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이정(1541-1622)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묵죽화가(墨竹畵家)이다.
자는 중섭(仲燮), 호는 탄은(灘隱)이다.
세종의 4세손이며 익주군(益州君) 이지(李枝)의 아들로서 석양정에 봉해졌다.
묵죽화(墨竹畵)에 있어서 그는 유덕장, 신위(申緯)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힌다.
그는 묵죽화뿐만 아니라 난초, 매화에도 조예가 깊었고 시와 글씨에도 뛰어났다.
임진왜란 때 적에게 오른팔을 크게 다쳤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힘찬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대나무는 잎과 줄기가 잘 어울리게 그렸으며, 강인성이 돋보이는 굵은 통죽도 많이 그렸다
이정의 〈묵죽〉의 대나무가 마치 그림자 같다.
중국 오대(五代)의 여류 화가였던 이부인(李夫人)이 달빛을 받아 창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를 묘사한 것이 묵죽의 시초라고 전해지는데,
뒤에 비친 담묵(淡墨)의 대나무는 안개에 싸인 듯 거리감을 나타내 주고 있다.
오른쪽 하단에 쓰인 관지(款識)에는 "천계임술춘(天啓壬戌春)..."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때는 1622년으로, 그의 말년이 정확치 않은 상황에서 그가 81세까지 생존해 있었음을 알려준다.
만년의 능숙한 필치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진한 먹과 엷은 먹을 적절히 조화시켜 달빛 아래 교교히 서 있는 대나무의 꼿꼿한 기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호암미술과 소장
유덕장
가운데 줄기가 부러진 왕죽(王竹) 두 그루를 그렸는데,
마디마디에서 나온 잔 줄기와 잎들이 성글고 고절(高節)한 느낌을 주고 있다.
죽절(竹節)은 을자상포식(乙字上抱式)으로 그렸고,
죽엽(竹葉)은 방사상엽법(放射狀葉法)을 써 수일(秀逸)하게 그렸다.
이정(李霆)의 대그림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가운데 줄기가 부러진 왕죽(王竹) 두 그루·을자상포식(乙字上抱式)의 죽절(竹節)·방사상(放射狀)의 죽엽(竹葉) 등이 너무나 닮았다.
다만 토파(土坡)는 이정(李霆) 그림이 복잡하고 크다.
이런 그림을 볼 때 예술가에게 있어서 스승의 작품과 닮지 않은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게 된다.
신위
본관 평산(平山). 자 한수(漢). 호 자하(紫霞) ·경수당(警脩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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