면은 박정희 대통령이 “임시행정수도”로 정해 천도를 하려다가 1979년 시해로 중단된 곳이다. 또한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신행정수도”로 정하고 천도하려다가 위헌소송으로 좌절된 곳이다. 공통점은 모두 금강의 환포지역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례를 보아도 풍수상 물이 감싸는 곳이 길지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술수로 비난 받는 풍수지리를 주제로 강연을 하다보면 간혹 의혹의 눈초리들이 많음을 피부로 느낀다. 따라서 다른 학자들과 달리 풍수지리를 전공한다는 이유로 필자는 더 많은 불편한 질문들을 받는다.

“한양의 경우 물길의 흐름이 감싸는 곳이 좋다”고 언젠가 어느 강연에서 이야기 하였다. 그런데 불쑥, “택도
없는 소리, 그럼 조선조 500년 수도였던 강북은 뭐가 되냐?”라고 방청석에서 항의성 발언이 튕겨나왔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반문이다.

 

‘조선조 500년 동안 한양의 중심지가 되었던 사대문 안은 그렇다면 돈이 몰리지 않는 땅이었습니까?’

아래 그림을 보자.

 

 

한강이 環抱하는 강북이 강남보다 더 좋은 명당이다

 

한강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강남이 아닌 강북을 감싸고 있다. 그 한가운데 노란색으로 표기 된 지점이 바로 사대문 안(현재 청와대, 경복궁, 창덕궁이 있는 곳) 핵심지역이다. 결국은 강남보다는 강북이 좋은 터라는 이야기이다. 흔히 강남이 부자동네라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하루 동안 현찰이 가장 많이 굴려지는 곳이 어디일까? 강북 사대문 안을 관통하는 청계천 주변 큰 시장들 아닐까? 그곳의 도매상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돈이 가장 많지 않을까?

 

또한 궁궐 주변 땅 역시 그 지기가 만만치 않다. 다만 60년대 이후 개발과 투기 바람으로, 그리고 문화재 관련법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잠시 낙후되었을 뿐, 언젠가는 다시 그 땅 자신의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중, 배산(背山)인가? 임수(臨水)인가?

 

물길의 흐름에 따라 땅의 좋고 나쁨에 차이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토목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 소로(小路)뿐만 아니라 대로(大路)도 대개는 물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따라서 물길과 사람길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같은 논리로 사람길을 보고도 그 땅의 길흉을 어느 정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토목기술이 발달하여 직선화하거나, 직선화가 안되면 고가(高架)도로를 만드는 지금의 경우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길의 흐름을 보고도 여전히 그 땅을 평가하는 참고사항이 될 수 있다.

 

산길도 마찬가지이다. ‘산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란 의미의 산길’이 아니고 산이 감싸도는 곳을 말한다. 풍수 전문용어로 산의 얼굴(面)이라고 말한다.

한양의 경우 북악산의 남쪽, 인왕산의 동쪽, 남산의 북쪽 등이 산의 얼굴에 해당된다. 이러한 산의 얼굴 쪽이 그 반대쪽보다 개발이 앞선다. 이것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산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4자성어로 요약하자면 ‘사람이 살기 좋은 터는 배산임수(背山臨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산에 등을 대고 터를 잡을 것이냐(背山), 물 가까이에 터를 잡을 것이냐(臨水)에 따라 부자가 되고 그렇지 않음이 달라진다. 이때 산에 등을 대거나 물을 바라보거나 모두 산이나 물이 감싸 돌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반문할 것이다. 왜 과거에도 돈을 벌려면 모두 물 쪽으로 가까이 가서 터를 잡지 왜 산간지방이나 분지에 크고 작은 고을이나 마을이 들어섰을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각으로만 입지를 설명할 수는 없다. 과거 봉건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 그리 이상적 삶의 가치는 아니었다.

 

필자는 15년 넘게 전라도 어느 산촌에 살고 있다. 터를 잡기 위해 이곳저곳 물색을 하였지만 최종적으로 잡은 곳은 산으로 둘러 싸인 곳이다. 시냇물이 보이지 않는다. 물이 부족하여 연못을 만들까 아니면 ‘죽통인수(竹筒引水)’라도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그런데 이곳에서 1km만 걸어가면 섬진강 상류가 휘돌아 나간다.
15년 전에 이곳 섬진강 상류주변에 터를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15년 전에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의 집터는 평당 1만 안팎이었다. 그 당시 이곳에서 1Km 떨어진 섬진강변의 땅값은 이보다도 훨씬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의 집터 값은 2만 원 정도임에 반해, 섬진강 주변의 전원주택을 지을만한 곳의 땅값은 평당 20, 30만원이다. 재테크라는 관점에서 보면 풍수전문가로서 필자는 헛살았다.

 

그러나 세계관에 따른 선택의 문제이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물과 산 가운데 무엇을 택해야 할까? 저마다의 인생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Vol.6 September 2012

‘세계 언어(global language)’로서의 ‘풍수(Fengshui)'

 

세계화된 풍수

 

‘화장실 변기 뚜껑을 닫아 놓은 것이 좋을까, 열어놓는 것이 좋을까?’
‘침대를 방문과 마주하게 배치하는 것은 왜 나쁠까?’
‘좋은 거실(客廳) 배치는 어떤 것일까?
‘사무실 배치에 따라 좋고 나쁨이 있을까?

 

 

러시아어로 된 포켓용 풍수서에 나온 화장실 변기와 풍수

 

네모 칸 안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전통 풍수 내용이 아닌, 외국의 풍수서적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풍수내용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 조차 인테리어, 조경, 건축에 관한 풍수서적이 수백 종에 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풍수 강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게 외국에서의 풍수, 사주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종종 강의시간에 이야기한다. 위 사진은 수년전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상해 교수님이 모스크바를 다녀오면서 필자에게 사다주신 러시아판 포켓용 풍수서적이다.

나침반, 정원, 화장실 변기, 사무실 책상 배치 그림이 눈에 띈다.

 

동아시아의 경우,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은 모두 풍수를 오래 전부터 수용하였는데, 특히 중국화교 상인들(華商)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풍수는 아주 중요하여, 화상들의 경영을 연구하는데 풍수라는 변수를 빼버리면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앞의 글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풍수를 바탕으로 지어진 상하이의 진마오빌딩(金茂大廈)

 

대만, 홍콩, 싱가폴, 그 밖의 동남아시아는 말 할 것도 없고 최근 국제 자본주의 도시로 거듭나는 상하이의 풍수 수용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진마오 빌딩(金茂大廈)’이다.

중국인들 좋아하는 숫자 '八'을 형상화 시켜서 88층 높이에 8각형으로 만든 기단 등은 말 할 것도 없고, 황금색과 그 빌딩 이름 “金茂(재물이 무성하라)” 자체가 풍수적이다.

 

서구에서의 풍수 수용

 

중국문화권만이 아니다. 이미 서구에서도 풍수는 그들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다음은 10년도 훨씬 전의 독일 신문 기사 내용을 일부 번역한 것이다.

 

"풍수지리 -바람과 물의 이론!
우주, 지구, 그리고 작게는 집터나 일터,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에너지 場(氣의 場)'이자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겨울철에 창문을 열어 규칙적으로 환기를 시키는 것은 에너지 낭비가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도 때때로 맑은 공기를 깊숙이 들여 마셔야 한다.

잘못된 입지 선정과 건축, 잘못된 구조 배치, 잘못된 색상의 선택은 에너지의 장(場)을 망가뜨린다. 혼돈의 에너지 場(氣의 場)---그것은 병든 건물과 병든 집을 만들어 낼뿐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 역시 병들지 않을 수 없다. 생태학자들은 이것을 이미 오래 전에 간파하고 '시크 빌딩 증후군(Sick-Building-Syndrome)'을 경고해 왔던 것이다.

스위트 홈(sweet home)!---그것은 풍수지리가 지향하는 최종 목적이다."

 

1997년 1월 독일의 어느 신문에 소개된 풍수 관련 기사인데, 그 해 겨울 방문하여 머물던 독일인 친구 집에 배달된 신문에 난 기사였다. 1990년 대 초반 이후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구 유럽에서 풍수서적은 수 백 종에 달할 만큼 반응이 커, 대형 서점에는 아예 "Feung Shui" 혹은 "Fengshui"라고 표기된 진열대가 있을 정도이다.

 

 

영어로 발행된 풍수서적 책표지           독일어로 발행된 풍수서적 표지

 

 

영문판 풍수서적의 내용 일부

 

 

위 3개 사진은 서양에서 발간된 풍수서적으로, 내용들은 주로 주택, 사무실, 실내장식, 가구 배치 및 조경에 관한 것이다. 이미 풍수를 강의하는 사설 학원이 있는가 하면 TV에도 풍수에 대한 소개를 할 정도인데, 주로 대만, 홍콩 등 중국인들이 선점하고 있어 ‘한류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입장에서는 한발 늦은 셈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훨씬 자본주의 길을 늦게 시작한 베트남에서도 풍수가 수용되고 있음은 우측 베트남 풍수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아래 사진참고).

 

 

베트남에서 발간된 풍수서적 내용 일부

 

 

서구에서의 풍수 수용 사례

 

아래 그림은 침실에서 침대의 배치를 표시이다. 이상적인 침대 배치는?

 

 

침대배치1                                                            침대배치2

 

 

침대배치1은 침대와 문이 일직선상에 있다. 이러한 침대배치는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안치하는 방법이다.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는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魂飛”)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안치한다.

 

이상적인 침대 배치는 침대배치2와 같이 문과 침대가 대각선 방향으로 된 것을 추천한다. 불가피하게 침대 머리를 창문 쪽이나, 혹은 창문과 평행으로 놓아야 할 경우 창문과 침대 사이에 소형 탁자나 의자를 두라고 조언한다(침대배치3 참고).

 

 

침대배치3

 

 

이미 주어진 방안 배치 구조 때문에 달리 침대를 배치할 방법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그림은 독일어판 풍수서적들에 소개된 나쁜 침대배치 구조를 그대로 두고 거울을 벽에 걸어 나쁜 배치구조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독일어로 “Spiegel”은 '거울'이란 뜻으로 배치 구조가 안 좋을 때 화살표 부분에 거울을 걸어 놓으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독일어 판 풍수서적에서 설명하고 있다).

 

 

독일 풍수서적에서 소개된 침대배치 구조 완화 방법

 

침실뿐만 아니라 거실(중국에서는 “客廳”으로 표기)도 풍수지리에서는 아주 중요하게 그 배치나 공간구조를 따진다. 서구에서는 '집을 인간 생존의 구체적 형식' 혹은 '자아(自我)의 표현'으로 파악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거실은 그 집안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직업, 취미, 교양, 재산, 사회적 신분과 집안 내력 등은 바로 이 거실을 통해 표현된다. 밖으로는, 거실은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응접실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그 집안을 외부 세계에 대표하는 핵심 공간이자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실질적 접촉점이 되기도 한다. 안으로는, 가족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 바로 이 거실이다.
거실(객청) 풍수만 이야기하려해도 책 한권이 넘칠 만큼 많은 내용들이 중국과 서구에서 소개되고 있는데(공간배치, 벽색, 조명, 소품 등) 그 가운데 소파 배치의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파 배치에서 중요한 것은 기(氣)를 원활히 유통시키며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 기의 흐름을 타게 하는 것이다.

 

 

         소파배치1                       소파배치2                           소파배치3

 

 

         소파배치4                   소파배치5                   소파배치6 

 

 

소파를 현관문과 창문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시키되 벽을 등지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이럴 경우 소파와 현관문의 위치가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기의 흐름이 좋을 뿐만 아니라 거실 전체를 통제 혹은 조망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배치가 된다(소파배치6).

 

앞에서 거실의 조명까지도 풍수에서 고려를 한다고 하였는데, 집안의 조명도 각각의 공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현관과 거실(객청)은 밝아야 하지만 침실은 약간 어두워야 한다(광청암방·光廳暗房)’는 원칙이 있다. 이러한 서구의 풍수 수용은 집안에만 한정되지 않고 사무실이나 심지어 도시개발에도 수용되고 있다.

 

사무실 배치 구조에 대한 풍수 적용은 두 가지 관점에 이루어 지는데, 즉, 상징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에서이다. 첫째, 상징적 측면이란 아래 그림과 같이 동양의 전통 사상인 팔괘·오행을 응용하는 것이다.

 

 

팔괘와 오행을 응용한 상징적 측면에서의 사무실 배치

 

두 번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구조 배치인데, 예컨대 책상은 문 쪽을 향해서 있게 하되 사무실 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이상적이다(아래 그림).

 

 

기능적 측면에서의 이상적인 사무실 배치

 

이때 주의할 점은 벽면을 등지고 있어야지(‘背山의 윈칙’) 창쪽을 등지면 흉하다고 본다. 만약 그럴 경우 분재 등으로 비보(裨補)를 한다.

또한 사무실에서 책상이 아래 그림의 화살표 상에 있을 때는 흉하다고 하는데, 이를 “앞으로 뒤로 모두 터져, 사람과 재물이 모두 빠져나간다(前通後通, 人財兩空)”고 하여 꺼려한다.

 

 

기능적 측면에서 사무실을 배치할 때 주의할 사항

 

 

국제 도시화된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 상하이 등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 걸 맞는 ‘상품화 될 수 있는 풍수’를 개발하여 유럽에 수출하고, 일본은 이것을 자기나라에 맞게 변용(變容)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대형 빌딩이나 사무실 혹은 주택 풍수를 변용· 창출해낼 수 있는 풍수전문가가 없다.

세계화된 풍수에 상응 할 수 있는 풍수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때이다. 풍수(Fengshui)는 이미 세계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뿐만 아니라 대형건물의 리모델링 및 그 공간배치와 인테리어까지 풍수가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러한 ‘풍수의 세계화’에서 반걸음 늦고 있다.

다음번 글에서는 대형빌딩(주로 중국의 “大廈”)의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풍수를 소개하기로 한다.

 

 

 

Vol.7 December 2012

건물과 풍수

 

1. 얼굴과 운명?

 

대학에서 소속이 교양학부이다 보니 전공과목이 아니라 전통사상을 주제로 하는 교양과목을 가르친다. 교양과목은 대개 대학 1학년생들이 수강한다. 3월초 신입 여대생들을 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앳되고 긴장된 얼굴들이다. 1학기가 끝나고 여름 방학이 지나고 개강을 하여 강의실에서 이들을 다시 만난다.

어딘가 많이 이상하다. 얼굴들이.... 눈 모습이 이상하거나 콧대가 이상하거나 웃을 때 보면 ‘이빨에 두른 철사(?)’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책상에 앉은 이들을 교단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네, 성형수술 했구나!”하고 말을 건넨다. 반응들이 다양하다. 부끄러운 듯, 불안한 듯, 무엇인가 잘못에 들킨 듯, 자랑스러운 듯...... ‘
도사과(?)’교수가 성형한 자기들의 얼굴에 대해 어떤 평을 할까 두려운 모양이다.

 

이어 정색을 하고 전체 학생들(주로 여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 만약에 눈, 코, 입, 광대뼈 가운데 딱 한 곳만 성형 수술해야 한다면 어디를 해야 할까요?”

학생들의 긴장된 시선들을 느낄 수가 있다. 대답들이 각각이다. 정리해준다.

 

“관상이나 풍수는 그 형식논리에서 비슷하다. 풍수에서 기가 뭉친다는 ‘혈처’와 관상에서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같은 곳으로 여긴다. 얼굴(혈처) 가운데 또 가장 중요한 것을 코(鼻)로 본다.
코는 재물(財物)을 주관하는 것으로 본다. 즉 코가 좋으면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말이다.”
“와.........!”

 

학생들의 반응이 사뭇 진지해지고 강의실이 조용해진다.

 

“만약, 여러분의 얼굴 가운데 딱 한 부분만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면, 코를 해야겠지? 여러분, ‘콧대 높은 사람’이란 말 들어보았지요? 그러한 사람이 잘 살까, 못살까?”
“못 살아요!”
“그렇지? 얼굴에서 코는 산으로 비유되기도 하는데 산이 에베르트 산처럼 높으면 그곳에 식물들이 자랄 수가 없겠지?. 이야기 계속할까? 수업 진도 나갈까?”
“더 해주세요.”
“그렇다면, 입은 관상에서 무슨 의미를 가질까?”
“......”
“입은 코가 가져다주는 재물을 담는 그릇이란다. 재물을 담으려면 그 입 모양이 어떠해야할까?”
“그릇처럼 되게 웃는 모습이어야 되요.”
“그렇지? 그래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얼굴에 온갖 복이 온다)’라는 말이 있는 거야. 짜증나거나 화난 얼굴을 하면 입 모양이 어떻게 되지?”
“아래로 처져요.”
“그렇게 되면 굴러온 재물들이 모두 아래로 쏟아져나가겠지?”
“예!”
“또, 한 가지, 특히 여학생들 잘 들어! 너희들 날씬한 몸매자랑 하려고 다이어트에 관심 많지?”
“예!”,
“잘 새겨들어라, 살 빠지면 돈 빠진다!”
“예?.......”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여 통통한 몸매가 되어야 체력이 좋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본 교수님 말씀이다!”
“에이......!”
“관상에서 하는 말이니 다시한번 새겨들어라: 살 빠지면 돈 빠진다!”
“정말이요?.....”
“그렇고말고........그만 정리하자. 꼭 여러분들이 여러분의 얼굴이 마음에 안들어 성혈수술을 해야 한다면 코를 하고, 그 다음에 ‘입에 철사 두르는 것’은 늘 웃는 얼굴로 대체할 수 있고, 눈을 성형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보고 나중에 하든 말든 결정하렴. 코 성형을 해야 한다고 아무데서나 하지 말고 신중하게 전문가나 여러 소문을 잘 파악하여 결정하기 바란다.”
“예..........”
“수업하자!”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수업 시작한다!”
“교수님, 눈은요?”
“떠드는 학생이 있으면 마이크 던져버린다!”
“에이......우우우...... 폭력 교수.....”

 

2. 건물들도 저마다의 얼굴과 운명이 있다.

 

건물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마치 사람과 같다. 특히 사람의 얼굴에 해당되는 건물 전면은 더욱 그렇다. 다음 두 건물의 얼굴에 해당되는 곳에 새겨진 동판과 석판을 보자.

사진 1은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 백화점 정문기둥에 새겨진 동판이다. 겸재 정선의 그림 ‘압구정’을 그 아래 붙여 놓았는데, 바로 그 터 위에 현재 해당 백화점이 세워진 것이다.

‘1960년대 이곳에 모 회장(이미 고인이된 재벌총수)이 살았는데 지금은 그 후손이 백화점을 경영하고있다(어느 신문사 사장 말씀)’.

처음부터 좋은 터임을 확신한 것이다. 이곳이 최고의 명당임을 당당하게 건물 정면에 표시한 것이다. 건물로서도 얼마나 자부심이 있을까?

 

 <사진 1> 백화점 정문 기둥에 새겨 진 동판 : "한국 최고의 명당 압구정"이라고 새겨져있다.

 

 

 

<사진 2> 한때 백화점 터였던 곳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그 앞에 지령을 위로하는 비석이 세워졌다.

 

 

 

사진 2는 한때는 유명 백화점 이 자리한 곳으로 역시 강남에 자리한다. 그런데 몇 번 백화점이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름이 바뀌다가 빈 건물로 한참이나 있었다. 그러한 까닭에 건설업계에는 ‘그곳은 무엇을 해도 망한다’는 안 좋은 소문까지 나돌았다.
최근에 이곳에는 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임대가 잘 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새로이 세워진 정면 한쪽에 “위지령비”가 눈에 띈다. 비문의 내용이 흥미로워 그 일부를 여기에 인용한다:

 

“지령이시어 부디 하해와 같은 은덕을 베풀어 주소서.(.....) 그런데도 지령에게 심려를 끼침을 알면서도 사업을 번창시키고 인간이 보다 행복하기 위해 이곳에 거소(居所)를 지었습니다.
(......) 지령이시어! 부디 이터에 둥지를 튼 회사와 인간을 어여삐 여기시고 아름다운 복을 내려 주소서.”

 

지극히 땅에 대해 공손한 발언이지만 무엇인가 언뜻언뜻 인간의 욕망과 불안이 동시에 비쳐지는 비문이다. 현재 이 건물이 무슨 용도인지는 알지 못하나 이전에 이곳에 백화점이 들어섰다가 없어졌다.

땅과 백화점의 인연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백화점이란 결국 옛날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다. 옛날 전통 5일장이 들어 선 입지를 염두에 두고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전통 5일장의 입지는 골짜기골짜기 냇물들이 합쳐지는 지점에 입지한다. 골골마다 박힌 마을사람들은 그 시냇물 옆길을 따라 내려가 장으로 간다. 장을 보고 다시 그 시냇물을 거슬러 집으로 돌아간다. 결국 시장(백화점)의 입지는 물이 합쳐지는 지점 혹은 물가가 적절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진 2 건물의 입지는 언덕꼭대기이다. 백화점 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에 사진1이 자리한 곳은 바로 한강변이다.

상가(商家)의 입지로서 풍수에서 가장 강조하는 바가 ‘배수면가(背水面街)’이다. 물을 등지고 거리를 앞에 두는 입지가 장사가 잘된다는 것이다. 전통 취락입지 구조인 ‘배산임수(背山臨水)’와는 정반대이다.

 ‘배산임수’입지는 농촌사회의 입지이고 ‘배수면가’는 상업사회의 입지로서 그 용도에 따라 입지가 달라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진1과 사진2는 입지에 따른 건물용도에 차이가 있었음에도 이것을 무시한 결과 서로 다른 운명을 겪었고, 그러한 결과 건물의 얼굴에 서로 다른 동판과 비석을 갖게된 것이다.

 

또 하나의 건물 얼굴을 살펴보자.

 

사진 3 우측의 건물 역시 강남에 있는 어느 건물인데 건물 정면에는 대형 황금색 두꺼비상이 세워져 있고, 건물 이름에도 “두꺼비”가 들어가 있다. 왜 두꺼비상을 세워놓고 그 색상은 황금색으로 하였을까?

 

두꺼비는 풍수에서 ‘돈을 토해 사람들에게 주는(토전급인 · 吐錢級人)’길한 동물로 여긴다. 따라서 이 건물도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두꺼비상을 세워놓은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두꺼비 상을 황금색으로 한 것도 황금색이 금(gold)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물 앞에 세워진 두꺼비상의 방향이 조금 이상하다.
풍수에서는 방향(좌향)을 중시한다. 두꺼비와 건물의 방향이 좀 더 이상적이려면 어떻게 배치가 되어야 할지 독자 여러분들이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건물의 입지뿐만 아니라 그 건물의 모양 또한 중요하다.

 

이 글 처음에서 학생들의 얼굴을 관상이란 관점에서 이야기하였다. 건물의 모양도 마찬가지이다. 얼굴이 원만하고 밝아야 하 듯 건물 모양도 원만하거나 반듯함을 풍수에서는 좋은 것으로 본다.

 

<사진 4> 풍수에서 이상적으로 여기는 건물의 모양 순서

 

 

 

사진 4처럼 건물의 모양이 원만하거나 반듯한 것을 풍수에서는 이상적으로 여긴다. 모나거나 뒤틀린 건물모양을 풍수에서 꺼려한다. 실제로 길흉화복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 점에서 사람의 얼굴이나 건물의 얼굴이 다를 바가 없다. 원만하고 밝은 모습이 핵심이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얼굴에 만복이 온다)이다!

 

 

 

 

Vol.8 March 2013

도시건설을 위한 택지(擇地)와 풍수

‘신행정수도’(현재의 세종시)’의 경우

 

지난 이야기 하나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해의 일이다. 당시 가장 사회적으로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신행정수도 충청도 이전’ 건이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단장 이춘희)’이 만들어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6층에 입주하였다. 이어서 각계 전문가 100인을 자문위원으로 분과별로 위촉하여 구체적인 자문을 받아 신행정수도 후보지 정하기부터 이후 건설을 위한 작업을 준비하였다. 또한 신행정수도추진단은 매주 1회씩 각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추진단 소속 공무원들과 워크숍을 가졌다.

 

필자도 ‘정감록과 풍수지리’라는 발제를 요청받아 위크숍에서 두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것을 기회로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2004년 5월 7일에는 충남발전연구원이 주관한 ‘신행정수도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신행정수도와 풍수지리’라는 주제 발제를 하였다. 물론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에서 필자를 발제자로 추천한 것이다.

발제를 위해 필자는 사전에 충청도 전역을 샅샅이 뒤지며 풍수지리에 상응하는 후보지가 어디일까를 생각했다. 동시에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언론이나 소문으로 거론되는 곳은 모두 둘러보고 이러한 답사를 바탕으로
주제 발표를 하였다.

 

‘신행정수도(현재 세종시에 자리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당일 심포지엄에서 다른 전문가들의 발표보다 풍수를 주제로 하는 필자의 발표에 참석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마도 풍수가 갖는 신비성에 더하여 풍수가 전통사상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관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급적 필자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발표를 시작하였다.

 

 

“신행정수도 터를 고르는데 1000년 이상의 지혜가 온축(蘊蓄)된 우리 풍수가 적지 않은 지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풍수지리가 미신 혹은 사술(邪術)로 비웃음을 사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풍수 술사마다 고증되지 않는 설들을 가지고 자기 주장만을 하는 까닭입니다.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려와 조선조 풍수(지리)학 고시과목에 나타난 풍수 개념을 바탕으로하여 도읍지(수도) 선정에 참고하는 방법인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역사가 험한 꼴을 많이 당해 고려의 지리(풍수)학 과목들은 유실되어 전해지지 않고, 조선조 (풍수)지리서들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조 (풍수)지리학 과목들은 도읍지 선정에 어떠한 수의 개념을 고려했는지 현대적 용어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터를 고를 때(擇地), 그 용도나 목적이 무엇인가를 분명히해야 합니다. 행정수도로서 적절한가, 유흥도시로 적절한가, 관광도시로서 적절한가? 등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정수도로서 적절한 땅이라고 할지라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군사강국을 지향할 것이냐, 상업과 무역 국가를 지향할 것이냐, IT산업을 중시하는 국가를 지향할 것이냐에 따라 터는 분명 달라져야 합니다.

군사강국을 지향한다면 충청도에서 계룡산 일대나 증평 00사단 부근이 좋습니다. 상업과 무역을 중시한다면 당연 충청도 서해안으로 가야 합니다. IT 산업을 중시하는 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충청도 금산에 있는 통신위성기지국이 자리한 곳이 적절합니다. 그곳은 땅이 평탄하고 천재지변이 없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대전제 아래 후보지를 정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풍수 원칙들이 있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중심성의 원칙입니다. 국토의 중앙에 즉, 강원·경상·전라·경기지역과 등거리에 위치해서 지역화합과 균형발전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합니다.

 

2) 처녀지(處女地)여야 하며, 땅 투기가 안 된 곳이어야 합니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로서 자·타천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는 충청도의 오창, 장기, 성남, 수신 등은 이미 투기가 지나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곳은 배제되어야 합니다.

 

3) 기존의 수도인 서울(한양)과 달리 백두대간의 중심 지기(地氣)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새로운 행정수도는 강원도·경상도·충청도, 그리고 전라도가 모두 백두대간의 지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4) 주변에 민족정기 혹은 민족자존심을 고취시켜 줄 수 있는 지역이나 유적지 혹은 인물과 관련된 상징성을 내세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5) 접근성이 좋아야 함은 풍수 이전의 상식입니다.

 

6) 주산(主山) 만큼은 분명해야하며 독립된 봉우리로서 위엄을 갖추어야 합니다.

 

7) 남향, 동남향, 동향이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 기후상으로 좋습니다.”

 

 

위와 같은 기본 원칙들을 소개한 뒤 당시 이미 예상 후보지로 언론이나 소문으로 알려진 곳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풍수적 관점에서 평을 하였다. 주제 발표를 할 당시는 구체적 지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구체적 지명을 언급함으로써 예상되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10년의 세월이 지나 그 지명들을 이야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괄호 속의 짙은 색 글씨참고).

 

당시 거론되던 신행정수도 후보지들의 풍수적 특징

 

A) 후보지 : 충남 공주/논산 모처(西向)

 

장 점 : 주산과 청룡백호가 뚜렷하고 명당도 광활하여 도읍지 후보로 적절하다. 처녀지이고 명당수가 좋다.

단 점 : 강원도와 경북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으로, 주산이 지나치게 살기(殺氣)와 강기(剛氣)를 띠고 있다.
( 현재, 논산 계룡면, 상월면 일대로서 계룡산을 등지고 서쪽으로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곳이다. 사진1 참
고)

 

<사진 1> 당시 논산 계룡면, 상월면을 감싸고 있는 계룡산

 

 

B) 후보지 : 충남 공주 모처(南向)

 

장 점 : 이전에 후보지로 고려된 곳인 만큼 기본적인 명당 요건을 갖춘 곳이다.

단 점 : 인구 50만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하중 능력을 갖추었는가 의문이며, 주산이 안산보다 낮고 미약하며 후보지 거론 당시 이미 투기가 심했던 곳이다.

 

( 박정희 대통령이 ‘백지계획’이란 암호명 아래 임시행정수도를 옮기려고 준비 중 서거하는 바람에 취소된
곳으로 공주 장기면 일대이다. 현재 이곳과 경계를 하여 세종시가 들어섰다. 사진2 참고)

 

<사진 2> 박정희 대통령 당시 임시행정수도 후보지인 공주시 장기면 소재지 일대

이곳은 신행정수도가 들어선다는 소문 때문에 '부동산' 회사들과 다방들이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C) 후보지 : 충북 청원 모처(南向)

 

장 점 : 청주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며 사통팔달하여 비교적 많이 행정수도 후보지로 언급됐던 곳으로 광활한 명당이 확보되었다.

단 점 : 주산(主山)이 형성되지 못하고 지기가 분산되는 주필산(駐山)의 형태로 풍수에서 극히 꺼려한다. 부대시설 혹은 물류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가능하다. 이곳 역시 신행정수도가 들어선다는 소문 때문에 투기가
심했던 곳이다.

 

(현재, 오창 과학산업단지 일대다. 사진3 참고)

 

 

 

D) 후보 : 충남 천안 모처(北向)

 

장 점 : 국토의 중앙에 자리하며 청주 공항도 가깝다. 명당도 넓고 처녀지이다.

단 점 : 북향이며 명당수가 명당 한 가운데를 일직선으로 흘러 물길을 옮겨야하므로 공사가 커지게 된다. 주산과 배후의 산들이 약하다. 이곳 역시 투기가 심했다.

 

(현재, 천안 성남면 일대다.)

 

E) 후보지: 충북 증평 모처 (南向)

 

장 점 : 주산이 수려하면서도 높아서 풍수에서 요구하는 주산(主山)의 요건에 부합한다. 주산으로부터 명당수까지 펼쳐지는 드넓은 들판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풍수에서 말하는 앞이 낮고 뒤가 높은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원칙에 맞다.

단 점 : 전라도 및 경상도남도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고 부근에 이미 도시(증평읍)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간은 주산이 살기(殺氣)를 갖고 있으나 심한 편은 아니다

 

(현재, 증평읍 서쪽의 37사단 일대. 사진 4).

 

<사진 4> 증평 후보지

 

 

F) 후보지 : 충남 금산 모처

 

장 점 : 경상도·전라도·충청도가 이곳에서 경계를 공유하는 곳으로 남한에서는 국토의 중심지이다. 주산이 서울의 북악산보다 높으며 웅장 수려하여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명산이다. 드넓은 들판(명당)은 그 어떤 후보지보다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터(100만 명 이상)이며 처녀지로서 투기가 전혀 안된 곳이다(사진5
참고).

 

<사진 5> 금산의 처녀지(處女地)

 

 

심포지엄에서는 앞에서 열거한 후보지 이외에도 충북 옥천, 충북 청원 일대도 풍수적 평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인용을 결론을 대신하였다.

 

“조선 초기 문신(文臣) 어효첨이 세종 임금에게 ‘천명(天命)을 주맥(主脈)으로 삼고, 민심(民心)을 안대(案對)로 삼으십시오’라는 상소를 올립니다. 당시 세종 임금이 풍수설을 신봉하는 것에 대한 충언인데 아무리 땅이 좋아도 임금이 덕의 정치를 펼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뒷이야기

 

훗날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은 현재 세종시가 자리한 충남 연기군 남면과 공주 장기면 일대를 최종 후보지로 정하였다. 주산에 해당되는 원수산이 반듯하고, 청룡에 해당되는 전월산이 또한 자못 웅장하였다. 그 앞에 드넓은 들판(장남평야)이 펼쳐진데다가, 금강이 감싸 흐르고 있는 곳이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이전에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처녀지라는 점이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풍수가 요구하는 택지(擇地) 원칙들에 대부분 부합하는 곳이었다(사진 6 참고).

 

그런데 신행정수도 이전이 ‘관습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도읍지를 옮기려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렇다고 충청도민에 대한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규모를 줄여 도시건설을 지속하였다.

필자는 계속하여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추진단’의 자문위원과 태스크포스(TF)로 활동을 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현재의 세종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사진 6> 최종적으로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결정된 곳

연기군 남면 : 주산과 좌청룡우백호가 뚜렷하고, 그 앞에 드넓은 들판이 명당이다.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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