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선조님께서 인경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팔만대장경 판본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동국대 개교 110주년을 맞아 동국대 박물관(관장 정우택)은 일본 오타니대학과 공동으로 5월6일부터 6월10일까지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여시아문(如是我聞)-깨달음의 길’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 조선시대 간행된 불교전적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지고 기록으로만 전해지나 일본에 남아 있는 경전 또는 스님들의 해석서 원본이나 필사본을 직접 볼 수 있다. 다수는 일본 오타니대학 소장 전적들로, 이 대학 박물관에는 고려 고종 때인 1237년부터 1248년 사이에 판각된 재조대장경 587상자 4995첩이 보관돼 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자료들이 많아 한국불교사상 복원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고려대장경<대반야바라밀다경> 권제10. 사진제공=동국대 박물관 |
특별전에서는 불교전래 이래 한국의 경전간행 역사를 비롯해 일본의 일체경, 한국의 정도관계저술, 일본의 정토교, 일본불교에 영향을 미친 한국의 스님들의 저술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될 성보 가운데 고려대장경 <대반야바라밀다경> 판본 제10권은 해인사에 소장돼 있는 재조대장경 목판으로 찍어낸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고려 우왕 7년(1381)에 목은선조께서 공민왕의 명복과 가정선조님을 비롯한 윗대 선조님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인경하신 것이다. 당시 재상이었던 염흥방과 염제신 등 16명이 시주하였으며, 목은선조님의 제자인 도은 이숭인 선생의 <여흥군 신륵사대장각기>와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 경전은 여주 신륵사에 봉안돼 오다가 조선 태종 14년(1414)에 일본 국왕에게 선물로 보내졌다고 한다. 현재 오타니대학에 소장돼 있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602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된 것이다.
원각사 <수능엄경> 사진제공=동국대 박물관 |
훈민정음 창제직후 손으로 쓴 가장 오래된 한글이 남아 있는 일산 원각사 소장 <능엄경>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이 경전에는 1461년 이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훈민정음과 석독구결(釋讀口訣)이 표시돼 있어 한문본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동국대가 소장하고 있는 국보 212호 <수능엄경>도 함께 전시되는데, 세조 8년(1462)에 간행된 이 경전은 1461년 펴낸 을해자 금속활자본의 오류를 바로잡아 목판본으로 다시 간행한 것이다. 10권 완질이 전해지는데 당시 찍어낸 판본이 온전히 남아 있는 국내 유일한 사례이다.
이외에도 오타니대학박물관이 소장한 여러 희귀자료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스님들의 정토관련 저서 중 일본 정토종 학설에 큰 영향을 미친 원효스님의 <이장의(二障義)>는 에도시대 백지묵서로, 우리나라에는 전해지지 않는다. 또 <무량수경> 4대 주석서로 평가되는 신라 경흥스님의 <무량수경연의술문찬> 신라 현일스님이 지은 주석서 <무량수경기>와 함께 대각국사 문집 인출본 중 가장 오래된 문집이다. 8세기 일본의 <칭찬정토불섭수경> 739년 지본묵서 <우가사지론>권제37과 헤이안시대 사견병상도의 양식과 사경 표장방법을 알수 있는 12세기 <등지인연경> 등도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