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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의 특성과 시사점
이 승 채
임사체험과 관련된 미국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조사대상 인구의 4%∼19% 정도가 임사체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사체험 경험자들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고, 죽음 주변에서 평안, 안전, 따뜻함, 빛의 존재 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전에 사망한 친지들을 다시 만나 교류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임사체험은 기존의 신비주의, 동양사상 등과 유사한 점이 많이 있어 역사적으로도 임사체험과 유사한 경험을 한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임사체험을 신뢰하는 독자라면 기독교의 기본적인 교리에 대한 믿음이나 해석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임사체험 문헌은 수행과정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통하여 신비주의자나 동양 수행자의 깨달음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사례들을 제시한다. 따라서 임사체험은 기존의 전통종교인 불
교의 출가 수행자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 될 수 있다.
임사체험 신봉자들은 임사체험을 통하여 삶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사체험은 “사후에 쉽게 신비적 합일을 이루고 기쁨과 사랑의 세계에서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여 신봉자의 미래의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나 불안감 감소, 자존감 증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제어: 임사체험, 근사체험, 죽음, 신비주의, 뉴에이지, 사후세계
** 이 논문은 2015년도 전북대학교 연구기반 조성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 이승채 / 전북대학교, 교수
I. 서론
대부분의 종교에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사후세계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반면 “죽으면 끝이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죽음은 중요한 실존적 문제이지만 사후세계의 유무를 토론의 쟁점으로 정하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토론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어떤 쟁점에 대하여 논의가 가능한데 죽음의 문제는 주장의 근거를 내세우기 힘들고, 근거를 제시하여도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임사체험과 관련된 문헌들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예전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환자들이나 심지어는 사망판정을 받은 사람조차도 다시 회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되었고 그 사람들이 죽음 주변의 삶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임사체험자의 이야기는 이제 각종 도서, 유투브,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구자 간의 편차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조사대상의 4%∼19% 정도가 임사체험을 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How Common Is A Near Death Experience?, 2015).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임사체험에 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전승 문헌의 서사와 비교하여 유사점을 탐구하고 우리 삶에 대한 시사점에 관하여 논의하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임사체험 내용을 신비주의 사상, 동양사상, 뉴에이지 사상 등과 비교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고자 한다.
II. 임사체험의 특성
1. 관련문헌 고찰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들어서 쿠블러 로스와 레이몬드 무디의 연구를 계기로 임사체험을 진지한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현재는 심리학자, 정신신경과 의사, 뇌생리학자, 종교학자, 문화인류학자,철학자 등 다방면의 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국제적인 연구단체가 조직되었으며 학술지까지 발간하기에 이르렀다(다치바나 다카시, 상,2003: 17). 임사체험 문헌은 1) 많은 임사체험 사례를 조사하여 그것의 공통적인 특성을 밝히고 임사체험의 존재를 독자에게 설득하거나 2) 개인의 임사체험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의 도서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의 예로는 무디와 롱이 각각 저술한 도서가 대표적이다(레이먼드 무디, 1977; 제프리롱; 폴 페리, 2010). 후자의 예로는『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를 들 수 있는데, 이 저서는 암으로 인하여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던 인도계의 여성의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아니타 무르자니, 2012).
미국의 대표적인 임사체험 전문가인 무디는 철학, 심리학, 의학의 분야에서 각각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을 만큼 다방면의 지식과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50건의 임사(臨死)체험 사례를 수집하여 그것을 근거로 전술한 Life after Life를 저술하였다.
그는 임사체험과 관련된 특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무디, 1977: 39-122).
1)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2)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3) 평온한 느낌이 있다. 4) 소음이 있다.
5) 암흑의 터널이 있다. 6) 육신을 벗어난다. 7) 다른 영혼과 만난다 8) 빛의 존재를 만난다
9) 삶을 회상한다.10) 경계선과 만난다. 11) 소생한다. 12) 체험의 공개를 기피한다
13)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14) 죽음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가진다.
부언하면 저편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언어상의 한계 때문에 지상의 언어를 사용하여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이 많고, 의사나 다른 사람이 “그가 죽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즐겁고 평온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여러 가지 소리를 들으며, 깜깜한 공간 속을 빠른 속도로 관통해 가는 느낌을 갖게 되고, 자기 육신을 벗어나 위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전에 사망한 친지의 영혼과 만나고, 빛의 존재를 만나며, 이전 삶을 회상하게 된다. 또 가사상태에서 일종의 경계선 또는 한계선을 만나고, 다시 살아나게 되며, 소생 후에 임사체험이 향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개 임사체험자는 죽음에 대하여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임사체험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음을 많은 자료를 통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 후에 롱은 최근에 임사체험과 관련된 많은 저서를 출판하였고 특히 페리와 공동으로『죽음 그 후』를 출판함으로써 임사체험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제프리 롱; 폴 페리, 2010).
그들은 사후세계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유일하고도 과학적인 방법은 “죽음에 근접해본 경험”을 했던 이들을 조사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는 임사체험연구재단을 설립하고 1,300여 명의 죽음체험자들을 대상으로 방대한 설
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재단은 체험자의 증언이 맞는지 주변 지인의 인터뷰와 검증을 위한 사후조사까지 거쳐, 사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하였다.
이 책은 수백 명의 육성으로 증언된 죽음체험의 과정, 그 과정에 경험하는 인지적 · 정서적 변화, 그리고 임사체험 후에 체험자에게 일어나는 삶의 변화 등을 기록하였다. “죽음체험이 허구”라고 주장하는 회의주의자들의 시각에 맞서 과학자의 시선으로 하나하나 검증함으로써 독자를 설득하였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죽음체험의 ‘12단계’와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하여 논증하고 있는데 무디가 제시한 임사체험의 특징과 유사하다.
즉 1) 유체 이탈, 즉 의식이 몸에서 분리된다. 2) 모든 감각이 매우 예민하게 고조된다.3) 감정이나 느낌이 격렬하고 대체로 긍정적이다. 4) 터널로 들어가거나 터널을 통과한다. 5) 신비롭거나 눈부신 빛과 만난다. 6) 신비로운 존재, 죽은 친척, 친구와 재회한다. 7) 시공간의 개념이 달라진 느낌이 든다. 8) 주마등처럼 삶을 회고한다. 9) 비현실적인 영역을 접한다. 10) 특별한 지식을 접하거나 알게 된다. 11) 경계나 장벽을 만난다. 12) 자의나 타의에 의하여 몸으로 되돌아온다.
이와 같이 롱과 페리는 무디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임사체험 실태를 조사하고 공통점을 밝힘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고 임사체험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하고자 하였다. 롱은 1998년 임사체험연구재단을 설립한 후의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재단의 연구 결과들은 죽음 체험에 대한 수천 건의 사례들 사이에 놀라운 일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그들은 일관되게 ‘신과사랑’, ‘사후세계’, ‘우리가 존재하며 살아가는 이유’, ‘삶에서 경험한 고통에 대한 용서’ 등의 개념을 배우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것은 체험자가 속한 문화나 인종, 종교적 신념과 무관한 것이었다. 또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는 사실, 즉 사회적 믿음이나 종교의 가르침을 포함해 책이나 다른 지식의 출처에서는 언급한 적이 없었던 내용들이었다(제프리 롱; 폴 페리, 2010: 1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도 죽음을 선고받았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사례를 거의 2만 가지나 수집하였다(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1991: 16). 그녀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 우연의 일치란 없다. 하느님은 형벌을 내리는 비열한 하느님이 아니다. 변화, 즉 죽음을 겪은 후 우리는 지옥이나 천국으로 묘사됐던 그 곳으로 간다. 죽었다가 깨어나 우리와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런 변화를 거친 후에 모든 인간은 텔레비전 스크린과 매우 유사해 보이는 어떤 것 앞에 서게 된다.
여기서 당신은 판결을 내리는 신에 의해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평생해왔던 모든 행동과 말, 모든 생각들을 되돌아 보게 됨으로써, 당신이 당신 자신을 심판하는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1991:
76-77)."
1991년 일본의 NHK에서 방영한 “임사체험”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의 세계 각국의 취재 내용과 조사 및 인터뷰 결과로서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술한 책이『임사체험』이다. 그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다양한 임사체험 사례와 그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제시하고 분석하였다. 다카다 아키카즈는 임사체험의 내용, 문화환경과의 연관성, 체험 후의 의식변화, 뇌와의 관계,깨달음의 경지와의 비교 등에 관하여 저술한 바 있다(다카다 아키카즈, 1997).
한국에서는 EBS에서 <EBS 생사탐구 대기획 “데스”>를 기획하여 방영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10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문헌 고찰, 실험, 인터뷰 방법을 동원하여 죽음의 여러 가지 측면을 탐구하였다. 그 결과 근사체험의 의미, 근사체험이 환각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 양자물리학적 관점에서 의식이나 영혼의 존재 가능성, 사후세계 등과의 관계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EBS <데스> 제작팀, 2014).
임사체험의 일반적인 경향에서 벗어난 사례를 다룬 문헌도 존재한다. 그 내용은 임사체험이 영혼불멸의 결정적 증거가 아니고 단순한 뇌 활동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나 임사 체험을 통하여 지옥에도 갈 수 있다고 하는 내용등이 있다. 임사체험을 영혼불멸의 증거로 보아야 하는지, 뇌의 작용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뇌에 대한 실험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고에 서는 논외로 하고자 한다.
임사체험의 전형적인 특징과 상이한 사례들에 관한 저서도 출간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체적인 실례로 벡스터 목사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 그녀는A Divine Revelation Of Hell(Mary K. Baxter, 1997), A Divine Revelation Of Heaven(Mary K. Baxter, 1998) 등을 저술하고 천국과 지옥이 있음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무디도 “체험자들은 대개가 죽음의 체험 초기 단계에서 느낀 기분이 지극히 유쾌하고 즐거운 것이었다고 묘사하고 있다”(Moody, 1975: 43)고 서술하였지만 반대의 체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또 임사체험에서 만나는 인물이 어른인 경우는 이미 사망한 육친이나 친구 등이 많은데 아이의 경우는 거의가 살아있는 친구나 교사라고 한다(다카다 아키카즈, 1997: 68).
2. 동서양의 차이
서양의 임사체험 문헌도 동양의 사례를 담고 있고 동양의 임사체험 문헌도 서양의 사례를 많이 담고 있으므로 동서양의 문헌을 구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지만 임사체험의 지역별 차이에 대한 분석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호크 박사의 임사체험 조사 내용을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과 인도인을 비교하면 그 모두가 생물, 인물, 물체를 보는데 아메리카 인디언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은 주로 뱀, 독수리, 활, 화살 등이고 인도인들은 힌두교의 사자의 왕인 야무라디를 만난다는 사람이 많았다(다카다 아키카즈, 1997: 61).
또 오시스와 해럴드슨 박사는 임사체험에 빠져든 442명의 미국인과 435명의 인도인에 관해서 그들이 주치의나 간호원에게 전한 자신의 임사체험 이야기의 내용을 조사하였다.
그 중에서 그들이 죽음의 자리에서 본 망령에 관한 것을 집계하면 다음과 같았다.
우선 출현한 망령중 91%는 본인하고 어떤 관계가 있었는데 미국인의 60%가 어머니의 망령을 보았다는 데 반해 인도인들은 여성의 망령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음으로 종교적 광경을 보았다는 것은 미국인이 33명인데 반해 인도인은 107명에 이르렀다. 단지 본 것은 어느 경우도 자신이 믿는 종교에 관한 광경으로 힌두교도가 그리스도교적 광경을 보았다든가 혹은 그 반대인 경우는 없었다(다카다 아키카즈, 1997: 62).
임사체험과 관련된 많은 사례에 관하여 연구한 베커는 꽃의 이미지나 꽃밭, 꽃위에 앉는 체험은 일본인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기술하였다(Becker, 2007: 17). 다치바나 다카시는 서구의 임사체험에서는 빛의 체험이 가장 중심적인 체험이지만 일본에서는 빛의 체험률 자체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체험 내용도 다르다고 기술하였다.
"일본에서도 터널 저 편으로 빛이 보이고, 터널을 통과하면 눈부시게 밝은 세계로 들어간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그 빛은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말을 걸어오지 도않는다. 빛 그 자체가 신과 동일시되거나 사랑과 동일시 되는 일도 없다. 일본인의 경우그 빛은 말할 수 없이 밝고 아름답다는 면에서는 초자연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빛 자체이고 무기질의 환경 조건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빛을 신과 동일시하는 체험자가 많은 것은 역시 기독교 문화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다치바나 다카시, 하, 2003: 71)."
또 오시스는 수백명의 사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후세계를 믿는 자는 믿지 않는 자보다 2배 가까이 종교적인 이미지나 감정을 임사체험에서 경험한다. 그러나 신앙에 의해 사후세계의 이미지를 경험할 확률이나 평화와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확률을 비교한다면 신자와 비신자간의 차이는 찾을 수 없다. 요컨대 믿음은 이미지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나 이미지를 해석함에 있어 체험자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이다(칼 베커, 2007: 40)."
롱과 페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몇 가지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마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어린 학생들에게 프랑스 에펠탑을 보여 주는 것과 비슷하다. 일부 학생들은 그게 뭔지 알 것이고 다른 학생들은 건물을 짓기위해 만들어 놓은 뼈대라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문화권이라면 그걸 우주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든 학생들은 똑같은 것을 보고 있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에 따라서 해석과 표현을 다르게 할 뿐이다(제프리 롱; 폴 페리, 2010: 188)."
즉 지역별로 경험하는 내용은 유사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3.『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개요
무디나 롱 등의 저술은 많은 사례를 조사하였다는 점이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광범위한 조사로 인하여 특정 사례에 대한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서술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런 점에서 많은 임사체험 사례를 다룬 문헌의 주된 흐름과 일치하면서도 임사체험 내용을 자세하게 담고 있는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관련 문헌과 임사체험을 비교 분석함에 있어 이 책을 중심으로 하여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므로 먼저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아니타 무르자니, 2012).
저자인 무르자니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주로 홍콩에서 살았다. 그녀의 부친은 남존여비의 전통에 따라 살아가는 인도인으로 무르자니가 결혼하기 직전에 병으로 사망하였다.
무르자니는 2002년도에 임파선암을 발견한 후 4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였다. 의사들이 회생하기 불가능하다고 판정을 받을 정도로 병이 악화된 후에 임사체험을 경험하였다.
임사체험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암에서 완쾌될 것임을 느꼈고 그 후에 실제로 그녀는 병에서 완쾌되었다. 그후 그녀는 임사체험과 관련된 웹사이트에서 타인의 임사체험 이야기를 읽고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아 크게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 사이트에 자세하게 적었다.
그 다음날 전술한 임사체험 연구자인 롱의 메일을 받았다. 롱은 무르자니에게 그녀의 이야기가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설득하여 자신의 임사체험연구소 사이트에 무르자니의 체험을 게재하였다. 얼마 후에 미국의 암 전문의인 피터 코는 직접 홍콩으로 와서 무르자니의 치료과정을 보여주는 수많은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고 크게 감동하였다. 그는 언론과 의료계에 그녀의 이야기를 배포하였고 무르자니는 의료계 자문위원이나 강연자로도 활동하였다. 그후 그녀는 임상심리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인 웨인 다이어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자신의 체험을 책으로 저술하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임사체험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 죽음과 관련된 체험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였기 때문이다.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각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세상에서 길을 잃다)에서는 성장과정을 기술하고 있고, 2부(죽음으로 떠난 여행)에서는 임사체험과 암 치
유 과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3부(내가 알게 된 것들)에서는 임사체험을 통하여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기뻐하고, 삶의 모든 과정을 수용하며, 나 자신이 우주와 하나임을 알고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설명한다.
III. 기존 사상과의 비교
1. 신비주의
역사 속에서 전해지는 신비주의도 무르자니의 경험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있다. 종교학 대사전에서는 신비주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신비주의의 근본 특질은 술어적으로 <신비적 합일(uniomystica)>이라는 절대자와 자기와의 합일체험에 있다. 그것은 인간을 초월한 절대자와의 합일, 통상의 자기와는 절대적으로 다른 것과의 합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기로부터의 탈각, 자기라는 틀의 돌파를 통해서만 현성(現成)한다. 합일은 바로 동시에 탈자(脫自)이며, 신비가는 체험적으로 모든 엑스터시(탈아, 망아)를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참된 자기에 눈을 뜨는 것이다. 자기는 절대자 앞에서 흡수되어서 무(無)가 되며, 따라서 동시에 절대자로부터 대상성이 탈락되어서 그것이 참된 자기의 근거가 된다. ... 신비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이상과 같은 신비적 합일은 직접적인 합일체험 그 자체로는 비지속적이지만, 체험의 주체의 자기이해 및 세계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결정적이다(신비주의,『두산백과사전』, 2015)
무르자니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임사체험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온 우주에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이 이 우주안에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우주가 살아있고 역동적이며 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몸을 통해 표현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 행동이 그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하나임’ 의 세계에서는 전체 우주가 ‘나’ 의 연장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 깨달음은 당연히 세상을 보는 내 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아니타 무르자니, 2012: 232)."
이 서술 내용을 통하여 신비주의에 대한 정의 속의 ‘신비적 합일 상태’와 유사한 상태를 무르자니가 경험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 경험을 통하여 인생관 및 세계관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였음을 나타낸다.
즉 무르자니는 신비주의자와 유사하게 자기로부터의 탈각, 자기라는 틀의 돌파를 통하여 현성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제시한 신비주의 체험과 무르자니의 경험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2. 동양사상
전통적으로 동양사상에서는 우아일체(宇我一體), 만물동근, 인내천, 신인합일 등의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정신적인 수행이 깊어지면 신 또는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임사체험에서의 경이로운 점은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우아일체와 유사한 경지를 임사체험자가 경험한다는 점이다. 무르자니는 임사체험을 통한 우주와의 합일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나는 내가 물리적 환경에서 떨어져 나와 계속해서 멀리, 더 멀리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시간과공간의 제약을 받지않고 계속 넓어져서 훨씬 더 넓은 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영혼은 바깥으로 더 멀리멀리 뻗어 나아가더니 마침내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이 시공간을 넘어 또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고 동시에 그것을 포함했다(아니타 무르자니, 2012:112-113)."
많은 임사체험자들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내용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므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르자니는 자기가 경험한 “전체와 합일 되는 과정”을 언어가 허용하는 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이나 공간의 개념을 부정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신라시대 대표적인 고승인 의상조사가 지은 법성게 속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一微塵中含十方(한티끌 속에 세계를 머금었고)
一切塵中亦如是(티끌마다 세계가 다 들었네)
無量遠劫卽一念(한없이 긴 시간이 한 찰나의 생각이고)
念卽是無量劫(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긴 겁이라)
이와 같은 내용은 시간이나 공간이 고정되어 있음을 부정한다는 의미이다.
무르자니는 공간과 시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나는 더 이상 오감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인식 능력은 제한이 없었다. 마치 우리가 갖고 있는 보통의 감각보다 훨씬 고양된 새로운 감각이 생겨나기라도한 것 같았다.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360도 시야각으로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 모든 말이 놀랍게 들리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오히려 몸안에 있는 게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 세상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느껴졌는데, 나는 모든 순간을 한꺼번에 느꼈다. 나와 관계된 ‘모든것’,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알 수 있었다(아니타 무르자니, 2012: 116)."
전체의 시간이나 공간이 한꺼번에 느낀 무르자니의 경험은 의상조사가 작은 티끌 속에 전체가 있고 한없이 긴 시간이 한 찰나의 생각이라고 게송으로 노래한 내용을 직접 체험한 것처럼 느껴진다.
『도덕경』의 “도상무위이무불위(道常無爲而無不爲: 도는 언제나 하는 일이 없지만 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무위자연 사상을 함축하는 말이다. 이런 용어는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힘들다. 그런데 무르자니는 개인 차원에서 “도상무위이무불위”에 맞는 적절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더 이상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그저 ‘허용할’ 뿐이다. 예를 들어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갔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때, 만일 내가 그것을 공격적으로 추구한다면 그로 인해 나는 우주에너지에 맞서싸우게될 것이다.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된다. 그에 반해 허용하는 것은 힘이 들지 않는다. 허용이란 ‘놓아버림’에 가깝다. 놓아버린다는 건, 모든 것이 하나이므로 내가 얻고자하는 그것이 이미 내 것임을 깨달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아니타무르자니, 2012: 264-265)."
독자들은 그녀가 제시한 삶의 모델을 활용하여 억지로 무리하게 노력하기보다는 수용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3. 뉴에이지
현대의 특징적인 시대 사조인 뉴에이지 사상과 관련시켜『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의 의미를 검토하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뉴에이지를 두산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뉴에이지란 기존 서구식 가치와 문화를 배척하고 종교·의학·철학·천문학· 환경·음악 등의 영역의 집적된 발전을 추구하는 신문화 운동을 말한다...현대사회에 새로운 신문화운동으로 대두되는 이 운동은 종교적 영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운동이 개개인의 영성적 변화, 즉 인간의 내적 능력을 개발시켜 우주의 차원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식을 확장시켜 신비적인 것에 도달하는 것에 주된관심을 보이는 이 운동은 의식확장을 위해서 여러 종교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요소와 과학 ·심리 ·기술 ·정신분석 등을 혼합시킨다(두산백과, 2015).1)"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기존 서구식 가치와 문화를 배척하고 종교·의학·철학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개개인의 영성적 변화, 즉 인간의 내적 능력을 개발시켜 우주의 차원에 도달하는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뉴에이지 문헌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뉴에이지 도서가 많이 출판되고 있고, 일반 서점에서 뉴에이지코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뉴에이지 문헌 가운데서도 임사체험을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신과 나눈 이야기』시리즈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37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2).
개인적 삶, 사회, 진리 등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 및 답변을 담고 있는데 죽음과 관련된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죽음과 관련하여 사후에 지옥이 원래 없어도 우리 영혼이 그것을 체험할 수는 있다고 설명한다. 영혼이 아주 죽지는 않고 계속적으로 창조하는 삶을 이어가기 때문에3) 지옥이 있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믿으면 지옥이 현실화된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의 틀을 사용한다면 벡스터도 지옥이나 천국
에 대한 체험을 창조하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신과 나눈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죽음에 대한 일방적인 선언적 내용을 담고 있다면 무르자니는 실제의 체험을 제시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1) “뉴에이지”, 두산백과사전, 2015. 6. 17.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71494&cid=40942&categoryId=31614>
2) < http://www.amazon.com/Conversations-God-Uncommon-Dialogue-Book/dp/0399142789/ref=sr_1_1?ie=UTF8&qid=1430964566&sr=8-1&keywords=Conversations+with+God>
3) 이와 같은 내용은 무디의 저서와 유사한 점이 있다. 무디는 임사체험자들이 체험 기간을 통해 각자의 배움의 과정이 죽고난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레이먼드 무디, 1977: 116).
IV. 임사체험의 시사점
사람마다 종교적 성향이 상이한 경우가 많고 기성 종교보다 뉴에이지 사상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는 기성종교와 상이한 점이 있어 상당히 많은 기성 종교인이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면 뉴에이지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책에서 제시된 무르자니의 경험은 많은 임사체험자의 그것과 유사하고 역사 속의 신비주의자, 동양의 명상 수행자들의 경험과도 유사하다. 현재도 미국에서는 하루에 774명가량 임사체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How Many NDEs
Occur in the United States Every Day, 2015).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르자니의 임사체험이 우리의 삶에 시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일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무석은 신의 사랑을 통하여 내면 속의 아이를 치료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신앙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능력이 그를 변화 시켰다고볼 수 있지만 정신 의학적인 해석을 덧붙일 수도 있다. ...불완전한 인간은 불완전한 사랑을 한다. 하나님을 만나서 경험하는 사랑은 완전한 사랑이며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내면의 아이가 부모에게서 간절히 받고 싶었던 사랑이다. 하나님이 주는 이 사랑이 묘약이 되고 기적을 낳는다. 그 사랑 속에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 상처가 치유되면 사람이 성장한다(이무석, 2006: 214-215)."
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강하면 이와 같은 치유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믿음이 없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뉴에이지 사상에 매료되는 사람들은『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를 읽고 저자의 말을 신뢰할 경우 유사한 치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죽음은 끝이 아니고 오히려 그후에 사랑과 평안함이 있다는 무르자니의 주장에서 진실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임사체험 서사는 기존 종교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원죄가 있고 힘든 과정을 겪음으로써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임사체험 문헌에서는 대부분의 임사체험자가 쉽게 사랑과 평화의 세계에 다녀온 사례를 제시한다. 따라서 임사체험 결과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기성 종교의 기본적인 교리에 대한 개인적 믿음이 약해지거나 교리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한다는 갈릴레오의 이론을 교회에서도 현재는 모두 인정하듯이 미래에는 임사체험을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불교와 같이 전통적으로 수도생활을 중시하는 종교는 수행자들이 속세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피나는 수행 과정을 통하여 대각을 이루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힘든 수행 과정이 없이 임사체험을 통한 신비적 합일과정이 가능하다는 임사체험 서사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구도정신이 약화되어 출가 수행자들의 수가 감소할 수 있다. 반대로 일상 생활 속에서 명상이나 기도를 즐기면서 행하는 사람은 증가할 수 있다.
무르자니가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저명한 자기계발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웨인 다이어의 자기계발서『행복한 이기주의자 』는 1976년도에 처음 저술되었는데 무르자니가 임사체험 후에 갖게된 새로운 생활방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다이어는 바람직한 생활방식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다른 사람에게서 나의 가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될 뿐이다/
자기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
‘타고난 본성’ 은 없다 /
자책이나 걱정은 버려라 /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
의무에 얽매이지 말라. 절대적인 것은 없다 /
정의만을 따지지 말라 /
뒤로 미루지 말라 /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정신적 자립은 의무 관계, 그리고 타인의 지시를 받아서 행동하는 일에서 온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
화에 휩쓸리지 말라(웨인 다이어, 2006)."
여기서 제시한 다이어의 생활방식은 무르자니가 임사체험 후에 새롭게 갖게된 생활방식과 유사점이 많다. 그녀는 임사체험 후에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돈이나 자질구레한 일에 구애받지 않고 훨씬 자유로와졌으며 걱정이 없는 삶을 즐기게 되었다. 무르자니는 임사체험 후에 일반인들이 큰 문제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닌데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병, 정치, 죽음, 잡다한 세상사, 미래나 돈, 집, 집안일 걱정 따위에 빠져들기보다는 우리에게 진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일은 웃고 즐겁게 사는 일,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또한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독자들이 내면화시킴으로써 돈, 명예, 일, 욕망 등을 지나치게 중시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람마다 해결책이 다를 수 있는데 무르자니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많은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이 평화로와질 수 있을 것이다.
무르자니는 사랑에 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육체를 벗어난 영혼의 세계에서는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서는 이념이나 의견의 차이로 인하여 자아 간의 갈등이 있더라도 영혼의 세계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어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상태를 경험한다고 한다. 무르자니에 대한 동일시를 통하여 독자들은 남들에 대한 적개심을 완화시키는 치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르자니는 용서와 수용 측면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들을 용서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용서를 초월하는 것이에요. 그들이 나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니까, 용서할 일 자체가 없어지는 겁니다.”
이런 내용은 범죄자조차 미워하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
무르자니는 두려움과 자존감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녀는 주변사람들이 암에 걸리게 되니 그것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도 결국 암에 걸리게 되었다고 하였다. 평소에 자신의 생활 속에서 두려움이 많고 그 결과 나쁜 일이 초래된 경험이 많은 독자는 그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통하여 무르자니는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낮고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녀는 우리의 부나 지위와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자존감을 가지도록 조언한다. 다음의 구절은 우리들에게 자존감의 제고 차원을 넘어서서 자신의 장엄함을 느끼도록 요구한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모든’ 부분이 장엄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에고도, 지성도, 몸도, 영혼도요.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이 우주가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지요.
당신의 모든 면이 완벽합니다. 버려야 할 것도, 용서해야 할 것도, 얻어야 할 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당신이 될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이에요
(아니타 무르자니, 2012: 302)."
위와 같은 내용을 내면화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초라하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무르자니는 사후의 심판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임사체험을 믿는 독자들은 저자에 대한 동일시를 통하여 자존감을 가질 수도 있고 불필요한 집착, 불안, 걱정 등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특정의 신념체계나 의무감에 얽매이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우주의 생명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고 화에 잘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또 임사체험 서사를 통하여 자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변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무디가 밝힌 임사체험 사례는 자살을 통한 임사체험 결과에서는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임사체험을 기억하는 자살 미수자 대부분은 ‘어둠의 체험’이 무서워 두 번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다
(칼 베커, 2007: 228-229).
따라서 이런 점을 주지한다면 임사체험 및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도 자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한편 사람에 따라서는 임사체험이나 그것에 대한 지식을 통하여 악행에 대한 혐오감의 감소 등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악행을 행한 사람들에 대한 임사체험자의 이해심은 높아지지만 임사체험자 자신이 이전보다 악행이 증가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체험자들은 자신감이 늘고 물질적 소득이나 지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삶을 더 가치있게 평가하게 되었다. 또한 삶의 신성함에 대한 믿음, 신의 존재에 대한 신념, 삶의 의미나 목적에 대한 인식 등을 포함한 수많은 잔존효과 등이 밝혀졌다(제프리 롱; 폴페리, 2010: 202).
미국, 독일, 일본 등은 1960년대부터 죽음에 대한 교육을 행하고 있다(차미영, 2006: 352). EBS <데스> 제작팀은 죽음과 관련된 교육이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실험한 바 있다. 실험결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약 10분 정도 나누고 사탕 나누기 게임을 한 아이들이 죽음에 대한 대화없이 사탕 나누기 게임을 한 아이들보다 3배 정도 높은 배려심을 보였다. 죽음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여 부풀려진 공포를 깨서 그 크기를 줄어들게 할 필요가 있다(EBS <데스> 제작팀(2014, 198-203).
죽음이나 임사체험 교육의 효과를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임사체험을 포함한 죽음에 관한 교육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V. 결 론
임사체험자들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고, 죽음 주변에서의 평안, 안전, 따뜻함, 빛의 존재 등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전에 사망한 친지들을 다시 만나 교류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임사체험은 기존의 신비주의, 동양사상 등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역사적으로도 임사체험과 유사한 경험이 많이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사람이 원죄가 있고, 힘든 과정을 겪음으로써 “좁은 문” 을 통과해야 천국으로 간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임사체험 문헌에 제시된 대부분의 사례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사랑과 평화로 가득한 죽음 주변의 세계에 다녀왔음을 보고한다. 따라서 임사체험을 신뢰하는 독자라면 기독교의 기본적인 교리에 대한 믿음이나 해석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임사체험 문헌은 많은 보통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통하여 신비주의자나 동양 수행자의 깨달음과 유사한 세계를 체험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따라서 임사체험은 출가 수행을 중시하는 불교에서 출가 수행자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에도 도전이 될 수 있다.
임사체험은 그것의 신봉자의 삶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임사체험은 “죽음을 통하여 쉽게 신비적 합일을 이루고 그것을 통하여 기쁨과 사랑의 세계에 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여 자존감 증진이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감소 등 삶의 태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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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2003). 윤대석 역, 임사체험상, 서울: 청어람미디어.
다치바나 다카시(2003). 윤대석 역, 임사체험하, 서울: 청어람미디어.
다카다 아키카즈(1997). 전파과학사 편집부 역, 임사체험의 불가사의, 서울:전파과학사.
레이먼드 무디(1977). 유근일 역, 잠깐 보고온 사후의 세계, 서울: 정우사.
메어리 캐더린 백스터(1997). 김유진 역, 정말 지옥은 있습니다, 서울 :은혜출판사.
메어리 캐더린 백스터(1998). 김유진 역, 정말 천국은 있습니다. 서울 :은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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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91). 최준식 역. 사후생, 서울: 대화출판사.
웨인 다이어(1976). 오현정 역, 행복한 이기주의자, 파주: 21세기북스.
이무석(2006). 30년만의 휴식, 서울: 샨티.
제프리 롱; 폴 페리(2010). 한상석 역, 죽음, 그 후, 서울: 에이미팩토리.
차미영(2006), 웰다잉을 위한 죽음의 이해, 서울: 상상커뮤니케이션
칼 베커(2007). 이원호 역, 죽음의 체험, 서울: 생각하는백성.
EBS <데스> 제작팀(2014). 죽음, 서울: 한솔수복.
“뉴에이지”, 두산백과사전, 2015. 6. 1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71494&cid=40942&categoryId=31614>
“신비주의”, 두산백과사전, 2015. 6. 17.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630125&cid=50766&categoryId=50794>
How Common Is A Near Death Experience?, Horizon Research
Foundation, 16 Jun. 2015.
<http://www.horizonresearch.org/main_page.php?cat_id=275>
How Many NDEs Occur in the United States Every Day, NDERF Homepage, 16 Jun. 2015.
<http://www.nderf.org/NDERF/Research/number_nde_usa.htm>
원고접수일 : 2015. 05. 10.
수정원고접수일 : 2015. 06. 17.
게재확정일 : 2015. 06. 10.
Abstract
Characteristic and Significance of the Near-Death Experience
Lee, Seung-Chae
(Chonbuk National University)
NDE(near-death experience) is a personal experience associated with impending death, encompassing multiple possible sensations including detachment from the body, feelings of levitation, total serenity, security, warmth, and the presence of a light. The predominance of the near death experience phenomenon shows considerable variance(4%-19%).
This study deal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NDR and oriental thoughts. Believer in NDE may want to change of the Christian/Buddhism doctrine or its interpretation.
Believer in NDE may get some positive effect by NDE. For example they can relieve anxiety or preserve their dignity by believing in the life after life. The academic teaching of dying rose to prominence during the 1960s. Courses on some aspect of dying with NDR should be taught in Universities in Korea.
Key words: near-death experience, NDE, Death,, Mysticism, New age, Life after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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