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전라도)

[스크랩] [전남 화순] 연둣빛 버들, 연분홍 벚꽃… 찾았다, 봄-세량지

장안봉(微山) 2013. 5. 30. 16:36

[박종인의 사람과 길] 연둣빛 버들, 연분홍 벚꽃… 찾았다, 봄

          박종인·여행문화 전문기자

           입력 : 2013.04.25 04:00

전남 화순 세량지

세량지에 내린 봄. 해마다 4월이면 이 작은 저수지에 봄의 정수(精髓)가 찾아온다. 찬란하기까지 한 비밀의 정원이다. ISO=100 렌즈 55㎜ 조리개=f22 셔터스피드=1초 /박종인 기자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부터 읽어내려 갈 이야기들은 사진의 사족(蛇足)이다. 북위 35도04분43.62초, 동경 126도55분11.75초에 있는 작은 저수지 이야기다. 슬슬 사라져가는 봄의 최종 은신처. 이름은 세량지(細良池)다. 사진 동호인끼리 간첩처럼 정보를 주고받던 비밀의 정원이다. 전남 화순군 세량리에 있다.

무리가 산길을 오른다. 아무리 밤이 짧아졌다지만 여전히 사위가 캄캄한 새벽 4시다. 하나같이 삼각대와 카메라를 메고 있다. 5분 남짓한 산길 끝에 50m 길이 둑이 있다. 5시 30분쯤 되자 물 건너편이 어렴풋이 보인다. 사람들, 긴장한다.

6시 30분 무렵 천지 사방이 색(色)을 회복한다. 순식간에 다양한 녹색이 못 주위를 채운다. 연푸른 버드나무, 짙은 편백나무, 땅에 깔린 풀들 그리고 연분홍 산벚꽃까지. 수면에는 천지 사방이 거꾸로 비친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산새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해마다 4월 내내 그리고 여름과 단풍철 세 계절이면 벌어지는 풍경이다. 새벽마다 세량리 주민이 나와서 커피를 파는 모습도 늘 벌어지는 모습이다.

1969년 만든 3600평짜리 저수지가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30분 거리인 도곡온천지구 상인들도 "관광객들이 세량지 들렀다 밥 먹으러 왔다는데, 그게 어디인가"라고 되묻곤 한다. 얼마나 급작스럽게 유명해졌는지 화순군청에는 "(외지인들이) 화순은 몰라도 세량지는 안단다", "세량지 이렇게 두실 건가요?" "제발 나무 데크 따위는 설치 마시길" 등등 민원이 쏟아진다. 급기야 작년에는 미국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50군데'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런 비경을 지금껏 사진 찍는 사람들이 독점했다니.

여덟시쯤 카매라맨들이 빠져나가면 세량지는 적막강산이 된다. 진짜 비밀의 정원 산책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주민이 말했다. "못 주변 벚꽃은 곧 질 터인데, 뒤편 벚꽃은 이제 필 차례." 맑아도 좋고 흐려도 좋으나 바람이 불어 수면을 깨뜨리는 날은 별로다. 물안개가 있는 오전이면 더 바랄 게 없다.

1 운주사 산벚꽃 2 불회사 입구 연리목(┇理木).

세량지로 봄나들이를 끝낼 수 없다. 도곡온천을 거쳐 이번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천불천탑(千佛千塔) 도량 운주사다. 굳이 설명은 필요 없는 절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렇다.

2008년 4월 산불이 났다. 한식 성묘객 실화(失火)였다. 절 주변은 민둥산이 됐다. 송림도 사라지고 웬만한 나무들은 다 사라졌다. 진즉에 일어섰을지도 모를 운주사 와불(臥佛)도 땡볕에 누워 북극성을 바라본다. 장담컨대 여러 번 찾은 사람이든 처음 찾는 사람이든 운주사에 가면 체류 시간은 예정보다 훨씬 늘어난다. 도처에 목격되는 석불과 석탑, 바야흐로 산 위로 사라져가는 봄의 꼬리가 당신을 붙잡는다. 민둥한 석불처럼 민둥한 산에는 지금 진달래와 산벚꽃이 만발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고? 운주사에서 나주 쪽으로 15분만 남하한다. 불회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초입은 편백나무 숲이다. 숲 입구에는 돌장승 한 쌍이 있다. 무시무시한 할아버지, 익살맞게 웃는 할머니 장승이다.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왼쪽 기슭에 보호수가 있다. 연리목(連理木), 밑동이 붙어 있는 나무 두 그루다. 바위 위에 곡선을 그리며 누운 나무 밑동이 그 뒤에 버티고 선 나무 밑동 속으로 들어가 있다. 관능적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뒤편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선운사 동백만큼 웅장한 동백 숲이 있다. 지금 동백은 땅에서 피고 있다. 봄을 알리는 파란 개불알풀꽃, 겨우내 미라가 된 낙엽 틈새로 붉은 꽃이 눈물처럼 피고 있다. 세량지에서 불회사까지 쉬지 않고 차를 몰면 한 시간. 그 사이에 봄은 당신을 스치며 사라져간다. 비밀의 정원에 관한 보고서 끝.

여행수첩

교통: (광주광역시 이북 지역 출발 기준) ①세량지:호남고속도로 산월IC에서 제2순환도로 신창·수완지구 빠진 후 직진→톨게이트 두 번 지나고 금당산터널→효덕교차로에서 목포-광주대학교 방향 우회전→칠구재터널 지나서 1.5㎞ 오른쪽 세량리 입구→이후 좁은 시멘트 포장길 끝에 주차장. 세량지는 주차장 옆 굴다리로 걸어갈 것. ②도곡온천지구:세량지에서 나와 817번 도로 지강로로 4㎞ 직진→운주사-도곡온천 방면 우회전. 이후 이정표. 20분. ③운주사:도곡온천에서 나와서 우회전. 이후 운주사 이정표 따라갈 것. 30분. ④불회사:운주사에서 나와 나주 방향 우회전 후 15분.

맛집: ①아침 식사:도곡온천 입구 못미쳐 느티나무집(061-374-1505) 추천. 생태탕(1만원), 돼지고기쌈밥(9000원) 등 풍성. ②장원봉할매곰탕(374-5914):가마솥사골곰탕(8000원), 꽃게칼국수(5000원, 2인 이상), 수육(1만5000원부터), 청국장(7000원, 2인 이상) 등 메뉴 다양. ③곰탕집 옆 퓨전한식당 봄날(374-0211):꽃게 정식(1만2000원) 등.

숙박: ①도곡온천지구 내 도곡스파랜드:주중 5만원부터. (061)374-7600, www.okspa land.co.kr ②미송온천호텔:역시 도곡온천지구. 주중 4만원부터 (061)811-3333, 1349.evnara.com

출처 : 癡叔堂
글쓴이 : cheesookd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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