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洪自誠의 菜根譚(萬曆本) -
<前集 (001~225) 完譯>
譯者; 李鎭夏(lee19858@hanmail.net)
001. 棲守道德者는 寂寞一時하고,
서수도덕자는 적막일시하고,
依阿權勢者는 凄凉萬古니라.
의아권세자는 처량만고니라.
達人은 觀物外之物하고 思身後之身하나니
달인은 관물외지물하고 사신후지신하나니
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毋取萬古之凄凉이라.
영수일시지적막이언정 무취만고지처량이라.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고 몸 뒤의 몸을 생각하느니,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을 겪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함을 하지 말라.
002. 涉世淺이면 點染亦淺이요 歷事深이면 機械亦深이라.
섭세천이면 점염역천이요 역사심이면 기계역심이라.
故로 君子는 輿其練達론 輿其曲謹으론 不若疎狂이니라.
고로 군자는 여기련달론 여기곡근으론 불약소광이니라.
세상의 경험이 얕으면 더러움에 물드는 것 또한 얕고, 일의 경험이 깊으면 속임수 또한 깊으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능수능란 하기보다는 박하고 우둔한 편이 나으며, 치밀하고 약사빠르기보다는
소홀하고 거친 편이 나으리라.
003. 君子之心事는 天靑日白하여 不可使人不知요.
군자지심사는 천청일백하여 불가사인부지요.
君子之才華는 玉珠藏하여 不可使人易知니라.
군자지재화는 옥온주장하여 불가사인이지니라.
군자의 마음가짐은 하늘이 푸르고 햇빛이 밝은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모르게 해서는 안 되며,
군자의 재화는 구슬이 숨어 있고 진주가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쉬 알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004. 勢利粉華는 不近者爲潔이나 近之而不染者는 爲尤潔이요.
세리분화는 불근자위결이나 근지이불염자는 위우결이요.
智械機巧는 不知者爲高나 知之而不用者는 爲尤高니라.
지계기교는 부지자위고나 지지이불용자는 위우고니라.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은,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하느니라.
005. 耳中에 常聞逆耳之言하고 心中에
이중에 상문역이지언하고 심중에
常有拂心之事면 是進德修行的砥石이니
상유불심지사면재시진덕수행적지석이니
若言言悅耳하고 事事快心이면 便把此生하여 埋在毒中矣니라.
약언언열이하고 사사쾌심이면 변파차생하여 매재짐독중의니라.
귀 속에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항상 마음에 꺼리는 일이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곧 덕성을 함양시키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되리라.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하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이는 곧 인생을 잡아서 짐독 속에 파묻는 것이 되리라.
006. 疾風怒雨엔 禽鳥도 戚戚하고 霽日光風엔 草木도 欣欣하나니
질풍노우엔 금조도 척척하고 제일광풍엔 초목도 흔흔하나니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요 人心에 不可一日無喜神이니라.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요 인심에 불가일일무희신이니라.
사나운 바람, 성난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 밝은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하나니,
볼지어다,
천지에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아니 되며 인심에는 하루도 기쁜 마름이 없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007. 肥辛甘이 非眞味라 眞味는 只是淡이며 神奇卓異는 非至人이라
농비신감이 비진미라 진미는 지시담이며 신기탁이는 비지인이라
至人은 只是常이니라.
지인은 지시상이니라.
무르익은 술과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라 참 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다.
신비하고 기이하여 우뚝하고 이상한 것이 지인이 아니라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天地는 寂然不動이로되 而氣機는 無息少停하며 日月은 晝夜奔馳로되
천지는 적연부동이로되 이기기는 무식소정하며 일월은 주야분치로되
而貞明은 萬古不易이니라.
이정명은 만고불역이니라
故로 君子는 閒時에 要有喫緊的心思하며 忙處에 要有悠閒的趣味니라.
고로 군자는 한시에 요유끽긴적심사하며 망처에 요유유한적취미니라.
천지는 고용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그 기의 활동은 잠시도 정지하지 않으며, 일월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달리지만 그 빛은 만고에 바뀌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다급함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바쁜 경우에도 여유 있는
의취(意趣)가 필요하다.
009. 夜深人靜에 獨坐觀心하면 始覺妄窮而眞獨露하나니 每於此中에
야심인정에 독좌관심하면 시각망궁이진독로하나니 매어차중에
得大機趣니라. 旣覺眞現而妄難逃면 又於此中에 得大이니라.
득대기취니라. 기각진현이망난도면 우어차중에 득대참뉴이니라.
밤 깊어 사람 소리 고요한 때에 홀로 일어나 앉아 내 마음을 관찰해 보면 비로소 망념(妄念)이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이 홀로 나타남을 깨닫나니, 매양 이 가운데서 큰 진실을 얻게 된다.
이미 진실이 나타남을 느끼면서도 망념에서 도피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도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리라.
010. 恩裡에 由來生害하나니 故로 快意時에 須早回頭하고
은리에 유래생해하나니 고로 쾌의시에 수조회두하고
敗後에 或反成功하나니 故로 拂心處에 莫便放手하다.
패후에 혹반성공하나니 고로 불심처에 막편방수하다.
은혜로운 속에서 재앙은 싹터 나온다. 그러므로 마음에 만족할 때 모름지기 머리를 돌려야 한다.
실패한 뒤에 혹 도리어 일이 이루어지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문득
손을 놓아 버려서도 안 되리라.
011. 藜口腸者는 多氷淸玉潔하고 袞衣玉食者는 甘婢 膝奴顔하나니
여구현장자는 다빙청옥결하고 곤의옥식자는 감비 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하고 而節從肥甘喪也니라.
개지이담박명하고 이절종비감상야니라.
명아주로 국 끓여 먹고 비름으로 창자를 채우는 사람 중에는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을 입고 옥 같은 흰쌀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종처럼 굽신거리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대저 지조는 담박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는 비감을 좇음으로써 잃게 되느니라.
012. 面前的田地는 要放得寬하여 使人無不平之歎하고
면전적전지는 요방득관하여 사인무불평지탄하고
身後的惠澤은 要流得久하여 使人有不櫃之思니라.
신후적혜택은 요류득구하여 사인유불궤지사니라.
살아 있을 때의 심지는 활짝 열어 너그럽게 하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하는 탄식이 없게 하여야
하며, 죽은 뒤의 은혜는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하다는 마음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013. 徑路窄處엔 留一步하여 與人行하고 滋味濃的은
경로착처엔 유일보하여 여인행하고 자미농적은
減三分하여 讓人嗜하라. 此是涉世의 一極安樂法이니라.
감삼분하여 양인기하라. 차시섭세의 일극안락법이니라.
오솔길 좁은 곳에서는 한 길을 머물러 서서 남을 지나가게 하고, 기름지고 좋은 음식은 삼 분을
덜어내어서 남에게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의 하나일지니라.
014. 作人이 無甚高遠事業이라도 擺脫得俗情이면 便入名流요.
작인이 무심고원사업이라도 파탈득속정이면 편입명류요.
爲學이 無甚增益工夫라도 減除得物累면 便招聖境이니라.
위학이 무심증익공부라도 감제득물루면 편초성경이니라.
사람됨이 뛰어나게 높아 원대한 일은 못할지라도 능히 속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곧
명류에 들 것이요, 학문을 닦음에 있어서 뛰어나게 공부를 더 많이 하지는 못할지라도 을이 물욕을
덜어 버릴 수 있다면 이는 곧 성인의 경지를 뛰어 넘으리라.
015. 交友엔 須帶三分俠氣하고 作人엔 要存一點素心이니라.
교우엔 수대삼분협기하고 작인엔 요존일점소심이니라.
친구를 사귐에는 모름지기 삼 분의 의협심을 가져야 하며, 사람됨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지니라.
016. 寵利는 毋居人前하며 德業은 毋落人後하며
총리는 무거인전하며 덕업은 무락인후하며
受享은 毋踰分外하여 修爲는 毋減分中하라.
수향은 무유분외하여 수위는 무감분중하라.
은혜와 이익은 다른 사람에게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뒤떨어지지 말라.
받아서 누림은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을 닦는 행위는 분수 안으로 줄이지 말라.
017. 處世엔 讓一步를 爲高하나니 退步는 卽進步的張本이요
처세엔 양일보를 위고하나니 퇴보는 즉진보적장본이요
待人엔 寬一分이 是福이니 利人은 實利己的根基니라.
대인엔 관일분이 시복이니 이인은 실이기적근기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때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이 여기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 곧 한 걸음 나아가는
근본이 된다. 사람을 대함에는 일 분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
를 이롭게 하는 토대가 되느니라.
018. 蓋世功勞라도 當不得一個矜字이오. 彌天罪過라도 當不得一個悔字니라.
개세공로라도 당부득일개긍자이오. 미천죄과라도 당부득일개회자니라.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일개 긍(矜)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큰 죄도 일개 회(悔)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리라.
019. 完名美節은 不宜獨任이니 分些與人이면 可以遠害全身이요.
완명미절은 불의독임이니 분사여인이면 가이원해전신이요.
辱行汚名은 不宜全推니 引些歸己면 可以光養德이니라.
욕행오명은 불의전추니 인사귀기면 가이도광양덕이니라.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서 다 차지해서는 안 된다.
조금은 나누어 남에게 주어야 가히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위와 더러운 이름은 온전히 남에게 미루어서는 안 되니 조금은 끌어다 나에게 돌려야
가히 그로써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事事에 留個有餘不盡的意思하면 便造物도 不能忌我하고,
사사에 유개유여부진적의사하면 편조물도 불능기아하고,
鬼神도 不能損我하나 若業必求滿하고 功必求盈者는
귀신도 불능손아하나 약업필구만하고 공필구영자는
不生內變이면 必召外憂하나니라.
불생내변이면 필소외우하나니라.
일마다 조금쯤의 여유를 두어 다하지 못하는 생각을 남겨 둔다면 문득 조물주도 나를 꺼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일마다 반드시 가득 차기를 바라고 공마다 반드시 완전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반드시 밖의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21. 家庭에 有個眞佛하고 日用에 有種眞道니라.
가정에 유개진불하고 일용에 유종진도니라.
人能誠心和氣하고 愉色婉言하여
인능성심화기하고 유색완언하여
使父母兄弟間으로 形骸兩釋하고 意氣交流하면
사부모형제간으로 형해양석하고 의기교류하면
勝於調息觀心萬倍矣니라.
승어조식관심만배의니라.
집 안에도 한 분의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도 하나의 진정한 도(道)가 있다.
사람이 능히 마음을 성실하게 하고 기운을 부드럽게 하며 얼굴빛을 유쾌하게 하고 말을 완곡하게 하게
부모형제간으로 하여금 한 덩어리가 되게 하고 뜻이 통하게 한다면,
이야말로 숨결을 고르게 하고 마음을 관찰하는 것보다 만 배나 더 나으리라.
022. 好動者는 雲電風燈하고 嗜寂者는 死灰槁木이니라.
호동자는 운전풍등하고 기적자는 사회고목이니라.
須定雲止水中에 有鳶飛魚躍氣象이니 是有道的心體니라.
수정운지수중에 유연비어약기상이니 재시유도적심체니라.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꺼진
재나 마른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멈추어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 가운데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도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다.
023. 攻人之惡에 毋大嚴하라. 要思其堪受니라.
공인지악에 무대엄하라. 요사기감수니라.
敎人以善에 毋過高라. 當使其可從이나라.
교인이선에 무과고라. 당사기가종이나라.
남의 악한 것을 공격하되 너무 엄격해서는 안 된다. 중용한 것은 그가 그것을 받아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선으로써 사람을 가르치되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되니, 마땅히 그가 따를 수 있는
것으로 하여야 하느니라.
024. 糞蟲은 至穢나 變爲蟬하여 而飮露於秋風하고 腐草는 無光이나
분충은 지예나 변위선하여 이음로어추풍하고 부초는 무광이나
化爲螢하여 而耀采於夏月하나니 固知潔常自汚出하고 明每從晦生也니라.
화위형하여 이요채어하월하나니 고지결상자오출하고 명매종회생야니라.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해서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화해서 개똥벌레가 되어 여름 달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은 것
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남은 알 수 있으리라.
025. 矜高倨傲는 無非客氣니 降伏得客氣下而後에 正氣伸하고
긍고거오는 무비객기니 항복득객기하이후에 정기신하고
情欲意識은 盡屬妄心이니 消殺得妄心盡而後에 眞心現이니라.
정욕의식은 진속망심이니 소쇄득망심진이후에 진심현이니라.
뽐내는 것과 거만한 것은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이 객기를 굴복시켜 물리친 뒤에야 정기가 피어난다.
욕망과 생각은 다 망심에 속하는 것이니 이 망심을 소멸시켜 없앤 뒤에야 진심이 나타나리라.
026. 飽後思味,則濃淡之境都消。色後思婬,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능담지경도소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破臨事之癡迷,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사이사후지회오 파림사지치미 즉성도이동무부정
배부른 뒤에 맛을 생각하면 맛의 있고 없음의 구분이 모두 사라지고, 관계한 뒤에 음욕을 생각하면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모두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제나 일이 끝난 뒤에 느끼는 후회와 깨우침을 가지고 일에 임할 때의 어리석음과
미혹을 깨트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즉 본성이 인정되어 행동에 그름이 없게 되리라.
027. 居軒冕之中,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높은 지위에 있을 때에도 자연에 묻혀 사는 취미가 없어서는 안 되며, 자연에 묻혀 살고 있을 떼에도
모름지기 국가를 경륜할 뜻을 풀어야 하느니라.
028. 處世,不必邀功。無過便是功。
처세 불필요공 무과변시공
與人,不求感德。無怨便是德。
여인 불구감덕 무원변시덕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성공만을 바라지 말라. 허물없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남에게 베풀어줌에 있어서 그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덕이로다.
029. 憂勤是美德。太苦則無以適性怡情。
우근시미덕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澹泊是高風。太枯則無以濟人利物。
담박시고풍 태고즉무이제인이물
근심과 부지런함은 아름다운 덕이긴 하나 수고가 지나치면 본성을 맞추고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한다.
맑고 깨끗한 것은 고상한 기풍이긴 하나 딱딱함이 지나치면 사람을 구제하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가
없느니라.
030. 事窮勢蹙之人,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要觀其末路。
공성행만지사 요관기말로
일이 막히고 세력이 위축된 사람은 마땅히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고 일이
뜻대로 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말로를 살필 수 있어야 하느니라.
031.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
부귀가 의관후 이반기각
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시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
총명인 의렴장 이반현요
是聰明而愚懵其病矣,如何不敗?
시총명이우몽기병의 여하불패
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고 후해야 하는데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하면 이것은 부기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거두어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
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黙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곳에 있어 본 뒤에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처해 본 뒤에야
빛을 향함이 눈부신 줄을 알게 되며, 고요한 것을 간직해 본 뒤에야 움직이기 좋아함이 지나치게
수고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길러 본 뒤에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되리라.
0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纔可入聖。 纔(재); 곧. 비로소
방득도덕인의지심하 재가입성
공명과 부귀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범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034. 利欲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蟊賊。
이욕미진해심 의견내해심지모적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屛。
성색미필장도 총명내장도지번병
이욕(利欲)이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아집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벌레이고,
소리와 색깔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총명이 바로 가로막는 울타리이다.
035. 人情反復,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
행불거처 수지퇴일보지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
행득거처 무가양삼분지공
인정은 변하기 쉽고 세상 길은 기구하다. 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갈 수 잇는 곳에서는 힘써 삼 분을 사양하는 공덕을 더해야 하리라.
036.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
대소인 불난어엄 이난어불오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
대군자 불난어공 이난어유례
소인을 대함에는 엄격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기가 더 어렵고,
군자를 대함에는 공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기가 더 어려우니라.
037. 寧守渾噩,而黜聰明,有些正氣還天地。
영수훈악 이출총명 유사정기환청지
寧謝紛華,而甘澹泊,有個淸名在乾坤。
영사분화 이감담박 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소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약간의 바른 기운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고,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담함을 달게 여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도록 하라.
038.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 즉군마퇴청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 기평 즉외횡불침
악마를 항복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부터 항복 받으라.
마음이 항복하려면 뭇 악마들이 물러나게 된다.
횡포를 제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객기를 제어하라.
객기가 가라앉으면 횡포가 침입하지 못하게 되리라.
039. 敎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謹交遊。
교제자 여양규녀 최요엄출입 근교유
若一接近匪人,是淸淨田中,
약일접근비인 시청정전중
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
하일부정종자 변종신난식가화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규중의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히 하고 교제를
삼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번 사람과 접근하게 되면, 이것은 깨끗한 밭에 더러운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기가 어려울 것이니라.
040. 欲路上事,毋樂其便而姑爲染指。一染指,便深入萬仞。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毋憚其難而稍爲退步。一退步,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욕정에 관계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다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손끝에 물들여서는 안 된다.
일단 물들이게 되면 곧 만 길이나 깊이 빠지게 되리라.
의리에 관계된 일은 그 어려움을 꺼려하여 조금이라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
일단 물러서게 되면 문득 천 산이 가로막힌 듯 멀어지게 되리라.
041. 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
염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 처처개농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事事皆淡。
염두담자 자대박 대인역박 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艶,亦不宜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 불가태농염 역불의태고적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기에게도 후하고 남에게도 역시 후하여 곳곳마다 모두 두텁게 하고,
마음이 담백한 사람은 자기에게도 박하고 남에게도 역시 박하여 일일이 다 담백하게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상생활의 기호에 있어서 지나치게 농염하거나 지나치게 고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042. 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박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룡
人定勝天,志一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상대가 부를 들고나오면 나는 인을 들고 나가고, 상대가 지위를 들고 나오면 나는 의를 들고 나가니,
군자는 진실로 임금이나 대신들의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고 뜻을 하나로 통합하면 기질도 움직이니,
군자는 또한 조물주의 틀 속에 갇히지도 않느니라.
043. 立身,不高一步立,如塵裡振衣̖泥中濯足,如何超達?
입신 불고일보립 여진리진의 이중탁족 여하초달
處世,不退一步處,如飛蛾投燭̖羝羊觸藩,如何安樂?
처세 불퇴일보처 여비아투촉 저양촉번 여하안락
몸을 세우되 한 걸음 더 높이 세우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초탈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되 한 걸음 물러나 처신하지 않는다면 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의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044. 學者要收拾精神,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
여수덕이류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咏風雅,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안정심심
학문하는 사람은 오직 정신을 수습하여 한길로 집중해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일의 성공이나 이름 드러내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결코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요, 책을 읽으면서 읊조리는 재미나 풍류에만 감흥을 의탁한다면 결코 깊은 핵심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045.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劊,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金屋茅簷,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전옥모첨 비량지야
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나 유마와 도회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이고 정에 가리워 눈앞에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046.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趨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추욕경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착, 변타위기
덕을 기르고 도를 닦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목석 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만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면 문득 욕심의 땅으로 내달리게 되리라.
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구름이나 물 같은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단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면 문득 위험한 지경으로 떨어지고 말리라.
047. 吉人無論作用安詳,則夢寐神魂,無非和氣。
고인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無論行事狼戾,則聲音咲語,渾是殺機。
흉인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착한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상서로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잘 때의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악한 사람은 하는 일이 사납고 어그러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있느니라.
048.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 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즉 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장에 병이 들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신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니,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049.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
복막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으니,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바야흐로 일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화가 됨을 알리라.
050.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並用。
처치세, 의방. 처난세, 의원. 처숙계지세, 당방원병용.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대선인, 의관. 대악인, 의엄. 대용중지인, 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원만하여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관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근엄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함과 근엄함을 함께 지녀야 하느니라.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메모 :
'채근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菜根譚(채근담) 머릿말 (0) | 2014.02.20 |
---|---|
[스크랩] 채근담 (萬曆本) 前集완역해설 (51 ~100 ) (0) | 2013.04.13 |
[스크랩] 채근담 (萬曆本) 前集완역해설 (101 ~ 150 ) (0) | 2013.04.13 |
[스크랩] 채근담 (萬曆本) 前集완역해설 (151 ~ 200 ) (0) | 2013.04.13 |
[스크랩] 채근담 (萬曆本) 前集완역해설 ( 200 ~ ) (0) | 2013.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