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서명도 (第二 西銘圖)
서명 (西銘) ; 西 ; 서녁 서, 銘 ; 새길 명, 마음에 깊이 새김,
서명 설명 ; 건(乾)을 부(父)라 하며, 곤(坤)을 모(母)라 한다.
나는 매우 작은 존재로서, 혼연히 그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천지사이에 들어찬 것은 나의 몸이며, 천지를 이끄는 원리는 나의 본서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동포이며, 모든 사물이 나와 같은 족속이다. 임금은 내 부모의 종자(宗子)이며, 대신은 그 종자의 가상(家相)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높이는 것은 그 어른을 어른으로 섬기는 근본이며, 외롭고 약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은 그 어린이를 어린이로 보살피는 근본이다.
성인이란 그 덕이 천지와 더불어 합치되는 사람이며, 현인이란 빼어난 사람이다.
무릇 천하의 늙어 허약한 사람이라든가, 병들어 고통을 받는 사람이라든가, 형제가 없는 사람이라든가, 혹은 자식이 없는 사람이라든가, 혹은 홀아비나 과부와 같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다 나의 형제가 심히 곤란한 처지를 당하고서도 호소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다.
때로 하늘의 뜻을 보존하는 것이 내가 천지의 아들로서 천지를 공경하는 것이며, 일상 즐거워하고 근심하지 않는 것이 효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지 않고 천명을 어기는 것을 패덕(悖德)이라 하고, 인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한다. 악한 일을 더하는 자는 부재(不才)이고, 천지로부터 받은 천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오로지 부모를 닮는 자이다.
천지의 조화를 알면 그 천지 부모의 사업을 잘 계속하며, 그 조화 속의 신묘함을 다 궁구하면 그 천지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방 구석에서 부끄럽지 않은 것이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며,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는 것이 부모를 섬기는 데 게으르지 않음이다. 맛 좋은 술을 싫어하는 것은 우가 어버이를 돌보는 것이며, 영재를 기르는 것은 영
봉인이 그 효자의 동류를 길이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고생되어도 효성의 마음을 게을리하지 않아 마침내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은 순의 공이며, 도망할 곳 없는 듯이 죽이기를 기다리는 것은 신생의 공경함이다. 주신 몸을 온전하게 가지고 살다가 돌아간 사람은 증삼이며, 따르는 데 용감하여 명령에 순종하기로 손꼽힐 사람은 백기이 다.
부귀와 복택은 장차 나의 삶을 두텁게 할 것이며, 빈천과 우척(優戚)은 너를 옥성(玉成)시키는 것이다. 살아서는 천지와 부모를 순하게 섬기다가 죽게 되면 나는 편안히 돌아갈 것이다.
주자가 말했다. "[서명]이란 정자에 의하면 하나의 이가 다양하게 나누어짐을 밝힌 것이다. 대체로 건으로 아비를 삼고, 곤 즉 땅으로 어미를 삼는 것은 생물이라면 모두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이것이 이른바 이가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및 동물 등 혈맥을 가진 생명체의 무리들은 각각 그 어버이를 어버이로 섬기고 그 자식을 자식으로 키우고 있으므로, 그 분별됨에 있어서는 어찌 서로 다르지 않겠는가! 하나로 통일되면서도 만 가지로 각기 다른 까닭에, 비록 천하가 한 집안이고 중국이 한 사람과 같다고 하더라도 겸애의 패단에 흐르지 않는 것이다.
만 가지로 각기 다르면서도 또한 하나로 관통되므로, 비록 친하고 소원한 정의 차이가 있고 귀하고 천한 등차가 있다 하더라도 "위아"의 사사로움에 막히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서명]의 대의이다.
어버이를 사랑하는 마음씨를 미루어 무아의 공덕을 기르고, 어버이를 섬기는 정성을 바탕으로 하늘 섬기는 길을 밝힌 것을 본다면, 무룻 어디를 가든지 이른바 "분계에 서서 이가 하나임을 미루는 것"이 아님이 없다" 했으며, 또 주자는 말하기를 "[서명]의 앞부분은 바둑판과 같고, 뒷부분은 그 판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서명]은 하나인 이가 다양하게 나뉘는 것을 말한 내용의 것이다. 그 이가 하나임을 아는 것은 "인"을 실행하게 하는 까닭이며, 그 이가 다르게 나뉨을 아는 것은 "의"를 행하게 하는 까닭이다. 이것은 마치 맹자가 "어버이를 사랑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남들을 사랑한 다음에 사물을 사랑한다"고 한 것과 같다. 그 분수가 같지 않기 때문에, "내가 베푸는 것에도 차등이 없을 수 없다"고 하였다. 쌍봉요시는 "[서명]의 앞 일절은 사람이 천지의 아들임을 밝힌 것이며, 뒤 일절은 사람이 천지
를 섬기는 것을 마치 자식이 부모 섬기듯 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퇴계선생 말씀
위의 명은 횡거 장자가 지은 것입니다. 처음에 "정완"이라 이름하였는데, 정자가 이름을 바꿔 [서명]이라 하였고, 거기에 임은 정씨가 이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성학의 목적은 "인"을 찾는 데 있습니다. 모름지기 인의 뜻을 깊이 체득해야만 바야흐로 내가 천지 만물과 한 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진실로 이와 같은 경우라야 인에 대한 공부가 비로소 친절 유미하여져서, 광대 무변함에 손댈 바를 모르게 되고 걱정을 벗어나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사물을 곧 나인 줄 잘못 아는 병통이 없어 심덕이 온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정자는 "[서명]이야말로 그 뜻이 지극히 완비되었으니, 이것이 곧 인의 체이다"라고 하였고, 또 "이 인이 남김없이 충만될 때 성인이 된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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