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詩類) 서거정
춘풍가(春風歌). 연경(燕京)에 가는 명중(明仲)을 보내다.
춘풍가 / 春風歌
봄바람은 장안의 꽃들을 두루 다 피우고 / 春風開遍長安花
봄 강물은 포돗빛 푸른 물결이 벌창하는데 / 春江綠漲葡萄波
봄바람이 나를 등지고 돌아가려고 하니 / 春風背我欲歸去
가는 봄 보내는 나의 시름을 그 어이하랴 / 我送春歸愁奈何
이때에 그대 또한 내게 와서 이별을 고하니 / 此時君來告我別
이별하려도 차마 못 해라 내 마음 울적하네 / 欲別未別心似結
칼 뽑아 한 번 웃고 수레에 기름칠을 하는데 / 拔劍一笑車載膏
만리 밖의 연산은 곤두선 머리카락 같구려 / 萬里燕山指如髮
압록강 머리에는 꽃비가 떨어질 터이고 / 鴨綠江頭落花雨
황금대 앞에는 방초의 길이 트여 있으리 / 黃金臺前芳草路
가고 또 가서 곧장 제왕 도읍에 당도하면 / 行行直抵帝王州
오색 구름 뜬 궁궐에서 은총을 받을 걸세 / 五雲宮闕承雨露
그대 집의 증조 고조인 목은과 가정은 / 君家曾高牧與稼
일찍이 황갑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했는데 / 黃甲聲名動天下
그 후손의 재주가 선조들을 잘 닮았으니 / 乃孫才調有鳳毛
중국인들이 자세히 보고 칭찬이 자자하겠네 / 華人刮目稱藉藉
내가 옛날 관광하러 연경에 유학갈 적엔 / 我昔觀光遊上都
관문에서 종군의 부신을 아끼지 않았는데 / 關門不惜終軍?
그대가 내 일찍이 갔던 곳을 다 유람하거든 / 知君歷歷訪吾曾
돌아와서 나에게 여룡의 구슬을 끼쳐 주소 / 歸來遺我驪龍珠
아, 남아에겐 뛰어난 포부가 있는 법이라 / 嗚呼男兒有奇抱
그대 보내는 이 길이 초초하지 않고말고 / 送君此去莫草草
그대 이어 봄까지 보내다니 이 일을 어쩌나 / 奈此送君仍送春
봄은 일 년 만에 오지만 그대는 일찍 오겠지 / 春歸隔年君歸早
그대는 일찍 오겠지 / 君歸早
그대를 위해 위성가를 노래하노니 / 爲君歌渭城
백사장 머리서 두 병의 술을 다 기울이고 / 沙頭酒盡雙玉甁
다시 일어나서 내 춘풍가를 들어보게나 / 更起聽我春風歌
춘풍과의 이별에 친구 생각하는 정이라오 / 春風離別相思情
[주C-001]명중(明仲) : 조선 초기의 문신 이우(李?)의 자인데, 그는 바로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현손(玄孫)이며,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증손이다.
[주D-001]그대 …… 진동했는데 : 가정(稼亭) 이곡(李穀)과 그의 아들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모두 원(元) 나라 제과(制科)에 갑과(甲科) 급제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관문(關門)에서 …… 않았는데 : 한(漢) 나라 종군(終軍)이 미천했을 때 일찍이 도보로 관문을 지나는데, 관리(關吏)가 그에게 부신(符信)으로 사용하는 명주 조각을 주므로, 종군이 이게 무엇이냐고 묻자, 관리가 말하기를 “부신으로 되돌려 받기 위해서이다.”라고 하므로, 종군이 말하기를 “대장부가 서쪽으로 나가 노닐거든 끝내 부신을 되돌려 주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大丈夫西遊終不復傳還〕” 하고, 그 명주 조각을 버리고 떠났다. 그 후 마침내 알자(謁者)가 되어 군국(郡國)을 순행차 부절(符節)을 갖고 다시 동쪽으로 관문을 나가려 하자, 관리가 종군을 알아보고 말하기를 “이 사자가 바로 전번에 부신을 버린 사람이다.〔此使者乃前棄?生也〕”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남아의 장대한 기백을 뜻한다.
[주D-003]여룡(驪龍)의 구슬 :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는 구슬이란 뜻으로, 전하여 아주 긴요한 문장, 또는 훌륭한 시구 등을 비유한다.
[주D-004]위성가(渭城歌) : 이별곡인 양관곡(陽關曲)을 달리 이른 말이다. 양관은 옛 관명(關名)인데, 고인들이 흔히 이곳에서 손님을 전송했으므로,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는 푸르고 푸르러 버들 빛이 새롭구나.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그대에게 권한 까닭은, 서쪽으로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기 때문일세.〔渭城朝雨?輕塵 客舍靑靑柳色新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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