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 김달진(月下 金達鎭)
1907∼1989. 시인·한학자.
본관은 김해(金海). 경상남도 창원 출생. 규석(圭奭)의 2남 2녀 중 차남이다.
금강산유점사(楡岾寺), 경상남도백운산(白雲山) 등에 입산하여 수도 생활을 하였으며, 광복 후에는 유점사에서 하산하여 동아일보사에 잠시 근무하다 대구·진해 등지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동양고전과 불경번역사업에 진력하여 ≪고문진보 古文眞寶≫·≪장자 莊子≫·≪법구경 法句經≫·≪한산시 寒山詩≫ 등의 역서를 남겼다. 생애의 대부분을 산간이나 향리에서 칩거하였으며,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계속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시세계를 견지하였다. 1929년≪문예공론 文藝公論≫에 시 <잡영수곡 雜詠數曲>을 첫 작품으로 발표하였다.
1930년대에는 ≪시원 詩苑≫·≪시인부락 詩人部落≫, 그리고 광복 후에는 ≪죽순 竹筍≫ 등의 시 전문지에 동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시집 ≪청시 靑詩≫(1940)를 비롯하여 시전집 ≪올빼미의 노래≫(1983), 장편 서사시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84), 선시집(禪詩集) ≪한 벌 옷에 바리때 하나≫(1990), 수상집 ≪산거일기 山居日記≫(1990) 등의 저서를 남기고 있다.
그의 시는 동양적 정밀(靜謐)과 달관의 자세에 기초한 것으로서, 세속적 영욕이나 번뇌를 초탈한 절대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청시>는 자연의 순수한 상태에 대한 직관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려는 시의식의 출발점에 해당하며, <샘물>에서는 이러한 물아일여적(物我一如的) 상상력이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는 세계 있기에>는 그가 평생동안 지향하였던 영원하고 절대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과 세속의 명리에 대한 부정의 정신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무용(無用)·무위(無爲)의 삶에서 진정한 득도의 가능성을 발견하였던 그는 무명의 어둠에 잠겨 있는 세속적 삶을 미혹한 환(幻)으로 보고, 그러한 환의 유혹을 타파하기 위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추구하였다.
<씬냉이꽃>에서는 감추어진 자연의 섭리를 포착하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인의 눈길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시어와 감각적인 이미지의 조형으로 시적 직관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드러냄으로써 관념과 감성을 조화롭게 표출해보였다. 60년간 지속된 그의 시세계는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노장(老莊)의 무위자연사상을 수용한 청정한 정신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문학사적으로는 한용운(韓龍雲)에서 조지훈(趙芝薰)으로 이어지는 동양적 정신세계와 신석정(辛夕汀) 등의 불교적·노장적 시세계를 독자적으로 계승하였다는 의의를 가진다. 또한 말년에 간행한 ≪한국선시 韓國禪詩≫와 ≪한국한시 韓國漢詩≫는 그의 오랜 역경 사업이 한데 집약된 기념비적인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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