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작법

[스크랩] 역대한시 모음

장안봉(微山) 2014. 8. 7. 04:46

韓國漢詩

Ⅰ 三國時代

麥秀歌(箕子)

麥秀漸漸兮 禾黍油油 彼狡童兮 不與我仇兮

― 보리 패어 무성함이여 벼와 기장이 번드르르 하도다, 저 철없는 아이들이여 나와 더불어 짝이 될 수 없도다 ―

∙출전 : 『해동역사』 『靑丘詩抄』

 

河水歌(至德歌)

河水潑潑兮 易維其極兮 明休光兮 維后之懿德兮

― 하수 철철 흐름이여 어찌 그 다하랴. 밝고 아름다운 빛이여 임금님의 좋은 덕이로다 ―

∙출전 : 한치윤의 『해동역사』, 고려사 『악지』

 

公無渡河歌(箜篌引)

公無渡 公竟渡 墮河而 將(當)奈公

― 임이여 강을 건너지 마시오, 님이 드디어 강을 건너셨네, 강(물)에 빠져 죽으시니, 장치 임을 어찌 하리오 ―

∙출전 : 崔豹『古今注』

 

黃鳥歌

翩翩黃鳥 雌雄相 念我之獨 誰其與

― 펄펄 나는 꾀꼬리 암수 서로 의지하네. 나의 외로움 생각하니 누구와 함께 돌아가리(偶景托意) ―

∙작자 : 琉璃王

 

與隋將于仲文(乙支文德)

神策究天文 妙算窮地戰勝功旣高 知足願云

- 귀신같은 책략은 천문에도 통달했고, 절묘한 책략은 지리에도 능통했다. 싸움에 이긴 공 이미 높으니, 만족한 줄을 알고 그치기를 바라노라 -

 

 

詠孤石(定法師)

逈石直生空 平湖四望通 岩根恆灑浪 樹杪鎭搖風 偃流還漬影 侵霞更上紅 獨拔群峰外 孤秀白雲中

― 멀리에 있는 바위 곧바로 하늘로 솟고, 평평한 호수는 사방이 뚫려 있네. 바위뿌리는 물결에 씻기우며 뻗어있고, 나무끝은 바람에 흔들리며 눌려 있네. 흐름을 굽어 보니 그림자 또한 잠겨있고, 자욱한 안개 다시 붉게 피어오르네. 홀로 뭇 봉우리 밖으로 솟아서, 흰 구름 가운데 외로이 빼어났네 ―

 

人蔘讚

三椏五葉 背陽向陰 欲來求我 椴樹梢尋

― 세 가장귀에 다섯 모난 잎이 햇빛을 등지고 그늘을 향했네. 와서 나를 찾고자 하거든 피나무 줄기 밑에서 찾으시오 ―

 

太平頌(眞德王)

大唐開洪業 巍巍皇猷 止戈戎衣定 修文繼百 統天崇雨施 理物體含 深仁諧日月 撫運邁時 幡旗何赫赫 鉦鼓何鍠 外夷違命者 剪覆被天 淳風凝幽顯 遐邇競呈 四時和玉燭 七曜巡萬 維嶽降宰輔 惟帝用忠 五三成一德 昭我唐家

― 대당이 큰 왕업을 열었으니, 높고높게 큰 운세가 창성하네. 전투복입고 무로써 천하를 평정하고, 문치를 닦아서 백왕의 훌륭한 덕을 계승하도다. 하늘을 통제하야 운행우시를 숭상하고, 만물을 다스리니 모든 것이 빛남을 머금었네. (임금의) 깊은 인자함은 해와 달과 짝이 되고, 세상을 어루만져 계절이 운행하고 편안토록 힘쓴다. 나부끼는 깃발 어찌 그리 빛나며, 징, 북은 어찌 그리도 쾅쾅 울리는가. 외이로 임금 명령어기는 자는, 잘리고 엎어져 하늘의 재앙을 입으리라. 임금의 순후한 감화는 유현에 어리고, 멀고 가까운 지방 사람들이 다투어 상서로움을 아뢰도다. 4계절은 옥촉(임금의 덕)같이 조화롭고, 일곱별은 만방을 순회하도다. 산악의 정기가 보필한 재상을 내려보냈으니, 황제께서는 충성스럽고 어진이에게 나라일을 맡기네. 삼황오제의 덕이 하나로 이루어졌으니, 우리 당나라 황실 빛나도다 ―

 

沒斧歌(元曉)

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

― 누가 도끼자루 없는 도끼를 허락하려나. 내가 하늘을 지탱할 기둥을 박아 세우리라 ―

∙출전 : 『삼국유사』 권 4, ‘원효조’

蛇福의 葬偈

往昔釋迦牟尼佛 裟羅樹間入涅槃 于今亦有如彼者 欲入蓮花藏界觀

― 옛날 석가모니불이 사라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어갔네. 지금 또한 저와 같은이 있어(사복의 어머니), 넓은 연화장계(공덕이 한없는 넓은 세계)로 들어가려 하네 ―

 

鼻荊詞

聖帝魂生子 鼻荊郞室亭 飛馳諸鬼衆 此處莫留停

― 성스러운 임금의 혼백이 아들을 낳았으니 비형랑댁이라네. 날고 뛰는 여러 귀신 무리들아 이곳에서는 머물지 마라 ―

∙출전 : 『삼국유사』

 

龜何歌 혹은 龜旨歌

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는다면 구워서 먹겠다. ―

∙출전 : 『삼국유사』

水路夫人에 관한 시가

龜乎龜乎出水路 掠人婦女罪何 汝若㥬逆不出獻 入網捕掠燔之

― 거북아 거북(용왕의 사자)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부녀를 약탈해갔으니 죄가 얼마나 많으냐. 네가 만약 두려워하여 내어 바치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어가) 잡아 구워서 먹겠다 ―

∙출전 : 『삼국유사』

 

▶崔匡裕

長安春日有感

麻衣難拂路岐 鬢改顔衰曉鏡 上國好花愁裏艶 故國芳樹夢中 扁舟煙月思浮海 羸馬關河倦問 祗爲未遂螢雪志 綠楊鶯語大傷

― 베옷입고 길거리에 티끌 떨치기 어려우니 귀밑머리 세고, 얼굴 주름진 것이 새벽 거울에 새롭네. 중국의 좋은 꽃들 근심 속에서도 어여쁜데, 고국의 꽃나무들은 꿈속에서나 봄이로다. 조각배 타고 달무리 질때는 (바다에) 떠 돌아갈 생각하고 파리한 말 타고 이곳 저곳 여행하며 나룻터 묻기에도 싫증이난다. 다만 형설의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푸른 버들에 꾀꼬리 소리에도 크게 마음을 상하게 되네 ―

감상 : 염세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朴仁範

涇州龍朔寺兼柬雲栖上人

(경주땅 용삭사에서 아울러 운서상인에게 지어주다)

翬飛仙閣在靑冥 月殿笙歌歷歷 燈撼螢光明鳥道 梯回虹影到巖 人隨流水何時盡 竹帶寒山萬古 試問是非空色裏 百年愁醉坐來

― 날아갈 듯한 신선의 집이 푸른 하늘에 있으니, 달나라 궁전에서 연주하는 생황 노래가 역력히 들리는 듯 하네. 등불은 반듯불처럼 흔들리며 조도를 밝히고, 사닥다리는 무지개 그림자처럼 굽어서 바위 구렁에 이르렀네. 사람은 흐르는 물에 따라 어느때인들 다하랴. 대숲으로 둘리어진 싸늘한 산은 만고에 푸르도다. 시비공색의 이치를 묻다가(진리에 대해, 속세의 잡사에 대해, 번민을 하다가), 평생동안 수심에 취했던 마음이 앉은 자리에서 깨어오네(借景寄意 : 경치를 빌어서 뜻을 의탁함) ―

 

 

▶崔致遠(857 ∼ ? )

題伽倻山讀書堂

狂奔疊石吼重 人語難分咫尺 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

― 첩첩한 바위사이 미칠 듯이 내달리며 겹겹산 속에서 외쳐대는데(소리내어). 사람 말소리 지척 사이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도다. 늘 옳거니, 그르니 하는 소리가 귀에 이르를까 두려워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산을 온통 에워싸게 하였네 ―

감상 : 염세적, 도피적 생각이 내포 → 만당시풍

 

 

▶王巨仁

憤怨詩

于公慟哭三年旱 鄒衍含悲五月 今我幽愁還似古 皇天無語但蒼

― 우공(한나라때 인물)이 통곡을 하니 3년동안 가물고, 추연(전국시대 연의 사람)이 슬픔을 머금음에 오월에 서리가 내렸다네. 지금 내가 품은 수심은 옛사람과 같은데, 하늘은 말없이 다만 푸르기만 하네(이밀 진정표에 有) ―

 

 

▶薛瑤

返俗謠(악부시: 句式不一定)

化雲心兮思淑貞 洞寂寞兮不見人 瑤草芳兮思芬蒕 將奈何兮靑春

― 구름처럼 변하는 마음으로 맑고 곧게 지낼 것을 생각한다. 골짜기 적막하고 사람이 보이지 않네. 아름답고 고운 풀 향기로우며 분온을 생각하는데. 장차 어찌 할거나, 이 젊음을 ―

 

▶慧超

月夜瞻鄕路

月夜瞻鄕路 浮雲颯颯歸 緘書參去便 風急不聽廻 我國天岸北 他邦地角西 日南無有雁 誰爲向林飛

- 달밤에 고향길 바라보니, 뜬구름이 두둥실 흘러 가도다. 글을 봉하여 가는 편에 부치고자 하나, 바람이 급해 들으려 돌아보지 않도다. 우리나라는 하늘가 북쪽이요, 타국은 땅 한모퉁이 서쪽인데. 태양 남쪽에는 기러기도 없으니, 누가 숲을 향하여 날아가주나 -

참고 : 소무란 사람이 흉노에 포로가 됐을 때 기러기 다리에 편지를 매어

상림원으로 날려 보냈다는 고사가 있음

 

 

Ⅱ 高麗時代

1. 高麗前期

▶朴寅亮

舟中夜吟

故國三韓遠 秋風客意 孤舟一夜夢 月落洞庭

― 고국인 삼한은 멀고, 가을 바람에 나그네 뜻(수심) 많기도 하다. 외로운 배의 하룻밤 꿈에 달이진 동정호에 물경이 이네 ―

감상 : 작가가 송나라를 여행하다 동정호에 이르러 고국 고려에 대한 향수

에 젖어 읊은 시이다.

 

使宋過泗州龜山寺(송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사주땅 귀산사를 지나면서)

巉岩怪石疊成 上有蓮坊水四 塔影倒江飜浪底 磬聲搖月落雲 門前客棹洪濤疾 竹下僧碁白日 一奉皇華堪惜別 更留詩句約重

― 높이 우뚝 솟은 바위, 괴이한 돌이 쌓여서 산을 이루었는데, 그위에 절이 있고 물이 사방을 에워쌓네. 탑 그림자는 강에 매달려 물결 밑에 누워있고, 풍경소리는 달빛에 흔들리며 구름 사이에 떨어지네. 문앞의 나그네 넓은 물결 때문에 급히 노를 젓고, 대 숲 아래 스님 바둑두는데 한낮이 한가롭네. 한차례 사명을 받들고 애석한 작별을 하게 되어, 다시 싯구를 남겨놓고 거듭오를 것을 기약하네. ―

특징 : 여운과 함축이 부족하다. 완벽한 대장을 이룸(시의 대장을 완전하

게 이룬 시)

 

▶金緣

大洞江

雲捲長空水暎天 大同樓上敞華 淸和日色篩帘幕 旖旎香煙泛管 一帶長江澄似鏡 兩行垂柳遠如 行看乙密臺前景 自驗十年表未

― 구름 걷힌 넓은 하늘 물에 비치는데, 대동루위에서 화려한 잔치 열었네. 맑고 화사한 햇살 (잔치여는) 장막에 스며들고, 뭉게뭉게 향기로운 연기 피어오르고 관현악 소리 떠있네. 한 줄기 장강 맑기가 거울같고, 두줄 수양 버들 멀리 연기처럼 아스라하게 보이네. 을밀대 앞의 경치 다니며 보기를 십년동안 체험했지만 표현하기 어렵네 ―

성격 : 풍요로움이 지나체서 퇴폐적인 성격을 지님. 낙천적 모습으로 표현

되어짐 → 건국 초창기의 발전적 모습이 함유되어 있슴(11C 시의 특징)

 

 

▶金富軾

東宮春帖子(입춘일에 동궁에 지어 붙인 것)

曙色明樓角 春風着柳 鷄人初報曉 已向寢門

― 새벽빛이 건물 모퉁이를 밝히는데 봄바람은 버들가지 끝에 붙어있네. 계인(시각을 알리는 사람)이 처음 새벽을 알릴 때, 이미 침문(부왕께서 계신 대궐문)을 향해 조회하려 가시네(효사상이 들어있다) ―

 

結綺宮

堯階三尺卑 千載餘其 秦城萬里長 二世失其 古今靑史中 可以爲觀 隋皇何不思 土木竭人

― 요임금 뜰은 석자로 낮았지만 천년동안 그 덕이 남아 있는데, 진나라의 성은 만리나되게 길었지만 이대만에 그 나라가 망했네. 옛날이나 지금의 역사 가운데서 귀감(관식)으로 삼을만 한데, 수나라 황제는 어찌 이를 생각지 않고 토목 공사로 인력을 고갈시켰는가 ―

특징 : 역사적 사실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하는 교훈적, 설명적인 시(‘理’

를 나타냄 ; 송시의 특징). 시의 내용이 질박함

 

 

甘露寺次韻

俗客不到處 登臨意思 山形秋更好 江色夜猶 白鳥高飛盡 孤帆獨去 自慚蝸角上 半世覓功

― 속세의 손님 이르지 않는 곳에, 올라와 임하니 마음이 맑아지네. 산의 모습은 가을에 더욱 좋고, 강의 빛깔은 밤에 오히려 밝다. 백조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배는 홀로 감이 가볍도다. 달팽이 뿔위에 반평생동안 공명을 구한 것이 스스로 부끄럽도다 ―

 

 

▶鄭知常

送人

庭前一葉落 床下百虫 忽忽不可止 悠悠何所 片心山盡處 孤夢月明 南浦春波綠 君休負後

― 뜰 앞에 오동잎 한 잎 떨어지자, 침상아래 온갖 벌레 슬피우네. 홀홀히 떠나는 임 말릴 수 없는데, 융히 어느 곳으로 가시는가. 일편단심 산이 다한 곳에 (머룸고), 외로운 꿈 달 밝은 때에(꾸노라). 남포에 봄물결 푸르게 되면, 임이여, 뒷날의 기약 저버리지 마소서 ―

특징 : 송인은 富的 對仗을 이룸(미련을 제외한 모든 연이 대장을 이룸).

詩內容이 濃艶하다. 情을 읊음(晩唐詩의 特徵 : 情恨을 읊음)

 

 

送人(또는 大洞江) → 그의 문명을 일세에 드날리게 한 시(海東三疊)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 大洞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

― 비 개인 긴 둑엔 풀빛이 무성한데, 남포에서 남을 보내니 슬픈노래 북받치네. 대동강(이별을 상징) 물은 어느때에나 다하려나. 해마다 이별 눈물 저 푸른 물결에 더하네 ―

 

▶李仁老

煙寺晩鐘(瀟湘八景 中 一首 → 후인들의 추상을 받은 시)

千回石徑白雲 巖樹蒼蒼晩色 知有蓮坊藏翠壁 好風吹落一聲

― 천구비 돌길이 흰구름에 쌓여있고, 바위와 숲 푸르디 푸른데 저녁빛이 무르렀네. 사원이 푸른 절벽에 감추어져 있음을 알겠는 것은, 시원한 바람결에 한 종소리 떨어져서네(들려와서네) ―

감상 : 俗氣를 벗어남(仙人體), 전∙결구 도치 : 운을 맞추고자

 

山居

春去花猶在 天晴谷自 杜鵑啼白晝 始覺卜居

― 봄이 지났는데도 꽃은 아직 남아있고, 하늘이 개었는데도 골짜기는 아직 그늘이 졌네. 두견새가 한낮에 우는 걸 보고 복거(점쳐서 사는 곳)가 깊은 것을 비로소 깨달았네 ―

특징 : 俗氣가 없고, 시상이 깨끗하다. 淸新한 詩辭

 

 

▶林椿

暮春聞鶯

田家葚熟麥將稠 綠樹時聞黃栗 似識洛陽花下客 殷勤百囀未能

― 농가에 오디익고 보리 여물려 하는데, 푸른 숲에서 때때로 꾀꼬리 소리 들려오네. 흡사 낙양(서울)의 풍류객을 알아 보는 듯이, 은근히 온갖 소리로 지저귀며 그칠 줄을 모르네 ―

특징 : 시에 여운이 남음. 전원에 閒遊하며 暮春에의 풍경을 노래 부른 것

→ 得意치 못하고, 정처없이 사방을 방랑했던 그의 인생을 추상케 함

 

 

 

▶吳世才

病目

老與病相隨 窮年一布 玄花多掩映 紫石少光 怯照燈前字 羞承雪後 待看金榜罷 閉目坐忘

― 늙음과 병이 함께 따르는 평생토록 하나의 날선비(벼슬하지 않은 선비)로다. 눈꼽이 시야를 가림이 많고, 눈동자도 광채가 줄어들었도다. 등불 앞에서 글자 비추어 보기도 겁이나고, 눈 온 뒤에 햇살 받기도 부끄럽도다. 금방(과거 합격 발표 방) 끝남을 보기를 기다리다가, 눈 감고 앉아서 세상에 대한 욕심을 잊었노라 ―

특징 : 염세적이고 의욕상실의 모습이 시 속에 관류하고 있다 → 작자의

생애가 문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兪升旦

宿保寧縣(보령현에 머물고서)

晝發海豊郡 侵宵到保 竹鳴風警寢 雲泣雨留 暮靄頭還重 朝暾骨乍 始知身老病 唯解卜陰

― 낮에 해풍군을 출발하여, 초저녁에 보령에 이르렀네. 대를 울리는 바람에 잠자다 일어나고, 구름이 울어 내리는 비로 행차를 멈추었네. 저녁 구름 피어오르자 머리 도로 무겁더니, 아침 해가 돋자 뼈가 금방 가뿐하네. 비로소 알았네. 몸이 늙고 병들자 오직 구름끼고 개인 것을 점쳐 알 수 있네 ―

성격 : 시가 매끄럽고 유연하지 못함(奇崛하㈐

 

金仁鏡

書黼座後障上(임금님 의자 뒤 가리개 위에 쓰㈐

園花紅鏡繡 宮柳碧絲 喉舌千般巧 春鶯却勝

― 동산의 꽃 붉은 거울에 수 놓은 듯 하고, 궁궐버들(궁녀)은 푸른 실이 놀리운 듯 하네. 목과 혀가 온갖 교묘함을 나타내어, 봄 꾀꼬리가 문득 사람보다 더하네 ―

성격 : ‘풍자시’의 성격

 

 

 

 

李奎報

‘春∙人(시짓기 어려운 운)’ 韻詩

榮參竹下會 快倒甕中 未識七賢內 誰爲鑽核

― 영예롭게 죽림칠현의 모임에 참여하여, 유쾌히 독속의 술을 마셨는데, 모르겠도다. 칠현속에 누가 찬핵인 인지를 → 중국의 칠현중 왕융과 비교(찬핵인; 지독한 구두쇠), 칠현을 비꼬은 듯한 시 ―

 

江上月夜望客舟

官人閒念笛橫 蒲席凌風去似 天上月輪天下共 自疑私載一船

― 벼슬살이하며 생각이 한가로와 피리를 비스듬히 하고 부는데, 부들자리 바람에 떨리며 흡사 날아갈 듯 하네. 하늘 위에 둥근 달을 천하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도 나 혼자만이 배에 싣고 돌아가는 듯 하네(소동파의 전적벽부의 한 대목이 연상됨) ―

 

晩望(저녁에 하늘을 바라보며 또는 늙으막에 인생을 돌아보며)

李杜啁啾後 乾坤寂寞 江山自閑暇 片月掛長

― 이백과 두보가 읊조린 이후에 건곤(천지)이 적막하도다. 강산은 스스로 한가하고 조각달(이규보를 의미; 높디 높은 자존심. 조각달만 걸려 있음은 이두의 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없음을 의미, 조각달이 있음으로 사람이 없음을 표현)을 넓은 하늘에 걸려 있네 ―

조각달 : 이규보를 의미; 높디 높은 자존심 → 조각달만 걸려 있음은 이

두의 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없음을 의미, 조각달이 있음으로 사람

이 없음을 표현

 

夏日卽事

輕衫小簟臥風欞 夢斷啼鶯三兩 密葉翳花春後在 薄雲漏日雨中

― 가벼운 적삼입고 작은 사자리 깔고 바람 통하는 난간에 누워있다가, 꾀꼬리 우는 두서너 마디 소리에 꿈이 깨었네. 빽빽한 잎에 가려진 꽃이 봄이 지났는데 남아있고 얇은 구름에 햇살이 세어 비오는 가운데에도 밝더라 ―

감상 : 매우 잘 되어 인구 회자되던 싯구. 閑의 경지를 그린시(수채화로

그린 듯이 밝고 맑은 시. 훌륭한 점은 밝은 색채로, 밝은 시어로 여름날의

卽事를 그려논 시. )

 

 

(咏)井中月

山僧貪月色 幷汲一甁 到寺方應覺 甁傾月亦

― 산에 스님이 달빛이 탐이나서, 한 병속에 함께 길었네. 절에 이르러 바야흐로 깨달았네. 병을 기울였더니 달 또한 없도다(사라졌도다) ―

 

金克己

田家四時 中에서 秋景

搰搰田家苦 秋來得暫 雁霜楓葉塢 蛩雨菊花 牧笛穿烟去 樵歌帶月 莫辭收拾早 梨栗滿空

― 힘든 농가의 괴로움, 가을이 와서 잠시 한가함을 얻었네. 서리 맞은 단풍잎 고운 언덕엔 기러기가 날고, 국화핀 물구비에 비 내리는 데 귀뚜라미 우네. 목동의 피리 소리 구름을 뚫고 퍼지고 나뭇꾼의 노래소리는 달빛을 띠고 돌아오네 추수가 일찍 끝났다 말하지 말라 빈산에 배와 밤이 가득하다-

∙감상 : 김극기는 일생을 불우하게 살았기에 밝은 가을의 풍경도 슬프고

우울하게 표현되어 있다.

 

陳澕

五夜

五夜不知風雨惡 醉和殘夢度晨 家童忽報南溪漲 半泛山花到石

― 온밤 내내 비바람 사나움 알지 못하고, 술 취함과 꿈이 어우러져 새벽 닭울음을 지나쳤네. 집 아이가 갑자기 남쪽 시내 넘쳐흐른다 알려오는데, 반쯤 뜬 산꽃이 돌뜨락에 이르렀네 ―

감상 : 속기에서 벗어난 선인체의 시

 

奉使入金

西華已蕭索 北寨尙昏 坐待文明旦 天東日欲

― 서쪽의 중화(宋)는 이미 쓸쓸하고 북쪽 성채(金)는 오히려 혼몽하다. 앉아서 문명의 아침을 기다리니, 하늘 동쪽에 해가 붉게 떠오르려 하네 ―

감상 : 송나라는 쇠락하고 북방의 유목민은 혼몽하니 조국 고려에서 문명

의 아침이 밝아오기를 바라고 있음

 

 

 

2. 高麗後期

▶李藏用

慈悲嶺 → 역설적 표현의 시

慈悲嶺路十八 一劍橫當萬戈 如今四海自昇平 空有杜鵑啼落

― 자비령 길 한 없이 구불구불하여, 한 칼을 가로하고 막으면 창을 든 만명의 군사를 막을 수 있네. 지금처럼 천하가 스스로 태평한데(→역설적 표현). 부질없이 두견새가 지는 달을 보고 울고 있네(한을 내함) ―

감상 : 고려가 몽고의 침입을 막지 못한 한을 말함(몽고족의 지배를 받는

한을 내함함)

 

▶金之垈

愁歇院途中[수헐원(근심을 그치게 하는 곳)에 가는 길에]

花落鳥啼春睡重 煙深野闊馬行 碧山萬里舊遊遠 長笛一聲何處

― 꽃이 지고 새가 울고 봄잠이 쏟아지고(詩眼;표현이 뛰어남), 안개 깊고 들 넓은 곳 말 걸음이 더디도다. 푸른산 만리 밖 옛 놀던곳 먼데, 긴 피리 한 소리는 어디서 부는 걸까 ―

∙성격 : 仙을 추구하는 신선사상 내표함. 시의 분위기는 늦봄, 초여름에 작

자의 悠長함이 잘 드러나 있다(계절적 특징과 이에 부합된 작자의 모습을

잘 나타냄)

 

▶李齊賢

山中雪夜(산속에서 눈온 밤에)

紙被生寒佛燈暗 沙彌一夜不鳴 應嗔宿客開門早 要看庵前雪壓

― 종이처럼 얄팍한 이불에 한기(추위)일고 산사의 등불 어두운데, 사미승은 온밤 내내 종을 울리지 않는구나. 응당 묵은 객이 문 일찍 열었다 원망하겠지만, 요컨데 암자 앞 눈이 소나무를 누르는 것(詩眼이 되는 부분)을 보려므나 ―

감상 : 淸高(맑고 깨끗하고 높은 경지)한 시이다

 

 

 

 

濟危寶

浣沙溪上傍垂楊 執手論心白馬郞 縱有連簷三月雨 指頭何忍洗餘香

― 빨래터 시냇가 수양버들 곁에서 내손 잡고 마음을 고백한 백마 탄 임이여. 비록 처마에 연이어 석달 동안 비가 온다해도, 손 끝에 남은 향기 어찌 차마 씻어낼까 ―

∙속요를 칠언절구 소악부 시에 기록

 

鄭瓜亭

憶君無日不霑衣 政似春山蜀子規 爲是爲非人莫問 只應殘月曉星知

― 임 그려 옷을 적시지 않는 날이 없으니, 바로 봄산의 소쩍새와 같도다. 옳거니 그르거니 사람들아 묻지마오. 다만 응당 새벽달과 별이 알것이로다 -

∙출전 : 소악부

 

居士戀

鵲兒籬際噪花枝 喜子床頭引網絲 余美歸來應未遠 精神早已報人知

― 까치는 울타리 가의 꽃가지에서 울고, 거미는 평상 머리에 거미줄을 끌도다. 내 임 돌아올날 응당 멀지 않으니, 정신을 미리 알려 내가 알게하네 ―

∙출전 : 소악부

 

 

▶安軸

江陵鏡浦臺

雨晴秋氣滿江城 來泛扁舟放野情 地入壺中塵不到 天遊鏡裏畵難成 烟波白鷗時時過 沙路靑驢緩緩行 爲報長年休疾棹 待看孤月夜深明

- 비 개이니 가을 기운이 강둑에 가득하고, 떠오는 조각배는 소박한 정취를 풍긴다. 땅(호수)는 병속에 들어 티끌도 이르지 못하고, 하늘이 거울안에서 노니 그리기가 어렵다. 연기의 파도(물안개)에 흰 갈매기 때때로 나르고, 모랫길에 어린나귀 느릿느릿 가는 구나. 늙은 사공에게 알려 빨리 노저음을 그치게 하라. 외로운 달 바라보니 밤 더욱 밝도다 -

 

 

 

▶崔瀣

懸齋雪夜(귀양지에서 눈 온 밤에)

三年竄逐病相仍 一室生涯轉似 雪滿四山人不到 海濤聲裏坐挑

― 삼년 동안 귀양살이에 병까지 따르니, 한 방에 갇혀있는 생애 도리어 중과 같도다. 눈 가득한 사방산에는 사람 이르지 않는데, 파도 소리 속에 앉아 등심지를 돋우네 ―

감상 : 외로움과 서글픔을 읊은 시. 인생무상의 강개심이 토로되어 있음

 

▶李穀

途中避雨有感

甲第當街蔭綠槐 高門應爲子孫開 年來易主無車馬 唯有行人避雨來

- 짙푸른 홰나무 길에 마주한 좋은 집, 높은 대문은 응당 자손을 위하여 열려있도다. 근년엔 주인이 바뀌어 수레와 말도 없고, 오직 행인이 있어 비를 피하여 오는 구나 -

감상 :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시이다

 

▶李穡

浮碧樓

昨過永明寺 暫登浮碧 城空月一片 石老雲千 麟馬去不返 天孫何處 長嘯倚風磴 山靑江自

―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었네. 인적 끊긴 성엔 한 조각 달 떠 있고(비추고), 오래된 바위엔 천추의 구름이 어리었도다. 인마는 떠나고 돌아오지 않으니, 하느님의 손자(동명성왕)는 어느 곳에서 노시는가. 돌다리에 의지 해서 길게 한숨 짓는데, 산은 푸르고 강은 저절로 흐르네 ―

감상 : 인사는 변했는데 자연은 변화없음을 의미. ‘현실개탄’의 의미(옛날

의 고구려는 강대국이었는데 지금의 고려의 현실에 대한 비판). 東明聖王

이 九梯宮의 朝天石에서 기린을 타고 승천했다는 고사인용

 

 

 

 

 

題牧菴卷

亂山深處路橫 日暮牛羊自識 此是老翁眞境界 淡煙芳草接天

― 어지러운 산 깊숙한 곳 길이 비스듬히 높여 있는데, 해 저물자 소와 양도 스스로 제 집을 알아보네. 이것이 이 늙은이의 참 경계이니, 얇은 안개에 쌓인 꽃다운 풀이 하늘 끝에 이어져 있네 ―

감상 : 詩辭가 아름답고, 詩意가 雄壯하여 詩篇마다에는 浩浩滔滔한 기풍

이 충만하다

 

對菊有感

人情那似物無情 觸境年來漸不 偶向東籬羞滿面 眞黃花對僞淵

― 인정이 어찌 무정한 물건 같으랴. 경계를 닿은 근래에 점점 같지 않아지네. 우연히 동쪽 울타리 향하니 얼굴이 부끄러움 가득하니, 진짜 국화를 가짜 도연명이 바라보네 ―

감상 : 사람의 지조가 국화만도 못함을 한탄한 시(모두 고려를 버리고 조

선에 붙음으로)

 

蠶婦

城中蠶婦多 桑葉何其肥 雖云桑葉少 不見蠶苦飢 蠶生桑葉足 蠶大桑葉稀 流汗走朝夕 非緣身上衣

- 성안에 누에치는 부녀자가 많으니, 뽕잎이 어찌 살질 수 있으랴. 비록 뽕잎이 적다고 말하나, 누에가 괴롭고 굶주림이 보이지 않는다. 누에가 처음 태어날 때에는 뽕잎이 풍족했는데, 누에가 자라자 뽕잎이 적어졌다. 땀 흘리며 아침 저녁으로 분주히 뽕잎 따러 다니나, 자신의 옷때문이 아니라네 -

 

▶鄭夢周

懷金海舊遊 : 김해 竹枝詞

鷰子樓前鷰子廻 郞君一去不重 當時手種梅花樹 爲問東風幾度

― 연자루 앞에 제비는 돌아왔는데, 낭군은 한 번 떠나더니 다시 오지 않네. 그때에 손수 심은 매화나무는, 동풍에게 묻노니 몇차례나 피었던가 ―

∙시의 성격 : 우아하고 혼후하여 후인의 모범이 됨. 시마다 애국충정이 흘

러 넘친다. 竹枝詞 : 사랑을 읊은 시가

 

春興

春雨細不滴 夜中微有 雪盡南溪漲 草芽多少

― 봄비가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밤중에 미미하게 소리가난다. 눈도 다 녹아 남쪽 시내 넘쳐나니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

 

奉使日本

水國春光動 天涯客未 草連千里綠 月共兩鄕 遊說黃金盡 思歸白髮 男兒四方志 不獨爲功

― 섬나라 봄 빛이 흐드러지고, 하늘끝 나그네는 아직 못갔도다. 풀은 천리를 이어 푸르르고, 달은 두나라를 함께 밝혀주네. 유세하다보니 황금은 다하고, 돌아갈 생각에 백발이 생긴다. 사나이 사방으로 펼치는 뜻이, 유독 공명을 위하는 것은 아니로다 ―

 

江南曲

江南女兒花揷 笑呼伴侶游芳 蕩槳歸來日欲斜 鴛鴦雙飛無限

― 강남의 아가씨 머리에 꽃을 꽂고, 웃으며 짝을 불러 방주에 놀도다. 노저어 돌아올 때 해가 기우니, 원앙이 쌍쌍으로 날며 끝없이 근심하네 ―

 

舟中美人

美人輕漾木蘭 背揷花枝照碧 北楫南檣多少客 一時斷腸忽回

― 미인이 목란의 배에타고 가볍게 떠다니니, 등에 꽂은 꽃가지가 푸른 강에 비추도다. 남북으로 가는 다소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애태우며 문득 머리 돌리네 ―

 

征婦怨

一別年多消息稀 塞垣存沒有誰知 今朝始寄寒衣去 泣送歸時在腹兒

- 한번 헤어지고 오래도록 소식이 드무니, 변방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누가 있어 알겠는가. 오늘 아침 비로소 겨울 옷을 부쳐 보내니, 가실 때 배안에 있던 아이를 울면서 전송하네 -

 

 

 

丹心歌

此身死了死了 一百番更死了 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也歟

-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가 되어, 넋이라도 있거나 없거나. 임 향한 일편단심이 어찌 고쳐질 이치가 있으리요 -

 

▶李崇仁

西江卽事(二首中 第 二首)

杏花如雪柳如絲 春滿江城日正 低帽短靴人不識 歸來馬上有新

― 살구 꽃 눈처럼 흩날리고 버들은 실처럼 하늘거리고, 봄 빛 가득한 강성에는 해도 진정 길도다(더디다). 모자 눌러쓰고 짧은 신을 신은 나를 남들은 알아보지 못하는데, 돌아오는 말위에서 새 시를 갖게 되었네 ―

 

題僧房

山北山南細路 松花含雨落紛 道人汲井歸茅舍 一帶靑煙染白

― 산의 북쪽 남쪽으로 오솔길로 나뉘고, 송화는 비를 머금고 떨어져 어지럽도다. 도인은 물길을 길어 띠집으로 도아가고, 한줄기 푸른 연기는 흰구름을 물들인다 ―

 

▶吉再

述志

臨溪茅屋獨閑居 月白風淸興有餘 外客不來山鳥語 移床竹塢臥看書

- 시냇가에 임한 초가집에 홀로 한가히 거쳐하니, 달밝고 바람 맑고 흥이 넘쳐나는 구나. 밖의 손님은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니, 평상을 대밭에 옮겨놓고 누워서 책을 본다 -

 

▶林悌

浿江歌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正斷腸 無限煙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 패강의 처녀 봄 볕을 밟으니, 강가의 수양 참으로 창자를 끊는 구나. 끝없는 아지랑이를 짤수 있다면, 그대위해 춤출 옷을 지으리라 -

 

 

Ⅲ 朝鮮時代

1. 繼前期(국초:1392∼명종:1567)

▶龍飛御天歌

根深之木 風亦不扤 有灼其華 有蕡其實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2장)

-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또한 흔들리지 않으니, 그 꽃이 많고, 그 열매가 많다. 근원이 깊은 물은 가물어도 또한 마르지 않으니, 흘러 이 시내가 되어 바다에 반드시 이른다 -

千世黙定 漢水陽 累仁開國 卜年無疆 子子孫孫 聖神雖繼 敬天勤民 迺益永世 嗚呼嗣王 監此 洛表遊畋 皇祖其恃(125장)

- 천년전에 이미 정해져 한수 북쪽에 인을 쌓아 나라를 열었으니, 복년이 끝이 없다. 자자손손 성스럽고 신통한 이가 비록 이어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삼가서 이에 대를 더욱 길게 하라. 아아, 후세의 왕들은 이것을 본받아 낙표에 놀고 사냥하였으면, 황조(夏나라 太康王의 할아버지 禹王)가 그 믿을 수 있었으랴 -

 

▶金時習

乍晴乍雨(변덕이 죽끊듯 하다)

乍晴乍雨雨還 天道猶然況世 譽我便應足毁我 逃名却自爲求 花開花謝春何菅 雲去雲來山不 寄語世上須記憶 取歡無處得平

― 잠깐 맑았다 잠깐 비오고 비그치니 맑아진다. 천도가 오히려 그러하니 하물며 세상의 정이야. 나를 예찬함은 문득 응당히 나를 훼손할만하고,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물리침은 이름을 구하는 것이라. 꽃이 피고 꽃이 진들 봄이 무슨 상관이며, 구름가고 구름 옴을 산은 다투지 않도다. 세상에 말하노니 모름지기 기억하라. 평생의 즐거움 취할 곳 없도다 ―

감상 : 세상의 그릇됨을 달관 경지에서 비난함(강개적 탈속적인 시)

 

 

 

 

 

 

山行卽事

兒捕蜻蜓翁補 小溪淸水浴鸕鶿 靑山斷處歸路遠 橫担烏藤一箇

― 어린아이는 잠자리를 잡고 늙은 할아버지는 울타리를 고치고[두보의 ‘곡강’시 연상], 작은 시내 맑은 물에 노자새가 목욕하네. 푸른산 끊긴 곳 돌아갈 길 멀어서(석양무렵), 오등 한 가지 비스듬히 매고 가네 ―

감상 : 한적하고 유한한 모습이 잘 묘사됨(세상에서 할 일 없는 자기자신

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有客

有客淸平寺 春山任意 鳥啼孤塔靜 花落小溪 佳菜知時秀 香菌過雨 行吟入仙洞 消我百年

― 청평사에 손님이 있어, 봄 산에 뜻대로 노닌다. 외로운 탑에 새가 울어 고요하고, 꽃이 져서 작은 시내에 흐른다. 아름다운 나물이 때를 알아 돋아나고, 향기로운 버섯이 비에 맞아 부드럽다. 가면서 읊조리며 선동에 들어가니, 나의 백년근심이 사라진다 ―

 

▶曺植

題德山溪亭

請看千石鍾 非太扣無聲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 천석의 종을 보고자 했더니,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 어쩐일로 두류산은, 하늘이 울려도 오히려 울리지 않네 -

 

▶徐居正

菊花不開悵然有作

佳菊今年皆較 一秋淸興謾東 西風大是無情思 不入黃花入鬢

― 좋은 국화가 금년에는 비교적 늦게 피어, 한 가을의 맑은 흥취가 동쪽 울타리에 게으르도다. 가을 바람은 무정하게도, 국화에 들지 않고 귀밑머리에 들어오는 구나(늙어감) ―

감상 : 세월이가고 늙어감을 한탄한 노래

 

睡起

簾影深深轉 荷香續續 夢回高枕上 桐葉雨聲

― 발 그림자가 깊숙히 옮겨오고, 연꽃 향기가 속속히 풍겨온다. 꿈에서 돌아온(잠에서 깬) 높은 베게위에, 오동잎이 빗소리를 재촉하도다 ―

獨坐

獨坐無來客 空庭雨氣 魚搖荷葉動 鵲踏樹梢 琴潤絃猶響 爐寒火尙 泥途妨出入 終日可關

― 홀로 앉아 오는 손님 없으니, 빈 뜰에는 빗기운이 어둡구나. 물고기가 흔드니 연잎이 움직이고, 까치가 밟으니 나무가지 끝이 너풀거리네. 거문고가 눅눅해도 줄은 오히려 소리가 나고, 화로는 찬데 불씨는 오히려 남아있네. 진흙 길이 출입을 방해하니, 종일토록 문을 걸어 두도다 ―

 

 

▶朴誾

福靈寺

伽藍却是新羅舊 千佛皆從西竺 從古神人迷大塊 至今福地似天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自浮

― 절은 신라부터 있던 오래된 것이요, 천불은 모두 서축에서 왔도다. 옛부터 신인이 이세상을 헤메이다, 지금에야 천태산같이 복스런 땅에 이르렀다. 봄구름 비내리고자하니 새가 서로 지저귀고, 늙은 나무 무정하니 바람만 스스로 슬프도다. 모든일 견디기 힘들어 한바탕 웃음에 맡기고, 푸른 산에서 세상을 보니 스스로 먼지가 피어오른다 ―

 

▶鄭道傳

訪金居士野居

秋陰漠漠四山空 落葉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畵圖中

- 가을 구름 막막하여 온산이 공허한데(조용한데), 낙엽은 소리없이 온 땅을 붉게 물들인다. 말을 시냇가 다리에 세우고 돌아가는 길을 물으니, 몰랐었다. 내 자신이 그림속에 있었음을 -

 

渡錦江

扁舟一葉在中流 北去南來集渡頭 日暮路長爭競涉 無人回首見沙鷗

- 일엽편주가 강가운데 있는데, 북쪽으로 갈사람 남쪽에세 온 사람들 나루머리에 모여있네. 날은 저물고 갈길 멀어서 다투어 건너서, 고개돌려 보니 사람은 없고, 모래밭에 갈매기떼만 보이더라 -

 

 

 

題公州錦江樓

君不見賈傅投書湘江流 翰林醉賦黃鶴樓 生前輱軻無足憂 逸意凜凜橫千秋 又不見病夫三年滯炎州 歸來又到錦江頭 但見江水去悠悠 那知歲月亦不留 此身已與秋雲孚 功名富貴復何求 感今思故一長吁 歌聲激烈風颼颼 忽有飛來雙白鷗

- 그대는 태부 가의가 글을 써서 소상강물에 던지고 한림(이백)이 취중에 황학루에서 시지은 것을 알지 못하는가. 생전의 근심이야 족히 근심할 것 없으니, 빼어난 뜻 늠늠하게 천추에 비끼었네. 또 보지못했는가. 병든 몸이 염주(남쪽)에 3년간 머무르다 돌아오는 길에 또 금강머리에 이르른 것을. 다만 강물이 유유히 흘러감을 볼뿐, 세월이 또한 머물지 않음을 어찌 알랴. 이몸은 이미 가을 구름과 더불어 떠있으니, 공명부귀를 다시 어찌 구하리요. 오늘을 느끼고 옛날을 생각하며 한번 길게 탄식하니, 노래소리 격렬하고 바람은 으스스한데, 문득 두 마리의 흰 갈매기가 날아오도다 -

 

▶權韐

松都懷古

雪月前朝色 寒鍾故國聲 南樓愁獨立 殘郭暮烟生

- 눈 속의 달은 전 왕조의 빛이요, 차가운 종소리는 옛나라의 소리로다. 남쪽 누각에 시름에차 홀로 서있으려니, 남은 성곽에 저녁연기 피어오르네 -

 

▶李滉

浮碧樓

永明寺中僧不見 永明寺前江自流 山空孤塔立庭除 人斷小舟橫渡頭 長天去鳥欲何向 大野東風吹不休 往事微茫問無處 淡煙斜日使人愁

- 영명사 안에 스님은 보이지 않고, 영명사 앞의 강은 스스로 흐른다. 텅빈 산 속에 외로운 탑은 뜰사이에 서있고, 사람은 없고 작음 배만 나루에 가로로 놓여있네. 하늘을 나는 저새는 어디를 향하는가. 넓은 들에 동풍이 불어와 끊이지 않네. 지난 일은 미미하고 아득하여 물을 곳 없으니, 맑은 연기속에 기우는 해는 사람으로하여 시름하게 하네 -

 

 

 

 

月影臺

老樹奇巖碧海堧 孤雲遊跡總成烟 只今唯有高臺月 留得精神向我傳

- 푸른 바닷가의 늙은 나무와 기이한 바위, 고운이 놀던 자취 모두 연기가 되었네(연기처럼 사라짐). 다만 지금은 오직 높은 누대와 달이 있는데, 머무르니 (고운의) 정신이 나를 향해 전해오네 -

감상 : 옛날에 최치원이 놀던 월영대를 찾았는데, 자연은 그대로인데 선현은 가고 없음을 노래하였다. 결구에서는 옛 선인의 정취에 젖어들어 감을 말하고 있다

 

▶李珥

花石亭

林亭秋已晩 騷客意無窮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

-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시인의 뜻이 끝이 없도다. 먼 물줄기는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다. 산은 오로운 둥근달을 토해놓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다.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저녁 구름 속에 소리가 끊어지네 -

 

2. 詩風轉換期(선조:1568∼현종:1674)

▶李舜臣

陣中吟

天步西門遠 東宮北地危 孤臣憂國日 壯士樹勳時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讐夷如盡滅 雖死不爲辭

- 임금의 행차는 서문으로 멀어지고,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근심할 날이요, 장사는 공을 세울 때로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도다. 원수를 만일 다 멸망시킬 수 있다면, 비록 죽어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

 

閑山島夜吟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轉輾夜 殘月照弓刀

- 수국(한산도)에 가을 빛이 저무니, 추위에 놀란 기러기떼 높이 나는 구나. 근심하는 마음에 전전반측 하는 밤에, 새벽달만 활과 칼을 비추는 구나 -

 

▶黃廷彧

次玉堂小桃韻

無數宮花依粉墻 遊蜂戱蝶趁餘 老翁不及春風看 空有葵心向太

― 수 많은 궁궐의 꽃들 흰 담장에 의지하고, 떠도는 벌 희롱하는 나비는 남은 향기를 좇는다. 노인이 봄바람 보는데 미치지 못하나, 헛되이 해바라기의 마음은있어 태양을 향하네 ―

 

▶宋翼弼(1534 ∼1599)

山行

山行忘坐坐忘 歇馬松陰聽水 後我幾人先我去 各歸其止又何

― 산을 가면 쉬는 것을 잊고 앉으면 걷기를 잊어(목적없이 그냥 가는 모양), 말을 소나무 그늘 아래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나의 뒤에 올 사람 몇 명이요, 나를 앞서 간 사람 몇 명인가? 각자 그칠 곳에 돌아가니(죽게됨) 무엇 때문에 다투는가 ―

감상 : 당시 사람들이 파쟁을 일삼음을 경계한 시

 

▶崔慶昌

次大洞江韻

水岸悠悠楊柳 小船遙唱採菱 紅衣落盡秋風起 日暮芳洲生白

― 강 둑 아득하고 버들 빛 푸르른데, 멀리 있는 작은 배에서 마름캐는 노래소리 들려오네. 낙엽 다 지고 가을바람 불어오는데, 해 저문 섬에 흰 물결 생기네 ―

 

▶白光勳

弘慶寺

秋草前朝寺 殘碑學士 千年有流水 落日見歸

― 가을 풀은 전 왕조 절의 쓰러진 비석에 (한림)학사의 글이로다. 천년 동안 흘러온 물이 있는데, 지는 해에 돌아오는 구름을 본다 ―

▶李達

贈因雲釋

山在白雲中 白雲僧不 客來門始開 萬壑松花

― 산이 흰 구름속에 있는데, 흰 구름을 스님이 쓸지 않도다. 손님이 와서 문이 비로소 열리니, 온 골짜기에 송화가 무르익었네 ―

▶魚無迹

流民歎

蒼生難蒼生難 年貧爾無食 我有濟爾心 而無濟爾力 蒼生苦蒼生苦 天寒爾無衾 彼有濟爾力 而無濟爾心 願回小人腹 暫爲君子慮 暫借君子耳 試聽小民語 小民有語君不知 今歲蒼生皆失所 北闕雖下憂民詔 州縣傳看一虛紙 特遣京官問民瘼 馹騎日馳三百里 吾民無力出門限 何暇面陳心內事 縱使一郡一京官 京官無耳民無口 不如喚起汲淮陽 未死孑遺猶可救

―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흉년이 들어 너희는 먹을 것이 없구나. 나는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너희를 구제할 힘이 없구나.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날은 찬데 너희는 이불조차 없구나. 저들은 너희를 구제할 힘은 있으나,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이 없도다. 원하노니, 소인의 심보를 돌려, 잠시라도 군자다운 생각을 하고, 잠시라도 군자의 귀를 빌려, 가난한 백성의 말을 들어보아라. 백성들 할 말 있으나 임금은 알지 못해, 올해 백성들 모두 살 곳을 잃었다네. 대궐에선 비록 백성을 근심하는 조서를 내리건만, 고을에선 일개 빈 종이로 돌려 보는구나. 특별히 경관을 파견하여 민폐를 물어 보건만, 역마타고 하루에 삼백리를 달려가 버리네. 우리 백성 문턱 나설 기력도 없는데, 어느 겨를에 마음 속 사정 대면하여 하소연할꼬? 가령 고을마다 경관이 한 사람씩 간다해도, 경관은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으니, 汲淮陽을 불러 일으켜, 죽지 않은 남은 백성들을 오히려 구하는 것만 못하다네 ―

감상 : 시풍전환기에 시짓는 저변 확대 증거. 작가의 생각이 직설적으로

드러난 시로 다소 다듬어짐이 부족하지만 절박한 심정을 노래한 바이므로

직설적인 표현도 적절하다(좋은 시는 각각 경향에 따른 특성이 있다)

 

▶劉希慶

月溪

山含雨氣水生 靑草湖邊白鷺 路入海堂花下轉 滿枝香雪落揮

― 산은 빗기운을 머금고 물에서는 안개가 피어오르는데, 푸른 풀로 둘러싸인 호수가에 백로가 잠을 자네. 길이 해당화 아래로 돌아들어가니, 가지 가득 향기로운 눈(꽃잎)이 휘두르는 채찍처럼 떨어지네(흩날리네) ―

 

 

許蘭雪軒

貧女吟

手把金剪刀 夜寒十指 爲人作嫁衣 年年還獨宿

― 손에 가위잡았는데, 밤이 추워 열손가락이 곧아졌네. 남을 위해 시집갈때 입을 옷을 만들어 주면서도, 해마다 다시 독수공방 하네 ―

 

哭子

去年喪愛女 今年喪愛子 哀哀廣陵土 雙墳相對起 蕭蕭白楊風 鬼火明松楸 紙錢招汝魂 玄酒尊汝丘 應知弟兄魂 夜夜相追遊 縱有復中孩 安可冀長成 浪吟黃臺詞 血泣悲呑聲

― 작년에 사랑하는 딸이 죽고, 금년에는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네. 슬프고 슬프도다, 광릉땅에 한쌍의 무덤이 서로 마주하고 일어섰네. 백양나무에 쓸쓸히 바람불고, 귀신불은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밝히네. 종이 돈을 태워 네 혼을 부르고, 현주(맹물)로 네 무덤에 따르네. 나는 안다. 너희 자매의 혼이 있어 밤마다 서로 따라 노는 것. 비록 배속에 아이가 있은들, 어찌 장성하기를 바랄 수 있으랴. 헛되이 황대사를 읊조리니, 피눈물이 나와 슬픔으로 목메이네(소리가 삼켜지네) ―

 

寄夫江南讀書

燕掠斜簷兩兩飛 落花撩亂拍羅 洞房極目傷春意 草綠江南人未

― 제비는 기울어지 처마 끝에 열심히 날고, 떨어지는 꽃잎은 소란하게 비단 옷을 때린다. 동방엔 눈에 미치는 곳마다 봄뜻을 잃었고, 풀은 푸르되 강남의 임은 돌아오지 않도다 ―

 

夜夜曲

玉漏微微燈耿 羅幃寒逼秋宵 邊衣裁罷剪刀冷 滿窓風動芭蕉

― 물시게 소리 나직하고 등불은 깜박거리고, 비단 휘장엔 냉기가 닥쳐 가을밤 길기도 하여라. 변방의 옷 마름질 끝나니 가위가 서늘하고, 창문 가득히 바람에 흔들리는 파초 그림자 ―

採蓮曲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

― 맑은 가을 긴 호수에 푸른 물 흐르는데, 연꽃핀 깊은 곳에 모란배 묶어두었다. 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 남이 알까 반나절 동안 부끄러웠도다 ―

師任堂 申氏

踰大關嶺望親庭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 回首北村時一望 白雲飛下暮山

― 어머니는 흰머리로 임영(강릉)에 계시는데, 이 몸은 서울을 향하여 홀로가는 심정이여. 머리돌려 때때로 북촌을 바라보니, 흰구름 돌아 내리는 저녁산이 푸르르다 ―

 

思親

千里家山萬疊峯 歸心長在夢魂 寒松亭畔孤輪月 鏡浦臺前一陣 沙上白鷺恒聚散 波頭漁艇各西 何時重踏臨瀛路 綵服斑衣膝下

― 천리 먼 고향은 만겹의 봉우리로 막혔으니, 가고픈 마음은 길이 꿈속에 있도다. 한송정 가에는 외로운 둥근달이요,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이로다. 모래위엔 백로가 항상 모였다가 흩어지고, 파도머리엔 고깃배가 각기 왔다 갔다 하네. 언제나 임영가는 길을 다시 밟아, 비단 색동옷 입고 슬하에서 바느질 할까 ―

 

▶李媛

閨情

有約來何晩 庭梅欲謝時 忽聞枝上鵲 虛畵鏡中眉

- 돌아온단 약속 왜이리 늦은가. 뜰의 매화는 시들려고 할 때로다. 문득 나뭇가지위의 까치소리 듣고, 헛되이 거울속에서 눈섭만 그리네 -

특징 : 조선 중기 여류시인

 

黃眞伊

詠半月

誰斲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謾擲碧空虛

― 누가 곤륜산의 옥을 깍아다, 직녀의 빗을 만들었는가. 견우와 이별하고 난 뒤로, 부질없이 푸른 하늘에 버려 두었네 ―

감상 : 허공에 떠 있는 반달을 이별한 직녀의 빗에다 비유한 시이다.

 

 

 

碧溪水

靑山影裏碧溪水 容易東流爾莫誇 一至滄江難再見 且留明月影娑婆

- 푸른산 그림자 안에 푸른 시냇물아, 동쪽으로 쉽게 흘러감을 너는 자랑하지 마라. 한번 강에 이르면 다시 보기 어려우니, 또한 밝은 달그림자 속세에 머문다 -

 

▶李玉峰

夢魂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 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沙

-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한지요. 달빛어린 사창엔 이몸의 한도 많네. 꿈에 가는 길에 자취가 생긴다면, 문앞 돌길이 모래로 변했겠네 -

 

▶權鞸

過鄭松江墓有感

空山木落雨蕭蕭 相國風流此寂 惆悵一盃難更進 昔年歌曲卽今

― 빈 산에 낙엽지고 비가 쓸쓸히 내리니, 재상의 풍류가 여기에 적막하구나. 한잔 다시 올리기 어려움을 슬퍼하니, 옛날의 가곡이 곧 오늘 아침이라네 ―

 

宮柳詩

宮柳靑靑鶯亂飛 滿城冠蓋媚春 朝家共賀昇平樂 誰遣危言出布

― 궁궐 버들 푸르고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성안에 가득한 높은 사람 봄 햇살에 아첨하네. 조정에서 함께 축하하며 태평성대 오른 것을 즐기는데, 누가 바른말하여 포의로 쫓겨났나 ―

 

▶鄭澈

秋夜

蕭蕭落葉聲 錯認爲疏雨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

-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빗소리로 잘못 알았도다. 스님불러 문을 나가보게 하니, 달이 시냇가 남쪽의 나무에 걸려 있다네 -

 

 

 

松江亭

明月在空庭 主人何處去 落葉掩柴門 風松夜深語

- 밝은 달이 빈 뜨락에 있는데, 주인은 어느 곳에 갔는가. 낙엽은 사립문에 가득히 쌓이고, 바람은 소나뭉에서 밤깊도록 속삭이네 -

 

3. 熟爛期(숙종:1675∼순조:1834)

▶申緯

觀劇詩二首

春香扮得眼波秋 扇影衣紋不自 何物龍鐘李御史 至今占斷劇風

― 춘향이 분장하여 추파의 눈길을 얻으니, 부채 그림자 옷무늬가 부자유스럽구나. 어떤 것이 못생긴 이어사요, 지금까지 연극의 풍류를 독점하고 있구나 ―

 

激賞時時一聲哄 廣庭人海疊人 今宵莫漫勤添炬 早有雲頭掛月

― 심히 상을 주고 때때로 한번 소리질러, 넓은 뜰엔 인산인해로다. 오늘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횃불을 더해라. 일찍부터 구름머리에 초생달 걸려있다 ―

감상 : 춘향전의 공연 장면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

 

子規啼

梨花月白五更天 啼血聲聲怨杜鵑 儘覺多情原是病 不關人事不成眠

― 배꽃에 달은 밝고 하늘은 오경인데, 피토하며 우는 소리소리는 원망하는 두견새로다. 정이 많음이 원래 병인 것을 다 깨닫겠으니, 인간사와 관계없되 잠이루지 못하도다 ―

 

▶金昌翕

訪俗離山

江南遊子不知 古寺秋風杖屨 笑別鷄龍餘興在 馬前猶有俗離

― 강남의 놀던 사람 돌아올 줄 모르고, 옛 절 가을 바람에 지팡이와 신이 한가하다. 웃으며 이별한 계룡산의 여흥이 남아있는데, 말 앞에는 오히려 속리산이 있다 ―

감상 : 유유자적하는 모습

 

 

▶洪世泰

滿月臺歌

滿月臺前落木 西風殘照使人 山河氣盡姜邯贊 日月明賢鄭夢

―만월대 앞 낙엽지는 가을에, 서풍불고 지는 햇살 사람을 근심하게 하네. 산과 강의 기를 다한이 강감찬이요, 해와 달같이 빛나는 현인은 정몽주로다 ―

감상 : 옛 고려의 궁궐터에서 역사를 회고하며 쓴 시. 현재 인물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李彦瑱

壹陽舟中

恥謀妻子計 齎志學皇初 牛角看前史 航頭得古書 餘糧分與鼠 殘鱠棄爲魚 腸肛急腥腐 新詩氣筍蔬

― 처자를 위한 계책을 도모함은 부끄럽게 여겨, 우주의 이치를 배우는데 뜻을 두었네. 소뿔에 (책걸어 놓고) 전시대의 역사를 보고, 뱃머리에서 옛 책을 얻었네. 남은 양식 나누어 쥐에게 주고, 남은 회는 고기를 위하여 버리네. 창자와 항문에서는 누린내와 썩은 냄새로 급하고, 새로운 시는 기상이 순수하다 ―

 

▶朴趾源

極寒

北岳高戌削 南山松黑色 隼過林木肅 鶴鳴昊天碧

- 북악은 높아 깍아지는 듯하고, 남산의 소나무는 검은 빛이로다. 소리개가 지나자 숲속의 나무들은 쥐죽은 듯 조용하고, 학이 울자 하늘이 더욱 높푸르다 -

 

▶李翼

海居防築

穿渠移浦築防潮 醎減禾生盡沃饒 聚落仍成居井井 鋤耰何患莠驕驕 誰敎山澤無遺利 可見平蕪免浪抛 碧海桑田容易變 良謀輸與訪蒭蕘

- 도랑을 뚫고 포구를 옮겨 방조제를 쌓으니, 소금기 줄어들고 벼가 자라 다 비옥하고 풍요롭다. 취락이 이에 이루어져 거쳐가 정연하고, 가라지 교만해도 호미, 곰방메있으니 무슨 근심이 있으랴. 누가 산과 못에 남은 이익이 없다고 가르쳤는가. 황무지가 함부로 버려짐을 면했음을 보겠네. 상전 벽해로 쉽게도 변하였으니, 좋은 꾀는 꼴꾼 나무꾼을 찾아 의논해야하리 -

감상 : 백성들이 스스로 땅을 일구는 일을 묘사하여 백성들이 가진 무한한 능력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李德懋

嬋娟洞

嬋娟洞草賽羅 剩粉遺香暗古 現在紅娘休詑艶 此中無數舊如

― 선연동 풀은 비단치마가 굿하는 듯 하고, 남은 분 남은 향기는 옛 무덤에 은은하다. 지금은 젊은 아가씨들 고움을 자랑 말라. 이속에 무수한 사람이 옛날에 그대와 같았다 ―

 

▶柳得恭

松京雜絶

門千戶萬摠成 剩水殘山春又 吹笛橋邊踏靑去 禮成江上打魚

―천, 만 집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어도, 나머지 물과 남은 산에 봄은 또 다시 찾아오네. 취적교가에서 답청하며 가고, 예성강위에서 고기잡아 돌아갈까 ―

감상 : 유한한 인사와 무한한 자연을 대비시킴

 

楊花渡七絶

江上峭峰碧兀兀 江間宿霧白濛濛 亂蟬一帶垂楊岸 柔櫓鳴歸罨畵中

- 강가의 가파른 봉우리 푸르고 우뚝하고, 강위의 자는 안개 보얗게 자욱하도다. 수양버들 언덕에는 어지러운 매미소리, 부드러운 노소리 색칠한 그림속으로 돌아가네 -

 

▶朴齊家

曉坐書懷

掘地得黃金 萬斤空餓死 入海採明珠 百斛換狗矢 狗矢尙可糞 明珠其奈何 陸貨不通燕 海賈不輸倭 譬如野中井 不汲將自渴 安貧不在寶 生理恐日拙 太儉民不樂 太窶民多竊

― 땅을 파 황금을 얻어, 만 근이 되는데도 부질없이 굶어 죽고, 바다에 들어가 명주를 캐어 백섬이나 되는데도 개똥과 바꾼다. 개똥은 오히려 거름으로 줄 수 있지만, 명주는 그 어찌하리요. 육지의 재화는 연경과 통하지 않고, 바다 장사꾼은 왜의 물건을 실어 오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들판의 연못과 같아, 긷지 않아 말라 버리려 하도다. 안빈 낙도는 보물에 있지 않다고 하여, 살아가는 이치가 날로 졸렬해질까 두려우니, 지나친 검소 백성들 즐거워 않고, 지나친 가난 백성들 훔침이 많아진다 ―

紙鳶

野小風微不得意 日光搖曳故相牽 削平天下槐花樹 鳥沒雲飛乃浩然

- 들도 좁고 바람도 미약하여 뜻을 얻지 못하는데,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가 끌고있네. 천하의 홰꽃나무 모조리 쳐버리면, 새도 없고 구름도 흩어져 마음이 탁 트이리라 -

 

▶無名氏

蠶婦

昨日到城郭 歸來淚滿巾 遍身綺羅者 不是養蠶人

- 어제 성곽에 이르렀다가, 돌아와서 수건에 눈물이 가득하네. 몸에 비단을 두른 자는, 양잠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 -

 

▶鄭來僑

農家歎

白骨之徵何慘毒 同隣一族橫罹厄 鞭撻朝暮嚴科督 前村走匿後村哭 鷄狗賣盡償不足 悍吏索錢錢何得 父子兄弟不相保 皮骨半死就凍獄

- 백골징포라하니 어찌 그리 참담하고 독한가. 같은 이웃의 한가족이 근심과 액운을 입었다. 아침, 저녁으로 채찍으로 매질하며 엄하게 세금을 독촉하니, 앞마을은 달려가 숨고, 뒷마을은 통곡하네. 개와 닭을 다 팔아도 갚기가 부족한데, 사나운 관리가 돈을 찾으나 돈을 가히 얻겠는가. 부자형제도 서로 보존하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하여 반쯤 죽은채로 얼어붙은 감옥으로 나가도다 -

 

▶趙秀三

司馬唱榜日口呼七步詩

腹裏詩書幾百擔 今年方得一襴衫 傍人莫問年多少 六十年前二十三

― 배 안에 시와 글이 거의 백 짐은 되는데, 금년에야 한 난삼(과거 급제 복)을 얻었네. 곁에 있는 사람들아 나이 많고 적음을 묻지마라. 육십년전에는 나도 23살이었네 ―

감상 : 이시는 작자가 83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지은 시이다

▶홍양호

天鷄

天鷄一聲 天下鷄鳴 海色蒼蒼 日出之光 八表同明 自我東方 我獨先赫 地近扶桑

- 하늘 닭이 한번 우니, 하늘아래 닭도 운다. 바닷빛은 새파란데, 해가 떠오르는 광명이로다. 온세상이 모두 밝아 지는데, 우리 동방부터 밝아지도다. 우리가 유독 먼저 밝아지는 것은, 땅이 부상에 가까워서 라네 -

 

▶최성대

古雜曲

初月上中閨 女兒連袂出 擧頭數天星 星七儂亦七

- 초생달이 규방에 떠오르니, 소녀드이 손잡고 나오누나. 머리를 드어 하늘의 별을 세니, 별이 일곱이요 나 또한 일곱이라 -

 

▶金鑢

上元俚曲

元宵月色劇淸圓 先見生男古老傳 底事南隣老處子 背人無語淚泫然

- 보름 밤의 달빛은 지극히 맑고 둥근데, 먼저 보면 아들 낳는다고 노인들이 전한다. 무슨 일로 남쪽 이웃 노처녀는, 사람을 등지고 말없이 눈물 흘리는가 -

 

4. 終末期(헌종시:1835∼멸망:1910)

▶金正喜

悼亡

那將月老訴冥府 來世夫妻易地爲 我死君生千里外 使君知我此時悲

― 어찌하면 장차 저승에서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내세에 남편과 아내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죽고 그대는 천리밖에 살아있다면, 그대로 하여금 나의 이때의 슬픔을 알게 할텐데 ―

감상 : 추사가 제주에 유배되었을 때 부인의 부음을 듣고 지은시

 

 

 

無題

淸晨漱古井 古井紅如燃 不知桃花發 疑有丹沙泉 綠溪行且止 芳綠近人情 愛到源深處 有村花柳明

- 맑은 새벽에 오래된 우물에서 양치질하니, 고정이 붉기가 불타는 듯 하다. 복숭아꽃 핀지는 모르고, 붉은 모래로 된 샘인가 의심하였다. 푸른 시냇물을 가다가 또 멈추니, 꽃다운 푸르름이 사람의 마음을 끌도다. 즐기며 근원의 깊은 곳에 이르니, 마을이 있는데 꽃과 버들이 밝구나 -

 

秋庭

老人看黍席 滿屋秋陽明 鷄逐草蟲去 菊花深處鳴

- 노인이 기장 멍석을 바라보는데, 집안 가득 가을 볕이 밝구나. 닭은 풀벌레를 쫓아 가서, 국화밭 깊은 곳에서 우네 -

 

▶金炳淵

自嘆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靑雲難力致非顧 白髮惟公道不悲 驚罷還鄕神起坐 三更越鳥聲南枝

― 아! 천지간의 남자여. 평생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부평초처럼 삼천리를 헛되이 떠돌고, 거문고와 책 사십년 공부가 헛된 글이로다. 청운에는 힘으로(억지로) 이루기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고, 백발에는 공도를 생각하니 슬프지 않도다. 고향가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 깨어보니, 삼경에 월나라 새가 남쪽 가지에서 울고있네 ―

 

九月山

去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色長九月

― 작년 구월에 구월산을 찾았고, 금년 구월에도 구월산을 찾았다네. 해마다 구월이면 구월산을 찾는데, 구월산의 산 빛은 길이(늘) 구월이로구나 ―

 

▶李慶民

滿月臺

五百年來王業休 繁華無跡只松楸 落花舊院凄涼色 杜宇空城寂寞愁 惟見野田侵殿階 不禁春草上螭頭 悠悠總是傷心處 古國興亡水自流

- 오백년 내려오던 왕업이 멈추었으니, 무성한 꽃들 자취도 없어 졌고 다만 소나무 가래나무만 있네. 옛 동산에 꽃이 지니 처량한 빛이요, 빈 성에 두견새 우니 적막한 근심이라. 다만 들 밭이 궁궐 계산으로 넓혀 오는 것만 보일뿐, 봄 풀이 이무기 모양의 장식 머리로 자라오는 것을 금하지 않네. 유유하게 모두 이 마음을 상하게 하는 곳이니, 옛 나라의 흥망에 강은 무심히 흐르네 -

감상 :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에 올라 역사를 회고하고 인간의 무상함을 실감있게 표현한 시

 

▶李建昌

高靈歎

人生會止此 至此亦大難 恩封府院君 大匡議政官 子孫數十人 一一登朝端 賜宅第一區 賜號稱保閑 ...중략... 英陵好孫子 聖人曾有言 千秋萬歲後 望卿念此孫 此孫在何處 此事不可論 淸冷浦水淸 子規啼夜月 ...중략... 先王在我上 謹甫在我傍 仁叟與太初 伯高與仲章 人生會止此 此事難又難 願世爲臣者 勿復有此嘆

― 인생이 여기에 이르니, 여기에 이르는 것 또한 크게 어렵도다. 은혜스럽게도 부원군에 봉해지고, (벼슬은) 영의정이라. 자손 수십인이, 하나하나 벼슬에 올랐고, 제일 좋은 구역에 저택을 하사하시고, 호를 내리시어 보한이라 일컬으셨다...중략...영릉(세종)께서 손자를 사랑하시어 성인(세종)께서 일찍이 말씀하시되, 천만년 뒤에(내가 죽은 뒤에), 경들에게 바라노니 이 손자를 생각할지어다. 이 손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고, 이 일은 논할 수 없구나. 청랭포(단종이 죽은 곳)의 물은 맑고, 자규새는 달밤에 우는 구나...중략...선왕은 내 위에 계시고, 근보(성삼문)는 내 곁에 있도다. 인수(박팽년)는 태초(유성원)와 함께 있고, 이개는 하위지와 함께 있도다. 인생이 여기에 이르니 이일은 어렵고 또한 어렵다. 원컨대 세상의 신하된 자는, 다시 이런 한탄이 있지 말지어다 ―

감상

㈎ 이 시는 작자가 우리 역사를 읽다가 그 아우의 청에 따라 지어준 작품

㈏ 내용은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집현전 학사 신숙주가 단종을 돌보라는 고

명을 저버리고, 수양대군의 정권찬탈 계획에 동조하여 단종과 집현전의

동료학자들을 죽인 후 홀로 부귀 영화를 누림으로써 천추에 오명과 한탄

을 남긴 데 대한 풍자

㈐ 신숙주가 임종을 앞뒤고 지난 날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현재―과거회상―

현재의 형식으로 진행됨

無忘樓感懷

百濟宮邊雪滿城 三田渡外少人行 穿倉老鼠長搜粟 繞堞寒鴉大點兵 弱國君臣千載恨 異時中外一家情 登臨此日重惆悵 漢上高樓已失名

― 백제의 궁궐가에 눈이 성안에 가득하고, 삼전도 바깥에는 다니는 사람도 적구나. 창고를 뚫은 늙은 쥐는 곡식을 찾고, 성가귀 두레에는 서리맞은 갈가마귀가 크게 군대를 점호하네. 약한 나라의 임금과 신하의 천년토록 한스러움은, 때에따라 안팎이 다르나 한 집안의 뜻이로다. 이날 올라 임하니 거듭 슬픈 것은, 한강가의 높은 누대 이미 이름을 잃었음이라 ―

 

▶黃玹

絶命詩(4수중 3번째)

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 조수도 슬피 울고 산과 바다가 찡그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가라 앉았다. 가을 등잔에 책을 덮고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보니, 인간세상에 지식인 노릇 어렵도다 ―

 

출처 : 굴어당의 漢詩(杜甫詩)
글쓴이 : 굴어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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