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독해의 복병(伏兵) 고유명사.
고유명사는 다 알다시피, 인명(人名)이나 지명(地名)처럼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특정한 한 사물이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을 고유명사라고 한다.
그런데 한문에서 이 고유명사가 상당히 독해에 어려움을 주는 복병 역할을 한다. 아래 예문을 보라.
a. 德如堯舜, 辯如蘇張.(덕은 요, 순 같고, 말 잘하기는 소진, 장의 같다.)
b. 昔我國有達九者也. 九爲人大鼻小目也.(옛날에 우리나라에 달구라는 자가 있었다. 달구는 생김새가 코가 크고 눈이 작다.)
c. 鄭人有且置履者.[한비자] (정나라 사람 중에 장차 신을 사두려는 사람이 있었다.)
a 문장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堯舜이 누구들인지 蘇張이 누구들을 가리키는지 사전에 알고 있어야 독해가 쉽게 풀린다. 그렇지 않으면 해석에 상당히 애를 먹을 것이다. 활쏘기의 명수로는 예(羿), 마부의 달인으로 조보(造父) 등 어떤 방면이나 특성 등에 거의 상투적으로 굳어져, 칭해지는 상징화된 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b 문장처럼 人名(인명)이 처음 언급되고, 두 번째 이후로 쓰일 때는 대개 이름의 맨 뒤 한 글자만 취하여 쓰는 특징이 보인다.
c는 한비자의 한 구절인데, 밑줄 친 且置履라는 부분이 고유명사인지 고유명사가 아닌지 다소 아리송하다. 且置履를 고유명사로 보면 ‘차치리’라는 뜻이 되고, 고유명사로 보지 않는다면 ‘장차 신발을 사려고 하다’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한문 문장 중에는 고유명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 외에 고유명사로 쓰이는 한자는 독음(讀音)에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고유명사로 쓰이지 않는 한자는 변한 독음을 변한 대로 인정하여 쓰지만, 고유명사로 쓰이는 한자는 그렇지 않고 독음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契丹은 ‘계단’이 아니고, ‘거란’으로 읽히고, 玄菟는 ‘현토’가 아니고, ‘현도’로 읽힌다. 그리고 물론 오류의 가능성도 있지만, 이것으로 契자의 본음은 ‘거’이고, 菟자의 본음은 ‘도’가 아니었나 하는 섣부른 짐작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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