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김씨(新)는 조선조에서 왕비 3명, 상신 15명, 대제학 6명을 배출한 명문인데 특히 부자 대제학, 부자 영의정, 형제 영의정을 배출한 가문으로 유명하다. 근세에도 김옥균, 김좌진 장군 등이 배출되었다. 김번선생 묘는 조선 8대 명당과 옥호저수형(玉壺貯水形)으로 많이 알려진 곳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 산 5번지에 있다.
현장에 도착하여 전후좌우를 둘러보니 뒤편(현무)이 허(虛)하여 올라가서 넘겨다보니 횡룡입수(橫龍入首)에 필요한 귀(鬼)나 낙(樂)이 부족하였다. 다행이라면 좌우로 뻗은 횡룡입수맥이 혈 뒤쪽에서 약간 솟아올라 지나가는 기운을 잠시 멈추고 거의 90도 각도로 꺾인 입혈맥(入穴脉)으로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좌우의 용호(龍虎)는 유정(有情)한데 비하여 현무인 뒤가 요함(凹陷)한 편으로 아쉽다.
입혈맥은 분수(分水)는 분명하나 곧고 완만하고 양쪽으로 퍼져서 긴장감 없이 밋밋하여 생동(生動)감이 부족하다. 혈장(穴場)을 보니 왜 옥호저수형(玉壺貯水形)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마치 물병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며 묘는 물병 손잡이 부분에 있었는데 왜 이곳에 점혈(點穴)해야만 했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혈장 점혈법상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정상적이라면 묘 앞쪽의 동글게 솟은 돌형(突形) 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 현재의 묘 위치는 기가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앞쪽으로 지나가는 입혈맥 상에 있는 꼴이다.

기가 완전히 멈춘 곳은 형태상으로 앞쪽의 원만(圓滿)하게 솟은 곳으로 보인다. 그곳에 가서 살펴보니 바위돌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처음에 이곳에 작혈(作穴)하려다 혹시 돌이 나와서 포기했는가하는 상상도 해본다. 혹은 뒤가 요함(凹陷)하여 바람의 통로가 되기 때문에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앞뒤가 높고 중간의 낮은 곳에 작혈하였다면 근본을 잃는 하책이 아닐 수 없겠다. 만약 현재의 곳이 혈처(穴處)가 되려면 혈장의 잘록한 허리 부분에 가까이 위치한 묘의 좌우로 지금보다 부풀어 둥글게 살쪄야 하고 앞에 낮게 부풀어 오른 봉우리에서 양쪽으로 줄기가 나와 여덟팔자(八字)로 이곳 묘쪽을 감싸야 한다.

맥이 완만하게 양(陽)으로 오면 양래음수(陽來陰收)로 급하게 타야하니 솟은 돌형(突形)에 올려놓아야 한다. 즉 현재의 유형(乳形)보다 앞쪽의 돌형(突形)이 좋아보였다.
옛글에 이르기를 기(氣)가 모인 혈처(穴處)는 둥글고 이지러지지 않으며 풍만하고 기울지 않아야 한다(圓而不缺, 滿而不傾)고 하였고 혈을 맺는 곳에 이르면 또 충만하고 밝고 윤택하며(至結穴之處則又要充滿光潤) 만약 하나라도 이지러지고 꺼지며 얇게 깎이면 기는 반드시 메말라서 혈이 될 수 없다.(若一有缺陷薄削則氣必枯槁而不可穴矣)고 하였으며 또 모름지기 혈(穴)을 맺는 곳은 둥글고 평탄하고 살아있으며 고요하고 움직이지 않는다(須結穴之所圓融平坦 ~ 活而不死, 靜而不動)고 하였으니 혈장(穴場)의 조건은 둥글고[圓] 가득하며[滿] 평탄하고[平] 살아있되[活] 움직이지 않고 고요해야[靜]함을 알 수 있다. 현재의 곳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나 바로 앞에 그와 유사한 곳이 있으니 안타깝다.

또한 옛글에 기(氣)를 알기는 맥(脉)을 아는 것보다 어렵고 맥을 아는 것이 어찌 기에 장(葬)하는 것과 같겠는가(認氣難于認脉, 認脉豈如葬氣)라고 하였다. 현재의 곳은 기장(氣葬)이 아닌 맥장(脉葬)을 하였으니 상식을 벗어난 점혈법(點穴法)이다.
옛글에 이르기를 기와 맥을 어떻게 분별하는가. 맥이 다니면 반드시 거두어 등성마루(分水處)가 있어 풀을 헤치고 가는 뱀과 불에 타 재가 된 실처럼 은은한 흔적을 이룬다. 평탄하고 둥글어 가득하면 기(氣)가 된다. 단지 맥은 쉽게 보이나 기는 알기 어렵다. 맥에 장사함은 기에 장사함만 못하다고 한 것은 바로 맥은 은은한 줄기가 있는 음(陰)을 범하고 기는 평탄한 양(陽)이 되니 응당 기(氣)에 장사해야 한다. 기에 장사하고 맥에 장사하지 않는 것은 혈(穴)의 비밀을 아는 것이다. 시사(時師)는 대부분 맥에 장사하는데 능하고 기에 장사하는데 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재앙이 항상 많고 복은 항상 적다. 그리고 또 능히 기와 맥을 분별할 수 있으면 사람들을 위하여 복을 짓고 백에 하나도 실수가 없다(氣脉何以分別也, 脉之行必須斂而有脊乃成草蛇灰線 ~ 平坦圓滿爲氣 ~ 但脉易見而氣難認耳.謂葬脉不如葬氣者.正以脉犯陰而氣爲陽.當葬氣也 ~ 葬氣不葬脉者 ~ 此認穴之秘訣也 ~ 時師多能葬脉.不能葬氣者 ~ 故禍常多而福常少也 ~ 而又能辨乎氣脉則爲人造福.百不失一矣)고 하였다.

이기(理氣)상으로는 갑(甲) 횡룡입수에 자(子) 입혈맥으로 자좌오향(子坐午向)이며 오(午)수구(水口)로 88향법으로는 불합하나 정음정양(淨陰淨陽)법으로는 양룡(陽龍)에 양향(陽向)으로 합법이다. 특히 화성(火星)인 오방(午方)에 응(應)한 조산(朝山)이 화성의 문필봉(文筆峰)을 이루어 득지(得地)하고 성수오행(星宿五行)상 왕사(旺砂)가 되니 문장(文章)이 끊이지 않겠다.
이상은 안목이 부족한 필자의 개인소견이며 자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특히 조선 8대 명당이라는 소문에 혹시 우리 초학자 회원님들이 이러한 곳이 바로 대지(大地)라 생각하고 큰 자리의 표준으로 삼을 것을 염려하여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잣대로 일부 단점을 언급해서 우리 회원님들의 예리한 안목을 길러주려는 의미에서 쓴 글이므로 이곳이 자리가 아니라는 뜻보다는 내부 회원교육용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곳 후손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