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스크랩] 사이비 풍수들의 수법

장안봉(微山) 2014. 2. 16. 01:42

 

사이비 풍수들의 수법

 

한국은 정부와 일부 시민운동단체가 화장(火葬)을 권장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매장(埋葬)을 선호하는 국민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그러므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듯이 매장이 있는 곳에 풍수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매장을 바라는 인구가 차츰 줄어들어 화장을 바라는 인구가 다수를 차지한다하더라도 골수 매장론자들이 엄존하는 이상 풍수들을 찾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풍수는 실력 있는 풍수와 실력 없는 풍수, 돈을 받지 않거나 받을 경우에는 큰 돈을 받고 집 터(사무실 터 포함)나 묘 자리를 잡아주는 풍수와 번번히 돈을 요구하되 돈의 액수에 따라 터를 차별대우하여 집터(사무실 터 포함)나 묘 자리를 잡아 주는 풍수, 실수하면 엄청난 해독을 끼친다는 점을 알고 두려워하는 풍수와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격언처럼 날뛰는 풍수 등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정통파 풍수(正統派 風水), 후자를 사이비 풍수(似而非 風水)라 부른다. 양자는 지명도(知名度)와 상관 없이 존재한다. 

나는 이 가운데 사이비 풍수들의 수법에 관해 언급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의 언행을 논할 경우에 가능한 한 덕담(德談)을 나누는 편이 사랑의 정신에 부합되고 신상에도 좋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더구나 바로 이 순간에 사람들이 "당신은 정통파고 다른 사람은 사이비란 말인가?", "사이비의 정확한 개념과 기준은 무엇인가?", "정부가 정통파 풍수와 사이비 풍수를 갈라놓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등 볼 멘 소리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정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이런 주제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실덕(失德)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이비들의 역기능을 잠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누구든지 사이비 풍수들의 수법을 모르면 당하기 쉽지만 그것을 알아서 나쁠 까닭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따라서 땅에 관심이 큰 사람들은 방재용(防災用)으로, 관심이 작은 사람들은 담소용(談笑用)으로라도 사이비 풍수들의 수법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첫째, 사이비 풍수들은 터무니없는 과장법(誇張法)을 능란하게 구사한다. 예를 들면 "이 자리는 임금님을 낼 자리다", "이 터는 국중갑부(國中甲富)를 낸다", "만고의 영웅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노벨상을 탈 후손이 꼭 나온다", "3대 재상(宰相)에 옥관주(玉貫珠)가 다섯 말 이상 난다"는 것 등이다. 이런 발언은 심지(心志)가 약한 사람들이 들으면 금방이라도 미혹하기 쉬운 달콤한 말들이다. 

그러나 대지(大地) 또는 정혈(正穴)이란 끊임없이 덕을 쌓은 사람이 있을 경우 그에게 주어지며 그 덕의 정도에 따라 후손 대에 가서 하늘과 땅이 보답하는 터를 말하는 것이지 사이비 풍수들의 안목으로 찾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사이비 풍수들은 이같이 엄연한 사실을 몰각한 채 자신의 수준으로 찾아내는 별 볼일 없는 터를 가지고 과장(誇張) 내지는 허언(虛言)으로 고객들을 우롱하거나 유혹하고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임금님(대통령 포함)과 국중갑부와 만고의 영웅과 노벨상 수상자와 3대 재상과 옥관주를 낼 자리를 자유자재로 찾아내는 풍수들이 있다면 그들이 먼저 그 좋은 터를 차지할 일이지 돈 몇 푼에 남에게 팔겠는가? 나는 대지와 정혈은 착한 사람을 위해 천장지비(天藏地秘) 즉 하늘이 간직하고 땅이 숨겨둔다는 이치를 믿는다. 또한 나는 사이비 풍수들이 대지와 정혈을 임의로, 또는 사술(詐術)로 찾아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정통 풍수지리학이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제아무리 설쳐도 좋은 땅이 고갈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일체 하지 않는다. 

둘째, 사이비 풍수들은 초능력(超能力)을 가진 사람으로 가장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산과 강을 손금을 보듯이 환히 들여다 보고 있다", "내 말은 산왕대신(山王大神)께서 계시하는 것이므로 백발백중이다", "내가 명당 후보지 부근에 이르면 몸으로 기가 전해져 온다", "내가 제조한 특수 도자기를 묘 부근에 묻으면 흉지가 명당으로 바뀐다"라는 말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 국토를 꿰뚫어 보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 하늘이 용어도 낯선 '산왕대신' 따위의 잡신을 상대할 리가 만무하다. 풍수가 고위 공직자와 재벌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나라는 지구 상에 없다. 사이비들에게 전달되는 기가 상서(祥瑞)로울 리가 만무하다. 흉지를 길지로 만드는 도자기가 있다는 말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등장한 궤변이다. 이와 같은 수준 이하의 주장을 농(弄)하는 풍수들이 엄연히 있으며, 그러한 말에 넋을 빼앗겨 많은 돈을 주고 엉뚱한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사이비 풍수들은 자신이 집행한 장사(葬事) 가운데 10%, 아니 1%만 발복해도 100% 발복한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宣傳)하여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을 현혹한다. 어떤 후손이 누구에게 묘를 쓴 후 몇 년 안에 기쁜 일이 생겼을 경우에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기쁜 일이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반짝하는 기쁜 일의 끝에 겉잡을 수 없으리만큼 슬픈 일이 엄습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주도면밀한 분석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사이비 풍수들은 흔히 고객들에게 공연한 공포심(恐怖心)을 조장한다. 예를 들면 " 당신 몇 대 조상 묘를 내가 잡아주는 데로 옮기지 않으면 줄초상이 난다", "조상들 묘 자리가 나빠 1년 안에 영락(零落)하게 돼 있다", "묘를 옮겨야 불치의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그것이다. 

사이비 풍수들이 쓰는 이런 말은 '안 들으면 약, 들으면 병'에 해당된다. 세상에 겁을 주어 놀라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겁나는 이야기라도 학문적으로 근거가 있고, 신빙할만한 설명이 뒷받침되는 한 그것을 의미 있는 충고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밑도 끝도 없는 괴담(怪談) 또는 악담(惡談)을 뱉어대는 사이비 풍수들은 "조상 귀신이 붙어서 불행이 닥치고 있으니 굿을 해야 한다"고 위협하여 큰 돈을 뜯어내는 저질 무당 또는 뜨내기 점쟁이들과 같은 수준에 해당되는 사회악(社會惡)의 표본이라 하겠다. 

넷째, 사이비 풍수들은 터무니없이 큰 돈을 요구한다. 실력에 반비례(反比例)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진 풍수들은 대지(大地)나 정혈(正穴)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초조하고 절박한 심리를 이용하여 "천하 대지를 얻으려면 최소한 1억 원은 써야 한다"고 구슬러댄다. 그들은 착수금조로 수천만 원을 받기도 한다. 사이비들은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들에게 일부러 찾아가 묘를 옮기지 않으면 재앙이 온다는 식으로 겁을 주거나, 묘를 잘 옮기면 곧 대권을 잡는다는 식으로 허영심을 부추겨 거금(巨金)을 우려내는 데 귀신 뺨치는 실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던 풍수 ㅅ모씨는 이상과 같은 사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그의 생시의 기행이적(奇行異蹟)은 사후에도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 한 예를 들면 그는 "내가 조상의 묘 자리를 잡아주어 이장한 후 OOO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서 한 동안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그는 1억 5천만 원을 받기로 하고 경기도의 한 곳을 점찍어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사유에서인지 돈을 다 받지 못하자 권력을 잡은 후손을 씹고 다니다가 지방 여행 중에 갑자기 객사하고 말았다. 엄밀하게 말하건대 그 묘는 짧은 기간동안 후손 중의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배출했느냐, 못했느냐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머지 않아 이 가문을 흥융케 하느냐, 박살내느냐의 여부가 관건인 자리에 조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돈이 자칫하면 사람의 눈을 뒤집히게 하는 요물(妖物)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 같다. 풍수지리학의 원조인 중국에서도 인간의 심리를 역이용한 풍수지리학자 또는 풍수들이 돈벌이에 급급한 사례는 많다. 오죽하면 청대(淸代)의 풍수지리학자 장중산(章仲山)이 <심안지요(心眼指要)> 제3권에서 "지금의 술객들은 가슴에 실학을 품지 아니하고 한 때 돈을 벌기 위한 계산에서 화복으로 사람을 움직인다(今之術家胸中無實學以禍福動人爲一時取利之計)"라고 탄식했겠는가? 

우리는 사이비 풍수들의 준동(蠢動)과 관련하여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을 상기한다. 어물전은 별의별 물고기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꼴뚜기가 주종을 이루는 어물전이 있다면 그곳은 저급(低級)이라는 것이 통념이다. 사이비 풍수들은 꼴뚜기다. 그런데 권력과 돈에 눈이 먼 일부 인사들이 꼭두새벽부터 꼴뚜기전으로 몰려가는 기현상(奇現象)을 바라보며 나는 할 말을 잊는다.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하여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IMF 못지 않은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 영남과 호남과 충청의 대립으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고, 종교는 불쌍한 영혼의 구원보다는 헌금 많이 걷어내기, 교회나 법당 크게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난세(亂世)의 소용돌이 위로 불어닥치는 사이비 풍수 바람이야말로 일진의 광풍(狂風)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4. 3. 10
이태호(풍수경영연구회 회장) 

출처 : 한국전례원 - 韓國典禮院 - ( jeonyewon )
글쓴이 : 根熙 김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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