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라는 말은 장풍(藏風)과 득수(得水)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풍수학에서는 망자(亡者)의 만년유택이 될 묘지를 「음택(陰宅)」이라 하고 우리들이 살면서 생활하고 있는 집터를 「양택(陽宅)」이라 정의한다.
음택이든 양택이든 풍수학에 있어서 첫째 조건은 장풍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바람이란 모든 만물을 훼멸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우주간에 꽉 차 있는 기운을 받아 생명의 싹이 생겨나게 되어 있는데 이러한 기운이 모여들면 생명이 움트게 되는 것이고 흩어지면 생명이 끊어진다. 이같이 생과 사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우주 속에 꽉 차 있는 기운의 작용이니 우주간에 만재되어 있는 기(氣)야말로 곧 생명의 본체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운을 흩어지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바람이기 때문에 풍수에 있어서 가장 기피하는 것이 바로 바람이다. 그러므로 곽박의 『장경(葬經)』에서 이르기를 “기는 바람을 타〔乘〕게 되면 흩어진다”고 했고 『영성정의(靈星精義)』라는 책에서도 우주는 큰 고리로 서로 얽혀 연결되어 있는데(大關會) 그것은 기운을 위주로 한다고 했다.
이같이 우주의 본체는 바로 기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기가 흩어지지 않는 곳, 또 기가 많이 모일 뿐만 아니라 자장(磁場)이 강력히 흐르는 곳을 찾는 방법론이 바로 풍수학인 것이다. 기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기는 형체(산의 모양새)에 따라 유동되기 때문에 산세의 형태나 모양, 세력들을 보아 기의 강약과 장단을 인식할 수가 있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크게 다행한 점은 고등교육을 이수하여 기초과학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초과학은 풍수지리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현대과학이 풍수지리학에 대한 원리와 묘리를 완전히 규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 학리의 기본 논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과학적인 상식은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에너지의 효율 법칙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또 지구라는 것은 하나의 대자장력(大磁場力)을 가진 큰 자석덩어리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풍수학의 기본 논리는 바로 이 에너지, 즉 기운의 모임과 자장과 물의 원리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안다면 풍수지리라는 학문이 그렇게 멀고 먼 이단적이고 미신스러운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란 말이 있다. 영웅호걸이나 위대한 인물은 땅의 영기를 받지 못하고서는 태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구중궁궐의 만승천자가 있는가 하면 의지할 집 한 칸 없이 떠도는 거지도 있고, 천하의 재물을 마음대로 다루는 부자가 있는가 하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있다.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미녀를 희롱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평생 장가 한번 못 가보고 죽는 사람도 있으며, 수백 근의 무게를 거뜬히 들어올리는 역사(力士)가 있는가 하면 볏짚 몇 단도 들어 올리지 못하는 허약한 사람도 있다. 평생에 아픈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병주머니를 끼고 사는 사람도 있다. 또 지극히 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극악무도한 자가 있고, 세상을 구제하고 인류의 갈 길을 밝힌 대성(大聖)이나 대덕군자(大德君子)가 있는가 하면 평생 사리사욕에 집착하여 남을 해치거나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자도 있으며, 경국지미인이 있는가 하면 목불인견의 추녀도 있다.
이상의 몇 가지 예는 모두 극단적인 표현이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인간의 운명은 어째서 그렇게 판이하게 다른 모양새로 생겨 났을까. 누구나 부귀 영화를 꿈꾸고 있지 빈천한 생활을 바라는 사람은 없는데 어째서 누구는 부귀하고 누구는 빈천하게 되는가 라는 질문은 지금도 역시 쉽게 풀어지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혹자는 그것은 다 타고난 운명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타고난 운명이란 이미 후천의 일로 주어진 운명을 말하는 것이지 풍수에서 말하는 선천사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풍수란 이미 타고난 운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귀와 빈천 두가지 운명 가운데 선천적으로 어떤 것을 받게 되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열거한 운명의 모든 현상들은 모두 지령(地靈)의 조화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밝히는 학문이 풍수지리학이다. 이를테면 장풍이 잘 되어 기가 모이는 곳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느냐, 아니면 모든 기가 흩어지거나 장풍이 된다 하더라도 사기(邪氣)나 악기(惡氣)가 모여드는 기운을 받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부귀빈천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같이 풍수에서는 장풍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바람이라는 것은 기류를 변동시켜 모든 만물에게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주는 막대한 역할을 하지만, 겨울의 삭풍은 무서운 것으로 지표 30미터 이상을 뚫고 들어가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산이 첩첩이 감싸주어 장풍이 되면 삭풍이라도 오히려 온풍으로 바뀌어 온화한 기운을 모아 주는 吉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글자 그대로 바람을 막는다는 장풍(藏風)의 대체적인 뜻이다.
그러면 득수(得水)란 무엇인가? 득수란 바로 생기(生氣)를 얻는다는 말이다. 물이란 생기의 본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장경』에서는 “기란 물의 어미(母)다”라고 했다. 우주간에 기가 없다면 물은 존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는 바로 물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의 근본이 되는 기의 유행을 정당하게 얻는 방법을 바로 「득수」라고 한다.
득수에 대한 피상적인 논리는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논리에 불과한 것이지 실존적 느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물이라는 것은 하늘로 올라가면 구름이 되고 지상에 내려오면 비가 되어 강하구천(江河溝川)이 되지만 지하로 들어가면 생기(生氣)가 되는데 이 생기를 얻는 방법은 풍수지리학의 일정한 방법론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이라는 분석적 사고와 증명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고 다만 음양 오행의 상합(相合)되는 형이상학적 원리로서만 설명이 가능해진다.
득수란 방향(方向)론이다. 같은 자리라 하더라도 24방위 가운데 어느 향을 놓느냐에 따라서 길흉은 판이하게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원래 풍수학에서는 장풍국(藏風局)과 득수국(得水局)으로 크게 나뉘지만 장풍국은 천기(天氣)와 지기(地氣) 가운데 지기를 많이 지닌 국이고 득수국은 천기를 많이 지닌 국이다. 그러나 한국 산천은 이러한 양대국 곧 장풍국이니 득수국이니 하는 종류를 따질 필요는 없다. 우리 산천은 완전한 득수국인 평양혈(平陽穴)은 없고 거의 모두가 장풍과 득수를 겸한 산천이기 때문에 초학자들이 미리 따져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리학은 양택이든 음택이든 일정한 땅 위에 그 자리를 설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설정하는 곳을 혈처(穴處)라고 한다. 이러한 혈처는 실체에 속하는 땅 위에 설정하지만 향(向)은 허공을 바라보게 된다. 이를 “시자지야(寔者地也)요 공자천야(空者天也)”라 했다. 이말은 `혈은 지기를 타게 되지만 향만은 천기(天氣)를 타게 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물이라는 물체는 실체를 피하여 허공으로 주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지구라는 그릇에 담겨져 흘러가지만 사실은 하늘에서 관장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물의 생왕(生旺)은 향에 배속되어 있는 것이지 용(龍)에 배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지리학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법론(向法論, 방향을 정하는 법)이다.
물론 용맥을 재어 정확한 혈처를 찾아내는 것이 지리학에 있어서 중대사이겠지만 좋은 혈처를 찾고도 향법을 제대로 몰라 定向이 잘못되면 복을 받기 전에 재난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풍수지리학은 사대요강(四大要綱)으로 구분이 되는데 사대요강이란 용(龍), 혈(穴), 사(砂), 수(水) 등 사법(四法)을 말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용혈론(龍穴論)이지만 초학자가 가장 먼저 터득해야 할 문제는 득수에 대한 이해이다. 즉 향법에 대해서 밝게 터득을 해야만 지리학에 입문하기가 쉽고 또 어떤 혈처든 그 자리에 따라 정확한 향을 맞추어야만 득수가 되어 용수배합(龍水配合)이 되는 까닭이다.
이같이 그 자리에 따라 일정한 법칙에 의해 정확한 향을 놓아 용수배합이 되게 하는 방법을 이기론(理氣論)이라 하고 순전히 용맥의 흐름과 산천의 동태를 살펴 혈처를 점지하는 방법을 형기론(形氣論)이라 한다.
풍수지리학은 이같이 형기론과 이기론으로 크게 나뉜다. 세간에서 이를 `형기파다, 이기다파' 또는 `형기지관이냐, 이기지관이냐' 라고 하는데 이기지관(理氣地官)을 속칭 포태지관(胞胎地官)이라고도 하나 이는 수법(水法)을 논할 때 그 사용되는 용어가 풍수에서는 제일 먼저 포태에서부터 따져 나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풍수지리학자들을 구별해 볼 때 대부분 이기에 밝은 사람은 형기에 어둡고 형기에 밝은 사람은 이기에 어두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형기, 이기 가릴 것 없이 두 가지 이론에 다같이 밝아야 학자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형기에 밝아야지 이기만 밝아서는 안 된다. 이론학에 불과한 이기에만 밝고 형기에 어둡다면 그것은 아무 쓸데 없는 학문이 된다. 시쳇말로 `방안에서는 명풍이지만 산에 가면 까막귀신'이란 말에 해당되는 부류인데 불행하게도 풍수학의 대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부류가 대부분이라 걱정이다.
『지리진전(地理眞傳)』에 보면 “후학들에게 학문을 전해 줌에 있어 만두(巒頭, 즉 形氣)와 이기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그것은 만두가 참되면 이기는 자연 부합되지만 만두가 거짓일 때는 이기에 설혹 부합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만두가 참될 때는 이기에 비록 부합되지 못해도 부귀가 발하지 않는 법은 없지만 만두가 가짜이면
서 이기에 맞았기 때문에 복록을 누리는 법은 없다. 그러므로 만두는 이기의 근본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치가 이러하니 학자는 반드시 만두에 대한 이치를 완전히 터득하여 진가와 대소(大小) 혈의 탄토부침(呑吐浮沈) 등을 확연하게 가슴으로부터 깨달은 다음에 이기론을 강구하여 향을 세우고, 물의 오고 감을 재고 분금(分金)을 정하며 세운(歲運)의 길흉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학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耳山 張泰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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