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진결 기본편 1. 간지국의 양반과 천반수 지반수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홍연진결은 그 유래가 매우 길어서 그 근원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홍연진결의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저자 설천 도인에서 토정 선생과 화담 선생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은 자취를 찾기가 어렵다. 토정 선생과 화담 선생도 홍연진결과 관련한 자취를 지리노부의 서문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요 두 분의 문집에서 찾을 수는 없다. 황극책수 구문변수기문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도 있으나 홍연진결과 황극책수 중에 어느 책이 먼저 나왔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서지학자들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근래 홍연진결과 관련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그 근원은 모두 이 홍연진결이다. 그러므로 홍연진결의 원리를 공부하고자 하면 일단 모든 이론의 근원을 홍연진결이란 책자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학자들은 대부분 그 근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후래 학자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된다. 홍연진결에서 밝힌 모든 이론을 근본으로 삼고 다른 책자와 비교하여 다른 점을 확인해 나간다면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학문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홍연진결이 덕유산인에 의거하여 최초로 편집된 이래 전래되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탔었고, 백여 년 전에 다시 편집되는 과정에 일부의 내용이 가감되면서 원본의 자취를 찾을 수 없도록 변형되었다는 점이다. 홍연진결의 기본편을 순서는 그대로 두고 읽기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몇 차례 나누어 연재한다. 독자님들께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홍연수작국법洪烟數作局法
덕유산인德裕山人 초은樵隱 교찬校贊
제1장 기본편基本篇
1. 간지국干支局의 양반兩盤(홍연진결 1쪽)
[원문] 황제黃帝가 용도龍圖의 법을 받고, 풍후風后가 이를 부연하여 둔갑遁甲으로 삼고 법식法式을 삼중三重으로 만들었다. 이 법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본받은 것으로, 상층上層은 하늘을 본받아 9성九星을 펼치고, 중층中層은 사람을 본받아 8문八門을 열며, 하층下層은 땅을 본받아 8괘八卦를 펼쳐놓아 8방八方을 누른다. 동지와 하지의 음둔陰遁과 양둔陽遁이 하나는 순행順行하고 하나는 역행逆行하여 삼기三奇와 육의六儀를 포국한다.
[역자 주,] 홍연진결은 여러 가지 장점이 많지만 복잡다단한 것이 단점이다. 명리命理는 간결하다. 홍연진결도 간결하게 할 수 있다. 홍국수洪局數가 바로 그러하다. 홍국수는 갑을병정 천간 10개와 자축인묘 지지 12개를 숫자로 바꾸어서 볼 따름이다. 간지干支 곧 천간 지지와 숫자는 어느 것이 먼저 생겼는지 알 수 없다. 간명성簡明性에 입각하여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간지보다 숫자가 먼저 생겼을 것이다. 어떻든 홍연진결의 홍국洪局은 숫자를 위주하여 판단하고 연국煙局은 간지를 위주하여 판단한다.
홍연진결을 위시하여 기문둔갑 구성학九星學 등 구궁九宮의 이론은 낙서洛書를 근거한다. 용도龍圖는 용마龍馬의 등 위에 있는 그림 곧 하도河圖를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하도는 복희씨伏羲氏 때 천하天河에서 나온 용마의 등에 그려져 있었다는 그림이고, 낙서는 우禹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구神龜의 등에 쓰여 있었다는 글이다. 복희씨는 하도에 의해 팔괘八卦를 그렸고, 우임금은 낙서에 의해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통설이다.
복희씨의 생존연대를 BC 2952–2836, 또는 BC 2852–2737으로 추정하고, 황제 헌원씨軒轅氏는 BC 2704년경에 태어나 BC 2697년 제왕이 되었다고 전해지며, 우임금은 BC 2070년경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군주로, 아버지는 곤鯤이고 곤의 아버지는 오제五帝의 하나인 전욱顓頊이며, 또 전욱은 황제의 손자이므로 우임금은 황제의 고손자가 된다고 한다.
이를 의거하면 황제 재위 중에는 복희씨 재위 중에 나타난 하도는 있었겠지만 우임금 재위 중에 나타난 신구의 낙서는 아직 존재하기 이전이다. 그러므로 기문둔갑의 연원이 온전히 하도에 근거하였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낙서에 근거하였다면 전혀 수긍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하도와 낙서의 그림이 구체적인 도형圖形을 갖추고 최초로 나타난 시기가 송대宋代 초기 도사 진단陳摶 희이希夷 선생에 의해서이고, 희이 선생의 법통을 계승한 소옹邵雍 강절康節 선생의 상수학象數學에 의해 하도와 낙서의 도형이 하도오행상생지도河圖五行相生之圖와 낙서오행상극지도洛書五行相剋之圖로 구체화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문둔갑의 연원을 하도와 낙서로 단정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황제가 용마의 하도를 근거하여 풍후로 하여금 이를 부연하여 둔갑의 삼중 법식을 만들게 하였다는 기문둔갑의 연원을 역사적 사실에 의거하여 부정할 일만은 아니다. 하도와 낙서는 체용體用의 관계가 성립한다. 하도 본체의 원리에 달통하면 낙서 작용의 변통變通은 저절로 수반된다. 곧 하도의 원리를 떠나서 낙서의 9궁 원리가 홀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식을 삼중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9성과 8문 8괘는 홍국과 연국이 같이 사용한다. 그러나 그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3기와 6의는 연국의 고유영역이다. 9성과 8문 8괘는 추후 각 장에서 논의하겠다. 특히 화기8문花奇八門과 8괘는 홍국수와 연관하여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원문] 무릇 연월일시 간지의 수를 합계하여 간지국干支局의 양반兩盤을 만든다.
가령 자는 1이고, 축은 2이며, 인은 3이고, 해는 12이며, 이를 합계하여 9로 나눈다. ‘나머지 수’(영수零數)를 중궁에 넣고 감궁坎宮으로 나아가 순행하여 포국하는 것이 지국支局이 되며, 이것이 지반地盤이다. 또한 갑은 1이고, 을은 2이며, 병은 3이고, 계는 10이며, 이 수를 합계하여 9로 나눈다. 나머지 수를 중궁에 넣고 이궁離宮으로 나아가 역행하여 포국하는 것이 간국干局이 되며, 이것이 천반天盤이다. 지반이 주인이 되고 천반은 손이 되어 생극生剋과 왕쇠旺衰를 관찰하는 것이다. 오로지 지국의 5수만은 중궁에 넣고서 건궁乾宮으로 순행하여 본궁本宮이 되므로 수가 변하지 않으며, 간국의 5수는 중궁에 넣고 이궁으로 역행한다. 다음 8문과 8괘 6의3기 9성을 포국한다. 하락河洛의 5행은 오로지 이 5행을 위주하여 사용한다.
[역자 주.] 지반수地盤數와 천반수天盤數
홍국수를 해설하며 천간을 먼저 드는 책이 많다. 그러나 홍국수는 지지를 중심하기 때문에 지지를 먼저 해설하는 것이 옳다. 먼저 명리와 같이 4주를 만세력에 의거하여 설정한다. 그러고 나서 4개의 지지 숫자를 합하고 이를 9로 나누어 남는 수를 취한다. 이를 지반수地盤數라 한다. 또 천간의 숫자도 합하고 이를 9로 나누어 남는 수를 취한다. 이를 천반수天盤數라 한다.
자는 1이고 축은 2이며, 순서대로 해는 12가 된다. 갑도 또한 마찬가지로 1이고 을은 2이며, 계는 10이다. 이를 홍국洪局數라 말하기도 하고 홍연수洪煙數 또는 홍기수洪奇數라 말하기도 한다. 홍연진결은 이 홍국수와 아래에서 설명하는 후천수後天數를 사용한다. 지반수와 천반수를 9로 나누고 남는 수를 구궁도九宮圖의 중궁에 넣고 순서에 따라 포국하는 것이다. 지반수와 천반수는 아래 도표와 같다.
지반수地盤數
지 지 |
자 |
축 |
인 |
묘 |
진 |
사 |
오 |
미 |
신 |
유 |
술 |
해 |
홍국수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천반수天盤數
천 간 |
갑 |
을 |
병 |
정 |
무 |
기 |
경 |
신 |
임 |
계 |
홍국수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사주를 작성하고 나서 위의 도표圖表에 의거하여 사주 간지에 해당하는 수를 대입하고 천간은 천간대로 지지는 지지대로 모두 더한 다음 9로 나누고 나머지를 구하여 중궁에 넣는다. 만약 나머지가 없는 경우에는 9수를 그대로 쓰고, 9수 이하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지반이 주인이 되고 천반은 손이 되어 생극生剋과 왕쇠旺衰를 관찰하는 것이다.”라는 글이 여기서 공부하고자 하는 통변의 핵심 내용이다. 아래 항에서 이를 다루어 보겠다.
중궁 5수의 출건궁出乾宮과 출감궁出坎宮
“오로지 지국支局의 5수만은 중궁에 넣고서 건궁乾宮으로 순행하여 본궁本宮이 되므로 수가 변하지 않으며, 간국干局의 5수는 중궁에 넣고 이궁離宮으로 역행한다.”라는 문장은 홍연학계에서 시비가 많다. 여기서는 감궁坎宮으로 나가는 것을 취하지 않고 홍연진결의 원의에 따라 건궁으로 나가는 것을 취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선천역先天易 하도 복희역伏羲易은 10수를 쓰고 후천역後天易 낙서 문왕역文王易은 10수를 쓰지 않고 오로지 9수만 쓴다. 홍연진결의 홍국수는 낙서를 근거하여 모든 이론이 성립되었는데 현재 홍연학계에서 10수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며, 또한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홍연진결과 황극책수皇極策數는 어느 책이 먼저 나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홍연진결의 근간을 이루는 황극책수 구문변수기문九門變數奇門만 보아도 하도를 본체로 하고 낙서를 작용으로 한다고 명시하였고, 1변국一變局에서 9변국까지 모두 10수를 쓰지 않고 재중수再中數 곧 가수加數를 쓰고 있다. 또한 토정노인土亭老人이 저술했다고 하는 농아금방단시聾啞禁方單始도 그러하며, 홍연진결의 원서도 이를 충실히 준용하고 있다. 지지와 천간의 수를 모두 합하여 9로 나누고 남는 수를 중궁에 넣고 지반수와 천반수로 사용한다는 것도 낙서를 의거하여 9수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십토론十土論만 보아도 10수를 전용하는 법은 없다. 그런데 언제 누구에 의해서 재중수 또는 가수를 쓰지 않고 10수를 쓰게 되었는가? 물론 홍연진결의 가령장假令章에 보면 대부분 10수를 쓰고 있다. 가령장이 원문과 상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십토론十土論에 의하면, “9궁에 원래 십토十土가 없기 때문에 재중수再中數를 더하는 것이니 바로 술가術家의 묘법妙法이다. ‘앞의 반’(선반先半)은 토土를 사용하고, ‘뒤의 반’(후반後半)은 가수加數를 사용한다. 오로지 토만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고, 오로지 가수만 사용하는 것도 옳지 않으며, 이 때문에 겸용兼用하는 것이 옳다.”라는 문장과 같이, 재중수를 사용하지 않고 토10수를 전용하면 술가의 묘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10토와 재중수를 최소한 함께 사용하는 것이 옳다.
지반수와 천반수를 9로 나누고 남는 수를 중궁에 넣기 때문에 10수가 중궁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 국운을 보려면 천하국天下局을 설정한 다음 간상수艮上數를 중궁에 넣고 다시 포국하는 간상수입중기의도艮上數入中奇儀圖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천하국의 간상수가 10수인 경우 간상수를 중궁에 넣게 되면 10수가 중궁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역학계에서 재중수 대신 10수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5토 중궁수가 건궁으로 나가지 않고 감궁으로 나간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는 운호진인雲戶眞人(1881.~?)이 저술했다는 대전기大全奇와 토정노인의 저술로 알려진 농아금방단시의 홍범변국도洪範變局圖 등이다. 대전기를 살펴보면 홍연진결을 근거하여 저술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5수 중궁수만 유독 건궁으로 나가면 틀리고 감궁으로 나가야 옳다고 주장하는 역학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만일 간상수 10수가 중궁에 들어가고 다음 감궁으로 1수가 나가고 순차를 밟으면 5수가 재중수가 되어 6수가 건궁이 되고, 또 5수가 중궁수라면 6수가 건궁으로 나갈 경우 순차를 밟으면 다시 감궁에 1수가 되며, 이 때문에 중궁의 5수와 10수가 모두 8궁의 수가 동일하게 겹쳐서 나타나므로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0수도 5수와 동일하게 중궁에서 건궁으로 나가면 겹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홍연진결 2쪽 ‘4. 8괘八卦’ 편에 이르기를, “연국年局은 ‘간궁艮宮 위의 수’를 중궁에 넣는다. 가령 10수를 중궁에 넣는다면, 또한 손하절괘巽下絶卦를 만든다.”라는 원문에 대하여, 재차 편집한 분이 이르기를, “내가 이르되, ‘10수는 가수加數를 사용하므로 5수가 중궁이 되며, 이 때문에 손괘를 쓴다.’라고 한다.”라고 주석했다. 이를 의거하면 간상수일지라도 10수는 중궁에 들어갈 경우 가수를 오래 전부터 사용해 내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문에 '내가 이르되‘라고 한 분은 원저자는 아닐 것이다.
이 논제에 대한 이론을 확립하려면 구성학은 1수부터 9수까지 중궁수는 모두 건궁으로 나가는데, 황극책수와 홍연진결 그리고 농아금방단시 대전기 등에서 한결같이 구성학의 이론을 배제하고 5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국變局 8국은 모두 왜 중궁에서 건궁으로 나가지 않고 감궁으로 나가는가 하는 근본 이유부터 규명되어야 옳을 것이다.
그리고 낙서를 작용으로 삼는 황극책수와 농아금방단시에서는 10수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고 재중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홍연진결도 십토론에 의하면 10수를 전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홍연진결의 가령장을 추가한 역학자들이 재중수 대신 10수를 사용한 이유부터 규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모든 학문은 그 연원을 중시한다. 중궁의 5수가 건궁으로 나가는 것은 황극책수와 홍연진결의 기본개념이고, 나머지 수가 중궁에서 감궁으로 나가는 것도 또한 두 책의 기본개념이다.
이와 비교하면 중궁의 5수가 건궁으로 나가는 것은 틀리고 감궁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는 이론은 말하자면 근본을 뒤흔드는 혁명과 같다. 혁명을 일으키려면 먼저 대의명분부터 내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5수가(또는 10수를 포함하여) 감궁으로 나가는 것이 옳다면 옳다는 그 이유부터 찾아서 확립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밝힌다.
부연하여 말한다면 천하국 간궁의 10수를 중궁으로 옮길 때 재중수 7수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출건出乾과 출감出坎의 타당성은 임상론臨床論의 적중률 여부로 판단할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된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핵심이론이 수반되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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