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스크랩] 선산출신, 문인화가 심인섭(沈寅燮)의 묵포도(墨葡萄)

장안봉(微山) 2013. 10. 2. 23:15

                       선산출신, 문인화가 심인섭(沈寅燮)의 묵포도(墨葡萄)

                                                                                                                                  이택용/경북정체성포럼 선비분과위원

 경북 구미시는 즉, 구(舊)지명이 선산(善山)이다. 선산은 조선 중기부터 문인화가가 많이 배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소 그림의 최고봉인 연안인(延安人) 퇴촌(退村) 김식(金埴)이 김천도 찰방을 역임하고, 선산의 이문동에 우거하면서 선산인물이 되었다고 본다. 김식의 조부는 양송당(養松堂) 김시(金禔)로 조손간에 문인화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김식(金埴)의 증손녀이며, 김구(金昫)의 딸이 선산의 이문동에 세거하는 청송심씨 심장(沈漳)의 부인이 되므로, 문인화가의 맥이 연안김씨에서 청송심씨로 이어졌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산의 청송심씨는 심부자라는 칭호도 받고, 학문과 재력도 겸비한 문중이며 서화가를 많이 배출한 문중이다. 현재도 집집마다 서화골동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조선후기 상역(翔易) 심능태(沈能泰)는 진사시에 입격하고, 문장과 서예로서 명성이 높았으며, 옥성면 복우산 대둔사에 성파대사비명도 찬하고, 글씨도 썼으며,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 이름이 올랐다. 겸재(謙齋) 정선(鄭歚)의 노백도(老柏圖) 그림을 소장하였으며 서화에 대한 마니아였다.

 동주(東洲) 심인섭(沈寅燮)은 일찍이 일본 및 중국 상해 등지에서 만유(漫遊)하여 견문이 많았고, 서화를 잘하였고 특히 화조, 산수, 난죽에 특기가 있었다.

 그의 그림 묵포도(墨葡萄)는 아주 걸작이다. 포도는 많은 알들이 뭉쳐 송이를 이루며, 덩굴이 길게 자라 석류와 마찬가지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포도의 원산지는 서부아시아로, 석류와 함께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적어도 고려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보인다. 문신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나 조선 초기에 양촌(陽村) 권근(權近)이 남긴 시 속에서 사찰을 비롯한 고을에 포도가 널리 재배되었던 상황을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포도문양은 조선시대에 이르면, 선비들의 문인화의 주요소재로 등장한다. 먹으로만 그린 묵포도(墨葡萄)는 중국원대 13세기 말 초서에도 능했던 선승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중국의 영향 아래 이미 고려시대에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 등 묵죽과 묵매로 아름을 얻었던 문인화가들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도 그림의 정형은 조선 중기 화단에 이르러서 이루어진다. 대나무는 탄은(灘隱) 이정(李霆), 매화는 설곡(雪谷) 어몽룡(魚夢龍)에 의해 양식상 특징을 지닌 어엿한 화풍으로 자리 잡게 된다. 묵포도는 바로 이 무렵 영곡(影谷) 황집중(黃執中)에 의해 그 틀이 형성되었다.

 19세기 활동한 최석환(崔奭煥)과 같이 묵포도로 명성을 얻은 전문적인 직업화가도 있으나, 이계호(李繼祜), 홍수주(洪受疇), 윤순(尹淳), 심정주(沈廷胄), 강세황(姜世晃) 등 주로 문인들이 애호하는 화재(畵材)였다.

 동주(東洲) 심인섭(沈寅燮)의 묵포도의 화제는 ‘만리 서쪽 바람에 기러기 날 때에, 푸른 구름과 서늘한 달그림자가 서로 뒤 섞였구나.(萬里西風過鴈嵩 碧雲凉月影參差)’ 라고 하여 그림의 주요 소재인 묵포도와는 거리가 있으나, 포도의 열매와 잎과 줄기의 묘사는 습묵(濕墨)을 이용하여 필흔(筆痕)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발묵법(潑墨法)을 잘 묘사하였다. 이는 마음속에 모든 것을 붓이 가는 대로 맡겨 임의적인 변화를 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선산의 청송심씨는 휴옹(休翁) 심광세(沈光世)가 선대 심회(沈澮)선조의 어릴 때 자란 곳이므로 선산에 입향하고, 또 조선 4대문장가 택당 이식이 처남이므로 학문과 문장이 높은 문중이다. 계보는 심회(沈澮) - 심원(沈湲) - 심순문(沈順門) - 심연원(沈連源) - 심강(沈鋼) - 심인겸(沈仁謙) - 심엄(沈掩) - 심광세(沈光世) - 심총(沈棇) - 심약하(沈若河) - 심장(沈漳)으로 이어지는 가계이다.

 우리 선산에 걸출한 문중으로서 이름난 서화가를 배출하고, 명성이 자자한 선산의 청송심씨 문중에 찬사를 보내고, 문인화가와 서예가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출처 : 이택용의 e야기
글쓴이 : 李澤容(이택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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