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가정 이곡.목은 이색

[스크랩] 사색의 공간 문헌서원

장안봉(微山) 2013. 5. 28. 23:41

서천 8경중 6경인 문헌서원은 아름다운 경치보다는 고즈넉하여 나에게는 사색의 공간이다. 문헌서원은 서천에서 약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사시사철 둘러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문헌서원이 아름답고 수려한 경치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천에서 나를 돌아보도록 자극하는 공간이 바로 문헌서원이다. 나는 문헌서원을 답사할 때 혼자 간다. 아름다움을 보러 가기보다 조용히 나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갈까?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해야하는가 아니 이렇게 서천을 조사하며 다니는 이유가 뭘까? 가지가지 상념이 나의 뇌리를 스쳐간다.


봄빛이 살짝 내려 쪼이는 날 이색 선생의 묘 옆에 앉아 우거진 소나무와 대화를 하고, 겨울을 이겨낸 잔디의 생명력을 지켜본다. 이색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왜 고려를 선택하였을까? 이성계와 손을 잡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것이지 어찌하여 죽음을 선택하여 여기에 누워 있을까?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나라면 고려와 조선 중 어디를 선택하였을까? 나의 할아버지 창자 어른이 개국공신이므로 조선을 선택하였을까? 아니면 고려를 선택하여 죽어 버렸을까? 이런 역사적인 판단을 나에게 종용하여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문헌서원이다.


사실 문헌 서원이 어떤 공간인지 자세히 알고 찾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그래도 서천에서 가 볼만한 곳을 꼽으라면 대뜸 문헌서원을 든다. 그것은 서천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와집이 가장 많이 모여 있으며,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시대 사립학교로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헌서원은 고려말의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 두 분을 배향하기 위하여 조선 선조 27년(1594)에 두 분의 시호인 문효, 문정에서 두 글자를 따서  효정사로 건립되었는데, 얼마 후 임진왜란으로 안타깝게 불타 버렸다.

 

그 후 광해군 2년에 한산 고촌으로 옮겨 다시 세웠는데 다음해(1611)에 문헌서원으로 사액되고 앞의 두 분과 인재 이종학, 음애 이자, 백옥헌 이개 등 다섯 분을 함께 모시게 되었다.

 

고종 8년(1871) 흥선대원군의 서원 정리 사업에 따라 철폐되었다. 그 후에도 문헌서원이 있던 곳에 단을 만들고 분향을 해오다가 1969년 현재 위치에 재건하고 문양공 이종덕을 추향하여 여섯 분을 모시고 매년 제사를 올리고 있다.


문헌서원을 가는 길은 서천에서 한산 방면으로 10㎞ 정도 가면 장승 주유소를 못 미쳐 문헌서원이라는 표석이 있다.  표석 뒤에 있는 건물은 이색 선생 유허비이다. 이색 선생이 경상도에서 태어나 이곳에 머물면서 공부했던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물이다. 이 곳에서 1600m를 가면 문헌서원을 찾을 수 있다.

 

길따라 가다보면 마을 회관을 볼 수 있는데 영모리 마을회관이다. 영모리는 이색 선생을 영원히 추모한다는 뜻이다. 영모리 마을 회관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하나는 가공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가면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이곡, 이색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한산 이씨 집성촌이다. 이 조그마한 마을을 지나면 기린봉 아래 자리 잡은 서원을 볼 수 있다.


문헌서원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문헌서원, 제실, 강당, 영당, 장판각, 신도비, 이색 선생 묘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문헌서원에 가서 이곡외 5분을 찾아본 다음, 현판을 주목해야한다. 그 현판이 우암 송시열이 쓴 글씨이다. 따라서 한산 이씨는 서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증거이다. 또 영당의 이색 선생 영정은 비인 오층석탑과 함께 서천에 있는 2개의 보물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색 선생의 묘를 돌아 볼 수 있다. 이런 코스를 오솔길로 연결하여 한층 사색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문헌서원이 예전처럼 고즈넉하지는 않다. 주차장이 마련되고 홍살문이 우뚝 솟아 방문객을 압도한다. 홍살문 앞으로 삼문이 새로 건립되어 굉장한 건물이 안에 있을 듯 한데 안에는 왜소한 건물들이 서 있다. 서원 건물들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좀 멋쩍다. 또한 홍살문 앞에는 겉으로 보기 좋은 화장실이 있어 문헌서원 출입 관리실로 착각하기 꼭 좋다. 얼마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기와가 흘러내릴 염려가 있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이참에 과감히 철거하든지 관리 사무실로 용도를 변경하여 공익 근무 요원을 배치하여 한층 질 높은 관광 문화를 창출하였으면 한다. 또한 주차장 근처나 입구에 문헌서원을 전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안내도와 안내문을 설치해야 방문객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서천 8경인 문헌서원이 너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사방으로 널려 있는 전기 줄은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게 경관을 훼손한다. 전기 줄을 지하에 매설하여 보다 고풍스런 경관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또한 문헌서원으로 가는 길에 재래식 화장실 역시 문헌서원의 경관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어 철거해야한다. 한산 이씨 문중과 군차원에서 협의하여 합리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제 문헌서원은 한산 이씨 문중의 문화 유산이 아니다. 서천군민의 역사 유적이며 동시에 서천의 8경으로 서천의 얼굴이다. 이제 문헌서원이 사색의 공간이며 역사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천 8경을 소개하면서 느끼는 것은 군수, 군의원, 실무담당자, 선정위원들이 먼저 관광객 처지에서 8경을 돌아보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서천 8경의 선정 의미가 있지 선정만 해놓고 홍보나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선정하지 않음만 못하다.

출처 : ▒ 한 산 草 堂 ▒
글쓴이 : 천하한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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