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트레킹 | 일본 쿠사츠시라네산] 일본 고산식물의 보고(寶庫)를 돌아보다
- 2,000m까지 케이블카로 접근… 등산·스키·온천 두루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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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부지방의 3,000m 이상 되는 산군 중에 일본 최대의 고층습원 오제(후쿠시마와 니가타현 사이)와 삼림욕의 발상지 아카자와(나가노현)를 지척거리에 두고 일본의 3대 온천 중의 하나인 쿠사츠온천을 산행 뒤 바로 즐길 수 있는 산이 군마현의 시라네산이다. 시라네산은 도치기현과 군마현의 경계에 위치한 닛코시라네(日光白根山·2578m)와 구별하기 위해 그냥 시라네산이라기보다 쿠사츠시라네산(草津白根山)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른다.
쿠사츠시라네산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달라지는 식생과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는 고산식물로도 유명하다. 고산식물과 그들이 피우는 아름다운 꽃은 아쉽게도 9월 이후엔 볼 수 없다. 쿠사츠시라네산은 10월 말만 되면 언제 눈이 퍼부을지 모르기 때문에 입산을 통제한다. 대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스키시즌은 이듬해 4월까지 계속된다. 따라서 산행은 보통 5월부터 10월 말까지만 개방한다. 이 짧은 시기에 즐기는 등산은 화산지대 고산식물의 진수를 볼 수 있다.
- ▲ 쿠사츠시라네산 2,000m 높이에 있는 주차장 바로 옆에 유미이케(弓池·궁지) 산책로에 평일에도 많은 탐방객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유미이케 오른쪽으로 시라네산 분화구 유가마(湯釜)가 있고, 왼쪽으로 모토시라네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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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마현 관광국의 협찬으로 쿠사츠시라네산과 일본 3대 온천 중의 하나인 쿠사츠온천을 다녀왔다. 군마현 관광국 공무원 니혼마츠 유타카(二本松豊)씨와 쿠사츠시 관광과 마사카주 시라토리(白鳥正和)씨가 동행했다.
마사카주씨의 안내로 쿠사츠온천마을에서 차로 불과 3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쿠사츠시라네산으로 향했다.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방향감각을 잡을 수 없다. 여하튼 우리의 동해와 인접한 일본의 중북부 지방 해안에서 크게 멀지 않은 어디쯤으로 머리에 큰 그림을 그려 대충 방향을 잡고 출발했다. 한참을 가다 차에서 내렸다. GPS를 바로 꺼내 고도를 확인했다. 1,511m를 나타냈다. 가이드도 그쯤 된다고 했다.
- ▲ 나무데크로 잘 정돈한 시라네산 등산로로 군마현과 쿠사츠시에서 나온 일행들이 걷고 있다. 2,000m 이상 고도인데도 관목으로 조릿대가 대형 군락을 이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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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분화구 주위로 야생화 만발
차도는 계속 됐지만 길 옆 등산로로 빠졌다. 바로 습지가 연결됐다. 습지 위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어 습지를 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습지엔 억새와 조릿대, 낙엽송과 같은 소나무 등이 다양한 야생화와 함께 자라고 있다. 여름이면 야생화가 만발할 것 같았다.
쿠사츠시는 위도가 우리나라의 대구보다는 조금 높고 대전보다는 조금 낮은 듯했다. 그런데도 10월 하순에 벌써 단풍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고도가 높은 탓도 있지만 지난여름 너무 무더웠고 가을에 비가 내리지 않아 올해 일본 전국의 단풍은 볼품없다고 했다. 이곳 단풍 절정기는 보통 10월 초순이다. 낙엽송만 앙상히 남아 솔잎에 노란물을 들이고 있다.
- ▲ 1 쿠사츠시라네산에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 사이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2 습지 위로 조성된 나무데크로 가면 고산 습지식물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습지 옆에는 조그만 호수가 있다. 3 쿠사츠시라네산 고도를 올라갈수록 나무들의 키는 작아지고, 고사목만 눈에 많이 띄었다. 4 모토시라네산 분화구 전망대를 향해 일행들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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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바로 위로는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였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500m 정도 고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시라네산 높이는 2,000m가 넘지만 실제로 걷는 거리는 별로 되지 않았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했다. 고도는 1,549m. 넓은 주차장과 함께 곳곳에 케이블카와 리프트가 있다. 인공시설이 너무 많아 도대체 케이블카가 몇 개나 되는지 궁금했다. 일본에서 가장 먼저 리프트를 만든 곳이 바로 쿠사츠시라네산이며,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합쳐 총 13개나 된다고 했다. 하나의 산에 이렇게 많은 케이블카와 리프트가 있다니…. 일본은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들여온 지 내년이 꼭 100년이 되며, 1914년 처음 만든 리프트가 기록과 함께 승강장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돼 있다.
일행들과 함께 탄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고도 500m를 높였다. 차로 500m가량, 케이블카로 500m가량, 거의 1,000m를 동력으로 올라갔다. 케이블카 안에서 가이드는 재미있는 얘기를 전했다.
- ▲ 1 모토시라네의 작은 분화구인 거울호수. 을씨년스런 늦가을 정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 군마현 관광국 한국담당 니혼마츠 유타카(二本松豊)씨가 모토시라네산 갈림길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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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트레킹하기로 예정했던 코스에 곰이 나타나서 그 코스는 전부 잠정폐쇄하기로 했다. 지난여름 무더운 날씨로 과일수들이 열매를 맺지 못해 곰들의 먹이가 부족한 관계로 민가에 출몰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 곰이 도로로 뛰쳐나와 차에 부딪힌 경우도 있었다.”
코스는 ‘곰’ 때문에 긴급 변경됐다. 모두 7개 있는 시라네산 트레킹 코스에서, 평원으로 걷는 8km가량의 코스 대신 모토시라네산(本白根山·2,171m) 정상 옆을 지나쳐서 원점회귀하고, 화산분화구가 있는 시라네산(2,160m) 정상부에 갔다 오기로 했다. 총 8.1km가량 됐다.
출발지는 케이블카 승강장. 고도를 확인하니 2,028m다. 벌써 2,000m 이상 고지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봉보다 더 높은 곳이다. 올라가는 코스 주변엔 유달리 고사목이 눈에 많이 띄었다.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고사목과 함께 조릿대와 소나무가 특히 많았다. 한국에서의 식생과 별로 달라 보이진 않았다.
- ▲ 사이노카와라공원. 일본 근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윈 폰 베르츠 박사는 “쿠사츠온천이 유럽에 있었다면 아마 세계적인 명소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쿠사츠온천을 개발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엘윈 베르츠 박사의 흉상을 모신 사이노카와라공원 곳곳에도 노천이 솟아나고 있다.
-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가이드가 손짓하며 불렀다. 나무뿌리 사이로 무성히 자란 이끼를 가리키며 라이트를 살짝 켰다. 이끼가 반짝거렸다. 발광이끼였다. 전 세계에 50여 종밖에 없는 종이다. 화산지형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식물과 균류들이 자라, 식물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시라네산에는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유황을 내뿜고 있다. 유황과 이름 모를 식생들이 화산지형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줬다.
몸에 살짝 땀이 배려고 했다. 조금 걸었는가 싶더니 이내 능선 정상부로 올라섰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이드는 겨울이면 눈이 3m까지 쌓인다고 했다. 겨울 스키시즌엔 문제없지만 봄에 등산로를 개방하기 위해 그 많은 눈을 치우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란다. 일부 지역엔 7월까지 잔설이 있다고. 한창 눈이 쌓일 즈음엔 다테야마에서 유명한, 차량의 두 배 높이 정도로 눈이 쌓인 길 사이로 차가 다니는 장면은 시라네산에서도 매년 반복된다. 이 때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쿠사츠시 관광과의 마사카주 시라토리씨는 스키점프 일본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때 이름을 날렸다고 살짝 귀띔했다. 그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 ‘국가대표’를 꼭 보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느덧 분화구(2,138m) 앞에 다다랐다. 분화구엔 물이 거의 없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이어 가을엔 비도 별로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단풍이 볼품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젠 분화구를 한 바퀴 빙 돌아서 애초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분화구 주변은 전형적인 화산지형인 잔돌과 흙이 섞인 듯한 퍼석퍼석한 땅이다. 여차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이런 척박한 땅에도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다. 분화구 주변엔 땅바닥에 달라붙은 듯한 잎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냥 말라죽은 풀 정도인줄 알았는데, 그 야생화가 7월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코마쿠사’라고 한다. 화산식물의 일종이다. 사진으로 보니 의외로 아름다운 꽃이다. 여름이면 분화구 주변 전체를 붉게 수놓는다. 코마쿠사뿐만 아니라 ‘하이마츠’라 불리는 키 작은 소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세찬 바람 때문인지 크게 자라지 못하고 전부 허리 밑으로 누워 있다.
- ▲ 1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쿠사츠시를 대표하는 석남꽃. 꽃은 옅은 붉은색으로 피우며, 5~6월에 걸쳐 만개한다. 2 시라네산의 고산식물의 여왕으로 불리는 코마쿠사. 6~8월 시라네산에서 볼 수 있으며, 붉은색에서 분홍색, 가끔 흰색꽃을 피우기도 한다.
- ▲ 모토시라네산 등산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발광이끼. 전 세계적으로 50여 종뿐인 고산 희귀종이다.
- ▲ 1 시라네산 고산식물 중에 8~9월 중순까지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나무다. 2 시라네산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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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등산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하긴 2,000m 가까이 케이블카가 올라오는데, 이 정도 높이에 누가 못 올라오겠나. 등산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 다니지 않은 길을 명확히 구분해 놓았다. 등산객들은 지정해 놓은 등산로로만 다니고 있었다.
분화구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나무데크로 단장돼 있다. 많은 사람이 다녀 식생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땅이 굳지 않게 하려는 자연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았다. 분화구 정상에 서니 사방이 훤히 트였다. 시라네산 정상은 아니고 단지 분화구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정표에는 전망대라고 적혀 있다. 출발지점인 시라네산 케이블카역까지는 2.6km 된다고 쓰여 있다.
원점회귀로 가는 방향을 향해 일행들은 나아갔다. 조릿대와 소나무들은 등산객을 환영하는 듯 전부 허리 아래로 숙이고 있다. 몇 미터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분화구가 나왔다. 정상 분화구만큼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직경이 100여 m 이상은 족히 될 법했다. 이곳엔 물도 제법 있었다. 이 분화구의 호수를 거울연못(호수)이라고 했다. 물이 너무 맑아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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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네산에는 관목으로는 조릿대가 완전 우점종이었다. 가는 곳마다 가장 눈에 많이 띄었다. 조금 더 가니 자작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키 경쟁을 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했다.
갈림길이 나왔다. 원점회귀로 돌아가는 방향과 다른 길은 ‘殺生方面(살생방면)’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다. ‘아니 웬 살생?’ 궁금했다. 가이드는 “모든 생물이 도저히 자랄 수 없을 정도로 화산의 유독가스가 너무 많이 나와 살생이란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지명은 살생이지만 이 길엔 무성한 산림과 공생하는 이끼가 밀림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파릇파릇한 관목과 초목들이 울창한 산림을 대변하고 있었다. 울창한 산림은 남성보다 여성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시라네산엔 신사가 모셔져 있다. 지금은 따로 옮겨져 있지만. 시라네산 가이드와 동행한 일본 공무원들은 공히 시라네산 신사에 모셔져 있는 신은 여성신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라네산이 화산이긴 하지만 포근한 느낌도 들었다. 일본인들은 의지하고픈 대상을 신사로 모신다고 가이드는 덧붙였다.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모토시라네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원점회귀는 불과 4.1㎞밖에 안 되는 가벼운 산책로였다. 이젠 시라네산 화산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출발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모토시라네산에서 훤히 보였다.
강산성 유가마엔 대못도 일주일 만에 부식
올라가는 길은 조금 가팔랐지만 길은 잘 정돈돼 있다. 이내 능선 위로 올라서 다시 내려갔다. 대형주차장과 그 주변으로 시라네산 화산역사자료관,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화산 전망대에 가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바로 그 옆엔 ’유미이케(弓池)’라는 호수가 있다. 유미이케는 화산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긴 호수다. 주변엔 나무가 늘어선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산책을 즐기며 고산식물을 감상한다.
식당가에서 ‘유가마(湯釜)’로 불리는 화산 전망대(2,160m)까지는 불과 1km가 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볍게 화산 분화구를 보기 위해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였다. 화산 분화구 ‘유가마’에 금방 도착했다. 직경 300m, 수심 30m에 달하는 유가마엔 에메랄드빛을 띤 강산성 물이 가득 차 있다. 바로 그 옆 또 다른 새끼 분화구엔 맑은 물이 있어 분화구 두 곳의 물이 확연히 차이 났다. 유가마의 강산성 물은 동물을 빠뜨리면 일주일도 안 돼 뼈조차 원형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앙상하게 녹아버린다고 한다. 물론 생물은 전혀 살지 않으며, 세계 제일의 산성호수로 유명하다.
- ▲ 시라네산 정상 분화구에 있는 유가마(湯釜). 에메랄드빛 물 색깔이 한눈에 봐도 강산성임을 알 수 있다. 유가마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분화구의 물은 그냥 물 색깔로 유가마의 물과 완전히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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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만 남았다. 일본의 산이 대개 그렇듯이 쿠사츠시라네산은 전형적인 활화산의 모습을 띠고 있다. 활화산은 과거 1만 년 이내에 분화했고, 현재 활동 중인 화산을 말한다. 활화산은 일본 전국에 108개 정도 된다. 이 활화산은 과거 화산활동의 정도에 따라 A, B, C등급으로 분류된다. 멀지 않아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A급의 활화산이 일본에서 13개나 된다. 쿠사츠시라네산은 B급에 해당한다고 동행한 니혼마츠 유타카씨가 전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시라네산 전체가 유황으로 가득 찼다. 올해는 이상기후 탓에 단풍은 별로였지만 가을단풍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산이라고 강조했다. 쿠사츠시라네산은 봄·여름엔 화산지대의 웅대한 자연, 가을엔 단풍, 겨울엔 스키를 두루 즐길 수 있다고 쿠사츠시 관계자가 덧붙여 자랑했다.
2,000m 이상 고지를 케이블카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쿠사츠시라네산은 분화구의 다양한 형태를 보며 가벼운 산책을 겸할 수 있는, 크지만 아담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또 산행 후에는 일본의 3대 온천을 즐길 기대로 부풀게 하는 그런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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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츠온천] 일본 3대 온천…강산성으로 피부질환·외상·고혈압에 탁월한 효과
일본은 나라 전체가 화산지대로서 어디든지 온천이 흘러넘친다. 쿠사츠는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중의 한 곳이다. 기푸현의 게로온천, 효고현의 아리마온천 등과 함께 일본의 3대 온천 중한 곳이기 때문이다. 군마현의 쿠사츠온천은 그냥 온천이 아니라 ‘명천’이라 하고, 일본에서 ‘온센니즘(Onsenism·온천주의, 온천 천국)이라고 부른다.
쿠사츠온천의 온천 분출량은 1분에 2만3,000ℓ로 일본에서 최고다. 단위 면적당 분출량도 1㎡당 3만6,989ℓ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벳푸온천(1만1519ℓ)의 3배 이상에 달한다. 몇 년 전 일본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지금까지 경험해 본 온천 중 가장 좋았던 온천지’와 ‘가장 가고 싶은 온천지’ 중에 단연 1위로 꼽혔을 정도다.
- ▲ 유바다케에서 온천수가 흘러 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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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츠온천의 유래는 12세기 가마쿠라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라네산에 신사가 모셔지고 막부의 무사들이 활동할 즈음 처음 온천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게이코시대 도쿠가와가 일본을 통일하고 쿠사츠를 다녀간 기록이 있다. 도쿠가와의 군사들이 쿠사츠에 와서 온천욕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무사와 온천, 이 둘은 온천의 성분과 효능에 의해 상관관계를 가진다. 쿠사츠온천은 강산성으로,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 외상, 고혈압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고 의학적 증명기록이 온천박물관에 기록돼 있다. 따라서 외상을 입은 무사들이 치료를 위해 쿠사츠온천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쿠사츠 시내에 있는 라쿠데료칸 겸 온천 주인 고바야시씨는 “눈질병, 특히 결막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쿠사츠온천에 와서 아침 저녁으로 3일 동안 눈을 씻은 결과 결막염이 깨끗이 나았다”며 실제 그런 사례를 수차례 봤다고 말했다.
- ▲ 1 유바다케로 흐르는 온천수는 바닥이 허옇게 보일 정도로 침전물이 많이 쌓인다. 이 침전물을 유황 입욕제로 상품화시켜 팔고 있다. 2 유바다케 옆에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무료 족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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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츠 시내에 있는 온천박물관에는 실제로 재미있는 실험결과도 있다. 쿠사츠의 강산성 온천수에 담가둔 두꺼운 대못이 하루하루 변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첫날 20%가량 부식되어 철이 사라지더니 9일째 되는 날 대못의 1.2%만 남아 마치 바늘보다 더 가는 못이 됐다.
쿠사츠의 또 다른 명물은 유황밭으로 불리는 유바다케로 유명하다. 유바다케는 마을 중심 노천에서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늘 강렬한 유황냄새와 온천 수증기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근다. 이곳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는 항상 54℃를 유지하며, 50여 개의 나무통을 거쳐 각 료칸으로 보내진다. 료칸의 온천수는 흘러나오는 물의 양에 따라 온도를 조절한다. 즉 물의 양을 많이 배출하면 온도가 올라가고 줄이면 온도가 떨어진다. 료칸에서는 항상 일정량을 흐르게 해서 42℃를 유지하게 한다고 한다.
- ▲ 쿠사츠온천의 명물인 온천수를 식히는 이벤트. 이 행사를 뉴욕에까지 가서 벌였다고 한다. 매일 이 행사를 하루에 7번씩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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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다케 옆에는 경관을 즐기며 쌓인 피로까지 풀 수 있는 무료 족탕이 있어, 외국인은 물론 많은 관광객이 둘러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쿠사츠 시내엔 무료 온천 시설도 18군데나 있다.
유바다케 인근에 있는 일본 근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엘윈 폰 베르츠 박사의 흉상을 모신 사이노카와라공원 곳곳에도 노천에서 온천이 솟아나고 있다. 원체 온천이 신출귀몰하게 나와 애초에 귀신이 사는 곳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쿠사츠에는 흐르는 도랑물도 온천수라고 보면 된다.
쿠사츠온천과 시라네산 등산과 스키 문의는 일본 군마현과 쿠사츠시로 바로 문의해도 되고, 한국의 브라이트스푼사(010-9041-4431)가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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